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샀다, 처음인 것처럼 말이다. 처음 맞다. 그러니까 2024년 1월의 처음. 처음은 얼마나 좋은가. 다음이 있으니까. 처음에는 실수해도 좋고 처음에는 미완성도 좋다. 뭐든 처음에는 일정의 배려가 있고 수용이 있다. 처음에 잘해야 나중에도 잘 한다는 생각, 처음부터 잘못하면 기대를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누군가 더 주의 깊게 지켜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2024년의 처음인 1월도 끝이 보인다. 계획 같은 거 세우지 않지만 나름 하루의 할 일들을 한 날도 있고 그렇지 못한 날도 있다. 조금 게으르고, 조금 느리고, 조금도 움직이지 않은 날들이 있다. 누군가 1월은 더 가열하게, 더 빠르고, 더 빡빡할 것이다. 그렇게 각자의 1월을 살고 있다.






아무튼 책을 샀다, 처음인 것처럼. 앤드루 포터의 소설집 『사라진 것들』, 조해진의 중편소설 『겨울을 지나가다』, 김소연의 시집 『촉진하는 밤』까지 세 권이다. 문득 한 작가의 글을 계속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그들과 나의 첫 만남에 대해서. 그 만남의 느낌의 여부에 따라 그다음이 결정되었으니까.


그렇게 보면 앤드류 포터는 완벽한 첫 만남을 떠올릴 수 없다. 왜냐하면 그의 첫 소설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다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다음을 기대했고 다음인 이 소설집을 읽고 좋구나, 이런 글이 우리에겐 필요하구나 생각하는 건 무슨 이유일까.






그에 반해 조해진의 첫 만남은 불투명한 슬픔이었다. 너무 맑고 너무 아름다웠다면 오히려 그의 소설을 계속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렇다. 앤드류 포터의 짧은 이야기와 조해진의 조금 긴 이야기는 쉽고도 따뜻하다. 애틋하고도 아련하다. 먹먹하고도 포근하다.







김소연의 시집은, 시집은 그냥 좋기도 하고, 닿을 수 없어서 더 끌리기도 하고, 시집은 묘하다. 김소연의 시집은 대체로 길고 어렵구나! 읽다 보면 어려움이 조금 사라질 것이다. 아니, 계속 어려워도 뭐 어쩌겠는가.







이렇게 나는 책을 샀다. 처음인 것처럼. 사고 싶은 책이 또 있지만 참고 있어야지. 참을 수 있어야 한다. 참은 뒤에 찾아오는 기쁨이 더 크니까. 나는 그걸 아니까. 그래도 사고 싶은 책을 말하자면 이 책이다. 곧 살 것 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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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1-26 1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책을 샀어요! 며칠전에도 그랬듯이, 지난주에도 그랬듯이..
그중 겹친 책이 있어 반갑습니다. 훗.
:)

잠자냥 2024-01-26 12:13   좋아요 0 | URL
저는 요즘 퀴폐들 지켜보는 재미에 책도 안 사고 있어요!!! (순기능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4-01-29 09:15   좋아요 0 | URL
오늘도 책을 사실 것 같은!!
겹친 책은 언제나 반갑죠^^

망고 2024-01-26 1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집을 꾸준히 사고 읽으시는 자목련님. 시를 못 읽는 저는 그저 자목련님의 좋은 리뷰로 늘 대리만족을 하고 있습니다ㅜㅜ

자목련 2024-01-29 09:17   좋아요 1 | URL
시집에 대한 마음은, 알 수 없고 놓을 수 없는 그런 마음인 것 같습니다. ㅎ

2024-01-26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29 0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4-01-26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의 리뷰는 산문시라는 생각^^ [아무튼 책을 샀다, 처음인 것처럼.] 이 부분은 자목련님 책 내실 때 제목, 아니 최소 챕터 제목으로 쓰셔도 되실 것 같아요^^

