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않은 소설은 물음표로 남는다. 그건 읽다가 만 소설도 마찬가지다. 소설을 좋아하면서도 때로 피로감을 느낀다. 서점가에서 독자에게 인기 있는 주제나 테마가 생기면 너도나도 그 테마를 따라잡는다. 내가 느끼기엔 그렇다. 당연한 흐름일지도 모른다. 다 읽지 않았어도 비슷한 느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도 새로운 소설은 좋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은 더욱 좋다. 여기 세 권의 소설이 주는 기쁨도 같다.


제목 그대로 짧은 소설, 그리고 긴 소설이다. 김혜진의 짧은 소설 모음인 『완벽한 케이크의 맛』, 이제는 마음산책의 대표 시리즈가 되었다. 짧은 이야기와 그림. 박혜진의 그림도 좋다. 김혜진의 단편, 장편을 만났기에 짧은 단편은 어떨까 궁금하다. 기존의 소설과 닮았을 것 같으면서도 약간은 다르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백수린의 첫 번째 장편 『눈부신 안부』는 백수린의 다정함이 곳곳에 묻어 있다. 『친애하고, 친애하는』이라는 경장편이 있지만 문학동네에 연재한 이 소설이 백수린에게는 첫 장편인 것 같다. 김혜진과 백수린, 둘 다 좋아하는 작가라서 읽기 전에, 읽으면서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뀐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짧은 소설이자 가장 긴 소설인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 100쪽 정도의 얇은 책이 주는 울림이 대단한다. 뭐라 할 말이 많으면서도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할까. 어떻게 이런 슬픔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전할 수 있을까. 꼭 끌어안고 싶은 마음을 참아내며 가볍게 스치듯 포옹을 하는 마음이랄까. 아무튼 좋다. 이 소설은 영화 <말 없는 소녀>로 만들어졌다. 기회가 되면 영화도 보고 싶다. 검색해 보니 개봉일이 오늘이다.


읽기에 치진 마음이 있다면 이런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짧은 소설, 그리고 긴 소설. 세 명의 여성 작가가 보여주는 섬세한 아름다움, 여성 작가가 마주하는 사회의 모습,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 한 꼭지 짧은 소설을 읽고 잠시 멈춰도 좋고 장편은 나중에 천천히 읽어도 좋다. 어떻게 하든 좋은 소설은 우리와 만나게 되고 읽게 되니까. 그 좋음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어떤 좋음은 누구나 같으니까. 6월엔 그 좋음을 즐겁게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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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5-31 11: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맡겨진 소녀 읽으셨군요~! 저도 읽었는데 너무 짧아서 아쉬웠습니다 ㅋ 더 많은 작품이 번역되길 바래봅니다~!!

자목련 2023-06-01 10:37   좋아요 1 | URL
맞아요, 짧아서 아쉬운데 그 아쉬움이 참 묘해요. 감 좋은 출판사가 진행하고 있지 않을까요 ㅎ

그레이스 2023-05-31 1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수린작가는 좋았는데 다른 분들은 모르겠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자목련 2023-06-01 10:37   좋아요 0 | URL
김혜진 작가도 좋습니다. 기회되면 만나보세요^^

독서괭 2023-05-31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부신 안부 좋으셨군요! 맡겨진 소녀가 저렇게 얇은 거 보니 혹하네요 ㅋㅋ

자목련 2023-06-01 10:38   좋아요 1 | URL
<눈부신 안부>, 곧 리뷰를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맡겨진 소녀는 단숨에 읽을 수 있어요. 더 혹하시죠?

은오 2023-05-31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북플 피드 쭉 보는데 맡겨진소녀가 계속 언급되는중.... 자목련님도 호평하시니 보관함에 담습니다~!
그리고 저는 자목련님이 특히 좋아하시는 한국 작가들이 누군지 궁금해요!!

자목련 2023-06-01 10:42   좋아요 1 | URL
은오 님도 호평하시길~~
좋아하는 작가를 생각나는 대로 꼽자면 김연수, 권여선, 황정은, 김혜진, 김이설, 백수린, 조해진, 여성 작가가 많네요. 절필 선언한 윤이형이 소설을 써주면 좋겠어요. 한강은 초기 소설을 좋아하고요. 정용준도 좋아하고 최근엔 이주혜가 좋아요. 좋아하는 작가를 궁금해하는 은오 님도 좋고요!

