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에도 눈이 올까요? - 역사 이야기 - 1980년 오월 광주 맹&앵 동화책 5
김현태 지음, 김정운 그림 / 맹앤앵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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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광주, 나는 비록 어렸고 광주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80년 5월을 기억하는 사람들에 의해 그날을 배우고 기억한다. 어린시절 아니 내가 머리가 크기 전까지 나는 1980년 5월의 진실을 알지 못했다. '전라도 깽깽이', '전라도 빨갱이', '폭도', '괴수', '간첩'......온갖 나쁜 말을 그들에게 갖다 붙였다. 지금도 간혹 나이가 많으신 분들 중에는 잘못된 정보를 진실이라고 믿고 있다. 군인들에게 짓밟혀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뭉쳐서 싸웠던 시민군들을 모조리 싸잡아 빨갱이, 간첩, 폭도라는 이름으로 더럽히고 있는 것이다. 왜곡된 진실을 알려고 하지도 않기에 그것이 더 가슴아프고 속상하다. 

학교에서도 근현대사는 제대로 배워 본적이 없었기에 갓 스물살이 되기전까지도 나는 우리 현대사의 왜곡된 진실을 참된 진실인줄 알며 살았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우리 모두가 부끄러워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1950년 남과 북의 전쟁의 상처로 인해 수많은 양민이 학살당했던 우리의 역사 위에 또다시 전라도라는 한 지역의 사람들이 무차별 공격을 받아 사망하고 외부와의 연락도 단절된채 연일 방송에서는 전라도 폭도, 간첩들이 말썽을 일으켜 진압을 한다는 거짓 방송을 일삼았다는 얘기를 듣고는 정말 어안이 벙벙했었다. 그게 우리의 역사였던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하늘이 가려지겠는가 말이다. 당시의 모든 병력과 언론을 통제하던 전두환, 노태우 신군부에 의해 자행된 폭력은 우리의 또다른 부끄러운 역사가 되었고 결국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나마 지금은 이런 상황을 마음껏 얘기라도 할 수 있는 세상이니 다행이다 싶은 마음도 든다. 

<맹앤앵> 출판사에서 참 장한 일을 했단 생각을 했다. 100쪽도 안되는 짧은 동화 속에 5월 광주의 그 뜨거운 금남로의 행렬이 눈에 훤히 보인다. 아이들이 읽기에 적당한 수위의 내용과 상황의 전개는 읽는 아이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우리의 역사를 바로 볼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민수가 바라 본 5월 광주의 참담한 모습과 아버지의 죽음, 광주에 내려와 있는 군인 삼촌, 가해자와 피해자,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되는 사람들, 그들 모두를 아우르며 5월 광주의 이야기를 끌어간다. 민수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아이들은 80년 5월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더이상 왜곡된 진실앞에 거짓을 진실이라 믿으며 자라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5월에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던 아빠, 눈이 오면 아픔도 상처도 눈물도 다 덮어준다는 아빠의 말을 떠올리는 민수, 비록 아빠가 곁에 없을지라도 오월이 되면 아빠를, 그 날을 꼭 기억하겠지. 

임철우 선생님이 쓰신 <봄날>(전5권), 황석영 선생님이 쓰신 <죽음을 넘어 시대의 아픔을 넘어>를 읽었던 감동 그대로가 느껴지는 책이었다. 아이들을 위해 이런 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맹앤앵> 출판사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5월, 어느새 벚꽃들도 제각각 흩날렸고 좀 더 있으면 시커멓게 익은 버찌들이 바닥을 물이들이겠지, 5월을 생각하면 버찌들이 물들인 시커먼 물들은 늘 핏빛이 검게 변한 듯 느껴지고 나만 혼자 소름돋아 버찌를 밟길 두려워했었다. 그것들을 짓밟아 바닥을 물들이는 것이 마치 누군가의 핏물을 밟고 지나가는 듯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오월에,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이라도 있었으니 눈이 내리는 듯 눈은 즐거웠던게 사실이다. 그렇게 마음도 가뿐해졌던게 사실이다. 