자목련 2024-01-29 09:19   좋아요 0 | URL
얄라 님의 응원 같은 일이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날이 많이 풀린 것 같아요.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책은 변모하다. 그러니까 표지나 디자인을 달리한 개정판과 특별판도 나오고 일부는 작가가 내용을 수정하기도 한다. 대체로 책을 구매하는 시기는 그 책이 출판되었을 즈음이 가장 많다. 어떤 책은 뒤늦게 재발견의 기쁨으로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만남도 있다. 미루고 미뤄서 이제야 손에 잡은 책, 읽으려고 펼치니 앞 부분에 가름끈이나 책갈피가 꽂힌 책. 이런 책은 읽다가 멈춘 책, 읽다가 멈추었다는 사시조차 잊은 책이다. 그래서 처음으로 돌아가 읽다 보면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거다.





내가 미니 책장이라고 이름 붙인 책장에 그런 책을 수납하고 읽으려 한다. 그러니까 읽기에 치중하려는 사진과 기록이다.





레이먼드 카버의 『제발 조용히 좀 해요』는 10년 정도 책장에 있었다.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도 곧 10년 가까이 될 것 같다.








그나마 캐럴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들』은 겨우 3년인다. 도대체 나는 어떤 책을 읽느라 이 책들을 모른척하고 지냈을까. 먼저 읽은 이들의 좋은 리뷰를 보며 나, 나도 이 책이 있는데 생각만 했다.






최근에 앤드퓨 포터의 단편집 『사라진 것들』을 보고 그의 다른 소설도 읽다 말았구나 싶었다. 그러면서도 이번 단편집에 자꾸 눈이 간다.







적어도 한 권 이상은 읽으려고 한다. 책장에 안긴 책을 다 읽으면 좋겠지만 나를 잘 알기에 그건 장담할 수 없다. 1월이 가기 전에 한 권이라고 읽으면 나름 뿌듯할 것 같다. 그래서 가장 먼저 책장을 탈출한 책은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이다. 살구로 시작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여정이 단단하고 부드럽다. 일상에서 빚어올린 은유와 상징이 아름답다.


눈과 비, 그리고 안개의 지배로 열린 하루다. 이 하루를 닫는 순간를 지배하는 건 무엇일까. 내 의지대로 할 수 없는 것들로 열린 하루의 끝은 내 의지대로 마감할 수 있도록 주어진 하루를 알차게 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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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4-01-18 1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미니 책장 탐나요!!ㅎㅎ
제가 물건 욕심이 없는 편인데 (노력도 하고요)
저건 하나 갖고 싶어요.

그리고 오늘 아침에 읽던 책에 레이먼드 카버의 저 책이 언급되었는데
여기서 만나니 신기하네요^^

자목련 2024-01-19 12:49   좋아요 1 | URL
예스에서 구매했어요. 알라딘에서 이런 기획을 해주면 좋겠어요. ㅎ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3181775

미미 님이 어떤 책에서 카버를 언급했을까 궁금하네요^^

미미 2024-01-19 13:23   좋아요 0 | URL
<책상 생활자의 요가>란 책에 글 쓰기 이야기하며 언급됩니당^^

거리의화가 2024-01-18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니 책꽃이 너무 이쁘네요. 색깔이 월넛인가요? 그윽한 느낌이 들어 좋습니다.
세 권 중 솔닛의 책이 들어 있어 반갑네요. 신간인 포터의 책은 당장은 읽지 못할 것 같고 올라오는 후기로 일단은 만족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읽고 싶은 욕심은 왜 사라지지 않는 건지ㅎㅎ 저도 병렬로 지금 몇 권을 읽고 있는데도 자꾸 눈길이 다른 데로 갑니다ㅋㅋ

