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와 책,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딸기가 금값이라고 하니 금을 먹는 기분이다. 붉고 단 맛이라고 할까. 무엇보다 진한 딸기향이 좋았다. 마트에서 구매를 할 때부터 향이 좋았는데 냉장고에서 보관하고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달달한 향이 퍼져 나오는 게 기분이 좋다. 딸기처럼 달콤한 소설을 기대하지만 소설을 읽기 전이니 아직 모른다.


장편소설 한 권과 단편집 한 권이다. 책을 고르는 일, 신중하게 하려고 그 마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 나름 만족스럽다. 집중해서 읽으면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다. 아무튼 딸기만큼 아니 이 봄의 나를 설레게 하는 책들, 소설이다.






지넷 윈터슨 장편소설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는 얀마텔의 에세이를 읽고 궁금했던 책이었다. 이번에 민음사에서 민음사 모던 클래식 개정판으로 나왔다. 이 기회에 읽어야 할 것 같았다. 사실 이 책 때문에 오렌지와 책 사진을 찍고 싶은 욕심도 있었으나 냉장고 오렌지는 없었다.


문지혁 소설집 『고잉 홈』은 장편으로만 만난 문지혁의 단편을 만나보고 싶어서 구매했다. 단편도 장편에서 느낀 분위기와 감성이 전해질 것 같은 게 고잉 홈이라는 제목이 한몫 거들었다. 김윤아의 노래 Going Home을 좋아하기도 해서 같은 제목이라 더 끌린 이유도 있다.


강원도에 내린 폭설을 스케치한 뉴스를 보면서 그곳은 겨울이구나 생각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은 봄의 절기인데 봄이 아닌 겨울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있겠구나 생각한다. 봄에 맞게 해야 할 일들을 계획하고 삶의 시간표를 작성했을 이들의 걱정스럽고 안타까운 한숨이 들리는 것만 같다.


예측할 수 없는 하루, 단순하게 살려고 해도 복잡할 수밖에 없는 삶이 돼버렸을 것 같다. 그러니 가장 단순한 것들, 할 수 있는 것들, 지금 당장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가 돌아보게 될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그건 눈의 늪에 빠진 것 같은 누군가의 바람이 아니라 나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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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3-20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딸기 아주 맛나 보입니다^^ 오렌지책 저도 궁금하던데, 자목련님 즐거운 독서 하세요!

자목련 2024-03-22 08:32   좋아요 1 | URL
딸기 맛있었어요~ 아껴서먹느라 더 달콤했다는...
오렌지는 기대하고 있고요!

거리의화가 2024-03-21 0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 주말 코스트* 갔다가 딸기를 사 와서 먹었답니다. 비싸서 그런지 먹을 때 아껴먹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순삭했지만 딸기를 먹는 순간은 역시 행복하다 싶었습니다. 두 책 모두 즐독하셔요^^

자목련 2024-03-22 08:33   좋아요 1 | URL
가격 생각하지않고 많이 사서 많이 먹고 싶은 딸기입니다 ㅎ
화가 님, 금빛 같은 금요일 보내세요^^

은하수 2024-03-22 15:42   좋아요 1 | URL
저두요~~~
코스트코 딸기 향이 정말 장난 아녔어요. 순식간에 다 먹어버렸지 뭐예요^^

자목련 2024-03-25 13:29   좋아요 0 | URL
진한 딸기 향, 먹고 있어도 딸기가 그립습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4-03-25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음사의 모클 시리즈가 다 죽을 줄
알았는데 열심히 표지 갈이해서 다
시 내고 있어서 신기하더라구요.

새 책은 내지 않고 역시 구관이
명관이라는 걸까요.

저도 책이 궁금하긴 한데, 마침
집에 오렌지가 있으니 ㅋㅋ
근데 책이 없네요.

