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용법 - 제1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작 신나는 책읽기 33
김성진 지음, 김중석 그림 / 창비 / 201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가 바라는 엄마는 밥, 청소, 빨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캡슐 마녀의 수리수리 약국 - 제1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난 책읽기가 좋아
김소민 지음, 소윤경 그림 / 비룡소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캡슐 하나로 영혼이 뒤바뀐다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폼 잡는 이론이나 용어 빌리지 않고, 일상의 언어로 정치를 이야기해보자고. 평소 정치에 관심 없는 게 쿨한 건 줄 아는 사람들에게, 그 놈이 그 놈이라는 사람들에게, 좌우 개념 안 잡히는 사람들에게, 생활 스트레스의 근원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정당들 행태가 이해 안 가는 사람들에게, 이번 대선이 아주 막막한 사람들에게,(30쪽)

폼 잡는 이론이나 용어로 이야기하는 정치는 솔직히 어렵다. 그래서 따분하고, 뭔 소린지 모르니 관심도 덜 갖게 된다. 게다가 우리 나라 사람들 정치 얘기하다보면 꼭 싸운다. 나의 경우에도 그런 경우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정치에 대한 대화는 덜 하게 된다. 특히 결혼한 이후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가족들이 대부분이라, 보수 운운하는 어른들과의 의견 대립으로 날선 대화가 이어지는 게 싫어 그냥 덮고 넘어가는 경우가 더 많았다. 진실이 왜곡된 편파 보도된 언론으로부터 얻은 정보가 전부인 사람들에게는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판가름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럼 검찰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냐?" "텔레비전에서 거짓말을 떠들리가 없지 않냐?" "뉴스를 보고 안 믿으면 어쩔 것이냐." 하고 말하면 더 이상 말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BBK, 도곡동 땅, 삼성 관련 글을 읽으면서는 정말이지 진실이 밝혀지기만을 바라는 마음이었다. 금융사기꾼이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폄하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만 진실이 궁금하다. 또, 이 나라의 경제의 버팀목을 자처하는 삼성, 그들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와 그들의 범죄를 막을 수가 없는 이 나라의 한심함에 울컥한다. 삼성을 비호한 그들의 진실이 궁금하다. 이 세상의 중심에 돈이 최고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씁쓸하다.

 

사실 김어준총수의 말투가 별로인 나는 그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그의 사고가 얼마나 재미있는가를 발견하고는 나의 우둔한 머리로는 생각지 못할 것들에 반했다. 

검찰이 공무원이라서, 직업인으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승진 욕구, 생활 욕구를 정치가 아닌 방법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거야. 일반 고위 공무원들을 생각해봐. 은퇴하면 관련 기업에 쉽게들 취직한다고. 하지만 검찰은 어디로 가. 그 진로라는 게 생각보다 제한되어 있어.(중략)

돈 많이 주고 노후 보장해주고 독립시켜놓으면 인간은 스스로 명예로운 일을 하려고 한다고. 거기서 존경을 얻고자 한다고. 검찰 개혁하면 자꾸 거대 담론을 얘기하는데, 그들이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뭘 얻고자 하는지, 그들이 스스로 뭘 빼앗겼다고 생각하는지, 뭐가 아쉬운지, 인간적으로 어떤 자괴가 있는지, 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133쪽)

우린 섬이 아닌데도 섬처럼 사고하잖아. 그럴 수밖에 없어. 삼면이 바다이고 나머지 한 면은 벽이니까. 분명 육지로는 이어져 있는데 '프랑스에 차를 타고 대륙을 횡단해 가봐야겠다.', 이런 상상이 불가능하잖아. 그래서 항상 우린 세계를 우리와 별도의 공간으로 인지하지.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 이런 구호, 조금만 생각해보면 웃긴 말이라고. 그럼 우린 활성인인가.(웃음) 우리도 세계 속에 있어. 그런데 자꾸 세계로 가자고 하잖아. 세계가 우리만 달랑 빼놓고 나마지들끼리 모여 따로 특설 링 만들었냐고.(웃음) 그런데 우린 그렇게 생각하거든. 섬나라 의식이지.(204쪽)

