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추위를 뚫고 성탄절 예배를 드리고 왔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차량을 기다리는 시간이 그러했다. 평소의 주일과 다름없이 제 시각에 나와 차량 봉사를 해주시는 분을 기다렸다. 추우면 얼마나 춥겠나 싶었는데, 어이쿠 정말 추웠다. 추위에 제법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상한 건 항상 오시는 시각이 지나도 차가 보이지 않았다. 조금 더 기다리다 연락을 드렸더니 시동을 걸고 계시다고 하셨다. 그래서 금방 오시겠지 싶어 아파트 입구 계단에서 기다리는데 그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다. 뒹구는 낙엽은 소리까지 동반하며 바람의 세기를 전해주었다. 그 와중에 만난 고양이. 평온해 보였는데 내 착각일까. 아무튼 오늘따라 장갑도 끼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귀까지 아팠다.





드디어 도착한 차에 올라타서 어젯밤 추위에 방전이 되었다며 미안해하셨다. 그분은 어젯밤 새벽 송을 돌았다고 하니 피곤함도 크셨을 텐데. 누군가의 봉사의 마음을 받아 나는 안전하고 따뜻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하늘에서는 눈이 날리기 시작했다. 쌓일 것 같지는 않았고 바람 따라 어디론가 착지할 곳을 찾아 달아나는 눈처럼 보였다.


성탄 예배에는 귀여운 아이들의 율동이 있었다. 예전처럼 크리스마스이브 행사를 하지 못하는 아쉬움일까. 사실 이 시골에는 아이들이 귀하다. 단상에 올라온 네 명의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 율동을 하는 모습이 정말 예뻤다. 항상 유아실에서 예배를 드리는 아이들이라 누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모두 키가 훌쩍 자라있었다. 건강하게 크는 아이들이 보배라는 걸 조금 알 것 같은 순간이었다. 작은 선물을 받고 과자로 채워진 선물 가방을 끌다시피 하며 내려오는 아이들은 모두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매년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지만 작년과 올해는 더욱 남다르게 느껴진다. 코로나로 인해 예배를 드리는 분들이 적었지만 그래도 서로를 축복하는 마음은 한결같았다. 메리 크리스마스, 이 말이 참 따뜻하고 포근했다. 친구와 나누는 크리스마스 인사도 마찬가지다. 뜸했던 이들에게도 크리스마스를 핑계로 인사를 건넬 수 있고 그동안의 사정도 들을 수 있으니까. 친구 하나는 오늘 생일이다. 음력으로 챙기는데 올해는 예수님과 생일이 같다.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는 연락을 취하면서 모임의 언니의 사고 소식도 들었다. 교통사고로 병원에 있다고 했다. 많이 다친 건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된다.


하루를 맞는 일도 감사하고 매년 크리스마스 인사를 전할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하다. 모두 서로에게 감사를 전하고 축복하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냈으면 한다. 건강한 크리스마스는 물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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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12-25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추운가요?
저는 춥기도 하건와 이틀 연속으로 교회를 갈수있을까 싶어
오늘은 인터넷으로 드리고 내일은 교회를 나서 볼까 생각중이었는데
어이쿠 하셨다니 내일도 인터넷으로 드려야하나 고민되네요.ㅋ
중국 어디는 영하 48도라는군요. ㅠ

자목련 2021-12-27 10:45   좋아요 1 | URL
어제, 주일은 성탄절보다는 덜 추웠어요.
말씀처럼 이틀 연속으로 예배를 드리니 주일인데 주일 같지 않았다고 할까요. ㅎ
오후부터는 날이 풀린다고 하니 다행인가 싶어요.
스텔라 님, 건강한 한 주 시작하세요^^

프레이야 2021-12-25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일은 더 추워진다고 하네요. 건강 조심하세요^^