자목련 2024-03-27 08:48   좋아요 0 | URL
저는 과거 표지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ㅎㅎ
책은 도서관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ㅋㅋ
매냐 님 베란다의 튤립은 피었을까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던가. 예술가의 삶은 짧고 그가 남긴 작품은 영원하다고 해도 될 것 같다. 『예술가의 일』에 이어 조성준의 『당신이 사랑한 예술가』를 읽고 든 생각이다. 예술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수많은 예술가 중에 대중에게 인기를 얻고 오래 기억되는 이는 얼마나 될까. 언론에 주목받지 못한 삶, 생전에는 얻지 못한 작품의 가치, 재능만 탐할 뿐 예술가를 돌보지 않은 세상. 음악, 미술, 영화,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25명의 예술가의 삶을 마주하다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그들이 남긴 작품을 생각하면 고맙기도 하다.



작가는 25명의 예술가를 5개의 주제로 나눠 소개한다. 목록을 살피고 끌리는 주제를 먼저 읽어도 무방하다. 아는 이름을 발견하고 그를 먼저 읽어도 충분하다. <차별과 편견을 넘다>란 주제는 블랙리스트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우리나라도 과거 정권에서 등장했던 블랙리스트. 예술이 전부인 그들은 소리 없이 현장에서 사라졌다.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도 그러했다.




1950년대 초반 유대인이었고 진보적인 인물이었던 그도 정부의 사상 검증 대상이었다. 직접 심문 받지는 않았지만 방송국 출연 자리를 잃었고 이유 없이 여권 갱신도 거절당했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그에게 출국 금지라니. 너무도 치사하다. 번스타인은 스스로를 부정하는 진술서를 쓴다. 아, 얼마나 치욕스러웠을까. 그러나 그 이후에도 그는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흑인 인권 운동 단체를 후원하고 베트남 전쟁 반대를 외쳤다. 그로 인해 FBI 블랙리스트에 올라 오랫동안 감시당했다. 예술가 얼마나 깊고 강하게 대중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감시하다니. 이해할 수 없다.


번스타인은 언제나 경청했다. 클래식 음악으로 정점에 오른 후에도 자기가 하는 음악이 최고라는 오만에 빠지지 않았다. 동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그들의 존재를 존중했다. 자리에 집착하지 않고 떠나야 할 때 떠났다. 그 이후로도 음악을 누리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려 했다. (47쪽)


<존 케이지와 굴다처럼>에서 만날 수 있는 예술가는 천재 혹은 괴짜로 불리는 예술가를 만날 수 있다. 피아니스트로 프리드리히 굴다, 완벽주의로 잘 알려진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 그리고 한국의 거장 김기영 감독이 있다. 김기영 감독과 함께 윤여정 배우, 봉준호 감독이 생각나는 이가 많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그에 대해 몰랐다. 서울대 의대를 나오고 의대에 진학하고 연극 활동을 했다. 6·25전쟁으로 부산으로 피란을 와서 부산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부업으로 <대한 뉴스> 제작했다니. 그것을 계기로 의사는 관두고 영상을 만드는 일을 했다. 처음부터 영화를 전공했다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을 만들었을까. 술도 하지 않고 영화인과의 교류도 없이 오직 영화만 생각한 감독. 완벽한 콘티 없이는 영화 촬영을 하지 않았다니. 그의 고집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은 김기영 감독 그 자체였다.


그는 사람들이 직면하기 싫은 주제들을 에둘러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과장하고, 뒤틀고, 기이하게 표현했다. 이상한 방식으로, 이상한 영화를 찍으면서도 그 안에 당시 사회 병폐를 집어넣었다. 기이한 영화로 흥행까지 거머쥔 김기영의 존재는 라이벌들과 비교해 독보적이었다. (101쪽)


<누가 스타를 죽였는가>란 주제에서 만난 예술가는 제목에서 알 수 있는 하나같이 애처로운 예술가의 이야기다. 대중은 천상의 노래, 매력적인 재능, 놀라운 연기력을 사랑하지만 무대와 공연장, 스크린 밖에서는 그들을 외면하다.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빌리 홀리데이를 보고 감탄하지만 무대 밖에서는 '더러운 검둥이' 취급하며 차별했다. 2011년 세상을 떠난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삶은 정말 가련하고 가여웠다. 자유롭게 음악을 만들고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만족했던 에이미를 세상이 알아봤다. 사랑에 빠진 남자로 인해 약물에 중독되고 그가 떠난 후 상처를 노래했다. 약물과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려 재활원을 찾기도 한 에이미 곁에 든든한 지원자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스타의 사생활을 깨려고 카메라를 들이미는 세상이 아니라 회복하기를 기다려주는 대중이었다면 우리는 지금 노래하는 에이미를 볼 수 있지 않았을까.


