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가 커졌어!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5
정성훈 글.그림 / 한솔수북 / 2007년 12월
구판절판


여느 때와 똑같이 잠자리에 든 토끼,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요? 호랑이에게 쫓기고 있을까요? 아니면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있을까요? 여하튼 잘 자고 있네요.

아침이 되었을때, 뭔가 이상했어요. 토끼가 커진 거에요. 밤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몸집은 커지고 이빨은 무시무시해지고 날카로운 발톱이 생겼어요.

토끼는 집 밖으로 나갔어요. 다른 동물들이 모두 겁에 질려 도망쳤대요. 날마다 도망다니던 토끼한테 처음 생긴 일이었지요. 그런데 기분이 썩 괜찮았대요.
평소 자기를 괴롭히던 여우를 잡아먹고 돌아오는 길에 달려드는 호랑이를 꿀꺽 삼켰어요. 평소의 토끼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죠. 그리고 아무 이유없이 숲 속의 동물들을 괴롭혔어요. 여러분도 책 속의 토끼처럼 행동했을까요? 그래도 재미는 있었나봐요.

해가 기울면서 점점 토끼의 몸이 작아졌어요. 토끼는 어리둥절해져서 당황했어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거울을 흘깃 보고는 여느 때와 똑같이 잠자리에 들었대요.

해가 밝으면 또 무슨 일이 생길지 궁금해지네요.

토끼가 커져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서 재미있다고 아이가 깔깔깔 웃어대요. 다시 읽어달라고 또 읽어달라고 계속 졸라요. 그래서 제가 물었어요. 만약에 너의 몸집이 커지면 어떻게 할거야? 너도 책 속의 토끼처럼 할 거야? 아니면 너는 어떻게 할 거야? 그랬더니 막 웃어요. 생각만해도 즐거운가봐요. 자기의 모습이 평소의 모습과 달라진다는 것 말이에요. 책 속의 토끼처럼 다른 사람을 괴롭히진 않겠다고 하지만 한번쯤 그런일이 생기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천진하게 웃으며 얘기해요.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고 큰 사람과 작은 사람, 큰 동물과 작은 동물 등 큰 것과 작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계기를 주는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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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9-26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궁금했는데 이런 내용이었군요.^^
'사자가 작아졌어'도 기회되면 보세용~~

꿈꾸는섬 2009-09-27 23:02   좋아요 0 | URL
아, 사자가 작아졌어도 있군요.ㅎㅎ
너무 재미있어요. 중고샵에서 제대로 건졌어요. 상태도 좋고 현준이가 무지무지 좋아하구요.^^

같은하늘 2009-09-29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자가 작아졌어만 봤는데...
이것도 한번 봐야겠네요.^^

꿈꾸는섬 2009-09-29 23:40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과 같은하늘님이 보신 사자가 작아졌어를 저도 봐야겠어요.^^
 
떡보먹보 호랑이 안 알려진 호랑이 이야기 3
이진숙 글, 이작은 그림 / 한솔수북 / 2007년 6월
구판절판


호랑이가 나오는 이야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을까? <팥죽 할멈과 호랑이>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등 호랑이가 나오는 이야기를 우리 아이들은 참 좋아한다. 이 책 역시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호랑이 그림을 봐도 얼마나 아기자기 귀엽게 생겼는지 그동안 보았던 호랑이와 다르게 친밀감을 느낀다.

호랑이가 여우랑 두꺼비랑 술래잡기를 하다가 배가 고픈지 팥고물 찰떡을 만들어 먹자고 했단다. 두꺼비랑 여우도 좋다고 여우가 떡메를 치고 두꺼비는 팥고물 뿌리고 호랑이는 아궁이 불을 붙이고 시루에서 맛있게 익어가는 팥고물 찰떡을 기다리고 있었단다. 그런데 시루떡은 떡메를 안친다고 순오기님이 얘기하셔서 그제서야 아, 그렇구나 했다. 여하튼 떡은 맛있겠더라.

호랑이는 여우랑 두꺼비에게 가장 나이 많은 어른이 다 먹기로 하자고 제안을 했어. 그리고 자기는 둥근 해가 처음 생길때 태어났다고 했지. 그럼 얼마나 나이가 많겠어? 그리고 팥고물 찰떡을 먹으려는데 여우가 얘기하길 호랑이가 태어나기 전엔 해가 셋이었대. 동그라미, 세모, 네모. 해가 셋이라 뜨거워 살 수가 없으니 하늘님께 해 둘을 없애 달라고 여우가 빌었대. 그러니 여우가 나이가 많은 거지? 그런데 갑자가 두꺼비가 엉엉 울었어. 두꺼비는 죽은 아들이 생각나서 운다는데 두꺼비 아들은 맨 처음 하늘에 세 가지 모양의 해를 달다가 죽었다는거야. 결국 두꺼비가 떡을 먹게 되었는데 호랑이가 내기는 두번은 해야 한다고 달리기를 하자고 했어.

달리기 하면 호랑이지. 제일 먼저 도착해서 숨을 헐떡이는데 두꺼비가 기지개를 켜며 이제 오냐는거야. 두꺼비는 어떻게 먼저 왔을까? 책을 보면 알 수 있어. 직접 확인해봐.

