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8시가 되기 전 노벨문학상을 검색했다. 수상자가 궁금해서였다. 노벨문학상을 기대하고 관심이 많았던 때를 지나왔지만 그래도 누가 받았을까 궁금하기는 했다. 속보로 기사가 떴다.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순간 나는 대박!이라고 외쳤다. 혼자였다. 얼마 후 H가 카톡을 보냈다. 한강 작가 소식 들었냐고, 너무 좋다고. 좀 전에 다른 친구가 한강의 수상 소식에 깜짝 놀랐다는 카톡을 전했다.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 문학을 읽고 좋아하는 이가 없다는 게 쓸쓸했다.


한림원의 선정 이유가 기사로 뜨기를 기다렸다. TV 채널을 돌렸다. 늦은 밤에야 뉴스로 접할 수 있었다. “매우 놀랍고 영광스럽다”는 한강은 “아들과 차를 마시며 조용히 축하하고 싶다”고.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다룬 기사를 읽었다. 온라인 서점의 마케팅이 시작되었다. 이참에 『디 에센셜: 한강』을 들여놓을 생각이다.


사색하기 좋은 가을일까, 그런데 사색이 아닌 잡념만 늘어난다. 잡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이런 책이 나를 도와주기를 바란다. H를 만났을 때 『일인칭 가난』에 대해 말했었다. 둘 다 읽기 전이었고 얼마 전 H는 이 책을 읽었다고 했다. 나는 이제 읽으려 한다. 작가의 나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작가가 태어났을 때 나는, 뒷말은 생략하겠다.








소설도 읽어야지. 단풍을 연상시키는 표지의 『소설 보다 : 가을 2024』, 조경란의 단편을 읽기 시작한 『2024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그리고 책장에 있는 한강의 단편집을 다시 읽고 싶다.
























한강 작가는 『작별하지 않는다』, 『흰』, 『채식주의자』를 추천했다고 하는데 나는 여전히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이 좋다. 아무려나 어떤 책이든 무슨 상관일까. 이 기회에 좋아하는 마음을 더하며 한국문학이 더 많은 사랑을 받으면 좋겠다. 책은 쌓이고 감격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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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4-10-11 1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민음사 라이브 보고 있다가 진짜 그 소식 듣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정말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어요. 저는 <소년이 온다>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자목련님이 좋아하신다는 소설들도 읽은 것 같은데 아, 기억이 안 나요. 기록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희랍어 시간> 읽어보고 싶어요. 기분좋은 금욜이네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망고 2024-10-11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너무 기뻐서 잠이 안 오더라고요ㅎㅎㅎ이 기쁨을 저는 가족과 나눴습니다.부모님이 함께 좋아해 주셨어요 이렇게 쓰니 제가 탄 상인줄ㅋㅋ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4-10-11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문학 애독자이신 자목련님에겐 어제 한강 작가의 수상이 더욱 큰 기쁨으로 다가왔을 거 같아요.
오늘도 즐겁습니다.
 


10월과 함께 가을이 왔다. 더 이상 창을 활짝 열지 않는다. 환기를 위한 시간이 아니면 활짝은 사양한다. 징검다리 휴일을 지나고 나니 이번 주는 어영부영 다 사라졌다. 실은 추석 연휴부터 어영부영 보냈다. 여름 명절 같은 더위에 지쳐서 하는 일 없이 짧은 안부를 나누는 게 전부였다. 느닷없이 임시공휴일이 된 국군의 날은 모두가 쉬는 건 아니었던 것 같다. 가족 일원 중 한 명은 월차를 쓰고 10월의 첫날을 쉬었다고 했다.


아무튼 덧신이 아닌 양말을 챙겨 신어야 할 10월이 되었다. 올해는 10월, 11월, 12월까지 세 달이 남았다.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내년에는 얼마나 빠르게 지나갈 것인가 생각하면 아찔하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하지 않기로 한다. 그냥 가을이니까 시집을 샀다. 분명한 명분도 있다. 시집의 제목에 ‘작약’이 있으니까. 자고로 작약을 좋아하는 이라면 이런 제목의 시집은 구매해야 한다. 뒤늦은 발견으로 미안해할 정도다.