통일을 이야기하면서 우리의 섬나라 의식 극복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이 사람의 시야가 얼마나 넓은지를 알았다. 이제부터는 그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이게 될 것 같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랬다. 우린 정말 섬이 아닌데 섬처럼 사고 있었던 것이다. 섬나라 의식을 극복할 수 있다면 우리의 세계에 대한 인식은 넓어질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 '서울역에서 기차 타고 평양 거쳐 모스크바 지나 파리까지 가는 상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럼 진보 진영은 어떻게 변화해야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거야?(220쪽)

라는 질문에 김총수가 답한다. "자신들이 설득할 대상과 가장 먼 언어로 말하는 이들이 진보 정당 사람들이라는 거./ 진보 정당이 구사하는 언어는 이미 자기들이 설득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만 알아먹는 언어라고./ 상대가 알아먹어야 메시지인 거지, 상대는 못 알아먹는데 어떻게 메시지냐고. 혼잣말이지. 정치를 혼잣말로 하면 어떡해."라고 말하는 그의 대답은 진보 진영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처음 만난 상대 앞에 재무 계획서와 신혼방 설계도를" 꺼내 놓는 진보군으로 비유하는 그의 말이 너무 옳아서 재밌는 글이었음에도 혼자 슬퍼하고 있었다. 그의 계획서와 설계도를 집어 와서 표지만 화려하게 바꾸고 총천연색 컬러로 인쇄한 보수 군의 이야기, 거기에 넘어간 국민 양. 이 상황의 적절한 비유라 너무나 슬펐다. 우린 그렇게 속았던 거라고.

 

난 사실 재벌들에게 국가 경제를 위해 일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고 생각해. 기업은 시장의 룰을 지키는 한도 내에서 합법적으로 열심히 일해 이윤을 남기면, 그걸로 제 소임을 다한 거라고 생각해.

......

기업은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고, 그걸 요규해서도 안 되고, 다만 그들이 시장의 룰을 지키며 각자의 욕망에 충실한 것이 결과적으로 국가에 이익이 되도록 시스템을 건강하게 만들면 되는 거라고, 난 생각해. 그러니까 특정 기업이, 그 기업의 구성원들에 위해, 자발적으로 사회적 책무를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건 대단히 반가운 일이지만, 그걸 국가 단위에서 요구하는 건 그 폐해가 크다, 난 그렇게 생각하는 쪽이야.(281쪽)

나의 생각도 그렇다. 기업이 시장의 룰을 지키며 합법적으로 이윤을 남긴다면 삼성과 같은 거대 재벌이 나라가 망한다는 망언은 하지 않을 것 아닌가.

 

구조를 장악하는 게 기득권이야.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민주당처럼 이명박이 흘린 거 주워 먹어야 하느냐. 진보 정당처럼 광야에서 홀로 외쳐야 하느냐. 아니라는 거지. 그 두 가지 대처 모두 그 거대한 구조에 이미 압도당한 자들의 패배적 반응이라는 거지.

구조에 저항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구조에 맞부딪쳐 깨는 방법과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버리는 방법.

......

거대 담론에 매몰되면 안돼. 물리적인 구조만 구조가 아니야. 그거야말로 보수의 관점이야. 본질만 정확하게 이해하면 그런 기회는 반드시 온다.(302쪽~303쪽)

역사는 나선형으로 진보한다고 했던가. 퇴보되었던만큼 각성하고 그만큼 더 발전될 수 있다면 지금의 현재가 부정적이지만은 않을 것 같다. 이대통령의 집권으로 우리 나라의 민주주의를 다시 되돌아볼 시간을 갖게 되었고, 그런만큼 우린 더 발전된 민주주의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일 수 있겠단 생각을 하니 희망적이다. 긍정적이다. 노무현대통령이 이루어놓은 자유민주주의를 되돌려 놓은 이대통령을 생각한다면 우린 다시는 이런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러니 우리는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조를 장악한 기득권을 향해 맞부딪쳐 깨는 것과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 저항하면 된다는 김총수의 말이 희망적이란 생각을 한다. 작은 구멍하나가 큰 벽을 허물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작은 노력들이 쌓여 지금보다 훨씬 더 괜찮은 나라가 될거란 희망적인 생각을 한다.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구입해두고 한참동안 읽을 결심을 하지 못했다. 너무 슬플 것만 같아서, 가슴이 아플 것만 같아서 좀 더 나중에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국 읽어내고야 말았다. 