은오 2023-06-01 18:19   좋아요 0 | URL
오오..!! 제가 번역을 거치지 않은 소설을 그러니까 한국 작가 소설을 읽어보고 싶은데 거의 안 읽어본 터라 고르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자목련님께 여쭤봐야지 했어요 😀 추천해주신 작가들 작품 검색해 보고 맘이 가는 걸로 읽어보겠습니다~! 넘 감사해요!! 그리고 마지막 문장.... 자목련님이 먼저 저 꼬셨어요?! 맞죠?! ㅋㅋㅋㅋㅋ🫶 제가 더 좋아합니당!!!!!

자목련 2023-06-02 11:45   좋아요 1 | URL
어떤 작가의 글이 은오 님 마음에 닿을까요?
꼬셔서 넘어온 건가요? 아, 설레라~~

페넬로페 2023-05-31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 책 다 읽고 싶어집니다.
전에는 한국 작가의 소설 많이 읽었는데 다시 관심 가져봐야겠어요^^

자목련 2023-06-01 10:43   좋아요 1 | URL
페널로페 님도 즐겁게 만나시면 좋겠어요.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시면 한 번 떠올려주세요^^

coolcat329 2023-05-31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맡겨진 소녀 좀전에 새파랑님 글에서도 봤는데 여기서도 보이네요.
짧은데 울림이 대단하다니 저도 급 끌립니다.
저는 올해 두 권 세 권짜리 장편을 좀 읽자 했는데 중간에 살짝 넣어야 겠습니다.

자목련 2023-06-01 10:44   좋아요 0 | URL
급 끌림, 좋아요 ㅎ
호흡이 긴 장편, 어떤 장편일까 궁금해지네요^^

책읽는나무 2023-05-31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제가 좋아하는 김혜진 작가와 백수린 작가의 책이로군요?^^
<맡겨진 소녀>의 책표지의 뒷모습의 소녀는 혹시 앤은 아니겠죠? 돌아보면 왠지 앤일 것 같은??ㅋㅋㅋ
그런데 내용은 아름다우면서 슬픈 내용이라니...
괜스레 앤 이야기를 꺼낸 듯 합니다. 긁적긁적...

자목련 2023-06-01 10:45   좋아요 1 | URL
두 작가의 신작, 다 좋습니다. ㅎ
표지 보면 앤 생각하실 수 있어요. 초록 지붕의 앤.
나무 님의 긁적임을 제가 좋아합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같다.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전화번호 유출은 분명하다. 가입 후 오랜 시간 번호 변경 없이 사용했으니 그럴 만도 할까. 그러나 이전에 없던 상황이다. 투자에 참여하라는 문자가 많이 온다. 찜찜함을 감출 수 없다. 스팸으로 분류될 문구를 추가하기에 바쁘다. 링크는 절대 확인하지 않기, 바로 삭제하게 번호 차단하기를 열심히 하고 있다.최근에는 로그인 차단을 한 지역에서 로그인 시도를 한 기록이 있다는 알림을 받았다. 순간 무서웠다. 해킹이란 말이 떠올랐다. 보안 설정을 하고 비밀번호를 변경했다. 사실,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일은 정말 귀찮다. 바꾼 비번을 기억하지 못하고 종종 잃어버린다.


바꾼 비밀번호를 메모하면서 문득 든 생각. 무엇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려는가. 그건 가능한 일인가. 나도 모르는 사이 벌어지는 일들에 휩싸이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가. 바쁘게 복잡하게 변해하는 시대를 따라가기 버겁다.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간단하고 간편하게 해결되는 스마트한 삶이라고 말하지만 그 간단과 간편에 모두에게 적용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 사이 누군가는 피해를 보고 누군가는 사각지대에 놓인다.


속상하고 불쾌한 생각을 뒤로하고 반가운 책 이야기를 꺼낸다. 한 권의 소설과 한 권의 시집. 김수빈의 『고요한 우연』과 정호승의 『슬픔이 택배로 왔다』. 『고요한 우연』은 제1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읽는 중이다. 청소년이던 시절은 지났지만 청소년 문학, 성장 문학은 언제나 끌린다. 여전히 성장 중이라 그럴까. 청소년 문학, 청소년 대상으로 한 소설을 읽을 때면 나의 청소년 시절에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당시에는 청소년 문학, 청소년 대상을 위한 분류가 없었다. 세계문학, 고전문학이 그 역할을 대신한 것 같다.





