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다. 더위라는 옷을 입어야 한다. 가볍고 얇은 옷이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옷이 아니다. 곳곳에 덩굴장미가 자태를 뽐낸다. 붉은빛이 태양을 닮았다. 손을 대면 데일 것 같고 바라보면 눈이 아파 올 것만 같다. 감자꽃이 피었고 모내기가 끝난 논에서는 푸른 물결이 파도친다. 곧 마늘을 캘 것이고 부산에 이어 가까운 해수욕장도 개장을 할 것이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가 늘어나고 진짜 여름이 시작된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신고 벗기 편한 여름 운동화를 주문했고 비빔면을 반복해서 주문하고 있다.

 

 아이스크림과 바다를 닮은 책을 선보이는 출판사의 마케팅이라니. 김금희의 『너무 한낮의 연애』, 박솔뫼의 『머리부터 천천히』는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바다가 보이는 벤치에서 읽고 싶으니까. 조금씩 읽고 있는 『슈베르트와 나무』, 수상작보다는 김엄지의 소설이 궁금한 『창백한 말』, 한강이라서, 아직 읽지 못하고 있는『흰』, 강렬한 표지에 끌리는 『붉은 소파』, 책에 대한 이야기『탐독』까지 6월의 책은 정말 알차다.

 

 

 

 

 

 

 

 

 

 

 

  6월, 더위, 그리고 휴가. 작은언니는 휴가로 아프리카 말라위를 다녀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름에, 아프리카라니. 작은언니의 계획대로 진행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 계획을 듣고 나는 종종 아프리카와 말라위를 검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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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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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던지고, 통찰의 시선으로 세상을 말한다. 은밀하게 아름다운 산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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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월요일 친하게 지내는 언니의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았다. 한 시간 후에 온다는 것이다. 나는 언니에게 얼마의 시간이 허락되었는지 물었고 수목원에 가자고 제안했다. 작약이 피었을 것이고 나는 작약을 봐야 한다고. 커피와 빵을 먹으며 볼 일을 본 후 우리는 수목원으로 향했다. 수목원에 도착해서야 얼마 전 언니가 수목원에 다녀갔다는 걸 알았다. 작약을 좋아하는 내가 작약을 보고 싶어 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흔쾌히 수락한 것이다. 좋아하는 곳을 자주 찾는 걸 즐기는 나와는 달리 언니에게는 수목원을 찾을 이유가 없었을 텐데, 고마운 일이다.

 

 주차장에 관광버스가 많았다. 모자를 쓴 방문객과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보였다. 5월 중순의 수목원은 말 그대로 초록의 공간이었다. 제법 뜨거운 햇볕도 우리는 막을 수 없었다. 오로지 작약을 향한 전진, 작게 조성된 작약은 내게 기쁨을 안겨주었고 나는 그곳에서 내내 즐거웠다. 아지 피지 않은 작약은 봉오리도 예뻤다. 그곳의 풍경을, 그곳의 공기를 한 줌 가져오고 싶을 정도였다. 붉게 물든 얼굴과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비가 내리는 아침, 그 작약은 꽃잎을 떨구었을지도 모르겠다. 뜨거웠던 날들을 식혀주려고 꽃을 쉬게 하려고 비가 내리는지도 모르겠다. 작약을 떠올리면 유희경의 시집 『오늘 아침 단어』이 함께 온다.

 

 

 

  네가 심었다던 작약이 밤을 타고 굼실거리며 피어

나, 그게 언제 피는 꽃인지도 모르면서 이제 여름이

라 생각하고, 네게 마당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면서

그게 아니면, 화분에다 심었는지 그 화분이 어떻게

허연빛을 떨어뜨리는지 아는 것도 없으면서 네가 심

은 작약이 어둠을 끌고 와 발아래서 머리 쪽으로 다

시 코로 숨으며 번지며 입에서 피어나고, 둥근 것들

은 왜 그리 환한지 그게 아니면 지금은 어떻게 설명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지도 않으면서, 봄은 이렇게 지

나고 다시 여름이구나 몸을 벽에 붙여보는 것이다 그

러니 작약이라니 나는 그게 어떻게 생긴 꽃인지도 모

르고 나도 아니고 너는 더구나 아닌 그 식물의 이름

이 둥그렇게 떠올라 나는 네가 심었다는 그것이 몹시

궁금하고 또 그런 작약이 마냥 지겨운 건 무슨 까닭

인지 심고 두 손을 소리 내어 털었을 네가, 그 꽃이.

심었다던 작약이 징그럽게 피어

 

-「심었다던 작약」, 전문

 

 

장석남의 작약도 있다.

