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인의 보폭으로 걷겠다는 마음만은 변한 적이 없다.
이제는 친절하고 상냥한 표정으로 상처를 주고받는 사람들의 시대인 것 같다.
예의바른 악수를 위해 손을 잡았다 놓으면 손바닥이 칼날에 쓱 베여 있다. 상처의 모양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다가 누구든 자신의 칼을 생각하게 된다.
(작가의 말 중)

오랜만에 정이현작가의 소설을 읽는다. <달콤한 나의 도시>와 <오늘의 거짓말> 그리고 <상냥한 폭력의 시대>.
소설이 나온 시기만큼 작가와 나는 함께 커온 느낌이 들었다. 동시대를 살아가며 느끼고 있는 그런 감정들 생각들을 공감하며 살고 있는 것 같다.
9년만의 새소설집으로 묶인 단편들은 현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단숨에 일곱편의 단편을 읽어내려갔다. 오랜만에 소설 읽는 재미에 푹 빠진 것이다.

<미스조와 거북이와 나>를 읽으며 외로운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매일 반복되는 생활의 무미건조함, 잊고 지내던 과거가, 통신망의 발달로 사람찾기가 수월해진 요즘, 현재를 살아가고 있음에도 과거를 끊어낼 수 없고 과거에 매어 살아가는 사람들, 아버지의 옛애인이 가장 친한 친구로 남은 웃지도 울지도 못할 현실이 서글펐다. 샥샥이라는 생명력없는 고양이인형과 함께 살던 나에게 유산으로 남겨진 거북이 바위, ˝내가 죽은 후에도 이 아이는 살아 있을 것이다. 천천히 생명을 어어갈 것이다. 나의 모든 것을 눈에 담고 기억할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읽으면서 지원의 이율배반적인 선택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를 생각했다. 열여섯의 딸아이가 어느날 미숙아를 출산한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했을까? 인큐베이터 안에서 살아숨쉬는 아이의 수술시기를 지연하는 지원의 판단을 나는 욕할 수가 없었다. 내 아이가 이제 겨우 열여섯이고 미숙아를 낳았던 사실이 세상에 알려질까 두려워했을 것 같다. 지원처럼 미숙아를 살리려고 노력하지 않았을 것만 같다. 나란 사람은 어쩔 수 없는 속물인 것 같다.

<우리 안의 천사>에서 남우와 나의 동거이야기는 얼마전 읽었던 박완서님의 <도둑맞은 가난>이 떠올랐다. 물론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지만 동거를 시작하는 남녀의 공통적인 부분은 생활비를 아껴보겠다는 것이다. 공동생활비로 생활하면 아무래도 공과금 등이 절약되는 건 맞는 것 같다. 동거하는 남자와 여자의 사고는 정말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우가 자신의 친부를 죽이려고 공모하고 있다는 비밀을 나에게 털어놓으며 이 둘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다. 여자를 유혹한 건 아무래도 트렁크 속의 지폐다발이었을 것이다. 여자는 정말 속물적인 존재일까? 나라면 어땠을까? 동조했을까? 무서워서 도망쳤을까? 이 모든 가정은 닥쳐보지 못했으므로 모르겠다. 닥쳐봐야 알 것 같다.

<영영, 여름>에서 두 소녀의 짠한 우정에 가슴이 저릿했다. 영영, 이별이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10년, 20년이 흘러도 그러지 못할 것 같다.

<밤의 대관람차> 이 소설을 읽으며 나를 돌아보았다. 소설 속 나가 25년동안 교사생활을 하였으니 40대후반 혹은 50대초반의 중년여성이다. 첫사랑과 닮은 이사장에게 남모를 감정이 생겨나고 알 수 없고 의미없는 말과 행동에 신경을 쓴다. 그러고보니 여자들 대부분 그런 것에 의식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아닌 남자를 자신도 모르게 의식하게 된다. 또한 살다보면 애절하게 사랑했던 누군가도 쉽게 가슴에 묻고 살고 심지어 함께 잘 살아보자고 결혼한 남편과의 관계도 의미없는 형식적인 관계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이건 정말 나이들어가니 알 것 같다. 똑같진 않지만 그럴 수 있어하고 공감이 저절로 되는 소설이었다.