정호승 시인의 시집은 오랜만이다. 동네 책방에서 이 시집을 말했던 H가 생각난다. 나는 정현종 시인의 신간을 찾고 있었고 H는 이 시집을 매만졌던가. 작년 가을인데 기억이 선명하지 않다. 두 권의 책이 표지 빛깔이 묘하게 슬프다. 제목 때문인지 모르다. 눈이 부시고 맑은 초록과 쪽빛이 그렇게 다가온다. 기분 탓이리라. 산딸나무, 찔레꽃이 피어나는 5월, 아카시아꽃이 피고 지는 5월. 5월이 가고 있다.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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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5-21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너무 바쁜데, 전화해서
자기 말만 주욱 늘어놓는
텔레마케터에 그만 -

예전에는 점잖게 응대했지만
언제부터인가 관심 없습니다
라고 하는 바로 끊게 되었습
니다.

10원에 개인정보가 다 팔렸
다고 하는데, 말씀하신 대로
무엇으로부터 나를 보호하
고자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저녁이네요.

자목련 2023-05-22 09:00   좋아요 1 | URL
꼭 필요한 정보라서 놓치면 불편을 겪을까 받는데 결국엔 광고라서...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나뿐이라는 확인과 다짐만 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ㅠ,ㅠ

blanca 2023-05-22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피싱도 당했다지요...저는 요새 어린이 시절 읽었던 책들 다시 읽고 있어요. 시집 읽는 5월 근사합니다.

자목련 2023-05-23 10:43   좋아요 0 | URL
아, 피싱이라니요. 너무 무서운 세상이에요. 정호승의 시, 편안하고 좋았어요.
어린 시절의 저는 낡은 세계전집을 읽다가 멈춘 기억이 있어요. 글자도 많고 무슨 내용인지도 도통...
 

작약을 좋아한다. 원하는 게 아니라 좋아한다. 어제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걸 구분해야 한다는 출연자의 말을 들었다.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심리학자의 설명은 꽤 친절했다. 모두가 갖고 있어서 나도 가져야 하는 것, 그것은 좋아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것이라며 딸과 놀이공원에서의 일화를 들려줬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과 원하는 것을 착각할 때가 많구나 싶었다. 원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게 있어야 삶이 풍요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약과 책을 좋아하는 나는 풍요롭고 충만한다. 4월의 작약은 5월의 지금까지 나를 행복하게 만드니까. 꽃은 이미 다 졌지만 떨어진 작약 꽃잎은 따로 모아두었고 그것을 보는 시간이 나는 좋다. 좋아하는 것, 그게 무엇이든, 남들의 기준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사랑하는 일이 나를 지탱한다.









올해 작약은 빨리 피고 빨리 지는 아쉬움이 있었다. 가장 먼저 핀 한 송이부터 꽃잎이 떨어지는데 그 순간 나는 어쩔줄 몰랐다. 속상한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하나씩 떨어지며 쌓이는 꽃잎을 보면서 언제 또 이런 모습을 지켜볼까 싶었다. 붉은 자주빛 작약 꽃잎이 자신의 일을 다하고 장렬하게 전사하는 기분이랄까. 어떤 의미에서 올해의 작약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작약에 이어 좋아하는 책이다. 좋아하는 작가 권여선의 단편집 『각각의 계절』이 나왔다. 양장본으로 묵직하고 단단하게 느껴진다. 단편집이다. 5월의 빛과 색이 담긴 모양새라고 할까. 권여선의 유려하고 촘촘한 문장으로 보여줄 삶의 단면을 기대한다. 신형철의 『인생의 역사』는 중고가 있어서 우선은 샀다. 나의 우선이라는 말에는 읽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뜻이 있다. 좋다는 말도 있고 별로라는 말도 있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제 신형철의 글에 끌리지 않지만 시라서 샀다. 책장에서 잠들게 될지, 사라질지 알 수 없다. 책은 예쁘다.





어쩌면 신형철의 책은 많이 언급되어서 한 번 읽어볼까 싶었는지도 모른다. 굳이 따지자면 원하는 것(타인의 시선)이 궁금했고 권여선의 단편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권여선의 단편에 대해 혹평이 있다고 해도 나는 읽을 것이다. 나는 권여선의 소설을 좋아하니까. 그 좋아함이 영원할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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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3-05-11 09: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권여선을 좋아하네요. 장바구니 무조건 넣었으니까 그런거죠?
작약도 좋아해요~~
늦게 심은 작약이 이제 꽃을 피웠거든요~~
흠... 신형철의 책은 제 예상보단 그냥 소소~~했어요^^

자목련 2023-05-12 09:57   좋아요 2 | URL
무조건 넣고 구매하고, 즐겁게 읽고~
직접 심은 작약이라니요. 그 빛은 얼마나 고울까요!
신형철의 책에 대한 의견 참고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이어가세요^^

책먼지 2023-05-11 1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을 구분하라는 이야기에는 익숙했는데 (물건을 살 때 필요한 것만 사라는 맥락에서요)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도 구분할 필요가 있군요!! 하지만 저는 자목련님의 글을 원하고 좋아하는데.. (이러면 구분할 줄 모르는 거죠?) 강렬한 색 때문인지 작약이 고혹적으로까지 느껴집니다!! 자목련님 글을 읽고 나니 책을 고를 때 제 마음은 어떤지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어졌어요!!!