자목련 2024-01-19 12:51   좋아요 0 | URL
월넛입니다. 솔닛의 책을 읽기 시작한 건 화가 님 덕분이에요.
화가 님의 리뷰를 보고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아무래도 포터의 책은 곧 장만할 것 같고요. ㅋㅋ

stella.K 2024-01-18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버의 책이 제법 두껍네요.
올핸 카버의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싶네요. 저도 솔닛
의 책 가지고 있는데 올핸 읽어야지 벼르고 있습니다.
누구는 사놓고 3, 4년내 읽지 않으면 처분하라고 하던데 정말 10년만에 발견하는 책 있거든요. 말 듣고 처분했으면 어쩔 뻔입니까? 읽고 버릴 셈 치고 천원에 샀던 책도 넘 좋아 못 버리는 책도 있던데 말입니다. ㅎ

자목련 2024-01-19 12:52   좋아요 1 | URL
올해 카버와 솔닛의 책을 읽으시길 바라요!
맞아요, 책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차고 넘칩니다. ㅎㅎ

blanca 2024-01-18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 미니책장 넘 사랑스럽네요. 딱 읽고 싶은 책만 선별해서 꽂아두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앤드루 포터 책 사놓았고 지금은 <미들마치> 읽고 있어요. 갑자기 읽고 싶은 책들이 쏟아져서 행복합니다. ^^ 올해 신간 출간 계획 훑어보니 김연수 작가가 없어서 섭섭했어요.

자목련 2024-01-19 12:54   좋아요 0 | URL
딱 말씀하신 그런 용도로 구입했어요.
읽고 싶은 책들이쏟아져 행복한만큼 자꾸 뒤로 미뤄지는 책도 쌓이는 것 같아요. ㅎ
김연수 작가는 작년처럼 깜짝 출간을 하지 않을까 기대를~~

잠자냥 2024-01-18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님에게도 이런 면이 있군요?
십년묵힌책 읽기 ㅋㅋㅋㅋㅋㅋㅋ
신간인 포터 책까지 포함해서 4권 다 제가 좋아하는 책입니다. 꼭 읽으세요!!!! ㅋㅋㅋ

자목련 2024-01-19 12:55   좋아요 0 | URL
차마 말하지 못하는 묵은 책들 많아요. ㅎㅎ
솔닛을 시작으로 한 달에 한 권 읽기를 하고 싶은데.

은오 2024-01-18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미니책장 딱 서너권만 들어갈 사이즈인게 진짜 좋네요!! 저렇게 폭이 좁은 건 첨보는 것 같아요. 탐납니다....🤤
명랑한 은둔자가 자목련님을 어서 만나길 ㅎㅎㅎ
아.... 저도 미룬 책 진짜 많은데 중간중간에 한권씩 끼워서 읽어야겠어요 ㅠㅠ

잠자냥 2024-01-18 21:05   좋아요 1 | URL
“물욕” 반성한 지 몇 시간 안 지났다.

은오 2024-01-19 04:52   좋아요 0 | URL
탐은 좀 날수도있는거 아닌가요
ㅠㅠ

자목련 2024-01-19 12:57   좋아요 1 | URL
요기서 샀어요!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3181775

<명랑한 은둔자>옮긴이의 말만 몇 번째...

망고 2024-01-18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명랑한은둔자 나오자마자 사서 안 읽고 있어요!ㅋㅋㅋㅋ제 책장엔 10년쯤 새책으로 묵은 것들 뿐아니라 그 이상도 많아요ㅋㅋㅋㅋㅋ큐ㅠ

자목련 2024-01-19 12:5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묵은 책들을 꺼내 읽어야 하는데.
망고 님도 올해엔 <명랑한 은둔자>를~~

다락방 2024-01-18 15: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 미니책장을 자목련 님과 같은 용도로 사게 된다면 하나만 사면 안될 사람이므로 안사는 걸로..

명랑한 은둔자 저도 가지고만 있어요. ㅋㅋ

잠자냥 2024-01-18 21:06   좋아요 0 | URL
넌 가지고만 있는 게 대체 몇 천 권이냐.

