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어려움이 표출되기까지 그것은 조용하게 움직인다. 아무도 모른다. 안간힘을 쓰느라 애쓰고 있다는걸. 그런 삶을 알고 경험한 이만이 한눈에 포착할 수 있다. 클레어 키건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놀라는 이유가 그것이다. 어떻게 그녀는 이 모든 걸 다 알고 있을까. 그럼에도 이토록 아름다운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짧은 분량의 단편 소설집 『너무 늦은 시간』 을 읽으면서 안감힘과 고요함이 동시에 몰려드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슬픔이고 절망이며 어떤 결단과도 같은 것이었다.

표제작 「너무 늦은 시간」이 제일 좋았다. 좋았다는 건 강렬했다는 것이다. 평범한 보통의 일상을 무심하게 전개하는 동시에 그 안에 담긴 함축적인 메시지. 주인공 남자 카헐의 행동을 묘사하며 그를 향한 동료의 시선과 걱정은 단순한 배려의 태도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키건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여성 혐오와 차별이다. 카헐의 결혼이 왜 파탄 났는지 그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 말이다. 끝내 카헬은 이해하지 못하고 알지 못할 것이다. 알게 되더라도 제목처럼 너무 늦게 알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희생까지는 아니더라도 동등한 관계가 필요하다는걸, 그것이 가장 기본적인 예의라는 걸 그는 알지 못했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가족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기에 억울하다 말할지도 모른다. 가족 모두가 식사를 하는 시간, 어머니의 가사 노동이 당연하다 여기더라도 어머니가 자기 접시를 들고 자리에 앉으려 할 때 발을 거는 남동생, 그걸 보고 웃는 아버지. 그런 집안에서 보고 배운 대로 그는 살아왔으니까. 카헐은 아버지가 웃지 않았더라면, 그런 아버지가 아니었더라면 생각하며 안타까워하지만 그건 핑계에 불과한다. 변화하려는 노력은커녕 자신이 그들과 같다는 걸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카헐은 연인 사빈이 준비하고 만든 음식은 맛있게 먹으면서 배번 음식 재료 값이 아깝고 설거지가 많다고 잔소리를 늘어놓고 사빈이 지갑을 놓고 와서 대신 계산을 한 것을 기억하고 생색을 내는 남자다. 사빈에게 고마운 마음은 전혀 없는 그 모든 게 당연한 남자. 결혼 준비 중 결혼반지 사이즈 조정을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 할 때도 돈이 아깝다 말하며 화를 낸다. 이런 남자랑 결혼을 찬성할 이가 누가 있을까. 사빈의 결정은 옳은 일이고 현명했다.

타인의 상처와 슬픔에 대해 관심 없고 무지한 이기적인 카헐을 보면서 상실과 절망을 온몸으로 경험한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펄롱이 떠올랐다. 마침 영화를 보기도 했다. 카헐의 대척점에 있는 이가 펄롱이라고 생각했다. 타인에 대한 연민, 고통을 나누려 애쓰는 마음은 경제적 부유에서 오는 게 아니었다. 그가 자신 선함, 삶에 있어 중요한 것들에 대한 생각들. 아픈 이들을 위한 연대와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일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펄롱은 그걸 해낸 사람이다. 수녀원에서 만난 소녀를 지나치지 않았다. 이름을 물었고 도움을 주려 했다. 늘 거기 있으니까란 말이 이렇게 따뜻하고 힘이 있던 말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내 이름은 빌 펄롱이고 저기 부두 근처 석탄 야적장에서 일해. 무슨 일 있으면, 거기로 찾아오거나 아니면 나를 불러. 일요일만 빼고 늘 거기 있으니까.” (『아처럼 사소한 것들』, 82쪽)

키건은 카헐과 펄롱을 통해 현실을 비판하지만 그 방법을 달리했다. 카헐 개인의 문제를 여성 혐오로 이끌어냈고 수녀원의 소녀를 돕는 펄롱의 모습으로 잘못된 사회 규범을 고발한다고 할까. 놀라운 통찰력은 키건 고유의 아름답고 비범한 문장으로 그려낸다. 「너무 늦은 시간」의 첫 문장처럼 말이다. 고요할 정도로 차분해 강한 울림으로 남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그런 이유로 키건의 소설은 두 번 읽게 된다.