이승희 시인의 『작약은 물속에서 더 환한데』, 김경미 시인의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그리고 신용목 시인의 『우연한 미래에 우리가 있어서』까지 세 권의 시집. 세 권의 시집을 훑어보다 멈춘 시는 이런 시다.

발이 구두를 다 써서

발가락이 구두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

귀가 말을 다 써서

더는 듣고픈 말이 없는 것

다 쓴 관계들이 가득한 사진첩들

다정도 부드러운 손을 다 썼을까

저녁노을 다 써 버린

커피색 유리창 옆

당신과 맞잡은 나의 손이 풀린다 (김경미 「다 쓴다는 것」, 전문)



시집과 더불어 읽고 싶은 단편은 조경란이 수상한 『2024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이 책에는 신용목의 단편도 있다. 시인의 단편이 궁금하다. 이미상 단편을 읽을 수 있는 소설 보다 : 가을 2024』. 그건 그렇고 어쩌자고 나는 자꾸 시집을 사는지 모르겠다. 시를 읽지도 못하고 시집을 정리하기도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시 읽는 밤이면 좋겠다. 시 읽는 밤이 이어지길 바란다. 시가 머무는 밤, 시가 맴도는 밤이면 좋겠다. 2024년 가을이 그렇게 지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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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10-04 1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조경란 작가가 영예를 안았군요.
그렇지 않아도 조용해서 뭐하며 지내나 궁금했는데
소식들으니까 반갑네요. 예전에 잠깐 인연이 있어서 말이죠. ㅎ
나중에 한 번 사 봐야겠습니다.^^

자목련 2024-10-05 16:32   좋아요 3 | URL
오, 그 인연이 궁금하네요 ㅎㅎ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yamoo 2024-10-07 1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경란 작가...아직도 건재하군요. 제겐 너무 지루한 작품이라 몇 권 읽고 말았습니다. 서하진과 조경란 등은 좀 지루하더군요. 공선옥 작가가에 비해서요....^^;;

자목련 2024-10-08 17:06   좋아요 1 | URL
말씀하신 공선옥 작가와 비교하면 지루하다고 할 수 있죠. 조경란 작가의 초반 소설을 열심히 읽었던 때가 있는데....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니 따뜻한 커피를 마신다. 두 손으로 커피잔을 감싸 안고 커피를 마시면서도 방송에서 냉면이나 팥빙수가 나오면 절로 침이 고인다. 하나의 계절이 지나고 다른 계절이 오고 있다는 걸 가장 가까이서 느끼는 게 식탁이다. 요즘 생각나는 건 고구마 줄기 볶음이다. 이맘때 먹을 수 있는 맛, 때에 따라 생각나는 맛이 있는 것처럼 어떤 음식이나 상황에 떠오르는 책들이 있다. 가을이 시작되면 흐릿한 기억 속 한수산의 장편소설 『가을 나그네』가 생각난다. 이처럼 책이란 시나브로 일상으로 스며드는 힘을 지녔다. 여기 그 순간을 포착해 아름다운 문장과 철학적 사유와 맛으로 소개하는 책이 있다. 셰프 정상원의 독서일기 『글자들의 수프』가 그것이다.

