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로열 - 제149회 나오키상 수상작
사쿠라기 시노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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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의 공간에서 마주하는 쓸쓸한 인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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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뺏기 - 제5회 살림 청소년 문학상 대상 수상작 살림 YA 시리즈
박하령 지음 / 살림Friends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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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감정과 갈등을 아주 솔직하게 보여준다. 박하령의 다음 소설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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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임감이 강한 사람을 알고 있다. 쉽게 거절을 하지 않는다. 그의 삶을 지켜보노라면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자신을 위해 허락된 시간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 듯 보인다. 그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믿는다면 어찌할 수 없겠지만 때로는 모든 걸 내려놓고 쉬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로라를 바라보는 시선도 그러했다. 소설을 읽는 나의 마음도 그러했고 가장 가까운 사이였던 존 교수도 그녀 자신을 위한 삶을 살기를 조언했다.

 

 로라가 처음부터 셜리를 위한 헌신적인 삶을 살았던 건 아니다. 모두의 사랑이 오빠에게 향하고 있는 걸 알았던 어린 시절 로라는 자신을 사랑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내가 날 가장 사랑하면 돼. 내가 오빠나 엄마나 아빠나 누구보다 나 자신을 사랑하면.’ (16쪽) 소아마비로 오빠 찰스가 죽고 동생 셜리가 태어났을 때에도 그 다짐은 유효했다. 불길 속에서 셜리를 구해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화재 이후 로라의 마음은 이전과는 달라졌다. 어린 셜리는 로라의 전부가 되고 말았다. 설상가상 비행기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열네 살 로라는 세 살 셜리의 보호자가 되었다. 예상했겠지만 로라의 삶에 로라는 없었다. 모든 것이 셜리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셜리 역시 비밀이 없었고 로라의 의견을 존중했다. 그러나 사랑은 달랐다. 사랑에 빠진 셜리는 눈먼 장님처럼 헨리만을 바라보았다.

 

 ‘그는 건강하고 똑똑하고 매력적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게 문제였다. 로라가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 넘치는 매력이었다. 누구도 헨리처럼 지나치게 많은 매력을 가질 수는 없을 것 같았다.’ (114쪽)

 

 로라에게 보이는 것들이 셜리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로라는 셜리가 원하는 대로 헨리를 받아들였다. 그것이 사랑이라고 믿었다. 어쩌면 로라는 악역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결정을 하면 셜리가 자신을 떠날까 두려웠던 것이다. 자매의 삶이 계속될수록 서로의 자리는 줄어드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로라는 인정하지 않았다. 가장 가까운 존 교수가 항상 조언했지만 로라 스스로 깨달아야만 했다.

 

 “진정한 성장을 위해 넌 다른 사람이 될 필요가 있어. 세상의 고민을 다 네 어깨에 짊어지려 하지 마라.” (161쪽)

 

 불행으로 끝난 헨리와 셜리의 결혼생활에 대해서도 로라는 어떤 책임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그건 셜리의 선택이었고 삶이었다. 셜리가 두 번째 결혼생활 도중 사고로 죽은 사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로라가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셜리는 셜리의 삶을 살았고 로라는 이제 로라의 삶을 살아야 한다. 로라 앞에 나타난 사랑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당신은 계속 살아가야 해요. 로라, 과거를 잊지 말고 마음에 담아둬요. 과거를 묻어버리지 말고 그것이 있어야 할 당신 기억 속에 간직해요. 당신은 벌이 아니라 행복을 받아들여야 해요.” (308쪽)

 

 애거사 크리스티가 『봄에 나는 없었다』, 『딸은 딸이다』, 『두번째 봄』에 이어 『사랑을 배운다』에서 말하는 것은 존재와 사랑이다. 나의 존재를 인식하고 사랑하는 일,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야기들, 그 속의 인물들은 모두 자신의 목소리를 듣기까지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어쩌면 그것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어떤 역할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나’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첫 번째 사랑은 성장을 위한 사랑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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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의 삶을 꿈꾼 적이 있다. 도시인으로 산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멋지다고 여겼던 시절이다. 시골에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삶이 존재한다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어렸고 무지했다. 생활인으로 도시에서 산다는 게 얼마나 많은 감정을 소비해야 하는 일인지 몰랐다. 몸소 경험했기에 도시가 아닌 읍에서의 생활에 만족한다. 자발적인 의지에 따라 움직인 삶의 경로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럼에도 도시를 향한 그리움이 사라졌다고 자신할 수 없다.

