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출판사의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시집』 은 기획이 참신하면서도 영리한 기획이다. 시집이라는 게 호불호가 있어서 누군가에게는 다가가기 어려운 문학의 분야이기 때문이다. 우선 제목이 참 좋다. 요즘 시류를 제대로 파악한 제목으로 시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지나칠 수 없는 끌림이고 시에 관심이 없던 이들에게도 궁금증을 유발한다. 특히나 제목 그대로 혼자 점심을 먹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니 자연스레 이 시집에서 가장 먼저 읽게 되는 시는 점심을 이야기하는 시가 된다. 물론 참여한 9명의 시인을 보면 그 가운데 좋아하는 시인이 있다면 그의 시를 찾게 된다. 참여 시인이 각각 5편 이상의 시를 썼고 안미옥 시인의 시는 조금 더 많다.


여자는 오후 열두 시가 되면

언제나 혼자서 이곳에 온다


메밀국수 한 그릇 주문하고

대부분 벽을 응시한다


벽 속에서 아는 사람의 글씨체를 보았다고


어느 날에는 중얼거린다


미래의 언어를 쓴다는 그 사람은

자신의 시대가 아직 오지 않음을 슬퍼하며

먼 곳으로 떠났다는데 (강혜빈의 「다가오는 점심」, 일부)


강혜빈의 시는 마치 열두 시, 점심에만 만날 수 있는 세계를 상상하는 듯하다. 혼자 같은 장소에서 점심을 먹는 여자, 오롯이 그곳에서만 마주하는 어떤 이들, 그들이 느끼는 감정은 점심을 먹는다는 행위처럼 같을지도 모르겠다. 매일 마주하면서도 한 번도 말을 건네지는 못하는 이들, 그들에게 점심시간은 너무 짧고 다가가기에는 너무 멀다.


그러나 여자에게

가벼운 친밀감을 느끼기 시작할 때

오늘분의 점심시간은 끝이 나고


사람들은 문득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서둘러 밖으로 나선다 (강혜빈의 「다가오는 점심」, 일부)


점심시간은 누구나 똑같이 가질 수 있는 시간처럼 보이지만 점심에 하루가 열리는 이들에게는 점심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구나 삶을 살아가는 건 같지만 그 삶의 시간은 다르니까. 백은선의 시에서 그런 다름을 느낀다. 결코 우리의 점심은 될 수 없는 삶의 시간들.


나의 점심은 네게 한밤이었다

전화를 걸어 잠이 오지 않는다고

자꾸만 무서운 생각이 난다고


어린 새처럼 너는

칭얼거리곤 했는데

그럼 나는 가끔 내가 봤던

좋은 시를

때로는 노래를

읽어주기도 불러주기도 했다 (백은선의 「향기」, 일부)


그런가 하면 잠시나마 모여 말을 나누는 순간이 점심시간이기도 하니 황인찬의 이런 시는 조금 더 일상으로 파고들어온 기분이다. 대화가 아닌 의미 없는 짧은 수다가 모이고 흩어진다. 그 안에는 농담 섞인 진심도 담겼다. 긴 하루 동안 조금은 여유롭고 자유스러운 모습이다.


사람들은 어디 먼 곳에 가고 싶다고 했다

모두가 정말 맞는 말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점심에는 모두가 묶여 있죠 잠시 어딘가로

떠났다가 또 금방 돌아오죠 식당과 공원은 너무 가깝고

공원은 회사와 너무 가까워서 다들 정신이 없었어요 (황인찬의 「만남의 광장」, 일부)


하나의 테마로 묶였지만 시인은 자신의 고유한 시를 쓴다. 어떤 시는 어렵고 도통 알 수 없고 어떤 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점심을 대해 오래 생각한다. 그러니까 혼자 점심을 먹는 이들의 사정이라든가, 혼자 점심을 먹으면서 마주했던 풍경, 혼자 점심으로 먹었던 음식 같은 것들을 말이다. 다가오는 점심에는 무얼 먹을까. 혼자 점심을 먹을 친구에게 맛있게 먹으라는 문자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점심에 나는 걷는다

