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SNS 채널이 있다. 나는 네이버 블로그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가입을 한 다른 채널이 있지만 활발하게 활동하는 편은 아니다. 미디어를 테마로 한 『연결하는 소설』를 읽으면서 블로그를 통해 누구와 연결되고 싶은지 질문을 받은 것 같았다. 처음 블로그를 개설하고 무언가 쓰기 시작했을 때 아무도 모르길 바라면서 누군가 읽어주기를 바랐다. 익명의 존재, 닉네임으로만 알게 된 이들과 소통하였고 그 가운데 몇 명은 아주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안부를 묻고 일상을 나누고 더 이상 익명이 아닌 소중한 인연으로 발전한 것이다.


나와 그들을 연결한 건 블로그였다. 미디어의 역할이 사회적으로 아주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정확한 미디어 사용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개인이 개설하고 이용하는 미디어도 다르지 않다.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일방적인 소통이 아닌 진정한 대화가 있을 때 미디어는 빛난다는 사실을 『연결하는 소설』를 통해 생각한다.


미디어를 전면에 내세운 오선영의 「후원 명세서」와 김혜지의 「지아튜브」는 우리가 일상에서 미디어의 영향을 얼마나 많이 받는지 보여준다. 「후원 명세서」 속 ‘윤미’는 과거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어떤 표정,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 알았다. 그래서 현재 아동 복지 재단에서 일하면서 과거 자신과 같은 후원 아동이 솔직함에 당황한다. 미디어로 포장했던 자신과 달리 솔직하고 당당한 아이의 모습.


어렵고 힘든 상황에 놓인 이들을 후원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 번도 출연하는 이들의 마음을 생각한 적이 없다. 연출된 장면이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누군가 리얼 리티 프로그램도 대본이 있다고 했을 때 나는 적지 않게 실망하며 놀랐다. 보이는 대로 믿었던 내가 순진했던가. 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할까. 이제 후원 방송을 볼 때 한 꺼풀 벗겨야 하는 막을 생각할까 걱정이다.


김혜지의 「지아튜브」도 다르지 않다. 아빠와 함께 인기 어린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지아는 아빠가 의도하고 계획한 대로 영상을 찍었다. 힘들어도 참을 수 있었다. 아빠도 좋아하고 엄마랑 함께 살 수 있으니까. 그런데 유튜브 채널 작가였던 희진 언니가 지아를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으로 올린 지아튜브의 진실에 대한 글 때문에 모든 게 달라졌다. 친구들과 부모님과의 사이도 나빠졌다. 너도 나도 개설하는 유튜브 방송. 나를 표현하는 1인 미디어의 진정한 목적은 소통이 아닌 이익 창출인가 씁쓸할 수밖에 없다.


일상의 대부분이 대면이 아닌 비대면을 가능한 시대, 온라인 쇼핑 훨씬 편리하다 말하지만 정작 장바구니를 볼 때마다 내가 원하는 것일까 의문을 갖게 된다. 서이제의 「위시리스트 ♥」란 제목이 말해주듯 검색을 하면 자동으로 따라오는 추천 목록,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들은 진짜 내가 궁금한 것일까. 온라인 서재에서 책을 대하는 내 마음도 다르지 않다. 광고가 뜨는 책은 한 번도 클릭하게 된다. 미디어의 장점만 이용할 수 있는 현명함이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


세대 간의 소통이 어렵다는 걸 앱을 활용하는 태도에서도 확연하게 보여주는 임현석의 「무료나눔 대화법」은 무척 인상적이다. 아내가 미국으로 가면서 집안 물건을 정리해야 하는 ‘나’는 무료나눔에 식탁을 올린다. 그걸로 끝인 줄 알았다. 식탁에 대한 문의에 답을 할 수 없었다. 모든 건 아내가 알고 있었다. 화자인 ‘나’는 식탁을 무료나눔하면서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자신의 과거를 생각한다. 오직 문자와 이모티콘으로 나누는 대화에서 상대의 진의를 확인하기란 어렵다. 우리는 얼굴을 마주하고 눈을 바라보는 대화를 잃어버린 건 아닐까. 아마 이 단편을 읽고 뜨끔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 집에 있으면서 말이 아닌 카톡으로 필요한 것을 전한 적이 있다면 당신도 마찬가지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내만이 공들이고 신경 쓰던 것, 그것을 들어낸 자리였다. 나는 식탁이 놓여 있던 자리로 다가갔다. 나는 그 자리가 여전히 식탁의 영역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식탁은 사라졌고 그곳은 아무런 구획도 없는 텅 빈 바닥일 뿐이다. 그 순간 식탁이 놓여 있었던 자리는 유독 더 어두워 보였다. 나는 거기서 식탁의 그들이 차지했던 범위가 얼마만큼이었는지 떠오리며 손으로 바닥을 쓸어 보았다. 먼지 같은 것들과 찬 기운만 손에 들러붙었다. (…) 이젠 그때 흘려들었던 아내 이야기도 듣고 싶어졌다. (「무료나눔 대화법」. 159쪽)


