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픽션 나이트
반고훈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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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픽션 나이트(Horror Fiction Night)’는 호러같으면서 또 호러같지 않은 호러 소설집이다.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써온 작가의 호러, 미스터리 소설을 모은 소설집이라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당신과 가까운 곳에’은 전형적이고 고전적인 공포 소설에 가깝다. 폐가 체험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하나씩 무서운 이야기를 꺼내고, 그들의 이야기는 과연 진짜일까, 귀신은 있을까 등을 궁금케 하면서 이야기를 꽤 잘 연다.

‘시체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미스터리 소설로 낙서를 통해 익명으로 주고받는 말을 통해 전개되는 이야기를 꽤 흥미롭게 그렸다. 어쩌면 뻔하지만, 그래서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재미있게그린 꽤 괜찮은 미스터리다. 현실적인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호러 소설스럽기도 하다.

‘벽 너머의 소리’는 소설집의 컨셉(호러)에서 꽤나 벗어나있는 작품이다. 청소년 문제와 그것에 대응하는 이야기를 그린, 굳이 정의를 하자면, 일종의 히어로물에 더 가깝달까. 캐릭터의 성장을 보여주는 것도 꽤나 정석적인 히어로물같다. 그 활약의 결과가 다소 호러스러운 풍문을 만든다는 것이 그나마 소설집의 컨셉과 닿아있다.

‘과거로부터의 해방’도 컨셉에서 벗어난 소설인데, 주인공이 마치 몽유병같은 증상을 겪는다는 점이 그나마 컨셉에 닿아있기는 하다만 좀 억지스런 연결성이긴 하다. 술과 그로인한 문제를 담았다는 점에서 다소 공익물스런 느낌도 드는데, 개인적으로 술도 좋아하고 실수를 한적도 있기에 좀 뜨끔한 소설이었다.

‘검은 짐승들’은 초반부터 좀비물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어떻게 좀비사태가 일어났는가를 화자가 회상하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기묘한 마을과 마을에 숨겨진 비밀, 그리고 좀비사태로 이어지는 설정이 꽤 흥미롭다. 다만, 그 근원이라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후 일언반구도 없다보니 뭔가 다른 이야기의 프리퀄같은 느낌인 것이 좀 아쉽다.

‘제3의 종’도 ‘과거로부터의 해방’처럼 좀 공익물스런 소설이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외딴 바닷가로 떠나는 두 남자의 대화를 통해 판타지같은 이야기를 그리는데, ‘이토 준지’의 만화같이 망해가는 세상에서의 괴기현상같아 묘하게 분위기있다.

‘귀신은 있다’는 소설집의 시작을 연 ‘당신과 가까운 곳에’와 수미쌍관을 이루는 것으로, 이 소설집을 ‘호러 소설집’이라는 하나의 테두리로 묶는 역할을 한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공포 소설에 가까운데, 엔딩이 좀 복잡미묘한 느낌을 들게한다.

수록작들의 공통점은 모두 약간의 반전을 갖고 있다는 거다. 이 단편 공포물에서 많이 사용하는 장치는 미스터리에도 잘 어울린다. 진실 혹은 뒷이야기에 대한 비밀은 이야기를 끝까지 흥미롭게 읽게 한다. 그런점에서 반전, 즉 미스터리 요소를 꽤나 잘 사용한 편이다.

호러 소설집을 내세운 것 치고는 그런 느낌이 좀 적다는게 좀 걸리기는 한데, 이야기가 자체는 볼만해서 별로 크게 신경쓰이진 않는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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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공룡 이야기는 모두 틀렸다!
닉 크럼턴 지음, 개빈 스콧 그림, 김맑아 옮김 / 라이카미(부즈펌어린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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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크럼턴(Dr. Nick Crumpton’이 쓰고 ‘개빈 스콧(Gavin Scott)’이 그린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공룡 이야기는 모두 틀렸다!(Everything You Know About Dinosaurs is Wrong!)’는 잘못된 공룡 상식을 집어주는 책이다.

공룡학만큼 최신의 정보가 중요한 분야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직도 여전히 공룡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공룡은 꽤 많은 부분이 상상으로 채워진 것들이고, 그렇기에 공룡에 대한 가설들은 대부분이 다른 사실을 증명하는 아주 작은 화석 조각만으로도 손쉽게 허물어지는 마치 모래위에 지어진 성처럼 여린 것들이다.