어디에나 음악이 들리듯 쏟아지는

사람들의 활기· · · 희망· · ·

인간은 혼자서 혼자가 될 수 없고

음식에는 죽음과 고통이 있다

우연히 들어간 꽃집에서 남미 식물을 보며

사라지는 판타날을 떠올린다

세계를 메우고 있는 비참함· · · 비참함· · ·

나는 소음 속으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만을 하고

빛을 피하며 걸으려 한다

길가에 개여뀌 꽃마리 작은 풀들을 본다

꽃에는 꽃말이 있다

꽃말은 꽃에 대하여 말하지 않는다

내 이름은 나에 대하여 말하지 않는다

오늘 나는 단지 무언가를 하기 위하여 무언가를 하다

언어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사람들은 누가 자신인지 알고 있다 (성다영 「점심 산책」,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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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3-10 1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집도 나왔군요?
산문집도 눈길이 가던데..시집까지??^^
저도 애들 개학하고 이제 종종 혼자 점심 먹고 있어요. 확실히 혼자 먹으니 대충 먹게 되네요.
이럴 때 이런 책들이 조금 친구가 될 듯 합니다.
자목련님도 혼자 점심 드셔도 맛나게 드시길^^

자목련 2022-03-11 09:16   좋아요 1 | URL
기획이 신선해요. 산문도 궁금한데 우선은 시부터 만났어요.
혼자 먹는 점심, 그래도 조금 신나게 먹어요^^

레삭매냐 2022-03-10 1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점심에 맛난 게 먹고는
싶으나... 장소가 아무래도
한정적이다 보니 그 나물
에 그 밥이라는 생각이네요.

자목련 2022-03-11 09:15   좋아요 2 | URL
요즘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특별한 점심 드시길 바라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삶을 살았다면 훌륭한 삶이라 할 수 있다. ‘버지니아 울프’는 분명 후대의 많은 이들의 삶에 긍정적으로 개입했다. 하지만 그녀를 떠올리면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 일이 먼저 생각난다. 흔히 말하기를 시대를 잘못 타고난 사람이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은 조금 읽었다. 에세이 『자기만의 방』은 읽을 때마다 완독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디 에센셜: 버지니아 울프』는 스스로를 다짐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그러니까 버지니아 울프의 문학과 삶에 더 가까이 더 깊게 다가가는 시간으로 말이다. 분명 그녀와 가까워진 느낌이다. 이전에 느꼈던 감정과는 다르게 강력하고 힘차게 다가왔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버지니아 울프를 원한다는 건 여전히 변화와 성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디 에센셜: 버지니아 울프』에서는 네 편의 짧은 단편과 대표 에세이 「자기만의 방」과 「런던 거리 헤매기」를 수록했다. 단편을 살펴보면 아내가 남긴 일기장을 통해 그녀에 대해 알아가는 「유산」은 결혼에 대한 시대적 관념과 그 안에서 여성 스스로의 삶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생각한다. 3장 안 밖의 짧은 소설「V 양의 미스터리한 일생」은 존재했으나 아무도 알지 못했던 수많은 여성의 이야기다. 우리 곁에는 얼마나 많은 V양이 존재했을까. 우연하게 발견한 벽의 자국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벽에 난 자국」과 식물원이란 한정된 공간 그 안에 모인 다양한 사람들을 묘사하는 「큐 식물원」은 색다른 매력을 안겨준다. 소설도 좋았지만 특히 이 책에서 언급하고 싶은 건 그녀의 에세이다. 그녀를 영원한 여성의 멘토, 시대를 거슬러 만나고 싶은 작가로 만든 글 말이다. 어렵지만 집중하게 만드는 글.





여성이 픽션을 쓰기 위해서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79쪽)


버지니아 울프가 강연을 했을 당시에는 여성과 픽션에 대한 주제였겠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나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가로 이어진다. 그녀가 말한 ‘500파운드’, 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돈과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1920년대에는 여성에 해당된 주제였지만. 그 시대를 상상하면서 그녀의 글을 읽노라면 시공간을 초월하여 나의 할머니와 어머니의 삶으로 연결된다. 글을 쓰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전부였을 삶 말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말대로 가부장 제도에 매여 살았다. 문득 생각나는 두 명의 여성. 뛰어난 재능을 지닌 ‘허난설헌’과 ‘신사임당’을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방식도 그렇다. 어떤 그림을 그리고 어떤 글을 썼는지가 아닌 허난설헌은 허균의 누이로 신사임당은 율곡 이이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러니 버지니아 울프가 가상으로 만든 셰익스피어의 누이의 이야기는 안타깝고 애통하기까지 하다.