얽히고설킨 인간의 싸움과 모든 것이 어떻게 끝날지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삶은 대체로 매끄럽게 흘러갔다. (「너무 늦은 시간」, 12~13쪽)

두 번째 단편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은 에킬섬 하인리히 뵐 하우스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선정된 여성 작가의 이야기다. 혼자만의 시간, 자신만을 위한 공간에서 글을 쓰려는 순간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상대는 독문학 교수라며 집을 둘러보고 싶다고 말한다. 집 앞에 와 있다고. 무례한 남자에게 여성 작가는 저녁에 다시 오라고 전한다. 그러면서 손님을 위한 케이크를 준비한다. 남자는 대접받은 차와 케이크를 맛있게 먹으면 글을 쓰지 않고 케이크나 굽는다며 여성 작가를 가르치려 한다. 생전 처음 보는 여성 작가에게 권위를 내세우며 무시하는 태도에는 여성차별이 깔려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어른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관점에서만 세상을 보는 남자의 표본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던 여자는 집을 떠날 때마다 다른 남자와 자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마지막 단편 「남극」은 추리나 스릴러 소설처럼 보인다. 남편과 아이가 전부였던 여성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간 도시에서 벌어진 이야기. 술집에서 만난 낯선 남성과의 하룻밤은 일탈이 아니라 가장 위험한 일이었다. 남편과 다르게 세심하고 친절한 남자. 그 끝엔 무엇이 있을까.

체로 매끄럽게 흘러가는 삶의 이면에 우리가 보지 못하는 불편한 진실은 소설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에도 여전하다는 걸 키건은 말한다. 그녀만의 시선과 방식을 세상을 향해 계속 외친다. 결단을 내려야 할 때까지. 한쪽이 사라질 때까지.

우리가 아는 것, 항상 알았던 것,

피할 수 없지만 받아들 수도 없는 것은

옷장만큼이나 명백하다.

한쪽은 사라져야 한다.

필립 라킨, 「새벽의 노래 Aub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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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5-10-29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헐 같은 남자와 결혼하는 게 쉽지 않을 듯 보이네요.ㅠㅠ

자목련 2025-10-30 12:22   좋아요 0 | URL
그쵸, 완벽하게 변하지 않는 한 어려울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25-10-30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건의 소설은 참….대단한 내공인 듯 합니다.
무조건 좋아요.^^

자목련 2025-10-31 09:42   좋아요 0 | URL
얼마나 많은 시간 공들이고 연습했을까, 저도 무조건 좋아요!
 


단순함을 지향하지만 마음이 복잡하다. 밀물처럼 밀려온 근심과 걱정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지 않는다. 밀물처럼 책도 도착했다. 설물처럼 빠져나가지 않아도 되는 것들. 아니, 빠져나가서는 안 된다. 연휴 시작 적에 주문한 책이다. 소설, 시, 에세이. 언제나 그렇듯 골고루 읽으려고 주문했다. 읽으려고!


모두 반가운 책이다. 좋아하는 김혜진 작가의 장편소설이 제일 반갑고 허연의 시집과 시인 유계영의 에세이는 제목을 보자 구매했다. 허연 시집은 나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땡스투는 appletreeje 님에게. 그리고 표지에 반한 소설보다 시리즈. 올해의 소설 보다 시리즈의 표지는 다음 계절을 기다리고 기대하게 만든다. 그래서 올해의 소설보다는 계속 내 곁에 머무를 게 될 것이다. 제일 먼저 허연의 시집을 펼쳤다. 목차에서 가장 먼저 찾게 된 시는 표제작이지만 이번 시집에는 여러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우선 이런 시.