5월, 그날을 잊지 않기 위해 글로 그림으로 사진으로 우리에게 진실을 알게 한다. 잊지 말고 꼭 기억하자, 그날의 아픔도 슬픔도. 그리고 잔인함도 말이다. 다시 되풀이 되지 않길 기억하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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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5-04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표지가 너무 이뻐요~

꿈꾸는섬 2010-05-04 16:53   좋아요 0 | URL
표지도 글도 너무 예쁘고 감동적인 책이였어요.^^

2010-05-04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05-04 16:54   좋아요 0 | URL
맹앤앵 너무 장해요.^^ 칭찬받아 마땅하다고나 할까요.ㅎㅎ

같은하늘 2010-05-04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신청하면 받아 볼 수 있었는데... 너무 바빠서 서평 올릴 시간이 없어 신청 안했네요. 다시보니 아쉬움이 남아요.ㅜㅜ

꿈꾸는섬 2010-05-05 17:07   좋아요 0 | URL
정말 아쉽게 되었네요. 정말 좋은 책인데 말이죠.

비로그인 2010-05-05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어떤 시각이 되었든 영화 [꽃잎] 은 마음속 깊은 곳까지 울림을 전해준 영화였습니다... 광주비엔날레 가서 본 사진들과 많이 오버랩이 이뤄지더라고요...

꿈꾸는섬 2010-05-05 17:08   좋아요 0 | URL
<꽃잎>은 저에게도 상당히 충격적인 영화였었죠. 어린 이정현의 소름돋는 연기까지...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네요.
 
<숨비소리>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숨비소리 - 조선의 거상 신화 김만덕
이성길 지음 / 순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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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내가 사랑하는 섬이다. 육지에 살고 있는 나에게 바다는 경이로운 대상이다. 숨막힐 듯 갑갑한 일상을 벗어버리기 위해 가끔 바다를 보러 떠나기도 한다. 동해, 서해, 남해 모두 아름답지만 그중 제주도의 바다는 이루 말 할 수 없이 아름답다. 어느 곳으로 가도 바다를 만나게 되는 제주도는 내게 더 많은 위안을 준다. 삶의 여유가 있다면 종종 제주도로 여행을 가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니 제주도에 대한 동경은 더 클수밖에 없다. 

제주도의 살아 있는 역사라 할 수 있는 만덕할망의 이야기는 요새 TV를 통해서도 볼 수 있고 또 다른 소설로도 나와 있다. 그 중 내가 본 것은 <숨비소리>뿐이다. <숨비소리>에서 그려내고 있는 만덕할망의 이야기는 우리 아이들만이 아니라 청소년 어른들까지 모두 읽어두면 참 좋겠단 생각이 들게 하였다. 

열두살의 나이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고 오빠들과도 헤어져 살게 된 만덕, 관기를 하면서 모은 돈과 수양어머니에게 물려 받은 돈으로 제주의 거상을 꿈꾼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한 상인이 아니라 제주의 헐벗고 굶주린 백성들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상인이 되려고 한다. 고병기라는 악덕 상인에 맞서 정도(正道)를 걸으며 거래를 하는 만덕의 상도는 요즘 기업인들이 본받을만하다고 생각한다. 

제주도의 푸른 바다가 삼킨 수많은 넋들에 대한 슬픔과 아픔까지도 고스란히 느껴지게 만드는 이 책은 제주의 살아 있는 숨결을 느끼게 한다. 

   
 

 "만덕아....... 고난은 행복의 시작이요, 행복은 고난의 시작이라는 말이 있느니라. 현실이 고통스럽다고 좌절할 필요 없으며, 바랄 나위 없이 행복한 때일수록 고난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잊지 말고 이 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알았지?(37쪽)

 
   

틈틈이 들려주는 어머니의 이야기는 만덕이 외로운 처지에 놓였을때에도 힘을 주었을 것이다. 