김애란, <달려라, 아비>로 처음 만났던 작가다. 2005년 말에 김애란을 만나고 얼마나 많이 흥분하며 좋아했었는지 모른다. 새로운 작가의 새로운 유머가 독특했다. 그녀의 작품이 주는 신선함때문에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 뒤에 나온 두번째 작품집은 아직 읽어보지 못한채 시간이 흘렀고, 그녀가 처음 내 놓은 장편소설을 읽게 되었다. 역시나 사랑스러운 작가다.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두근두근 내 인생>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불치병에 걸린 소년, 한아름. 그에겐 평범한 삶이 가장 어려운 삶이다. 남들처럼 산다는 일이 쉽지 않다. 

남들보다 빨리 늙는 병에 걸린 탓에 아름이의 나이는 열일곱이지만 몸은 이미 할아버지의 몸이다. 아름이의 나이에 부모는 아름이를 낳았고, 아름이의 나이에 두배가 되었지만 아름이보다 젊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 아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은 어떠할까? 만약 내 아이가 아름이와 같은 병에 걸렸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생각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진다. 나보다 더 빨리 늙어가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이 얼마나 가슴 아프겠는가. 보통의 아이들과 다르게 자라난다기보다 늙어가고 있는 자식을 아니 죽어가고 있는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생각만해도 가슴이 서늘해진다. 차라리 내가 아픈게 낫지.하는 마음이 들 것 같다. 

하지만 작가는 아름이를 늙어가는 병에 걸린 아픈 아이로만 그려내질 않는다. 몸이 자라는 만큼 생각도 키우기 위해 닥치는대로 책을 읽은 아름이, 그 아이의 생각의 그릇은 그 아이만큼 자라났다. 자신을 낳고 길러 준 부모를 생각하며 글을 쓰는 아름이는 정말이지 사랑스러움 그 자체이다.  

서하와 주고 받았던 편지들을 통해 아름이는 한층 더 자라나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36세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의 거짓된 편지였다는 것을 알게 된 충격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쉽진 않았겠지만 말이다. 서하와 아름이의 애틋한 편지가 오갈데마다 조마조마했던 것이 둘 다 불치병에 걸려 결국 누군가가 죽고나면 얼마나 가슴 아플까였는데 작가는 독자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거짓된 편지로 마무리를 한다. 생각지도 못한 결과라 아름이의 마음에 상처가 더 컸을 것만 같다. 독자인 내게도 충격 그 자체다. 불치병에 걸린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야기를 그리기 위해 아름이에게 접근한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의 모습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용해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사람의 위로는 거짓이었을테니 말이다. 

<두근두근 내 인생>이라는 제목이 참 좋다. 마치 내 인생에도 어떤 설레임이 가득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을 불러 일으킨다. 살아가는 일이 힘들다고 생각할때가 있다. 그때에 잊지 않고 기억해두어야겠다. 이 세상은 "살아있는 것 투성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아름이가 서하에게 썼던 편지 글,  

   
 

여러가지 색깔이 뒤섞인 저녁 구름. 그걸 보면 살고 싶어져.
처음 보는 예쁜 단어. 그걸 봐도 나는 살고 싶어지지.
다음은 막 떠오르는 대로 나열해볼게.
학교 운동장에 남은 축구화 자국, 밑줄이 많이 그어진 더러운 교과서, 경기에서 진 뒤 우는 축구선수들, 버스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여자애들, 어머니의 빗에 낀 머리카락, 내 머리칸에서 아버지가 발톱 깎는 소리, 한밤중 윗집 사람이 물 내리는 소리, 매년 반복되는 특징 없는 새해 덕담, 오후 두시 라디오 프로그램에 전화를 걸어 말도 안되는 성대모사를 하는 중년남자, 내 상상의 속도를 넘어서며 새롭게 쏟아져나오는 전자기기들, 한낮의 물리치료실에서 라디오를 통해 나른하게 들려오는 복음성가, 집에 쌓인 영수증......
와......정말 많다, 그지? 아마 밤새워도 모자랄걸? 나머지는 차차 알려줄게.

