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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사고 말았다. 친한 이웃의 말처럼 당분간 책을 사지 말아야 하는데  말이다. 지난 주엔 단잠 님의 알찬 정보로 반값이라는 말에 강신주의 <김수영을 위하여>를 K문고에서 주문했다. 나의 단단한 결심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리고 문학동네에서 한국문학전집이 나왔다는 걸 알아버렸다. 알지 말아야 했다.  

 

 한국문학전집을 명절 선물로 받으면 정말 좋겠지만, 전집으로 구매하면 좋겠지만, 모두 좋은 작가라는 걸 알지만, 이 중에서 내가 구매할 책은 손에 꼽는다. 읽지 못해서 내내 궁금했던 이승우의 <식물들의 사생활>, 아직도 이 책을 읽지 않았다고 말하는 게 부끄럽지만 김훈의 <칼의 노래>, 표지에 반해서 소장하고 싶은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윤대녕의 찬연한 문장을 만날 수 있는 소설집 <반달>까지, 장바구니를 채웠다 비우기를 계속한다.

 

 

 

 

 

 

 

 

 

 

 

 

 

 

 

 

 

 

 

 

 

 

 

 

 

 

 

 

 

 

 

 

 

 

 

 

 

 

 

 

 

 

 

 한국문학전집과는 별개로 김훈의 단편집 <강산무진>, 읽지 못한 세계문학에 대한 갈증을 대신 해결해 줄 <한국작가가 읽은 세계문학>, 김윤영의 <타잔>을 주문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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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1-23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승우의 <식물들의 사생활> 윤대녕의 <반달>을 갖고 싶어요~
수록된 작품들을 이미 읽었지만, 그래도 새롭게 단장한 책으로 다시 읽으면
더욱 마음이 그득할 것 같아서요~*^^*

자목련 2014-01-23 17:24   좋아요 0 | URL
저 역시 몇 권은 읽기도 했고 소장도 했지만 새단장에 반했어요.
도착한 책을 보니 더 마음이 끌려요. ㅎ

하나씩, 하나씩, 주문할 것 같아요^^*
 

 

 한 해를 돌아보며 읽은 책을 정리하는 일은 즐겁다. 잊고 있었던 책들과 다시 마주하기 때문이다. 어렵게 읽었던 책, 놀랍게 읽었던 책,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책을 생각한다. 항상 책을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읽고 싶은 책만 나열한 글이 많다. 부끄러운 일이다. 해마다 다양한 책읽기, 인문서적 읽기를 목표로 삼지만 언제나 제자리 걸음이다. 외국문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모르는 작가들은 왜 이리 많은지, 새로운 작가와 만날 때마다 놀란다. 특별했던 소설, 더 많이 알고 싶은 작가들의 소설이다.

 

 2013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앨리스 먼로의 단편집  『디어 라이프』 , 나만 그 명성을 몰랐던 파스칼 키냐르의  『세상의 모든 아침』 , 애정하는 작가 제임스 설터의  『가벼운 나날』 , 영화로 더 기대가 되는 토마스 H. 쿡의  『붉은 낙엽 , 매튜 탐정의 다른 활약이 궁금한 로렌스 블록의  『죽음의 한가운데 가 그렇다.

 

 앨리스 먼로의 소설집  『디어 라이프』 14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여든이 넘은 작가의 삶에 대한 통찰력이 대단한 소설이다. 남성보다는 여성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삶이라고 해야 할까. 해서 여성 독자들이 많은 공감을 할 이야기라 생각한다. 파스칼 키냐르의 책은 곁에 둔 지 오래지만 정작 만난 건  『세상의 모든 아침』 이다. 긴 소설이 아닌데 무척 힘겹게 읽었다. 읽고 리뷰를 썼지만 어떤 소설인지는 설명할 수 없는, 파스칼 기냐르는 내게 그런 작가다. 제임스 설터는 그냥 좋다. 단편집에 이어 만난 장편  『가벼운 나날』 에서도 그는 무심한 듯한 삶을 그려내고 뒤흔든다.  『붉은 낙엽』 은 정말 놀랍고 아름다웠다. 분명 추리소설이었다. 아이는 유괴되었고 범인은 잡혔다. 그 과정에서 의심과 불신에 대한 묘사가 정말 멋지다. 로렌스 블록의  『죽음의 한가운데』 는 추억을 불러온다. 사건이 아닌 사건에 속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공중전화를 찾고 싶게 만드는 아련한 그리움까지 선물한다.