마지막 <캡틴, 마이 캡틴>과 <시네마 천국으로 떠난 거장>에서는 예술을 위해 전부를 던진 이들의 삶을 들려준다. 연기하는 인물과 완벽하게 하나가 된 히스 레저, 패션이고 명품이었던 코코 샤넬, 전 세계 영화감독이 이탈리아를 찾게 만든 모리코네까지 저자가 소개하는 25명의 예술가는 그가 남긴 작품 속에서 우리의 곁에 살아있다. 그들의 노래를 듣고 영화를 볼 때 그들의 삶의 겹쳐 보일 것이다.


모리코네는 떠났다. 그래도 영화는 끝나지 않는다. 위대한 영화는 계속 탄생할 테도, 아름다운 영화음악은 계속 흐를 것이다. 그럼에도 거대한 석양이 저문 느낌은 어쩔 수 없다. 역사가 하나의 책이라면, 고단한 삶을 위로하는 문장으로 가득한 한 페이지가 넘어갔다. (297쪽)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큰 기쁨을 주는 예술가에게 고마운 시간이었다. 책을 통해 내가 몰랐던 월북화가 이쾌대, 김환기와 백남준의 생에 대해 알 수 있어 좋았다. 그들이 어떤 유년 시절을 보냈고 어떤 환경에 있었고 누구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알고 난 후 작품을 보면 이전과는 다른 것을 발견하려 노력할 것 같다.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해 노력한 그들 덕분에 우리가 사랑한 예술이 존재한다는 걸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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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축제가 시작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꽃대궐이 시작될 모양이다. 봄은 매년 오는데 왜 이리 설레는 걸까. 그런데도 어떤 감정은 해가 바뀌어도 살아나지 않고 메마르다. 연애 세포를 깨워야 한다는 우스갯소리처럼 연애 감각을 깨워야 한다. 직접적으로 누굴 사랑하거나 연애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딱딱하게 굳어 끝내 바스러질지도 모를 감정에 노크하는 시를 만났다. 국내 최초의 시(詩) 큐레이션 앱 ‘시요일’에서 기획한 다섯 번째 시선집 『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에 수록된 시들이다.



목차를 살피며 내가 좋아하는 시인의 이름을 발견하고 반가웠다. 아, 그래 그 시집에 그런 시가 있었지. 기억을 떠올리며 나는 이 시를 처음으로 읽었다. 사랑에 전부를 걸어도 후회하지 않을 당당한 자신감, 끝이 어떨지라도 누가 뭐래도 나는 지금 사랑을 선택하겠다는 당찬 기백이 느껴진다고 할까. 그러다 이 사랑이 혼자만의 사랑이라면 얼마나 처절한가 생각하니 가시를 삼킨 것만 같다.






내 사랑에는 파국이 없으니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


과육을 파먹다

그 속에서 죽은 애벌레처럼

순진한 포만으로


돌이킬 수 없으니

계속 사랑일 수밖에요 (신미나 「복숭아가 있는 정물」)


그리고 이런 시를 읽고 울컥한다. 연애가 시작되고 이어지는 날들, 모든 날 모든 것이 행복하다가도 어느 순간 연인의 표정에 시시각각 연애가 흔들린다. 아, 나도 연인의 얼굴과 말투 하나에 온 신경을 쓰고 살피던 시절이 있었다는 게 떠오른다.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서로에게 스며들기를 바랐던 날들이다. 그게 진정 연애의 모습일 것이다.


