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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의 디테일>을 흥미롭게 읽었다. 도쿄에서 배우는 마케팅에 대한 통찰로 읽어낼 수도 있고, 색다른 도쿄 여행기로 읽어낼 수도 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여행중에도 세심하게 관찰하게 꼼꼼하게 기록하는 저자(생각 노트)의 태도에서 배운 바가 많았다. '아, 이 정도는 되는 사람이라야 책 제목에 '디테일'을 넣을 수 있겠구나.' 실제 책을 쓰기 위해 간 여행이 아니라 그냥 휴가 차 간 여행이었는데 우연히 퍼블리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게 되어 나오게 된 책이라는 걸 알고 나니, 준비된 사람이 빛을 보는 건 분명한 것 같다. <도쿄의 디테일>에는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놓치기 쉽지만 그래서 돋보이는 도쿄의 빛나는 디테일들이 흥미롭게 소개되어 있다. 


 초록불 신호 연장 버튼, 도시락 안에 함께 들어 있는 물티슈(식전)와 이쑤시개(식후), 호텔 로비에 있는 커스터마이징 가이드북, 남녀의 사용 습관 차이에 착안한 남성용/여성용 수건 등등. 이외에도 아기자기하게 재미있는 내용도 많고, 생각을 유도하는 제안도 많다. 성실한 독자인 나는 저자의 제안을 내 방식대로 소화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을 너무 열심히 해서인지 어젯밤에 배가 너무 고팠다. 배달의 민족 어플을 켜고 야식 메뉴에서 1인분을 주문할 수 있는 곱창집에서 곱창 볶음을 주문했다. 1인 가구를 위한 메뉴부터 얼마나 반가운가. 가게 입장에서야 최소주문금액을 높게 설정하고 기본 판매 단위를 크게 잡는 게 유리하고 편하겠지만, 나같은 1인 가구 입장에서는 그런 가게에 주문을 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튼, 이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주문한 음식이 도착했는데, '배달 곱창의 디테일'을 경험했다.


 

 '아끼면 망하고 퍼주면 흥한다' 류의 문구야 어디서든 많아 보여서 별로 특별할 건 없었다. 하지만, 이 가게만의 디테일이 3가지 있었다.

 첫째, 포장 용기. 대부분의 배달 곱창은 곱창 볶음을 큰 용기에 넣고, 그밖에 소스 등은 별도의 작은 용기에 넣어서 보내주었다. 하나씩 포장을 뜯는 것도 귀찮고, 무엇보다 먹은 후에 하나하나 디 씻고 치우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 가게는 하나의 도시락 모양의 용기에 곱창 볶음과 소스, 피클을 다 넣었다. 덕분에 음식을 먹은 후의 뒤처리가 한결 수월했다. 음식을 먹는 순간만이 아니라 음식을 먹은 후의 시간까지도 배려한 사장님의 고민이 느껴져서 좋았다. 

 둘째, 소스. 보통 곱창 볶음을 시키면 볶을 때 들어가는는 빨간 소스만 주는 경우가 많다. 이 가게는 상큼한 마요네즈 소스도 같이 줬다. 보기에도 예쁘고 먹어 보니 입맛도 돋우는 게 괜찮았다. 기존의 정형화된 구성에서 변화를 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심한 게 보여서 좋았다. 

 셋째, 마늘 후레이크. 마늘 후레이크를 곱창 볶음에 올려줬는데 이 역시 새로워서 신선했다. 새롭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건 기존의 것에 대해 고민했다는 뜻이니까. 남들이 하는 데서 한 끗의 새로움을 추가하는 것. 그런 게 디테일이 아니겠는가? 곱창 볶음에 필요한 건 획기적인 혁신이 아니라 익숙함에서 살짝 벗어난 조그마한 새로움이 아닐까? 배를 두두리면서 이런 생각을 했더랬다.


 돌이켜 보면 스케일에는 대체로 시큰둥헀지만, 디테일에는 언제나 끌렸다. 디테일은 관심과 관찰력, 성실함과 집요함의 종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디테일을 살리고 그걸 설득력있게 보여줄 수 있다면 어떤 분야에서건 먹고 살 길은 있다고 믿는다. 곱창 볶음 배터지게 먹고 왠지 모를 죄책감에 뭐라도 적어 봤다. 쓰고 보니, 이 글에는 한 끗의 디테일이 없는 것 같아 부끄럽다. 