   
  만덕은 제주 거상들의 매점매석이 얼마나 극심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중략) 그들의 욕심 때문에 피를 보는 것은 늘 제주의 가난한 백성이었다. 만덕은 기왕지사 상인이 될 바에는 거상들의 매점매석을 근절시키고 백성의 삶을 위하는 참 상인이 되어야 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167쪽)  
   

 좀 더 어릴때 이런 구절이 담긴 책을 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큰 사람이 되는 사람들은 어릴때부터 남다른 꿈을 품고 사는 것을 보니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그랬다.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거상이 되어 제주 땅을 벗어나 온 천지를 맘껏 활보하고 싶어요. 돈이 없어, 갈 곳이 없어 궁상맞게 눈물이나 짜내는 생활은 이제 싫어요. 조선의 여자는 너무나도 슬픈 존재들이에요. 게다가 우리는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제주 땅에 갇힌 채 살아가고 있잖아요. 조선 여자로 태어나 상인이 되기를 꿈꾼다는 것이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얘긴지 알아요. 하지만 길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에요. 바늘구멍만 한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도전해 보는 것이 옳아요. 여자도 사람이잖아요.(172쪽)  
   

조선시대, 이런 생각을 품은 여자가 있었다니 얼마나 아름답고 숭고한가. 지금도 우린 여자라는 이름으로 작은 꿈만 꾸며 살아왔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이라도 더 큰 꿈을 꾸라고 독려해주고 싶다. 

조선시대 제주도의 인구가 적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출륙금지령을 내렸다고 한다. 그것을 깨고 육지로 나와 임금이 계신 한양과 금강산을 둘러 본 최초의 여자가 되었다는 구절은 또 얼마나 가슴 뭉쿨하게 했는지 모른다.  

   
 

당장 큰 변화가 오지 않겠지만 물꼬를 텄다는 것이 중요했다. 모든 일은 언제나 시작이 어려운 법 아니던가.(278쪽)

 
   

 역사의 한부분을 소설로 만나는 일은 참으로 즐겁다. 그때 그 시절의 아픔과 슬픔, 그 시절의 삶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다음번 제주 여행은 아마도 <숨비소리> 김만덕 역사탐방 올레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제주목 관아, 동문시장, 만덕 객주 터, 건입포구, 만덕관을 둘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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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5-03 0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2권짜리 김만덕 소설을 나중에 보려고 생각중입니다.
관심가는 조선의 거상 김만덕이에요.^^

꿈꾸는섬 2010-05-04 00:36   좋아요 0 | URL
김만덕의 이야기는 무엇으로든 읽어두면 좋겠단 생각을 했어요. 2권짜리 소설이라면 훨씬 더 재미있겠네요.^^
 
친정엄마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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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상영


아이들 보내놓고 첫회 상영되는 영화를 보기위해 서둘러 극장으로 갔다. 아침부터 눈물 흘리는 영화는 보지 말자고 일주일전에 다짐했건만, 또 눈물 많은 나를 내내 울게 만드는 영화를 보았다. 

오래된 은행나무가 자라고 있는 집의 풍경이 따사롭고 아름다웠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의 이미지에 맞는 이야기의 흐름이 좋아서 영화 속에 흠뻑 빠져 들었다. 

얼마전 시골에 다녀오는 차안의 라디오에서 '친정엄마'에 대한 평을 들었고 자세한 내용은 몰라도 친정엄마하면 떠오르는 애달프고 가슴 아픈 이야기일거라고 예상은 했다. 그래도 어떤 모녀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궁금한 마음에 영화를 보게 되었다. 

나는 영화의 초반부터 울기 시작해서 영화가 끝나갈 무렵까지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서서히 부어오른 눈은 여전히 붉게 충혈되어있다.) 

봄, 어린 딸 아이의 모습과 어울리는 파릇파릇한 영상이 너무 예뻤다. 다리를 절지만 버스 기사인 아버지, 동네 사람들의 농도 상처가 되고 그 상처에 대한 분노를 엄마에게 푼다. 시골 아낙인 엄마는 가난하고 배우지 못했지만 딸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첫딸을 보내고 둘째딸에 대한 애틋함이 엄마의 딸을 향한 맹목적인 사랑이 느껴진다.  

