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리움
이아람 지음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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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리움(Terrarium)’은 인류멸망과 그 후를 그린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이다.

가장 좋았던 점은 이야기 전개가 꽤 매끄럽다는 거다. 어린 소년을 주요 화자로 해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어머니를 찾아 어찌보면 지루하지만 그래도 안전한 벙커를 떠나 모험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는 나름 흥미를 끌기도 한다.

그 모험 과정에서 만나는 대상이나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은 듯한 이야기들이 등장하는 것에서는 SF보다 판타지같다는 생각도 강하게 들기는 한다만, 그것도 SF의 범주 안에서 적당히 뭉개기를 잘 했기 때문에 몽환적인 느낌을 주면서 아슬아슬하게 SF에 걸쳐있는 듯 느끼게 한다.

이것은 긍정적이면서 또한 부정적이기도 한 요소로 꽤 호불호가 갈릴만하다. 적당히 넘어가는 듯한 부분들이 보이기에 더 그렇다.

그래도 지구 환경과 인구증가, 식량난, 무리한 개발, 변형 단백질, 불치병 등 현재도 직면해있는 여러 문제들을 숙성시켜 꽤 그럴듯한 아포칼립스를 그려냈기 때문에 꽤 흥미롭게 볼만하다.

제목인 ‘테라리움’은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단순하게는 단어 자체의 의미 그대로 소설에도 등장하는 주인공이 소중히 가지고 다니는 그것같은 걸 말하는 것이기도 하고, 주인공 소년의 상황과 이야기를 비유하는 것이기도 하며, 크게는 지구, 더 나아가서는 우주에 대한 관점을 함축한 단어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소설은 일종의 SF적인 진화 이벤트를 그린 것 같아 나름 재미있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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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모사 1867 - 대만의 운명을 뒤흔든 만남과 조약
첸야오창 지음, 차혜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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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야오창(陳耀昌)’의 ‘포르모사 1867(傀儡花)’는 19세기 헝춘반도의 이야기를 그린 역사 소설이다.

역사라는 건 좀처럼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경우가 없다. 애초에 기록되지 않은 경우도 있으며, 기록되었으나 누락이 있는 경우나, 심지어는 후대에 개작하여 변조되는 경우도 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약간의 혐오감을 담아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도 하지 않던가. 설사 진짜 역사 기록물을 보더라도 절대란 건 없다는 비판적인 시선을 가져야하는 이유다.

그대로 제대로 남아있는 기록이 없는 것보다는 낫다. 제대로 된 기록이 없으면 작은 조각들을 이어붙이거나, 최악의 경우 상상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대만 관점에서의 이야기를 담기위해 상상력을 발휘했다.

그렇다고 대체역사물이나 가상역사물처럼 역사라는 궤를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가상 인물을 추가하고 그의 관계과 활약을 그리더라도 그게 너무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않도록 제한하면서, 가능한 역사적 사실을 훼손하지 않으려 함으로써 분명히 허구의 이야기인 소설이지만 충실히 역사를 재구성해 담으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대만과 대만인, 대만의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주요 사건들을 따라가며 그들의 생활상이나 역사를 알 수 있다. 중국의 갖은 선전 공작 때문에 대만을 중국에서 떨어져 나온, 혹은 부속이거나 주(State) 같은 걸로 착각하기 쉬운데, 조금만 더 알아도 소위 한족으로 통용되는 중국인들과 대만인이 얼마나 다른지를 알 수 있다.

그들이 계속해서 몰려오는 강대국들의 등쌀을 이겨내며 어떻게든 생존권과 민족성을 지켜가려고 하는 모습은 침략자인 미국인들에게 대항하는 인디언들을 연상케도 하고 강대국과 밀당을 하며 존속해나가려고 하는 과거 한국 국가들의 일면을 보는 것도 같아서 차마 낯설지가 않다.

역사적인 이유, 작은 오해와 실수, 많은 욕심들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도 우리에게 익숙한 제국주의 침략전쟁의 그것으로 보여 꽤나 이입된다.

역사를 잘 담으면서 소설로서도 꽤나 이야기를 잘 풀어내지 않았나 싶다.

소설은 넷플릭스에서 ‘스카루(斯卡羅; Seqalu: Formosa 1867, 2021)’란 이름으로 드라마화되었는데, 드라마도 평이 꽤 좋으므로 함께 보면 좋을 듯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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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기 소년소녀 - 미래 과학과 고대 마법으로 두 세계를 구하라 스터디 픽션 시리즈
고호관 지음 / 북트리거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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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기 소년소녀’는 SF와 판타지의 만남을 재미있게 그린 소설이다.

기본은 SF다. 배경이 되는 세계도 과학에 기반한 세계고 이야기 역시 과학적인 이론이나 장치들을 이용한 미래 세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30세기에 이룩한 우주 개발, 과학 성취는 물론 상당히 미래적인 에너지 생산 방식 같은 걸 얘기하는 것도 꽤 볼만하다. 이것은 최근 인공태양 기술이 상당한 진전을 보이기도 했기 때문에 더 흥미롭다.

