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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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마다 돌아오는 건 월드컵으로 족하다. 제발 1년에 한 권씩 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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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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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사랑을 꼬집던 정이현이
이제는 상냥한 폭력을 들춘다.
작가의 변신이라기보다는 시대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데뷰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정이현은 그 시대의 공기와 징후를
잘 포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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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피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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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쓰는 능력은 김언수가 최고 중 한 명인 듯 하다.
대화의 리듬은 경쾌하고 합은 절묘하다.
단 맛, 쓴 맛, 피 맛이 골고루 나지만
다 읽고 나면 사람 사는 짠 맛이 진하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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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진 연인들에게 돌려받지 못한 물건이 제법 있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겠다. 선물한 물건이 아니라 빌려준 것들을 돌려받지 못했다. 100권이 넘는 책, 노트북. 물론, 이제는 돌려받을 생각도 없다. 왜 그녀들은 돌려주지 않았던 것일까? 내가 돌려달라고 하지 않아서일까. 어색함과 불편함을 무릅쓰고 돌려달라는 연락 정도는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노트북은 그냥 선물한 셈 치고 잊었지만, 책은 그 시기를 보낸 나의 기억들이 담겨 있는지라 돌려달라는 연락을 한 적이 있었다. 두어 번 알겠다고 돌려주겠다고 대답을 하고선 어떤 이유때문인지 막상 돌려주지는 않았다. 찾아가서 화라도 내야 하는 것인가. 더욱 애절하게 부탁이라도 해야 하는 것인가. 둘 다 자신이 없다. 그냥 그녀를 굳이 다시 마주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오해할 수밖에 없겠다. 이건 그녀를 미워해서가 아니다. 지금도 그녀를 생각하면 가끔 찡하다. 벅찼던 느낌, 행복했던 순간들, 격하게 토해냈던 아픈 말들, 그리고 그 나머지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시간들이 가끔 떠오르면 위로받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녀를 다시 마주하고 싶지는 않다. 이런 속내를 간혹 친구들에게 내보이면 다들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었다. 내가 상처받은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포장한다고 여기는 듯했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나 역시도 조금은 했던 것 같다. 나도 내 감정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없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김연수의 신간을 손에 들었다. 이번 소설집의 맨 앞에 수록된 <벚꽃 새해>는 선물로 준 태그호이어 시계를 돌려달라는 옛 여자친구의 연락을 받은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였다. 혹시 헤어진 연인으로부터 물건을 잘 돌려받는 비책이라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당연히 그런 게 있을 리 만무했다.(죽음을 암시하라가 비책일 수 있겠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니까 탈락) 그런데 그런 것 따위는 전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 마음을 문장으로 적어 놓아 둔 것 같은 다음 문장 때문이었다.


 옛 애인을 다시 만나서는 그녀가 그토록 예뻤을 줄이야 미처 몰랐다며 속으로 후회를 삼키는 일은

영화에나 나오는 판타지일 뿐이라는 게 평소 성진의 지론이었다. 그간 사랑했던 여자들을 그는 여전히 사랑하고, 또 그런 식으로 영원히 사랑할 테지만 그건 '다시' 사랑하는 일은 없으리라는 뜻이었다. 그건 한번 우려낸 국화차에 다시 뜨거운 물을 붓는 짓이나 마찬가지니까. 아무리 기다려봐야 처음의 차맛은 우러나지 않는다. 뜨거운 물은 새로 꺼낸 차에다만. 그게 인생의 모든 차를 맛있게 음미하는 방법이다. 마찬기지였다. 봄날의 거리에서 재회하니 그런 식으로 정연은 예뻤다. 그에게 예뻤던 여자들은 여전히 예쁘고, 또 그런 식으로 영원히 예쁘겠지만 '다시' 예쁠 수는 없었다.

- <벚꽃 새해> 18~19p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완벽한 문장이다. 처연하면서도 따뜻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사랑했다면 '다시' 사랑할 수는 없는 것일 지도 모르지, 라는 얼토당토않은 소리도 덧붙여 본다.  그나저나 소설 속의 남자 주인공은 저런 문장을 읊조리고도 옛 애인과 재회를 한다. 그리곤 그 날 만난 어떤 할아버지로부터 "어쩌다 이런 구석까지 찾아왔대도 그게 둘이서 걸어온 길이라면 절대 헛된 시간일 수 없는 길이라오"라는 말을 듣게 된다. 정확히 말하면 그녀의 옛 연이이 들은 말이지만. 그리고 할아버지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두 사람은 오늘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공감대를 얻고 자연스럽게 헤어진다. 물론, 이건 '다시'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니라, '영원히' 사랑하는 과정일 것이다.

