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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깊은 집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5
김원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여전히 활발한 창작활동을 보여주고 있지만 김원일씨는 이제 학국문학계에서는 노장 축에

드는 작가이다. 42년생이니 이미 환갑도 지났다. 당뇨와도 싸우고 계신다 한다. 하지만 인혁당 사건을 다룬

6편의 중편 소설로 이루어진 '푸른 혼'과 같은 작품을 발표해 내면서 여전히 그 특유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김원일 특유의 뚝심에 관한 한 문학평론가의 말을 들어보자.

"김원일은 30여 년에 걸쳐 방대한 작품을 꾸준하게 양산해온 작가이다. 그의 작품 세계는 장대한 장편과

숱한 단편들로 이루어지는데, 대체적으로 두 가지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나는 '어두움'으로 요약되는

현실의 모순과 실존적 어려움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소설이고, 다른 하나는 해방 직후에서 한국 전쟁

시기를 거치는 일련의 역사적 정황을 그려낸 소설이다. 그의 소설적 본령은 후자에 있다고 보아야

옳겠는데, 대개 장편 소설의 형식을 빌리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소설을 묶어 '분단체험 소설'

이라고 규정할 수 있겠다. 분단체험 소설의 유형은 어린 화자의 시선으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외형적으로는

성장소설의 형식과 맞물려 있다. "

김원일의 작품을 아직 충분히 읽지는 못 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지만 몇몇 작품에서 개인적으로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했을 때 꽤나 공감이 가는 평가라 할 수 있다. 위의 평론에서도 지적하고 있듯

김원일 소설의 본령은 해방 직후에서 한국 전쟁의 시기를 거치는 역사적 시련기에 대한 진술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반복적으로 천찬함으로써 깊으를 더해 가는 것이 그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김원일의 일련의 분단 체험 소설 중 백미라 일컫을 만한 것이 바로 '마당 깊은 집'이다. 이 소설은

한국 전쟁이 끝난 후 대구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몰론 구체적 공간은 바로 작품의 전반부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는 마당깊은 집이다. 작중 화자는 어린 '나'이기 때문에 위에서 지적한 대로 이 소설은

외견상 성장소설의 형태 또한 보여준다. 이 어린 '나'는 김원일의 어린 시절 경험을 잘 드러내고 있기에

자전적인 성격이 아주 강한 소설이다.

 마당 깊은 집은 여러므로 매력을 가진 소설이다. 일단 작품의 큰 이야기나, 곳곳의 여러 에피소드들이

상당히 흥미롭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힌다. 거기에서 그쳤다면 이 작품은 단순히 재미있는 소설 이상의

평가는 받지 못했으리라. 뛰어난 전후 문학으로 인정을 받고, 모 방송사의 책 소개 프로그램에까지

선정된 데이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방송에서 책을 소개해서 독서바람을 불게 하겠다는 취지는

충분히 동감하나, 이는 소개된 작품으로의 독서 편향을 가져오기에 개인적으로 좋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뭐 여기에 대해서 할 말이 많지만, 자리도 자리이니 장단점이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정도로만.)

또한 마당깊은 집은 아주 활발하게 해외로 번역되고 있는 작품이지 않은가. 이 작품은 단순한 재미

이외에도 50년대의 시대상을 엄청난 기억력을 통해서 정확하게 복원해내고 시종일관 소년의 시점에서

서술함으로써 독특한 느낌을 준다. 또한 그 소년은 아버지가 부재한 집안의 가장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이야깃거리를 낳는다. 이는 소년을 부재한 아버지의 자리에 대치시키려는 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작품에 잘 드러난다. 소년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 같은 것은 애초에

기대하기 힘들고 더욱이 어머니는 아버지의 부재를 소년으로 채우려 하기에 큰 심리적 갈등을 겪는다.

그로 인해 가출을 하고, 내내 자신이 어머니의 친자식이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는 장면에서

민족의 수난이라는 거대한 명제가 한 가족에게로 이양되는 모습이 잘 드러난다.

