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그리하여 멀리서  (자목련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April, Book, Coffee, &amp; You </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Sat, 18 Jul 2026 08:03:08 +0900</lastBuildDate><image><title>자목련</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t_7630901655124647.jpg</url><link>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자목련</description></image><item><author>자목련</author><category>당신과의 눈맞춤</category><title>정말 커피만 사려고 했는데, </title><link>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17396943</link><pubDate>Fri, 17 Jul 2026 15:1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17396943</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P782939012&TPaperId=1739694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355/67/coveroff/p782939012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4969&TPaperId=1739694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23/76/coveroff/8937464969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82130594&TPaperId=1739694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09/19/coveroff/k482130594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62139722&TPaperId=1739694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26/0/coveroff/k962139722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필요한 건 커피였다. 커피 할인 쿠폰이 있었고 마침 커피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커피만 사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커피와 책은 세트가 된다. 여름에 카페인 섭취를 줄이라고 권고하지만 쉽지 않다. 물처럼 자꾸만 마시고 싶다. 커피 때문에 예정 도착 예정일은 내일이었다. 그런데 연휴 시작인 오늘 도착했다. 덕분에 내일 아침은 새로운 커피를 마실 수 있겠다. <br>커피와 함께 산 책은 『바라모』였고, 야금야금 그전에 산 두 권의 책은 『연대 시대의 종말』, 『세부 속으로』다. 세 권의 공통점은 내가 사고 싶었던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고 싶지 않았던 책이라는 건 잘 모르는 작가란 말이기도 했고 더 이상 읽게 될까 하는 작가의 책이라는 말이다.  <br><br><br>이웃 알라디너가 먼저 읽은 글에 반했고 직접 반하고 싶었다. 『바라모』와 『연대 시대의 종말』의 땡스투는 리뷰로 나를 낚아주신 분에게, 『세부 속으로』는 멋진 리뷰를 쓰신 분에게, 커피는 힘들고 지치는 한여름을 커피 한 잔으로 견뎌보자는 분에게. <br>분량이 많은 책이 아니라서 부담이 적기도 했다. 그렇다고 당장 달려들어 읽을지는 모르겠다. 날은 너무 덥고 작은 활자보다는 커다란 화면에 눈이 간다. 연휴의 첫 날인 오늘은 TV 화면 속으로 나머지 이틀을 기대한다. ​가볍고 부담 없는 책들이다. 물론 읽기 전이라서 그렇다. 더위를 피해 어디론가 떠난다면 이런 책들을 데리고 가면 좋겠다. 막상 그곳이 책들에겐 휴가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br><br><br><br><br><br><br><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26/0/cover150/k96213972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5260072</link></image></item><item><author>자목련</author><category>목소리 </category><title>꿈이라면 좋았을까? - [꿈 목욕]</title><link>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17384062</link><pubDate>Fri, 10 Jul 2026 11:4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1738406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0909807&TPaperId=1738406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50/99/coveroff/896090980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0909807&TPaperId=1738406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꿈 목욕</a><br/>김지연 지음, 김지혜 그림 / 마음산책 / 2026년 03월<br/></td></tr></table><br/>김지연의 소설을 꽤 읽었다. 대체로 나쁘지 않았다. 특별히 좋아하는 소설도 있다. 그런 이유로 짧은 소설 『꿈 목욕』을 읽었다. 짧은 소설이니 긴 이야기는 없다. 수록된 열네 편의 이야기는 대체로 꿈같다. 어떤 소설은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 어떤 소설은 꿈이라 믿고 싶은 현실 이야기, 그 둘을 오가는 이야기라고 해도 좋다. 작가가 실제로 꾼 꿈을 모티브로 한 표제작  「꿈 목욕」부터 꿈이 등장하는 소설이 많다. 어찌 보면 소설은 다 꿈같은 이야기는 아닐까. <br>나는 이 소설집에서 무엇을 기대했을까. 기대한다는 게 우스운 말인지도 모른다. 어떤 책이든 읽기 전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고 읽었다 해도 처음과 다르게 나중에 좋아지는 경우도 있으니까. 『꿈 목욕』을 읽으면서 발터 벤야민의 『고독의 이야기들』가 생각났다. 김지연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그러니까 꿈을 꾸는 이는 작가 자신이고 이야기는 작가의 의식이 흐름은 그가 원하는 곳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 그러다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한다. 아, 너무도 당연한 건가. ​친구의 집을 찾아가다가 길을 잃고 만난 폭포에 정신을 잃고 폭포가 떨어져 생긴 샘으로 풍덩 뛰어든 「꿈 목욕」의 ‘나’는 물속을 떠다니며 죽은 친구도 만나고 사라진 친구도 만난다. 사라져가는 모든 것이 물속에 있었고 물을 펴내 찬찬히 들여다보니 밤마다 꾼 꿈들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결국 꿈이란 잡을 수 없는 모든 것이며 반대로 꿈에서는 모든 존재와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일까. ​꿈에서는 그럴 수 있다 치다. 꿈이 아닌 현실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은 뭐라고 설명할까. 면접에서 자꾸 떨어지는 ‘솧희’를 위해 친구가 예약해 준 호텔에서의 시간을 들려주는 「맴맴」도 다르지 않다. 해변에 위치한 호텔은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곳으로 손님은 송희 혼자였다. 직원과 자신뿐인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던 송희는 직원이 감염병이 걸려서 격리를 해야 한다는 소식과 일주일간 호텔을 떠날 수 없다는 통보는 받는다. 관리인은 연락이 되지 않고 창밖으로 일정한 시간에 같은 옷의 남자와 개가 산책하는 걸 본다. 그러다 같은 하루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 어떤 히루에 갇혀 있다는 걸 자각한다. ​어떤 하루에 갇혀 있다는 건 결국 반복되는 꿈을 꾸는 것과 뭐가 다른가. 그렇다면 얼른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수없이 많은 이력서를 쓰고 면접에서 떨어진 송희는 꿈이든 시간이든 그곳에서 머물고 싶었다. 깨고 싶지 않은 달콤한 꿈을 꾸는 것처럼.<br><br><br><br>아직은 이 시간 언저리를 조금 더 맴돌고 싶었다. 물밀 듯이 쏟아져 내리는 시간에서 점점 떨어져 나와 멈춰 있고 싶었다. 유예일 수도, 모른 척 일 수도 있겠지만 그저 잠깐만 쉬고 싶었다. 몸도 마음도 모든 것을 비워두고 내 기분만 살피면서. 그다음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그때는 원하는 방향으로 원하는 만큼 나아가고 싶었다. (「맴맴」, 41쪽)​그런가 하면 꿈에서나 일어날 법한 이야기도 있다.  인류가 더 이상 전통적인 방식의 책을 만들지 않는, 종이책이 사라진 미래의 인간은 악어로 변해간다는 「나무 아래 악어」, 죽은 후 귀신이 되어 과거 연인을 따라 산책하는 「산책하는 귀신들」.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영혼, 그러나 정작 과거 연인은 죽었는데 귀신끼리도 서로가 알아볼 수 없다는 걸 좀 슬프다. 알아보고 반가워하며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는 설정이라면 어땠을까. 슬프거나 괴로울 때조차 눈물이 나지 않는 이들에게 비법을 알려준다는 ‘엉엉울음상담소’가 등장하는 이야기 「울음의 형식」. 3개월을 한꺼번에 결제하면 10퍼센트 디시를 해주겠다며 울음까지 상품이 되는 세상. 어쩌면 AI 시대에 이런 가능한 일일까. ​『꿈 목욕』엔 허무맹랑한 꿈이라 치부하기엔 쓸쓸하고 외로운 이야기들. 꿈이 아니어도 진실을 알려는 노력보다는 그저 편한 대로 판단하고 받아들이려는  「사인」은 더 그랬다. 달동네 좁은 방에 살던 ‘복수’가 죽은 이유를 두고 자살이라 여기는 사람들. 왕래하는 가족이 없어 그렇게 여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었다. 빚이 있어 이혼을 했고 떨어져 살았지만 아내 경호와 딸 미진과 자주 연락했고 만났다. 경호와 미진만이 그럴 리가 없다고 믿었다. 지방에 살고 있는 경호와 미진을 만나러 온 복수가 재벌 집 아들이 자살했다는 뉴스를 보며 나누는 대화를 기억하니까. 실제로도 그랬다. 그의 사인은 심근경색이었다. 뒤늦은 발견이란 불운이 더해졌을 뿐이다. ​“근데, 나는 그런 거 없어. 죽을 이유 같은 건 없어.”단호히 말하는 복수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미진은 생각했다. 인생은 장밋빛이 아니구나. 비단길도 꽃길도 아니고 가시밭길이구나. 마냥 행복하지도 않구나. 인생은 그런 것. 그러나 죽을 이유 같은 거 없고 우리는 살아갈 것이다. (「사인」, 130쪽)​복수의 죽음이야말로 꿈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꿈이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지독하고 현실이라면 좋을 황홀한 꿈은 금세 깨고 만다. 그럼에도 꿈꾸는 인생을 포기할 수 없다. 그조차도 포기하면 인생은 폭풍우 몰아치는 바다와 막막한 사막이나 마찬가지 일 테니까.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50/99/cover150/896090980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509983</link></image></item><item><author>자목련</author><category>당신과의 포옹</category><title>습습의 날들 </title><link>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17382066</link><pubDate>Thu, 09 Jul 2026 10:0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17382066</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22794&TPaperId=1738206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174/41/coveroff/8937422794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52130390&TPaperId=1738206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77/22/coveroff/k352130390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045283&TPaperId=1738206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376/14/coveroff/8932045283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02139840&TPaperId=1738206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43/72/coveroff/k902139840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비가 그치는가 싶더니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하는 듯 내린다. 