자목련 2021-12-27 10:45   좋아요 2 | URL
겨울은 추워야하는데, 올해는 유독 추위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프레이야 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2021-12-26 2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해가 지고 눈이 날릴 때 밖에 나갔다 오다가 길고양이 만났어요 길고양이가 따듯한 곳을 찾아갔기를 바랐습니다 여전히 추운 날이네요 자목련 님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자목련 2021-12-27 10:46   좋아요 2 | URL
희선 님도 길냥이를 만나셨군요. 저 고양이는 아파트에 어딘가에 집이 있는 듯해요.
보내주신 편지 잘 받았습니다. 항상 받기만하네요.
따뜻한 월요일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12-27 1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 이 케잌 좋아하는데...^^
한해 잘 마무리하시고 복된 새해 맞이하세요~

자목련 2021-12-28 08:59   좋아요 1 | URL
심하게 달지 않고 맛난 케익지요.
그레이스 님도 건강하고 행복한 연말 보내세요^^
 
도서실에 있어요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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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삶에 완벽하게 만족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어쩌면 만족 같은 것 생각하지도 못하고 그냥 살아갈지도 모른다. 원하는 삶은 이게 아닌데, 하면서 말이다. 그럼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 생각하고 나가면 되는 거 아닐까. 알다시피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왜 이리 삶은 어렵고 버거울까. 소설에서도 마찬가지로 아오야마 미치코의 소설 『도서실에 있어요』 속 인물들의 현실적인 고민도 우리네 사정과 너무도 비슷하다.


사실 제목의 ‘도서실’이라는 단어 때문에 궁금한 소설이었는데 기분 좋은 답을 들은 것 같다고 할까. 도서실에 무엇이 있다는 걸까. 도서실의 비밀 같은 걸까. 도서실에는 사서가 있었다. 책을 찾는 이에게 추천도서 목록과 함께 양모 펠트로 직접 만든 부록을 건네주는 이상한 사서 고마치다. 문화센터의 역할을 하는 '하토리 커뮤니티 센터’에 강의를 들으러 오거나 그 안의 도서실을 찾는 이들의 사연을 들려준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도서실에 찾아오는 이들의 고민과 마치 그것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듯한 고마치의 부록에 대한 따뜻하고 정겨운 이야기다.


지방을 떠나 도쿄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여성복 판매원으로 목표도 꿈도 없이 하루하루를 사는 도모카, 앤티크 잡화점을 꿈꾸면서 직장을 그만두지 못하는 가구업체 경리 료, 아이를 낳고 일찍 복귀했지만 잡지 편집이 아닌 다른 부서로 발령을 받아 일과 육아로 지친 나쓰미, 그림을 잘 그려 전공까지 했지만 구직은 어려운 현실에 속상한 백수 히로야, 유명 과자 회사에 다니다 퇴직 후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몰라 무기력한 마사오까지 평범한 이들이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거나 간절함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그들의 마음을 더 잘 알 것 같아 안타깝다. 그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찾은 도서실에서 사서 고마치를 만나고 그녀가 건네는 부록을 받는다. 컴퓨터를 배우러 온 도모카는 그림책과 프라이팬을, 여자친구를 따라 강습회에 온 료는 식물에 대한 책과 고양이 인형을, 주말에 아이와 함께 온 나쓰미는 별자리 책과 지구본을, 엄마의 심부름으로 프리마켓에 왔다 도서실에 들른 히로야는 자연 도감 비슷한 책과 비행기를, 바둑을 배우로 왔다가 관련 책을 빌리러 온 마사오는 시집과 게를 받았다. 책과 양모 펠트 인형이라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고마치가 권해준 책 때문인지 대충 식사를 때우던 도모카는 그림책 속 요리를 직접 하기 시작했고, 료는 직장을 다니면서 여자친구와 잡화점을 열 준비를 하고, 육아와 일로 고민하던 나쓰미는 자신이 원하던 편집자로 이직한다. 료는 도감 속 사진을 따라 그리다 자신감을 얻고 커뮤니티 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마사오는 퇴직 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알게 된다. 하나같이 우리가 겪는 어려움과 같았다.