셰프 전성시대라 해도 좋을 만큼 셰프의 활약이 두드러진 시대다. 방송 프로그램에 셰프의 등장은 익숙하고 요리가 아닌 예능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저자를 알지 못했기에 그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가 반갑고 특별했다. 그가 소개하는 책은 독특한 요리의 맛이 있고 작가의 일생과 근황, 작품에 대한 배경까지 풍부하다. 한 권의 책을 다채로운 맛으로 느낄 수 있다. 말 그대로 저자는 독서 고수다. 때문에 그 모든 것을 흡수하기가 버거운 면도 있다. 어떤 책은 내용이 아닌 음식의 재료만 기억에 남기고 하고 어떤 책은 문장 한 구절만 남고 어떤 책은 몰랐던 작가의 일생 한 부분이 남는다. 어쩌면 이것이 이 책의 매력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셰프의 독서일기이니 음식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때문에 표제인 <글자들의 수프>가 등장한 로맹 가리의 『새벽의 약속』은 무척 인상적이다. 그 소설을 읽지 않은 나에게는 더욱 그럴 수밖에. 로맹 가리의 소설 속 장면을 모티브로 만든 요리라니. 단호박과 오렌지를 넣어 오랜 시간 끓인 수프가 그것이다. 단호박과 오렌지가 합쳐지면 어떤 맛이 될까. 나만의 소설 속 한 장면을 요리로 승화시킬 수 있다니. 이러한 사연을 몰라도 메뉴판에서 <글자들의 수프>를 발견한다면 나 같은 독자는 그것을 주문할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일상의 평범한 순간에 곁들인 음식 재료나 요리로 시작하여 자연스럽게 책으로 연결시킨다. 축구를 볼 때 쥐포를 먹는 일상은 쥐포가 삼천포항에서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정보를 알려준다. 쥐포를 좋아하는 나는 반색한다. 다음에 쥐포를 구매할 때 제품 설명에 삼천포가 있다면 그 제품을 구매하리라. 놀랍게도 그가 쥐포와 함께 소개하는 건 박재삼 시인의 시였다. 시와 삼천포와 쥐포의 완벽한 조합인 셈이다.

항구의 겨울바람은 당연히 일어나는 일들을 멈춰서게 하고 밋밋했던 것들 사이에 시간의 주름을 만든다. 그리고 그 사이에 상상하지도 못한 놀라운 비밀을 눌러 담는다. 세상에 없던 맛과 향이 쥐치의 살결 사이로 천천히 스며든다. 쥐포는 바람이 멈춘 시간의 맛이다. (91쪽)





내가 읽은 소설 목록이 겹쳐지는 부분은 언제나 반갑고 기쁘다. 이맘때 가장 아름다운 풍경인 메밀밭의 주인공 이효석의 단편 「메밀꽃 필 무렵」, ‘긍게 사람이지’로 남은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 막연하게 언젠가 읽겠지 하며 1,2권만 읽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는 내내 추억의 맛이 그리웠던 황석영이 들려주는 음식 이야기 『황석영의 밥도둑』, 잔망스러운 소녀를 꿈꿨던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는 황순원의 『소나기』가 그랬다.

그런가 하면 소시지 하나로 독일 철학과 문학을 말하는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은 소시지를 안주로 맥주를 마시며 읽고 싶은 철학 책이 된다. 은행나무가 스무 살이 되어서야 서로를 알아볼 꽃을 피운다는 사실과 함께 온 소설은 쥘 베른의 『녹색 광선』이다. 소장하고 싶은 책을 만드는 동명의 출판사의 소설 목록도 따라온다.

서쪽으로 대서양을 품은 유럽 바닷가 마을들에는 녹색 광선에 대한 일관된 전설이 있다. 일몰을 바라보다 녹색 광선을 만나면 그 순간 에피파니처럼 관계에 대한 많은 고민의 정답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답이 있다 한들 그를 찾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또 그녀를 만난다면 정답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145쪽)

『글자들의 수프』를 읽고 나면 맛있는 수프를 맛있게 음미한 기분일 것이다. 어디 수프뿐일까. 저자가 직접 발로 찾은 소설 속 지역이나 해외까지 곳곳을 여행을 끝내고 정리하는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좋은 재료로 잘 차려진 식사를 마치고 배부른 느낌이다. 이 가을엔 셰프가 차려준 독서 식탁에 앉아보는 건 어떨까? 색다른 맛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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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샀다. 신간을 돌처럼 보려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세상엔 예쁜 돌이 얼마나 많은가. 더 사고 싶은 걸 참았다. 은근슬쩍 추석이니, 나를 위한 추석 선물이라고 적당한 이유를 달았다. 9월의 즐거움을 위해. 그 대신 읽을 것 같지 않은, 읽다 만 책을 정리했다. 나가고 들어오는 권수가 비슷하니 내 방 책장은 여전히 지저분할 예정이다.