자목련 2023-05-12 10:01   좋아요 0 | URL
필요목록은 중요합니다. 충동구매를 자제시켜주기도 하고요. 제 글을원하고 좋아하신다니, 이런 황홀한 댓글, 심장이 두근두근합니다. 저도 이 색의 작약은 처음인데 묘한 분위기가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책먼지 님은 제가 모르는 분야의 책을 읽어주셔서 참 감사해요(슬쩍 전하는 마음,ㅎㅎ) 향기로운 하루 보내세요^^

공쟝쟝 2023-05-11 10: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글 곰곰 읽어보니 자기 자신이 된다는 건 좋아하는 것과 원하는 것을 세세하게 구분해나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들었어요. 그 구분을 스스로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어떤 사람들에게는 글쓰기가 필요하고 그런 종족에 바로 제가 위치해있다는 것도 읽고 쓰면서 알게 되었네요.(읽을 수록 눈이 눈만 높아져서 큰일예여ㅋㅋㅋㅋ 요즘 저의 고민)

남들이 원하는 것을 나도 원해야할 것만 같은 상황에 놓일 때가 있어요. 약간은 희미한 자아감에 평소 생각이 많고 복잡해서 보통은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은 건 나에게도 좋다고 하면서 미끄러지듯 따라가곤 했던 것 같아요. 결국은 거기까지도 세세하게. 타인의 시선을 취하면서 나의 시선을 심문하는 것. 나에게 영향력을 지녔던 말들을 검토하면서 내 말을 내 몸에 새기는 글을 쓰는 것. (제가 어려워 보이는 푸코를 좋아하는 이유랍니다..ㅋㅋ 사실은 간단한데 그렇게 살기가 어려운 부분이랄까 긁적긁적.)

그나 저나 봄날의 작약은 저도 좋아하게 되어버렸습니다. 꽃잎이 떨어지는 것도 피어나는 것도 너무 극적인 식물이었어요. 마지막으로 권여선은 저도 좋아합니다. 역시 좋아하는 걸 함께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기쁨은 네배! 싫어하는 걸 함께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면? 기쁨은 여덟배 ㅋㅋㅋ!!

2023-05-12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3-05-11 1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약은, 비싼 꽃, 큰 꽃....저는 딱 소비자 입장에서만 작약을 봐왔나봐요. 자목련님 닉넴과도 친한 걸 같은 작약을 대상으로 이렇게 생각하시다니^^

작약도 아름다운데 풍요로우시다니 그걸로 이미 OK^^

그런데, 작약 꽃이 커서, 꽃잎 떨어져도 클 줄 알았는데 떨어진 꽃잎은 분쇄기에 넣은 것 같은 모양새네요...그럼 그건 *술,*술 요 부분일까요?^^ 꽃알못이라 귀찮게 해드립니다 ㅎ

레삭매냐 2023-05-11 11:26   좋아요 1 | URL
저도 작약 사볼라고 했는데
말씀하신 대로 비싸더라구요 -

특히나 코랄 작약, 멋진 만큼
가격도. 그래서 치자나무로
퉁~쳤답니다.

자목련 2023-05-12 10:11   좋아요 1 | URL
일반 화원이나 꽃가게에서 작약을 구매한 적이 없어서 가격을 잘 모르겠어요. 온라인 생화 주문을 하는데 저는 만족하거든요. 말씀하신 부분은 수술이 많은 것 같아요. 좋아하는데 잘 모르네요. ㅎ

레삭매냐 2023-05-11 1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 동네에도 작약이 흐드러
지게 피었더라구요 :>

나중에 씨가 나면 받아 보려고
했는데, 구근이라고 하대요.

권여선 작가의 책은 저도 어제
주문해서 오늘 도착할 예정이
라고 하더군요.

자목련 2023-05-12 10:13   좋아요 1 | URL
맞아요, 작약은 튤립처럼 구근이라 한 번 심으면 매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비싸다고 말씀하신 건 화분일까요?
치자나무 들이셨군요, 기대됩니다.