나도 나방 한 마리를 밟아 죽였다

궁금했으니까

고통 속에서만 하는 짓만이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

한 사람이 점차 나빠지는 이야기

난 몇 가지 종류의 계절을 경험한다

나쁜 계절과 나빠질 계절

상처 수집가들이 급할 건 없다

지구의 축은 이미 기울어져 있으니까

올 것은 반드시 오고

죽을 것은 반드시 죽는다

나는 통증에 시달리며 이 구역의 계절을 만든다

슬픔에도 기술이 있다

다 죽고 나면 계절은 성당이 된다

새로 내리는 비는

슬픈 챔피언들을 불러 모은다

이 계절에는

속된 세상을 등지는 나무들이 있었다

(「계절감」, 전문)




허연의 시가 좋아서, 하나 더. 어느 시절의 내 마음 같아서. 시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고 할까. 반갑고 좋은 책처럼 그런 일상을 살기로 한다.


자전거는 지나가고 빗물은 떨어진다

알면 쓸쓸해지고 알면 상처받는 일들을

나는 애써 들여다보려 했었다

누가 졌는지 누가 이겼는지

굳이 알 필요도 없으면서

그걸 꼭 찾아봤다

맨홀로 달려가는 빗물의 고집을

뻔히 알면서도 그 끝을 보고 싶어 했고

레몬이 땅에 떨어져 다은 몸을 받는 게

당연한 줄 알면서도

괜히 상념에 잠겼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면

살고 싶다는 생각은

죽고 싶다는 결말로 변해 있곤 했다

오늘 지나쳤던

담장 밑에 장미가 떨어져 있는 것도

애당초 내 탓 같았다

누군가 입관하는 밤에

개들만 깨어나 짖는 밤에

소독약 냄새를 맡으며 결심한다

이제

나를 위해

장미를 위해 모른 척하기로 한다

해오던 일을 여전히 하는 생명들을

그냥 모른 척하기로 한다

(「생(生)을 모른 척하기로 한다」, 전문)





반갑고 좋은 책처럼 그런 일상을 살기로 한다. 반갑고 좋은 것을 찾는 일. 친구의 바뀐 프로필을 확대하며 미소 짓는 일, 갑자기 생긴 원두를 갈아 내려마시는 조금 긴 시간, 점심에 무얼 먹을까 고민하고, 처음 알게 된 꽃을 선물하고 주문하는 일, 드라마의 다음 회를 기다리는 일. 소소하지만 대단한 일상으로 마음을 간단하고 단순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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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25-10-14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 감사합니다! 좋은 책들을 함께 읽는 기쁨까지요~

자목련 2025-10-27 13:09   좋아요 0 | URL
답글이 늦었습니다.
허연 시집, 좋아요^^

책읽는나무 2025-10-14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 김혜진 작가의 신간 나온 소식을 보고 장바구니에서 보관함으로 왔다 갔다 하다가 보관함으로 넣었더랬는데…역시 자목련 님은 구입하셨군요.^^
소설 보다 가을 편의 표지를 보고 예상치 못한 과실이라 좀 놀랐었는데 그래서 더 예쁜 것 같아요. 겨울 편은 또 어떤 표지일지? 저도 무척 기다리는 중입니다.
인용해 주신 시를 읽고 있자니 종일 내리는 가을비 덕분인지 시를 읽기에 적당한 계절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자목련 님도 모쪼록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자목련 2025-10-27 13:10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 저는 책은 냉큼 구매하는데, 읽기는(먼 산~~)
소설 보다 겨울은 귤이 아닐까 싶어요 ㅎㅎ
자꾸 좋아하는 작가의 책과 궁금한 책이 나와서 구매만 자꾸 하고 있어요, 큰 일이에요!

구단씨 2025-10-14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설 보다 시리즈를 수집(?)하는 중입니다.
올해 출간 작품 표지가 너무 예뻐요.