언어와 문자가 사라지는 미래, 마지막 언어를 화자들을 전시하는 ‘소수 언어 박물관’을 배경인 김애란의 「침묵의 미래」는 좀처럼 상상하기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닐 것 같다. 우리나라만 봐도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사투리가 있지 않은가.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듣는 이가 단 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건 우주에 혼자 남은 기분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미디어로만 소통하는 끝에는 우리도 말을 그리워할지 모른다. 연결되었다고 믿었지만 정작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자기 살의 대부분을 온통 말을 그리워하는 데 썼다. 혼자 하는 말이 아닌 둘이 하는 말, 셋이 하면 더 좋고, 다섯이 나누면 훨씬 신날 말. 시끄럽고 쓸데없는 말, 유혹하고, 속이고, 농담하고, 화내고, 다독이고, 비난하고, 변명하고, 호소하는 그런 말들을…… (「침묵의 미래」, 34쪽)


이처럼 소설을 통해 미디어와 나 사이를 생각하면서 우리는 제대로 된 미디어 교육을 받았는가 돌아본다. 클릭 한 번으로 언제 어디서든 사회 이슈를 만날 수 있고 의견을 낼 수 있는 세상에 살면서 정보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배운 적이 있나 싶은 거다. 너무도 많은 정보, 쏟아지는 영상들, 올바른 선택과 시청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드라마와 연예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 잘못된 사고를 그대로 흡수할 수 있으니까. 청소년을 대상으로 올바른 미디어 시청법이라고 하면 좋을 태지원의 『이 장면, 나만 불편한가요?』를 같이 읽으면 훨씬 유용할 것 같다.


이 장면, 나만 불편한가요?』를 읽으면서 미디어를 제대로 보고 있나 반성하게 된다. 드라마 속 인물의 행동과 말이 유행이 되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로 치부할 수 없을 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말이다. 경험하지 못한 계층의 삶에 대해 드라마가 보여주는 모습은 현실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재벌가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크고 멋진 저택, 수많은 도우미들. 낙하산처럼 등장하는 재벌의 자제들 모습까지. 반복적인 장면으로 인해 시청자는 그들의 빠른 승진이 당연하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재벌가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계약직 직원 같은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속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차별, 불평등에 대해 이 책은 말한다. 총 6장에 나누어 기회의 불평등, 양성평등, 사회적 소수자, 빈부 격차, 인종차별, 외모 차별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가 어떻게 그것들은 인식했는지 돌아보게 질문을 던진다.


기회의 불평등에 대해서는 아이돌을 선택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언급한다. 투표 결과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받았던 충격이 떠오른다. 공평하고 균등한 기회를 준다는 기획의도와 다르게 선정된 이가 있었다는 사실. 대학 입시를 다룬 드라마를 통해서 교육의 평등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양성평등을 생각하면 드라마 속 여성의 직업 변천사만 봐도 알 수 있다. 전문직이 아니나 남성을 보조하는 역할, 살림을 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가부장 제도, 남성 중심의 사회 속 조연에 불과했다. 다양한 직업군과 차별받지 않는 여성의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방송을 보면 불편함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미디어는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인 동시에 현실을 바꿀 힘을 가지고 있어. 미디어 속 여성 캐릭터의 변화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지만, 더 나아가 현실 속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역할을 해날 수도 있단다. (『이 장면, 나만 불편한가요?』, 75쪽)


그렇다면 빈부 격차는 어떤가? 드라마나 다큐멘터리에서 가난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불쌍하고 나약하고 게으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고정적인 이미지를 통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고정된 이미지는 인종차별에서도 발견된다. 백인과 흑인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같은가? 아니라는 대답이 많을 것이다. 드라마 속 백인은 친절하고 전문적인 직업군인 경우가 많았다. 미디어가 우리에게 보여준 이미지, 백인 중심, 서양 중심이었다는 사실이다. 책을 통해 마주한 미디어는 획일된 이미지가 많았다. 그런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청소년들에게 잘 설명해 주는 책이다.