도쿄의 디테일, 교토의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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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7-30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게 사장님의 디테일이 빛을 발하려면 그걸 알아주는 고객이 있어야 가능한 거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가게 사장님이 신경 썼어도 고객이 알아주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소용입니까.
그런 점에서 이 페이퍼는 매우 디테일이 살아있습니다. 그저 음식이 왔구나, 먹자 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우앗 이건 여기에서 디테일을 살렸군, 하고 관찰하고 후기로 적어내는 과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는...디테일의 끝판왕인것입니다!!

얼음장수 2020-07-30 18:07   좋아요 0 | URL
이 댓글이야말로 디테일이 살아 있는 댓글인 것입니다!
 

 코로나가 내게 준 선물 중 하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고레에다 감독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선뜻 보게 되지는 않았다아마 다들 좋다고 하면 괜히 시큰둥해지는 청개구리 기질 탓일 거다시작하자마자 글이 옆으로 새지만 대학생 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신간 소설집 한 권을 꼭 읽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동기 한 놈이 나한테 내가 마음 먹고 있던 그 책을 거론하며 꼭 읽어야 된다, ‘안 읽으면 후회할 책이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놀랍게도 나는 그 순간 10분 전까지 꼭 읽고 싶었던 그 책에 대한 열망이 완전히 사라졌다그리고 그 이후에도 안 읽었다고치고 싶은데 이것도 타고난 기질인 것인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그런데 방구석에서 넷플릭스 드라마와 시트콤만 보다 보니까 좀 물리기도 하고 작품성있는 영상에 대한 욕망이 생기기도 해서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찾아보게 된 것. , 그래 봤자 겨우 <어느 가족>,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본 게 전부이긴 하다. (<걸어도 걸어도>, <진짜로 일어날지 몰라, 기적>, <바닷마을 다이어라>, <태풍이 지나간 뒤>, <원더풀 라이프> 순서로 챙겨 볼 계획은 이미 세워뒀다. 신난다.) 겨우 세 작품이지만, 엄청난(진부하지만 정말 엄청났기 때문에 이 표현을 써야 겠다.) 영화들이었다. 사실, 처음 본 <어느 가족>을 보고 이미 감독님, 저는 이미 감독님의 포로가 되었어요. 엉엉.’하는 상태가 돼 버리긴 했다. 자극적으로 그릴 수 있는 장면을 담담하게 관찰해서 보여주고, 쉽사리 선악 판단을 내리는 대신 선악이 무엇인지를 보는 사람이 생각하게 하는 연출은 확실히 귀한 것이었다. 특히 이 영화의 마지막 30분은 압권이었는데, 나는 메모장에 새드 엔딩을 통해 희망을 말하는 이 능력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라고 적었다. (<어느 가족>을 안 본 사람이 있다면, ‘보세요. ‘보면 후회합니다! ㅋㅋ) <아무도 모른다><그렇게 아버지기 된다>에서도 비슷한 종류의 감동을 느꼈다. 이 사람은 정말 사려 깊은 사람이구나, 말하지 않고 보여줌으로써 관객을 고민하게 만드는구나, 삶이란 언제나 다층적이고 입체적이라는 것을 그려내는구나, 좋은 영화 감독이기 이전에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



 누군가(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다음은? 그렇다. 관련된 책을 검색해 보는 거다.(유투브를 검색해서 인터뷰를 먼저 찾아봤음을 고백한다.) 혹시나 하고 검색해 봤더니 고레에다 감독이 책도 두 권을 낸 거다. 냉큼 사서 읽고 있다. <걷는 듯 천천히>부터 읽고 있는데, 책도 정말 좋다. 영화와 책이 똑같다. 다시 한번 느꼈다. 적어도 이 사람은 잘 찍고 못 찍고를 떠나서, 자기 자신으로 찍는구나.