<서랍 속의 집>에서는 전세계약만료 2년뒤면 보증금을 올리거나 이사해야하는 젊은 부부의 이야기에 남의 집 얘기같지 않았다. 우리도 아이들 크면서 이사다니기 힘들고 전세보증금 때마다 올려주는 것도 고달퍼서 저금리시대에 맞춰 대출 받아 집을 산 상황이라 가장 많이 공감하며 읽었다. 지금도 아쉬운 일은 부동산업자들의 현란한 말솜씨에 휘둘렸다는 사실인데 소설 속 부부는 정말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을 것 같았다. 정말 집 살때는 꼼꼼히 살펴보고 사야하는데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만 생각하다보니 실수를 저지르게 되는 것 같다. 게다가 작정하고 속이려는 사람은 정말 이길 수가 없다. 부동산업자들의 능수능란함이 여전히 잊혀지지 않는다.

<안나>의 경처럼 나도 나보다 어리고 예쁜 여자에게 질투를 느낀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녀보다 내가 더 낫다고 생각했던 적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경은 안나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자신의 생활의 불만족을 토로하며 안나에게 위로 받았지만 정작 안나에게는 상처로 남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은 안나를 만날때면 어떤 옷을 입던 어떤 음식을 먹던 괜찮았다, 격의없이 지내는 사이라기보다 그녀를 은근 무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경의 선행처럼 베풀어진 행동은 악의는 없다고해도 안나에게는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시대뿐아니라 전 시대에도 여자들의 허영과 허례가 담긴 소설이 많았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으며 나도 누군가에게 상냥하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안나처럼 상처를 받은 적도 있었겠다. 그게 두렵고 싫어서 그런 사람들을 나도 모르게 묻어버리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상냥함을 가장한 폭력에 대해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좋은 소설은 계속해서 나를 돌아보고 생각하게 한다. 동시대인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소설을 읽으며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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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12-24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축하 드립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

꿈꾸는섬 2016-12-24 09:26   좋아요 0 | URL
서재에 소홀했던 한두달간이 부끄럽네요. 오거서님 축하 감사합니다. 오거서님도 서재의 달인 되신 것 축하드려요.^^
행복하고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2016-12-24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4 16: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4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종종 시간날때마다 찾아가는 ㅅ님의 서재에는 책에 관련한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글을 읽다보면 읽고싶다고 담아놓는 책이 점점 늘어난다. 언제 찾아 읽게 될지 모르지만 자꾸만 쟁여놓게 된다.
김민정 시인의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들었지만 정작 시는 이제야 읽는다.
중간 과제물을 대강 써서 제출하며 굳이 스트레스는 받지 않기로 작정하고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러고나니 시가 읽고 싶어졌다. 그리고 눈여겨보던 책도 한권 같이 주문했다. <나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 작가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이 솔솔할 것 같아 기대된다.
책을 주문하며 받는 알라딘굿즈가 늘어간다. 예쁜 것들은 하나씩 갖고 싶다. 비밀의 화원 보틀을 받아들고 으흐흐 정말 예뻐서 입이 벌어졌다. 아름답고 쓸모있는 알라딘굿즈다.

아름다운 것들은 그 자체로 쓸모있다는 건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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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6-10-11 2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걸 다 사셨단 말입니까?
제 글이 쓸모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꿈꾸는 섬님은 아름다우십니다. ^^

꿈꾸는섬 2016-10-12 03:54   좋아요 1 | URL
ㅎㅎㅎ아름답고 쓸모있는 글이에요.
시집은 되도록 사자주의고 요책은 정말 궁금해서ㅎㅎㅎ

2016-10-12 0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2 0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유 2016-10-19 0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집에 들어오면 서 경비실 들러 한박스씩 찾아와 풀어 보는 즐거움과 쌓여 가는 책들.. ㅎㅎ언제 다 읽나..하면서 또 담고 있다는..