 

 

 

 

 

 

 

 

 

 

 

 

 여전히 읽겠다고 구매한 책들은 많다. 하나씩 모으는 밀란 쿤데라 전집, 급 궁금해진 토마스 만과 윌리엄 포크너, 세계문학들, 해외문학상 수상작들은 언제나 궁금하다. 가장 빨리 읽게 될 외국문학은 러시아 작가 막심 고리끼의  『마부』, 읽다가 멈춘 문학동네 세계문학 여명』, 읽은 이마다 호평만 하는 앤드루 포터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애드 맥배인의 『조각 맞추기』, 줌파 라히리의 『축복받은 집』이다. 게획대로 읽을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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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4-01-03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새해도 벌써 셋째날이네요. 신명나는 한 해 누리세요^^

자목련 2014-01-03 17:44   좋아요 0 | URL
어, 하는 사이에 내일이 주말이네요.
2014년에는 즐겁고 기쁜 일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프레이야 님, 매번 먼저 마음을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올해도 잘 부탁드려요^^*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분야는 한국문학이다. 한데 1년 동안 사놓은 한국문학이 읽은 그것보다 훨씬 많다. 그러니까 여기 올린 책들은 읽은 책 중에서 선정한 것이다. 물론 기준은 내 맘대로다. 최진영의 <팽이>, 류소영의 <개미, 내 가여운 개미>, 윤고은의 <밤의 여행자들>, 김연수의 <사월의 미, 칠월의 솔>, 노재희의 <너의 고독 속으로 달아나라>. 어쩌다 보니 단편집이 4권이다. 정이현의 <안녕, 내 모든 것>과 구병모의 <파과>도 나쁘지 않았다. 시집은 제대로 읽고 리뷰를 쓴 게 없어서 제외했다.

 

 최진영은 젊은작가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 이 소설집이 더 좋았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글, 그녀의 시선이 더 궁금해졌다. 공교롭게도 작가정신의 소설이 두 권이다. 노재희와 류소영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어 기쁘다. 윤고은의 소설은 이번에 세 번째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이 가장 좋았다. 강유정의 말대로 그녀는 변화하고 있었다. 아, 김연수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은 리뷰를 쓰지 못했다. 이 소설집을 제대로 말할 수 있는 리뷰를 쓰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민음사의 젊은 작가 시리즈가 반갑고, 작가정신에서 나오는 한국문학에 대한 기대는 점점 커진다. 2014년에는 김숨의 <국수>, 백민석의 <혀끝의 남자>, 조해진의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이장욱의 <천국보다 낯선>을 읽을 것이다. 꼭 리뷰도 남기면 좋겠다.  그리고 정말 기다리는 작가는 김이설 단편집과 정용준 장편이다.  많은 이들이 한국문학을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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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인이 보낸 문자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문자가 있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 알림 문자다. 김숨의 소설집 『국수가 담긴 상자를 택배로 받은 기분이다. 표지도 산뜻하다. 창비에서는 김숨의 책이 처음이지 싶다. 고요하면서도 치열한 삶의 단면을 담았을 기다렸다.

 

 여전히 2G를 사용한다는 한귀은의 『엄마와 집짓기』도 기다렸다. 제목처럼 엄마와 집을 짓는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이면에는 분명 관계와 삶에 대한 글이 있을 게 분명하다. 봄을 맞는 듯한 표지가 이 겨울에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듯하다.

 

 민음의 시 200이자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인 손미의 양파 공동체』, 윤제림의 『새의 얼굴』은 12월과 1월을 이어주는 시집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2013년의 마지막 주문이자 2014년의 첫 주문으로 내 곁에 올 책들. 반가운 책도 보인다. 김민정 시인의 첫 산문집 『각설하고,』는 표지 이미지가 시인을 닮은 듯하다.

 

 

 

 

 

 

 

 

 

 

 

 

 

 

 

 

 

 

 

 그런가 하면 오전에는 몇 권의 소설집을 정리했다. 다시 읽지 않을 책이었지만 한참이나 망설였다.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도 있었기 때문이다. 침대에 쌓인 책들, 먼지를 옷처럼 입고 있는 책들, 자주 읽고 싶어서 책장 앞에 놓아둔 책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이틀도 남지 않은 2013년에게도 미안하다. 성실하지 못했던, 간절하지 못했던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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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30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31 1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을은 깊어가고 아침은 느리게 온다. 가장 춥다는 아침을 맞았다. 이제 점점 추워지는 날들만 남은 것일까. 찐 고구마를 먹는 날들이 많아졌다. 이유는 밥이 먹기 싫어서다. 고구마와 커피, 스카프를 두르는 아침, 열어 놓은 창문을 통해 날카로운 바람의 움직임이 들려온다.

