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다 자랐다, 삼십대, 청춘은 껌처럼 씹고 버렸
다. 가끔 눈물이 흘렀으나 그것을 기적이라 믿지 않
았다. 다만 깜짝 놀라 친구들에게 전화질이나 해댈
뿐, 뭐 하고 사니, 산책은 나의 종교, 하품은 나의 기
도문, 귀의할 곳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 공
원에 나가 사진도 찍고 김밥도 먹었다. 평화로웠으
나, 삼십대, 평화가 그리 믿을 만한 것이겠나, 비행
운에 할퀴운 하늘이 순식간에 아무는 것을 잔디밭에
누워 바라보았다. 내 속 어딘가 고여 있는 하얀 피,
꿈속에, 니가 나타났다, 다음 날 꿈에도, 같은 자리
에 니가 서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너랑 닮은 새였다
(제발 날아가지마), 삼십대, 다 자랐는데 왜 사나,
사랑은 여전히 오는가, 여전히 아픈가, 여전히 신열
에 몸 들뜨나, 산책에서 돌아오면 이 텅 빈 방, 누군
가 잠시 들러 침만 뱉고 떠나도, 한 계절 따뜻하리,
음악을 고르고, 차를 끓이고, 책장을 넘기고, 화분에
물을 주고, 이것을 아늑한 휴일이라 부른다면, 뭐,
그렇다 치자, 창밖, 가을비 내린다, 삼십대, 나 흐르
는 빗물 오래오래 바라보며, 사는 둥 마는 둥, 살아
간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무해한모리군 2009-04-10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눈물이 나려고 해요.

자목련 2009-04-10 22:05   좋아요 0 | URL
저도 어제 이 시를 만나면서 그랬는데, 님도 그러셨군요...
 

 

 작은 책장을 들였다. 쌓아놓은 책들, 박스에 담아두었던 책들을 꺼냈다. 다시 읽고 싶은 문장들, 언니는 읽은 책은 그냥 박스나 저 안쪽에 두라고 충고했다. 허나, 나는 이 책들을 제일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었다. 볼 때마다 행복을 느끼고 싶은 욕심에. 몇 권 안되는 책이라 생각했는데, 여기 저기 끄집어 보니 책이 참 많다. 도서관, 교회, 조카에게 갈 책을 또 나눴다. 나의 우선순위는 언제나 그렇듯 한국 소설이기에, 미안하지만 인상깊었던 외국소설, 특히 일본 소설은 과감하게 마음을 정리했다.  사촌동생에게 보냈던 한국 소설들이 아쉽게 맴돈다.

몇 권만 사진에 담았다. 사실, 나의 책읽기는 한정되었고, 편독이 심하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한국 소설이 좋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09-02-09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미경과 한강이 특히 눈에 띄네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거든요. :)

자목련 2009-02-10 01:23   좋아요 0 | URL
저도 좋아하는 작가예요. 한강의 책을 기다리고 있어요...

프레이야 2009-02-23 0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권 보여요. 정미경의 '나의 피투성이 연인' 리뷰도 잘 읽었습니다.

자목련 2009-02-23 14:58   좋아요 0 | URL
9권, 어떤 책일까 궁금해집니다. ^^*

passerby 2010-08-21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블로거추천,이라는 것이 있어서 호기심에 클릭해 보았는데,
깜짝 놀랐어요.
마치 제 책장을 보는 듯한 느낌. 한국 소설편식을 좋아하는 님에게 난데없는 친근감.
남기고 싶었어요.
 
2008년 내맘대로 좋은 책 연말 스페셜!

 제대로 된 책읽기를 소망함은 말 뿐이었다. 언제나 급한 밥을 먹듯이 체할 듯 그렇게.. 그리하여, 한 해를 지나고 보니 이 책이다, 라고 소리내어 말할 책들은 또 얼마나 되는지...  소중한 책들에 대한 감사, 그리고 책을 아끼는 마음에 대한 표현을 좀 더 많이 하고 싶었는데, 나의 표현은 언제나 어떤 턱을 넘지 못하고 말았다. 역시나 한국문학중 소설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고, 시를 많이 읽으려 했으나 한 권, 한 권, 늘어나는 시집으로 족한다.

 사실, 신경숙의 책을 근래에는 부러 읽지 않았다. 그냥, 슬픔을 피하고 싶었다고 할까. 결국은 <엄마를 부탁해>를 만나고 내내 눈물속에서 지내게 되었지만. 여기 저기 소문을 많이 냈다. 내게는 이제 엄마라고 부를 그 존재가 없다. 이제 그 엄마가 되었고. 나는 어떤 엄마로 살아야 할지. 그것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숙제이다.  

 

 

 <내 아들의 여인>정미경, 그녀를 좋아한다. 고요하면서도 적나라하게 삶을 그려낸다. 꿈틀대는 욕망, 슬그머니 눈을 뜬다. 어디선가 그녀는 불륜이라는 소재를 아름답게 미화한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그래도 나는 좋다. 그녀의 책을 만날 때마다 설레며, 구절 구절, 너무도 행복하다. 지금도 새로운 소설이 얼른 나와주기를 기대한다. 

 

 시인의 <접시꽃 당신>을 읽으며 시인의 사랑에 슬퍼했던 시절. 숲에서 나는 향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책, 더러워진 내 영혼이 조금은 깨끗함을 받는 듯 했다. 소설이 아닌 산문 읽기의 즐거움을 준 책이다.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나의 그대는 나의 숲에 언제 올까.. 나의 숲을 알기나 할까. 