권여선의 단편집은 도착헸겠네요. 실물이 더 예쁘죠?
즐겁게 읽는 일만 남았네요, 매냐 님도 저도^^

망고 2023-05-11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권여선 작가 좋아해요ㅎㅎㅎ아껴 읽으려고 그래서 사놓고 아직 들춰보지도 않았어요ㅋㅋㅋㅋㅋ책 안 읽고 있는 핑계가 거창하죠?ㅋㅋㅋ작약도 좋아해요 오늘 저희집에도 한송이 폈어요^^커다란 얼굴이 방글방글 웃고 있는거 같아서 보고 있으면 기분 좋아져요😄

자목련 2023-05-12 10:14   좋아요 1 | URL
아껴 읽는 마음, 저도 알아요!
망고 님 마당에 핀 작약은 얼마나 고울까요. 환하게 웃는 작약 보여주실꺼죠?

물감 2023-05-11 1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권여선은 <레몬>, 신형철은 <인생의 역사> 이렇게 한 권씩만 읽었는데 사실 좋다고는 느끼지 못했어요. 다른 작품을 읽었어야 했나봐요. 원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읽고 싶었는데 <인생의 역사>를 읽고보니 저랑 안맞는 작가더라고요.. ㅎㅎ

자목련 2023-05-12 10:18   좋아요 1 | URL
물감 님이 읽으신 <레몬>은 기존의 권여선의 느낌과는 달랐어요. 단편집을 강력 추천합니다. 도서관에서 한 번 보시고 결정하셔도 좋을 듯해요. <인생의 역사>만나셨군요. 안맞는(?) 작가, 기억하고 참고하겠습니다. ㅎ

책읽는나무 2023-05-12 0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약 참 좋아합니다^^
저도 원해서 몇 년 전부터 봄에 작약을 한 송이 정도 샀었는데 넘 비싸고 귀해서 아예 작약 꽃을 그려서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헌데 그림 속 작약은 지지 않으나, 생동감이 없더군요.
그래서 작년부터 다시 작약 꽃을!! ㅋㅋ
코랄 작약은 아찔하더군요. 사가지고 들고 온 순간부터 꽃이 피고 있었던지 꽃병에 꽂자마자 화알짝! 하루 사이에 색이 옅어지고 또 자고 나면 꽃잎이 떨어지고...ㅜ
꽃잎이 떨어질 때 어쩔 줄 모르는 안타까운 자목련 님의 모습이 저의 모습처럼 느껴졌습니다.^^
지는 게 안타까워 올 해는 작약을 세 번이나 사서 감상 중입니다ㅋㅋㅋ
작약 꽃 처음 산 녀석들은 꽃이 안 피고 시들기도 했구요. 며칠 전에 산 녀석들은 이제 피려고 합니다. 코랄 작약은 삼 일만에...ㅜㅜ
동네에 좀 저렴하게 판매하는 무인 꽃가게 덕분에 늘 눈이 호강하고 있어요.
권여선 작가님 신간 내셨군요?
저는 책 제목도 <작약의 계절>로 읽었네요ㅋㅋㅋ
신형철 작가님 책은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만 읽었는데 넘 좋았어요. 그래서 <인생의 역사>도 읽어보려 생각 중인데 반응들이 호불호가 있군요?

자목련 2023-05-12 10:39   좋아요 1 | URL
작약을 좋아하는 우리가 되어 좋습니다!
작약을 세 번이나, 매년 의식처럼 한 번만 구매하는 저는 반성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올해는 수국으로 넘어가겠습니다. ㅋ (수채화로 수국을 그리면 좋을 거 같아는 생각이 방금 들었어요)
무인 꽃가게가 있다면 꽃을 보는 재미를 맘껏 누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말씀하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은 좋다는 말 많이 들었어요. <인생의 역사>를 읽은 지인이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알 것 같다고 좋았다고 해서 우선은 곁에 두었는데 언제 읽게 될지 모르겠어요.

blanca 2023-05-22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약 정말 이쁜 붉음이네요. 권여선 작가 단편집 다 읽으셨나요? 저 가슴이 찡 울렸어요. <분홍 리본~>도 찾아 읽어보고 싶었어요. 제가 말로 정리하지 못했던 청춘, 젊음을 권여선 작가의 언어로 다시 이해할 수 있었어요.

