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그물 창비시선 451
최정례 지음 / 창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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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덕을 내려가고 있었고/ 너는 언덕을 올라오고 있었다​(...)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서로 모르는 사이처럼 지나갔다 (뒷모습의 시, 일부) 좋은 시를 많이 읽고 싶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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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47
임승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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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알고 싶고 조금 더 자주 읽고 싶은 시집. 제목이 주는 끌림과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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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올지 모를 희망 말고 지금 행복했으면 - 모든 순간 소중한 나에게 건네는 헤세의 위로
송정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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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같은 시간을 산다. 표면적으로 보면 그렇다. 가만히 서로의 속 사정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누군가 과거를 살고 누군가 오지 않은 미래에 붙잡혀 산다. 딱히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거니까. 하지만 과거와 미래를 사는 이들 대부분은 즐겁거나 행복하지 않다. 내 주변에서도 그렇다. 어떤 이는 대화를 할 때마다 부족했던 과거에 속상해하고 어떤 이는 노후만 걱정한다. 그들에게 송정림의 『언제 올지 모를 희망 말고 지금 행복했으면』을 건넨다면 이게 뭐냐는 표정을 지을지도 모른다.


누구나 행복을 원하지만 정작 행복에 대해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내가 누구와 있을 때 행복한지, 나를 아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러니 우선 나를 보자. 친구 하나는 남들을 부러워한 했던 시간이 많았다고 했다. 친구와 대화를 나누면서 타인처럼 사는 게 아니라 나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친구는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이 나이에 알게 되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내 인생을 타인에게 묻는 일은 의미 없다. 나는 내가 잘 안다. 내 안에 내 담당 코치가 있다. 나에게 묻고 나에게 맞는 목표를 정하면 된다. 타인에게 내 꿈을 기대는 것도 부질없다. 스스로 꿈을 세우고 그 꿈을 향해 걸어가면 된다. (45쪽)


웹소설 연재를 마친 저자처럼 뭔가 도전하는 일은 누군가 강요해서 될 수 없다. 내가 원해서, 내가 스스로 찾아야 가능하다. 나이를 먹으면서 좋아하는 일도 줄어들고, 하고 싶은 일들도 줄어드는 걸 느낄 때 서글퍼진다. 대신에 욕심이 줄어들고 마음이 넓어지면 좋으려만 그도 아니니까. 그럴 때 나무나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 자리에 변함없이 존재하는 것들이 주는 위로와 힘이 크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을 갖게 된다. 저자의 이런 문장에 깊이 공감하며 나를 추스른다.


사람은 떠나도 자연은 거기 그대로 있다. 자연은 언제나 시린 마음에 어깨를 내줄 준비를 하고 있다. 자연에 위로받기 위해서는 자연을 느끼는 힘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93쪽)


헤세의 문장을 따라 그것이 주는 울림과 사색을 자신의 생각과 일상에 접목시킨 저자의 글은 움츠린 모두를 응원하고 다독인다. 때로 알 수 없는 분노로 스스로를 자책하고 헤매는 이에게 그 마음속을 가만히 들여다본 적이 있느냐고 묻는다. 가장 중요한 게 나의 마음이라는 걸 알면서도 사실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돌본 이가 몇이나 될까.


나의 과거, 현재, 미래를 결정하는 모든 것. 나를 이루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마음이다. 내 마음은 결국 나만이 알 수 있다는 말은 나의 길은 나만이 정할 수 있다는 말. (138~139쪽)


그 숱한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힘들었을 시간들. 사랑, 연민, 괴로움, 슬픔, 분노, 질투, 시기, 미움, 그 모든 것의 시작 또한 나의 마음일 것이다. 살면서 점점 나를 아는 게 힘들다. 그러니 뒤늦게 나를 돌보느라 상대에게 소홀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나의 마음부터 어루만지고 안아주는 게 필요하다고 느낀다. 어쩌면 이런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많아지는 게 나이 듦의 지혜일지도 모른다. 늙음은 피할 수 없으니 그 늙음에 대한 기대를 갖는 일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아니,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게 삶이니 충분히 기대할만하다.


더 넓어진 마음으로 사람을 사랑하고 더 깊어진 생각으로 인생을 바라보고 더 맑은 시선으로 세상을 대하는 일, 그게 나이를 먹는 일이라면, 늙음은 더 이상 슬픈 일이 아니다. (267쪽)


모두가 언제 올지 모를 희망 말고 지금 행복했으면 좋겠다. 현재를 사는 인생, 나를 사는 인생, 그것이 주는 기쁨과 행복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주변의 가족과 친구의 지금을 응원하고 사랑하는 일, 우리가 누리고 해야 할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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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는 마음
김유담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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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돌봄은 같은 것일까? 상대가 나를 사랑한다는 건 알겠지만 돌본 적은 없었다는 느낌, 돌봄을 받으면서도 그 행위에 사랑이 담겼다고 확신할 수 없었던 순간들이 있다. 사느라 항상 바빴던 엄마와 입원한 나를 간병했던 작은 엄마를 통해서다. 어쩌면 사랑과 돌봄은 별개의 것인지도 모른다.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게 중요하다.


