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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를 돌아보며 읽은 책을 정리하는 일은 즐겁다. 잊고 있었던 책들과 다시 마주하기 때문이다. 어렵게 읽었던 책, 놀랍게 읽었던 책,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책을 생각한다. 항상 책을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읽고 싶은 책만 나열한 글이 많다. 부끄러운 일이다. 해마다 다양한 책읽기, 인문서적 읽기를 목표로 삼지만 언제나 제자리 걸음이다. 외국문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모르는 작가들은 왜 이리 많은지, 새로운 작가와 만날 때마다 놀란다. 특별했던 소설, 더 많이 알고 싶은 작가들의 소설이다.

 

 2013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앨리스 먼로의 단편집  『디어 라이프』 , 나만 그 명성을 몰랐던 파스칼 키냐르의  『세상의 모든 아침』 , 애정하는 작가 제임스 설터의  『가벼운 나날』 , 영화로 더 기대가 되는 토마스 H. 쿡의  『붉은 낙엽 , 매튜 탐정의 다른 활약이 궁금한 로렌스 블록의  『죽음의 한가운데 가 그렇다.

 

 앨리스 먼로의 소설집  『디어 라이프』 14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여든이 넘은 작가의 삶에 대한 통찰력이 대단한 소설이다. 남성보다는 여성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삶이라고 해야 할까. 해서 여성 독자들이 많은 공감을 할 이야기라 생각한다. 파스칼 키냐르의 책은 곁에 둔 지 오래지만 정작 만난 건  『세상의 모든 아침』 이다. 긴 소설이 아닌데 무척 힘겹게 읽었다. 읽고 리뷰를 썼지만 어떤 소설인지는 설명할 수 없는, 파스칼 기냐르는 내게 그런 작가다. 제임스 설터는 그냥 좋다. 단편집에 이어 만난 장편  『가벼운 나날』 에서도 그는 무심한 듯한 삶을 그려내고 뒤흔든다.  『붉은 낙엽』 은 정말 놀랍고 아름다웠다. 분명 추리소설이었다. 아이는 유괴되었고 범인은 잡혔다. 그 과정에서 의심과 불신에 대한 묘사가 정말 멋지다. 로렌스 블록의  『죽음의 한가운데』 는 추억을 불러온다. 사건이 아닌 사건에 속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공중전화를 찾고 싶게 만드는 아련한 그리움까지 선물한다.

 

 

 

 

 

 

 

 

 

 

 

 

 여전히 읽겠다고 구매한 책들은 많다. 하나씩 모으는 밀란 쿤데라 전집, 급 궁금해진 토마스 만과 윌리엄 포크너, 세계문학들, 해외문학상 수상작들은 언제나 궁금하다. 가장 빨리 읽게 될 외국문학은 러시아 작가 막심 고리끼의  『마부』, 읽다가 멈춘 문학동네 세계문학 여명』, 읽은 이마다 호평만 하는 앤드루 포터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애드 맥배인의 『조각 맞추기』, 줌파 라히리의 『축복받은 집』이다. 게획대로 읽을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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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4-01-03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새해도 벌써 셋째날이네요. 신명나는 한 해 누리세요^^

자목련 2014-01-03 17:44   좋아요 0 | URL
어, 하는 사이에 내일이 주말이네요.
2014년에는 즐겁고 기쁜 일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프레이야 님, 매번 먼저 마음을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올해도 잘 부탁드려요^^*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분야는 한국문학이다. 한데 1년 동안 사놓은 한국문학이 읽은 그것보다 훨씬 많다. 그러니까 여기 올린 책들은 읽은 책 중에서 선정한 것이다. 물론 기준은 내 맘대로다. 최진영의 <팽이>, 류소영의 <개미, 내 가여운 개미>, 윤고은의 <밤의 여행자들>, 김연수의 <사월의 미, 칠월의 솔>, 노재희의 <너의 고독 속으로 달아나라>. 어쩌다 보니 단편집이 4권이다. 정이현의 <안녕, 내 모든 것>과 구병모의 <파과>도 나쁘지 않았다. 시집은 제대로 읽고 리뷰를 쓴 게 없어서 제외했다.