자목련 2024-01-19 12:59   좋아요 0 | URL
다락방 님은 어마무시한 책들을 가지고 계신 걸로 압니다.
없는 게 없는 잠자냥 님의 책장과 비슷할 듯~~
 

2023년 마지막 주문으로 구매한 책은 이렇다. 그러니까 정녕 마지막이다. 나를 위한 선물이라고, 크리스마스라고, 이런저런 이유를 붙이다 결국, 그냥 사고 싶어서, 읽고 싶어서, 궁금해서 산 책이다. 아무튼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오랜만인 것 같다. 주문한 책이 하루키의 소설을 직접 보니 묵직하다. 한 손에 꽉 들어찬 소설의 내용도 묵직할 것 같다. 어제부터 읽고 있는데 기시감이라고 할까. 우선 든 느낌은 그렇다. 끝까지 읽어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마냥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지만 그의 고유성에 대해서는 조금 알 것 같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읽으면서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사춘기적 느낌, 풋풋하고 미완의 것들, 상징적 이미지들.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것이 곧 하루키를 대하는 나의 태도니까. 누군가 거대한 새로운 세계를 말할지도 모르지만, 나의 독서는 그렇다. 독서는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니까.


나를 위한 선물 목록에 하루키의 소설만 있는 건 아니다. 살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사게 된 엘리자베스 하드윅의 소설 『잠 못 드는 밤』은 왠지 올해의 마지막 소설로 좋을 것 같다. 분량도 많지 않으니까 적당하지 않을까. 아, 올해가 가기 전에 크리스티앙 보뱅의 책을 읽기로 했는데. 올해의 마지막에 내가 어떤 책을 읽게 될지, 아무것도 읽지 않을지 마지막이 되어야 알 수 있겠다. 이 소설은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란 노래가 생각나는 제목이다.


마지막 한 권은 로베르트 발저의 에세이 『연필로 쓴 작은 글씨』다. 양장본으로 책 만듦새도 고급스럽고 예쁘다. '희미해져가는 사람, 발저의 마지막 나날'이란 부제까지. 이런 책은 그냥 지날 칠 수 없지 않은가. 마지막은 언제나 아련함을 불러오고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그러니 2023년의 마지막 주문으로 완벽하지 않은가.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다 먹지도 못하는 케이크 대신, 미리 산 책들. 나를 위한 선물로 충분하다.




주말부터 내린 눈은 아직 녹지 않았다. 곳곳에 보이는 빙판이 몸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조심조심 걷는 마음으로 이 연말을 보내고 싶다. 올해 연락을 전하지 못한 이들에게 짧은 안부를 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 건강하게 지내라는 연말 인사를 보내고 새해의 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전할 수 있었으면 한다. 가까운 이들에게 그런 마음을 보낼 수 있기를. 하루키의 소설 속 '너'처럼 아무 연락 없이 사라지지 말고. (아직 다 읽지 못해서 너의 재등장 여부를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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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2-19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리스마스인데 셀프 선물은 당근 아닙니까! ㅎ
알라딘 서재 분들은 늘 책 선물 셀프로 준다는 게 문제지만; ㅋㅋ
책들이 다 예쁩니다.
하루키 저도 어제부터인가 읽고 있는데... ˝기시감˝에 격하게 공감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자꾸 삐딱한 시선으로 보지 말자고 채찍질 중ㅋㅋㅋㅋㅋ)

자목련 2023-12-19 16:17   좋아요 1 | URL
자고로, 책 선물은 셀프!
요즘은 책들이 다 예쁜 것 같아요. 특히 이번 세 권은 더욱 예쁘고요!
잠자냥 님의 삐딱함, 알 것 같아요 ㅋㅋㅋㅋ

망고 2023-12-19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나에게 선물 했어요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양장본이요ㅋㅋㅋㅋㅋ근데 결제하고 나서 너무 과했나 하고 약간 후회중 입니다ㅜㅜ

자목련 2023-12-19 16:15   좋아요 1 | URL
절대 과하지 않아요! 망고 님은 소중하니까요^^

새파랑 2023-12-19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시감 ㅋ 하루키 후기 작품들에는 기시감이 확실히 있긴 한데

그런 기시감이 저는 절대 싫지는 않더라구요~!!