미디어는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인 동시에 현실을 바꿀 힘을 가지고 있어. 미디어 속 여성 캐릭터의 변화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지만, 더 나아가 현실 속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역할을 해날 수도 있단다. (『이 장면, 나만 불편한가요?』, 176쪽)


하루가 다르게 점점 더 다양해지는 세상, 우리는 그 다양성을 인정하고 공감하며 함께 살아야 한다. 하나의 기준만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놓쳐선 안 된다. 나와 당신을 연결하는 건 무엇일까. 미디어로 만나는 편리함 안에서 진짜 말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일은 잃어버리지 않도록 현명하게 미디어를 활용해야 한다. 쉽게 연결되는 것만큼 쉽게 끊어진다는 걸 기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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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일도 힘겨운 날들이다. 그저 읽기만 하면 되는데, 더위는 그조차 막아버린다. 그러니 쓰는 일도 힘들다. 올해가 제일 더운 것 같다. 더위보다 추위와 잘 지내는 나는 더위가 힘들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난다. 얼굴, 목, 등으로 땀이 흐른다. 작년에 이렇게 더웠나 싶은 거다. 아침부터 아이스크림을 먹게 될 줄이야. 이 더위가 끝이 있을까. 에어컨을 잘 켜지 않는 나인데 이번 여름은 자동적으로 리모컨을 찾는다.


며칠 뒤가 입추라는 데 이제 24절기도 맞지 않을 것 같다. 더위에 냉면, 아이스커피, 비빔면, 아이스크림처럼 반가운 건 이런 소설들이다. 정용준의 짧은 소설과 최은영의 단편집이다. 마음산책의 짧은 소설 시리즈, 이번엔 정용준이었다. 짧은 소설이므로 다 읽긴 했는데 리뷰는 언제 쓸지 모르겠다.


문학동네 30주년으로 최은영의 단편집은 예약 구매로 받았다. 출판사에서 신간 책값은 택배비를 생각해서 책정하는 것 같다. 음, 이건 나만의 생각은 아닐 듯. 물론 물가가 다 올랐으니 당연 책값도 올라야 하는데 맞지만 15000원 이상 무료배송에 14600, 14800원은 애매했다. 그래서 아예 15000원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15120원이다. 반갑고 기다렸던 작가의 소설이지만 그래도 책값은 비싸다.





정용준의 소설은 꽤 오랜만에 읽는 것 같다. 어쩌다 보니 장편 몇 편은 읽지 못했다. 좋아하는 소설가,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좋아함이 조금 시들었나. 그랬는지도 모른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모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는 가시를 봤는데 지금은 서울예술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다. 정용준은 어떻게 소설에 대해 수업할까. 그 강의, 한 번 듣고 싶네.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정용준을 좋아하는 마음, 시든 게 아니네.


최은영의 단편집은 그냥 좋다. 좋은 이유를 따로 찾을 필요가 없다. 이번 소설집은 정희진의 추천으로 더 많은 이들이 읽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누군가의 추천, 참 힘이 세구나 싶다. 내 경우도 김연수의 추천이 있는 책은 그냥 넘어가기 어려우니까. 나의 추천도 힘이 세면 좋겠다. 수록된 7개의 단편 가운데 세 편은 읽은 소설이다. 다시 읽어도 또 좋을 것이다. 그러나 당장 읽을지 알 수 없다. 너무 덥고 지금도 등에서 땀이 난다.


어쩌면 8월은 정용준과 최은영으로 채워질지도 모른다. 두 권의 소설로 이미 채워진 느낌. 조금은 가볍고, 꿈 같고 동화 같은 정용준의 소설과 연대와 공감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는 최은영의 소설, 둘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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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8-03 17: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년 더위의 강도가 강해지고 있는 듯 싶습니다. 저는 그제가 체감상 가장 더웠어요. 어제 저녁에는 퇴근 때 바람이 부는데 좀 달랐어요. ‘어랏! 좀 시원한데?‘ 했습니다. 며칠만 기다리면 시원해질거야 생각하게 되더군요. 한증막 같은 더위가 좀 덜해지길 기원해봅니다!^^;

자목련 2023-08-04 17:17   좋아요 0 | URL
작년의 더위가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작년보다 더 강한 더위가 왔구나 느껴요. 주말이 지나면 아주 쬐금이라도 시원해질까 기대해요. 계절은 붙잡을 수 없고 흐르는 게 다행이다 싶고요.
화가 님도 남은 하루 건강하고 시원하게 보내세요^^

얄라알라 2023-08-03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에어컨이.잠시.작동 되지 않았었는데
순간 제가.느낀.감정이 공포에 가까웠어요. AS하면 대기탈텐데 당장 오늘 어쩌지??등등...제.반응에.스스로 더 놀랐어요 더위는 공포가 되었네요..

자목련 2023-08-04 17:18   좋아요 1 | URL
앗, 정말 무서웠을 것 같아요. 말씀처럼 더위가 공포가 되었어요. 여름이라는 계절이, 참 힘들다 싶어요.
아, 여름이다~ 신이 나서 노래 불렀던 여름은 어디에 있는지....