여름, 청소년기의 딸아이. 공부도 잘하고 똑똑한 딸은 엄마의 자랑이며 삶의 이유이고 힘의 원천이다. 하지만 무지랭이 엄마의 모습이 부끄러운 딸은 학부모 참여 수업에 엄마가 오는 것을 싫어하고 엄마가 창피하다고 말한다. 가위로 듬성듬성 자른 머리에 초라한 행색의 엄마 모습이 싫었던 것이다. 엄마에 대한 폭력이 잦은 아버지와 이혼하라고 하는 딸에게 딸을 위해서 떠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엄마, 우리 엄마의 모습과 겹쳐졌다. 어머니가 떠난 자리에 딸이 대신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아버지 시중을 들어야한다면 딸의 공부는 어찌될 것이며 딸 아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할 것 같아 떠나지 못한다고 말하는 엄마의 말에 그때부터 엄마를 조금씩 이해하려고 한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기전까지 부모 마음을 어찌 다 알겠는가.   

서울예전에 합격한 딸은 서울로 떠나고 엄마는 딸을 위해 바리바리 짐을 싸고 그녀가 좋아하는 황도캔과 라면봉지 가득한 동전들, 콩나물 500원어치는 400원어치만 사는 등 악착같이 돈들을 모아 딸의 서울길에 보내고 딸은 그 동전들을 가지고 서울 생활을 한다. 비닐봉지조차 귀했던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라면봉지.

가을, 딸의 상견례, 가난한 며느리 얻는게 싫은 시어머니를 향해 자기 딸을 위해 무릎을 꿇고 사정하는 친정엄마의 모습은 또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아이를 낳고나서야 비로소 엄마가 된다는게 어떤 것이 알게된 딸은 엄마에게 잘 하겠다고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한다. 마치 나의 모습처럼 첫아이를 낳으며 비로소 엄마가 얼마나 힘들게 나를 낳았을까를 깨달았고 왜 나를 낳았냐는 원망 섞인 말을 했던 것을 후회했었던게 생각났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었어도 엄마에게 딸은 마냥 어린 딸처럼 안타깝고 불안하고 걱정의 대상이다.  

엄마와 딸의 연속되는 말다툼, 하지만 금새 살가운 사이가 되고 서로가 서로를 향해 던지는 비수들이 상처가 되었다고해도 쉽게 아물고, 이제는 그 면역까지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겨울, 모든 것들이 소멸해가듯 딸아이는 사진 한장 남겨두고 그들의 곁을 떠난다. 하루가 지나니 죽을 날이 하루 앞당겨졌다고, 하루라도 빨리 딸의 곁으로 가겠다는 엄마, 무식해서 딸을 못 찾아갈까 그게 걱정이라던 엄마의 넋두리가 또 가슴 아프게 했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도 좋았지만 사계절의 아름다운 영상도 좋았지만 그래도 좋았던 건 엄마와 딸의 애틋함, 애달픔, 속을 후벼대는 상처들이 좋았다. 눈물을 흘리면서 나와 엄마의 관계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사실 친정엄마 모시고 보려고 했는데 오히려 엄마와 함께 보지 않았던게 더 나았던 것 같다. 엄마를 향한 고마움, 미안함을 전할 수도 있었겠지만 영화속 대사 하나하나 내 모습이 담겨 있어서 엄마와 내가 함께 부둥켜 안고 울었을 것만 같다. 

또한 친정아버지의 죽음에서 딸은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추억하나 없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나 또한 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많았지만 아이들 키우는 부모가 되고나니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함께 영화를 보러 간 옆집 친구는 나만큼 울지는 않았다. 그녀는 많이 배우고 잘 사는 집의 딸로 태어나서 어려움이라는 걸 모르고 자란 친구이기에 엄마와 딸의 애증관계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녀도 잠깐씩 눈물을 흘리긴 했는데 딸이 췌장암에 걸려 결국 죽게 되었고, 딸의 장례식을 치르는 친정엄마의 모습을 보고 너무 가슴 아팠단다. 그리고 남겨진 딸과 남편. 같은 영화를 보았지만 우리의 삶이 달랐듯이 영화를 받아들이는 정도도 많이 달랐다. 