자목련 2023-12-19 16:15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은 하루키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아주 많이!!

레삭매냐 2023-12-19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춘수샘 팬은 아니지만 그래도 책이
나오면 꾸역꾸역 읽는답니다. 그것 참.

책이 생각보다 댑따 두꺼워 보이네요 ㅠ

눈이 다 녹지도 않았는데 오늘밤에 눈이
많이 내린다고 합니다. 언능 집에 가야 하
는데...

자목련 2023-12-20 09:08   좋아요 1 | URL
네, 분량에 제법 많아요.
이곳은 계속 눈이 내립니다. 안전한 출퇴근을 기원합니다^^

은오 2023-12-20 10: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크리스마스에도 케잌보단 책입니다 >.< ❤️ 케잌은 먹어봐야 똥된다...
오늘도 자목련님 향기가 물씬 나는 픽들! <연필로 쓴 작은 글씨>는 제게도 오고 있습니다 히히

자목련 2023-12-22 17:59   좋아요 1 | URL
은오 님, 방학이에요?
넘 추워요. 누워서 신나는 책 읽어요!!
 

마음이 울적하면 책을 산다. 왜 울적한지 낱낱이 말할 수 없다. 그냥 울적하다. 11월이라서 그럴까. 아니, 책 사고 싶은 울적함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책을 샀다. 그게 전부다. 좋아하는 작가들이 내 울적함을 아는지 연이어 책을 출간하고 있다. 김혜진, 이주혜, 조해진, 이주란, 최진영. 조해진과 이주란의 장편은 사지 않았다. 사지 못했다가 정확할지도. 나름 양심이 있어 중고로 나온 이주란의 단편집을 먼저 샀다.


11월에 읽을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11월에 읽으면 좋을 것이다. 11월의 울적함을 훔쳐 갈 책들. 11월의 중반이 지나고 있으니 울적함도 절반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김혜진의 단편집 『축복을 비는 마음』, 이주혜의 장편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제목이 좋다. 최진영의 『단 한 사람』, 이주란의 『별일은 없고요?』까지 모두 여성 작가가 쓴 소설들이다. 단편집 2권, 장편소설 2권. 짝꿍처럼 그렇게 샀다.





언제부턴가 나는 여성 작가의 책을 남성 작가의 책보다 많이 읽는다. 즐겨 읽는 한국 소설은 여성 작가의 비중이 꽤 크다. 다양한 작가의 책을 읽어야지 생각하면서도 선택을 하고 보면 언제나 같은 작가들이다. 공감하는 부분이 많고 시선이 비슷하다고 할까. 그런 면에서 생각하면 다른 시선을 볼 수 있는 책도 읽어야 하는데, 잘 안된다.


그러다 내가 좋아하는걸, 맘껏 좋아하자고, 그러기로 마음먹는다.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일, 그게 제일 좋지 않은가. 마음이 가는 대로, 마음이 흐르는 대로 그렇게 좋아하기로 한다. 남은 11월은 좋아하는 것들로 즐겁게 지내고 싶다.


더 이상 11월의 책 구매는 없어야 한다. 그래야 한다. 어림없는 바람이다. 그래도 이렇게 쓰면 양심이 기억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조금 천천히 책을 내주면 좋으련만. 전부 읽고 싶어 서두르는 마음을 다스릴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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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3-11-15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월은 절로 울적해지는 달인 것 같아요. 그래도 자목련님이 좋아하는 작가들이 책을 많이 내주어 다행입니다. 이 책들 천천히 읽으시며 마음에 웃음꽃이 피어나기를...