은오 2023-08-03 2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책장샷은 볼때마다 아름답습니다. 이 페이퍼 읽으니 여름이 더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네요. 자목련님 힘들게하지마..........

자목련 2023-08-04 17:20   좋아요 1 | URL
제가 붙잡아도 여름이 지나가긴 하겠죠. 그래도 요즘은 진짜 더워요. 은오 님의 시원한 마음이 도착했으니 이제 시원해질 일만 남았어요!

책읽는나무 2023-08-03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용준 작가도 글을 잘 쓰는 것 같다고...읽으며 생각했었던 적 있었네요. 그의 소설들을 찾아봐야지! 생각만 하곤...깜깜무소식!!^^
신간이 나와서 눈여겨보게 되었습니다.
서울예대에서 강의도 하시는군요? 와...

정희진 선생님 현대 소설 잘 안 읽으시는 줄 알았는데(정찬 작가님을 가장 좋아하신다고 하셔서) 지난 달 팟캐스트에서 김혜진 작가의 소설을 언급하시고 추천하셨는데 최은영 작가의 소설도 추천하셨군요.
정희진 선생님, 김연수 작가님의 추천도 눈여겨 읽었을테지만 제겐 자목련 님의 추천이 더 중요합니다. 힘이 무쟈게 세니까 계속 추천해 주세요^^

자목련 2023-08-04 17:22   좋아요 1 | URL
정용준의 소설은 아주 편안해서 쉽게 쓰여진 게 아닐까(절대 그럴 리 없는데 말이에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어느 순간 따라잡지 못한 책들, 기회가 되면 열심히 만나보고 싶어요.

김혜진, 최은영, 다음 추천 작가가 궁금해져요. 나무 님의 응원 댓글은 너무 고맙고 감사하고요!!

호시우행 2023-08-04 0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즈음 너무 더워요. 그래서 난 의무적으로 서평을 써야 하는 그런 일체의 일들을 모두 단절했어요. 독서생활도 버거운데 증정도장이 꽉 찍혀있는 그런책을 위해 며칠 간의 노동을 기울였다니라는 생각이 들어 슬그머니 부아가 치밀었기도 하구요. 그래서 내돈내산으로 여유로운 독서를 즐기기로 했어요. 그리고 리뷰나 서평을 올려야 할 의무감 같은 것도 없어서 좋구요. 언젠가부터 죽으면 이 모든 게 없어질 일에 왜 내가 매달리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면서 77세까지만 하자고 마음 먹었는데 이를 이삼년 앞당기기로 했어요. 또 증정도서를 쓰레기장으로 내보내면서 매일 고생하는 경비원에게 가졌던 미안한 마음도 이젠 들지 않아서 좋구요. 내돈내산 책들은 평소에도 그랬듯이 깨끗한 상태에서 지인들에게 책선물하거나 아니면 중고서점에 팔면 되니까요. 늙은이 주책 댓글인가요?

자목련 2023-08-04 17:24   좋아요 0 | URL
맞아요, 호시우행 님, 즐거운 독서가 즐거운 리뷰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요즘처럼 정말 더운 날씨에는 읽는 일도 쓰는 일도 고역이구나 싶어요. 말씀처럼 어떤 날은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고요. ㅎㅎ
늙은이 주책 댓글이라니요, 절대 아니에요.
호시우행 님, 건강하고 시원한 날들 이어가세요^^

blanca 2023-08-04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은영 작가의 소설 주문해야 하는데...저도 요새 배송료 안 나오게 주문하는 게 뭐랄까 숙제처럼 너무 힘들어요. 당연하다 싶으면서도 내 편의를 생각하면 번거로운 제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용준 작가는 산문집도 정말 좋아요. 자목련님 추천도 힘이 있죠. 좋아하는 한국 작가들, 어제는 김금희 작가의 산문집 읽는데 와, 정말 너무 좋다! 이랬네요. 김금희, 김연수 작가는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음 주에는 입춘이라니 그래도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자목련 2023-08-04 17:27   좋아요 0 | URL
이 더운 여름에 수고하시는 택배 기사 님을 생각하면 배송료를 지불하는 게 당연하지만 책 주문할 때 고민은 생가보다 커요. ㅎ
추천하신 정용준 산문집 읽어야지 하면서 아직이에요. 우선은 곁에 두어야 읽겠죠? 음, 그럼 또 주문해야 하고, 그럼 배송료 숙제를 또 고민해야 하고 ㅎㅎ
저도 김연수 작가는 한 번 만나보고 싶어요. 그럴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블랑카 님도 건강하고 안전한 여름 이어가세요^^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이라고 했던가. 아니, 사랑이던가. 그런데 그 마음과 사랑은 어떻게 볼 수 있고 표현할 수 있을까. 반려묘, 반려견과 말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들의 생각을 알 수 있다면 훨씬 행복할 거라고 말이다. 나와 다른 존재를 사랑하고 그의 마음을 아는 일은 요원하다. 그래서 사랑은 더 숭고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로봇과 인간 사이의 사랑을 꿈꾸는 일도 그래서다. 가까운 미래 우리는 인간을 대신한 로봇과 살게 될 것이다. 소설로 만나는 인간형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이야기. 익숙하면서도 무한 가능성의 세계, 김규림의 SF 소설 『큔, 아름다운 곡선』도 그 연장선에 있다.