자목련 2023-05-23 10:45   좋아요 0 | URL
올해는 평소와 다른 색을 주문했는데 참 예뻤어요. 내년에는 코랄 작약을 주문할까 싶어요.
권여선의 단편집은 아껴서 읽고 있어요. <분홍 리본의 시절> 강렬했던 기억이 있어요,. 제가 쓴 리뷰를 찾아 읽어봐야겠습니다. ㅎ

하리 2023-06-07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약을 합천 핫들공원에서 보고나서 반했어요 어마어마한 작약밭이었거든요 꽃은 언제든 기분좋게 해요. 저도 이번에 권여선작가님 책을 다 읽었습니다. 공감가지 못하는 단편도 있었지만 역시 좋았습니다. 플래그 덕지덕지라 필사하고 있어요🤭

자목련 2023-06-08 09:41   좋아요 1 | URL
공원에 작약밭이라니. 정말 근사할 것 같아요. 기분 좋은 꽃과 소설, 참 좋은 조합입니다. 권여선 단편집도 넘 좋고요^^
 

글을 쓰고 싶은 이는 많지만 실천하는 이는 적다.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과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쓴다는 것, 그 행위가 어려운 게 아니라 집중이 힘들고 무엇을 어떻게 진행시켜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쓸 수 없다고 누군가는 쓰다가 막혀서 진행이 안되다고 절규할지도 모른다. 쓴다는 건 무엇이기에, 우리는 이토록 쓰고자 애쓰는 것일까.


대니 샤피로를 알지 못한다. 『계속 쓰기 : 나의 단어로』를 선택한 건 오롯이 제목 때문이다. 어떤 글쓰기 노하우를 기대하지 않았다. ‘나의 단어’를 생각하고 꼽아볼 수 있기를 바랐다. 책을 읽어가면서 대니 샤피로의 일상을 그리며 글쓰기를 갈망하는 사람의 모습을 그 위에 덧칠한다. 글이 잘 써지는 공간과 최적의 시간을 찾는 일,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에서 만났던 작가들의 글이 떠오르기도 했다. 누군가 카페를 찾고, 누군가 서재에서, 일정한 작업 시간을 지키려는 노력. 대니 샤피로로 다르지 않았다. 전화, 집안일, 인터넷 검색, 잡다한 생각으로부터 벗어나 글에 집중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 책은 80개의 이야기 조각으로 엮은 책이다. 80개의 단어, 제목이 있다. 자신의 유년 시절과 성장과정에 영향을 끼진 부모, 이웃, 학교, 가족, 아이에 대한 것들과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일, 자신이 소설을 어떻게 썼는지 읽을 수 있다. 그렇다고 단문을 쓰고, 부사를 쓰지 말라는 조언을 강하게 주장하는 건 아니다. 한 단어, 한 문장, 소설의 중반에서 다시 엎고 몇 년 동안 인물을 묘사하는 방법은 자신이 글을 쓰면서 느끼고 경험하면서 것들을 안내하는 정도다. 그가 알고 있는 위대한 작가들의 말을 인용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기존 작가들을 위한 글처럼 여겨 기지도 한다. 소설을 쓰고, 마감이 있고, 편집자가 있는 이들이 공감하고 수긍할 글 말이다. 그게 나쁘진 않다. 뭔가를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목표를 만들고 시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 그녀의 말처럼 글쓰기를 그만두고 싶다면 그만두면 된다.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고 시작하면 된다고.


나는 무엇을 쓰고 싶은 걸까. 나만의 단어를 나열하다가, 나의 일기장이나 비밀글에만 적용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에 주춤한다. 그러다 그래도 상관없다는 답에 이른다. 쓴다는 것, 그것으로 인해 내가 얻는 위로와 위안이 있으니까. 한 명의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쓰라는 글에, 그 한 명은 누구일까 골몰하기를 그만둔다. 어떤 공간이든 비공개가 아닌 이상 독자는 존재하고 그에 따른 다양한 피드백(댓글을 통한 조언, 비평)이 따라온다는 걸 알기에.


한 권의 책에서 얻을 수 있는 무엇일까. 누군가 우연한 동기, 혹은 강렬한 계기를 얻을 수 있다. 누군가 책장에 참고도서로 남겨둘지도 모른다. 나는 이런 문장을 꼽는다. 대단하고 거창한 글쓰기가 아닌 나를 쓰는 일, 나만의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실패를 마주하는 일, 그래도 쓰는 마음은 쉬이 시들지 않기에 낫게 실패한다는 말이 주는 감동을 오래 간직하려 한다.