그런 SF 세계에 뜻밖에 사건으로 난입해오게 된 인물로 인해 마법적인 요소가 섞이게 되는데, 이게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마법을 무리하게 과학으로 풀어내려 한다든가 하지 않고 원래의 신비로운 기술로 놓아두었기 때문에 마법적인 요소가 사용된 부분은 너무 두루뭉술하고 논리적으로 잘 납득이 안되기도 한다.

하지만, 마법은 대게 그런 식인 경우가 많고, 마법적인 요소가 연관된 부분 외에는 크게 무리가 없기 때문에 적당히 넘어갈만하다. 중간에 괜히 멈칫하며 갸우뚱하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과학을 배운 사람이라 그래도 이런 쪽에 강점이 있는건가 싶다.

이건 이야기 구성도 괜찮고 전개가 대체로 매끄러우며, 지루해질만한 부분을 과감하게 건너뛰면서 속도감있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를 비교적 분명하게하고, 모험을 통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인물들의 성장같은 걸 느낄 수 있게 한 것도 좋다.

별도의 교과 연계 특별부록을 PDF 파일로 마련하여 책에 다 담지못한 과학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게 한 것도 좋은데, 다운받으려면 전용 프로그램을 설치하라는 짓을 하는 건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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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메다의 고양이
슈카와 미나토 지음,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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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카와 미나토(朱川 湊人)’의 ‘안드로메다의 고양이(アンドロメダの猫)’는 완성도가 다소 아쉬운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적당한 느와르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야기의 중점이 거기에 맞춰져 있는 것은 아니다. 주로 하는 이야기가 주인공들의 상황이나 생각, 감정에 대한 것인데다 중반부가 말랑하게 흘러가기때문에 전체적으로 느와르같아보이지 않지만, 이야기의 주요 소재나 전개가 대중적인 느와르의 그것과 같다.

그건 소설을 좀 뻔하게 제약하는 면이 있다. 좀 당연한 듯 이후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쉽게 그려진다는 얘기다. 다른 장르였다면 다르게 이어질 수 있었을 것도 느와르에선 벗어나게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호불호가 있을만 하다.

물론, 느와르 공식을 나름 잘 따른 구성을 하고있기에 이야기의 완결성이 나쁘진 않다. 그러나, 그래서 오히려 하려는 이야기가 약해지는 느낌도 든다. 사랑에 대한 것도 그렇고 패미니즘적인 이야기도 그렇다.

이건, 단지 느와르성이 가진 강렬함이 더 주목을 끌어서 그런 것이라기 보다는, 주인공의 생각과 선택에 공감할만큼 서사의 전달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인 것이 더 크다. 안좋았던 남성 경험, 동정심, 미처 몰랐던 마음 등 그걸 설명할 요소들이 있기는 하지만 좀 파편적이고 전개 역시 다소 급진적이다. 그래서 주요 인물들에게 쉽게 이입하기가 어렵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가 딱히 대단한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느닷없이 그런 세계에 발을 들인다는 것도 그렇고 일이 틀어졌을 때의 선택이나 행동도 그렇다. 일반인이라서 그렇게 행동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시작이 너무 거해서 좀 좋을대로 갖다 붙이는 모양새가 된다.

왜 하필이면 느와르였을까. 중간에 살짝 비틀어 다른 길을 가거나 느와르 요소는 그저 이야기의 시발에만 사용하고, 중간의 느슨하던 인간 드라마적인 이야기로만 죽 이어가는게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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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기다려
이옥수 지음 / &(앤드)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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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기다려’는 정체성 문제를 담은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주의 바란다.

보통은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왜냐하면, 눈을 떴을 때(정확하게는 기억이 있는 때)부터 부모라고 하는 이들이 있었고, 그들이 나에게 어떤식으로 얼마나 어떤 감정을 쏟아왔는지를 성인이 되어 어설프나마 독립이라 할만한 생활을 꾸리게 될 때까지 싫어도 느낄 수밖에 없이 쏟아부어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당연한 어무니 아부지의 자식, 소위 족보라는 분명한 뿌리를 가진 반만년의 건국신화로부터 이어지는 무슨 성씨의 후손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확고한지 알았던 믿음에 금이 간다면? 심지어 그게 누구보다 믿고 따르던, 가장 가깝게 사랑했던 사람의 발언에 의해서라면?

설사 가상으로라도, 그런 상황은 단지 상상만으로도 축격적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혼란스러운 마음이 가라앉으면 자연히, 그럼 내 뿌리는 어디에 있는지 궁금할 것 같고, 그런 중대한 일을 숱한 거짓말들로 채워온 혈연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에게서 알수없는 거리감과 어색함을 느끼게 될 것 같다. 당연히 객기같은 반말심도 일지 않을까.

이런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있을만한 긴장과 고민이 함께하는 심정을 저자는 꽤 잘 담았다. 전혀 다른 얘기인 것처럼 시작해서,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잘 한 편이다. 너무 잘해서 쉽게 상상이 가기에 너무 뻔해보이기도 한다만, 이건 다르게 말하면 누구든 쉽게 공감할만한 상황과 이야기를 그려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게 이 소설을 모두 설명하는 것 같다. 전개가 너무 뻔해서 쫌 식상하게 느껴지면서도, 쉽고 공감할만한 대중적인 감성을 자극하기에 나쁘지는 않다는 것, 심지어 전혀 다른 상황인 사람들도 공감할만한 감성을 담았다는 것이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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