너는 내 표정을 읽고

나는 네 얼굴을 본다


너는 쾌활하고 행복하게 마시고 떠든다

그래서

나도 쾌활하고 행복하게 마시고 떠든다


그러다 너는 취해 운다

그래서 나는 취하지 않고 운다


눈물을 닦으며 너는 나를 사랑한다

눈물을 닦으며,

나는 네 사랑을 사랑한다


너는 나를 두고 집으로 갈 것이다

나는 너를 두고, 오래 밤길을 잃을 것이다


내 얼굴엔 무수한 표정들이 돛처럼 피어나고

내 얼굴은 무수한 표정들에 닻처럼 잠겨 있다 (이영광 「얼굴」)







어떤 시는 내 마음 같고 내 연애의 기억 같다. 어떤 시는 시인의 사랑 같고 어떤 시는 시인의 고백 같다. 그게 무엇이든 무슨 상관이랴. 시를 읽고 시에 취하고 시를 품고 시를 흠모하고 시를 만지면 그만인 것을. 그래도 『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 란 시집의 제목처럼 모든 사랑은 저마다 다른 이름이 있을 것이다. 사랑이 끝난 후에도 그 사랑의 이름은 지워지지 않고 환한 봄날에도 시리게 추울지도 모른다. 사랑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삶을 송두리째 무너지게 하거나 삶을 환희로 가득 차게 만드는지.


내 팔을 가져다가 머리를 베고 잠들었던 아이는

자다가 내 팔을 내동댕이친다

아이가 휘두른 내 팔이 얼굴을 때린다

사랑은 곧잘 내 얼굴에 던져지는 모욕 받은 내 팔이다

줄을 타고 작두를 타고 공중그네를 타는

힘겨운 재주 부리다가, 내가 하는 사랑은

네가 나를 가져다 놓았다 하기에 (이선영 「사랑, 그것」 )


- 열차가 끽, 서는 소리

- 소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가장 아름다운 꿈은,

그 애와 함께 있는 꿈이에요. (한정원 「25」 )


모호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세계로 이끄는 시들이다. 67편의 시에는 차마 말하지 못한, 표현하지 못한 사랑의 형태가 가득하다. 모든 사랑의 이름을 겹겹이 쌓아 올린 무너지지 않을 탑이라 해도 좋을 시선집. 당신을 붙잡는 시가 있다면 그것이 당신 사랑의 이름이 될 것이다.


오랜만에 시집을 꺼내는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모아두기만 해서 미안했던 시집, 그 안에서 마음을 두드리는 시를 만나는 일. 봄을 핑계로 시로 안부를 전해도 좋을 것 같다. 쑥스럽고 이상할지라도 봄이니까. 봄이라서 그랬다고 말을 덧붙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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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3-11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매화축제를 한다고요??? 벌써 꽃이??
헐...... 자목련 님 연애하신다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 진짜 연애 시만 가득한 거 같네요?! ㅎㅎㅎ

자목련 2024-03-11 10:16   좋아요 0 | URL
남쪽은 매화가 한창이라고~~
남은 생애 연애는 없을 듯 합니다. ㅋㅋㅋ
전략적으로 기획한 시집인 것 같아요.

blanca 2024-03-11 13:06   좋아요 1 | URL
저도 자목련님의 연애 대목에 눈이 커졌어요. ^^ 남쪽 벌써 매화가 폈다고요? 봄이 가는 게 왜 이리 아깝나요.

레삭매냐 2024-03-11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드디어 꽃대궐이 시작되려나 봅니다.
저희 집에 네그리다 튤립이도 꽃대를
올리고 있더라구요. 드디어 !

저도 어제 <패터슨> 시집을 도서관에
서 보려고 가져 왔으나 아직 펴보진
못했네요.

시집을 잘 읽지 않지만 그래도 봄이니깐요.

자목련 2024-03-12 16:43   좋아요 0 | URL
아, 기대돼요!
네그리다 튤립 얼마나 예쁠까요!

네, 봄이니까요~~

blanca 2024-03-11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새 시집 읽기 시작했어요. 한정원 시집 참 좋죠. 옮겨 주신 시도 참 좋네요. 봄 꽃망울 보면 마음이 싱숭생숭합니다. 시인들은 천재 같아요. 시인들 대표작 모은 문학동네 시인선 050도 살짝 추천하고 갑니다.

자목련 2024-03-12 16:45   좋아요 0 | URL
한 시인의 시집도 좋지만 이렇게 엮은 시들도 좋더라고요.
풀판사가 50, 100 특집으로 시선집을 내주지 고맙죠^^

새파랑 2024-03-11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집 책탑이 너무 멋집니다. 봄이 오긴 왔나 봅니다~!!