 











 이 책의 머리말부터 아주 인상적이다. 고레에다 감독이 영화 작업을 하느라 오랜만에 집에 왔더니 어린 딸이 감독님을 좀 어색하게 대했다고 한다. 그게 좀 마음이 쓰이기도 하던 차에 다음날 영화 작업을 위해 집을 나서는데 현관까지 배웅 나온 딸이 또 와.”라고 한마디를 건넸다는 거다. 감독님은 이때 티는 못 냈지만 당황하고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거기에서 성찰을 이어나가고 피가 섞였다는 것만으로는 안 되는가? 역시 시간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생각을 바탕으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한 후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이런 생각도 들었다. ‘병원에서 야기가 뒤바뀐다는 선정적인 사건을 플롯에 넣으면 관객의 의식은 아마 부부가 어느 아이를 선택할까?’라는 질문 쪽으로 향할 것이다. 그러나 그쪽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힘이 너무 강하면, 그 이면에서 숨쉬게 마련인 그들의 일상이 소홀해진다. 그래선 안 된다. 끝까지 일상을 풍성하게, 생생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야기보단 인간이 중요하다. 이번에도 이런 관점을 바꿀 생각은 없다. 그렇기에 두 가족의 생활 속 디테일을 어떻게 쌓아가느냐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려 했다.

목욕을 마치고 어머니는 아이의 머리를 어떤 식으로 말려줄까? 세 식구는 침대 위에 어떤 순서로 나란히 누워, 어떤 식으로 손을 잡을까? 아버지는 눈앞에 나타난 친자식의 무엇을 바음에 걸려 할까? 누구와 누구를 비교할까? (7쪽)


 영화를 왜 보면서 왜 감동을 받았고, 왜 감독님을 신뢰하고 있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 것 같다. 덧붙일 말이 없다. 많은 영화(예술)가 삶을 그려내지만, 어떤 영화(예술)는 삶 자체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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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랑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전화를 드리는 것 같다. 마, 이게 경상도 스타일 아인교? 부모님께서 사는 지역에 확진자가 좀 나오는 상황인지라 걱정이 되어 전화를 드린 것. 웬걸. 아버지가 너무 기운이 넘치시는 거다. ㅋㅋ 젊었을 때 아마추어 보디 빌더이기도 하셨(지금도 근육이 불끈불끈하신다.)고, 정년 퇴직 후엔 하루에 4~5시간씩 각종 운동(일주일이 아니라 하루, 한겨울에도 쉬는 날이 없다. 집에서 하는 근력 운동, 배드민턴 동호회, 혼자서 공원 달리기 및 스트레칭, 뒷산 산책 등등)을 하셔서 워낙 건강하신 분이긴 하시다. 게다가 작년 여름 이후로 그 좋아하던 술까지 끊어서 몸의 밸런스가 깨지셨다(?), 그렇다 분명히 이건 깨지신 거다. 지금까지는 운동으로 건강에 +를 하고, 음주로 -를 하면서 균형을 맞춰오셨는데, 이제 +만 공급되니 진짜 건강 만렙에 도달하신 느낌. 


 그래도 프로 선수도 못 피해가는 코로나 아닌가. 아버지 삶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같아 안부를 여쭸다니, 일상에 변화가 전혀 없으시다. 하실 운동 다 하시고, 평소보다 건강 챙기신다고(?!) 더 잘 챙겨드시고 계신 거다. 뭐랄까, 다들 일상의 붕괴에 약간의 우울감을 드러내는 걸 보다가 그런 아버지를 보니 괜히 마음이 조금 좋아지는 느낌이었달까. 계속 이렇게 건강하세요!


 그리고 생객해 봤다. 나는 어떻지? 오, 맙소사. 나는 코로나 이후의 일상이 별반 달라진 게 없는 게 아니라 더 좋아진 것처럼 느껴지는 거다. 집에서 홈트레이닝하고, 마스크 끼고 한강 산책 다닌다. 시간 없단 핑계로 안 읽던 책들 열심히 읽고, 이렇게 글도 쓴다! 혹시 모를 감염 위험으로 느끼는 심리적 위축감이 전혀 없다고는 못하지만, 오히려 건강에 신경을 더 쓰게 되면서 몸과 마음이 더 단단해지는 느낌까지 든다. 


 독서 만큼이나 좋아하는 취미는 요리인데, 맨날 집에만 있으니까 요리도 원없이 한다. 이젠 실패도 없고(전적으로 유투브 덕분이다), 엄마가 해준 것보다 내가 해 먹는 게 낫다고, 생각(만 하고 엄마한데 말은 안)한다. 이번 기회에 더 건강해지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밀가루를 끊고 있는데, 밀가루 생각나는 것만 빼면 괜찮......기는 개뿔, 밀가루 없는 삶은 나를 피폐하게 한다. 