리는 더 낫게 실패한다. 우리는 자세를 바로잡고, 자기 자신을 추스르고, 다시 시작한다. (15쪽)

언어를 찾는 것, 우리가 바라는 건 바로 그것이다. (46쪽)

몰두는 필멸, 우울, 수치, 불운, 무기력을 불러일으키는 슬픔에 대한 대비책이다. (197쪽)


글을 쓰려는 마음은 쌓아두지 말고 실천을 해야만 자랄 수 있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아무리 좋은 계획과 목표라 해도 실천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니까. 지금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필요한 게 글이구나 싶다. 삶이 계속되는 것처럼 쓰기도 계속되어야 한다. 나만의 언어를 찾을 때까지, 언어가 살아 움직일 때까지 계속 쓰고 써야 한다.


대체 무엇이 글쓰기를 숨쉬기처럼 필수적이게 할까? 우리가 노력하고, 실패하고, 앉아 있고, 생각하고, 저항하고, 꿈꾸고, 복잡하게 하고, 풀어내는, 우리를 깊이 연루시키고, 기민하고 하고, 살아 있게 하는 수많은 나날이다. 시간이 미끄러지듯 지나간다. 몸이 무관해진다. 우리는 언젠가 그렇게 될 것처럼 의식에 가까워져 있다. (129쪽)


이 책이 어떤 마음을 다잡고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대학에서 국문학과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는 정희모 교수의 『문장의 비결』은 실전을 위한 교과서라 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문장 쓰기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하다는 첫 문장, 그 문장 쓰기에 대해 배우고 수정하다 보면 좋은 글이 완성된다고 안내한다.


쓰는 일에 급급해서 고치는 연습을 한 적이 있던가. 우선은 쓰고 보자는 마음에 수정은 나중으로 미루고 결국엔 글을 완성하다. 수정은 오타나, 맞춤법이 나닌 맥락, 문장의 오류를 발견하는 일이다. 글 쓰는 이가 모두 소설가가 되거나 작가가 되려는 건 아니다. 그러나 문장의 의미가 읽는 이(독자)에게 그대로 전달되도록 해야 좋은 글이다.


생각과 의도를 전달하게 위해 글을 쓴다. 한 문장으로 전달은 불가능하다. 문장이 연결되면서 전체 주제를 형성한다. 세부 내용들이 하나씩 모여 전체 주제가 만들어진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문장의 의미 연결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문장 화제와 초점을 따라가며 글을 쓰는 것이라고 말한다. 역시 수정이 최고인가.


한 편의 글은 일관된 스토리로 지속되어 적절한 메시지를 형성해야 한다. 문장이 일관된 화제로 지속되지 못하고 단절되는 현상은 문장의 연결 흐름을 따르지 않고 필자의 생각을 앞세우기 때문이다. 문장의 흐름이 단절될 때는 문장을 수정하고 이를 고쳐야 한다. (258쪽, 「문장의 연결 1」)


좋은 문장은 무엇일까. 저자의 말처럼 죽은 문장이 아닌 생동감 넘치는 문장이다. 그런 문장을 쓰는 건 요원하다. 그러나 글을 쓸 때마다 한 문장을 쓸 때마다 기억하고 있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수업을 받는 마음으로 집중해서 공부하고 실천하다면 나만의 살아 있는 문장을 쓸 수 있을 것이다.


한 문장이 다른 문장과 연관을 맺고 때로는 숨을 죽이다가 때로는 폭발하고, 때로는 늦게 가다가 때로는 빨리 가기도 한다. 우리가 문장을 쓸 때 앞뒤 문장과의 관계를 보고, 단락 내의 위치도 보며, 전체 주제와의 관계를 따져봐야 하는 것도 문장이 생명체처럼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문장 학습의 책이지만 엄밀히 보면 텍스트 내의 문장의 흐름, 즉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글의 흐름을 살피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의 말 중에서, 5쪽)


결국 우리가 글쓰기에 대한 글을 찾고, 책을 읽고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건 나를 쓰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다. 어떤 형태가 됐든 나를 쓰는 일은 나를 아는 방법 중 가장 멋진 일이라 생각한다. 여전히 두렵고 쓰는 건 어렵더라도 그것을 향해 나가는 일. 그것이야말로 낫게 실패하는 일이다. 실패를 반복하며 더 괜찮은 글을 마주하고 싶다. 아름다운 글, 살아 있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만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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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5-04 20: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글쓰기는 정말이지 왜 이리 어려운지요.
많은 책을 읽고 글을 써내시는 자목련님이 대단하시다고 매번 생각하고 있어요.
글을 쓰는게 어려우니 글을 쓰는 것에만 목적을 두는 경우가 많아요.
쓰는 일에 급급해 고치는 연습을 게을리하는 저를 때리는군요^^

자목련 2023-05-07 15:43   좋아요 2 | URL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냥 쓰는것에 집중하면 될 텐데 말이에요.
이 책이 제목처럼 계속 쓰기가 정말 중요한 게 아닐까 싶어요^^

독서괭 2023-05-04 2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더 낫게 실패한다”라는 말이 좋네요^^ 생소하게 느껴지면서도 좋아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보다요!