인용된 시들이 다 좋네요~!!

자목련 2024-03-12 16:46   좋아요 1 | URL
아직 춥지만 봄이에요. 날도 길어지고 한낮에는 겉옷이 무겁게 느껴지는...

망고 2024-03-11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화가 벌써요? 저희집 매화는 이제 조금 움 틀까말까 하는데요 사실 이것도 올해는 빨라요 유독 봄이 빨리 온거 같아요^^

자목련 2024-03-12 16:47   좋아요 0 | URL
제가 사는 이곳도 아직은 꽃이 귀하지만 남쪽은 이미 환한 꽃들이 가득한 것 같더라고요.
망고 님의 마당에서 피어날 꽃들도 곧 만나겠지요?

구단씨 2024-03-11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요즘 읽고 있는데, 좋네요.
소개해 주신 시 중에서 <얼굴> 인상적이구요.
올해에는 다른 지자체에서도 봄꽃 행사를 조금 일찍 시작하더라고요.
시골 동네의 매화 나무에 벌써 꽃이 피었어요.
봄이네요...

자목련 2024-03-12 16:47   좋아요 0 | URL
봄이 점점 빨라지는 걸 실감하는 날들이에요.
작년하고 또 다른 것 같아요.
시와 꽃이 있는 봄!!

그레이스 2024-03-13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육을 파먹다
그 속에서 죽은 애벌레처럼
순진한 포만으로˝
너무 좋아요
이래서 시를 읽지 싶네요.^^♡

자목련 2024-04-15 14:24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 님, 답글이 늦었습니다.
시는 정말 놀랍고 대단해요!
그래서 시인이 더 궁금해지기도 하고요^^
 

초미세먼지로 뿌연 날이다. 아파트에는 공사가 한창이다. 기회가 되면 이 공사에 대해서도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란다. 급하면 급한 공사라서 그런지 휴일에도 소음이 가득하다. 아무튼 공사는 진행 중이고 날씨는 조금 부드러운 표정으로 변했다. 표정 관리를 하려는 듯 내일은 비가 온단다. 비가 오면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도 조금은 나아지겠지.


뿌연 기분을 걷어낼 책, 책 이야기는 언제나 즐겁다. 2월의 책에 이어 3월에는 이 책으로 충분하길 바란다. 그러니까 내가 구매한 책 말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모두 2월에 구매한 책이다. 이제 3월의 시작이니 3월에 사고 4월로 넘어갈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어떤 책인지 책 이야기를 하자.







출판사 <시간의흐름>에서 나온 책을 종종 산다. 어떤 작가의 산문이 나오나 살피고는 있지만 구매로 곧장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제니의 산문집이라서, 그의 산문을 읽은 기억이 없어서. 나만 안 읽었을 수도 있지만. 그래서 『새벽과 음악』이란 멋진 제목의 책을 샀다. 문진영의 장편은 최근 단편집을 읽고 다른 소설도 더 읽고 싶어서 검색하다 『딩』을 구매했다. 이미 읽었다. 좋았다. 많이 좋았다.


어쩌다 보니 자꾸 세계문학을 산다. 아, 어쩌자고 사는 것인가. 이러다 책장에 세계문학, 고전문학만 남을 것 같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산문 『이게 다예요』를 읽었지만(무척 얇은 책이라 읽었다고 하기엔) 그의 소설은 읽은 적이 없다. 영화 <연인>의 원작과 고민하다가 믿고 보는 분의 리뷰와 댓글로 이 소설이 더 좋다는 걸 보고 『태평양을 막는 제방』을 선택했다. 그리고 마지막은 솔 벨로의 『오늘을 잡아라』는 얇기도 하고 제목에 끌리고 평도 좋아서 샀다. 사실, 중고를 사고 싶었지만 중고는 찾지 못했다.