픽션에서 그녀는 왕과 정복자들의 삶을 지배하지만, 실제로는 그녀의 손가락에 강제로 반지를 끼워 준 어느 부모의 아들에 딸린 노예였습니다. 문학에서는 영감이 풍부한 말들, 심오한 생각들이 그녀의 입술에서 흘러나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녀는 거의 읽을 줄 모르고 철자법도 모르며 남편의 재산에 불과했습니다. (152쪽)


책은 어떻게든 육체에 적응해야 합니다. 따라서 여성의 책은 남성의 책보다 더욱 짧고 더욱 응집되어야 하며, 지속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장시간의 독서가 필요하지 않게끔 꾸며져야 한다고 나는 과감하게 말할 것입니다. 여성은 언제나 방해를 받을 테니까요. (215쪽)


모두의 공간인 거실만이 유일하게 허락되었고 가사와 육아에 시달려 무언가를 쓸 수 있는 시간을 낼 수 없었던 삶. 설령 무언가를 쓰다고 해도 비밀로 써야 했던 시대. 여성은 사회적 존재로 인정받지 못했던 시대였다. 시간을 흘렀고 세상은 달라졌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우리가 직시해야 할 점은 현재 여성의 삶이다. 차별과 평등은 사라졌을까. 온전하게 나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 사회적 제도는 마련되었을까. 보호 받는 성이 아닌 스스로 삶을 선택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는 더욱 나가야 한다.


「자기만의 방」의 강연을 통해 단단하게 접힌 마음은 「런던 거리 헤매기」를 만나면서 부드럽게 펼쳐진다. 앞선 포스팅에서도 소개했던 아름다운 문장들, 지금 이 계절과 너무도 완벽하게 어울리는 문장들. 시간은 저녁 무렵, 계절은 겨울이어야 한다. 겨울에 샴페인 색으로 빛나는 공기와 거리의 친화력이 상쾌하기 때문이다. 여름날처럼 그늘과 고독을 바라고 풀밭의 달콤한 공기를 갈망하며 시달리지 않는다. (287쪽)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런던 곳곳을 거니는 즐거움에 빠진다.


한 권의 책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다양한 글을 만날 수 있다. 어려운 책이었지만 놀라운 발견과 기쁨을 안겨주었다. 소설과 강연, 에세이에서 느껴지는 각각의 매력은 그녀를 더욱 알고 싶게 만든다. 그녀가 바라고 원했던 세상을 위해 끊임없이 읽고 쓰고 고민했던 흔적은 우리 곁에 남았다. 책장에서 든든하게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 어떤 격려로 다가올 것 같다.


언제쯤 모두에게 좋은 세상이 올까.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두에게 나쁜 세상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우리. 공감과 연대가 필요한 지금, 버지니아 울프를 만나야 할 이유다.


그녀에게는 아직도 싸워야 할 유령과 극복해야 할 편견이 많이 있습니다. (중략) 그 방은 여러분의 것이지만, 아직 휑하니 비어 있습니다. 그곳에 가구를 비치하고 장식하고 공유해야 합니다. (453쪽)





“나는 그저 다른 무엇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간단하게 그리고 단조롭게 중얼거릴 뿐입니다.” - 버지니아 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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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2-13 2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알라딘에서도 판매하나요?!
디에센셜 판매하네요
진작 하지...!

자목련 2022-02-14 08:54   좋아요 1 | URL
네, 아마도 교보문고와 단독 판매 계약이 1년이 아니었나 싶어요.

mini74 2022-03-08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닮은 단정하고 좋은 글들 ~ 당선 축하드려요 *^^*

자목련 2022-03-10 11:20   좋아요 2 | URL
^^*
꽃 같은 하루 이어가세요^^

새파랑 2022-03-08 18: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당선 축하드려요~!!