심지어, 그렇게 발견된 새로운 증거라는 것이 다시금 새롭게 발견된 증거로 반박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식으로 번복된 것은, 공룡이 거대한 파충류의 일종일 것이라는 것에서부터, 파충류이니 당연히 변온동물일거라는 단순한 추론, 뿔이 달렸다거나 목이 짧고 꼬리가 길거라는 등 외형적인 면은 물론, 동롱뇽 같은 애들처럼 배를 깔고 기어다닐 것이라는 것이라든가 큰 몸을 지탱할 수는 없을 것이기에 바다에서 살았을 거라는 등 생태적인 부분까지 거의 대부분에 해당할 정도로 많다.

문제는 그렇게 바뀐 정보들이 제대로 전파되지 않는다는 거다. 의외로 어렸을 때 접했던 흥미위주의 공룡 컨텐츠에서 받은 인상만을 그대로 간직하는 사람이 꽤 많다.

이 책은 그것을 마치 질의응답을 하는 식으로 재미있게 담아냈다. 그간 바뀐 정보들에 초점을 맞춰서, 과거에 알려졌던 흔히 알고있는 것들은 무엇인지를 먼저 얘기하고 그게 왜 틀렸으며 지금은 무엇이 더 정설에 가까운지를 바로잡는 식으로 구성해서, 단순히 최신의 정보만을 담은 것보다 더 흥미롭게 볼 수 있도록 했다.

다른 정보를 대비해서 보여주는 것은 새로운 정보를 강조하는 효과도 있다.

재미와 지식 전달을 꽤 균형있게 잘 잡은 책이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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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못다 한 이야기들
마르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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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레비(Marc Levy)’의 ‘차마 못다 한 이야기들(Toutes ces choses qu’on ne s’est pas dites; All Those Things We Never Said)’은 뜻밖의 여정에 나서게 되는 부녀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꽤나 엉뚱하다. 왜냐하면, 좀 말이 안되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한편으로는, 혹시 어딘가에선 정말로 만들어지고 있는 거 아닐까 싶은 의구심, 혹은 그랬으면 좋겠다는 일종의 바램같은 것들이 분간할 수 없이 뒤섞여서 어쩌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놀랍도록 본인과 꼭 닮은, 심지어 어느 정도까지는 기억도 갖고있는, 그래서 자칫 본인이라고 착각할만도 한 안드로이드라는 건 말이다. 로봇 기술, 기억 이식술 등 여러 SF 요소를 뒷배경으로 가진 존재다만 그렇다고 이 소설이 그런 존재에 초점은 맞춘 SF인 건 아니다. 그보다는 일종의 가족 드라마에 가깝다.

결혼을 앞둔 시점에 갑작스레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예정도 깨지고 마음도 이상하던 때, 마치 장난처럼 등장한 아빠 로봇은 이전 아빠의 기억 뿐 아니라 잘도 딸의 근황까지 조사해서는 진짜 아빠처럼 짜증나게 하는 한편, 시한부적인 기회라는 것을 빌미로 자꾸 그녀를 묘한 쪽으로 향하도록 부추긴다.

그렇게 떠나게 된 여행에서 ‘줄리아’는 아빠 생전에는 전혀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나누고, 몰랐던 모습이나 진심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데 이게 아빠의 장례 후에 이뤄진 일이라는 것이 꽤나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소위 ‘늦고나서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좀 뻔한 메시지를 기본으로 한 것이지만, 그것을 전해주는 방식이 좋은 편이다. 전개가 무난해서 잘 읽히고, 역사와 사회, 인생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하지만, 다소 엉뚱하고 코믹한 상황을 통해 너무 무겁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가기에 부담스럽거나 하지도 않다. 코믹한 요소 역시 중간 중간 톡톡 튀는 맛이 있지만 경박하지 않아 드라마에 잘 녹아있다.

진지하게도, 가볍게도 볼만하다.