3월에 읽게 되기를 바란다. 2월보다는 이틀이나 많고 휴일도 이제 없으니까. 꽉 찬 날들에 알뜰살뜰 챙겨서 읽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려면 속도를 내야 하는데, 느릿느릿 거북이의 날들이다. 주변에 경주를 할 토끼가 있다면 좀 나을까 싶다가 토끼가 어마어마하게 많구나 싶다. 온라인의 책 모임, 책 리뷰만 생각해도 그렇다. 그럼 나는 그냥 내 속도대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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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4-03-04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을 잡아라˝ 제가 좋아하는 책^^ ˝새벽과 음악˝은 정말 제목이 멋지네요.
자기 속도대로 읽는게 제일 좋죠 저도 느림보;; 봄이 성큼 다가온 3월! 자목련님 속도대로 여유롭게 독서하는 3월 되시길요😄

자목련 2024-03-05 15:58   좋아요 0 | URL
와, 정말요? 빨리 읽어봐야겠습니다^^
봄에는 꽃도 봐야 하는데...
망고 님, 마당의 싹들은 많이 자랐나요?

은오 2024-03-04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어쩌자고죠?! 사놔도 한국문학 위주로 먼저 읽으셔서 남는 건가요...?! ㅋㅋㅋㅋ
자목련님은 3월에도 알찬 독서생활 하실 게 이미 보입니다~!!

자목련 2024-03-05 15:59   좋아요 0 | URL
맞아요, 한국소설과 에세이 먼저 읽어서...
은오 님은 학교에 계실까요?
 

만약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 저는 기꺼이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몇몇 쓸데없는 사건들, 그러니까 자동차 사고들이나 병원 신세를 진 일들이나, 사랑 때문에 가슴 앓이를 했던 일들은 피하면서 말입니다. 하나 저는 아무것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제 대외적인 이미지나 전설, 그 안에 거짓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는 바보 같은 짓들을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며, 과속을 좋아합니다. 물론 제게는 그것 말고도 위스키나 자동차들만큼이나 수많은 취향들이 있습니다. 예컨대 음악이나 문학처럼 말이죠. (372쪽)


프랑수아즈 사강의 인터뷰집 『아무것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를 읽기 전 그동안 내가 읽은 그녀의 글을 검색해 보았다. 소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고 그녀의 소설을 많이 읽은 건 아니었다. 첫 소설이자 대표작인 『슬픔이여 안녕』은 읽지 않았다. 그 소설의 내용에 대해 아는 것도 없다. 열아홉의 나이에 소설을 썼다는 정도만 알뿐이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인생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그런 이유로 『아무것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가 궁금했다. 그런데 그런 궁금증과 기대를 생각하면 진도가 팍팍 나가야 하는데 이상하게 그렇지는 않았다.


1954년부터 1992년 사이에 가졌던 인터뷰의 내용은 질문이 비슷한 것도 많았고(아, 당연한 것인가) 그러니 중복된 느낌의 답도 많았다. 내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내 느낌으로 사강은 솔직하고 유머를 좋아하고 유쾌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사강의 소설과 에세이만 읽었던 나는 그가 희곡도 쓰고 영화도 만들고 드라마도 썼다는 건 몰랐다. 그는 희곡과 소설에 대해 소설은 작가 자신이 더 많이 개입되기에 어렵고 희곡은 바깥을 향하는 장르라서 훨씬 쓰기 쉽다고 설명한다. 연극은 재미를 주고 소설은 열정을 준다고 말한다. 기회가 되면 그의 희곡을 읽어보고 싶다.






독자는 착각한다. 그러니까 소설에서 작가를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소설 속 인물이 작가의 일부라고 여기는 거다. 아마도 많은 독자가 사강의 소설에서, 연애와 사랑에서 그것이 사강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 결론지었을지도 모른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으니까. 잘은 모르지만 사랑의 사랑은 인간에 대한 애정에서 확장된 것 같다. 친구를 좋아하고 함께 지내고 그들을 도와주는 사강의 마음은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보인다.


사강의 말대로 그는 운이 좋았다. 물론 소설에 대한 비평가의 혹독한 비평이나 문학의 진정성에 대한 비하는 있었지만 사강은 그런 문제에 신경 쓰지 않았고 돈에 대한 부분에서도 풍족함을 누렸다. 술을 마시고 도박을 좋아하고 스피드를 즐긴 모습과 다르게 그녀는 차분한 분위기를 말하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독자가 안다고 느끼는 사강은 진짜 사강은 아닌 것이다.