자목련 2022-03-10 11:20   좋아요 2 | URL
^^*
맑은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3-08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자목련님

자목련 2022-03-10 11:20   좋아요 1 | URL
^^*
환한 하루 이어가세요^^

서니데이 2022-03-08 1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자목련 2022-03-10 11:21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 님, 항상 감사드려요.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올해는 어떤 책을 얼마큼 읽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100권 읽기 같은 목표도 없고요. 고전을 읽어야겠다는 다짐, 인문학을 읽어야 한다는 의무, 같은 건 없어요. 예전에는 그런 계획 세우기에 바빴죠. 계획을 세웠으니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노력도 있었고요. 한데, 이제는 끌리는 대로 그냥 읽어요. 그냥 좋아서요. 읽는 인간이지만, 성찰을 하거나 하지 않아요. 물론 그러면 더 좋겠지요. 그런 부담을 갖고 시작하면 읽기가 힘들어져요.


좋아하는 게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할까요. 사실, 무기력해지는 일상에, 다시 존재나 쓸모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아파지는 날들이라 살짝 무릎이 꺾이는 것 같다고 할까요. 그래도 이상하게 읽어야 할(?) 책이 있으면 조금 마음이 놓여요. 그래, 나는 읽어 할 책이 있지, 하면서요.


책을 읽는 일은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죠.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많고요.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과 시가 점점 어렵게 느껴지니까요. 그래서 또 그냥 읽어요. 이해하려 애쓰지 않고 건너뛰기도 하면서 말이에요. 그러다 보면 다시 돌아가기도 하고 반복해서 읽기도 하고요. 아니면 도중에 그냥 멈춰도 좋아요. 나중에 다시 생각날 때가 있어요, 그럼 그때 읽어요. 읽기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한 번 해보세요. 한 권의 책을 다 읽어야 하는 부담으로 책 자체에 대한 흥미를 읽어버리면 안 되니까요.



그럴 때는 재미있어 보이는 책, 뭔가 궁금해지는 제목이나 내용을 보고 선택해도 좋아요. 최근에 자음과모음에서 『시소 첫번째』가 나왔죠. 제목이 무척 재밌죠? 사실, 저는 시소 프로젝트에 대해 몰랐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발표된 시와 소설을 한편씩 선정했다고 하더라고요. 젊은작가상이나 소설보다 시리즈와 비슷한 맥락인 것 같은데요. 자음과모음이 영리한 게 시와 소설을 같이 실었으니 소설을 읽는 독자, 시를 읽는 독자, 모두 공략한 마케팅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시가 더 궁금해서 이 책이 끌렸거든요.


그리고 드디어 『환희의 인간』을 곁에 두었어요. 아, 이 책은 읽기도 전에 떨려요. 살짝 몇 군데 펼쳐봤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다는 게 와락 느껴지더라고요. 그런데다 『악스트 Axt 2022.1/2』 에서 김연덕 시인이 『환희의 인간』에 대한 글을 쓴 꼭지를 발견했다죠. 그러니 어쩌겠어요. 이 책은 미리 좋은 책이라고 말하려고요.


책으로 이어지는 책이라고 할까요. 한강의 인터뷰를 읽고 누군가는 아직 읽지 않은 그의 소설들을 읽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내가 모르는 책들과의 만남, 그 역시 책이 주는 선물이고 책이 좋은 이유지요. 그래서 읽어요, 그래서 좋아하고요. 나에게 좋은 책들이 어딘가의 누군가에게 또 좋은 책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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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2-01-24 09: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독서에 있어 최고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ㅎ

자목련 2022-01-25 10:09   좋아요 1 | URL
최고의 마음가짐, 참 좋아요^^

얄라알라 2022-01-24 09: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께서 조근조근 말씀해주시니 마음이 편안해 져요. 책읽기에 리스트 부담이.늘.있는데...자목련님의 태도를 벤치마킹해야겠어요~^^

자목련 2022-01-25 10:10   좋아요 1 | URL
책 욕심만 자꾸 자라서 저도 책 읽기 본연의 즐거움을 찾고 싶어서요, ㅎ

그레이스 2022-01-24 10: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좋아서 읽죠 ♡.♡
저도 요 며칠은 그러고 있어요^^

자목련 2022-01-25 10:10   좋아요 2 | URL
우리 좋으니까, 계속 읽어요!

blanca 2022-01-24 10: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환희의 인간> 정말 너무 좋았어요. 시인의 리뷰도 정말 정말 좋았어요. 자목련님도 좋아하실듯...