무섭게 쏟아진다. 장마라고 하기엔 연속성이 부족하고 아니라고 하기엔 맑음이 적다. 내가 사는 곳은 흐림과 비가 이어진다. 그러니까 장마인 걸까. 습하기가 이렇게 습할 수가 없다. ​습습의 날들이다. 좋아하는 감자를 쪄서 먹기 좋은 여름이지만 습한 날에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냉장고에 작은 수박의 속내도 보지 않았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수박 써는 일은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다. 내가 수박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수박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수박을 썰어서 먹을 정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그 대신 친구가 보낸 황도 복숭아를 맛있게 먹는다. 한 입 베어 물면 복숭아 형태가 완전히 사라지는 단맛이다. 친구는 내게 복숭아를 주문하면서 자신을 위해서는 백도를 주문했다고 했다. 황도보다 단단할 백도의 맛도 궁금하다. ​책을 샀다. 아, 자꾸 책을 산다. 지난번 박솔뫼의 짧은 소설을 샀는데 블랑카 님이 단편집 『영릉에서』에 수록된 단편이 좋다고 해서 그 단편이 궁금해서 샀다. 좋아하는 시인 하재연의 신간시집 『인간이라는 환상처럼』, 산문과 시가 모두 좋다는 고명재의 시집도 한 권 샀다. 『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시절』란 제목에서 그리움과 애틋함이 느껴진다. 땡스투는 시인의 글씨가 순수하다고 하신 분에게. 박상수의 『생활력』은 시의적절 시리즈다.<br><br><br><br>고명재의 시집에는 「작약」이라는 시가 있다.  시가 있는 줄 몰랐는데 좋다. 잘 샀다 싶다. 내가 모르는 작약은 많고 내가 모르는 작약을 담은 시도 많으니까. <br>먹을 수 없는 작약, 그 오월의 품격꺾을 수 없는 작약, 그 동그런 향기약이 될 수 없는 작약, 홀로 아름다움약도 듣지 않는 미래, 그래도 아름다움 (「작약」, 일부)​​하재연의 시는 어려운 시가 많다. 상상이 되지 않는 낯선 세계. 그런데도 이상하게 하재연의 시집은 계속 사게 된다. 계속 읽게 된다. 잘 모르면서 말이다. 이번 시집에 이런 시가 있다. <br>반구의 너머로부터 네가 도착한다이십 년이 지난 후에야​이렇게 시작되는 대본을 쓰는창밖으로 눈이 쏟아진다 클리셰가 난무하는장르 드라마처럼​과거에서 미래로 열린창문틀이 육체처럼 삐걱거리고 있다나의 시간들이 새어 나간다​기화하는 탄소에게 사로잡힌탄산수의 나머지 심정으로​종반부가 다가온다지면을 덮는다흰 백지와 같이 절대적으로​이십 년 후의 네가 이상하게 아름다워서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눈은 이제 폭설이 되어가며결말을 준비하고​마지막 장을 덮고서야여름의 파도 소리는 시작된다​지구의 건너편 반구에서부터기억처럼 도래하는 방식으로 (「여름 판타지」, 전문)<br>책을 사는 건 좋은 일이다. 읽으려고 산다. 좋아하니까 계속 좋아하기로 한다. 현재의 상태는 좋음이니까. 나중에는 별로가 될 수도 있고 싫음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좋으니까. <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43/72/cover150/k90213984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5437265</link></image></item><item><author>자목련</author><category>목소리 </category><title>좁혀지지 않는 거리  - [노 피플 존]</title><link>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17378388</link><pubDate>Tue, 07 Jul 2026 12:0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1737838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12032607&TPaperId=1737838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448/73/coveroff/k51203260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12032607&TPaperId=1737838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노 피플 존</a><br/>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br/></td></tr></table><br/>예약된 병원 검사 일정을 변경했다. 병원 고객센터의 직원이 담당 부서로 전화를 돌려주며 대기하는 시간은 꽤 길었다. 내가 원하는 날짜의 시간과 검사가 비어있는 날을 맞추는 일은 간단하지 않았다. 몇 번의 기다림 끝에 일정을 변경했다. 검사를 미루기로 결정한 이유는 내가 느끼기에 상태가 괜찮아지는 것 같았고 지난번 외래에서 만난 의사의 말이 컸다. 의사가 확실한 믿음을 주는 말을 한 건 아니다. 그가 들려준 가장 큰 믿음은 과거 외래에서 '방법이 있을 거라'는 말이다. ​의사와 환자인 나 사이에는 일정한 거리가 존재한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만 상대는 허락하지 않는다. 좁혀지지 않는 어떤 일정하고도 적절함, 정이현의 단편집 『노 피플 존』을 떠올리면 그런 거리감이 떠오른다. 불편함과 편함의 거리, 친밀하면서도 냉소적인 분위기, 상대가 내민 손을 잡을까 말까 고민하는 그런. 소설의 내용과 상관없이 이런 구절이 딱 그러하다. ​어떤 경우에도 나는 환자에게 괜찮을 거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괜찮지 않을 거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괜찮음과 괜찮지 않음 사이에서 적절하게 밸런스를 조정하는 것이 이 직업에 가장 필요한 덕목일지도 몰랐다.(「선의 감정」, 95쪽)​「선의 감정」은 코로나19를 배경으로 의사인 ‘나’가 환자의 죽음에 대해 느끼는 이야기라고 할까. 환자의 죽음이 자신의 의료 과실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책임 소재. 소설은 환자가 죽은 이유를 찾는 과정처럼 보이지만 환자의 보호자였던 딸이 ‘나’의 환자로 나타나 들려주는 이야기가 중심이다. 소설의 제목의 선(線/善)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가 생각하게 만든다. 병원이라는 배경을 벗어나 그것은 우리 사회 전반에 대입할 수 있으니까.​그런 감정은 「실패담 크루」에서도 느껴진다. 실패의 속상함과 아픔을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들과 나누는 모임 ‘실패담 말하기 크루’에서 삼십 대 변호사 ‘나’는 가장 젊은이다. 모임의 대부분은 사회적 위치가 확고한 중년의 기성 서대다.  그러니까 성공한 사람들이다. 누군가 이 소설에서 인생의 선배로 실패해도 괜찮다고, 충분히 잘 하고 있다는 말을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그들은 그저 자신의 위치의 권력을 즐기고 싶을 뿐이니까. 나의 실패가 그들에게 인정받아 한 단계 높은 곳으로 이동하기를 꿈꾼다. 하지만 나의 실패담은 말 그대로 실패로 돌아간다. 이런 패배감을 조성하는 분위기는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그게 우리가 사는 세상의 현실일지라도 말이다.  ​학과 조교로 일하며 지도 교수의 일을 대신 맡아서 하지만 그에 대한 인정은커녕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인회 언니'의 이야기인 「언니」도 마찬가지다. 대학교수와 실패담 크루의 기성 서대는 누가 봐도 강자이며 모임에서 가장 젊은이였던 나와 조교인 인회 언니는 약자다. 뛰어넘을 수 없는 계급의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사회 초년생, 그 시기에 진입한 이와 그 시기를 지나온 이에게 「실패담 크루」와 「언니」는 생생한 현장 중계처럼 여겨질 것이다. <br><br>그럼 학교를 졸업하고 얼마간의 이력이 쌓이거나 소위 인생의 다음 단계인 결혼을 했을 때는 조금 괜찮아질까. 자신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고 지속하게 될까.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더 확장된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완벽한 해결책이 아닌 가장 무난한 답을 찾는 일도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관계의 시작부터 거부해야 할까. 모르겠다.  「빛의 한가운데」 속 아들을 키우는‘안희’와  딸을 키우는 ‘미령’은 남다른 사이다. 함께 모든 걸 나누고 우정을 키워 온 관계. 안희의 아들이 학교에서 일어난 딥페이크 성범죄의 당사자로 지목되면서 안희는 충격에 빠진다. 아무렇지 않게 아들을 두둔하는 남편을 향한 안희의 절규. ​둘째를 임신하면서 육아휴직을 쓰지 않기 위해 입주 시터를 구하는  「이모에 관하여」, 놀이 가정 교사 업체에 취직해 심리적을 불안한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단 하나의 아이」에서는 돌봄에 대해 말한다. 입주 시터가 간절하지만 중국인 동포 이모의 신분이 미덥지 않다. 그녀의 이력은 충분했고 잠깐 동안 보낸 시간도 나쁘지 않았다.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하나라도 더 찾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출산과 육아로 경력 단절을 경험한 화자는 우리 주변에 너무 많고 그 모든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는 사회적 시선도 여전히 강하다. ​그녀가 첫날 일터에 맨발로 온 것은 사소한 부주의에 지나지 않았다. 그 한 면을 가지고 사람 전체를 재단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재연은 자꾸자꾸 맨발에 대해 생각했다. ( 「이모에 관하여」, 285쪽)​같은 맥락으로 「단 하나의 아이」는 제목부터 상징적이다. 놀이 가정 교사가 해야 할 일은 함께 놀아주는 게 아니라 아이의 가정사에 개입하지 않으며 아이와 적절한 거리 두기가 요구된다. 「단 하나의 아이」에서 놀이 가정 교사가 된 ‘한나’는 아이 ‘하유’의 이상 행동을 발견하고 부모에게 알리지만 결과는 하유가 바쁘다는 이유로 놀이교사 일이 종료된다. 한나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맞을까. 선을 넘는 일로 치부될 게 분명하다. 어쩌면 한나가 아이와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으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노 키즈 존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을 때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은 있다. 지나치게 소란스러워서 타인에게 방해가 되는 인간이라면 그게 누구든 얼마나 어리든 또 얼마나 늙었든 자신이 있는 곳에는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노 피플 존. 나와 내 일행 외에는 아무도 없거나, 있어도 눈에 뜨지 않는 곳. 타인의 존재가 내 신경에 거슬리게 하지 않는.  (「단 하나의 아이」, 157쪽)​정이현이 그려 낸 『노 피플 존』의 인물이 겪는 일은 소설로만 치부할 수 없다. 경험하지 않아 모르는 세계라고 해도 왠지 알 것 같다. 불편하다고 외면하는 문제, 개선되지 않는 제도.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라서 그냥 뻔한 보통의 일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정이현은 최대한의 감정을 배제하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말이다. 