자목련 2025-10-27 13:11   좋아요 0 | URL
올해는 특히 표지가 예뻐서 표지가 구매로 이어지는데 큰 역할을 했을 것 같아요 ㅎㅎ

2025-10-22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0-27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을 좋아하고 서점을 좋아하고 거기다 고양이까지 좋아한다면 반할 소설이 있다. ‘2024 일본 판타지 소설 대상 수상작’ 우츠키 겐타로의 『고양이서점 북두당』이다. 제목부터 흥미롭지 않은가. 고양이서점이라니? 고양이가 서점의 마스코트인가 싶을 것이다. 아니면 서점 주인이 애묘가이던가. 어쩌면 독립서점을 생각할지도 모른다. 어떤 면에서 모두 맞다. 이 소설은 매력적인 고양이와 어딘지 모르게 수상한 주인의 이야기니까. 판타지 소설이니 서점 주인이 사람이 아닌 고양이는 아닐까 그런 상상을 가능하다.


소설은 아홉 번째 환생한 검은 고양이 ‘쿠로’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이번이 마지막 생인 것이다. 여덟 번이나 살았으니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알만큼 다 아는 쿠로는 사람을 믿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다른 고양이와 친하게 지낼 생각도 없다. 생존을 위해서 따뜻하고 먹을거리도 있는 사람 근처를 돌아다니다 이상한 곳을 발견한다. 그곳이 바로 ‘북두당’이다. 그곳에서 한 여자가 고양이를 위해 물그릇을 채우고 “언제든지 와도 돼”라며 말을 건넨다. 마치 고양이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인간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았지만 여자의 친절과 다정한 말에 흔들린다.


쿠로가 살펴본 서점은 좀 이상하다. 손님이 많은 것도 아니고 열 살 소녀 마도카만 정기적으로 서점을 방문한다. 책을 입고하는 모습도 볼 수 없고 주인 여자는 네 마리의 고양이들과 책에 둘러싸여 지낸다. 그러다 마도카카 집에 돌아오지 않는 일이 생겼다. 신경 쓰지 않기로 했지만 마도카가 갈 만한 곳을 찾아 나선다. 비를 피해 미끄럼틀 아래서 책을 읽고 있었다. 책을 읽느라 정신이 팔린 마도카는 쿠로의 울음소리에 집에 가야 한다는 걸 알았다. 쿠로가 마도카를 찾아준 걸 아는 서점의 고양이는 바로 친해지지 않아도 된다며 쿠로를 서점으로 이끈다. 그렇게 북두당에 들어간 쿠로는 다른 고양이들이 ‘마녀’라 부르는 ‘에리카’와 지내게 된다.


놀랍게도 에리카는 고양이의 말을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 어떻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쿠로는 궁금했지만 알려주지 않는다. 서점의 고양이들의 말에 따르면 고양이의 전생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면 들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쿠로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기에 쉽게 여자에게 자신의 전생을 꺼낼 수 없다. 사실은 고양이에게 중요한 이름을 얻지 못했다는 것. 여덟 번의 생 가운데 가장 행복하고 평온했던 세 번째 생의 시절이 있었지만 끝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 누군가는 이쯤이면 짐작할 것이다. 쿠로가 일본 근대 문학의 거장 나쓰메 소세키의 고양이로 살았다는 것을 말이다. 소세키 곁에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소설의 고양이가 바로 쿠로라는 걸 말이다. 쿠로는 자신의 진명을 나쓰메 소세키의 본명인 ‘긴노스케’로 짖는다.


나는 그 사람에게 진명을 받고 싶었다. 그러니까 적당히 지은 이름 따위는 싫었다. 그러나 그는 끝내 나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다. 그게 변덕이었는지, 고집이었는지, 아니면 자유방임주의적인 성격의 산물인지, 이유는 끝내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이름을 짓기로 했다. (122쪽)





소설은 쿠로가 들려주는 지난 여덟 번의 생과 함께 일본 역사를 돌아본다. 에도 시대 대기근, 메이지와 다이쇼, 쇼와 시대를 거치며 쿠로가 만난 인간의 모습은 자신들의 욕망만 채울 줄 아는 존재였다. 그런데 마지막 아홉 번째 생에서 만난 에리카와 마도카는 달랐다.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 마도카와 마도카의 글을 읽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에리카. 이상한 건 마도카의 글을 읽을 때마다 눈물을 흘리는 에리카다. 에리카에게는 무슨 사정이 있는 것일까. 서점 북두당도 이상한 공간이다. 손님이 책을 사면 저절로 책이 채워지고 심지어 재고 정리는 고양이가 한다.