인간을 도와주는 로봇, 인간의 자리를 대신하는 로봇이 등장하는 소설에서 로봇의 역할은 대부분 비슷하다. 소멸되는 존재, 인간에게 버려지는 존재이거나 반대로 로봇을 통해 인간을 지배하려는 세력에 흡수되어 인간의 적이 되기도 한다. 인간에게 유용한 존재로 설계되었지만 기능이 다하면 사라지고 마는 로봇과 다르게 『큔, 아름다운 곡선』에 등장하는 로봇, 그러니까 인간형 안드로이드는 다르다. 내가 그리워하고 다시 볼 수 없는 이가 인간형 안드로이드로 만들어진다. 기능적 보모나 자녀가 아닌 이용자가 원하는 모습 그대로 복원한 안드로이드다.


주인공 ‘제이’는 어린 시절 안드로이드 엄마와 살았다. 진짜 엄마인 줄 알고 지냈지만 안드로드의 기능 저하와 오작동으로 엄마는 제이를 외부 침입자로 인식하고 창으로 던져버렸다. 그 일로 제이는 인공 의체 왼팔을 갖게 되었다. 제이를 위해 엄마를 모델로 아빠가 만든 안드로이드였지만 그 일로 아버지와의 관계는 단절되었다. 아버지가 세운 회사 샴하트의 인간형 안드로이드를 이용하거나 함께 지낸 적이 없다. 현재 인간형 안드로이드를 제작하는 회사 ‘샴하트’의 이사지만 말이다.


그런 제이를 위해 배달된 인간형 안드로이드가 바로 ‘큔’이다. 회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큔과의 일상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바로 제이가 큔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인간형 안드로이드, 떠난 남편이나 자식을 대신하는 존재를 사랑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용자 중에도 많았다. 큔과 제이 사이의 감정 변화가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학습되고 입력된 값으로 제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큔. 조금씩 그런 큔에게 스며드는 제이. 그것이 사랑이라는 걸 알면서도 두려운 제이. 그런 제이에게 큔이 말하는 사랑은 의미심장하다.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어쩌면, 제가 정의한 사랑은 당신이 생각하는 사랑의 형태가 아닐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사람들의 사랑도 모두 같은 모양은 아니잖아요? 다른 모양이라고 해서 그게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순 없을 거예요. (…) 그러니,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가르쳐줘요. 사랑이란 어떻게 하는 건지.” (108~109쪽)


큔과 제이가 서로를 향한 사랑을 확신하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해피엔딩이면 좋겠지만 인간형 안드로이드를 반대하는 단체에 의해 안드로이드가 납치되고 테러가 발생하는 사건으로 인간형 안드로이드 단종과 일시적으로 생산을 금지한다. 큔에게 사고가 났을 때 원상 복구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제이의 걱정에 큔은 “이제 저도 당신처럼 유한한 삶을 살게 됐군요.” (128쪽)라며 평온한 표정을 짓는다.


뛰어난 기술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좋은 점의 뒷면에는 나쁜 점이 있고 인간형 안드로이드를 태하는 인간의 태도도 다르지 않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간형 안드로이드를 반대하는 단체가 무조건 잘못했다고도 말할 수 없다. 인간과 안드로이드가 공존하는 일상은 생각보다 빨리 도착할 것이다. 누군가 제이처럼 외면했다가 큔을 사랑하고 그와 함께 하는 삶을 선택할 수도 있다. 누군가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는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결국 각자의 선택일 뿐이다.


『큔, 아름다운 곡선』를 읽으면서 그간 읽었던 로봇이 등장하는 소설이 떠오르는 건 당연하다. 인간의 가상 친구로 만든 로봇 에이에프가 나오는 가시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 은 인간과 로봇의 우정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이 소설도 마음에 관한 이야기다. 마음을 성장시키는 성숙된 선한 마음, 그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 역할을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이 하는 미래.