 이러고 있다. 파스타 면 없는 봉골레 ㅋㅋ. 면을 못 먹는다는 초조함에 탐욕스럽게 들어간 바지락이랑 마늘 양 좀 보소. 밥 반찬으로 먹음. 맛있는데 서글펐다. 


 배터지게 먹었으니까 책읽으면서 소화나 좀 시켜야지. 


 대참사.jpg. 이미지를 처음 넣어 봐서, 크기 조절을 못 하겠어요! ㅋㅋㅋㅋ 요즘 이 4권을 같이 읽고 있다. 일관성, 책을 읽는 사람의 관심사 따위는 드러내지 않는 잡식성 독서다. 암호화폐의 원리와 철학을 요만큼은 배웠고, 이야기를 그렇게 잘 쓰는 소설가도 밤마다 야식에 대한 유혹에서늘 늘 패배한다는 것을 보고 안도했으며, 드디어 국제 뉴스에 나오는 시아파와 수니파에 대해서 아는 척할 수 있게 되었으며, 금리 공부하면서 뭔가 나도 이제 어른이다 어깨 으쓱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 나는 잘 살고 있지만, 빨리 종식되기를 바란다.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고 있고, 벚꽃도 몸풀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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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3-22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찌찌뽕 ㅋㅋㅋ 저 방금 와인 안주 사진 올렸는데 얼음장수님도 요리 사진을 ㅋㅋㅋ
그나저나 얼음장수 님 저하고 독서 취향 진짜 다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음장수 2020-03-22 21:13   좋아요 0 | URL
제가 하는 가장 가치 있는 생산 활동입니다!
제 꿈이 50살에 책방 사장하면서 세계 일주 다니는 거에요. 일단 부자가 좀 되야겠어서... ㅋㅋ 부자되면 다시 문학으로.... 흑흑
 
신뢰 이동 - 관계·제도·플랫폼을 넘어, 누구를 믿을 것인가
레이첼 보츠먼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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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차 산업 혁명은 내가 태어나기 전이었다. 감흥이 있을 리 없다. 3차 산업 혁명 역시 감흥을 느끼기에는 내가 너무 어렸다. 4차 산업 혁명은 다르다. 좀 컸고, 그만큼 좀 안다. 알면 알수록 빠지게 되고, 궁금해서 미치겠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읽으려고 애쓴다. 4차 산업 혁명 때문에 '내 일'을 걱정하는 인간이 아니라, 4차 산업 혁명 덕분에 '내일'을 기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공부한다. 그래서 리뷰랄 건 없고, 복습 삼아서 갈무리한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기로 결정한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와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선출된 결과는 역사상 가장  '신뢰 이동현상이 나타났다는  번째 증거이다이제 신뢰와 영향력은 엘리트 집단과 전문가정부 당국보다는 가족과 친구동료심지어 낯선 사람 같은 '사람들'에게로 향한다개인이 기관보다 중요하고개별 고객이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브랜드를 정의하는 시대다. - 18

 

그는 하버드 대학교에   지원했지만매번 고배를 마셨다.(같은 대학에  번이나 지원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중략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마윈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KFC 중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도 지원했습니다. 24명이 지원했는데 23명이 붙었어요 하나만 떨어졌지요." - 39

 

신뢰는 건축물이 아니고악수나 계약서 이외에 물리적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닌데도 신뢰를 설명할  쌓는다거나 무너진다는 표현을 쓴다. - 43

 

트러스트패스는 신뢰 문제를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수익 면에서도 알리바바에 돌파구가 되었다트러스트패스 인증을 받은 판매자는 인증을 받지 않은 판매자보다 주문 문의를 평균 6  많이 받았다이는 알리바바에 소규모 업체에도 비용을 청구할  있는 완벽한 근거가 되었다. - 52

 

입소스의 여론조사가 처음 실시된 1983년에는 응답자의 85퍼센트가 성직자가 진실을 말한다고 믿었다당시 성직자는 가장 신뢰받는 직업이었다그러나 2016 1 성직자에 대한 신뢰도는 18퍼센트나 떨어져서 가장 신뢰받는 직업 8위로 하락했다쉽게 말해오늘날 평범한 영국인은 버스나 슈퍼마켓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이 고해실의 성직자보다  진실을 말할 거라고 믿는다는 뜻이다. - 80