산 책은 이렇다. 에세이 두 권, 소설 두 권. 일부러 맞춘 건 아닌데 짝꿍 같은 4권이다. 소설은 장편 하나, 단편 하나. 한국 소설 하나 외국 소설 하나. 에세이는 한국 에세이와 외국 에세이. 문진영의 소설이 새로 나온 걸 알았다. 이번 소설까지만 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샀다. 조해진, 김애란의 장편도 나왔는데 나는 모두 살 수 없었고 그 가운데 가장 읽고 싶은 게 무엇인가 고민했다. 문진영을 선택했으나 나머지 두 소설에 대한 미련은 가득하다. 조만간 곁에 둘지도 모르겠다. 정말 오랜만인 김애란의 소설이 우선순위가 될 것 같다.






문진영의 장편 『미래의 자리』, 클레어 키건의 단편집 『푸른 들판을 걷다』, 처음 읽게 될 이승우의 산문 『고요한 읽기』는 제목이 너무 좋다. 소설가 한유주가 번역한 『상실과 발견』에 대한 기대도 크다. 소설가가 번역한 책이 늘고 있다. 그들은 소설도 쓰고 번역도 하고 대단한다. 한유주, 김유진, 백수린 가운데 백수린의 번역한 책은 읽었고 안온북스에서 나온 사강의 소설은 김유진의 번역이다.


9월이 되고 밤에는 창문이 활짝 열리지 않는다. 에어컨의 코드도 빼놓았다. 낮의 열기는 아쉬움이라 여긴다. 여름도 인사도 없이 이별을 하고 싶지 않을 테니. 그나저나 올 추석은 왜 이리 빠른가. 친구에게 맛있는 배추김치가 먹고 싶다고 말했다가 배추 값이 얼마냐 올랐는지 아냐는 소리를 들었다. 김치를 담그기는커녕 얻어먹는 주제라 다음 말이 쏙 들어갔다. 사과 값은 안정되고 있다는 게 그 자리를 배추가 차지하나 보다. 그래도 맛있는 배추김치가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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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9-05 1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엇! 제가 아직 저에게 추석 선물을 안해줬네요? 이 글 보고 저도 추선석물 사러 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4-09-06 09:38   좋아요 1 | URL
조카 1, 2, 3 선물이 아닌 다락방 님을 위한 선물!!
어떤 책을 사셨을까 궁금합니다^^

레삭매냐 2024-09-05 16: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의 모든 돌들을 사제끼고 싶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돌들을 들이지 않으려고
발버둥쳐 봅니다.

아 그리고 보니 추석이군요. 나에게 추석
선물 하나 장만해야겠네요.
미미 여사 신간으루다가.

자목련 2024-09-06 09:39   좋아요 1 | URL
예쁘고 특이한 돌들이 무지 많아요 ㅎㅎ
나에게 추석 선물은 무조건 찬성입니다!!

stella.K 2024-09-05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은 신간을 사고 싶긴하지만 사 봤자 당장 못 읽고 묵혔다 읽을텐데 그럴바엔 차라리 중고로 나오면 사자합니다. 근데 요즘 책들이 넘 미끈하고 예쁘게 잘 나오고 있어요. 내게 주는 선물인데 미끈하고 예쁘게 해 줘야죠. 잘 하셨습니다. 저는 이번엔 연휴랑 겹쳐서 추석이 내 생일이려니 합니다. ㅋ

자목련 2024-09-06 09:40   좋아요 1 | URL
정말 책들이 너무 예뻐요. 책상 상승의 요인이겠지만 그래도 눈이 갑니다 ㅋㅋ

구단씨 2024-09-06 0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늘 그렇듯, 읽지는 않아도 사고 싶은 게 책이네요. ^^
자목련님 말씀 덕분에, 저도 이번에 저에게 명절 선물을 해야겠어요.
며칠 동안 다른 어른들께 선물 뭐해야 하는지 고민하느라 머리 아팠는데,
정작 저에게도 선물할 수 있다는 생각을 왜 못 했는지 모르겠어요. 흥!
이번 기회에 애매하게 살까 말까 망설이며 보관함에 넣어두었던 책을 몽땅 사야겠어요!!!