자목련 2023-11-16 09:04   좋아요 0 | URL
절로 울적해지는 달이 말해주시니 울적함이 달아날 것 같아요.
좋아하는 작가들이 책을 많이 내주어 반가운데, 따라가기가 버겁습니다. ㅎㅎ
블랑카 님, 따뜻하고 다정한 하루 보내세요^^

stella.K 2023-11-15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란의 책표지는 참 예쁘네요. 근데 싸지는 않아요. ㅋ

자목련 2023-11-16 09:04   좋아요 0 | URL
네, 그래서 선뜻 구매가 어렵습니다. ㅋ

그레이스 2023-11-15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좋은 작가들의 책들이어서 뭐 부터 읽어야 할지... 책들 보니 가을 맞네요.
곧 겨울인가요^^

자목련 2023-11-16 09:06   좋아요 0 | URL
어느 책을 먼저 읽을까, 알아맞춰보세요 ㅎㅎ
입동, 수능, 김장의 시간이니 겨울이겠지 싶어요. 내일은 눈 소식도 보이더라고요.
그레이스 님, 건강한 날들 이어가세요^^

잠자냥 2023-11-15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없어야 한다. 그래야 한다. 어림없는 바람이다......... 근데 제 양심은 기억 못 하더라고요. ㅋㅋㅋ

자목련 2023-11-16 09:07   좋아요 1 | URL
알라딘과 멀어지지 않는 한 어려울 것 같습니다. ㅋㅋ
신간과 기대평 알림이 계속 오고~~~

다락방 2023-11-15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혜 작가의 신간이 나와서 저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훗.

잠자냥 2023-11-15 10:33   좋아요 0 | URL
제발 관심에서 멈춰….

다락방 2023-11-15 11:32   좋아요 0 | URL
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3-11-16 09:07   좋아요 1 | URL
왜요? 관심에서 멈추지 말아요~~

독서괭 2023-11-15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들이 자목련님의 울적함을 달래주기를.. 저도 최근 살짝 우울했는데(잘 안 그러는 편) 11월이라 그런 걸까요??

잠자냥 2023-11-15 13:25   좋아요 1 | URL
ㅇㅇ

자목련 2023-11-16 09:08   좋아요 1 | URL
11월의 울적함을 책으로 달래보아요!!
독서괭 님의 울적함은 사라질지어다. (통할까요?)

초란공 2023-11-15 1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싶은 책들이 조금 천천히 나와주었으면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신차리고보니 11월이네요 ㅜㅜ

자목련 2023-11-16 09:09   좋아요 1 | URL
11월, 절반이 지났어요. ㅎ
기다렸던 작가의 신작은 언제나 반갑지요^^

책읽는나무 2023-11-15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소보다 책을 많이 사셨네요?
이 책들이 자목련 님의 울적함을 달래줄 수 있길..^^

자목련 2023-11-16 09:11   좋아요 1 | URL
좋아하는 여성 작가들이 비슷한 시기에 책을 내주어서...
읽는 즐거움으로 변하는 중입니다!!

은오 2023-11-15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적한 저도 좋아하는 책을 사고! 자목련님을 맘껏 좋아하고! 그래야겠어요. 책들아~ 자목련님 울적함 좀 덜어줘라!!

잠자냥 2023-11-15 20:02   좋아요 1 | URL
왜 울적하죠? (밥 안 먹어서…)

은오 2023-11-15 21:12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이 결혼을 안해주셔서... 추우니까 더 슬프네요ㅠ(뭔일은 없음)

잠자냥 2023-11-15 21:20   좋아요 0 | URL
전기장판 씨와 결혼하세요~

은오 2023-11-15 23:02   좋아요 1 | URL
흥!!!!!!!!

자목련 2023-11-16 09:12   좋아요 1 | URL
은오 님의 울적함은 잠자냥 님 때문에~~
저는 핫팩만 생각했는데 자냥 님은 전기장판 ㅋㅋ

레삭매냐 2023-11-17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이 사고 싶은데...

살 책이 없어서 고민이네요.

존 밴빌의 <케플러> 펀딩한다던데
그거나 할까 싶기도 하구요.

자목련 2023-11-20 11:27   좋아요 0 | URL
조만간 매냐 님의 서재에서 <케플러> 리뷰를 볼 것 같은데요!
 