 

"페이스북에 브렉시트 승리를 기뻐하는 분을 찾는다고 올렸습니다그러나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페이스북 알고리짐이 그가 관심 없을 거라고 가정한 정보를 필터링했기 때문이다. "필터 버블이 강력해지고 페이스북 커스텀 서치가 확장된 탓에  나라 국민의 절반 이상이 기뻐하고 있을 텐데 저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고 싶어도 그런 사람들을 찾을 수조차 없었습니다." - 87

 

블라블라카는 돌아보면 황당할 정도로 단순한 해결책을 실행에 옮겼다. 2011 온라인에서 선불로 결제해야 하는 기능을 도입한 것이다승객이 예약하면 곧바로 비용 청구서가 나왔다선불로 예약이 이뤄진 덕분에 차에서 현금을 주고받는 어색한 상황이 사라졌다그리고 취소율이 35퍼센트에서 3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졌다이를 계기로 블라블라카는 본격적으로 도약했다온라인 결제로 신뢰 방해물이 제거된 것이다. - 107

 

"캘리포니아롤이 주는 교훈은 단순하다사람들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원하지 않는다친숙한 것을 다르게 표현한 것을 원한다." (중략애플의 유명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가 말하길자신은 "이상하게 친숙한 것을 구축하는 목표를 둔다고 했다. - 110

 

런던에 사는 사람이 뉴욕에서 머물 곳을 위해 에어비앤비를 처음 방문했더라도 바로 뉴욕을 검색하지 않고 우선 런던부터 검색한다는 것이다다음으로 집에서  가까운 가량 캄덴 같은 동네를 검색한다앤틴은 말했다. "그리고 검색한 결과 뜨는 지도를 보고는 '알겠다여기는 우리  근처네저기 강가에 있는 집이구나원하면 이런 데서 묵을  있겠군이제  잡았어아하'라고 생각합니다대개 이런 순서죠." (중략사람들은 이미 아는 것을 신뢰하지만 안다고 생각하는 그러니까 실제로는 완전히 새로운 대상이지만 이상하게 친숙해 보이는 대상도 신뢰한다에어비앤비는 이를 영리하게 활용해 성공했다. - 116

 

대개는 경이로워한다그러다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난다 킬로미터쯤 달리면  경험이 이내 평범해지고 지루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컴퓨터가 대신 운전하는 차를 타는 경험은 그렇게 신나는 일이 아닌 것이다래스롭은 오히려 사람들이 졸까  걱정된다고 했다. '사람들이 자율주행차를 타고 잠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것이 래스롭의 가장  걱정거리였다. - 122

 

자율주행차의 궁극적인 성공 자율주행차를 타는 것이 일상이 되는 상태는 공학 기술의 성공의 좌우되지 않는다자율주행 기술이 작동하는 방식을 사람들이 이해하는지 여부도 중요하지 않다. (중략우리는  기술을 통해 실제로 무엇을 얻을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 124

 

특히 오늘날 책임 문제는 매우 복잡해졌다플랫폼이 직접 자산을 보유하거나 제공업체를 고용하지 않고도 유명 브랜드의 서비스를 제공할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우버는 세계 최대의 택시 회사이지만 차량은  대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알리바바는 기업가치를 최고로 평가받은 소매업체이지만 창고가 없다에어비앤비는 세계 최대의 숙박업체이지만 부동산이 없다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칼라마주 총격 사건 같은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에 관한 질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 146

 

페이스북의 데이터 과학자  퍼렐은 "어느 한순간에 어느  페이스북 이용자는 페이스북에서 실시하는  가지 실험의 피험자가 된다."라고 말했다. - 167

 

"제가 주목한 부분은 지난 40년간 세계적인 마약과의 전쟁으로 짓밟히고 타락한 불법 마약 거래 시장의 체질이 기술에 의해 개선된 측면입니다사실 마약 사용자와 마약상처럼 '믿을  없는부류신뢰할 만한 사람이라는 평판을 듣지 못하는 부류는 많습니다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폭력 없이 신뢰를 기반으로 자율적으로 규제되는 시장을 구축할  있었을까요?" 마틴은  집행기관과 경찰이 다크넷 때문에 크게 놀란  같다고 말했다. "범죄자들이 어떻게 위험한 물건을 파는 평화로운 공동체대체로 순조롭게 굴러가는 공동체를 만들  있는지 목격한 겁니다." - 220