자목련 2023-05-07 15:42   좋아요 1 | URL
이 책에 좋은 말이 참 많았는데요, 가장 와 닿고 기억하고 싶은 말이 더 낫게 실패한다는 말이었어요. 실패가 얼마나 좋은 경험이고 좋은 일인가 생각해보기도 했고요!

얄라알라 2023-05-07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는 일에 급급해서 고치는 연습을 한 적이 있던가.˝
저는, 종일 놀다가 밤에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 자판 두드릴 때가 자주 있는데 졸려서 일단 저장하고 보자 심정으로 마무리를 안 할 때가 많아요. (뜨끔뜨끔.... 고치는 연습을 한 적이 없습니다^^;;;;;)

자목련님 글은 잡다한 양념 걷어내고 담백한 재료 그대로의 맛을 주는 음식같다는 생각 가끔 하는데‘오늘 글의 메시지도 결국, 비슷한 것 같습니다. 도움 크게 얻고 갑니다^^ 감사드립니다.

자목련 2023-05-08 12:27   좋아요 1 | URL
오타를 발견했을 때, 정말 숨어버리고 싶은데 수정을 해야지 하면서 잊어버리곤 해요. 그냥 그게 글의 운명인가 싶고요. ㅎ 담백한 재료의 맛이 주는 음식 같다는 칭찬,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맛난 점심 드시고요!
 

커피와 시는 제법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시는 어렵고, 커피는 쓰다. 둘 다 뭔가 첨가하면 달콤해진다. 시에는 무얼 첨가해야 달콤해질까. 커피에 대해 모르지만 로스팅의 단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한다. 시는 어떤 단계를 거쳐야 조금 더 친근하고 조금 더 쉽게 만날 수 있을까.


알라딘 택배비 인상으로 책을 구매할 때, 그러니까 한 권의 책을 사고 싶을 때 주문을 고민하고 신중하게 생각한다. 박소란의 시집을 고르면서(고른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커피 쿠폰이 있다는 게 떠올랐다. 알라딘에서 지급하는 커피 쿠폰과 영화 쿠폰.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는걸. 코로나 이후로 영화관에 갈 용기를 내지 않으므로 커피를 주문하기로 했다. 현대문학 PIN 시리즈 시집과 드립 백 커피를 말이다.





커피는 아직 마시기 전이고 시집은 조금 읽었다. 슬픔, 그림자, 어두움, 우울이 있다. 시집의 제목인 있다는 그런 의미인 것 같다. 시의 제목마다 아는 있다를 붙여 읽었다. 어렵지만 내 마음을 더하면 시는 조금 더 친절해지지 않을까 싶다. 어제 비가 온 탓으로 이런 시를 골라본다.


움푹 팬 곳에 생긴 웅덩이,

거기 사는 누군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아


그럴 리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벽을 만든다

벽 뒤편 얼기설기 이어진 골목으로 유유히 사라진다


벽돌 하나가 쫓아온다 어깨를 툭툭 치더니

금세 앞질러 가버린다 보란 듯 멀리 날아가버린다


이상하다 생각할 틈도 없이


풀이 말을 건다


풀과 말을 한다

요즘은 좀 어때? 물으면 그냥 그렇지 뭐, 적당히 얼버무린다


얼버무린 게 나인지 풀인지

풀은 자란다 별일 아니라는 듯


다음 날이면 벌써 바싹 시들어 있다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는 것들, 거기 사는 누군가


문 앞에 서 있다

새까만 먼지를 뒤집어쓴 채

수건을 들고 달려갈 나를 기디라고 있다


기다리지 마

심통 부리듯 나는 괜히 동네 마트나 기웃거리고

늦게

되도록 늦게


문을 연다


눈을 감고 조용히 불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들

그러나 아무것도 불타지 않고

사라지지 않고


어느 날부턴가

불이 말을 건다 (「비 온 뒤」, 전문)


비 온 뒤, 당신의 아침은 어떤가 궁금하다. 봄이라고 꽃들은 지고 연두가 가득한데 날씨는 심란하다. 춥다고 쌀쌀하다고 말하는 이들.이상한 게 어디 날씨뿐일까. 그래도 봄이니 봄비가 내렸으니 뭐든 그 비를 맞고 더 쑥쑥 자라겠지. 나도 끝을 알 수 없는 곳까지 자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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