매일 책을 읽고 매일 리뷰를 쓰던 날도 있었다. 분명 있었다. 그때는 어떤 힘으로 그렇게 읽고 쓸 수 있었을까. 지금도 읽고 쓰는 일이 불가능하거나 그때와 다르게 뭔가 환경이 바뀌었거나 변화가 있는 데 아닌데 읽는 일도 쓰는 일도 시원찮은 요즘이다. 매일 읽는 건 가능하다. 분량이 적어서 그렇지 읽기는 계속하니까. 그렇다면 내 안의 무언가가 허물어지거나 구멍이 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게 무엇일까?


한 달에 몇 권이라는 정확한 목표가 없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읽는 즐거움과 쓰는 즐거움 대신 다른 무언가의 즐거움이 있기 때문일까. 아, 모르겠다. 그냥 가을이라 그런가. 그게 제일 좋은 이유 같기도 하고. 널브러진 마음을 다시 모아서 집중을 하려 한다. 모은다고 모아질 마을일까 싶지만 그래도.


소설 읽는 시간을 위해, 소설을 샀다. 이 얼마나 당당한 구매인가. 문진영 작가의 단편집 『최소한의 최선』, 김승옥문학상 수상으로 반갑게 돌아온 문진영 작가의 단편집, 좋아하는 정용준 소설가의 추천이 있어 더욱 기대가 된다. 아릿한 슬픔을 마주할 것도 같지만 마냥 깊은 슬픔의 늪은 아닐 것 같다. 지난여름에 단편집으로 만난 윌리엄 트레버의 『운명의 꼭두각시』, 이번엔 장편이다. 한겨레출판에서 나온 트레버의 책은 표지부터 소설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한결같다. 한정현의 장편『마고』까지 예쁜 세 권이다.







어제는 예배를 드리고 왔다. 정말 오랜만에 예배에 참석한 거라서 조금 민망했다. 날씨가 좋아서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집이 아닌 어딘가로 떠나고 싶었다. 물론 떠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고 예약해둔 세탁기, 청소기와 시간을 보냈다. 가을을 느끼기 좋은 날들이다. 맘껏 가을을 즐겨도 좋을 날들이다. 잠깐 딴 생각을 하다 돌아보면 사라질 가을이다.


아침과 저녁의 쌀쌀함이 조금씩 한낮으로 스며들 것이다. 그래도 짧은 가을 뒤에 찾아올 겨울 생각은 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은 가을이니까. 낙엽이 뒹구는 가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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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씨 2023-10-30 1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가 등 떠미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책 못 읽고, 몇 자라도 끄적이지 못하는 날이 계속되니까,
이제 읽는 것도 뭔가 쓰는 것도 어렵고, 불편하고, 어색하네요. ^^
다른 게 우선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서 그런지, 책은 저기 멀리로 가버린 듯해요.
자목련님 말씀처럼, 가을이어서 그래야 하는 이유라도 있어야 하는데, 저에게 그건 아닌 것 같고요. ^^
괜히 마음이 바쁜 날들에, 책이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게 사실인 것 같네요.

그래도....
책 사고 싶어요. ㅎㅎㅎㅎ

자목련 2023-10-31 16:30   좋아요 0 | URL
구단씨 님은 자격증 공부하느라 그런 거 아닐까요? (페이퍼에서 본 것 같아서요)
나중에라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자꾸 미루는 것 같아요.
같은 이유로 계속 사고요 ㅎㅎ

yamoo 2023-10-31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에 있는 책 중에서 6권이 있어요!ㅎㅎㅎ
아주 반가워요!!ㅎㅎㅎ

자목련 2023-10-31 16:28   좋아요 0 | URL
읽지 못한 책을 뒤로 책을 사는...
6권, 어떤 책일까 궁금하네요^^

새파랑 2023-10-31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하얀 마음, 초조한 마음, 운명의 꼭두각시 까지~! 세편 모두 100점 주고 싶은 책들입니다 ㅋ

자목련 2023-11-01 16:56   좋아요 1 | URL
댓글에서도 세 권을 향한 새파랑 님의 애정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