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원, 은, 원
한차현.김철웅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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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원, 은, 원’은 말하자면, SF를 가미한 일종의 로맨스 소설이다.

딱히 의심스러운 점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럴만한 징조같은 게 있었던 것도 아닌데 갑작스레 한 사람이 사라진다든가, 그 사람이 사실은 전혀 내가 알던 사회적인 위치나 관계등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은, 그럼 대체 내가 알던 그 사람은 누구인가를 궁금하게 하며 일종의 미스터리를 자아낸다. 이런 시작이 꽤나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 ‘화차’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에 뭔가 얽혀있는 뒷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지만, 이 소설은 딱히 그렇게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하거나 미스터리 풀이나 재미를 주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다보면, 현대를 배경으로 한 줄 알았던 것과 달리 꽤나 SF적인 이야기라는 것도 금세 알게 된다. 애초에 이야기가 있게 만들고 또한 진행되게 만든 주요한 소재가 SF스런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한, 그렇다고해서 이 소설이 대단히 하드하게 SF적인 부분이 두드러지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소재부터가 사실상 지금은 폐기되었다고 할 수 있는 낣은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인데다, 그것을 통해 딱히 인간이나 인간사회를 되돌아보게 하는 그런 소설인 것도 아니라서다.

그렇기에 결국 남는 것은, 저자도 얘기하는 것처럼, 결국 로맨스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그를 위해 사용한 여러 요소들이 결국 그걸 강화하고 완성해주는 역할을 다했다고 하기는 좀 애매하다는 점은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이야기에 담은 생각이나 마무리 등은 다소 호불호가 있기에 공감하는 사람은 재미있게 볼 수 있겠으나 의문이 생기는 사람에겐 좀 묘한 이야기로도 느껴질 만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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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그래픽노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프랑시스 메티비에.이자 피통 지음, 이세진 옮김 / 지와사랑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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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시스 메티비에(Francis Métivier)’, ‘이자 피통(Isa Python)’의 ‘쇼펜하우어 그래픽노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Schopenhauer: A la découverte du Monde)’는 동명의 저서를 그래픽노블화 한 책이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서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만큼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저서이며 그런만큼 그의 철학을 대변한다고도 할 수 있는 핵심적인 내용들이 담겨있는 저서이기도 하다.

그는 이 저서에서 세계를 (제목 그대로) ‘의지’와 ‘표상’이라는 것으로 설명하려 하는데, 대부분의 철학저서들이 그런 것처럼 여기에서 얘기하는 단어들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이 저서에서만 한정적으로 다시 정의해서 사용하는 단어인데다 직관적이지 않은 개념과 논리를 쌓아서 진행하기 때문에 하나 하나를 집중해서 따라가지 않으면 중간에 길을 잃어버리기 쉬운데, 이 책은 그 핵심을 간추려 꽤나 잘 정리해 담은 편이다.

‘표상’과 ‘의지’를 각각 크게 ‘인식’과 ‘예술’, ‘생명체’와 ‘도덕’으로 나누어 총 4부에 걸쳐 그의 철학을 전하는데, 많이 요약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용어나 내용 자체는 원본의 것을 따르고 있기에 쉽게 읽을 수 있다거나 하는 것까지는 아니다.

그래도 그래픽노블인만큼 내용을 그림을 통해 표현하거나 적당한 예시를 만화로 보여줌으로써 이해를 더하려고 노력했고 지문을 통한 내용 전달과 만화간의 전환도 나쁘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읽어나갈 수 있으며 일종의 요약본이라 짧은만큼 재차 다시 읽기에도 큰 부담이 없다.

오래된 저서인만큼 자연이나 생물 등에 대해서는 좀 잘못된(꼭 맞다고 하기는 어려운) 것들도 보이기는 한다만, 지금도 유의미하게 인용되는 대표적인 서양 철학 중 하나이므로 한번은 읽어보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좋을 듯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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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김민경 외 지음 / 북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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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은 흥미로운 단편 수상작 다섯편을 담은 소설집이다.

실로 엄청난 수의 응모작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 많고 많은 작품들 중에서 겨우 몇개로 손꼽힌 수상작을 모아 엮은 것이라서 그런지 수록작들은 모두 상당히 괜찮은 모습을 보인다.

수록작 중에는 아이디어 자체가 흥미로운 것도 있다. 그렇다고 물론 소재부터가 전혀 새로운 것이라거나 그걸 다루는 방식이 신선하다고 할만한 것은 아니라 기존작들을 연상케하는면이 있기는 하다만, 그렇게 익숙한 소재를 이미 봤던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다룬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저자의 개성과 생각이 담기면 또 어떻게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지, 새로운 이야깃거리로서 소비할만한지 보여주기 때문에 긍정적이다. 아이디어가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단편 소설이라서 더 그렇다.