저는 차분한 분위기를 갖고 있습니다. 하나 제게 슬픈 일이 생겼을 때, 제가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과도함 속에 빠져드는 일뿐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피로함의 극단에서만 쉴 수 있고, 불안함의 극단에서만 안정을 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절망의 심연에서만 새로운 책을 쓰기 시작할 수 있지요. (171쪽)


이 인터뷰집에서 가장 중점적인 분야인 글쓰기에 대한 그의 생각은 단호하게 느껴진다. 글쓰기의 어려움이 분명 있을진대, 그것에 대한 구질구질한 변명 같은 것 찾을 수 없다. 있는 그대로 솔직하고 명확하게 말한다. 좋아서 쓴다는 것, 얼마나 당당한가. 글에 대한 사강의 생각과 정의는 정말 아름답고 멋지다.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단지 글 쓰는 게 좋아서입니다. 그것은 악덕인 동시에 미덕이요,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것이며, 쾌락으로 바뀌는 미덕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대단히 내밀한 일입니다. (250쪽)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창조해 내기… 우리들의 모든 약점들, 지성과 기억력의 약점들, 마음과 취향과 본능의 약점들, 그것들이 마치 무기라도 되는 것처럼 한 군데로 모으기… 그렇게 모은 무기들을 돌격해 오는 ‘무’를 향해 우리 자신의 상상력이 끊임없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백지의 힘의 돌격을 향해 집어던지기. (285쪽)


사강이 좋아하는 프루스트와 생일이 같았던 사르트르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사르트르와 보낸 시간, 그들은 서로의 책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고 바보 같은 농담을 주고받았다고. 실명이 된 사르트르와 식사를 하는 부분에서 사강은 그의 어머니가 된 느낌이었다고 전한다. 매력적이고 지적이고 유머가 많은 사르트르와의 관계, 사강은 그것을 사랑의 한 형태라고 말한다.


앞으로 사강의 소설을 읽을 때 아무것도 부인하지 않겠다는 사강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어쩌면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을 사강,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당돌할 정도로 직진한 사강, 산책을 학 사람을 보고 멍하게 있기도 하는 사강, 그리고 항상 담배 연기와 함께 한 사강을. 그러면서 소설 속 이런 문장이 사강이 삶을 대하는 태도가 아닐까 짐작한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상관없이 휘바람을 불며 하루를 시작할 것 같은 사강, 한 손에는 담배를 쥐고서 말이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나는 결코 심연을 좋아하는 그런 취향을 가지지 않을 거야.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나는 늘 아침에 짧은 사냥 노래를 휘파람을 불면서 잠에서 깨어날 거야. (『잃어버린 옆모습』, 94쪽)






아직 읽지 못한 사강의 소설이 더 궁금해진다. 지난 삶에 대해 후회는커녕 단호하게 기꺼이 자신의 삶을 껴안고 살아가는 당당하고 멋진 사강이 들려줄 사랑과 삶의 이야기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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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3-01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인용문 참 좋네요!
그런데 피로의 극단에서만 쉴 수 있고 불안의 극단에서만 안정을 취하다니.. 게다가 절망의 심연에서만 새 책을?? 책이 꽤 많던데..

자목련 2024-03-04 15:00   좋아요 1 | URL
사강에 대해 잘 모르지만 자신만의 가치나 신념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쓰는 일은 사강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졌어요.

책읽는나무 2024-03-01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강!
막 좋진 않아도 왠지 끌리는 작가로 다가옵니다. 인터뷰집은 작가를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겠군요?^^

자목련 2024-03-04 15:01   좋아요 1 | URL
맞아요, 꽂히는 작가는 아닌데 또 그냥 지나치지는 못하는. 인터뷰집은 그녀의 소설을 더 읽고 싶게 만들고요,

coolcat329 2024-03-02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랑스 여자들은 참으로 당당하고 솔직하고 자신을 한층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아요. 저돌적이고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모습이 저는 좀 부담스러워 그다지 관심이 없는 작가지만 그 자신의 캐릭터만으로도 문학계의 스타가 되기 충분한 사람인 건 확실하네요.

자목련 2024-03-04 15:03   좋아요 1 | URL
저돌적이고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딱 사강에게 어울리는 것 같아요.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던 걸 보면 스타는 스타였구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