부모 가슴에 못 박는 말을 했었다는 내 얘기를 그녀는 이해하지 못한다. 가난하고 많이 배우지 못한 친정엄마가 겪었던 설움에 더 많이 가슴이 아팠다. 우리 엄마가 영화 속 엄마처럼 살갑게 대해주진 못했지만 그래도 엄마의 마음은 늘 같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또 눈물이 난다. 

미리 준비해간 손수건이 축축하게 젖었고 영화가 끝난 뒤 화장실에서 본 내 얼굴이 끔찍했고 여전히 따끔거리는 눈도 불편하긴 하지만, 오늘 또 부모님을 생각하게 되었다. 얼마 뒤면 있을 어버이날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부모님을 생각하며 살아야겠단 생각을 또 한다.  

그래도 간간이 웃음을 주었던 장면들도 있었고, 김해숙의 멋드러진 노래가 인상적이었다. 어쩜 그리도 맛나게 부르시던지......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이 영화를 보러갈땐 꼭 손수건을 챙겨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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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4-29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뤄뒀던 엄마와의 여행을 감행한 딸에게 뭔가 비밀이 있겠구나 예상했는데, 이렇게 친절하게 다 알려주시네요. 이 영화는 그냥 안 봐야 할 거 같아요.ㅜㅜ

꿈꾸는섬 2010-04-30 13:33   좋아요 0 | URL
앗, 제가 이리 글을 못 써요. 그냥 생각나는대로 줄줄이 써내려가다보니 모든 걸 다 알려드린 셈이군요. 슬프긴 하지만 영상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후애(厚愛) 2010-04-30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픈 영화군요.ㅜ.ㅜ

꿈꾸는섬 2010-04-30 13:33   좋아요 0 | URL
네, 엄청 울었어요. 아직도 눈이 부어 있어요.ㅜ.ㅜ

마녀고양이 2010-04-30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만 봐도 울게 되는데,, 아이고.
전 이 영화 일찌감치 포기입니다.

꿈꾸는섬 2010-04-30 13:34   좋아요 0 | URL
죄송해서 어쩌죠. 제가 이렇게 글 감이 떨어져요.ㅠ.ㅠ
보심 좋겠는데 모두들 포기라니 더 슬퍼요.ㅠ.ㅠ

마녀고양이 2010-04-30 13:40   좋아요 0 | URL
글감이 떨어져서 그런게 절대 아닌데요....
글을 너무 아름답게 쓰셔서 그렇답니다.
가슴이 많이 아프고 저민 영화일거 같아요.
오래오래 맘에 남는 영화...... 그게 두려워여~ ^^

비로그인 2010-04-30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감할 수 있을까.. 모르지만 꼭 보아두렵니다. ..

꿈꾸는섬 2010-05-01 19:56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다시 돌아오셨군요. 반가워요.^^

후애(厚愛) 2010-05-01 0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들과 함께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꿈꾸는섬 2010-05-01 19:56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 즐겁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세실 2010-05-04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정엄마 모시고 가야 겠습니다. 지난번 하모니 보여드렸더니 참 좋아하셨거든요~~
뭐 엄마랑 엉엉 울죠 뭐. ㅎㅎ

꿈꾸는섬 2010-05-04 00:37   좋아요 0 | URL
세실님과 친정엄마의 다정한 영화관 나들이가 되겠어요.^^

같은하늘 2010-05-04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눈물이 많이 이 영화는 안보는게 좋을것 같아요. ㅠㅠ

꿈꾸는섬 2010-05-05 17:14   좋아요 0 | URL
우리 모두 눈물이 많군요.ㅠ.ㅠ
 
- 김숨 장편소설
김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절판


영원할 것처럼 번성하였지만 하루아침에 물속으로 가라앉아버린 도시들....... 터키 케코바 반도의 시메나......지진으로 도시 전체가 지중해로 가라앉아버린 도시. 시메나는 물속에 그 흔적이 여전히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성벽, 돌담, 거리, 계단......물속에 가라앉은 도시의 거리는, 물결의 일렁거림에 따라 일그러져 보인다. 시메나의 시민들이 살았을 집들은 물고기들의 서식처가 되었다.