 

 좋아하는 장소와 꿈꾸는 장소는 다르다. 좋아하는 장소엔 어떤 즐거움과 함께 추억이 있기 마련이고 꿈꾸는 장소엔 비밀처럼 은밀한 무언가가 있다. 어떤 분위기라고 하면 맞을까. 그러니 좋아하는 장소와 꿈꾸는 장소가 같다면 그것은 특별한 무엇이 된다. 그런 곳에서 삶을 이어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박상미의 그런 삶을 영위하는 듯하다. 뉴욕은 그런 곳이었다. 뉴욕이란 도시에 부여된 갖가지 이미지가 아닌 오직 박상미만의 감정으로 그려낸 도시.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가 가득한 도시에서 그들의 언어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것일까. 어떤 것도 상상할 수 없지만 부러운 삶이기도 하다. 당신의 도시를 그리워하는 이가 있다는 걸 그녀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사람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거의 처음부터 나에게 뉴욕이란 도시는 중요했다. 내가 태어난 도시가 아니라 내가 살기로 선택한 도시. 뉴욕은 나라는 개인에게 매우 사적인 은유였다. 내가 자라나며 불만을 품었던 중산층적 가치들의 전복이 일어날 수 있는 장소. 안정과 위생과 효율보다 도전과 거침과 우회가 인정되는 곳. 불가능하게 치솟은 빌딩들처럼 위대함이 꿈꾸어지고 시도되는 장소로서의 은유. 뉴욕은 내 삶의 변명들을 뭔가 다른 것으로 바꾸어가는데 필요한 나만의 내면적 장치였다.’(87~88쪽)

 

 누군가는 그녀가 소개하는 뉴욕 설명서를 이 책을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곳에서 만나는 뉴욕은 뉴욕이라는 거대 도시가 아닌 박상미에게 스며드는 뉴욕이다. 그러니까 박상미가 바라보는 시선, 그곳에 담긴 뉴욕은 특별하다. 제목 그대로 사적인 도시다. 그러므로 아주 개인적인 감정의 기록으로 남은 뉴욕은 과장된 포장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뉴욕인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에게 사적인 뉴욕은 우리에게 공적인 도시로 다가온다. 그곳이 예술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삶을 듣는다는 건 일상적인 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지나온 절망과 고독을 보여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뉴욕 곳곳에서 다양한 예술작품을 통해 죽은 예술가와 만나고 그들의 작품을 번역하는 일은 제법 근사한 이미지로 연결된다.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간 블로그를 통해 기록된 이야기엔 뉴욕이란 도시와 더불어 어떤 다짐과 고독을 읽을 수 있다. 호퍼의 그림에 대해 말하는 부분에서 풍경이라는 슬픔을 만질 수 있다. 그녀의 글을 읽고 내게 유일한 에드워드 호퍼의 포트폴리오를 가만히 펼쳐본다.

 

 ‘호퍼의 그림은 구상화이지만 인물이 등장하는 경우마저도 내러티브가 절제되어 있다. ​결국 그는 풍경화가가 아니었을까. 코로나 컨스터블과는 다른, 미국이라는 거대한 땅 위에 지어진 집들을 그린. 가끔 그 안팎의 사람들을 그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그저 벽에 햇빛을 드리운 집이 서 있는 풍경.’ (137쪽)

 

 책에 수록된 박상미가 보고 읽고 만난 예술 작품은 대부분 생소해서 어색하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접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더 끌리기도 한다. 남은 인생을 살면서 뉴욕을 갈 기회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뉴욕과 그곳을 산책하는 상상을 할 수 있어 즐겁다.

 

 ‘어떤 행동을 하건, 어떤 말을 하건, 나의 마음만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내 키만한 초록색 덤불로 빙 둘러진, 넘볼 수 없는 정원이다.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권태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순간, 혐오로 치를 떠는 순간조차 나의 마음은 나만의 것이다.’ (254쪽)

 

 [걸어본다] 시리는 아주 괜찮은 기획이다. 보통의 공간을 아주 특별하게 만든다. 나의 공간을 사랑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가장 쉬운 방법인지도 모른다. 서울의 용산, 경주, 뉴욕까지 도시라는 매개체를 통해 내면과 내면을 이어준다. 누군가는 용기를 내야 했던 이야기와 맞닿으면서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삶의 한복판으로 들어가 그것과 하나가 되는 시간. 잊고 있었던 공간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 그곳으로 향하게 만든다. 단순한 걷기와 산책의 의미 이상으로 자신의 공간을 통해 삶을 통찰하게 만든다고 할까. 나만의 도시, 나만의 공간이 사랑스러운 이유를 찾게 한다. 떠나는 이에게도 머무는 이에게도 그 도시를 꿈꾸게 한다. 마음은 이미 터미널, 기차역, 공항으로 향했지만 떠나지 못하는 나에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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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05-28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시리즈 좋아해요!

자목련 2015-05-29 11:27   좋아요 1 | URL
<아내를 닮은 도시>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기대하고 있어요^^
 
에드워드 호퍼 (포트폴리오) 마로니에북스 Taschen 포트폴리오 10
마로니에북스 편집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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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박상미의 <나의 사적인 도시>를 읽다가 펼쳐 본 호퍼의 그림. 그림 속에 담긴 호퍼의 손길을 느낀다. 문득, 그는 어떤 목소리를 지녔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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