북두당에 정착한 쿠로는 작가가 되려는 마도카의 성장과정을 지켜본다. 그런데 열심을 글을 쓰던 마도카가 서점에 발길을 끊는다. 외모도 변하고 불량 청소년과 어울린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서 글쓰기를 그만둔 마도카는 엄마와 갈등도 심한 상태였다. 그러나 마도카의 진심은 그게 아니었다. 쿠로가 세 번째 생에서 만난 소세키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마음이 병들고 몸마저 쇠약했던 소세키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건 글쓰기 때문이었다.


어떤 이에게 글을 쓴다는 행위는 곧 치유다. 마음의 상처를 글이라는 형태로 바꾸어 바깥으로 끌어내고, 그것을 객관적으로 마주하며 천천히 받아들이는 과정. 그렇게 먼저 자신을 치유하고, 언젠가는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에도 가 닿게 된다. 그리하여 글쓰기는 마음의 안녕과 평온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 된다. (279~280쪽)


17년 동안 쿠로가 북두당에 살면서 만난 인간의 이야기. 신비로운 공간 『고양이서점 북두당』 에서 어려운 환경에서도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는 마도카를 응원하는 에리카와 고양이들의 모습은 따뜻한 울림으로 남는다. 어디 그뿐인가. 소설 곳곳에서 나쓰메 소세키, 이나가키 타루호, 이케나마 쇼타로, 무로오 사이세이 등 고양이를 사랑한 문호들이 등장하는 재미와 그들을 향한 문학적 오마주와 글쓰기와 창작의 고통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고양이서점 북두당』은 환생한 고양이의 시선으로 생과 사, 인간의 다채로운 삶, 상처와 회복, 치유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이름을 불림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쿠로의 모습을 통해 정체성과 우리에게 이야기가 건네는 위로와 힘을 생각하게 한다. 글을 쓰고 읽는다는 것, 문학의 소중함에 대해서.


책과 서점, 그리고 고양이란 조합을 생각하니 희귀본이 가득한 고서점을 배경으로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와 외톨이 소년의 기이한 모험을 담은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가 떠오른다. 고양이, 서점, 책이 주는 기쁨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책이다.


고서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던 ‘린타로’는 때때로 학교에 가지 않고 서점에 틀어박혀 책을 읽기도 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린타로는 폐점을 앞둔 서점을 지킨다. 그런 린타로에게 말하는 고양이 ‘얼룩’이 나타나 책을 구하기 위해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다. 책을 구하기 위한 린타로와 고양이 얼룩. 이 소설은 책의 힘을 믿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할아버지, 고서점에서 읽은 책들을 통해 린타로가 책을 사랑하는 게 무엇인지 알려준다.


“책에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그려져 있어요. 괴로워하는 사람, 슬퍼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웃음을 터드리는 사람……. 그런 사람들의 말과 이야기를 만나고 그들과 하나가 됨으로써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어요. 가까운 사람만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의 마음까지도요.” (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261쪽)


물론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다. 『고양이서점 북두당』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었다면 더욱 반갑게 읽을 수 있고 읽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재밌게 읽을 소설이다. 고양이, 서점, 책을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쿠로의 환생 이야기에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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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9-16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책 표지 왜 이리 예쁘죠? 그래도 표지만 예쁘다하고 지나갔을 책인데 자목련님 글 읽고 읽어야ㅜ할 책으로 비뀌었어요.