김유담의 소설집 『돌보는 마음』에 수록된 10편의 이야기엔 다양한 세대의 여성이 등장한다. 돌봄을 받고, 누군가를 돌보며 살아가는 여성을 통해 삶과 돌봄의 변화를 생각한다. 돌봄이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은 출산과 육아 때문이다. 아이를 낳는 일을 그렇지만 키우는 일은 다르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여성에게 돌봄을 강요한다.


표제작 「돌보는 마음」은 마흔이 넘어 출산 한 미연이 복직을 위해 베이비 시터를 구하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미연은 주어진 육아휴직을 다 쓸 수 있지만 경력 단절로 이어질 뻔한 결말을 알고 있다. 고액을 지불하고 베이비 시터를 구했지만 믿을 수 없어 CCTV로 확인한다. 베이비 시터의 잘못된 행실을 알고도 자신이 아이를 돌보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갖고 있다. 왜 미연은 그래야만 하는가.


미연처럼 엄마가 되면서 부여받은 혼란스러운 돌봄 의식은 아이를 낳은 산모들이 같은 공간에서 겪는 감정을 다룬 「조리원 천국」, 육아의 도움을 얻기 위해 친해진 이웃에게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들려주는 「내 이웃과의 거리」, 사고로 아이를 잃은 직장동료와의 재회를 그린 「연주의 절반」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똑같이 아이를 출산했지만 모유 수유로 엄마의 능력을 구분하고 직접 이유식을 만들고 최저가 소비를 위해 잠을 줄이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최선을 다했지만 사고로 아이를 잃자 모든 책임은 엄마에게 돌아온다.


돌봄은 엄마로 대표되는 여성이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 모두에게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엄마이자 며느리에게로 이어진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외할머니를 간병하는 「대추」속 며느리, 결혼 후 주말을 시댁에서 지내는 게 마땅하다는 「안(安)」속 화자의 시어머니와 큰 엄마는 모두 며느리의 역할을 강조한다.


「대추」의 할머니는 외손녀인 ‘나’가 사간 대추는 외면하고 외삼촌이 팔아버린 자신의 집 대추나무 대추가 먹고 싶다고 한다. 손자인 ‘영석’은 흔쾌히 그 대추를 가져다주겠다며 남의 집 대추를 훔친다. 그러나 영석의 마음엔 할머니가 빨리 돌아가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할머니를 간병하는 며느리인 엄마를 위해서 말이다.


「안(安)」의 ‘윤미’는 바쁜 엄마를 대신해 어린 시절 큰엄마의 돌봄으로 자랐다. 그런 큰엄마의 부고에 놀랐고 담담한 사촌 새언니가 서운하다. 시댁을 위해 희생한 큰 엄마의 삶이 정답이 아니라는 걸 성장하면서 느끼고 결혼 후 절감하면서 ‘윤미’는 딸과 며느리에 대한 차별이 아무렇지 않은 시모가 불편하다. 그게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남편 ‘공’도 마찬가지다.


공의 할머니가 공의 어머니에게 물리고, 공의 어머니가 내게 물리는 삶. 그러면서도 요즘 여자들은 옛날에 비해 팔자가 늘어졌다는 평가를 윗세대 여성에게 받는 삶……. 그것은 대물림이라기보다는 ‘되물림’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지 않나. 아니면 되풀이나 되갚음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 「안(安)」, 48쪽)


가족을 돌보느라 희생하고 정작 자신의 삶을 돌보지 못한 여성의 삶은 우리네 이야기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삶이 변화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여성에게 돌봄과 책임을 부여하고 돌봄 노동을 인정하지 않는 것일까. 지금껏 다양한 세대의 여성에게 돌봄은 받은 사회가 이제는 그들에게 돌봄을 돌려줄 때다. 소설을 읽으면서 더욱 분명해졌다. 적극적인 제도의 도입과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걸. 사랑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돌봄이 이토록 어렵단 말인가. 답답한 마음이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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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4-25 1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개인의 헌신에 돌봄을 맡기는 전통적인 사회는 아닌데... 최소한 사람답게 존중받는 것에 관심을 둔다면 우선순위가 달라질텐데요.ㅠㅠ 저도 답답한 마음입니다.

자목련 2022-04-27 08:50   좋아요 1 | URL
어쩌면 앞으로는 스스로를 돌보는 사회가 될 것 같아요. 그래서 두렵기도 하고요
그에 따른 제도와 정책이 균형을 이루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바라;봄 - 정신과 의사의 일상 사유 심리학
김건종 지음 / 포르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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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마주하는 물건과 풍경이 어느 순간 감동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매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거기 그 자리에 항상 존재하는 게 대단하게 느껴진다. 타자는 변한 게 없고 내가 변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생각이 변하는 순간은 어떻게 오는 걸까.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공부를 해야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상의 사유는 쉬운 듯 보입지만 어렵고 힘들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김건종의 에세이 『바라;봄』은 그런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사유를 전한다.