 

"마약 거래에서 중요했던 개인적인 신뢰가 평점이나 평가로 대체되는 것이지요이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변화입니다." - 223

 

암호화 시장의 판매자들은 이왕이면 깨끗한 이미지로 비춰지려고 노력한다개중에는 로고와 슬로건을 내걸고 브랜드 메시지를 요란하고 선명하게 전달하는  판매자도 있다. "저희는 당신에게 관심이 있습니다." "저희는 고객 만족을 중시합니다." 사실 다크넷의 마케팅 전략은 일반적인 상품의 마케팅 전략과 상당히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대량 할인도 있고로열티 프로그램도 있고하나 사면 하나를 덤으로 주는 행사도 있고, '한정 상품'이나 '금요일 마감같은 마케팅 기법으로 매출을 올리는 예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 225

 

나는 호텔에 투숙할 때는 욕실 바닥에 수건을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에어비앤비로 구한 집에 게스트로 머물 때는 수건을 떨어뜨릴가봐 조심해서  번도 그런 적이 없다왜일까호스트가 나를  평가하고  평점이 앞으로  예약 요청이 다른 호스트들에게 수용될지 여부에 영향을 미칠  있기 때문이다온라인 신뢰 장치가 어떻게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있는지 보여준다. - 228

 

하지만 이런 식의 조작이 판치는 것도 여기까지다이미 허위 평가를 발견해서 삭제하는 기계 학습 시스템이 개발됐다코넬 대학교 연구팀에서 평가 스팸을 찾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트립어드바이저에 올라온 시카고 호텔들에 대한 평가 800개를 대상으로 진행된 테스트에서 허위 평가를 90퍼센트에 가까운 정확도로 찾아냈다반면에 코넬 대학교의 인간 피험자들은 허위 평가를 50퍼센트 정도밖에 찾아내지 못했다. - 236

 

전자 상거래는 물론이고 다크넷에서도 평판이 전부다. - 238

 

이런 시스템에서는 개인의 쇼핑 습관 같은 무해한 요소가  사람의 특성을 측정하는 기준이 된다알리바바는 사람들이 구입하는 제품의 유형에 따라 사람들을 평가한다고 인정했다. - 245

 

결국  제도에서  개인의 점수는  사람이 온라인 친구들과 직접 접촉하지 않아도 친구들이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좌우된다온라인에서 연결된 누군가가 중국 체제에 막대한 부담을  상하이 증시 폭락에 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개시하면  사람과 연결된 사람들의 신용점수는 함께 떨어질 것이다일종의 연좌제다. - 248

 

우버 평점은 2016 3월에 출시된 앱이자 인간을 위한 옐프에 해당하는 피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인간관계 평가 앱인 피플에서는 이웃이든 상사든 교사든 배우자든 심지어 예전에 만난 이성친구든우리가 아는 모든 사람에게 평점과 평가를 매길  있다. - 260

 

중국의 이른바 '신뢰 계획' 조지 오웰의 <1984> 파블로프의 개가 결합된 상황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 264

 

우리는 중국의 사회신용제도 신용점수를 인생 점수로 확장하는 제도에 다가가고 있으면서도 그러는  모른다이제는 사진음악영화우정돈까지  디지털화됐다그리고 현재 신분과 평판을 디지털화하는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 - 275

 

모리는  논문에서 우리가 무생물을 받아들이고 공감하는 정도가 인간과 비슷한 대상일수록 높아지는 기제를 설명했다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선이 있다인간과 거의 흡사하면 우리에게 불안을 넘어 혐오감까지 불러일으킨다그는 인간과의 유사성이 이처럼 섬뜩한 수준을 뛰어넘어 극단적으로 인간성에 다가가면 다시 긍정적인 감정으로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 301

 

흥미롭게도 실용적인 과제를 보조하는 봇과 로봇은 주로 여성이다로봇은 외모 면에서 유독 사랑스럽고 어린애같은 모습이 많다. - 304

 