그러한 노력은 그 거리의 간극이 좁혀지기를 바라는 간절함이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7448/73/cover150/k51203260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4487307</link></image></item><item><author>자목련</author><category>목소리 </category><title>우리가 잃어버린 최소한의 관심   - [달걀의 온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17364193</link><pubDate>Tue, 30 Jun 2026 11:3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1736419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9936&TPaperId=1736419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60/17/coveroff/893643993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9936&TPaperId=1736419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달걀의 온기</a><br/>김혜진 지음 / 창비 / 2026년 04월<br/></td></tr></table><br/>저마다 사정이 있다. 그 사정을 듣고 헤아려줄 여유가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도 어렵다. 내 사정에 더 급하니까. 나 살기도 급급하니까. 그래서 사건이 일어나야 시선을 돌리게 된다. 그제야 안타깝고 속상하고 미안하다. 그리고 잊어버린다. 누군가 대책을 세우겠지 생각한다. 당사자가 아니면 그렇게 잊힌다. 어쩔 수 없다. 거들어봐야 좋은 소리도 못 듣고 오지랖이라는 책망만 돌아오니까. 관여하면 고소 고발로 이어지기도 한다. 쓰고 보니 정말 각박한 세상이다. 그러나 자신 있게 나는 예외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김혜진의 『달걀의 온기』 엔 있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 관심을 갖고 말을 거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가 원하지 않지만 자꾸 말을 건다. 대단한 태도는 아니다. 그냥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거라 거절하거나 대놓고 무시하기도 어렵다. ​「관종들」이란 제목에서 짐작하듯 소설 속 ‘정해’와 남편 ‘영기’는 주변 이웃에게 관심이 많다. 아파트 공용공간에 물건을 쌓아두는 이웃, 난간에 위험하게 놓인 화분이 불편하고 불안하다.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하지만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 그들에게 아파트 정자에서 계절감 없는 옷을 입고 혼자 있는 아이를 지나칠 수 없다. 부모가 의심스럽다. 결국 경찰에 신고한다. 아동학대가 의심되지만 경찰은 별일 아니라고 답한다. 아이의 부모는 사정이 있었다고 말하는데 정말 그럴만한 사정이 있는 건지 정해와 영기는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그들이 원하는 건 사고가 발생하기 전 미리 예방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을 알리고 싶었을 뿐이다. 함께 사는 세상, 그들의 행동은 정말 최소한의 것이었다. ​최소한의 일. 그들은 자신들이 신경 쓰는 다른 문제들도 똑같이 대했다. 그건 선을 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관종들」, 29쪽)​「관종들」은 많은 생각을 불러온다. 정해와 영기가 지나치다는 싶으면서도 공동주택인 아파트에서 아무렇지 않게 실내 흡연을 하고 복도나 계단을 개인 공간인 양 사용하는 이들로 인한 고통이 경험한 이라면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를 직접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걱정과 염려가 되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까. 정해와 영기처럼 쪽지를 받고 현관문에 불편한 메모를 발견해도 멈추지 않고 계속할 수 있을까. ​모임이나 공동체에 새로 들어온 누군가를 대하는 태도도 다르지 않다. 지금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과 잘 지내기도 버겁기에 적당한 거리를 둔다. 언제부턴가 타인은 불편한 존재가 되었다. 아내와 사별한 뒤 교회의 성경 모임에 나가게 된 「푸른색 루비콘」의 ‘나’도 그렇다. 아들의 걱정 때문에 헬스클럽에 등록하고 여러 강좌를 수강하지만 길게 이어가지 못한다. 아내가 있을 때는 어렵지 않았던 일들을 혼자 마주하니 당혹스러웠다. 이 나이에 누군가를 알아가야 하나 싶고 뭔가 말할 준비가 돼 있어도 딱히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이도 없다. 그런데 한 남자가 자신에게 다가온다. 입성이 별로인 남자의 부탁으로 양봉장에 데려다준다. 만날 때마다 그를 데려다주게 되는데 그와 보낸 시간이 묘하게 편하다. 많은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의 공간에서 마주한 풍경이, 그가 내어준 꿀물이 오래 남는다. 모임의 마지막에 아무도 모르는 그의 이름을 자신이 기억하는 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타인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 타인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은 이처럼 별스럽지 않은 듯 보이지만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 아는 체하며 다가온 남자, 궁금하지 않았지만 실없이 건넨 말들, 그러니까 그는 곁을 내어준 것이다. 곁을 내어준다는 건 마음을 나눠준 것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하루치의 말」의 고향으로 내려와 어머니의 이불 가게를 물려받는 ‘애실’의 고충을 들어주고 일상을 나눈 ‘현서’는 돈을 빌리고 갚지 않은 사기꾼만은 아니다. 처음 운영하는 가게의 어려움을 살갑게 들어주고 퇴근 후 우울증을 앓는 어머니가 계신 집이 아닌 치킨집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 고마운 존재였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말들을 꺼낼 수 있는 유일한 타인. <br>피해를 입은 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고소를 했지만 현서를 면회한 애실은 돈을 받아내겠다는 마음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애실은 자신의 모든 말을 들어 준 현서가 그리웠을지도 모른다. 현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접근했을지 모르지만 현서로 인해 애실은 자신의 상처나 실수를 말할 수 있었다. 부모의 이혼과 그로 인해 방치된 청소년기를 보낸 건 애실의 잘못이 아니라고 7년 만에 연락해 돈을 빌려 간 아버지에게 사과를 요구할 수 있었다. <br>​<br><br>애실은 다 기억나지도 않는, 이제 주워담을 수도 없는 말들을 생각했다. 그러면서 다시금 말을 간직하는 법을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중얼거렸다. 매일 밤, 차갑고 딱딱한 마음을 파서 하루치의 말을 묻는 일. 매일 조금씩 더 깊이 파고, 오래 파는 행위에 적응하는 일. 말들이 튀어나오거나 새어나오지 않도록 마음을 단단하게 다지는 일. 그러니까 안전하고 평화로운 하루를 영위한 현명한 사람들이 매일 반복하는 일. (「하루치의 말」, 134쪽)​말이란 얼마나 쉽고도 어려운가. 그저 호감일 뿐인데 주변 사람들은 이상하게 주시한다. 그러니 어떤 말은 주저하고 어떤 말은 사라지고 상대의 말을 믿기도 어렵다. 남편과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는 ‘나’가  헬스장에서 만난 남자의 부탁으로 그가 외국에서 사 온 빈티지 엽서를 읽어주는 「빈티지 엽서」, 아르바이트로 저명한 미술가의 전시실에서 관람객의 반응을 기록하며 표절 논란을 마주하는 「우연의 직조」, 치매를 앓는 아버지가 가까운 이가 자신의 땅을 빼앗아 갔다는 말을 전해 듣고 혼란스러운 아들의 이야기 「우리와 우리 아닌 것」의 말들은 그러하다. 진위를 구분할 수 없기에 힘들다. 섣불리 의견을 제시했다가 손해만 볼 수 있기에. ​이처럼 김혜진은 관심이 병이 되고 선의의 마음조차 거부되어 돌아오는 시대에 최소한의 그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달걀의 온기」의 ‘선희’는 투자 사기를 당한 후 비어 있는 고향 집에 돌아온다. 요양원에 들어간 아버지가 돌아오실 것 같지 않아 그 집을 처분하기로 한다. 엿을 만들어 팔던 집안 내력 덕분에 ‘엿집’ 막내딸로 통했던 자신을 알아보는 어른들을 피해 다니지만 ‘민지’라는 어린아이와 자꾸 마주친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조모에게 맡겨진 아이였다. 당찬 아이는 스스로 닭을 키우고 달걀을 팔아가며 살아가고 있었다. 옆집 아주머니가 자신에게 건넨 청란, 달걀을 안 좋아한다는 아버지가 그 아이의 달걀을 사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선희는 지갑을 가지러 집 안으로 들어가며 청란을, 그 청란이 품고 있는 온기를 떠올렸다. 그러나 왜 그것이 돌연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지, 왜 당혹스럽고 부끄러운 감정을 불러오는지에 대해선 깊이 고민해보지 못했다. 그것이 자기 삶에는 없다고 여겼던, 스스로 감쪽같이 지워버렸던 누군가의 보살핌과 애정 같은 것을 일깨웠다는 사실을 안 건 시간이 더 흐른 후였다. 그러니까 그녀가 이곳을 떠날 때 동력으로 삼았던 원망과 미움이 옅어지고, 그 아래 자리한 것들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거였다. (「달걀의 온기」, 233~234 쪽)​뜻대로 되지 않는 삶, 이제껏 자신의 불행을 아버지와 두 오빠 탓으로 돌리며 살아온 선희는 민지를 통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본다. 여전하게 자신을 기억하고 보살펴준 손길을 생각한다. 한 알에 천 원인 청란이 하나도 비싸지 않다는걸. 표제작 「달걀의 온기」를 통해 우리는 실감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말과 행동이 무엇인지. 온기와 다정함을 품은 말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다. 최소한의 그것이 상처받은 우리를 어루만지고 살게 한다는 것을.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60/17/cover150/893643993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9601774</link></image></item><item><author>자목련</author><category>목소리 </category><title>당연하게도 누군가의 새벽  - [아무튼, 새벽 - 나는 누구도 가질 수 없는 새벽을 이야기해보기로 했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17359540</link><pubDate>Sun, 28 Jun 2026 11:1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1735954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52138200&TPaperId=1735954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246/77/coveroff/k45213820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52138200&TPaperId=1735954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아무튼, 새벽 - 나는 누구도 가질 수 없는 새벽을 이야기해보기로 했다</a><br/>박수영 지음 / 제철소 / 2026년 05월<br/></td></tr></table><br/><br>끌리는 단어가 있다. 좋아하는 단어가 있다. 마음을 품었던 기억과 여전히 버리지 못하는 물건을 떠올리는 말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아끼거나 증오하거나 사랑하거나 분노하거나. 그 모든 건 글이 될 수 있고 네 출판사가 함께 펴내는 ‘아무튼 시리즈’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글감이 다채로우니 저자도 다양하다. 수집광이거나 에세이 리스트거나 작가거나 나만 모르는 세계의 유명인이거나. ​아무튼 나는 새벽에 끌려다는 말이다. 뿌연한 안개를 곁에 두고 달리던 새벽, 소중한 이와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맞이한 새벽이 스쳐 지나간다. 