소설은 인기에 힘입어 동명의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는데, 한국어판 표지에 쓰인 사진이 바로 그 드라마 포스터다. 이건 소설을 읽을 때 좀 외형적인 캐릭터를 갖고 보게 만들어 일장일단이 있는데, 결론적으로는 그렇게 부정적이진 않았다. 다만, 자연스럽게 어떻게 연기했을까를 생각해보게 해서 나중에 드라마로도 한번 보고싶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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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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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江國 香織)’의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いくつもの週末)’는 사랑을 주제로 한 에세이다.

소설로 워낙에 유명한 작가라, 그녀가 쓴 에세이는 과연 어떤 문체, 어떤 내용일지, 단지 에세이라는 것 만으로도 좀 흥미롭다.

반면에, 개인적인 경험을 써낸 에세이이기 때문에, 소설이 주는 잘 짜여진 이야기로의 재미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꽤나 독특한 느낌을 준다. 에세이라고 하고, 분명 그런 내용들이 담긴 것인 것도 맞지만, 읽다보면 문득 ‘어? 이거, 픽션인가?’하는 지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해서 딱히 그녀가 써낸 그녀의 일상, 그 중에서도 사랑에 관한 이야기와 생각들이 그 자체로 대단히 특별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그걸을 담아낸 문장과 그것을 표현하는 문체 때문에 것에 가깝다.

흔하게 쓰면 뻔할만한 이야기도 느낌도, 이 소설가는 참으로 매력적으로 써낸다. 그래서 꽤나 정작 묘사되는 일상과 풍경, 주요 관계 대상인 남편은 물론 심지어 저자 자신까지도 꽤나 파편적으로 담겨있는데도 묘하게 캐릭터성을 느끼게 한다. 그것이 독자가 절로 나머지 부분들을 자신만의 상상으로 채우고 이 책을 마치 소설인 것처럼 여기게 만든다.

단지 이것 때문만이라도 한번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무엇에 대해 얘기하는가 등은 직접 읽어보면 되니까.

이 책은 2004년에 나온 책의 리커버판으로, 원서가 1997년작이란 걸 생각하면 더욱, 꽤 오래된 책이라고 할만하다. 내용도 일상(현실)을 소재로 한 에세이라서 충분히 지난 시대감 같은 것이 느끼게 할만도 한데, 참 그런 것도 없다. 세월을 타지 않는다는 것도 새삼 놀랍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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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녹스 Beo Nox
이설 지음 / 좋은땅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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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녹스(Beo Nox)’는 유전자 조작과 가상현실을 소재로 한 SF 소설이다.


소설을 읽으며 처음 드는 생각은, 저자가 자신의 이력을 잘 이용했다는 거다.

전자공학부, 특히 반도체 이론을 주요하게 사용했고, 거기에 유전공학 등 의공학적인 것이나 인공지능, 시뮬레이션 같은 컴퓨팅 분야에 대한 지식같은 것들을 꽤나 솔직하게 결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종의 데자뷰 같은 것도 많이 느낀다. 같은 소재를 비슷하게 사용한 것도 있고, 반대로 다르게 사용한 것도 있어 괜히 비교해보게 되기도 한다.

여러 기술적인 용어와 자료들을 참조해 기술한 내용들은 나름 나쁘지 않다. 특히 반도체의 구성과 작용같은 것들을 인간들의 그것으로 대응해서 얘기하는 것은 새로운 관점이라는 점에서 꽤 흥미롭기도 하다. 빗댄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거나 찾아본다면 ‘이걸 이렇게 댔네?’라며 재미를 느낄만도 하다.

문제는 이것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간의 온도차가 좀 큰 방식이라는 거다. 거의 1:1로 가져와 사용했기 때문에, 자칫하면 불필요하게 전문용어를 심지어 영어 그대로 가지고 와서는 억지스럽게 매핑하려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 소설이 기본적으로는 SF지만 다분히 종교적인 판타지 성격도 갖고있기에 더 그렇다. 게다가 이것은 SF적인 요소나 인간성을 부각하는데만 사용되는 게 아니라 이야기의 주요 흐름 등에도 꽤나 깊게 관여한다. 이것이 이 소설에 호불호성을 만든다.

취향에만 맞다면 나름 공학적인 상상력이 흥미로운 소설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다소 습작처럼 여겨질 수 있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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