그걸 보여주기 위한 캐릭터와 그들을 통한 이야기 전개도 꽤 잘한 편이다. 덕분에 캐릭터가 매력적이거나 다음을 궁금하게 하고 때로는 나 자신이나 나의 상황 등을 대입해서 생각해보게도 하며 여운을 남기는 등 이야기에 집중하고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다.

이 소설집을 통해 처음으로 자신을 선보이는 듯한 작가는 과연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로 찾아올지 기대하게 하고, 다른 소설을 냈던 작가는 과연 다른 작품에서 어떤 색과 이야기를 보여줄지 궁금하게 한다.

이 소설집에는 실을 수 없었던 (장편 등) 다른 작품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한다. 다른 이야기들을 언제 선보일지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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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롤러코스터 스토리 D
조주영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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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롤러코스터’는 흥미롭게 볼만한 모험 판타지다.

아이디어를 나름 재미있게 발전시켰다.

도서관에서 책을 좀 빌려본 사람이라면, 때때로 묘한 것들이 끼워져 있는 경험을 한 적이 적어도 한두번은 있었을 것이다. 물론, 대부분은 소설에서와같은 흥미로운 것과는 거리가 먼, 쓰레기같은 살짝 기분나쁠 수도 있는 것인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말이다.

저자는 그런 쉽게 지나칠만한 사건에 살짝 로망을 섞어 판타지스럽게 바꾸고, 그를 통해 엮이게 되는 소년과 소녀의 만남으로 줄기를 짜고, 외계 사회와 여행이라는 소재와 전개를 통해 꽤나 SF스런 상상력을 더해, 어쩌면 조금 황당해 보일 수도 있지만 어렸을 때 재미있게 보던 소위 어드벤처 무비를 보는 것 같은,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재미를 잘 보여준다.

주인공 캐릭터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흔한 인물상으로 설정하고 그에게 익숙한 현실적 상황과 고민거리가 있을을 보여준 후 그와 상반된 모험을 하게 됨으로써 새로운 생각과 경험을 통해 그를 결국 극복해나가게 된다는 것도 좋아서 전형적이지만 역시나 대중적이고 잘 먹히는 방식라는 걸 다시금 느끼게 한다.

이야기는 다소 굴곡이 있다고 하더라도 비교적 단순한 편이라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심심하다기보다는 무난하게 잘 읽히는 것에 가깝다. 비교적 단순하다고 했던만큼 너무 욕심을 부린다든가 크게 무리했다 싶은 것도 없어서 핵심 이야기에 잘 집중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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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음모 - 베나로자 왕국의 시간 여행자
한정영 지음 / 올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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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음모: 베나로자 왕국의 시간 여행자’는 완성도가 아쉬운 시간여행 판타지다.

다소 의문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설정이나 배경, 인물 등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독자에게 짧막한 프롤로그를 던져주고는 대략 중간쯤으로 보이는 이야기에서부터 진행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반에는 ‘이게 2권이었나?’라는 의문을 자연스럽게 갖게 되기도 한다.

이렇게 된 이유는 저자가 이 소설을 약간의 미스터리성을 가진 이야기로 만들려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예언같은 문구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들을 일단 들이밀어 두고는 그걸 하나씩 풀어내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려고 한 것인데, 이걸 그렇게 잘 해내지는 못한다.

그래서 난해했던 앞뒤 이야기가 짜맞춰지는 재미라든가 비밀이 파해쳐지고 이야기의 빈 자리가 매꿔지며 생기는 해소감, 만족감 같은 것은 얻기 어렵다. 그보다는 다소 불친절하게 기우듯 만들어졌다는 인상이 더 크다.

이건 이야기 전개과 연결, 복선처리 뿐 아니라 시대 배경과 인물 설정, 문제와 그 해소방법 등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기도 하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더 미래에서 온 시간여행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도 갑자기 중세 과거로 회귀한듯 시대감이 엇나간 모습을 보인다든가, 중요 장면을 작가 편의적인 갑작스런 추가 설정으로 넘기는가 하면, 인물 서사도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를 설득하지 못하고, 심지어 어째서 그런 방법을 택한 것인지도 의문스러워 등장인물에 이입하거나 이야기에 빠져들기 어렵다.

이런 것들이 서로 부정적인 시너지를 내다보니, 소설 속 세계를 마치 대체 역사가 진행된 일종의 ‘이세계’처럼 그렸는데도 불구하고 현실감에서 벗어난 이야기들을 얼버무리는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마법이라는 요소 역시 그러해서, 뭔가 특별하고 큰 일이 행해진다기보다는 좀 뜬금없다는 느낌을 더 강하게 풍긴다.

초반의 미스터리성을 포기하더라도 배경과 세계관이라는 벽돌부터 착실히 쌓아 올리고, 인물서사와 소재에 맞는 시대상을 잘 그려냈다면 그래도 좀 나았을까.

SF가 아니라 판타지라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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