홀로 새벽에 쏟아낸 수많은 말들과 술병. 새벽이라는 푸르스름한 빛, 불투명한 이미지, 고독과 사색의 시간. 아무도 모르는 일들이 벌어질 것만 같은 시간. ​잠들려고 애쓰지만 잠들지 못하고 서성이는 새벽의 시간의 날들이 있었기에 그 새벽을 생각한다. 비공개 카테고리로 이동한 그날들의 기록을 보면 그 새벽에 나는 말이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외로웠다고 말하는 게 맞겠다. 혼자여도 괜찮다고 여겼지만 괜찮지가 않아서 잠들지 못하고 자판에 손을 올리고 뭔가를 써 내려갔다. 돌이켜보면 부질없고 아까운 시간이다. 하지만 당시의 나에게 그 새벽은 소중했고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위로하던 시간이었다. ​어쩌면 나는 『아무튼, 새벽』에서 그런 비슷한 것들을 찾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혼자여서 싫기도 하고 혼자여서 충만하기도 했던 감각들. 새벽에만 느낄 수 있는 공기, 그것을 아는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할까. 단편적인 새벽, 새벽의 조각만 떠올렸다. 새벽을 물려받았다고 말하는 저자에게 지각은 당연했다. 새벽만 되면 잠이 달아나고 그 밤에는 영화가 보고 싶고, 영화배우가 꿈이 되었다. 책을 읽으며 새벽마다 본 영화에 대한 글을 쓰고 영화에 출연하고 단편 영화를 만드는 그가 배우로 성공하기를 바랐던 것 같다. 저자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기에 그를 검색했으니까. 그런 날들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새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새벽의 도움을 받아 새벽을 좋아하는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처럼. <br><br><br><br>한데 나는 오롯이 새벽에만 끌렸기에 저자의 새벽이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새벽 기도를 다니며 마주했던 조용하고 적막한 시골 읍내의 풍경이나 새벽이라는 한정된 시간의 생동감이나 활기 같은 걸 찾고 싶었던 것 같다. 저자가 고양이와 인연을 맺으며 새벽을 그들을 돌보며 마주한 일상은 새벽의 다른 이면이었다. 사람들이 쉽게 발견하지 못하는 길고양이 급식소, 아픈 고양이를 돌보며 불편하고 불쾌한 시선을 견뎌야 했던 새벽. 여성에게 더 많은 위험과 공포가 도사리는 새벽. 이제야 표지에 왜 고양이가 등장했는지 알 것 같다. 사실, 고양이도 책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였는데 새벽과 고양이의 접점을 나는 알지 못했다. ​새벽엔 풀 냄새, 바람 냄새, 너구리 무리가 머물렀던 자리의 냄새가 너무 짙어서 눈에 보일 것만 같다. 서리 때문은 아니다. 보슬비 내리는 낮에는 없는 냄새가 새벽에만 있으니까. 고요가 허락하는 냄새를 만끽하려면 보폭을 줄여야 한다. (100쪽)​내가 사는 시골의 새벽은 냄새보다 소리가 먼저다. 새소리로 시작하는 여름의 새벽은 더욱 그러하다. 그 소리는 상쾌하고 청량하지만 이불 속 나에게는 볼륨을 줄여줬으면 싶을 때가 많다. 나의 새벽은 그들처럼 날갯짓을 하고 움직이는 새벽이 아니기에. 나만의 새벽은 사라졌다. 아니, 나만의 새벽이 잠들기를 원한다. 잠들지 못하는 새벽이 힘들다. 새벽이 주는 이미지를 좋아하지만 현재 나의 새벽은 깊고 깊은 잠이길 바란다. 그러니  『아무튼, 새벽』에서 나만의 새벽과 교집합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저마다의 새벽이 있다는 걸 수긍할 뿐이다. ​새벽이면 이 사회의 약자가 누구인지 선명하게 드러난다. 덥고 습한 새벽, 꽁꽁 얼어붙은 새벽, 눈과 비가 쏟아져 내리는 새벽이면 이 시간의 주인을 자처하던 이들은 사라지고 없다. 그런 날에도 길 위에 남아 있는 사람은 환경공무관과 새벽 배송 기사 그리고 길고양이 돌보미인 나였다. 하루만큼 버려진 쓰레기와 하루만큼 쌓인 택배 상자, 그리고 하루만큼 비워진 고양이들의 밥그릇 때문에 우리는 매일 만났다. (124쪽)​내가 깊게 잠들기를 소망하는 새벽에 누군가는 바쁘고 빠르게 움직인다. 나의 아침을 위해 누군가의 새벽은 노동으로 채워진다. 수고와 고마움으로 새벽은 이어진다. 도시의 새벽은 더욱 요란하고도 고요할 것이다. 새벽마다 깨어 시간을 확인하고 눈을 감는 나는 한 번쯤 『아무튼, 새벽』이 생각날지도 모른다. 그게 전부가 될 것 같다. 내가 기대했던 새벽, 내가 궁금했던 새벽이라고 할 수 없기에.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특별한 새벽은 없었다. 당연하게도 누군가의 새벽이 있을 뿐.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246/77/cover150/k45213820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2467711</link></image></item><item><author>자목련</author><category>당신과의 포옹</category><title>수국과 소설 </title><link>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17346486</link><pubDate>Sun, 21 Jun 2026 10: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17346486</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02936908&TPaperId=1734648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825/87/coveroff/k002936908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12138606&TPaperId=1734648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295/47/coveroff/k712138606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0909904&TPaperId=1734648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382/40/coveroff/8960909904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수국을 주문하려고 살펴보고 있었다. 올해는 분홍에 꽂혀지만 청보라를 거부할 수 없어 분홍과 청보라를 장바구니에 넣었다 빼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수국이 도착했다. 친구가 보낸 게 분명했다. 친구가 신청한 구독은 끝났다고 알고 있는데 말이다. 사진을 보냈더니 모른다는 답이 왔다. 어쨌거나 내게 온 수국은 은은하게 예뻤다. 강렬하고 화려한 수국이 아닌 다소곳한 수국이라고 할까. 수국수국의 시간이 이어진 것이다.<br><br><br><br><br>어제는 예약된 치과 진료가 있었다. 스케일링과 검진이었는데 비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취소할까 하다가 그냥 가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가로수에 수국이 있었다. 아파트 화단에도 수국과 목수국이 있었다. 작년에도 있었던가 기억하려 했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수국의 계절이었다. 자귀나무도 꽃을 피웠다. 예전 같으면 6월인데 덥다고 했겠지만 이제는 6월이니 덥다가 익숙하다. 여름인 것이다.<br><br><br><br>주문한 책도 왔다. 세 권의 소설이다. 모두 여성 작가의 소설이다. 조해진의 『우리 세희』, 백 솔뫼의 『다가오는 이마와 검은 털 고양이』, 이서수의 『첫사랑이 언니에게 남긴 것』이다. 조해진의 소설은 읽지 못한 소설도 있고 쓰지 못한 리뷰도 있지만 꾸준히 읽는다. 처음 그의 소설을 만났을 때의 느낌이 좋아서. 그렇게 말하자면 박솔뫼의 소설도 그러하다. 박솔뫼의 소설은 많이 읽지 않았지만 이번에 나온 짧은 소설이 급 궁금해졌다. 아, 김지연의 짧은 소설도 읽어야 하는데. 오랜만에 위픽 시리즈도 하나. 이서수가 소설에서 보여주는 여성 연대를 기억한다. 그들의 연대가 끈끈하고 단단하기를 바란다. 이 소설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br><br><br>수국도 좋고 소설도 좋다. 수국은 조금씩 시들고 있다. 수국과 소설을 짝꿍처럼 담아보려 했지만 아쉬움만 남는다. 수국을 바라보는 소설, 소설을 바라보는 수국이라고 생각한다. 서로를 향하는 마음이라고 말이다. 소설과 수국의 마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br><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382/40/cover150/896090990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3824022</link></image></item><item><author>자목련</author><category>당신과의 포옹</category><title>내게 맞는 고요하고 간소한 삶</title><link>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17343332</link><pubDate>Fri, 19 Jun 2026 11:0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17343332</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42835213&TPaperId=1734333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8419/44/coveroff/k742835213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52137109&TPaperId=1734333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73/19/coveroff/k452137109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1418406&TPaperId=1734333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85/77/coveroff/8991418406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얼마 전 이불을 버렸다. 침낭도 버렸다. 그 가운데 몇 년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들도 있었다. 손님이 오면 사용하려고 예쁜 이불이라서 버리지 못한 것들이었다. 그것들이 사라진다고 해서 어려움이 생기는 일은 없었다. 단지 버리지 못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소유한다는 것, 그것이 내 것이라는 어떤 욕심이 자리했던 것이다. 둘러보면 그런 것들이 너무 많다. 그런데도 나는 버리지 못한다.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br>오랜만에 친구나 지인을 만나면 주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코스피를 보면서 지금껏 주식을 하지 않는 나는 잘못한 사람처럼 여겨진다.  그렇다고 주식을 하는 모두가 이익을 낸  건 아니다. 게으르고 무지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런 마음은 어디서 오는 걸까? 내가 단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 삶의 목적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최근에 종영한 드라마 속 인물이 대사처럼 목적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이런 마음은 미국의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만든 잡지 「플레인 Plain」에 실린 27편의 에세이를 담은 책 『간소한 삶』를 읽으면서 깊어졌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따라가는 삶. 과감하게 무언가를 내려놓고 버리는 삶. 그들이 들려주는 진솔한 이야기는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지금 사는 삶이 어떠냐고 묻는다. 농부, 시인, 평범한 주부이자 엄마, 할아버지, 환경운동가 등 다양한 필자가 경험에서 우러난 고백을 들려준다. 이 책을 읽고 당장 내 삶이 크게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알고 있다. 그러나 한 번씩 생각날 건 분명하다. ​한 편으로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30여 년 전에 나온 책이니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니냐고 말이다. 