“말씀하신 마음이요.” “그게 가장 배우기 어려운 부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클라라와 태양』 , 321쪽)


자신을 발견하고 주인지자 친구로 지냈던 인간 ‘랑’을 애도하는 로봇 ‘고고’의 여정을 다룬 천선란의 장편소설 『랑과 나의 사막』에서도 ‘고고’가 닿고자하는 건 인간의 마음과 감정이다. ‘고고’는 자신은 마음이 없다고 말하지만 점점 인간처럼 감정을 전달한다. 감정이 인간만이 지닌 고유한 것이 아닌 로봇으로 확대되는 순간 로봇은 더이상 로봇이 아닐지도 모른다. 『큔, 아름다운 곡선』에서 제이와 큔의 사이가 그랬던 것처럼.


‘마음은 중요해.’

랑의 말에 나는 마음이 없다고 대답했고, 랑은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마음은 목적이야. 네 목적에 가장 빨리 닿으려고 애쓰는 게 마음이야.’ (『랑과 나의 사막』, 44쪽)


소설뿐 아니라 놀라운 인공지능의 기술로 편리한 생활이 가능해지면서 따라오는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가는 오승현의 『나는 괜찮은 AI입니다』란 책도 함께 읽어도 좋다. 지금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인공지능의 미래, 안드로이드와 잘 지낼 수 있는 미래를 준비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는 걸 배우고 확인하게 된다.


결국 인공지능, 안드로이드를 소개하고 설명하는 책이나 소설의 도착지는 모두 마음인 것이다. 서로 다른 존재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하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은 일, 그 존재가 로봇이든 인간이든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마음껏 사랑하는 일, 그것을 지속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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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7-10 1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희 고양이들은 말할 수 있으면 안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아플 때 어디가 아프다고만 말해주면 좋겠어요. 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3-07-11 11:33   좋아요 0 | URL
냥이 여섯이 한꺼번에 말들을 쏟아낸다면, 아찔 할 것도 같아요.
집사인 제 친구(냥이 한 마리)는 말이 종종 제게 말이 통한다고, 냥이 말을 알아듣는다고 ㅋㅋ
 

테마소설은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시선으로 풀어내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가족을 테마로 한 『끌어안는 소설』은 가족에 대한 보편적인 이미지와 고정된 틀을 깨고 색다른 가족의 모습을 안내한다. 『끌어안는 소설』는 짧게는 1년, 길게는 20여 년 전에 발표된 소설을 통해 가족의 형태와 사회적 통념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여준다. 정지아, 손보미, 황정은, 김유담, 윤성희, 김강, 김애란이 들려주는 가족을 만나는 동안 나에게 가족은 무엇인가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을 읽은 일은 즐거웠다. 왜냐하면 좋아하는 작가의 단편을 다시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에 출판된 단편 가운데 가족에 대한 소설을 엮은 책으로 목록을 보며 특히 반가웠던 건 손보미, 황정은, 윤성희의 단편이었다. 손보미의 등단작 「담요」, 황정은의 첫 소설집에서 만난 「모자」, 슬픔을 유머로 승화하는 윤성희의 「유턴 지점에 보물 지도를 묻다」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하게 좋다.


이 단편들에 대해 먼저 말하자면 황정은의 「모자」는 아버지가 모자로 변하는 내용이다. 아버지는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에 모자로 변한다. 아버지가 원하거나 의도한 건 아니다. 그런 모자, 그러니까 아버지를 발견하는 자식들은 아버지가 처음 모자로 변했던 각자의 기억을 떠올리며 아버지를 이해하려 한다. 모자로 변하는 아버지랑 사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버지라서, 가족이라서, 모자를 챙기고 모자를 살피지만 반대로 그 모자를 하찮게 여기며 방치하고 버릴 수도 있다. 내 아버지가 그렇다면, 내 가족이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소설 속 모자는 다른 것으로 대입하면 휠씬 쉽다. 싫어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가족의 모습이나 태도, 고집 같은 것들. 이번에 「모자」를 다시 읽으면서 술에 취해 자전거를 타고 오다 넘어진 아버지, 아버지가 마루에 앉아 부르던 노래를 부르던 모습이 생각하니 그 시절이 그리워졌다.