자목련 2024-09-06 09:41   좋아요 1 | URL
명절 선물 고르는 일, 두통을 불러옵니다.
보관함의 책들 몽땅 사세요. 즐겁게 사세요!!
 

이상하게 오늘이 9월 1일인 것 같다. 8월은 힘들고 긴 시간이었다. 더위에 약한 나는 올여름을 조금 다르게 기억할 것 같다. 먹고사는 일의 위대함을 새삼 느꼈다. 내가 먹자고 나를 위해 무언가를 끓이고 데치고 볶는 일이 정말 귀찮았다. 움직이지 않고 멈춘 채 모든 게 내 앞으로 이동하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아무튼 2024년 여름, 정확하게는 8월은 유독 나를 지치고 힘들게 했다. 응급실에 다녀온 8월이기도 했다.


지난번 꺼냈던 삼계탕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실패한 삼계탕, 열심히 먹었지만 끝내 다 먹지 못한 삼계탕 이야기. 복날에는 삼계탕을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같은 게 있다. 어린 시절의 추억과 기억이 한몫했다. 식구가 많았던 우리 집에서 삼계탕은 닭죽의 개념이 컸다. 할머니, 아버지, 오빠를 위주로 식단이 꾸려졌다. 이효리가 엄마와 여행에서 오징어 찌개 먹으면서 자신의 그릇에는 오징어도 몇 개 없었다는 말처럼 언니들과 나의 국그릇에는 닭고기는 없었다.


삼계탕으로 돌아오면 삼계탕을 끓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인삼을 비롯한 약재를 넣은 게 아니라 닭, 찹쌀, 마늘만 넣어도 충분했으니까. 냄비가 아닌 전기압력밭솥이 만들어줄 삼계탕이었으니까. 그냥 닭만 잘 손질하고 찹쌀을 품은 닭을 만들면 그만이라고 나는 착각했다. 우선 재료부터 실패의 전운이 돌았다. 작은언니가 사다 준 닭은 너무 컸다. 진짜 컸다. 10용 밥솥에 안착할 수 없었다. 그러니 닭 다리는 예쁘게 포갤 수 없었고 힘을 주어 잘라내야 했다. 급환 마음에 찹쌀을 불리는 것도 잊었다. 어떻게든 밥솥에 넣고 삼계탕 메뉴를 선택했다. 기다리면 되는구나 여겼다.


갈비찜을 해 본 경험을 믿었다. 물론 갈비찜은 훌륭했다. 나는 자부심을 가졌다. 그러나 삼계탕은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고 압력 추가 흔들렸고 요란한 소리가 났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내가 맞이할 주방의 최후를 말이다. 삼계탕이 완성되었다고 친절한 목소리가 말려주었다. 밥솥을 열기 전 나에게 닥친 시련을 보았다. 밥솥 주변이 기름이 가득했다. 김이 빠지면서 상부장에도 기름의 흔적이 남았다. 처리는 뒤로하고 밥솥을 열었다. 아니, 젓가락으로 닭은 찔러보니 깊숙이 들어갔다. 문제는 찹쌀이었다. 찹쌀이 제대로 익지 않았다. 밥솥 뚜껑을 닫고 대충 정리 후 삼계탕 메뉴를 선택했다. 사진은 교훈을 삼으려 남겼다. 잘 보면 찹쌀이 익지 않은 게 보인다.





2시간을 들여 만든 삼계탕은 맛은 썩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뒷정리는 힘겨웠다. 기름을 닦아내는 일, 밥솥 청소는 덤이었다. 그리고 삼계탕을 먹는 일이 남았다. 문제는 양이 많다는 것. 나는 끼니 때마다 삼계탕을 먹었고 결국엔 음식물 쓰레기로 버린 것도 있다. 나는 닭으로 만든 요리를 좋아한다. 치킨, 닭찜, 닭볶음탕, 모두 잘 먹는다. 달걀도 좋아해서 삶은 달걀, 장조림, 달걀 프라이도 좋아한다. 하지만 당분간 삼계탕은 먹을 자신이 없다. 내년에는 삼계탕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그냥 배달시켜 먹을 것이다.