곳곳에 기독교적 색채와 ‘아미쉬 공동체’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미디어와 AI에 의존하며 우리가 잃어버린 게 무엇인지 확인하게 된다.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그것에 매몰된 자신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혼자가 편하고 간편하고 빠른 속도에 익숙해 잠깐의 기다림도 참지 못하고 조바심을 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 그 안에서 우리가 놓치는 게 무엇인지 말이다.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놀라운 상품을 생산하고 더 많은 곡물을 재배하지만 누군가는 굶주림과 가난에 죽어간다. 책에서 마주한 삶은 과거 우리가 살아온 모습의 조각이다. 이웃과 인사를 나누고 시간을 내고 서로를 배려하고 좋은 일이 생기면 함께 즐거운 마음을 나누는 일. 물물교환, 품앗이, 직접 옷을 만들어 입고 잼을 만들어 먹는 일,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를 이용하는 삶. 지금 이 시대와 맞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찾는 행복과 기쁨을 경험하지 않았기에 단정 지을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이 의미가 있다. ​우리 삶에서 돈이 자치하는 자리를 줄이며 균형을 찾는 일은 상당히 도전이 될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가치를 이해하고 우리가 쓰는 돈의 연결고리와 그것이 미치는 효과를 이해한다면, 우리는 돈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다. (71쪽)<br><br><br><br><br>음식에 관한 한 가장 멋진 점은 물론 먹는 것 그 자체다. 그러니까 함께 먹는 것이다. 혼자 먹으면 별 재미가 없다. 음식을 나누며 우리가 뜻깊은 일을 함께 기념하고 이웃을 사귀고 베풀고 감사하고 삶을 나눈다. 향연과 축제, 작은 파티, 공동식사를 생각해보라. 우리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것은 음식 자체가 아니라 식탁에서 생겨나는 유대감이다. (158쪽)​우리가 정말 바라는 삶은 무엇일까? 하루라도 스마트폰이 없으면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삶, TV 플러그를 뽑으면 큰일이 날 것 같은 두려움. 그러나 TV는커녕 라디오를 꺼도 아무것도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토록 원하던 고요를 느끼고 아이와의 대화는 풍요로워지고 노래를 부른다. 책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한정된 삶일까? 아닐 것이다. 아이들은 더욱 그러하다. 스마트폰 대신할 수 있는 다른 놀이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을 잠재우고 있는지도 모른다.​너무 많은 정보에 혼란스럽고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일, 나만 그럴까? 어느 순간 나만의 기준을 사라지고 주변의 삶을 따라가기에 급급하다. 주어진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고 살아간다. 정체를 모르는 욕구 불만에 계획 없이 무언가를 사들이고 대화는 단절된다. 단답형의 대화, 줄임말로 이어지는 문자. ​더 이상 가까운 이의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는 나를 발견했을 때 깜짝 놀랐다. 손의 감각에 의지할 뿐 도어록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는 때도 있다. 스마트폰에 메모했으니까.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 과거로 회귀한 듯 모두가 자급자족하며 공동체의 삶을 꾸리며 『간소한 삶』처럼 살라는 게 아니다. 그렇게 살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가 놓친 게 무엇인지는 인지하고 살아야 한다. ​우리 부모님이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숨을 거두고 우리 아이들이 낯선 사람들의 울타리 안에서 지내는 게 정말 중요할까? 부모와 아이들을 갖다 맡긴 후 이론적으로 복잡한 관계로부터 ‘자유’를 얻게 된, 늙지도 어리지도 않은 사람들의 삶은 과연 좋아졌는가? 좋은 삶이란 서로서로 복잡한 관계를 맺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그것이 온전한 삶의 핵심이다. (305쪽) ​『간소한 삶』을 읽다 보면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떠올리게 된다. 아마 많은 이들이 그러할 것이다. 주제적인 나로 살고자 하는 소망을 생각한다. 그와 같은 삶을 살 수 없겠지만 주변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월든』의 한 구절을 생각하게 된다. 내면의 소리, 내가 외면하는 소리, 그러나 어딘가에서 계속 들려오는 소리. <br>인간은 언제나 자기영혼이 하는 진실한 얘기를 들어야 한다. 그것은 희미하지만 꾸준한 소리다. (『월든』, 286쪽)<br>같은 의미로 최근에 읽은 호세 카를로스 루이스의 『우아한 사고를 위한 철학』도 같은 맥락이다. 디지털 화면이 지배하는 세상, ‘스크린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한다. 스크린의 지배를 받지 않고 내가 스크린를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메타버스, AI, 기후변화, 가상현실과 적절하게 조화하며 그 안에서 나만의 행복을 찾아 살아가야 하니까.<br>누군가 당장 변화를 찾아 행동할지도 모른다. 누군가 나와는 다른 삶이라 치부할지도 모른다. 나에게 맞는 간소한 삶을 찾는 일. 그게 필요하다.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하게 알고 소중한 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일. 내가 좋아하고 마음이 고요해지는 삶을 향한 시작을 『간소한 삶』을 통해 발견하게 될 것이다.<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85/77/cover150/899141840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857739</link></image></item><item><author>자목련</author><category>당신과의 포옹</category><title>5월의 책 </title><link>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17325370</link><pubDate>Tue, 09 Jun 2026 15:5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17325370</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52138200&TPaperId=1732537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246/77/coveroff/k452138200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045267&TPaperId=1732537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7/80/coveroff/8932045267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4950&TPaperId=1732537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70/8/coveroff/8937464950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일상을 산다. 하루를 산다. 똑같은 날들이 지루하고 때로는 지겨워서 뭔가 이벤트가 있기를 바란다. 아주 작은 이벤트는 신선하고 새로운  활력을 불러오기도 하니까. 그러다 제법 큰 이벤트가 발생하면 그 뻔한 일상이 뻔한 하루가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대단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마음을 졸였고 전전긍긍하며 살았다. 어찌할 수 없는 앞에 한없이 작아지고 무기력하게 말이다.​6월이 되었는데도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달라지고 싶었는데 달라져야 했는데 말이다. 지난 주말에 친구가 다녀갔다. 친구는 이사 문제로 정신이 없었다. 사는 집을 팔았는데 이사 날짜가 맞지 않아 보관 이사를 했고 당분간 살 공간을 원룸을 구했다. 그리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끝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나를 만나러 왔다. 주말에 늦잠도 못 자고. ​내가 고집을 부렸다. 나를 만나러 오라고. 겨울에 얼굴을 보고 두 계절이 지났다. 만나지 못했던 날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았고 그 시간은 허투루 보낼 수 없었다. 아쉬움을 남기고 친구는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오래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 무기력에서 벗어날 생각, 줄어들지 않는 불안과 찾아야 할 일상에 대해서 말이다. 어떤 일에 대해, 어떤 시간에 대해, 어떤 요일에 대해 내가 부여한 의미들에 대해서. 그 시간이, 그 요일이, 그 느낌이 찾아오는 것들에 대해서. 의미를 부여했기에 나는 힘들었다. 의미를 부여했기에 나는 그것들이 두려웠다. 일어난 일들에 대해, 되돌릴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잔뜩 부여한 의미. 그게 문제였다. <br><br><br>나를 아끼는, 나의 소중하고 귀한 친구는 다시 컴퓨터를 켜고 무언가를 쓰는 루틴을 찾으라고 말한다.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라고. 그래서 나는 커피를 마시고 좋아하는 잔을 구매했다.계획에 없던 일이다. 다시 충동의 일상을 살기로 했다. 그리고 읽으려고, 궁금했던 책을 기록한다. 이 책들은 5월의 책이다. 읽기는 느리고 더디지만 6월의 책도 곧! <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70/8/cover150/893746495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700890</link></image></item><item><author>자목련</author><category>목소리 </category><title>나의 작약이 그러하듯이 - [작약과 공터]</title><link>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17307442</link><pubDate>Sun, 31 May 2026 11:1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1730744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044627&TPaperId=1730744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301/34/coveroff/893204462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044627&TPaperId=1730744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작약과 공터</a><br/>허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10월<br/></td></tr></table><br/><br>5월은 불안한 시간으로 채워졌다. 원인을 알 수 없었던 불안이 아니었다. 하지만 원인을 안다고 해서 불안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더욱 불안은 깊어졌고 잠잠하지 않고 요동쳤다. 5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에 이르려야 조금 괜찮아졌다고 여긴다. 정말로 괜찮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내 스스로 그런 의식이 필요하고 다짐이 필요하다는 걸 알아차렸다고 할까. 그리고 겨우 시집을 읽는다. 실은 작약의 계절에 이 시집을 읽고 싶었고 생생했던 작약의 꽃잎이 시들고 떨어지는 날들에 이 시집이 그리웠다. <br>빗나가고 싶었고, 빗나간 것들에 대해 노래하고 싶었고, 빗나간 것들을 증언하고 싶었다. 시는 그랬다. 모든 시는 불온해야 하고 모든 시는 자유로워야 한다. 불온한 시를 만나는 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과 친해지는 일이다. 