자목련 2022-01-25 10:10   좋아요 0 | URL
아, 점점 더 좋아집니다. ㅎㅎ

새파랑 2022-01-24 10: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그냥 좋으니까 읽는게 가장 정답인거 같아요~!! 중요한건 즐거움이 맞습니다~!!

자목련 2022-01-25 10:11   좋아요 1 | URL
즐겁게, 신나게 책과 놀아요~

책읽는나무 2022-01-24 11: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맞아요.그냥 읽는 게,좋아서 읽는 게..맞는 말씀인 듯 합니다.
저는 좋아서 읽기도 하고, 때론 의무감으로 읽기도 합니다. 심적 부담감이 들 때도 많고, 때론 그 속에서 많이 배우는 계기가 되어 그게 재밌을 때도 있긴 합니다만...확실히 책은 좋아서 그냥 막 재미나게 읽는 게 정답인 듯 합니다.계속 읽으면서 고개 끄덕이고 갑니다^^

자목련 2022-01-25 10:12   좋아요 2 | URL
의무감, 부담감, 모두 맞는 것 같아요. 단순한 취미로 시작된 읽기가 배움과 사유로 이어지니까요.
오늘도 즐겁게 읽고 계시죠?

거리의화가 2022-01-24 13: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은 책들을 읽는 게 최고인 것 같습니다!
좋아야 계속 읽을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자목련 2022-01-25 10:12   좋아요 0 | URL
좋아야 계속 읽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좋은 힘을 키우는 일이네요^^

라로 2022-01-24 13: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크리스앙 보뱅의 <작은 파티 드레스>로 처음 보뱅을 만났는데요 너무 좋았어요. 그 느낌 사라지지 않기 바래서 다른 책 안 읽으려고 했는데 좋다시니 이것도 읽겠어요. ㅎㅎㅎ

자목련 2022-01-25 10:13   좋아요 1 | URL
저는 이 책이 처음이에요. 책도 완독은 못했고 다른 분들의 리뷰를 살짝 봐도 너무 좋더라고요!

프레이야 2022-01-24 16: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원래 리스트 만들어 목적 두고 읽고 이런 계획적인 인간이 못 되어요. 좋아서 되는대로 당기는대로 ㅎ 이게 꼭 좋은 습관은 아닌데 책도 인연이라 그게 마음은 편한 거 같아요. 환희의인간 사두고 다른 책에 자꾸 밀려나고 있네요. ^^ 자목련 님 이런 대화체 글 다정하게 들려요.

자목련 2022-01-25 10:14   좋아요 0 | URL
책도 인연이라는 말, 맞는 것 같아요.
같은 책을 곁에 두는 일, 그 역시 즐거워요!!

mini74 2022-01-24 17: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끌리는데로 좋아서 ~ 설레는 독서목표인데요.~ 저도 그냥 읽어볼래요 자목련님_*^^*

자목련 2022-01-25 10:14   좋아요 3 | URL
우리, 그냥 좋은 대로 즐겁게 읽어보아요~~

희선 2022-01-24 23: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 어느 정도 읽어야지 생각하지 않고 봐요 한번 본 책은 끝까지 봐야 해서... 시작하다 그만둔 게 아주 없지 않지만, 거의 다 끝까지 봅니다 그건 끝까지 볼 책만 봐서 그럴지도... 2022년 일월 얼마 남지 않았네요 책은 늘 보는 거니 즐겁게 보면 좋겠습니다


희선

자목련 2022-01-25 10:15   좋아요 4 | URL
책은 늘 보는 거니까, 더 즐겁게 읽어야겠죠?
보내주신 마음, 최근에 잘 받았습니다. 항상 감사해요.
 

누구나 주체적으로 살기를 원한다. 주체적인 삶을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면 독립을 떠올릴 것이고 같이 살지만 자신만의 공간을 갖는 것, 유행을 따르지 않는 자신만의 개성을 중시하는 삶을 생각할 수도 있다. 역시 자유와 책임이 함께 온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시민 불복종』을 읽으면서 주체적인 삶에 대해 질문하게 된다.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나는 이웃으로부터 1마일 떨어진 숲속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나는 메사추세츠주 콩코드에 있는 월든 호수의 가장자리에 손수 집을 지었고, 내 두 손으로 직접 노동하여 생계를 유지했다. 나는 그곳에서 두 해 두 달을 살았으나 지금은 문명 생활의 일시 체류자로 다시 돌아와 있다. (11쪽)


소로가 월든 호수에서 혼자 살아가면서 기록한 글은 이미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으로 남았다. 1900년 대의 삶이 현재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사고와 철학 때문이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주제별로 쓴 글은 때와 장소를 바꾸어 현재에도 적용할 수 있다. 물론 전부가 그런 건 아니다. 시대가 변하는 만큼 가치도 변화하니까.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 가운데 필요한 노동을 회피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소로의 말처럼 인생을 진지하게 살아가는 건 중요하다.