바다   킬로미터 아래 닿을  없는 밑바닥에 떨어졌지만  화폐의 가치에 대한 섬사람들의 믿음이 이렇게 크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그리고 이것이 바로 신뢰다. - 321

 

실제 '' 페이  자체가 아니라 누가 페이를 소유하는지에 관한 집단의 합의였다. -322

 

국토의  78퍼센트가 미등록 상태인 가나에서는  주인이  앞에 내건 " 집은 매물이 아닙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흔히   있다대개의 경우이는 주인 있는 집이라고 알리는 유일한 방법이다. - 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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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932048.html?fbclid=IwAR0enllE7Ns0bb6l-TCHAtaN1COxBe-NWbhzohm8hGB2hnDFAKseLJLiYuM


한겨레에 실린 사회역학자 김승섭 교수와 사회학자 윌리엄스 교수의 대담이다. 길지 않아서 금방 읽을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대목들,

 

하지만 실제 그 사회가 평등한지는 다른 문제다. ‘원칙 실행의 간극’(principle implementation gap)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모든 흑인이 자신이 원하는 지역에서 집을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95% 넘는 사람이 그렇다고 답하지만 집주인이 상대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집을 팔지 않는 것을 금지하는 법에 찬성하느냐고 물으면 65%그렇다고 답한다. 주거 뿐 아니라, 많은 영역에서 인종 차별 금지 원칙에 찬성하는 것과 모든 사람이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정책을 지지하는 것 사이에는 대부분 30%가량의 차이가 존재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민자들과 의미 있는 교류를 하는 집단은 다른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인구의 거의 50%가 이민자인 런던에서는 브렉시트에 찬성한 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매우 낮게 나왔다. 이민자들과 자주 만나는 사람들일수록 그들이 끔찍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당시 여러 도시에서 진행된 연구를 보면 정해진 시간마다 혈압을 측정했을 때, 낮 시간에 젊고 건강한 흑인과 백인의 혈압의 차이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밤에 잠을 잘 때면 백인의 혈압 감소폭이 흑인보다 더 컸다. 밤에도 흑인의 혈압이 많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하는 긴장감에 따른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다. 마치 잠이 들었을 때도 온전히 긴장을 놓지 못하고 한쪽 눈을 뜨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최근에는 낮에 차별을 경험한 흑인들의 경우 밤에도 혈압이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나왔다. 차별적인 환경은 삶의 모든 시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의 일부 지역에는 흑인이 폭력적이고 위험하다는 부정적 고정관념이 널리 퍼져있다. 이런 고정관념은 별다른 생각을 할 여유 없는 급박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흑인에 대한 편견을 가진 경찰은 눈 앞에 있는 흑인이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자신을 위협한다고 생각하고 총을 쏘는 과도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백인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려고 하면 지갑이라고 인식하지만 흑인의 경우는 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도 있다.

 

내가 타인을 차별할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나는 한번도 누군가를 차별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야말로 차별적인 행동을 하기에 최적화된 사람일 수 있다.

 


 

소수자 관련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태도는 자신이 어떤 영역에서는 소수자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말이 기억난다. 머리가 환해지는 기분이었다. 한국의 30대 전문직 남성이 미국에서는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조자 생각하지 않겠지만) 소수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회사에서 흡연을 하지 않아서 소수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정치적 입장에 따라 소수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이성애자가 동성애자 클럽에 가면 소수자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요는, ‘스스로의 소수자 가능성에 대해 늘 열려 있어야, 자신이 주류적 위치에 있을 때 소수자를 배제하고 차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에 있지 않을까. 코로나 시국에서 유럽에서 들려오는 인종차별 뉴스에 분개한다면, 적어도 한국에 있는 중국인들에 대한 마녀사냥식 태도는 스스로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아마도 한국인을 조롱하는 유럽인 뉴스에 분개하는 사람과 국내의 중국인들에 대한 마녀사냥을 하는 사람은 동일인일지도 모르겠다. 맞다면, 역설은 참 비극적인 모양으로 현실에서 튀어 나온다.


  

그나저나 김승섭 선생님은 글만큼이나 인상도 정말 따뜻하다그의 글에서 느꼈던 온기가 떠오른다.

코로나 시국에 출간된 그의 책 2권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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