나는 그 파란 뭉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지구는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아침과 밤이 지구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찾아가는’ 것이다. 지금 나는 뭘 하고 싶은 걸까? 어딜 가고 싶은 걸까? (204쪽)


치에의 가방에서, 살아 움직일 것만 같은 게가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지금껏 줄곧 앞으로, 앞으로 걸어왔다. 인생은 세로로 뻗어 있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옆으로 걷는 풍경에는 무엇이 보이려나. (365쪽)


저마다 다른 형태의 고민이지만 결국엔 나를 움직이는 힘에 대한 계기를 마련하는 일이라고 하면 맞을 듯하다. 나쓰미와 마사오의 생각이 가장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매일 자전하는 지구처럼, 옆으로 걷는 게처럼,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내게도 ‘쿵‘ 하고 뭔가 내려앉는 순간이다.


“하지만 저는 무언갈 알고 있지도,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에요. 모두들 제가 드린 부록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죠. 책도 그래요. 만든 이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부분에서 그곳에 적힌 몇 마디 말을, 읽은 사람이 자기 자신과 연결 지어 그 사람만의 무언갈 얻어내는 거예요.” (368~369쪽)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고마치가 있지만 내면의 움직임을 알아차리는 건 자기 자신이라는 걸 깨닫는다. 우리 모두의 삶이 그렇듯이. 힘들면 잠시 멈춰도 좋고 한 걸음 떨어져 바라봐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소설이다. 인생에 있어 길은 하나가 아니고 새로운 길을 만들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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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12-24 17: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열심히 읽으시고 글도 꾸준히 쓰시는 자목련님!!
예전부터 알던 분들이 이렇게 활동하시는 모습 아주 보기 좋습니다.
올해도 수고 많으셨어요, 즐거운 성탄절 보내시기 바라고
내년에도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자목련 2021-12-25 15:58   좋아요 0 | URL
라로 님, 응원의 댓글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항상 공부하시고 도전하시는 라로 님의 일상에 감탄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날들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21-12-24 19: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메리 크리스마스 하세요♡

자목련 2021-12-25 15:56   좋아요 0 | URL
나무 님, 감사합니다.
해피 크리스마스~~
행복한 오후 이어가세요^^*
 


소설의 세계는 방대하다. 나는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세계. 소설 읽기는 그 세계로의 초대에 응하고 발을 내미는 일이다. 한국소설과 마찬가지로 몇 권의 소설을 꼽는다. 올해에 출판된 책 가운데 좋았던 인상적이었던 책이다. 잘 모르는 작가, 제목만 익숙했던 작가, 처음 만났지만 반해버린 작가. 먼저 고전이다. 읽었지만 다시 읽으니 새로운 단편, 아니 이전에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라고 할까. 캐서린 맨스필드의 단편집 『가든 파티』, 안톤 체호프의 단편집 『자고 싶다』, 넬라 라슨의 『패싱』이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여전하게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들을 생각한다. 여성의 삶, 차별과 혐오, 인간 존엄성, 마음에 대하여.













그런가 하면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것들, 그러니까 사랑을 말하는 소설들. 단순하게 남녀 간의 사랑뿐 아니라 인간 전체에 대한 사랑, 삶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하면 좋을까.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은 인간과 로봇의 우정을 그렸지만 그 안에는 인류에 대한 사랑이 있다. 먼 미래 우리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마음을 간직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윌리엄 트레버의 『펠리시아의 여정』은 추리와 스릴러를 겸비한 소설이다. 소설 속 펠리시아는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했다. 가장 기본적인 사랑, 배려, 존중이야말로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프랑수와즈 사강의 『마음의 심연』은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의 이미지, 인간의 욕구, 뜨거운 사랑을 보여준다. 미완이라 그들의 사랑이 어떻게 되었을까 그려보는 즐거움이 있다. 세 편의 장편소설은 하나같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문장, 섬세한 묘사도 탁월하다.