내 모든 시를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에 바친다. (시인의 말)<br>그래서 얼마나 불온한 시냐고? 그건 모르겠다. 다만 시를 만나는 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과 친해지는 일이라는 말이 가슴에 콕 박혔다. 허연의 시는 뭐랄까, 외롭고 쓸쓸한 한 인간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러니까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고독한 남자가 맞을지도 모른다. 홀로 있는 그가 건넨 시가 가만히 내게로 건너와 내 곁을 지킨다. 다시 시집을 펼치면서 여전히 같은 시에 시선이 길게 머문다. 그건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그리고 내심 모른척했던 이런 시를 처음 만난 것처럼 읽는다.<br>​사람들이 땅을 발견함으로써자두나무를 발견하고모든 결과는 자두가 되었다​염탐된 사상들이 담긴서책에 대해서 생각한다​장서관 맨 위 칸 귀퉁이가 찢어진그 서책은 놀라운 것이었다​엄마에 반발한 아이들이줄지어죽어갔던 날들의 기록이었다​익숙한 햇살이 땅을 비출 때마다 그림자는 이름을 가졌다​결국, 세상은 그림자였음을 안다바라보면 눈멀게 되는 것들이 있다​성당 한쪽 담벼락에 섬망이 지나갔다​죽어갔지만 어떤 것들은 이름을 가졌다(「어떤 것들은 이름을 가졌다』 - 전문)<br><br><br>​사라진 기억, 사라졌다고 믿었던 날들, 이제는 부재한 누군가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 안에 나의 이름을 덧붙인다. 나의 생도 언젠가 사라질 것이다. 어느 날에는 소멸을 꿈꾸었지만 정작 그런 순간이 온다면 나는 멀리 달아나고 싶을지도 모른다. 알고 있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는 가장 큰 불안이기도 하니까. 나는 나를 모르고 내가 안다고 믿어도 그건 아는 게 아닐 터.​그러나 유한한 생은 오늘을 데려왔고 오늘을 살게 한다. 어떤 이는 치열하게 어떤 이는 무기력하게 어떤 이는 제법 아름답고 균형 있게 살아갈 것이다. 내게 주어진 5월의 하루하루는 우울감으로 가득했고 무기력으로 짓눌렸다. 심하게 구져졌고 위축했던 나의 마음이 도무지 펴질 것 같지 않았다. 나에게만 매몰되었기 때문이다. 아직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고 아직 마침표를 찍은 게 아닌데 말이다. 그저 오늘이 전부라는 걸 잊었다. 오늘이 인생이라는 걸 말이다. 그러니 이런 시는 완벽하다.​단명할 것이 분명한 화분에여전히 물을 준다마무리 짓지 못하는 일들 그런 게 뭐라고 속이 탄다​화분의 죽음은 화분의 시간은직관만으로는 말할 수 없다​시소에 앉아인조 잔디와 하늘을 번갈아 보면서어떤 게 쓸 만한 선택인지 생각한다​시소에 앉아 느끼는 생의 무질서도(度)는 그나마 견딜 만한다주기니까딱 거기까지니까​노인에서 소년으로시소는 움직인다양쪽에서 하는 일과 양은 같은데한쪽은 등신이고한쪽은 전사다​딱 거기까지가 생이다화분에 물을 준다(「슬픈 주기 1』 - 전문)​나의 5월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내일은 6월이다. 5월이 될 수 없다. 나의 오월은 지나갈 것이다. 나의 5월은 기억이 될 것이다. 하루가 지나면 6월이 되지만 나의 6월은 알 수 없다. 어쩌면 나는 6월에도 5월을 살지도 모른다. 6월에도 5월의 감정에 허덕이며 허우적댈지도 모른다. 그래도 5월을 살아냈다.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나의 작약이 그러했듯이.  『작약과 공터』가 그러하듯이. <br><br><br>​작약은 울먹거림알아듣기 힘들지만 정확한 말​살아서 작약을 보고 있다작약에는 잔인 속의 고요가 있고 고요를 알아채는 게 나의 재능이라서 (「작약과 공터』, 일부)<br><br>공터에선당신의 아름다운 나라와내 끔찍한 나라가 불온하게 빛나고 있었다​세상에는 이상한 공터가 있어서마음을 멍하게 하는 공터가 있어서작약이 있어서 (「작약과 공터 2』, 일부)<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7301/34/cover150/893204462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3013491</link></image></item><item><author>자목련</author><category>그러니까, 때때로 허물어지는 </category><title>서울은 정말 더웠고 장미가 아름답고 </title><link>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17277772</link><pubDate>Fri, 15 May 2026 10:3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17277772</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P152939204&TPaperId=1727777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24/4/coveroff/p152939204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4950&TPaperId=1727777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70/8/coveroff/8937464950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52138200&TPaperId=1727777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246/77/coveroff/k452138200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045267&TPaperId=1727777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7/80/coveroff/8932045267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어제는 서울에 다녀왔다. 계획에 없던 일정이었다. 서울에 가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서울에 갈 일은 병원 진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서울에 다녀온 게 좋은 일이 되었다. 불확실한 것에 대한 확인을 받았으므로. 서울은 정말 더웠고 장미가 가득했다. 장미 공원을 조성해 놓은 곳도 있었고 벚꽃 나무 아래로 넝쿨장미들이 가득했다. 분홍, 빨강, 노랑, 흰색의 장미가 아름다웠다. 그 모든 풍경에 대한 대화는 병원 진료가 끝나고 병원 내 카페에서 베리베리 라떼를 먹으며 할 수 있었다. ​나는 건강에 자신할 수 없는 사람이다. 하긴 누가 건강에 자신할 수 있겠는가. 여하튼 몸이 보내는 신호와 증상은 나를 두렵게 만들었고 전문가의 확인이 필요했다. 지방에 사는 이들이 그렇듯 서울로 향하는 길은 어떤 상황이 생길지 알 수 없는 대비가 동반된다. 금식을 했고 혹시나 모를 입원 준비를 해서 병원으로 향했다. 진료 예약을 할 때는 오후 늦은 시간이었는데 아침 일찍 병원에서 전화가 왔고 되도록 빨리 오라고 했다. 그건 좋은 일이었다. 의사가 내 상태를 확인했다는 뜻이니까. 아닐 수도 있지만 말이다. ​오랜 기간 만난 담당 의사는 나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해주었다. 하지만 확진은 아니었다.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그렇다. 왜 일어나는지 원인을 알아내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시행되지는 않는다. 나의 경우도 그랬다. 단순한, 일시적인 증상일 수도 있다고, 회복되고 완화되고 있으니 지켜보자는 의견. 나도 동의했다. 과잉진료를 하는 의사는 아니니까. 혹시 모르니 검사 예약은 하자고 했고 내가 의심하는 부분에 대한 검사를 위해 채혈을 했다. 장미에 대한 이야기는 피를 뽑고 검사 예약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기 전 카페에서 시작되었다. <br>5월이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도 연두와 초록이 가득한 풍경에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나의 마음의 경로에는 그것이 없었다. 안 좋은 것들, 나쁜 것들이 내 마음의 경로를 지배했다. 나는 다시 그 경로를 수정한다. 언제나 그렇듯 모든 일은 일어날 수 있고 그 모든 걸 이해하고 나는 기존의 나로 돌아와야 한다.<br>지난주에 친구가 보낸 노란 라넌큘러스를 보며 기뻐하는 나로, 스승의 날을 맞아 선생님께 소박한 카네이션을 보내는 나로 말이다. 나의 유일한 선생님, 최고의 스승이 계셔서 정말 감사하다. 손주를 돌보느라 지친 선생님께 작은 즐거움을 드릴 수 있어 감사하다. 조만간 목소리로 뵙고 싶다.<br><br><br><br><br><br>책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내가 주문한 책은 이곳에 없다. 이런 책과 커피를 샀다. 윤후명의 시집 &lt;모루도서관&gt;, 오랜만에 아무튼 시리즈 &lt;아무튼, 새벽&gt;윌리엄 포그너의 &lt;야생 종려나무&gt;. 세 권 모두 좋은 책일 것 같다. 쓰고 싶지 않아서 쓰지 못했다. 쓰고 싶다는 나로 돌아봐서 다행이다. 매일 쓰고 싶을지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쓰고 싶은 마음이 살아나서 다행이다. 다행인 마음이 생겨서 괜찮다. <br><br><br><br><br><br><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7/80/cover150/893204526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678011</link></image></item><item><author>자목련</author><category>목소리 </category><title>나름 재밌고 신선한  - [소설 보다 : 가을 2025]</title><link>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17243356</link><pubDate>Tue, 28 Apr 2026 11:4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1724335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044392&TPaperId=1724335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210/39/coveroff/893204439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044392&TPaperId=1724335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소설 보다 : 가을 2025</a><br/>서장원.이유리.정기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09월<br/></td></tr></table><br/>‘소설 보다 : 2025’ 시리즈 표지에 반해서 구매했다. 봄의 딸기, 여름의 포도, 가을의 무화과까지. 셋 가운데 무화과가 가장 탁월했다. 아무튼 그렇다는 말이다. 이유리의 「두정랜드」는 환상이나 상상을 찾을 수 없는 점이 나는 반가웠다. 이유리의 다른 이야기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구름 사람들』에서 다루었던 이야기와 비슷한 결이었다. 「두정랜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나’는 『구름 사람들』 속 주인공과 겹쳐 보였다. 「두정랜드」 속 ‘나’가 조금 더 활달하다고 해야 할까. 그건 공간과 배경이 가상이 아닌 구체적인 현재에서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인터뷰에서도 밝혔던 것처럼.  그러나 웬만한 독자라면 이미 알 것이다. ‘나'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 게 아니라는걸. ‘나'는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는 연두와 놀이 기구를 타러 두정랜드에 온 이들이 서울 사람인지 아닌지를 맞추는 게임을 한다. 매번 실패하는 연두에 비해 나는 항상 정답을 맞힌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두정이 싫고 서울을 갈망하기 때문이다. 두정에서 대학을 다니고 선배 남자친구를 둔 연두와는 다르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학 입학, 휴학,  친구, 모두 거짓이다. 쉬는 날 홍대 주변을 둘러보는 게 전부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에게 서울은 홍대이니까. ​나에게 ‘두정’은 정착할 곳이 아니고 떠나야 할 곳, 버려야 할 곳이다. 그에 반해 연두는 결혼할 남자친구가 서울에 집을 가지고 있어 진짜 서울에서 살 것이다. 나가 꿈꾸는 미래를 손에 쥐었음에도 연두는 감흥이 없다. 