어쨌든 내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게 나를 두근대게 해.(p.271~272)

 
   

주변의 모든 것이 두근거리게 만든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어떤 인생을 살든, 감사하게,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또 하게 되었다. 또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것까지 더불어 감사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09-09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사랑스러운 소년이에요. 아름이는. 저도 이 책이 너무 너무 좋았답니다.
조금 있다가 (조금쯤 까먹을 무렵) 다시 읽고 싶어요.
진짜 제목 좋죠.. 두근두근 내인생! 김애란, 나이는 어리지만 만만찮은 내공의 작가입니다.^^

꿈꾸는섬 2011-09-09 00:19   좋아요 0 | URL
섬님도 읽으셨군요.
정말 너무 사랑스럽더라구요.
제목도 너무 좋아요. 김애란 작가도 정말 좋아요.^^

아이리시스 2011-09-09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고 싶어지지.

네, 꿈섬님. 저도 살고 있어요. 행복만으로.

꿈꾸는섬 2011-09-09 15:04   좋아요 0 | URL
아이리시스님 추석엔 더 재미나게 행복하게 보내세요.^^

순오기 2011-09-09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애란은 하나도 안 읽었으니 공감할 수 없는 영역이고~~
추석 명절 잘 보내란 인사만 전해요.^^

꿈꾸는섬 2011-09-09 23:21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도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아직 김애란을 만나지 못하셨다니 아쉽네요.
적극 추천하고 싶은 작가에요. 젊지만 내공이 상당해요.^^
 
환영
김이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일어나 한 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이상 <날개>에서

 소설의 도입을 읽으며 이상의 <날개>를 생각했다.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남편 대신 삶을 짊어져야하는 아내들을 생각하니 마음 한 구석이 갑갑하다. 김이설의 소설은 그랬다. 읽으면서 내 살을 파내는 듯한 아픔이 절절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다신 읽지 말아야지, 그녀의 소설 속 인물들의 아픔을 고스란히 느끼지 말아야지, 그런데 또 김이설의 소설을 집어 들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을 말하고 싶어했던 그녀의 소설이 또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인지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다. 

그나마 <날개>의 아내는 윤영보다는 나았을 것 같다. 윤영에게는 젖을 채 떼지도 못한 아이에, 끝없이 손을 벌리는 엄마와 동생들이 있다. 윤영에게 대체 어찌 살라는 것인지, 좀 더 똑똑했다는 동생 민영은 대학을 졸업했어도 직장을 구하지 못했고, 사업을 한다고 언니의 돈을 빌려간 채 갚지 않는다. 게다가 사채빚에 시달리기까지 했다. 부어도 부어도 끝이없는 깨진 항아리에 물을 채우듯 빚은 갚아도 갚아도 끝이 없다. 책을 내다버리며 열심히 살아보겠다던 남편은 일하는 첫날 차사고가 나서 수술을 받고, 잘 나가는 듯 보인 남동생은 동네 공판장 여자의 돈을 사기쳐 달아났다.  

"그래도 괜찮아"하고 다독여줄 수가 없다. 

"점점 좋아지겠지" 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몸까지 팔아요" 할 수도 없다. 

뭐가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다. 과연 그녀라고 그 모든 게 정말 쉬었겠는가. 

"처음만 견디면 그다음은 참을 만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자신 위에 군림한 돈을 가진 자들에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나이가 많든 적든 다리를 벌리고 모욕을 참고 수치를 견뎌야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배는 불러 살림을 합치긴 했지만 제대로 된 반지 하나 나눠끼지 못한 남편에게 화를 다스리지 못하는 그녀를 과연 욕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자신의 담뱃값조차 벌줄 모르는 남자를 믿고 살아가려고 했던 그녀의 어리석음을 탓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배우지 못하고 묵묵히 일만할 줄 아는 사람들이 살기 힘든 이 세상을 탓해야 하는 것일까?  