 

 최진영은 젊은작가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 이 소설집이 더 좋았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글, 그녀의 시선이 더 궁금해졌다. 공교롭게도 작가정신의 소설이 두 권이다. 노재희와 류소영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어 기쁘다. 윤고은의 소설은 이번에 세 번째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이 가장 좋았다. 강유정의 말대로 그녀는 변화하고 있었다. 아, 김연수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은 리뷰를 쓰지 못했다. 이 소설집을 제대로 말할 수 있는 리뷰를 쓰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민음사의 젊은 작가 시리즈가 반갑고, 작가정신에서 나오는 한국문학에 대한 기대는 점점 커진다. 2014년에는 김숨의 <국수>, 백민석의 <혀끝의 남자>, 조해진의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이장욱의 <천국보다 낯선>을 읽을 것이다. 꼭 리뷰도 남기면 좋겠다.  그리고 정말 기다리는 작가는 김이설 단편집과 정용준 장편이다.  많은 이들이 한국문학을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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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인이 보낸 문자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문자가 있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 알림 문자다. 김숨의 소설집 『국수가 담긴 상자를 택배로 받은 기분이다. 표지도 산뜻하다. 창비에서는 김숨의 책이 처음이지 싶다. 고요하면서도 치열한 삶의 단면을 담았을 기다렸다.

 

 여전히 2G를 사용한다는 한귀은의 『엄마와 집짓기』도 기다렸다. 제목처럼 엄마와 집을 짓는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이면에는 분명 관계와 삶에 대한 글이 있을 게 분명하다. 봄을 맞는 듯한 표지가 이 겨울에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듯하다.

 

 민음의 시 200이자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인 손미의 양파 공동체』, 윤제림의 『새의 얼굴』은 12월과 1월을 이어주는 시집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2013년의 마지막 주문이자 2014년의 첫 주문으로 내 곁에 올 책들. 반가운 책도 보인다. 김민정 시인의 첫 산문집 『각설하고,』는 표지 이미지가 시인을 닮은 듯하다.

 

 

 

 

 

 

 

 

 

 

 

 

 

 

 

 

 

 

 

 그런가 하면 오전에는 몇 권의 소설집을 정리했다. 다시 읽지 않을 책이었지만 한참이나 망설였다.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도 있었기 때문이다. 침대에 쌓인 책들, 먼지를 옷처럼 입고 있는 책들, 자주 읽고 싶어서 책장 앞에 놓아둔 책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이틀도 남지 않은 2013년에게도 미안하다. 성실하지 못했던, 간절하지 못했던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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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30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31 1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다. 택배 알림 문자가 도착했다. 나를 위한 선물이 곧 도착할 것이다. 이장욱의 천국보다 낯선, 하성란의 아직 설레는 일은 많다, 백민석의 죽은 올빼미 농장을 주문했다. 작가정신 이벤트가 있어서 작가향 시리즈를 몇 권 더 구매할까 생각 중이다.  그리고 이런 책들을 읽고 고른다.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을 아무 곳이나 펼쳐 읽고 있다. 오늘 읽은 부분은 이렇다.

 

 

  ‘우리가 억누르고 있는 걱정거리는 생의 특별한 마지막 순간만이 아니다. 거기엔 우리가 나이를 먹고, 건강을  잃고, 시들고 쇠약해진다는 사실이 딸려 있다. 생의 현 단계는 순식간에 흘러가고, 돌이켜보면 무상하기 그지없다. 스무 살이 되면 일곱 살 때 보낸 수천 시간은 휴지 조각처럼 느껴진다. 쉰 살이 되면 이십 대에 보낸 십 년 세월이 한순간처럼 덧없어진다. 삶의 문제들은 오늘, 우리 앞에 펼쳐질 며칠, 그리고 강렬하거나 혹은 멍한 몇 시간 동안 아주 크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결국에는 모두가 사소해져 기억조차 하찮은 과거의 일이 된다.

 

  예술은 여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예술이란 현재를 앞질러 가, 자연이 우리를 데려갈 종착역에 대비해 우리의 합리적, 감각적 자아를 준비시켜주는 상상의 힘이기 때문이다. 얀 호사르트의 나이든 남녀의 초상화에서, 두 사람의 얼굴은 각기 약간 다른 방식으로 그들이 끌고 온 삶의 무게를 보여준다. 그들은 그들 자신이나 상대방에게 특별히 만족하는 듯 보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환멸을 느끼거나 우울해 보이지도 않는다. 