꿈꾸는섬 2016-10-22 04:10   좋아요 0 | URL
치유님 행복하시겠어요. 박스 풀어 한아름 안을 책들이 쌓여가시는군요. 전 주문은 최대 자제중이라ㅎㅎㅎ 부럽네요.^^
 

˝사람에게는 수많은 도구들이 있다. 어떤 도구든지 그 도구를 쓰는 사람의 체온과 같아질 때, 도구에 그 사람의 영혼이 깃든다고 한다. (중략)
카메라를 목에 건다는 것은 사진에 목을 걸듯이 사진을 담겠다는 의지가 함께 담겨야 한다.˝

며칠 분주하기도 하고 여러모로 신경 쓸 일이 많았는데, 오랜만에 여유를 만끽하며 책을 집어 들었다.
여기저기 다니며 리뷰에 올라왔던 사진을 보고 알라디너들의 생각을 읽으며 기대감이 더 커져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사유의 깊이가 남다르다는 생각을 다시하게 되었다.

˝길 잃은 새는 길 찾는 새가 된다˝
이 글이 너무 좋아서 휴대전화 사진기로 찰칵!
사진기를 목에 걸어 보지 못해서인지 카메라를 목에 걸고 사물에 열중하는 이들을 볼때면 나도 모르게 경외심을 갖는다. 찰나를 기록하는 그 순간이 후에 감동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작가는 카메라를 목에 건다는 것은 목을 건다는 것이란다.
목을 건다는 것, 난 여태 목을 걸고 열심히 해 온 일이 없다는 것에 부끄러워졌다. 한편 작가님이 부러워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빛을 찾아가는 것은/ 자유를 찾아가는 시도/ 미명으로부터 자유, / 욕망으로부터 자유, / 자신으로부터 자유˝ - ˝빛에게 받은 지시˝ 자유를 찾아가는 것!
매력적인 글에 자꾸만 빠져들게 한다.

사진만 보는 것도 좋지만 에세이와 함께라서 더 빛나는 것 같다. 유머라고는 모를 것 같은 진지함이 베어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지만 `산내면 별다방` 이야기에서는 빵터져버렸다.
˝김양아, 오늘 일찍 셔터 내려라.˝
다방이라는 공간은 내게 익숙하지 않은 공간이다. 글이나 영화 속에서나 접해본 공간을 이리도 친숙하게 만들어버리다니, 정말 내가 마치 별다방에 앉아 있기라도 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예전에 <우리는 길 잃은 작은새를 보았다>라는 만화책을 본적이 있다. 내용은 정획히 생각나지 않지만 제목이 생각난다. 길 잃은 작은 새라고 하면 왠지 처연하단 생각부터 든다. 하지만 작은새가 길을 찾기 시작한 것이라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
고정관념, 편견에 휩싸여 사고가 유연하지 못할때가 많은데 이 책을 보며 좀 더 유연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피곤했던 며칠을 위로받은 느낌이다. 침대 머리맡에 두고 가끔 다시 펼쳐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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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7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08 0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07 2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08 0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08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08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커피소년 2016-10-23 1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ㅎㅎㅎ 진지함과 유쾌함 모두 느낄 수 있는 뛰어난 스토리텔러시지요..ㅎㅎㅎㅎ

유레카님 같은 분을 현실에서는 보기가 정말 힘듭니다..ㅎㅎㅎ

거의 유일무이한분이시니까..

저는 사진 책을 낸 작가 중에서는 유레카님이 최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 찍는다고 해서 제대로 된 철학을 사유하고 있는 것은 아닌데 유레카님은 사진도 찍고 책도 읽으면서 사회문제까지 예술로 승화시키는 능력이 있는 것 같더군요..

사진작가로서 이보다 더 뛰어난 분이 있을 런지요..



딥테라(diptera) 고민


끝없는 탐욕으로 빨아대고 오직 무한 번식만이 유일하게 살아 있는 이유.