“너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걸 믿니? 신체 기관을 말하는 건 아냐. 시적인 의미에서 하는 말이야. 인간의 마음. 그런 게 존재한다고 생각해? 사람을 특별하고 개별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 『클라라와 태양』 중에서)












공교롭게도 나머지 소설들은 모두 한 출판사의 책이다. 세 권의 공통점은 성장소설이라는 점도 있다. 이 출판사를 내가 좋아하는 걸까. 단정 짓기는 어렵다. 아무튼 세 권의 소설이 모두 좋았다. 핍 윌리엄스의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은 단어를 수집에 사전을 만드는 이야기다. 단어, 내가 사용하는 말들의 역사라고 할까. 그 안에서 두 여성의 우정과 사랑이 아름답다. 테디 웨인의 『아파트먼트』는 반대로 두 남자의 이야기다. 지나간 시절을 추억하기에 충분한, 한 시절을 통과하는 수많은 질문과 추억. 가장 최근에 읽은 시그리드 누네즈의 『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


“이 단어들 말이에요.” 트렁크 속으로 손을 뻗어 쪽지를 한 움큼 꺼내며 내가 말했다. “이것들은 숨어들려고 나한테 온 게 아니었어요. 이 단어들은 바람을 쐬어야 돼요. 읽히고, 공유되고, 이해되어야 해요. 어쩌면 거부당할 수도 있겠지만, 기회가 주어져야 된다고요. 스크립토리엄에 있는 다른 단어들처럼요.” (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중에서)


‘사랑’만큼 이형異形이 많은 단어는 그렇게 많지 않다. 나는 그 단어가 가슴속 깊이 울리는 걸 느꼈고, 그것이 내가 지금껏 듣거나 말해본 그 말의 어떤 이형과도 다른 무언가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중에서)











소설을 읽는 일은 다른 삶을 경험하고 내면을 성장시키는 일이다. 단순한 재미와 감동을 넘어 그 이상의 사유를 안겨준다. 인간의 심연에 닿을 수 없기에 우리는 소설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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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12-21 16: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연말에는 참 이런 페이퍼 읽는 재미가 커요. 그쵸? ㅎㅎ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은 보관함에 담아두기만 했는데, 내년에는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자목련 2021-12-22 10:13   좋아요 1 | URL
맞아요, 좋은 책들이 너무 많구나 싶어요.
잠자냥 님의 페이퍼 보면 더욱 그렇고요. <평범한 인생>도 리스트에 담겼어요. ㅎ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은 잠자냥 님도 좋아할 것 같은데, 그랬으면 좋겠어요^^

scott 2021-12-21 16: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말씀처럼 소설 속 타인의 삶을 통해 내면을 성장 시켜나가고 살아 보지 못한 삶을 공감해 나가는 재미와 감동을!!
올려주신 페이퍼 속 소설
저도 🖐전부 다 읽었요 ! 뿌듯 ^^

자목련 2021-12-22 10:14   좋아요 1 | URL
스콧 님과 함께 읽은 시간이네요. 어쩜 같은 시간 같은 책을 펼쳤을지도 몰라요. ㅎ

새파랑 2021-12-21 16: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그래도 자목련님이 선정한 아홉권 중 네권(가든파티, 클라라, 펠리시아, 사강)이나 읽었네요 ㅋ 완전 뿌듯함~!! 다 제가 좋게 읽은 작품이었어요 ^^
다른 작품도 좋다고 하시니 찾아봐야겠군요~!!