이외에도 소년의 친구 '한주'의 모습은 세상의 빛과 같은 존재로, 그의 모습은 소설을 읽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고 한 줄기 빛을 준다. 그리고 마당 깊은 집에 함께 사는 여러 인물 군상들의

모습을 통해서 당시 시대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에서 상당한 수준의 리얼리티를 엿 볼 수 있다.

한국 전쟁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젊은 세대들이 특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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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꽃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난 김영하라는 작가를 좋아한다.

'검은 꽃'을 읽기 전엔 그의 소설집 '오빠가 돌아왔다' 단 하나만 읽었을 뿐인데도 말이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그의 느낌이 좋았고 괜히 무게 잡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볍지만은 않았다.

그러면서도 내러티브의 구성은 거의 최고였고 의미있는 주제의식이 돋보였다.

그랬다. 난 다른 작품도 읽어보기로 하고, 동인문학상 수상작인 '검은 꽃'부터 읽어보기로 결심하고

이 책을 집어든 것이었다. 우스운 건, 내가 김영하씨의 책을 읽는 순서가 출간인과는 역행하고 있다는 거다.

아무렴, 작품을 제대로 음미할 수만 있다면 별 상관 없는 거지..

 

"유한자 인간의 기품과 슬픔 뇌쇄적으로 그려"라는 이유가 2004년 동인문학상에 이 작품이 수상된 것에 대

한 심사위원들의 촌평이다. 저 평가의 말 한 마디가 작품 전체를 충분히 관통해내고도 남는 말이라고 생각한

다. 일단은 저 평가를 거대한 줄기로 남겨 두고 내가 읽으며 느꼈던 바를 곁가지로 보충해보고자 한다.

 

난 이 책의 등장인물들에서 공통된 무언가를 추출해내고자 했다. 물론 몰락하는 조국과 폭압적으로 변해가

는 제국주의 열강의 경쟁으로 인해 핍박받는 민중들의 고난한 삶을 재현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이 공통

점을 가진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난 이것보다 인물들의 근원을 한 번 생각해 봤는데, 내가 파악하

기에 이 작품의 등장인물든은 모두 다 에고이스트이다. 철처한 에고이스트들이다. 이들이 행동하고 사고하

고 목적을 이루는 데 있어서 다른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 자신을 위해, 그 자신의 욕망의 충족을 위

해, 이것이 제 1의 명제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장면들이 나오기는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외일 뿐 이들은

기본적으로 에고이스트들이다. 그것이 불행한 시대의 산물인지, 작가 의식의 투영인지는 좀 더 판단해 볼 만

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에고이스트이기 때문에 거기엔 영웅도 그에 대한 추종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 이 작품이 다른 역사소설들을 능가하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영웅을 통한 구원이란 건 존재하지

도 않고, 그럴 의도도 없다. 신대한의 성립과 멸망(이런 말을 붙이기조자 민망한)의 과정을 통해서도 이는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작품 중간중간의 "역사에 요행이란 없었다"등과 같은 작품 뒤에 숨어있는 화자의 말들

은 역사에 대한 작가의 태도를 보여준다. 거기엔 비장함도 숭고함도 없다. 힘과 힘이 부딪히고 싸우고

강한 자가 남는다. 이러한 숨은 화자의 코멘트들이 이 작품의 색깔을 더욱 뚜렷이 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쓰고 싶은 말은 많지만, 원래의 의도가 인상적인 느낌을 중심으로 써 보고자 하는 것이였기 때문에 여기까지

만 써야겠다. 다음에는 다른 김영하씨 작품의 리뷰로 돌아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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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장수 2005-05-10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덧붙이는 말
-김영하씨는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박광수라는 인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 역시도 한 때는 천주교 신부를 지망한 적도 있다고 했는데, 그러한 점에서 파계하고 무당으로 돌아간 박광수라는 인물이 인상에 남는다고 했다. 이 박광수는 '오빠가 돌아왔다'에 포함된 단편 '그림자를 판 사나이'에도 같은 이름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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