나의 입장에서 연두는 현실에 순응하는 수동적 인물로 보인다. 가짜를 쫓으며 살아가는 나와 나만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연두로 이십 대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은 극단적이지만 요즘 시대를 보면 양극 현상은 당연한 것인지도.​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서울을 꿈꾸는지도 모른다. 모든 삶의 표준이 되는 서울, 자연스레 따라오는 차별, 고향을 버리고 새로운 출신지를 꿈꾸는 청춘. 「두정랜드」 속 연두와 화자의 모습을 통해 현재 이십 대의 마음을 본다. 세 번 오르면 소원을 이뤄준다는 관악산 정상으로 모여드는 청춘의 모습까지. ​「두정랜드」가 이십 대의 이야기라면 정기현의 「공부를 하자 그리고 시험을 보자」의 주인공은 십 대다. 주인공 ‘승주’는 전교 1등으로 반 회장 장범규와 사귀는 사이지만 학교에서는 아는 척하지 않는 영악함을 보인다. 승주의 일상은 정확한 계획으로 이뤄진다. 완벽한 계획, 모든 것이 자신이 의도한 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장범규와의 데이트도 그랬다. 똑같은 행위, 똑같은 배달 음식, 그러다 남은 음식을 창문 밖으로 투하하는 장난. 쓰레기를 던지고 몸을 숨기면 완벽했다. 불량 청소년 ‘버들치’ 무리가 승주를 찾아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건 계획에 없던 일이었고 예측을 벗어났으니 대책이 없다. 그러나 쓰레기가 날아온 장소가 장범규의 집이었다는 사실로 승주는 위기에서 벗어났다. 장범규와 결별하고 ‘버들치’ 무리와 어울린다. 승주는 전교 1등 모범생과 일탈, 그 사이를 오가며 자신을 의심하지 않았다. 원하는 대로 계획한 대로 이뤄질 거라 확신했다.<br>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승주는 늘 결백했다. 무엇에서든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나를 속이지 않는 것,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요행은 금물. 바라지도 않는 편이 좋다. 오직 최선을 다한다. 그것이 승부가 생각하는 진실이었다. 승주는 나를 속이는 길과 속이지 않는 길, 그 갈림길 앞에 설 때마다 이 명제를 되새겼다. ( 「공부를 하자 그리고 시험을 보자」, 122~123쪽)<br><br><br><br>겪어왔던 바와는 영 딴판인 세계가 자신을 덮쳐 올 때, 또 다른 무기를 갖추지 못했거나 무기를 제때 뽑아 들지 못한 사람은 원래 머물던 세계의 기반마저 한 순간에 위태로워지지 마련이었지만 승주는 달랐다. (136쪽)<br>맹랑하고 자신만만하며 잔망스러운 승주의 태도는 창의력 수학 시험 문제지 앞에서 정점에 이른다. 문제에 나온 유원지를 버들치 무리와의 거닐었던 공간을 대입하며 자신만만하게 풀어낸다. 요구했던 답은 최소였지만 승주는 최대를 구했다. 버들치 무리와 보내는 시간은 길면 길수록 좋은 것이니까. 그러니 시험을 풀며 승주는 내내 행복했을 것이다. 외고 입시의 결과는 상관없이 말이다. 단 한 명의 어른 목소리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한 일이 어떤 결과로 승주 앞에 나타날지, 완벽하다고 여긴 계획의 실수와 오차를 승주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승주가 어떻게 성장할지 궁금하다. 정기현 작가가 어른이 된 승주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다. <br>이유리, 정기현의 소설이 경험, 욕망, 방황으로 읽을 수 있었다면 서장원의 「히데오」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볼 수 있다. 화자인 ‘수진’과 ‘히데오’는 대학교 연극원 강의실에서 처음 만난 선후배 사이다. 극작을 전공하며 학보사 기사인 수진은 히데오를 인터뷰한다. 조금씩 친해지자 히데오는 수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가 이혼하고 한국에 온 사실. 자신의 첫 번째 이름이 히데오라는 것. 수진은 그것이 히데오의 비밀이라 여겼고 둘 사이가 특별한 관계라고 생각했다. 자주 만난 산책을 하고 시간을 보냈기도 했으니까. 그 뒤로 수진이 쓴 연극 「따위 게임」에 히데오가 발탁된다. 그 연극을 계기로 히데오는 자신의 출신, 성장과정, 정체성에서 자유로워지며 졸업 후 배우로 성공하고 수진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모두가 알게 된다. 시간이 흐른 뒤 둘은 재회하지만 수진이 만난 히데오는 과거의 히데오가 아니었다. 그들이 나눴던 비밀은 사라졌다. 어쩌면 수진만 비밀이라 여겼을지도 모를 비밀. 때문에 수진은 그런 히데오에게 남다른 감정이 생겼고 그도 자신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이처럼 비밀은 시간이 지나면 비밀이 아니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 소설은 다양한 시선으로 읽을 수 있다. 연애 소설로도 읽을 수 있고 나처럼 관계에 주목할 수도 있고 히데오의 성장소설로도 가능하다. <br>『소설 보다 : 가을 2025』에서 만난 서장원, 이유리, 정기현의 소설은 나름 재밌었고 신선했다. 각자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뚜렷하게 보여준다고 할까.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7210/39/cover150/893204439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2103996</link></image></item><item><author>자목련</author><category>그러니까, 때때로 허물어지는 </category><title>작약은 예쁘고 시는 슬프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17235683</link><pubDate>Fri, 24 Apr 2026 10: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17235683</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42932003&TPaperId=1723568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4366/47/coveroff/k442932003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나는 작약을 좋아하고 그걸 아는 너는 내게 작약을 선물했다. 네가 보낸 작약은 '레드 참'이었고 너는 그 사실을 살짝 안타까워했다. 너는 분명 '사라' 작약을 선택했다고 믿었으니까. 아니 네가 구독한 상품이 그랬을 거라고 여겼으니까. 그러나 나는 작약은 다 좋고 좋으니까. 상관없다. 그래도 아쉬운 건 이 녀석은 빠르게 피고 빠르게 진다는 것. 한순간 와락 꽃잎이 떨어지고 장렬하게 전사한다는 것. 어제 도착했을 때에는 두 송이만 피어나고 있었다. 나머지 세 송이는 작고 귀여운 알사탕이었다. 화병에 옮기고 시간이 지나니 생기가 돌았고 세 송이 가운데 하나도 피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송이는 아직도 수면에 빠진 것 같다. <br><br><br><br><br><br>올해 첫 작약은 네가 시작했고 나의 작약은 두 번째, 세 번째로 이어질 것이다. 아침에 잠깐 튤립, 작약 구근에 대해 작은언니와 이야기를 했다. 오빠네 마당에도 이런 구근을 심으면 좋을 텐데. 오빠는 나무는 좋아하지만 꽃은 그보다 덜 좋아하는 건가 혼자 생각했다. 언제 한 번 물어봐야겠다. <br><br><br><br>자주 검색하는 작약은 '바츠 젤라' 작약, '레몬' 작약이다. 환한 노란빛에 반해서 검색을 하곤 한다.  생화를 구매하는 방법을 찾을 수 없다. 도시의 큰 꽃집에서나 가능할까. 직접 마주하면 그 아름다움에 놀랄 것 같다. 언젠가 꼭 만나고 싶은 작약이다. 이런 마음이 닿아 만나기를 바란다. 작약을 보고 작약이 등장하는 시집을 꺼내 읽는다. 작약도 좋고 이런 시는 슬프다. 다시 읽어도 슬프다.​<br><br>​​작약 속을 걸었다작약이 없다작약이 아닌 것들만 가득했다죽는다고 달라질 게 있을까거기와 이곳이 사이는 없고환상이라고 말하면 이미 환상이 아닌데​여기는 한 번쯤 죽어야 올 수 있다는 말은 거짓이었다​물고기가 바라보는 곳을새 한 마리가 바라본다나도 그곳을 바라본다모두 다른 곳인데 한곳에 있었다​작약은 거기 있다허공에 뿌리를 두고꽃을 물속에 두었다누가 밀어넣었을까누가 밀어올렸을까어떤 반성과 참회의 꼭대기를 흔들었다​무수하게 산란하는 물고기들이내 얼굴을 스쳐간다​작약 속을 걸었다작약이 없다이 모든 게 작약이 되는 날이 온다는 말을 이제 믿지 않는다치욕스러웠다​반복되는 작약 ​피가 물속으로 퍼져갈 때 작약꽃이 피었다​나는 집을 만들 손이 없었다(「작약은 물속에서 더 환한데」, 전문)<br> <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4366/47/cover150/k44293200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43664772</link></image></item><item><author>자목련</author><category>당신과의 포옹</category><title>책의 날, 책이 좋아서  </title><link>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17233705</link><pubDate>Thu, 23 Apr 2026 10:0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17233705</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P092939293&TPaperId=1723370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55/73/coveroff/p092939293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52137009&TPaperId=1723370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58/61/coveroff/k852137009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12137309&TPaperId=1723370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80/59/coveroff/k912137309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4981199&TPaperId=1723370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1396/81/coveroff/8934981199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수요일이었던 어제는 지구의 날 소등행사가 있었다. 작년에는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올해는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도 동참했다. 저녁 8시에 시작해 10분간 불을 끄는 일, 그 잠깐의 10분이 꽤 오래 느껴졌다. 10분의 침묵과 어둠이 가능했던 시절은 언제였을까. 침묵과 고요, 그것이 주는 평온함을 가만히 떠올렸던 시간이었다. <br>목요일이다. 목요일의 아이는 길을 떠난다고 했던가. 정확하지 않다. 아무튼 목요일이고 오늘은 세계 책의 날이다. 그리고 내 생일이다. 세계 책의 날과 생일이 되었다. 음력으로 생일을 챙기다 보니 이렇게 좋아하는 책과 생일이 같은 해도 맞이한다. 그러니 세계 책의 날을 축하하며 도착한 책을 기록한다. 가까이 지내는 선배 언니가 보낸 책 선물과 커피. 쨍한 핑크 책등이 인상적인 『언어의 무게』. 나는 읽지 않은 책이다. 내가 읽지 않은 책이라 하니 언니는 다행이라며 좋아하면 좋겠다고 했다. 읽기 전이지만 나는 벌써부터 좋다. 커피는 말할 것도 없이.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말할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이다. 그러니 이 글을 쓰는 지금이 참 좋다.<br><br><br><br>박상수 시인의 시집 『메신저 백』과 이름도 어려운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소설 『슬픔의 물리학』은 믿고 읽는 이들의 리뷰 덕분에 구매로 이어졌다. 『메신저 백』은 조금 놀랐다. 왜냐하면 수록된 시가 모두 긴 시라서. 마지막에 산문도 한 편 실렸다. 박상수 시인의 시집을 구매한 기억은 있는데 시의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다. 물론 그 시집도 책장에 없다. 