자목련 2021-12-22 10:15   좋아요 1 | URL
즐겁게 신나게 책을 읽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아요!!
다른 책들도 새파랑 님께 좋은 책이길 바라요^^

mini74 2021-12-21 17: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세 권 ~ 자목련님과 세 권의 교집합이 있다니 넘 좋아요 *^^*

자목련 2021-12-22 10:17   좋아요 1 | URL
교집합에 속하는 책들이 있어 반갑고 좋습니다.
내년에도 겹치는 책이 있다면 더욱 좋겠어요. 즐거운 책읽기 이어가요, 우리!

책읽는나무 2021-12-21 18: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끄럽게도 저는 한 권도 읽질 못했습니다ㅜㅜ
편독이 심하다는 걸 또 깊이 깨닫는 시간입니다^^
눈에 익은 제목들도 보이고, 처음 보는 제목들도 보이네요. 자목련님은 한국소설 매니아라고 여겼는데 꾸준히 외국소설도 많이 읽으셨군요?^^ 역시 소설에 대한 공평한 사랑꾼이셔요ㅋㅋ
내년에도 더 좋은 소설들 많이 듣고,읽고 싶네요^^

자목련 2021-12-22 10:18   좋아요 1 | URL
에구, 부끄러운 일은 절대 아닙니다. 제가 모르는 책들을 많이 읽으셨겠지 싶어요.
세상에 책은 많고 책을 선택하는 마음도 다르고 호불호도 다르니까요.
동지, 행복하고 건강하게 보내세요^^

coolcat329 2021-12-21 2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쩜 단 한 권도 읽은게 없어요.ㅠㅠ

자목련 2021-12-22 10:20   좋아요 0 | URL
없을 수도 있지요. ㅎ
다양한 책들과 만나는 기쁨이 이 즈음 페이퍼의 즐거움 아닐까요?

희선 2021-12-22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두권밖에 못 봤네요 소설을 좋아하는데 서양이랄까 영미 소설은 잘 안 보는군요 어쩌다 한번 보는 듯합니다 어디에 살든 사람은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겠습니다


희선

자목련 2021-12-22 10:21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시대가 다르고 공간이 달라도 사람 사는 건 비슷한 것 같아요.
따뜻한 하루 이어가세요^^
 
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민승남 옮김 / 엘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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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온다는 건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방문객」의 일부)


정현종의 시 「방문객」의 일부처럼 한 사람을 알게 되는 일은 진정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와 관계를 맺는다는 일은 나를 보여준다는 일이고 나 역시 그에게 가고 있다는 뜻이니까. 그런 관계는 일생에 몇 번이나 올까. 모두와 두루두루 잘 지내는 사람에게는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한 사람을 안다는 것, 그의 일생을 지켜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며 강요하지 않고 관계를 지속하는 일, 살면서 가장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영원할 것 같은 앤과 조지의 우정이 한순간의 결별로 이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앤’과 ‘조지’는 1968년 대학교에서 만났다. 기숙사의 같은 방을 쓰는 사이였다. 앤과 조지는 비슷한 게 하나도 없었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앤, 똑똑하고 예쁘고 모든 게 완벽했다. 조지는 그 반대였다. 서로 다른 둘은 어떻게 친해질 수 있었을까. 달라서 친해졌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간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어쩌면 그 역시 평생의 과제인지도 모른다. 가까웠다가 멀어지고 서로를 그리워하는 소설 속 앤과 조지처럼.


앤이 바라던 삶은 자신과 정반대의 삶이었다. 가난하고 약자인 삶을 강력하게 바라고 원하는 앤을 조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완벽 그 자체인 부모를 원망하고 무시하는 앤이라니. 자신의 아버지처럼 가정을 버리지도 않았고 엄마처럼 폭력과 욕을 일삼 지도 않는 다정하고 친절한 부모를 왜 그렇게 싫어할까. 사실 이 궁금증은 이 소설의 축이기도 하다. 어떤 이유로 앤이 부모와 자신의 환경을 증오하고 경멸하는지 말이다.