인간에게 필요한 노동을 조직적으로 회피함으로써 탐욕스러운 여가를 얻은 학생은 치욕스럽고 실익 없는 여가를 얻는 것이며, 인간의 여가를 유익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체험을 자신인 스스로 걷어찬 것이다. (중략) 처음부터 끝까지 인생을 진지하게 살아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생활 실험을 직접 해 보지 않는다면 어떻게 젊은이들이 인생을 더 잘 살아낼 수 있겠는가? (72쪽)





누군가는 현재는 소로처럼 살 수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의도적인 삶을, 삶의 본질적인 사실을 공부하기에 현대인은 너무도 바쁘고 철학적 사유에 집중할 수 없을 테니까. 역설적으로 그런 이유로 우리는 여전히 소로의 삶을 원하고 소로의 글을 찾는다.


나는 의도적인 삶을 살고 싶었으므로 숲속으로 들어왔다. 삶의 본질적인 사실을 직면하고, 삶이 내게 가르쳐주는 것을 배울 수 있을지를 살폈다. 죽을 때가 되어서야 내가 온전한 삶을 살지 못했음을 자각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삶은 너무나 소중한 것이기에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고 싶지 않았다. (121쪽)


얼핏 자연과 하나 되는 평온한 삶을 꿈꾼다면 그건 착각이다. 생각해 보라, 혼자서 생계를 유지하는 일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밭을 일구고 집을 보수하고 겨울이면 난방을 위한 노동이 필요하다. 한 번씩 찾아오는 지인과 여행객들의 질문에 답도 해야 한다. 소로를 찾는 이들에게 소로는 어떤 사람으로 보였을까. 이상하고 기이한 사람으로 여겨겼을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타인의 삶에 대해 너무 관심이 많다. 혼자의 삶을 위해 선택한 삶에 방문객은 반갑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자연에서의 삶은 계절의 흐름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그 경이로운 장면을 소로는 세밀하게 기록한다. 월든 호수가 어떤 모습인지 그 주변에는 무엇이 있는지 자연관찰 그 이상으로 훌륭하다.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서 얼었던 호수가 녹기 시작한다. 봄의 호수를 직접 볼 수 없지만 소로는 우리를 그곳으로 부른다.










햇빛에 반짝이는 호수 표면의 파문을 쳐다보는 것은 즐겁고 신나는 일이다. 환희와 젊음으로 가득 찬 호수의 맨 얼굴은 그 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 가장자리에서 반짝이는 모래의 즐거움을 대변하는 듯하다. 호수 표면은 물고기 비늘처럼 은빛으로 반짝거리는데 마치 호수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물고기 같다. 이것이 겨울과 봄의 극명한 대조다. 월든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 (412쪽)


월든은 읽는 일은 쉬우면서도 어렵다. 평범한 에세이라 하기엔 너무도 비범한 소로의 사유가 담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월든은 한 번에 읽을 수 없다. 그에 비하면 「시민 불복종」은 뭐랄까 정치적인 글이다. 소로는 주민세를 납부를 거부해서 구치소에 감금되기도 했다. 단 하루 동안이지만 그 안에서도 소로는 평온하다. 이어지는 그가 바라는 정부, 권력에 대한 글은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권력이 국민의 손에 있을진대 그들 중 과반수가, 그것도 지속해서, 통치하도록 허용하는 실제적인 이유는 그들의 정의롭다거나 소수에게 가장 공정할 것처럼 보여서가 아니라, 그들이 물리적으로 가장 힘이 센 자들이기 때문이다. (「시민 불복종」, 449쪽)


나는 노예제를 지지하는 정부를 한순간도 나의 정부라고 인정할 생각이 없다. (「시민 불복종」, 452쪽)