손보미의 「담요」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다. 경찰인 ‘장’의 아들은 좋아하는 록 밴드 콘서트에 갔다가 사고로 죽었다. ‘나’는 ‘한’에게 들은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유명해졌다. ‘한’은 그런 ‘나’를 비난하고 관계를 끊었다. ‘한’의 장례식상에서 ‘장’을 보았고 나중에 그와 만나 아들의 사고에 대해 듣는다. ‘장’은 콘서트 때 아들에게 건넸던 담요를 항상 몸에 지니고 살다 순찰을 하다 새벽 추위에 떠는 어린 부부에게 담요를 건넸다고 말한다.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는 걸 알면서도 ‘장’은 콘서트에 가지 않았더라면, 다른 자리를 예매했더라면 아들이 죽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아들의 죽음이 자신의 탓이라 여길 것이다. 순찰을 하며 만난 어린 부부에게 하는 “당신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일 거야.” 말이 가슴에 콕 박힌다.


부모와 자식은 무엇이며 가족이란 무엇일까. 정지아의 「말의 온도」는 남편과 자식을 위해 평생을 희생한 어머니를 퇴직 후 그 곁에서 딸이 바라보는 어머니를 그린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이 아닌 남편과 자식의 입맛에 맞춰 끼니를 챙기고 혹여라도 자식들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하는 어머니. 여든이 넘은 어머니의 취향에 대해 예순이 넘어서야 하나씩 알아가는 딸. 엄마가 좋아하는 꽃, 엄마가 좋아하는 색, 엄마가 좋아하는 반찬을 단 번에 말할 수 있는 자식은 몇이나 될까?


가족의 형태, 정체성으로 돌아오면 단란한 가정의 표본은 어디에도 없다. 그만큼 가족의 형태는 다양해졌다. 윤성희의 「유턴 지점에 보물 지도를 묻다」는 혈연이 아닌 가족에 대해 말한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입양은 아니다. 각자의 사정으로 혼자가 된 네 명이 우연하게 만나 만화에나 등장할 법한 보물지도를 찾아 떠나는 여정.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의지하는 모습에서 가족의 의미를 발견한다.


미래를 배경으로 심각한 인구 감소와 출생률 저하를 위해 국가 정책으로 ‘우리 아빠‘와 ‘우리 엄마’를 통해 ‘우리 아이’를 생산하는 김강의 「우리 아빠」, 한 번도 엄마를 본 적 없어 그 존재에 대해 알지 못하는 조카에게 추락한 비행기의 블랙박스를 엄마라고 소개하는 삼촌의 엉뚱함과 그것을 믿고 주황색 블랙박스에 인사를 하고 이별을 하는 내용의 김애란의 「플라이데이터리코더」.


가족을 그린 소설을 생각하면 삼남매는 모두 실패한 인생들로 갈 곳 없어 노모의 집으로 모여 든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과 100세 시대의 돌봄과 유산으로 얼룩진 우리네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유현재의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이 생각난다. 가족이 대체 무엇이길래, 이토록 삶을 힘들게 하는가. 가족과 연을 끊고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든다. 그러다 나도 언젠가 막연한 시간이 아니라 곧 그 삶을 살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란다. 그러니 소설은 소실이 아니라 진짜 현실이 된다. 그런가 하면 25년 만에 생전 처음 만난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세오 마이코의 소설 『걸작은 아직』은 가족은 가족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만든다. 가족을 갖고 싶은 이, 제발 가족과 떨어져 살고 싶은 이, 사정은 다르지만 간절한 그 이름, 가족이다. 지지고 볶고 헤어졌다 다시 만나 만들어가는 이야기, 소설의 구절처럼 그게 삶이고 역사라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초라하면 초라한 대로 지질하면 지질한 대로 내게 허용된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내게 남겨진 상처를 지우려고 애쓰거나 과거를 잊으려고 노력하지도 않을 것이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겠지만 그것이 곧 나의 삶이고 나의 역사이기 때문이다.(『고령화 가족』중에서)


책에서 만난 가족은 그들만의 사정이 그런 이유로 서로를 끌어안는다. 삶이 다양해진 만큼 가족도 그러하다. 현실에서는 더욱 다양한 모습의 가족이 존재할 것이다. 때로 부딪히며 때로 돌아섰다가 그리워하는 가족의 모습. 징글징글하다고 말하면서 떼어내지 못하는 우리네 가족을 떠올린다. 나와 가족 사이의 거리는 어떤지 그 관계는 괜찮은지. 가족을 힘껏 끌어안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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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사고 싶어서다. 일종의 소유욕이라 볼 수 있다. 바로 읽지도 않으면서 사는 일, 언제나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신간이 나오면 그 다짐은 멀리 달아난다. 좋아하는 작가의 새로운 글을 읽고 싶은 마음, 소설이 발표되는 공간인 계간지, 문학잡지를 읽는 마음도 같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계간지를 읽지 않으니까. 한때는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 리뷰를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런 욕심은 아예 없다. 우선은 사고 보겠다는 마음이 더 크다. 이건 좋지 않은 마음이라는 걸 안다.