소설은 조지의 시선으로 현재와 과거를 교차로 이어간다. 1968년 집을 떠난 홀가분한 기분, 반전시위, 인권운동, 히피, 마약에 취했던 순간들, 앤과 끊임없이 마음을 나누던 시간이 필름처럼 스쳐가고 사회적 이슈와 정치적 문제도 빠지지 않는다. 그것을 대하는 앤의 격렬하고 단호한 태도까지. 그런 이유로 때로 혼란스럽다. 그러나 결국은 ‘앤’이라는 한 사람의 이야기, 조지와 앤 둘 사이의 우정과 사랑에 대한 걸 알게 된다. 그러니까 결국은 앤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 앤이 살아온 삶에 대한 기록이다. 앤을 통해 당시 미국 사회의 복잡한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다루는 사회소설로도 읽을 수 있다.앤이 사랑한 한 남자로 인해 조지는 앤과 결별한다. 앤보다 열 살이나 많은 흑인 남자, 결별의 이유는 사소했지만 그 사소함에서 앤은 조지가 흑인을 대하는 편견을 보았다고 판단한다. 그것이 잘못된 판단이라 해도 걷잡을 수 없다. 조지는 자신만의 삶에 집중한다. 1학년을 마치고 그만둔 학교로 돌아가고 연애를 하고 가출했다 돌아온 여동생을 돌본다. 처음부터 자신의 삶에는 앤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러다 조지의 삶에 앤이 스며든다. 앤이 경찰을 죽인 사건이었다. 경찰이 남편을 과잉진압하고 폭력을 가하고 총을 쏘았기에 앤은 남편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을 총으로 쏜 것이다. 백인 여성이 경찰관을 살해한 사건, 죄를 시인하지 않고 용서를 구하지 않는 앤의 단호함. 변호를 거부하며 자신의 행동의 당당함을 주장한다. 앤은 남은 인생을 감옥에서 보낸다. 감옥에서 앤은 오히려 평온하다. 약자가 있고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앤이 감옥에 있는 동안 조지는 자신의 커리어를 쌓고 두 번의 결혼을 하고 딸과 아들을 두었다. 일어난 사건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과 다르게 조지는 대학시절 처음 만났던 앤을 떠올리며 앤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옥에서 앤이 자유로운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왜 그토록 부모를 미워하고 약자를 위한 삶을 살고 싶어 했는지 조지는 이제서야 비로소 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건 독자인 나도 마찬가지였다.


여성의 삶을 극단적으로 앤과 조지의 그것으로 분류할 수 없지만 그래도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 부류일까 생각한다. 소설의 제목인 ‘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에 대해서도 말이다. 가늠하건대 앤이 아닐는지. 소설에서 앤을 ‘시몬 베유’와 ‘개츠비’와 비유하는 부분은 특히 인상적인데 사실 그 부분에서 앤을 더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었다. 앤이 선택한 삶이 반드시 옳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녀의 삶은 존중 받고 사랑받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조지의 삶 또한 그렇다.


불평등과 차별이 여전한 세상이다. 여성으로 살아내기란 더욱 힘듦을 체감한다. 수많은 앤과 조지를 생각하면 울컥해진다. 우리 역시 앤과 조지이기 때문이다. 내 삶에 찾아온 특별한 방문객을 헤아린다. 앤과 조지처럼 나에게도 그런 소중한 우정이 있어 감사하다. 지켜보며 응원하고 때로 질책하며 나를 사랑하는 이들. 사랑하는 친구, 자매, 닉네임으로 존재하는 이들까지. ‘누구와 알고 지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589쪽)란 소설 속 문장처럼 내 인생에 그들과 알고 지내며 살아간다는 게 감격스럽다.