우리가 아는 민주주의는 정부 발전 형태에서 가장 나중의 것일까? 인간의 권리를 인정하고 조직하는 쪽으로 한 걸음 더 나가갈 수는 없는가? 정부가 개인을 한층 더 높고 독립적인 힘으로 인정하고, 그 힘으로부터 정부의 권력과 권위가 나오며, 또 개인을 그런 위상에 걸맞게 대우해야만 비로소 진정으로 자유고 개명(開明) 된 국가라 할 것이다. (「시민 불복종」, 477쪽)


21세기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소로의 정부에 대한 비판과 민주주의 대한 통찰은 귀한 지침이다. 우리가 왜 소로의 글에 이토록 놀라고 감탄하는지 한 번 더 확인한다. 어떤 삶을 선택할지, 우리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지만 때로 흔들리고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소로라는 등대를 따라가도 좋겠다.


*현대지성의 월든은 풍경 사진 66장이 함께 있어 더욱 풍성한 월든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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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2-10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2관왕 축하드려요 *^^*
pc로 자목련님 사이트 들어오니 고양이가 딱 ! 고양이는 언제봐도 예뻐요 *^^*

자목련 2022-02-11 09:55   좋아요 1 | URL
미니 님의 2관왕 저도 축하드립니다.
야옹이는 사랑이에요^^

thkang1001 2022-02-10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2관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자목련 2022-02-11 09:54   좋아요 1 | URL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2-02-10 1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2관왕 축하드려요 ^^ 다시보는 사진도 예쁘네요~!!

자목련 2022-02-11 09:54   좋아요 2 | URL
새파랑 님, 감사드리며 저도 축하드립니다.
야옹이는 언제나 예뻐요.
날씨가 많이 풀린 것 같아요. 좋은 하루 이어가세요^^

서니데이 2022-02-10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자목련 2022-02-11 09:52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 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다름을 환대하는 일은 온전한 이해가 있을 때 가능하다. 나와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정보공개가 전제가 필요하다. 그 과정엔 예상하지 못한 장애물이 등장한다. 그런 모든 것들을 통과한다는 건 결국 상대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일이다. 나와 다른 모습, 다른 생각, 다른 곳에서 태어난 이들이 모두 어울려 살아가는 일은 김초엽의 단편집 『행성어 서점』속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김초엽의 짧은 소설 14개는 그런 세상을 보여준다. 가까운 미래, 혹은 현실에서도 이미 누군가는 경험했을지 모를 일상, 아직은 멀게만 느껴지는 상상 속 우주의 이야기로 독자를 이끈다. 기이하면서도 낯선 설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결국 김초엽이 말하고자 하는 건 연대와 환대라는 걸 확인하며 자연스럽게 소설에 녹아든다. 거기다 소설의 내용을 표현한 그림의 역할도 훌륭하다. 이건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다 그림을 보면 훨씬 이해가 쉽다.


현실이 아닌 공상의 한 장면을 마주하고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소설 속 행성어 서점이 궁금하고, 이끼 같은 먼지 뭉치인 외계에서 온 식물 코코를 곁에 두고 싶고 미래에는 버섯과 공생하는 인간을 만난다면 반갑게 인사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그뿐인가. 내가 잘 안다고 믿는 이가 혹시 외계의 다른 행성에서 온 우주인은 아닐까 상상하게 되고 연구를 목적으로 개인의 영역을 침범하는 공권력을 의심한다. 말 그대로 짧은 소설인데도 잘 짜인 스토리에 감탄한다.


최고의 건축가였던 「선인장 끌어안기」의 ‘파히라’는 수술 후유증으로 몸에 닿는 모든 것에 고통을 느끼는 접촉 증후군을 앓고 있다. 모든 물체와 접촉을 피하는 ‘진공의 집’을 설계해 그곳에 선인장과 살고 있다. 그저 닿기만 해도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는 선인장이라니. 보조 로봇인 ‘나’는 그가 지난 로봇에게 보인 괴팍한 행동의 원인을 찾는 지시를 받았다. 외부와 단절하고 살아가는 그에게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그와 같은 접촉 증후군이 있는 아이 소영과 함께 지냈던 시간, 고통과 통증을 이해하며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소영에게 배웠다. 자신과 파히리가 선인장 같다고 말한 소영. 다른 병으로 죽음을 앞둔 소영이 파히라를 안아봐도 되냐는 부분에서 나는 그만 울고 말았다. 감당할 수 없는 통증을 알면서도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었던 소영.