그리고 일만오천 년에서 팔천 년 전에 대륙 빙하가 녹아내리는 바람에 수면이 백이십 미터나 상승해 물속에 가라앉은 도시도 있다. 천년 전 물속에 가라앉은 메노우티스와 헤라클레이온.

그리고 1.5미터에 달하는 검은 이시스의 여신상.

물속에서 채 허물어지지 않고 서 있는 고대 도시의 벽......버뮤다의 수중 피라미드와 바하마제도의 해저 건축물들....... 일본 요나구니 섬 해저에서 발견된 상형문자.
-273쪽

태양을 숭배했던 무 대륙. 문학과 예술과 공예기술과 기계술이 번성했던 무 대륙은 너무도 갑작스럽게, 그리고 너무도 순식간에 물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오만년 전에 존재했던 무 대륙은 일곱 개의 대도시로 나뉘어 있었으며, 육천사백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대리석으로 포장된 도로들이 격자 모양으로 짜여 도시와 마을을 원활하게 잇고 있었다. 무 대륙 사람들은 진취적이어서 배로 세계를 돌아다니며 식민지를 건설했다. 항구마다 식민지에서 탈취한 진귀한 물건을 실은 수십 척의 배가 들어왔다. 물의 심판이 있기 전에 무 대륙은 파도처럼 소용돌이쳤다. 사람들은 태양에 기도하며 두려움을 떨쳐내려고 했다. 그러나 용암이 사람들의 기도 소리에 뜨겁게 녹여버리며 하늘로 치솟았다. 무 대륙은 조각조각으로 갈라지며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물은 무 대륙을 멸망에 들게 하며 치솟던 용암을 순식간에 잠재워버렸다. 육천사백만 명의 사람들과 격자무늬의 도로들, 문학과 예술과 공예기술과 기계술은 그렇게 물속으로 사라졌다.-273-2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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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 김숨 장편소설
김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김숨, 작가의 이름을 보며 긴 숨을 한번 쉬었다. 모르는 작가라 신인인가했는데 벌써 여러해전에 등단하여 여러 작품을 발표한 작가다. 이제야 이 작가의 책을 읽어보게 되다니 부끄럽다. 

집을 삼킬 듯한 거센 물줄기가 인상적인 표지엔 '물'이라는 제목만 덩그러니 쓰여있다. 어떤 글이 쓰여있을까 한껏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이 책을 펼쳐들고는 김숨이라는 작가의 매력에 흠뻑 취한다. 물질이 갖고 있는 속성을 제대로 간파하고 있다. 물, 불, 소금, 금, 공기, 납, 안개...... 

늘 물이 문제라는 작가의 말은 사실이다. 이 세상에 물이 없다면 우리가 존재할 수 있을까? 우리 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물, 단 하루라도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우리는 서서히 말라 죽어가지 않겠는가 말이다. 

물인 어머니는 소금, 금, 공기를 낳았다. 불인 아버지와 함께 말이다. 

물은 만물의 근원인 어머니를 상징한다. 하지만 하나의 결정체를 낳기위해서는 혼자 힘으로는 이룰 수 없으며 불인 아버지와의 조화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사람은 누구나 소유할 수 없는 것을 소유하려고 하지 않던가. 소금은 자신의 결정체를 망가뜨리는 어머니인 물에 기대고 불은 금의 변형을 가져올지라도 금을 소유하려고 한다.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또 하나 공기, 대기 속을 떠도는 공기 또한 없다면 우리는 살아갈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공기는 물과 불에서 태어났지만 그들을 지배할 수 있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나 불의 힘을 세게하거나 약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공기가 아닐까 한다.  