많은 것들로 채워졌고 그 이상의 것들을 말하며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하여 자꾸만 뭔가 더 설명하고 싶은 소설이다. 하지만 눈부시게 아름다운 소설이라는 말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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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24 1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저도 이책! 눈부시게 아름다운 소설!!
꺼내 놓지 못할 정도로! ㅎㅎ

가족 모두 행복 가득! 하시길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ℳ𝒶𝓇𝓇𝓎 𝒞𝓇𝒾𝓈𝓉𝓂𝒶𝓈 🎅🏻
。゚゚・。・゚゚。
゚。  。゚
 ゚・。・゚
⠀()_/)
⠀(。ˆ꒳ˆ)⠀
ଫ/⌒づ🎁

자목련 2021-12-24 16:39   좋아요 1 | URL
시그리드 누네즈의 소설이 조금씩 좋아집니다. ㅎ
스콧 님, 즐겁고 평온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해피 크리스마스~~
 

차갑지만 맑은 공기가 흐른다. 따뜻함이 더욱 간절해진다. 이 계절은 또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걷잡을 수 없는 팬데믹의 혹독한 겨울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훗날 이 잔인함은 한 편의 영화가 되어 또 다른 이야기를 전해줄 게 분명하다.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 영화는 인간의 복잡한 심연을 다룬다. 하지만 우리가 영화를 보고 나서 꺼내는 이야기는 인간의 그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음악, 미술, 공간, 의상, 말 그대로 영화 속 모든 것이 우리를 자극한다.


배혜경이 들려주는 영화 이야기 『내가 당신을 볼 때 당신은 누굴 보나요』 가 바로 그렇다. 수필가로 탄탄한 내공을 지닌 저자가 분류한 주제에 따라 영화를 읽는다. 아련한 기억과 꼬리에 꼬리를 물듯 자연스럽게 연결된 75편의 영화를 통해 그 안의 삶과 우리의 그것을 비춘다. 어떤 영화는 너무도 똑같이 포개어지고 어떤 영화는 어긋나고 어떤 영화는 전혀 다른 삶을 비춘다. 영화를 보던 순간의 기억, 그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이야기는 마치 그 영화를 함께 보는 듯한 착각에 빠드린다. 나도 좋았던 영화라서, 잊고 있던 감각을 깨운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이 없던 시절 부모님 몰래 늦은 시각까지 TV를 보던 주말, 낡은 비디오테이프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함께 이제는 어디서나 너무 손쉽게 볼 수 있는 영화라서 영화만의 고유성을 찾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면서 조금 쓸쓸해졌다. 연인과 처음 갔던 영화관에서의 떨림이나 혼자 영화관을 찾았던 그때의 절망이 떠오르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영화는 기억 속 저편의 기억을 끄집어낸다.


75편의 영화 가운데 내가 본 영화는 너무 적어서 손에 꼽을 수도 없다. 그랬기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영화를 메모한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너무 유명한 영화는 그런 이유로 천천히 보고 싶어 미루고 정작 간절히 원했던 영화는 내가 사는 소읍에서는 개봉을 하지 않아 놓치고 나중엔 기억에서 사라진다. 영화 OST로 내게 남은 영화, 책과 영화로 모두 본 영화, 나만의 영화에 속하는 영화를 목록에서 발견하는 일은 괜히 뿌듯하다. 그러니까 영화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현재의 우리에게 말을 건다. 팬데믹의 시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게 무엇일까.


대신 살아 줄 수 없는 삶, 대신 살아 줄 수 없는 사랑! 시간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나면 기쁘고 행복한 추억만 남을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대로 그러기를 누구나 바랄 것이다. 자연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주어지고 쉬지 않고 흘러간다. 시간의 잔혹함은 그만 미루어 두고 마음의 시간에 집중하자. 우리에게 남은 시간, 남은 사랑이 지리멸렬하지 않도록. (53쪽)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보석 같은 영화 이야기다. 그럼에도 <밀양>과 <파주>는 손에 데일 듯 뜨겁게 다가온다. <밀양>의 원작을 읽어 그런 걸까. 아니면 내게 각인된 영화 속 한 장면 때문일까. 인상적인 장면 때문이라면 <흐르는 강물처럼>도 빼놓을 수 없다. 어쩌다 보니 세 영화 모두 신에 대한 부분이 있다.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 생각하지 못한 접점이다. 저마다 다른 시선으로 마주하는 영역이다. 신에 대한 나의 생각도 일정 부분은 흐르는 강물에 흘려보내야 할 것 같다.