지독한 파리, 이것들에게는 시간이 무슨 의미가 없어 보인다.

가끔은 내가 파리가 된 듯이 생의 시간을 날아 다니며 혼탁한 뒷간을 누빈다. 시궁창으로 에워싼 모든 곳으로 엉겨붙기 바쁘다.

오늘도 파리는 지치지도 않는지, 자본주의를 뒤진다.


page 19


‘소리 없는 빛의 노래’ 中

꿈꾸는섬 2016-10-23 19:29   좋아요 1 | URL
정말 좋은 작품집이었어요.^^
사진과 글 모두 유레카님의 깊은 사유를 느꼈어요.^^
 

딸같은 아들과 아들같은 딸,
딸아이는 벌써 두번째 깁스를 했다.
활발한 성격이라 가만 있지를 않는다.
밤새 끙끙거려 잠도 설치고 앞으로 학교 보낼 생각에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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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6-10-05 07: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고-어쩌다가..ㅜㅠ
어리니 금방 풀 수 있을거에요.^^
꿈꾸는 섬님 고생이 많으세요.

꿈꾸는섬 2016-10-05 08: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놀이터에서 놀다가 그랬어요.
고생은 딸아이가 하네요.
다리 깁스는 이동이 불편해서 더 힘든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낫긴 할텐데...앞으로 학교가는게 문제에요.ㅜㅜ

2016-10-05 0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등하교가 많이 불편하겠어요ㅠㅠ 조심조심 얼른 낫기만을~~

꿈꾸는섬 2016-10-05 08:23   좋아요 1 | URL
우선 며칠은 결석하겠다고 했어요. 다음주부터 보내려는데 한달을 고생하겠죠.

단발머리 2016-10-05 0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깁스하면 아이가 제일 고생인데 옆에서 시중드는 엄마도 엄청 힘들죠ㅠㅠ 저두 딸아이 초딩때 오른손 깁스 두 달에 완전 넉다운... 얼른 낫기를 바래요.... @@

꿈꾸는섬 2016-10-05 08:27   좋아요 1 | URL
ㅎㅎ울 딸 작년에 왼팔깁스했었는데 그때는 힘들지 않았는데 다리는 이동이 불편해서ㅜㅜ 그게 좀 불편하네요.
ㅎㅎ단발머리님 이쁜딸도 다친적이 있다니 위로가 되는데요.ㅎㅎ

책읽는나무 2016-10-05 0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발이라 등교가 힘들겠어요ㅜㅜ
빨리 낫길 바랍니다
여긴 태풍 때문에 초중학교들이 임시 휴교했어요
비가 오는 날이라면 따님이나 꿈섬님이나 더 힘들겠다!!싶네요
모쪼록 빨리 낫길 바랍니다^^

꿈꾸는섬 2016-10-05 08:41   좋아요 1 | URL
네, 당분간은 쉬라고 담임선생님도 그러시더라구요.
태풍으로 휴교군요. 태풍 피해없이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책읽는나무님 댓글 감사해요.^^

yureka01 2016-10-05 08: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고 어쩌다가 깁스까지..빨리 완쾌되기를 바랍니다...

꿈꾸는섬 2016-10-05 08:56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유레카님~^^

붉은돼지 2016-10-05 10: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이런.....쾌유를 기원합니다...
제 딸도 아들같은 딸인데요....애가 다쳤을 때 제일 속상하더라구요..

꿈꾸는섬 2016-10-05 10:32   좋아요 2 | URL
ㅎㅎ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얼른 낫기를 바랄뿐이에요.^^

서니데이 2016-10-05 15: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많이 아프고 불편할텐데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요.^^

꿈꾸는섬 2016-10-05 15:45   좋아요 3 | URL
아프고 불편해도 씩씩하게 견디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희망찬샘 2016-10-05 1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런~~~

꿈꾸는섬 2016-10-05 22:21   좋아요 1 | URL
희망찬샘님 감사합니다.^^

북프리쿠키 2016-10-05 22: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딸아이를 가진 아빠로서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생각들어요
빠른 쾌유 빌께요!!