자목련 2025-09-17 09:50   좋아요 1 | URL
재밌는 환상 판타지인가 싶었는데 글쓰기와 이야기가 갖는 힘과 의미에 대해 말하는 책이구나 싶었어요^^

레삭매냐 2025-09-30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고냥이...

소세키 샘의 <고양이> 책은
정말 오래 전에 사서 읽다 말
았더라는. 다시 도전해 봐야
겠어요.

자목련 2025-10-02 09:14   좋아요 0 | URL
저도 오래 전에 사서 ㅎㅎ
이 소설 읽으면서 나도 읽어야지 했는데 언제 읽게 될지 알 수 없어요^^

꼬마요정 2025-10-01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재밌겠습니다. 표지도 예쁘고 고양이도 귀엽고…. 읽어야겠습니다!!! ㅎㅎㅎ

자목련 2025-10-02 09:15   좋아요 0 | URL
네, 재밌어요. 멋지고 개성 강한 냥이들과의 만남 즐거웠어요^^
 


자꾸 산다. 생필품을 사고 먹거리를 산다. 그리고 이런 것도 샀다. 귀여워서, 자꾸 눈에 밟혀서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삭제하기를 반복하다 마음에 들였으니 곁에 두기로 한다. 북엔드를 좋아하는데 스누피 북엔드를 어떻게 거부할 수 있을까. 예쁘고 귀여운 걸 보면 기분도 좋아진다. 북엔드란 기능도 있으니 예쁜 소품 이상이지 않은가.


책을 정리할 때 스누피를 보면 정리도 잘 되고 책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예쁜 건 한 번 더 스누피 정말 예쁘다. 스누피 정말 귀엽다. 스누피 시리즈를 다 사고 싶은 마음은 참아야지. 저기 멀리 넣어둬야지.





봉투도 샀다. 지난번 구매했던 빨강 머리 앤을 한 번 더 구매할까 하다 다른 건 뭐가 있나 살펴보다 발견했다.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예쁜 꽃사과 봉투였다. 알라딘에서 문방구 용품 할인 행사를 했으니 알뜰 구매라 스스로 칭찬하면서. 시의적절 9월 유계영의 『무궁무궁』은 다음에 사야지. 그때 잠자냥 님이 추천한 커피도 함께 사야지. 사야할 것들을 생각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번 주부터는 잠들기 전 창문을 닫는다. 열기를 품은 밤은 줄어든다. 감기 걸리기 좋은 날, 남아 있는 여름이 온전히 떠나가는 걸 목도할지도 모른다. 금세 강렬한 여름은 잊고 가을을 살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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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5-09-11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누피 저도 있어요ㅋㅋㅋㅋㅋ책상에 올려놓았는데 볼때마다 넘 귀여워서 기분이 좋아져요

자목련 2025-09-12 10:04   좋아요 1 | URL
그쵸? 스누피는 사랑입니다!

거리의화가 2025-09-11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누피도 귀엽지만 저는 찰리 브라운도 좋아해요!ㅎㅎ 알라딘 봉투 예쁜 게 참 많아서 볼 때마다 유혹합니다!^^ 요즘은 축의금도 카톡으로 보내다보니 쓸 일이 없는 것 같다가도 간혹 편지나 간단한 메시지를 적어서 줄 일이 있을 때 필요하더라구요ㅋㅋ
일교차가 정말 커졌어요. 요즘은 긴팔 셔츠나 가디건 필수로 챙겨다닙니다. 감기 유의하세요^^

자목련 2025-09-12 10:08   좋아요 0 | URL
찰리 브라운도 좋아요! 매력적인 표정. 다음엔 찰리 브라운을 구매할지도 몰라요 ㅎㅎ
알라딘 봉투를 그냥 소장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걱정입니다.
화가 님의 가을 산책 풍경, 나중에 들려주세요^^

