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이 온다 -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임홍택 지음 / 웨일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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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읽은 시기에 <그것이 알고 싶다>의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사건을 봤다. 그러면서 한창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사건으로 시끄러웠을 때 회사 선배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선배는 쌍둥이 자매의 편에서 확실한 증거도 없으니 마녀사냥식으로 매도하지는 말자고 했고, 나는 이만하면 증거가 확실하니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자식이 다니는 학교에 아버지가 시험지와 답안지를 볼 수 있는 보직을 맡는다는 상황 자체가 문제가 있으며, 조선시대의 상피제도처럼 자식과 부모가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없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은 특히니 민감한 문제니까. 개인의 양심과 도덕성에 의존해야 하는 기존의 시스템 하에서는 유사한 일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으니, '공정성'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그 선배(내가 태어난 해야 대학에 들어간)는 다른 부분에서는 대체로 열려 있으신 분이었음에도, 나의 주장이 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계산적이고 이기적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밀레니얼 세대는 오히려 공정성을 중시하고 정당한 절차와 규범을 중시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사건에 유난히 크게 분노한 이유를 단순히 그들이 최근까지도 입시 경쟁을 했기 때문에, 혹은 그러한 부정이 자신에게 불이익을 주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쉽게 말해서는 안 된다. 그 경쟁이 불공정한 환경에서 이루어졌고, 그것이 그 불공정을 야기하는 시스템에서 비롯되었기에 그토록 분노하는 거다. 그들이 '경쟁'이라는 가치를 이전 세대보다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맞지만, 그 '경쟁'이 공정한지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진다는 사실은 자주 무시된다. 이 책에서도 공시생들이 공시를 준비하는 주된 이유로 '공정한 경쟁'을 언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거다. 심지어 많은 밀레니얼 세대들은 자신에게 이익이 될지라도 그것이 공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주어지면 그것을 거부한다. 


  기성 세대가 밀레니얼 세대를 '가르쳐야' 될 대상으로 보는 건 곤란하다. 이미 그들은 나름의 윤리 의식을 갖추고 있고, '가르치지 않는 사람'에게만 배우고자 한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가르치려고 해도,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고 했던 MB로 다가올 뿐이다.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배우려는 태도, 그게 힘들다면 그들을 관찰하는 태도만이라도 가져보자. 책에도 인용된 알리바바의 CEO 장융의 말. 


"많은 사람들이 바링허우가 문제다쥬링허우가 문제다라고 하는데  세대들한테는 문제가 없다문제는 우리다그들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보내는  우선이다."(138쪽)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에게 요즘 어떤 깨달음이나 생각의 단서를 주는 건 또래 혹은 동생들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CEO들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책에 나왔던 가장 인상적인 사례를 하나 보자. 

   대기업은 '역멘토링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다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겸비한 경영진이나 선배들이 11 신입 사원에게 진솔한 지도와 조언을 해준다는 '멘토링프로그램을 반대로 차용한 것이다쉽게 말해서 대표 신입 사원들이 본인이 속한 조직의 임원에게 역으로 본인의 진솔한 조언을 해준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프로그램은  달도 가지 못해 폐지되었다회사에서 내세운 표면적인 폐지 사유는 '임원이 참여할 시간이 아직은 부족해서'였지만실제로는 '너무도 솔직한 신입 사원의 의견을 임원들이 받아들이기 힘들어서'였다 부서에서는 근무한  1년이 되는 사원이 임원에게 "상무님은 회의 시간에 본인의 의견만 말하고반대되는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답정너 스타일입니다부서 회의도 강압적이어서 부서원들이 솔직한 의견을 제시 못하는 것도 문제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다음에 벌어진 일은 그리 놀랍지 않다솔직한 역멘토링에 얼굴이 굳어진 임원이 관리자에게 신입 사원 교육을 똑바로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214쪽)


 어디, 저 CEO만의 문제이겠는가. 사실 후배(부하)가 선배(상사)한테 감동받는 지점은 자기가 용기내서 한 말을 상대방이 일단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일 때다. 그 순간 후배는 선배와 동료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다. 지금 내게 월급을 주는 분과 함께 일하게 된 계기도 까마득히 어린 내가 젋은 혈기에 던졌던 (지금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다수 무리가 있어 보이기도 하는) 맹랑한 제안에 대해 "그런 비슷한 시도를 예전에도 했던 적이 있었지만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도 다르고 무엇보다 사람도 다르니 진지하게 한번 고민해 보자."라고 답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설령 월급을 못 받는 한이 있어도 이 회사를 다닐 거다. 


 '먼저 안 게 오류가 되는 시대'라는 평가는 가혹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너무 밀레니얼 세대의 좋은 면만 썼다는 생각도 든다. 그건 밀레니얼 세대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폄하하고 옛날 기준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서다. 그리고 나는 90년생은 아니고 85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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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제국의 미래 -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그리고 새로운 승자
스콧 갤러웨이 지음, 이경식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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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에 대해 객관적인 근거와 자료를 바탕으로 명과 암을 균형감 있게 보여주는 책. 정독하면 향후 10년 정도의 큰 흐름을 가늠해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저자가 대단히 유머러스한 사람이어서 글이 술술 재미있게 읽힌다는 큰 장점도 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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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이 온다 -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임홍택 지음 / 웨일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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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 담당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80년 이전에 태어난 분들도 꼭 읽었으면 좋겠다 싶고, 혁명적인 이 시기에 어떤 일을 구상하는 그 누구라도 읽으면 유용하겠다 싶다. ‘먼저 안 게 오류가 되는 시대‘라는 말에 조금이나마 동의한다면, 지나치지 않아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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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로드 - 3천 년을 살아남은 기묘한 음식, 국수의 길을 따라가다
이욱정 지음 / 예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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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 역사학‘ 연구자의 논문을 한 편 읽은 기분이다. 국수 중국 기원설이라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전세계를 누비며 육수를 우려내고, 그 안에 역사학적, 인류학적 지식이라는 면을 먹기 좋게 담아낸 한 그릇. 다큐멘터리까지 찾아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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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지음 / 열림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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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여러 번 읽은 작가는 김애란이고, 내가 가장 선물을 많이 한 작가도 김애란이고, 당장 한 권의 책만 읽어야 한다면, 그 대답 역시 김애란이다. 김애란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알 것이다. 그녀가 에세이를 잘 쓸 수 밖에 없는 작가라는 것을. 김애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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