꿈꾸는섬 2016-10-05 22:22   좋아요 3 | URL
북프리쿠키님 감사합니다.^^
딸을사랑하는 아빠의 마음이 느껴지네요.^^

매너나린 2016-10-06 21: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다쳐서 속상하시겠어요.제 딸아이도 양쪽 발목에 뼛조각이 붙지를 않아서 걸핏하면 깁스를 하게 되더라구요.겨울방학때 수술예정이에요.아이도,케어하는 엄마도 다 힘들텐데 빨리 회복하길 바랍니다^^홧팅이요~~!

꿈꾸는섬 2016-10-06 21:54   좋아요 3 | URL
매너나린님 반갑습니다.
아이가 가장 힘들어해요. 그나마 이젠 통증은 거의 없는가봐요. 목발도 적응이 좀 되었구요. 담임쌤은 학교에 천천히 보내라고 하셔서 다음주쯤 보내볼까 생각중이에요.
매너나린님 따님이야말로 고생이 많겠어요. 아이에게 수술은 정말 힘들테구요. 그래도 수술해서 좋아진다면 좋겠네요. 제 사촌동생이 뼈가 약해서 걸핏하면 부러져서 수술도 여러번했었는데ㅜㅜ 정말 힘들었었거든요.
매너나린님도 힘내셔요.^^
 

하루 종일 먹고 자고를 반복하다보니 하루가 금방 지나간 느낌이다.
비가 내리는 연휴를 핑계삼아 종일 집에 있으면서 한 일이 별로없다.
지난 며칠을 고단하게 보냈던 탓이기도 하고 명절연휴의 후유증으로 심하게 구내염을 앓기도 했던 탓이었을 수도 있다.

요새는 알고 지내는 이들에게 바쁘다는 말이 인사가 되었다. 다들 뭐가 그리 바빠? 하고 물어올때마다 세세하게 무슨 일을 하며 지내는지 알려주지 않으려고 해도 시간조율할 일이 생기면 구차한 변명이 아니라 실제로 바쁘다고 설명하는데 그게 또 상대에겐 구차하게 들리기도 하는 것 같다.

이년여전부터 오전엔 주3회 수영을 하고 일년여전부턴 학교폭력예방프로그램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주3회 수영을 하면서 체력이 많이 좋아진 걸 느끼고 이제는 운동을 안하면 오히려 불편함을 느낀다. 그 와중에 오후에는 1시간반 정도 공부 봐주는 초등학생이 있고, 일주일에 한번정도는 봉사를 한다. 교육관련 봉사를 하다보니 정기적으로 교육을 받고 모임이 있다. 거기에 수업을 나가려면 사전모임에 사후모임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청소년대상 교육봉사를 하며 나의 부족한 점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라도 전문적인 공부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주변의 권유와 오랜 고민 끝에 청소년교육 공부를 시작했다.
들어가긴 쉬우나 졸업하긴 힘들다는 방송대 3학년에 편입을 하고 솔직히 지금은 기쁨보다는 후회가 조금씩 되고 있다. 다시 공부할 능력도 안되면서 공부를 시작하다니 섣부른 행동이었단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6과목을 수강신청하고 그중 3과목은 중간 레포트를 제출하고 3과목은 출석수업후 출석시험을 봐야한단다. 머리에 쥐가 나기 시작했다. 편히 시작할 수 있는 공부는 없는데 내가 지금 왜 이걸 시작했을까, 며칠은 책을 읽고 며칠은 정리를 하고, 하지만 어려운 과목은 도저히 뭔소린지 알지 못하겠다. 여러번 읽으며 생각하고 생각해도 제대로 하고 있는건지, 헛웃음도 나왔다. 동영상 강의를 보며 딴 생각을 하기 일쑤이다.