 

 나는 저렇게 할 자신은 없다. 결국 빌려준 책을 받는 일도 힘들어지겠지. 그렇다면 그녀는 그 책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굳이 보지는 않더라도 눈에 가끔 띄기는 하겠지. 가끔씩 '다시' 사랑할 수는 없지만, '영원히' 사랑할 누군가를 떠올린다면, 조금은 위로가 될 수 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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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12-09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음장수님 덕에 김연수가 읽고 싶어지네요. 김연수의 신간은, 제게는 언제나 무관심했었는데 말입니다. 저도 책을 빌려주고 못 받은 적이 더러 있어요. 그래서 한 번은 '책 빌려주면 남자랑 헤어지나' 뭐 이런 생각도 했지 말입니다. 돌려받을 생각을 하기 보다는 아깝지만 다시 연락하지 않는 쪽을 택했어요, 저는. 아마 제가 빌려준 건 얼음장수님 처럼 백권에 이르지 못해서인가 봅니다. 고작 몇 권 뿐이었을 뿐이니까요. 다시 사지 뭐, 저는 그랬던 것 같아요. 실제 다시 산 적은 거의 없지만 말이죠.

얼음장수 2013-12-09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벚꽃 새해>는 따뜻했어요. 덜 외롭게 만들어줬달까요. 저 보라고 쓴 줄 알았으니까요. ㅎㅎ
그래서 쉽사리 추천은 못 드리겠습니다.
확실히 백 권이 되면 다시 살 책이 뭔지도 정확히 정리가 안 되더라구요. 시간도 너무 오래 지났구요. 이젠. 아마 그 남자들은 그 책을 볼 때마다 다락방님의 연락을 기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춥습니다. 따뜻하게 보내세요.
 

  반년 새 7kg가 불었다. 군대 가는 게 억울해서 한풀이 하듯 먹고 갑자기 살이 찐 후로 처음 있는 일이다.(갑자기 찐 살들은 훈련소에서 바로 빠져서 내 선택이 합리적이었음을 몸소 증명해 주었다.) 예비군 훈련을 가느라 바지를 입는데 단추가 다 잠기지 않는 거다! 어쩔 수 없이 마지막 단추를 잠그지 못한 상태에서 벨트로 대충 숨기고 하루를 버티긴 했는데, 살이 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런 식으로 확인하니 느낌이 확 오는 거였다. 체중계의 숫자를 확인하는 것보다 몇 배는 강렬한 경험이었다. 내 인생 모토 중 하나가 '아저씨가 되지 말자!'였는데(인간적으로 원빈은 빼고. 얼마 전에 우연히 본 카페 이름이 one bean이었는데ㅎㅎ) 진짜 영락없는 아저씨의 모습이 되었던 것이다.

 

 운동을 시작해야지 마음만 먹고 차일피일 미루다 굳은 결심을 하고 오늘 헬스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미리 알아 본 헬스장 바로 옆에 권투장이 있는 게 아닌가. 딱히 권투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순간 '그래, 남자는 스트레이트지!'라는 생각으로 권투장으로 올라갔다. 관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시설도 좀 둘러본 후, 조금만 더 생각하고 결정하겠다고 말하고 권투장을 나왔다.(스트레이트는 개뿔) 사실, 마음이 거의 권투장으로 기울긴 했지만 그래도 헬스장도 한 번 둘러나보고 결정을 해야 후회가 남지 않을 것 같아서 바로 옆의 헬스장으로 이동을 했다. 헬스장에 들어가자마자 트레이너 한 분이 상담을 해주신다. 6개월 등록하면 이렇게 가격이 많이 내려간다는 하나마나 한 말부터 시작해서, 고객님은 운동했을 때 딱 효과가 나기 좋다는 사탕발림을 거쳐,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 pt를 받아야 한다는 상투적인 결론까지. 뻔한 상술인 걸 알면서도 마음이 몹시 흔들렸다. 상담해주는 여자 트레이너 분이 너무 내 스타일이어서. 웃는 모습에 순간 마음을 빼앗긴 거다. 영업용 미소든 뭐든, 좋은 건 좋은 거니까. 그래도 내 머리를 지배하던 '남자는 스트레이트'문구를 떠올리며 권투장으로 마음을 정하고, 조금만 더 생각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헬스장을 나왔다.