그가 바라보는 것들을 함께 보고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는 순간 조금씩 사유가 확장되는 걸 느낀다. 아마도 이 책을 만난이라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이라는 직업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그가 사물과 사람을 향한 시선은 따뜻하면서도 다정하다. 살피고 이해하고 사랑하고 알아보고 바라보는 모든 것들은 그의 개인적인 일상이면서도 우리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 깊게 공감한다.


병원을 찾는 이들을 상대하며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 두 아들을 키우며 경험하는 것들, 산책을 하고 바다를 보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포착한 순간을 기록한 담담하면서도 솔직한 문장이 치유로 다가오는 건 그가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을 하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가로수’를 시작으로 마지막 ‘흉내’까지 사물을 바라보고 단어를 바라보고 행동을 바라보며 기록한 문장은 일기처럼 은밀하면서도 안내처럼 꺼릴 게 없다. 그가 바라본 것들의 어느 하나를 꼬집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하고 좋다. 특히 주택을 손질하며 두 아들과의 지내는 일상이 허물없이 다가온다. 사고가 성장하는 큰아들과 나누는 대화, 활동량이 많은 작은아들의 모습을 보며 추억하는 어린 시절의 기억.


넘치는 생을 마음껏 낭비할 수 있는 부유한 시간을 아이는 살고 있구나. 우리 모두가 한때 누렸던 순수한 과잉의 기쁨. 오로지 놀이 속에서 어른들도 잠깐씩 이 순간으로 되돌아온다. (「날뛰다」, 중에서)


있는 그대로 감정을 표출하는 아이를 통해 그 시간이 아이에게 얼마나 빛나고 아름다운 순간인지 알게 된다. 코로나로 인해 밖이 아닌 안으로 파고들 수밖에 없는 아이들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이 함께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언제나 나를 매혹시키는 뒷모습에 대한 그의 사유는 나의 뒷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내가 볼 수 없는 나의 마음을 누군가 알아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까지도.


뒷모습은 준비할 수도 없고, 조절할 수도 없고, 꾸밀 수도 없다. 항상 활짝 열려있어서 얼굴 표정처럼 닫을 수도 없다. 팔다리 휘둘러 방어할 수도 없다. 말이 없기에 침묵의 온도가 느껴지고, 표정이 없기에 온몸이 말하고, 무력하기에 오히려 존재 자체가 오롯이 떠오른다. 우리가 한 사람의 본질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이다. (「뒷모습」, 중에서)


쉽고 친근하게 읽다가도 이런 부분에서는 감탄하고 그의 상담실에 입장한 기분이 든다. 고민하고 걱정하던 것들이 사사로운 감정에 불과하며 앞으로 주어진 삶에 충실해야 한다고 전하는 강한 어조가 들린다고 할까. 삶의 균형을 잡는 건 얼마나 어려운가. 죽음을 생각하면 한없이 감사한 삶이라는 걸 알면서도 정작 그것을 잃어버린 채 살아간다.


한 눈으로는 변화를 추구하면서 다른 한 눈으로는 영원히 바뀌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한 눈으로는 우리가 내일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수용하면서 다른 한 눈으로는 오 년이고 십 년이고 살 것처럼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렇게 얼굴에 나란히 자리한 두 눈으로 우리는 정반대의 세계를 보며, 그 모순의 관계 속에서 삶의 균형이 지탱된다. (「양안」, 중에서)


내가 두 눈으로 보는 것들은 얼마나 정확할까. 때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건 아닐까. 무언가를 바라봄에는 그런 고찰도 필요할 것이다. 바라볼 수 있다는 게 당연한 게 아니며 감사할 일이라는 사실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볼 수 있는 것들을 언제라도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당연하게 맞이한 오늘이 누군가 간절하게 바란 내일이라는 것처럼. 현재의 순간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전하지 않더라도 기억해야 한다.


피어나는 것들은 다 그렇다. 불꽃도, 향기도, 웃음도, 홍조도, 사랑도, 그렇게 잠깐 제 몸을 태워 빛을 내고 스러진다.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 피어나기에 애달프다. 그래서 소중하다. (「피어나다」, 중에서)


보통의 일상이 주는 기쁨을 만끽하면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사유가 가득한 책이다. 복잡하고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주변을 둘러보면 어떨까. 그리고 마주한 풍경과 눈을 맞춰봐도 좋을 봄이다. 저자가 바라본 사물과 단어를 따라 그에 따른 나의 시선을 기록해도 좋을 것이다. 하나를 바라보는 각자의 시선은 저마다 다르고 그것들은 모두 고유하고 특별하고 소중하다. 이 봄을 바라보는 나만의 바라봄을 간직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으로 남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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