재미없는 삼계탕 말고 책 이야기를 해 보자. 김애란과 조해진의 신간이 나왔다. 둘 다 장편이다. 이승우의 산문도 나았다. 궁금한데 선뜻 구매는 안 했다. 이상하다. 잘 모르겠다. 조금 천천히 읽어도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이 마음이 언제 바뀔지 모르겠다.


길고 길었던 8월이 가고 9월이다. 9월에는 조금 더 신나게 조금 더 명랑하게 지내고 싶다. 책도 좀 열심히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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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9-02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찹쌀이 생쌀이네요?! ㅋㅋㅋㅋ
고생하셨습니다... 내년부터는 꼭 사드세요~ ㅋㅋㅋㅋ

자목련 2024-09-03 11:24   좋아요 0 | URL
맛집까지는 아니어도 식당에 가거나 배달 시키려고요 ㅋㅋㅋ

망고 2024-09-02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삼계탕 먹었어요^^ 제가 한 건 아니고요ㅋㅋㅋ 요리는 정말 재료준비랑 정리하는게 너무 짜증ㅋㅋㅋㅋㅋ자목련님 수고하셨네요 다음부턴 시켜먹읍시다ㅋㅋㅋㅋㅋ

자목련 2024-09-03 11:24   좋아요 0 | URL
맛있는 삼계탕을 드셨을 것 같아요!
잘 하는 집에서 배달하는 걸로^^

다락방 2024-09-02 1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삼계탕의 처참한 모습..
뒷수습 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저도 이 글 읽고 삼계탕은 사먹자고 외워둡니다!!

자목련 2024-09-03 11:25   좋아요 0 | URL
삼계탕을 쉽게 본 제 실수 ㅎㅎㅎ
우리 맛있는 삼계탕을 사 먹도록 해요^^

페넬로페 2024-09-02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 여름은 정말 너무 더웠어요.
불 옆에서 음식을 만들어 내는 것도 힘들지만, 재료를 다듬고 먹고 나서 정리할 때까지 드는 수고도 엄청나요
ㅠㅠ
외식비나 배달비가 비싸 웬만하면 집에서 직접 해 먹으려고 하니 더 힘든 것 같아요.
요즘 삼계탕 한 그릇이 거의 이만원 가까이 하더라고요.
닭 한마리에 이것저것 넣어 푹 삶으면 되니 저는 ‘집에서 요리해 먹자‘파 입니다. ㅎㅎ
내년엔 찹쌀 불리는 것, 잊지 말기!

자목련 2024-09-03 11:26   좋아요 1 | URL
내년 여름에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식당에 가서 먹기를 권장합니다 ㅎㅎ
페넬로페 님이 직접 요리하신 녹두가 들어 간 삼계탕은 정말 맛있을 것 같아요.

레삭매냐 2024-09-02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더위에 무척이나 취약한
닝겡이랍니다. 더위여 제발
가라 ~

지난 주말에 냉동실 정리를
했는데, 오리 닭 정리하다가
손에 기름이 묻어서 정말 고
생했답니다. 손을 닦아도 닦
아도 냄새가 지지 않더라구요.

신간이 나오면 왠지 사야할
것 같은 느낌. 그리고 또 한편
으로는 당장 읽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느낌... 공감합니다.

자목련 2024-09-03 11:27   좋아요 1 | URL
낮에는 뜨겁지만 그래도 서늘한 날들이 시작된 게 느껴져요.
냉동실 오리는 무슨 요리가 되었을까요?

책들 구경하다가 몰랐던 신간 소식을 듣고 고민합니다. ㅎㅎㅎ

coolcat329 2024-09-02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냥 백숙으로 해 먹는데 압력밥솥보다는 냄비에다가 하는 게 뒷처리가 쉽더라구요. 기름이 참 짜증나죠? 고생하셨어요. 😓

자목련 2024-09-03 11:29   좋아요 0 | URL
저도 다음에는 그냥 백숙을 해야 할 것 같아요 ㅎㅎ
기름 청소는 끝이 너무 멀어요!!