 

 어제는 계획적이면서 충동적인 한 권의 책을 주문했고, 리스트는 우선은, 갖고 싶은 책이다. 1913 세기의 여름은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100년 전의 여름,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여름이 존재하는 책일까. 여하튼 갖고 싶다. 하성란의 웃는 얼굴을 표지로 쓴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카레 온 더 보더』, 영화로 화제가 된 코맥 매카시의 카운슬러, 김경집의 『인문학은 밥이다』, 조해진, 신해욱, 김미월의 여행기로 기대만발인『누구나, 이방인,많은 이들이 기다렸을 황정은의 두 번째 장편소설『야만적인 앨리스씨,가와이 간지의 데드맨매력적인 표지와 독특한 제목으로 내용이 더 궁금한 『하품은 맛있다,지인이 강력 추천한 『모든 것은 빛난다』를 담는다.

 

리스트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소설가 한강의 시집, 김 숨의 단편집.

 

 

 

 

 

 

 

 

 

 

 

 

 

 

 

 

 

 

 

 

 

 

 

 

 그리고, 이런 시들을 옮긴다.

 

 

 옛 가을의 빛 - 허수경 

 

 개들은 불안한 고독의 날개를 가진 나비를 쫓아다녔다

 저수지에 고인 물의 살 속으로 깊이 침입하던 바람은

 수초를 기슭으로 자꾸 보냈고

 하여 저수지 기슭에는 붉은 물풀들이 행려거지처럼 누워 있었다

 

 고추가 마르던 집 앞에서 빛은 고독한 매운내를 풍기며 앉아

있었다

 가지가 마르던 마당에 보라빛으로 고여들던 어둠은

 할머니가 피우는 담배연기 속으로 들어가 해맑은 죽음의 빛으

로 살아났다

 

 병아리가 종종거리는

 맨드라미가 붉은 손을 자꾸 흔드는

 그 마당에 가만히 앉아서 김칫거리를 다듬던 새댁의 눈 안에 고

인 눈물빛

 

 벙어리 소녀는 낡은 거울 앞에서

 낡은 결혼예복을 입어보았다

 결혼예복 속에는 원앙 두 마리가 낡은 금빛 자수에 안겨 있었다

 낡아가는 빛을 보면서 말을 할 줄 모르는 소녀가  수음을 했다

 

 우물에 기대어 먼 빛만 바라보았다

 묵직한 우울함이 우물에 가라앉은 빛이 될 때

 먼 산숲에서 핀 버섯이 가만가만 공기 속으로 돋아났고

 흙은 아렸다

 

 얼마나 무료한 나날들이 빛 속에 있는가

 그날 죽을 것 같은 무료함이 우리를 살게 했지, 아주 어린 짐승

의 눈빛 같은

 나날이었다

 

 

 갈색의 책 - 이제니 

 

 나 혹은 너는 나무숲에서 오래된 책 한 건을 발굴했다

 나무숲은 꼭 갈색일 필요는 없다 아주 희미한 갈색의 암

시 정도만

 먼지와 빛의 깊이를 지닌 고고학적인 아름다움이라고 해

두자

 

 누군가 경건한 얼굴로 문장을 읽어내려갔다

 행간과 행간은 지독히도 넓었고 침묵 또한 꼭 그만큼 벌

어졌다

 

 정말 가슴 아프게도 들리지 않습니까

 무엇이 말입니까

 소리내어 말할리 없잖아

 

 꿈에서 깼을 땐 단 하나의 단어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어머니,

 흔들리는 것은 내가 아닙니다

 

 내가 기억하는 얼룩과 네가 기억하는 얼룩

 흰 것 위에는 검은 것, 검은 것과 흰 것

 

 벌레 먹은 나뭇잎 구멍 사이로 오후 네시의 햇빛이 스러

지듯이

 보도블록 깨진 틈 사이로 모래알들이 쓸여들어가듯이

 

 누구든 좋으니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아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떨어져나간 겉장, 제목도 없는 책

 나는 일평생 나라는 책을 읽어내려고 안간힘 썼습니다

 

 갈색의 갈색의 갈색의 책

 

 무슨 말이든지 하세요 그러면 좀 나아질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완전히 침묵하는 법을 배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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