 

빈방에서 속눈썹 떨어진 걸 하나 줍다

또 그 언저리에선 일회용 콘택트렌즈 마른 걸 줍다

이 눈썹과 눈으로는 무엇을 보았을까

이 눈썹과 눈의 주인을 생각한다

눈물 위에 이걸 띄워서 무엇을 보았을까

 

 

작약싹 올라온다

작약꽃이 피어 세상을 보다가

떨어질 것을 생각한다

 

 

작약 겹겹 꽃잎 속에

이 눈의 주인과 내가

눈 꿈쩍꿈적하며 나눈 말을

숨겨두리라

 

 

작약,

숨겨두리라

 

-「작약」, 전문

 

 

 

 

 

 

 작약을 보러 간 수목원은 언제나 그렇듯 평온한 생기가 넘쳤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새소리, 가장 매혹적인 향기, 기다렸다는 듯 인사를 건네는 나무들, 자세히 보게 만드는 잎사귀들, 우리가 그것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작약을 보고 온 후 『슈베르트와 나무』를 주문했다. 나무를 더 가까이하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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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이 되었다. 아파트 화단에 자귀나무가 초록의 잎사귀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겨울 동안 앙상했던 가지는 사라졌고 곧 꽃을 피울 초록이 가득하다. 자귀나무는 앞 동에만 있어서 창문에 기대어 그 꽃을 볼 수 있다. 예배를 드리러 가는 길에 만나는 5월의 보리는 4월의 보리가 아니다. 어느새 어린아이 키만큼 자란 보리는 싱그러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5월은 진짜 푸르고 빛나는 달이다.

 

 가정의 달인 5월은 추도예배로 시작되었다. 지난주에는 할머니 추도예배를 드렸고 다음 주에는 아버지의 추도예배가 있다. 모이는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대신 조용히 예배를 드리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다. 직접 기른 상추와 갓 뽑아낸 마늘종과 두릅으로 차려진 밥상은 곧 여름이 온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이제 마늘을 캘 것이고 자두가 조금씩 자랄 것이다. 5월이 되면 나는 작약을 검색한다. H 님의 서재에 올라온 작약을 보면서 행복했다. 올해는 잊지 않고 작약을 보러 갈 것이다. 다음 주쯤 수목원에 가려고 한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 날들. 『봄의 정원』이라는 예쁜 소설을 읽었다.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구매한 책이었고, 올리버 색스의 『온 무브』도 그러하다. 아직 읽지는 않았다. 5월의 소설로는 윤성희의 단편집 『베개를 베다』, 시집으로는 정영호의 『계속 열리는 믿음』을 읽으려고 한다. 아, 침대에 놓인 책도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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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아무때나 어디서나 책을 읽는 편입니다. 현재는 소파나 침대에서 가장 많은 시간 책을 읽습니다.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전자책의 수많은 장점을 알고 있지만 종이책을 선호합니다. 책을 접지는 않고 메모를 하는 편입니다.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앨리스 먼로가 가장 사랑한 작가라는 광고만으로 충분한 윌리엄 맥스웰의 <그들은 제비처럼 왔다>, 김선우 시집 <녹턴>, 한강 단편집 <내 여자의 열매>, 한귀은 에세이 <여자의 문장>이 놓여 있지만 다 읽는 건 아니에요. 말 그대로 놓여 있을 뿐입니다.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모든 책을 다 갖고 싶었던, 그러니까 거대한 서재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간소하게 줄이려고 하는 편입니다. 언제가 읽을 거라는 책은 처분하는 쪽으로 기웁니다.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언제나 앤과 메리입니다. <빨강 머리 앤>, <비밀의 화원> 어른이 된 후 다시 읽어도 그 시절의 기쁨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사진집입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민병헌 사진집 누드> 어쩌면 조만간 정리할 지도 모를 책입니다.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김연수와 한강을 만나고 싶어요. 최근 한강의 소설을 다시 읽게 되었는데 과거와 현재까지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묻고 싶어요. 아니, 무엇을 알고 싶다기보다 그냥 눈과 눈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겠지요.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박경리 작가의 <토지>를 일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첫 부분만 읽다가 멈춘 상태입니다. 아, 언제가 꼭 읽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다 말았어요. 벌써 5, 6권이 나왔는데 3권을 열다가 앞부분의 같은 부분만 반복하다 결국은 내려놓았지요.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즉흥적으로 떠오른 세 권입니다. 특별한 의미를 지닌 책이 아닌 지금 현재 이 세 권의 책을 곁에 두고 싶은 마음,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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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6-05-10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건강은 이제 많이 회복되셨는지요.
(저도 이 질문들에 답을 달아보긴 했지만 10번 질문 앞에서는 그냥 아득해졌습니다.
무인도에는 왜, 자의로? 타의로? 책은 무슨... 솔직히 이랬거든요.)

자목련 2016-05-12 07:06   좋아요 0 | URL
hnine 님, 고맙고 감사합니다. 많이 회복되었습니다. 워낙 저질체력이라 종종 병원에 다니고 있지만 괜찮습니다. 10번은 책에 대한 질문이라면 빠지지 않는 질문인 듯해요, ㅎ
어느덧 여름이 오고 있습니다. 즐거운 날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