 

  

 출판사 이름 때문에, 책의 제목에 혹하여 구매한 책이다.<그림에, 마음을 놓다>  출판사는 앨리스라니,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출판사인지.. 그림을 모른다. 시골 미술관을 기웃거린 기억이 전부다. 이주은은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재주를 지닌 듯 했다. 그림을 설명하면서 마치 내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한 그녀의 글이 참 따뜻했다. 언젠가 직접 미술관에 걸린 그림을 마주 할 날이 오면 좋으련만..  
  


정혜윤의 두 번째 책, <그들은 한 권의 책으로 시작되었다> 이 책에 대한 평은 둘로 나눠진다. 심한 혹평, 극찬을 아끼지 않는 호평. 뭐라도 좋다. 나는 이 책이 좋으니까. 즐겁게 만났으니까. 내 서고를 꿈꾸고, 내 글을 꿈꾸게 하는 책이었으므로. 다만, 그 책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를 바랄뿐...  

 

백발이 너무 멋진 분, <광휘의 속삭임>, 아직 제대로 만나지 못했다. 마음이 무거울 때, 눈물을 감추고 싶을 때, 시를 읽는다. 정현종님의 시...  

 작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시작으로 김연수를 만났다. 올 해 <여행할 권리>, <스무살>,<7번 국도>,<밤은 노래한다>를 차례로 읽었다. 그 중에 내게 최고의 책은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다. 작가, 김연수를 만난 듯한 소설이었다. 김천의 뉴욕 제과점을 떠올리고, 그 시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었을까 싶은...  

가끔 작가가 리뷰에 덧글을 써주었다거나, 혹 사인한 책을 보내주었다는 이웃들의 글을 보면서 몹시도 부러워했다. 여하튼 김연수는 인기 작가이며, 이웃집 이웃 같은 작가다. 이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으니, 팬인 나 역시 그 수상 소식에 맘껏 기뻐하고 있다...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리뷰에 반해서, 허연을 만났다. 나 역시도 리뷰를 올려야 할 책이다. 남기고 싶은 기록들. 푸른빛, 파란색, 나의 청춘은 어떤 색일까. 시를 위한 시, 시인을 위한 시...  

 

 

  

새로운 해가 시작되고, 여전하게 책을 읽고 있다. 읽고 싶은 책들, 읽어야 하는 책들로.. 책은 계속 내게로 온다. 나도 책에게로 가고 있는게 맞을까. 힘이 되는 소식으로 2008년의 마지막 날을 만났다. 그 기뻤던 기억으로 올 해를 살고 싶다.  내게도 분명 무언가가 있을꺼라 그렇게 믿고 싶다. 책을 통해.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9-01-17 0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19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간혹, 책읽기에 대해 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된다. 너는 왜 책을 읽냐고.. 단순하다. 책이 좋고, 책 읽는 동안 나는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만족감 때문이다. 혹자는 내게 책과 관련된 일을 하냐고 묻기도 한다. 주부라는 커다란 직업군에 속하지만, 실상 온전한 주부는 아니다. 무기력한 생활 속에서 하루 하루 살아가다가, 내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기억해내고 책에게 손을 내민지 이제 2년 정도가 되었다. 

책에 관련된 모임에 가입하고, 읽은 책에 대한 느낌을 기록하고, 그런 과정에 책에 관련된 일을 하는 분들을 알게 되기도 했다. 그리하여, 친구가 된 분도 있고, 내가 무척 좋아하는 분들도 생겼다. 반대로 나를 향한 이런 마음이 있는 분도 있다면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올 해, 책으로 인해 아주 기뻤던 일들도 있고, 반대로 적지 않게 실망한 경우도 많았다. 쌓여 있는 책들도 점점 늘어나고 나는 이제 책이 아닌 다른 단어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집에 살고 있다. 오죽하면 울 큰 언니, 저 책 좀 버리든가 하지, 한다. 사실, 그러면서 내심 좋은 양서(이렇게 표현하니 참 우습지만)들은 당신집으로 들고 가 버렸다. 물론 내가 언니에게 양도한 것이지만, 좁은 집에 산다는 것, 나의 공간이 적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문학이라는 것은 매력적인 분야이다. 하여, 많은 이들이 그곳으로 마음을 두고 있는 것이리라. 유독 2008년에는 책을 통해 책을 구매했다. 공짜 마일리지, 상품권의 수익(ㅋㅋ)이 있었다. 암튼 그것은 내게 다행이었다. 책으로 인한 수입보다 지출이 크다면 나는 식구들의 눈총을 견뎌내지 못할지도 모르니. 

읽은 책들을 둘러보면서 당신에게 권하고 싶어서 소개하려 한다.  

   

나는 한국 문학을 사랑한다. 아직 만나지 못한 소설들, 기다려 줘, 너를 만나러 갈께.

 

 

 

기억에 남은 외국소설, 지금 떠오르는 책 외도 더 있을 텐데, 생각이 나지 않느니.. 

  

산문집, 시집, 아직 은은한 향이 있는 책들, 사랑스러운 책들. 

   

내게 부족한 분야의 책들, 어렵기도 했지만, 관심을 두어야 할 책들. 

2009년에는 더 깊이 있는 책읽기를 희망한다, 더불어 나의 글쓰기도 조금 더 발전되는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메코 2008-12-31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로만 만났을 뿐이지만, 저는 언니 무척 좋아해요.
해 넘어가기전에 수줍게 고백하고 갑니다.
내년엔 우리 더 가까워지고 행복해져요. = )

자목련 2009-01-02 00:24   좋아요 0 | URL
앗, 주원이다.
이곳에서 이렇게 만나니 새롭고 반가워.
행복한 고백, 나도 주원이를 좋아하는거 알지?
고마워, 올 해, 한 걸음 한 걸음 더 가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