바람돌이 2025-09-11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샐리컵이랑 우드스톡 컵 있어요. 커피 마실 때마다 아 얘들 너무 이뻐한다죠. 그러고 보니 스누피 메모장도 있네요. 전시 같은거 갈 때마다 하나씩 사고, 알라딘에서도 사고.... ㅎㅎ
알라딘의 봉투들은 진짜 예쁜데 저는 정말 글씨를 못써서 예쁜 종이류나 노트류는 못사요. 부끄러워서요. ㅎㅎ

자목련 2025-09-12 10:13   좋아요 1 | URL
스누피 머그도 예쁘죠. 지금은 구매할 수 없으니 더 갖고 싶네요. 스누피 스프볼도 사고 싶고요.
봉투는 상품권이나 용돈 봉투로 정말 좋아요^^
손글씨는 저도 엉망이라 노트와 필기구는 잘 안사요 ㅎㅎ

꼬마요정 2025-09-12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즈와 커피는 사랑입니다^^ 저도 너무 많이 사서 큰일이에요. 봉투가 너무 예쁜 게 많아서 사다보니 봉투만 잔뜩입니다. 거기다 엽서도 한 때 너무 예뻐서 샀더니 잔뜩 쌓여 있습니다. 예쁜 게 너무 많아서 큰일이에요ㅠㅠ

자목련 2025-09-15 17:15   좋아요 1 | URL
사랑이 가득한 알라딘이네요~
너무 예쁜 봉투와 엽서. 종종 선심을 쓰며 나눔을 해야 합니다 ㅎㅎ
 


책을 조금 더 성실하게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쓴다. 책을 샀으면 읽어야 한다는 다짐으로 쓴다. 뭐, 그렇다는 말이다. 책을 샀고 커피도 샀다.

낡고 오래된 책을 정리했다. 읽지 않았으나 읽을 것 같지 않은 책들이다. 정리하면 공간이 생긴다. 공간이 생기면 채우고 싶다. 때마침 슈테판 츠바이크의 『감정의 혼란』를 먼저 읽은 잠자냥 님의 리뷰에 반했고 김초엽의 신간 『양면의 조개껍데기』가 나왔다. 알라딘은 다양한 커피를 출시하지만 모험심이 적은 나는 새로운 커피보다 가장 좋아하는 커피를 선택했다.




9월이 되면서 가을 냄새를 기대하는데 아직 맡지 못했다. 가을 냄새의 양이 아주 미세해서 예민한 이들만 알아차리는 것일까. 나는 아직 가을 냄새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도 9월이니 가을이라 생각한다. 실내 온도도 2~3도가량 낮아졌고 얼음을 찾는 횟수도 줄었으니까.

어, 하는 순간에 단풍이 찾아올 것이다. 가로수의 나뭇잎에서 연두와 초록은 사라질 것이다. 노란 은행잎에 반하는 날이 올 것이다. 가을과 반갑게 악수하고 여름을 배웅하는 9월. 옷장도 정리하고 침구도 바꾸고, 계절이 바뀌면서 삶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어떤 이에게는 천천히, 어떤 이에게는 급격하게 다가올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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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9-04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은 덥지만 바람이 달라졌어요. 가을 냄새를 품고 오는거겠죠. 김초엽작가 신작 저는 이제 읽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기대돼서 아껴 읽고싶은 기분이에요

자목련 2025-09-06 11:39   좋아요 0 | URL
아껴 읽고 싶은 마음, 알 것 같아요!
오랜만에 만나는 단편집이라 저도 기대가 커요^^

책읽는나무 2025-09-04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렇게 두 권을 선택하실 수 있다니?!
저는 매번 놀라곤 한답니다.
자목련 님의 무심한 듯 신중한 결정을 말입니다. 그래서 저 두 권 선택의 안목.
그래서 귀하게 바라봐지네요.
김초엽 작가의 소설 기대됩니다.^^

자목련 2025-09-06 11:40   좋아요 0 | URL
읽지 못해서 책 구매를 자제하려고 하는데 그게 어렵습니다 ㅎㅎ
좋은 리뷰도 많고 신간이 나오면 사고 싶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