이기적인 나는 자기 몸을 던지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살아가지 말라고 하고 싶다.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살아가는 것이 옳다고 잘한다고 어쩌겠냐고 체념의 말도 하고 싶지 않다.

소설 속 윤영을 희롱하는 인물들 - 교감선생님, 경찰, 대학원생 등 - 에게 환멸이 느껴진다. 이 사회가 바르게 흘러가지 못하는 것이 모두 그들 탓인 것만 같다. 도덕적이여야 할 그들이 이 사회의 어느 한 곳에서 보잘 것 없는 여자를 희롱하는 일로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이 끔찍하다.  

그녀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녀가 이해되진 않는다. 모든 것은 자신의 선택이다. 별 볼일 없는 남자에게 의지하고 싶어했던 그녀의 선택이었기에 고스란히 그녀가 감당해야했다. 동생의 요구를 끊임없이 들어주며 자신의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시키는 그녀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자기가 낳아 놓은 자식을 잘 길러야겠다는 욕심도 없는 그녀가 솔직히 싫다. 젖을 물렸던 기간도 짧았거니와 남편이 아프고 난 이후에서야 아이의 입에 죽을 떠 넣었다는 그녀가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자신을 보고 웃어주지 않던 아이,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삶이 고단하고 팍팍하다고 시골집에 맡겨두고 그녀는 돈을 벌려고만 했으니 말이다. 열달을 한 몸으로 살았던 아이를 살갑게 대하지 못하는 그녀, 누구의 애인줄도 모르고 덜컥 생겨난 아이까지 미련없이 버리는 그녀가 나는 솔직히 싫다. 그녀의 고통과 아픔을 보듬어주지 못하는 나쁜 독자라 미안하다. 

그녀의 어깨죽지로 날개가 돋아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훨훨 날아갔으면 좋겠다. 다시는 가난한 부모와 형제들을 만나지 않고 못난 남편과 아픈 아이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혼자서 훌훌 털고 날아갔으면 좋겠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08-26 1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6 2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8-26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픈 이야기네요. 그리고 어쩌면 내 이웃의 이야기일 수도..
어떤 부분은 내 이야기 일 수도 있구요. 속상해요 정말.

꿈꾸는섬 2011-08-26 21:26   좋아요 0 | URL
내 이웃의 이야기가 아니었으면 싶었어요.ㅜㅜ
너무 답답하고 속상하고 그렇더라구요.
어떤 부분이 현맘님의 이야기일까 궁금하네요.

비로그인 2011-08-26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 내내 속이 좀 불편했습니다.
과연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까 싶기도 했고요.

창 너머 아파트 단지와 철거한 집들이 묘하게 대비하는 풍경이 보이는데요. 이제는 이 책을 보면서 말갛게 씻어 낸 가을하늘처럼 그녀의 삶이 어딘가에서 힘들어하고 있을 우리 이웃의 삶이 뽀드득 씻은 얼굴처럼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게 되네요.

꿈꾸는섬 2011-08-26 21:27   좋아요 0 | URL
김이설 작가의 작품 어느 것 하나 편안한 작품이 없었지요.
저도 남편에게 한참 남자들은 정말 그래? 하고 물었다죠.ㅎㅎ

바람결님의 바람대로 그녀도, 우리 주변의 고통받는 그녀들도 모두 말간 가을하늘처럼 되었으면 좋겠네요.

2011-08-31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단락이 슬프네요. ㅠ.ㅜ
/ 영화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이 생각나요. 이 소설, 작가는 어떤 의도로 썼을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꿈꾸는섬 2011-08-31 20:44   좋아요 0 | URL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을 보진 못했지만 영화소개프로에서 본 적이 있어요.
영화의 구체적인 내용이 뭔지 찾아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