작가는 이런 물질들의 속성을 한 가정에 담았다. 각자의 개성에 맞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모습과 꼭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모든 것을 감싸안으려는 물, 모든 것을 소멸(파괴)시키려는 불, 자신의 소명을 다하는 소금, 오로지 존재하는 것만으로 가치가 있는 금, 눈에 띄지 않지만 없어서는 안될 공기. 이 다섯 식구들 각자의 개성은 물질의 속성과 닮아 있으며 작가는 이것을 놓치지 않고 포착했다. 작가적 관찰력이 세심하게 드러나는 소설이었다. 이런 상상력으로 하나의 아름답지만 기괴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니 그 부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 방울의 물과 한 방울의 물은 서로를 끌어당긴다. 경계를 허물고 서로를 끌어당겨 한 방울의 오롯한 물이 된다.(205쪽)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아름다운 문장을 쓸 수 있다니......감동과 감탄을 계속 자아냈다. 단숨에 이 책을 읽어내느라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내게도 오로지 물이 문제였다. 

물은 물로써 지워진다는 작가의 글이 아름답다. 수족관에 죽어 하나의 흔적으로 남은 어머니의 존재를 휩쓸고 간 삼백만톤의 저수지 물, 불이 몰아낸 물이 언젠가 또 돌아올거라는 소금의 생각은 옳다. 집을 휩쓸어버린 물은 공기와 금을 사라지게 하고, 그들의 삶을 다르게 이끈다.   
 
물이 휩쓸고 지난 곳에 늪지대가 생기고 안개가 뒤덮고 불과 소금은 다시 망각에 사로잡힌다. 
   
 
안개는 망각하지 말아야 할 것들마저도 망각하게 한다. 그렇지 않아도 물인 어머니의 죽음 뒤로 나는 망각을 멀리하게 되었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망각이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망각이 아니더라도 안개는 아버지와 내게 위험한 존재다. 
  안개는 물만큼 강력하지는 않아도, 조용하고 확실하게 불과 소금을 무력화시켜버린다. 안개는, 한 덩이의 암염으로 다시 태어난 내가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내가 품은 '각'들을 무디게 한다. 나는 안개 속에서 각들이 녹아 없어지는 것을 문득 깨닫고 두려움에 휩싸인다. 안개를 멀리 쫓아보려고 하지만, 이 집 안으로 꾸역꾸역 밀려드는 안개를 막을 방법은 없다.(290쪽)
 
   

 그래도 잊지 않고 찾아주는 수도검침원과 은행원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들의 고립이 영원할 것 같지만은 않다. 새로 돈을 빌려 공중호텔을 만들어낸 아버지, 그것을 지켜오던 하나의 암염이던 할머니를 이을 소금, 그리고 언젠가 연금술이 이루어진다면 반드시 금이 되고도 남을 금이 낳은 납, 그들의 삶에 또 한번의 물이 몰려올지도 모르지만, 그들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으니 나 또한 이렇게 풍요롭고 편리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무예 어려울까 싶다. 

물, 설거지를 하면서 양치질을 하면서 또 목욕탕에 들어 앉아 있으면서 며칠은 물에 대해 생각할 것 같다. 아니, 내가 물을 쓰는 그 어떤 날에도 나는 물을 생각할 것 같다. 물을 보며 물에 대해 생각하며 물이라는 소설을 쓴 작가도 함께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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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4-29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은 리뷰입니다....
스크랩한 문구가 아주 아름답네요,, 한국 소설은 평소 가까이하지 않지만, 섬님의 리뷰를 보니 한번 읽고 싶어집니다...

꿈꾸는섬 2010-04-29 22:05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 접한 작가인데 너무 매력적이에요.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고 싶어요.^^

필로우북 2010-04-2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김도언 작가와 부부가 함께 소설을 쓰시죠..김숨님은 열림원 편집자로 일하시는 걸로 알아요..그런 와중에 부지런히 소설을 발표해서, 온갖 억측(퇴근해서 소설만 쓴다더라...)이 떠돈다고 하네요..ㅋㅋ 이렇게 말하는 저도 김도언님 소설만 읽어봤어요.^^


꿈꾸는섬 2010-04-29 22:05   좋아요 0 | URL
앗, 김도언 작가는 또 누굴까요? ㅎㅎ 문학적 감이 영 없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ㅠ.ㅠ 김도언 작가도 찾아봐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