독서괭 2024-09-02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응급실이라니요. 괜찮으신거죠 자목련님? ㅜㅜ 김애란 신간 반갑습니다. 다 읽고 리뷰 못 쓰고 있는 1인…

자목련 2024-09-03 11:30   좋아요 0 | URL
어쩌다 보니 음급실, 괜찮습니다. 독서괭 님 고맙습니다.
김애란 신간 벌써 읽으셨군요. 좋으셨나요? 좋았겠죠!!

2024-09-02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9-03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4-09-02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먹자고 나를 위해 삼계탕을… 자목련님… 멋짐이 폭발합니다 ㅋㅋㅋ 실패하면 어쩝니까 ㅋㅋㅋ 복날에 셀프 삼계탕 끓이기라는 자기애의 실천! 본받겠사옵니다! (저녁 설거지하기 싫은 쟝쟝)

자목련 2024-09-03 11:33   좋아요 0 | URL
요리를 해 줄 이가 없으니 내가 먹자고 나를 위해서 합니다 ㅎㅎ
설거지는 정말 귀찮지만!
나를 위해서 책도 주문하고 쇼핑도 하고 ㅋㅋㅋ

구단씨 2024-09-02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아요.
기름지고 영양(?) 덩어리 음식을 먹는 건 좋은데 뒷수습은 고생이죠...
저희는 가끔 포장 삼계탕을 먹거나 식당에 가서 먹습니다.

지독한 여름이었네요. 오늘은 그래도 바람이 조금 불어서 숨이 쉬어졌습니다.

자목련 2024-09-03 11:35   좋아요 0 | URL
포장 삼계탕, 식당에 가서 먹는 삼계탕이 좋습니다.
닭을 사는 일은 자중해야 합니다 ㅋㅋㅋ

가을이 오고 있는 것 같아요. 평온한 날들 이어가세요!

거리의화가 2024-09-03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독한 더위에 삼계탕을 직접 시도를 해보셨다는 것 자체만으로 박수받을만한 일입니다!
맛은 괜찮았다고 하셨지만 뒷수습 때문에 힘드셨겠어요ㅠㅠ 많은 양을 계속 먹는다는 것도 그렇고요.
음식 재료부터 만드는 과정이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내년 여름에는 꼭 삼계탕 사서 드시기를!^^

자목련 2024-09-03 11:36   좋아요 0 | URL
사다 둔 닭이 노려보고 있어서요 ㅎㅎ
닭이 커서 정말 고생했어요. 음식을 버리는 일은 참 어렵습니다. ㅠ.ㅠ
올여름은 여러모로 특별한 여름이에요^^

청아 2024-09-03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올해 삼계탕을 먹어보질 않았네요. 복날에도 닭한마리 사먹었어요ㅋㅋㅋㅋㅋ
자목련님 고생하셨습니다. 서재 분위기가 더 화사해졌네요!

자목련 2024-09-03 11:37   좋아요 1 | URL
내년 복날에는 삼계탕이 아닌 치킨을 먹어야겠어요. 맥주랑!!
서재를 둘러봐 주셔서 감사하고요^^

꼬마요정 2024-09-03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계탕 이야기 너무 재밌어요. 크으 자신을 위해 요리하는 건 정말 멋집니다. 하지만 뒷수습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죠.
내년엔 꼭 맘에 드는 삼계탕 드시길 바랍니다^^

이제 정말 여름의 끝이 보입니다. 추석 때까지 덥긴 하겠지만, 8시가 되도록 지지 않던 해가 7시만 되어도 안 보이니 말입니다. 계절이 참 신기합니다. 응급실 다녀오셨다는데 이제 괜찮으신가요?

자목련 2024-09-04 11:44   좋아요 1 | URL
내년에는 색다른 보양식을 먹고 싶습니다!
어쩌다 보니 응급실,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곧 낮의 열기도 사라질 것 같아요. 가을이 시작되고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