 

 

 

 

 남자의 모자에는 작은 금색 배지가 꽂혀 있고, 배지에는 그들보다 훨씬 젊은 남녀의 벌거벗은, 확실히 에로틱한 모습이 새겨져 있다. 그 배지는 그들이 관계를 맺기 시작하던 시절, 이제는 희미하게 멀어진 그때의 기억을 추억하는 기념물이다. 이 작품은 노년이 아니라 젊은 시절에 봐야 할 이미지를 담고 있다. 예술은 우리에게 미래의 소식을 전해주곤 한다.’ (영혼의 미술관, 142쪽)

 

 

 

 

 

 읽고 싶은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자전적 에세이 존재의 순간들 맨부커상 수상작가 하워드 제이콥슨의 『사랑의 행위』, 강창래의 『책의 정신』, 최근 알게 된 문학치료와 비슷한 맥락 일 것 같은 존 폭스의 『시詩치료』,  제32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인 손미의  『양파 공동체, 윤제림 시집 새의 얼굴, 아직 만나지 못한 최진영의 장편 『나는 왜 아직 죽지 않았는가, 강렬한 표지로 말을 거는 듯한 박선희의 『이브가 말했다』, 에밀 시오랑의 『지금 이순간, 나는 아프다.

 

 

 

 

 

 

 

 

 

 

 

 

 

 

 

 

 

 

 

 

 

 

 

 

 

 

 

 

 기다리고 기대했던 소식은 들리지 않는 오후다.  그러니까 소식의 주인은 내가 아닌 것이다. 조금은 천천히 흐를 오후, 어떤 책을 읽어야 빨리 지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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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개의 마음이 서로를 견제한다. 자신이 옳다고 말하는 마음은 없다. 그저 짐작하고 추측할 뿐이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경계해야 할 마음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12월은 그렇게 내게로 왔다. 어떤 마음은 처참하게 무시했고 어떤 마음은 은근슬쩍 힘을 보탰다. 모두 내 마음이다. 그러니까 여러 개의 마음을 가장하여 진짜 마음을 감추고 싶었던 거다.

 

 어제는 병원에 다녀왔다. 어떤 통증을 확인받으러 간 것이다. 단순한 통증이었고 일상처럼 받아들이는 방법이 현명하다는 뜻을 담아 의사는 진통제를 처방해주냐고 물었다. 나는 괜찮다고 말했고 3시간 동안의 병원 일정을 끝내고 돌아왔다. 피곤한 육체는 어제가 아니라 오늘 본색을 보인다. 살짝 미열이 지속된다. 내 몸이 내게 전하는 신호, 나쁘지 않다. 그로 인해 나는 충실하게 몸을 돌볼 수 있으니까. 책에 대한 구매욕이 주춤했다. 그건 위장이었다.

 

 단편과 시집으로만 만난 이장욱의 장편 <천국보다 낯선>이 민음사 젊은 작가 시리즈 4로 나왔다. 이장욱을 좋아하는 많은 독자들이 기다렸을 것이다. 나는 아직 이장욱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성란의 산문집 <아직 설레는 일은 많다>는 제목이 참 좋다. 물론 내용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왈왈>보다 긴 호흡의 글을 기대한다. 김연수, 김이설, 황석영, 천명관 등 활발히 활동하는 한국 작가들이 읽은 세계문학을 만나는 책 <한국 작가가 읽은 세계문학>은 세계문학에 대한 길잡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  현대문학에 대한 기사를 읽고 다시 검색하니 절판이 된 황정은의 <양의 미래>, 좋아하는 작가들의 단편은 나중에 단편집으로 만나야 할 것이다.

 

 

 

 

 

 

 

 

 

 

 

 

 

 

 

 

 

 

 

 

 

 여러 갈래의 마음은 모두 나의 것이다. 나의 마음인데 나는 왜 그 마음들이 두려울 때가 있을까? 12월이라서 그럴까. 감기로 이어질 미열을 챙기듯 나의 마음을 챙겨야 할 12월이다. 12월과 1월 사이, 길을 잃는 나의 마음을 돌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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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13-12-18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설레는 일은 많다. 읽어보고 싶군요. 보관함에 콕!!

마음 다독일 책 한권 고르고 갑니다...

자목련 2013-12-18 12:15   좋아요 0 | URL
제목 때문인지 더욱 관심이 가는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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