어쨌거나 6월이 되었고 6월엔 6월의 문학이 있다. 그러니까 7월엔 7월의 책이 있고 문학이 있다. 이주혜의 책이 나온 걸 몰랐다. 이럴 수가. 나는 이주혜를 관심 작가로 등록하지 않았단 말인가. 트리플 시리즈 『누의 자리』, 단편과 에세이가 수록된 책이다. 이주혜는 최근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작가 중 하나다.




윌리엄 트리버의 단편집 『마지막 이야기들』, 제목처럼 왠지 쓸쓸할 것 같다. 언제부턴가 문학동네 세계문학은 양장본이 나오지 않는다. 양장본이 나올 때를 기다리다 구매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모두 옛일이다. 예전만큼 책을 사거나 책을 기다리는 마음이 아니라는 거다. 그 책들도 거의 없다. 수집이 아닌 정리를 우선으로 하려고 한다. 내 방의 내 책장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내 책들이 보호 받을 수 있다. 그래야 내 책들이 사랑 받을 수 있다. 내가 주는 보호, 내가 주는 사랑이지만 말이다.


22명의 작가들이 외로움에 대해 쓴 『 ALONE 』은 ‘줌파 라히리’와 앤‘서니 도어’, 두 작가의 이름만 눈에 들어온다. 그 두 작가의 에세이가 제일 궁금하다. 팬데믹의 시대를 견딘 작가들의 시간, 그 외로움과 고독을 어떻게 그려냈을지 기대가 된다. 다른 작가들은 잘 모르겠다. 읽어봐야 할 것이다. 소설은 소설대로 좋을 것 같고 에세이는 에세이대로 좋을 것 같다. 기대 이상이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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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6-07 1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의 자리> 빼곤 저도 두 권 다 찜한 책이에요.
<마지막 이야기들>은 지금 제게 오고 있습니다! ㅋ

자목련 2023-06-08 09:19   좋아요 2 | URL
잠자냥 님의 <마지막 이야기들> 리뷰를 기대합니다.
<alone>도 무척 좋을 것 같아요. 이제 읽어야 하는데, 좋은 건 천천히~~

새파랑 2023-06-07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에는 문학동네 양장이 안나오는거 같더라구요 ㅋ 트레버 저도 읽고 싶습니다 ㅜㅜ 그래도 단편은 트레버죠 ^^

자목련 2023-06-08 09:19   좋아요 0 | URL
단편은 트레버! 새파랑 님도 곧 읽으시겠지요?

독서괭 2023-06-07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사고보자, 하는 그 마음을 억누르기란 참 힘든 일입니다 흑흑 ㅠㅠ
<자두>의 이주혜 작가 얘긴 많이 들었는데 아직 만나보지 못했네요~ alone도 궁금합니다~ 어서 읽고 리뷰 써주시길요^^

자목련 2023-06-08 09:21   좋아요 2 | URL
기대평 적립금의 기쁨을 알아버려서 배보다 배꼽이 큰 구매로 이어져요 ㅋ
이주혜의 책, 독서괭 님도 좋아할 것 같아요. alone은 저도 기대가 커요^^

책먼지 2023-06-08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저 완전 뼈맞았어요 ㅠㅠ 맞아요 사고 싶어 사는 거죠😭 다른 그럴듯한 이유로 포장해도 결국은 물욕, 소유욕!!! 이주혜 작가님 책 나왔군요!! 번역에 소설에 에세이까지 (살림도 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ㅠㅠ) 사람이 진짜 어떻게 이렇게까지 부지런할 수가 있죠??!! 일단 담아둡니다💕

자목련 2023-06-09 09:53   좋아요 1 | URL
사고 싶어 하는 즐거움, 살짝 누려봐요~~
이주혜 작가는 열심히 쓰는 것 같아요. 곧 번역 책도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담아두는 즐거움도!

은오 2023-06-09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유욕이야 다들 있겠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 리뷰를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욕심! 아 정말 이런 욕심도 있을 수 있겠어요. 지금은 없으시다지만 신기합니다 😆
저 기대평 적립금 알림 북플 와서야 알고 켰어요!!!!! 이제 기대평 알림 뜨면 자동반사적으로 눌러서 적립금 받아요ㅋㅋㅋㅋㅋ 자목련님도 늦게 아신 건가요? 이거 진짜 쏠쏠하던데 말입니다. 알림 귀찮아서 다 끄고 살았는데....ㅠㅠ

자목련 2023-06-09 09:55   좋아요 0 | URL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알리는 데 일조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있었어요. 그때는 젊어서 열정이 ㅎㅎ
기대평 적립금은 잠자쟝 님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알게 되었어요. 저도 이벤트 알림을 받지 않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