 

 그 길로 바로 집으로 달려가서 운동화와 운동복을 챙기고 권투장으로 갔다. 멋지게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리는 상상을 하면서 관장님의 지도하에 운동을 시작했다. 스트레이트는 개뿔. 러닝, 줄넘기, 스텝 연습만 1시간을 했다. 주먹 날리는 동작도 잠깐 하긴 했지만, 스트레이트는 개뿔. 쨉이라고도 말하기 민망한 '팔 뻗기'에 불과했다. 줄넘기랑 스텝 연습은 왜 이렇게 힘든지 일주일치 흘릴 땀을 다 쏟아낸 기분이었다. 관장님은 젊은 분이 저질 체력이라고 놀리시고. 옆에 운동하는 다른 분들은 줄넘기도 막 멋지게 하고 스텝 밟으면서 펀치까지 쭉쭉 뻗으면서도 땀을 거의 안 흘리는데, 혼자서 기본 줄넘기하면서 땀을 쏟으면서 헥헥 거리는 꼴이었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우스웠지만, 머지 않아 날릴 스트레이트 펀치를 생각하며 악착같이 버텼다. 그렇게 버티고 있는데 관장님께서 오늘은 그만 하란다. 운동 오늘만 할 거 아니지 않냐고. 그래고 뭔가 패배했다는 생각을 떨쳐내기 어려워 구석에 있는 벤치 프레스 기구에 가서 마무리 운동까지 하고 첫날 훈련 종료.

 

 오랜만에 열심히 뛰었더니 발가락 사이 피부가 살짝 벗겨져서 밴드를 사러 약국엘 갔다. 샤워를 하고 갔음에도 몸에 열이 남아서 땀이 나고 얼굴도 붉었나 보다. 약사님께서 "운동하셨어요?"라고 묻는 거다. "네, 길 건너 권투장에서 열심해 운동했습니다."라고 시원하게 대답했더니, "어머, 보기 좋네요. 운동 열심히 하세요" 하시는 게 아닌가. "감사합니다. 약사님도 건강하세요"하고 나오는데 기분이 참 좋더라. 별말 아니지만 환한 얼굴로 그런 말씀을 해 주시니, 삭막한 도시생활에 물 방울 하나 떨어지는 기분이었달까. 역시 권투를 시작하니, 좋은 에너지가 생기는군.

 

 제목과 어울리는 이미지를 넣으려고 포털에 '권투 스트레이트'를 검색해 봤다. 마치 내 제목을 비웃는 것처럼 멋진 사진이 떡하니 있더라.

 

 

 

 

 

 

 

 

 

 

 

 

 

 

 

 

 

 

 

 

 

 

 

 

 

 

 

 원래 좋아하던 연예인이지만, 오늘부터는 왕팬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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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7-09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남자는 스트레이트! 짱멋져요, 얼음장수님!
그런데 이왕에 스트레이트 사진을 쓰실거라면 바다 하리를 좀 써주시지 ㅋㅋㅋㅋㅋ 전 바다 하리 왕 팬입니다! 꺅 >.< (죄송해요, 좀 흥분했네요. 바다 하리를 생각하면 이렇게 되어버려요..)

얼음장수님 스타일의 트레이너 대신 남자는 스트레이트를 선택하신 것 자체가 어쩐지 성공으로 가기 위한 첫단계 같아요. 응원할게요, 얼음장수님. 제 응원은 삭막한 도시생활에 떨어지는 두번째 물방울입니다. 흣.

안녕히 주무세요!


얼음장수 2012-07-10 15:15   좋아요 0 | URL
제가 격투기 쪽은 잘 몰라서 바디 하리 검색해 봤는데
바디 하리 아주 섹시하네요. 바디 하리의 스트레이트를 목표로 정진해 보겠습니다. ㅎㅎ

다락방님의 응원은 두 번째 물방울 대신 첫 번째 물줄기인 걸로
생각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