흐르는 것은 강물만이 아니다. 우리의 모든 인연과 관습, 정석이라고 믿었던 어떤 조류이기도 하다. 우리는 강물에 모든 걸 맡기고 함구한다. 그리고 흘려보낸다. (104쪽)


이창동 감독의 <버닝>에 대한 글로 좋았다. 영화를 보지 않았기에 더 객관적으로 영화를 생각할 수 있었고 보고 싶어졌다. 고흐에 대한 부분, 그러니까 영화로 만날 수 있는 고흐가 많다는 걸 몰랐기에 궁금해졌다. 책에 대한 주제로 소개한 영화는 말할 것도 없다. 책을 말하는 영화, 그 영화를 말하는 글이니까.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유독 내게 스며든 영화는 모두 일본 영화였다. 평범한 일생이지만 그 안의 모든 것들은 평범하지 않다는 걸 말해주는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와 소란한 마음속에서 진정한 고요를 찾기를 바라는 <안경>은 포스터도 너무 재밌다. 두 영화는 잔잔하면서도 애틋하고 무심하면서도 다정했다.


이들에겐 말이 필요 없다. 긴 대사가 필요 없는 이 영화는 말치레와 소음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사람과 고요한 내면으로 돌아가게 한다. 나를 찾으라는 게 아니라 나를 그냥 놓아 버려도 좋다. (296쪽)


영화를 읽은 일은 책을 읽는 일과 다르다. 영화를 읽는 일은 입체적이다. 그런 면에서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건 통찰의 힘이 필요하고 저자는 그런 능력이 뛰어나다. 영화라는 매개로 삶을 배려하고 타인을 관찰하고 진솔한 사유를 건넨다. 내가 그 모든 걸 온전히 흡수할 수 없기에 안타깝지만 공감할 수 있기에 기쁘다. 우리가 영화를 보는 일도 책을 읽는 것도 그런 일이 아닌가. 창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이 좋은 날, 영화를 찾아 채널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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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12-18 13: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목련님처럼 [버닝] 글이 유난히 더욱 좋았어요^^ 아무래도 보았던 영화에 더 많이 공감할 수 있나봐요^^

자목련 2021-12-20 09:01   좋아요 0 | URL
잊고 있던 영화가 다시 막 보고 싶어졌어요. ㅎ
얄라 님, 따뜻한 한 주 시작하세요^^

프레이야 2021-12-19 11: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목련 님 양초 옆 책 사진이 참 따스해 데려갑니다^^
몸도 마음도 어려운 가운데서도 불빛 잃지 않고 의연하고 명랑하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리. 고마워 영화,에도 그러셨는데 제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 조근조근 읽어 주셔서 마음 따스해져요. 고맙습니다.

자목련 2021-12-20 09:03   좋아요 2 | URL
프레이야 님의 깊은 통찰과 사유에 놀랍고 감탄했습니다.
저는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짚어주는 것도 좋았고요.
쌀쌀한 기운이 감돌지만 그래도 포근한 하루 이어가세요^^

희선 2021-12-20 0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언젠가는 지금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나오겠네요 소설은 조금 나오기도 했더군요 나중에 지금을 보고 그때는 그랬지 하면 좋을 텐데, 그 나중이 언제 올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보면 보고 싶은 영화가 생기기도 하겠습니다

자목련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자목련 2021-12-20 09:04   좋아요 1 | URL
현재의 삶이 영화가 되는구나 싶었어요.
지금의 이야기가 따뜻한 결말로 이어지는그런 영화이면 좋게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희선 님 건강하고 좋은 하루 이어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