“고통을 주지 않는 것이 사랑일까, 아니면 고통을 견디는 것이 사랑일까(…) 나는 불행히도 나에게 고통이 곧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어.” (「선인장 끌어안기」, 30쪽)


우리가 끌어안는 선인장은 무엇일까.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그의 고통까지 전부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말하는 사랑 가운데 진정한 그것은 얼마나 될까. 파히라와 소영은 서로가 같았고 같았기에 사랑하면서도 가까이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다르다는 이유로 사랑을 꺼려 한다. 아니,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다르다는 건 완곡한 표현일 뿐, 김초엽이 전하고자 하는 건 약자와 장애에 대한 혐오와 편견이라는 걸 느낀다.


같은 지구에 사는 존재에게도 그런 대우를 하는 지구인이 우주에서 온 생명체에게는 어떻게 대할까. 사고로 3년 동안 혼수상태였던 「우리 집 코코」속 ‘나’는 그 사이 외계에서 온 식물 코코를 처음 만났다. 작은 미생물이 지구를 변화시킨 것이다. 어쩌면 미래엔 인간보다는 다른 종의 무언가가 인간을 더 따뜻하게 포옹하고 격려하는 위대한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우린 예전보다 행복해요. 이 작은 친구들이 우리의 옆에 머물러주기에, 인류는 더 이상 우주의 외로운 먼지 조각들이 아니에요. (「우리 집 코코」, 149쪽)


그런 미래에는 「지구의 다른 거주자들」처럼 행성과 행성을 오가며 여행하거나 정착하는 이들도 「멜론 장수와 바이올린 연주자」 속 다른 세계에서 같은 얼굴로 살아가는 존재도 많을 것이다. 나와 똑같은 얼굴의 이가 다른 삶을 살아간다면 어떨까. 그는 나와 같은 사람일까, 다른 사람일까.


미래의 지구는 수많은 행성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그래도 지구를 떠나지 않고 다른 행성에서 온 누군가는 정착하다. 「지구의 다른 거주자들」는 그런 미래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포항에서 강릉의 연구소로 가는 중 ‘다현’은 폐업 직전의 휴게소에서 식당을 발견한다. 그곳에서 ‘초미각자’ 주인과 맛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맛에 대한 감각이 둔한 다현은 뛰어난 미각 기능으로 음식을 즐기기 어렵다는 주인의 말에 공감하면서 그가 지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왔다는 사실에 놀란다.


어쨌든 이곳이 다른 미각을 가진 거주자들에게 더 환대를 베풀 수 있는 행성이 된다면 좋을 것이다. (「지구의 다른 거주자들」, 206쪽)


소설을 읽으면서 감각은 개별적이고 고유하다는 사실을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걸 알았다. 짜고 맵고 쓴맛을 느끼는 정도가 다를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로 다르게 느끼는 이도 있을 거라는걸. 그런 의미로 미래의 지구에는 다양성이 존중되고 나와 다른 이를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태도의 삶이어야 한다. 중대하고 위중한 이유를 들지 않더라도 공존하며 연대하는 삶 말이다. 하나가 아닌 여러 가지의 삶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이미 변형되었고, 처음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어요.’ (「가장자리 너머」, 215쪽)처럼 삶은 변화하고 그 안에서 우리는 살아야 하니까. 다름을 환대하는 조화롭고 아름다운 공존의 삶을. 


김초엽의 소설은 언제나 그런 미래를 지향한다. 다가올 미래가 소설 속 모습과는 많이 다르겠지만 우리에겐 김초엽이 소설에서 보여준 연대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힘이 필요하다. 낯선 생명체와 이웃이 되어 살아갈 수도 있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다른 세계로의 왕래를 통해 더 넓은 우주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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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1-06 17: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초엽작가가 다름에 대해 참 잘 다루는 거 같아요. 본인의 다름에 대한 철학도 화고한 것 같고. 가벼운듯 가볍지 않은 글들. 자목련님 글에 공감합니다. 이 젊은 작가 저도 응원합니다. ~

자목련 2022-01-07 10:24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래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거겠지요.
미니 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