지난주의 수, 목, 금은 아이들 학교 행사로 바쁘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친한 사람들 만나 수다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수요일엔 아이들 방과후 바이올린 공연을 했고, 목요일엔 큰아이네 학년에서 반대표 맡아서 오전엔 봉사하고 오후엔 공연보며 간간이 봉사했다. 금요일엔 작은애 공연하는 날이라 또 학교에 갔었다. 그 바람에 함께 스터디하는 모임 약속은 까맣게 잊고 약속 장소에 가지 않았다. 다음주부터 스터디대신 봉사 사전모임을 하기로 하고는 그것도 헷갈렸던 것이다.
남편은 제발 일정을 좀 줄이라고 충고하는데 지금 상황에선 줄일 수 있는 일이 없다. 주3회 초등수업을 빼고 싶은데 살짝 말 꺼냈다가 좀 더 오래해달라는 부탁을 오히려 받아서 그것 거절하기도 쉽지 않지만 정말 힘들면 이번 학기 혹은 겨울방학까지만 봐주고 접을 생각이다. 봉사는 그나마 학기중에만 있으니 방학엔 교육에만 참여하면 되니 여유가 생길 것도 같다.

어제는 아이들과 1시부터 3시까지하는 토요수영에 다녀와서 그 전날 시골에서 온 열무와 쪽파로 김치를 담갔다. 또 그 며칠전에는 고추와 마늘 앙파로 장아찌도 담갔다. 기껏 좋은 마음으로 한 일들인데 오늘 아침엔 남편에게 생색을 내며 짜증을 부렸다. 그랬더니 하루종일 자도록 두고 설거지며 청소를 도맡아해주었다. 짜증내기전에 알아서 해주면 좋으련만.

침대 머리맡에 몇권의 책이 쌓여 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다 읽지 못하고 쌓아둔 책들과 전공서적 몇권.
요즘 읽고 싶어 담아둔 책들 찾아볼 여력이 없다. 북플에서 최규석님 만화책 올라온 것 보고 책장을 찾아 대한민국 원주민을 오래만에 다시 꺼내 읽는다. 여전하다. 대한민국은 그리 많이 변화하지 않았다.

월요일이 개천절이라 마음 편하게 남편과 잠깐 동네 한바퀴 돌고 편의점에서 천원짜리 원두커피를 마셨다. 늦은 시간의 편의점은 정말 최고이다. 얼마전 체해서 아프다고 뒹구는 남편에게 편의점에서 약을 사다주기도 했다. 편의점 커피 마시며 애들 얘기 사는 얘기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심야영화보러가는 지인을 만났다. 여전히 신혼처럼 사이좋은 부부의 모습이 보기 좋다.

요즘처럼 정신없이 사는 날들이 불평스럽기만 한 건 아니다. 오히려 바쁘게 살 수 있어서 감사하다. 그래도 시간적 여유에 쫓기고 체력의 한계가 느껴질때는 용기가 사라지기도 한다.
학교폭력을 이미 알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동급생 친구에게 칼부림을 한 중학생 아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고 자살하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고통받는 학교가 아니기를, 학생들 간에 폭력이 난무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할 일이라는 생각에 봉사활동의 끈을 놓치 못한다. 아이들이 제대로 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돕는 어른이고 싶다.

전번 학기에 만났던 우울했던 중3여학생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 아이의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가볍게 말했던 내 실수가 한참 지나도 만회가 되지 않는다. 동료들은 모두들 괜찮다고 위로했지만 내가 오히려 그 아이를 아프게 한 것 같아 마음이 여전히 무겁고 아프다. 좀 더 신중하게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교훈은 얻었을지 모르지만 그 아이의 상처를 더 아프게 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그래서 공부가 필요하단 생각도 들었다.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아이는 없다. 다만 자신의 환경이 자신들을 자꾸 소중하지 않게 만든다. 그게 너무 안타깝고 그것을 바꿔주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럽다.

쌓아둔 책들을 어서 읽고 책장으로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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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3 01: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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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3 06: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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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4 08: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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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4 15: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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