왠지 찬찬히, 오래 읽어야 할 것 같다. <br>꽉 차올라서 더 채울 게 없는데도 채우지 못한 것 같은 이런 이상한 슬픔과 빛, 소금과 허브로 잘 절여두었다가 건조시킨 후에 꽁꽁 싸매두자 일 년 뒤에 연잎 껍질을 풀면 비로소 오늘의 이 기분이 손에 배어나오도록, 우리 두 사람에서 시작해 우리를 아는 모든 사람에게 반짝이며 풍기도록, 양손을 활짝 펼쳐서 서로를 기다려주는 사람, 한 사람이 품에 들어오면 다른 한 사람이 날개뼈를 잡아 한 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사람들처럼 녹아버리는 마음, 바람이 세서 피크닉은 어려울 것 같은 날에도 키 큰 나무 아래에서 눈을 감고 같이 누워 있는 모습을 떠올려보자 흩어지는 머리칼을 서로 정돈해주며 웃어주는 우리가 되자, (「다하지 못한 마음」 일부)<br>나는 이제 실패를 아는 사람으로서 돌아보면서 가기로 한다 돌아보면서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믿어보기로 한다 믿음은 있어서 믿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써 생겨나는 것, 그렇다면 있다 나는 벌써 있다,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감사를 반복하기로 한다 멀리서 종소리가 들리고 나는 강을 뒤로 하고, 이제 로비를 지나 숙소까지 돌아가는 일이 남고, 이것은 갔다가 돌아고는 구조, 회귀의 여정, 성숙의 파노라마를 완성하는 일에 실패할까 봐 내일부터는 하루에 한 번씩만 돌아보기로 한다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중얼거림을 반복하는 사람은 되지 못한 사람,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되지 못한 사람으로서 나는 증명할 수 없는 실패의 말을 받아 적으며 복도를 걸어간다 그때에도 강물은 녹고 빛은 부서진다.  (「증명할 수 없는 사람」 일부)<br>'세계 책의 날'이니 오늘은 여느 때보다 책을 만지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br><br><br><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1396/81/cover150/893498119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3968193</link></image></item><item><author>자목련</author><category>그러니까, 때때로 허물어지는 </category><title>사랑하는 사람을 안다는 건...</title><link>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17227770</link><pubDate>Mon, 20 Apr 2026 11:3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rilkecactus/17227770</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12137883&TPaperId=1722777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03/99/coveroff/k312137883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02137883&TPaperId=1722777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04/7/coveroff/k802137883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42137883&TPaperId=1722777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04/12/coveroff/k842137883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오랜 시간 알고 지낸 친구가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의 반응 때문인데 나쁜 일의 경우 그렇게까지 속상할 일인가 나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기준이 다르니까 그럴 수 있다고 해도 돌이킬 수 없는 일에 계속 신경을 쓰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누군가 나를 보면 그도 역시 같은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아는 건 어렵고 이해하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니까. 그럼 사랑하는 일은 어떨까? 상대의 모든 걸 품어주고 견디는 게 사랑일까. 사랑하기 때문에 그 모든 걸 감수할 자신이 있는 것일까? 애거서 크리스티의 당편소설 『장미와 주목』속 ‘이저벨라’가 선택한 사랑은 도무지 모르겠다. 그녀가 상대의 무엇에 반했는지 말이다. 이렇게 말하면 『장미와 주목』이 단순한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어떤 면에서는 맞지만 소설을 다 읽고 나면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한 사람의 심연을 채우고 지배하는 게 무엇인지, 타인에 대해 안다는 건 얼마나 무지한가 스스로 묻게 된다. <br>소설은 죽어가는 누군가가 화자인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소식으로 시작한다. 기억에도 없는 이름이었다. ‘존 게이브리얼’, 그를 중오하는데 마지막 순간에 나를 찾다니. 존 게이브리얼과의 만남은 호기심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못생긴 사기꾼의 최후를 지켜보고 싶은 이상한 욕망 말이다. 존 게이브리얼의 죽음의 순간은 그들의 첫 만남을 불러온다. 과거 나는 사고로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와 한 몸인 상태로 런던을 벗어나 형수 테리사의 의 고모가 유산으로 물려준 집이 있는 세인트 루에서 생활했다. 형수는 많은 정치 행사에 참가할 생각이라고 했고 그와 관련된 이들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 지역의 보수당 대표로 나선 주자는 존 게이브리얼이었다. 그는 대단한 이력의 소유가는 아니었지만 선거를 출세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어떻게 하면 세인트 루 사람들의 환심을 사고 좋은 이미지를 남길 수 있는지 아는 사람으로 어느 정도 성공한 듯 보였다. 존 게이브리얼에게 나는 완벽한 청자였다. 모든 이야기를 쏟아냈고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br>나를 방문한 다른 이들은 안타까운 시선과 연민의 말들을 전했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은 달랐다. 삶을 포기하려고 수면제를 모으고 있던 나를 한눈에 알아본 사람은 귀족 아가씨 이저벨라였다.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죽음이었기에 그랬을까. 나는 이저벨라와의 만남이 즐거웠고 그녀와 대화를 하면서 모아둔 죽음이 아닌 삶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녀를 좋아하고 어쩌면 사랑하고 있었을지도. 그러나 그녀에게는 정혼자가 있었다.  그녀는 세인트 루의 성에 노부인들과 지내며 전쟁에 참가한 연인 사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돌아오면 결혼을 할 거라고.  <br>나와 이저벨라는 선거 이야기도 나누었는데 그 중심엔 당연 존 게이브리얼이 있었다.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그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테니까. 그가 술주정뱅이에 폭력을 쓰는 남편으로부터 한 여인을 구해준 일은 일파만파 커졌다. 사람들에게 둘은 내연관계처럼 보일 수 있었으니까. 여인은 자신이 존 게이브리얼에게 도움이 되지 않아 속상해하고 자책했다. 나에게도 찾아와 조언을 구했다. 보수당의 승리를 위해 세인트 루의 많은 이들이 의견을 냈고 결국엔 존 게이브리얼의 승리는 가까워졌다. 그리고 이저벨라가 기다리던 정혼자가 왔다. 이저벨라 정말 잘 어울렸다. 존 게이브리얼은 영광이 기다리고 있었고 이저벨라에게는 행복한 결혼생활만 남은 듯 보였다. 그러나 그런 결말은 도착하지 않았다. 존 게이브리얼과 이저벨라가 떠났으니까. 둘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존 게이브리얼은 귀족에 대한 반감으로 이저벨라를 꺾으려 했다는 것과 이저벨라는 아무렇지 않게 대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나에게 두 사람은 어울리지 않았다.<br><br><br><br>시간이 지나 의술의 발전으로 나는 휠체어에서 벗어났고 우연한 장소에서 존 게이브리얼과 재회한다. 그를 통해 이저벨라가 있는 집으로 찾아간다. 예상대로 비참한 환경이었지만 이저벨라는 아니었다. 예전과 같은 분위기였다. 정식 결혼을 하지 않고 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이저벨라가 세인트 루로 돌아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놀라운 건 그녀가 존 게이브리얼을 대신해 총에 맞아 죽었다. 맨 처음 만났을 때, 죽음이 무섭다고 했던 그녀였다. 선거 행사의 만남에서 그를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그를 모른다고 했던 그녀였다. <br>“전 그를 몰라요……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죠. 누군가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른다는 건 끔찍한 일이에요.” (235쪽)<br>분명 이저벨라는 존 게이브리얼을 사랑했다. 하지만 그를 알지 못했다. 아이러니하지만 맞는 말이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은 내 감정과 내 입장에 우선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 사랑은 복잡하고 삶도 마찬가지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필명 ‘메리 웨스트매콧’으로 쓴 소설에서 중점을 둔 것은 인간의 내면이었다. 한 사람의 삶을 이해하이 얼마나 어려운지. 자신이 지난 생을 돌아보는 입장에서도 다르지 않다. 형수 테리사가 짚어주는 이 부분이 소설의 핵심이다. <br>“그녀는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죠. 우리가 이해하지 못했던 건 ㅡ 그녀가 복잡해서가 아니라 단순하기 때문이었어요 ㅡ 무서울 정도로 단순했죠. 그녀는 언제나 본질만 생각했어요. 당신은 이저벨라가의 인생이 짧게 끝나버렸다고, 일그러지고 부서져버렸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난 그것 자체로 완전한 인생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 (347쪽)<br>『장미와 주목』의 화자인 휴 노리스가 이저벨라의 삶을 통해 자신의 그것을 마주한 것처럼. 오 분이나 천년이나 의미는 똑같고,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이 소설이 T.S 엘리엣의 『네 개의 사중주』 중 “장미의 순간과 주목의 순간은 같다”에서 가져온 것은 의미심장하다. <br>이미 다른 소설이 그러했듯 재미있게 읽었지만 가슴 한 구석을 지나는 날카로운 무언가가 있다. 가장 사랑하는 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수 있다는 이저벨라의 모습은 남편과 가족이 전부였고 그것이 행복한 삶이라 여겼던 『봄에 나는 없었다』에서 상실을 느꼈던 ‘조앤’, 가장 든든한 조력자였던 엄마의 죽음와 불행한 결혼을 통해 성장하는 『두 번째 봄』속 ‘셀리아’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인간 심연에 대한 사유, 애거서 크리스티의 통찰이 놀랍다.<br>조앤은 자식들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로드니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몰랐다. 그들을 사랑했지만 알지는 못했다. 알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사람들을 사랑하면 그들에 대해 알아야 하는 건데. 참된 진실보다도 유쾌하고 편안한 것들을 사실이라고 믿는 편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그래야 자신이 아프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에 대해 몰랐다. (『봄에 나는 없었다』, 중에서)<br>사람이 자라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얼마나 신비롭고 두려운 일인가. 사람에게 다른 어떤 순간보다 더 자기 자신다운 특별한 순간이라는 게 있을까? (『두 번째 봄』 중에서)<br><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04/12/cover150/k84213788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041208</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