호랑이는 혼자 다 먹으려다 콩고물도 못 먹게 생겨서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하자고 살살 달랬어. "내기는 뭐니 뭐니 해도 삼세판" 언덕에서 떡을 굴려 가장 먼저 차지하는 놈이 먹기로 한거야.

호랑이와 여우는 재빨리 언덕 아래로 내달렸는데 두꺼비는 뭉툭한 다리로 얼마 못 뛰었지. 그런데 이게 웬 떡이야? 찐득찐득 찰떡이 헌덕배기 한가운데 붙어 있었던거야. 결국 두꺼비 몫이 된거지.

두꺼비가 꿀떡꿀떡 떡을 먹으며 언덕 아래로 내려갔대. 호랑이는 기가 막혔겠지. 떡고물을 주워 모아서 두꺼비 등에 휙 뿌리고 "너나 실컷 다 먹어라!" 그랬대. 자기가 욕심내서 일이 이렇게 된 건 생각 안하고 결국 떡을 차지하게 된 두꺼비에게 화풀이 하는 호랑이 어때? 화가 날만도 하다고 그렇긴 하지. 그래도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모두 맛있게 떡을 먹을 수 있었을거야. 그렇지? 그러니까 우리 욕심 내지 말자. 욕심 부리면 오히려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것 잊지 말자.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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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09-18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정말 재미나지요?
그 팥고물 덕분에 두꺼비 등이 오돌토돌 해졌다는~~~

꿈꾸는섬 2009-09-18 22:17   좋아요 0 | URL
ㅎㅎ 그 얘긴 여기서 안썼지만 정말 재미있는 얘기죠.^^
그래서 전래동화가 좋아요.ㅎㅎ

치유 2009-09-18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심많은 호랑이 모습이 너무 재미나게 표현되었어요.

꿈꾸는섬 2009-09-18 22:17   좋아요 0 | URL
그림이 너무 예쁘고 귀엽죠.^^ 배꽃님 반갑습니다.^^
 
꼭 잡아 주세요, 아빠! 인성교육시리즈 가족 사랑 이야기 3
진 윌리스 지음, 김서정 옮김, 토니 로스 그림 / 베틀북 / 2003년 4월
품절


아빠와 관련된 책은 어떤 것이라도 사서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게 내 마음이다. 하루종일 붙어 있는 엄마와 달리 아빠는 저녁때 잠깐, 쉬는 주말에 잠깐, 여행갈떄 잠깐 밖에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늘 아이들 곁에 아빠와 관련된 책을 수시로 보여주며 아빠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고 싶은게 내 마음이다.
그런데 이 책 <꼭 잡아주세요, 아빠!> 제목부터 멋지다. 자전거를 배우기 위해 아빠가 꼭 잡아주길 바라는 아이들에게 멋진 감동을 주는 그런 책을 만났다.

우리집은 보통 아이들이 자전거를 탈때 아빠보다는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다. 하지만 책속의 아이의 엄마는 언제나 너무 바빠서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줄 수 없단다. 그래서 아빠에게 가르쳐 달라고 전화를 한다.

드디어 아빠와 아이가 자전거를 타러 나오는데 아빠의 말이 얼마나 멋진지 모른다.
"얘야, 세상 어디든 미끄러운 비탈은 있고, 오르막과 내리막, 울퉁불퉁한 길도 있단다. 가기 힘든 길은 늘 있을거야. 높은 계단이랑 언덕도 있고......하지만 언덕 위에 올라서서 보는 풍경과 머리카락을 스치는 바람의 느낌......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 혼자 힘으로 그 곳에 닿을 수 있다는 자신감.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까짓. 조금 넘어지는 일, 한두 군데 멍드는 일쯤은 아무 것도 아니지. 하지만 네가 아직 준비가 안 됐다면, 우리가 조금 기다려 줄게. 네가 뭘 하고 싶어하든 말이야."

이제 아이는 마음껏 달려요. 이제 가고 싶은 곳 어디든 갈 수 있지요. 그런 아이를 보며 아빠는 이렇게 말해요.
" 널 놔 준다는 건 끔찍이도 어려운 일이구나. 나도 정말 무서웠단다. 그렇게 멀리 갈 수 있으니 다시는 내게 돌아오지 않을까봐 무섭더구나!"

자전거를 잘 타기전에 아이는 아빠가 자전거를 놓을까 걱정했는데 자전거를 잘 타게되니 아빠는 아이가 아빠를 떠날 것을 걱정하지요. 그게 다 부모 마음이 아닐까해요. 그런데 아이가 얘기해요.
" 아빠, 나 여기 있어요. 내가 아빠를 꼭 잡을게요. 아빠가 놓아도 된다고 할 때까지요."

서로가 서로를 붙잡아주는 끈끈한 사랑이 느껴져요. 아이와 아빠의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한층 더 느껴지는 책이였어요. 우리 현준이는 아빠에게 이 책을 읽어달라고 해요. 아빠와 함께 읽으며 아마도 아빠와 현준이의 사랑이 더 단단해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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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9-18 0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보고 깜짝놀랐어요.
이런 책을 만들어볼까하고 꿈꾸고 있었거든요. 정말 딱 이런 책이요.
옆지기가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그 모습이 참 예뻐서 사진을 모았다가 수채화로 그림도 그려보고 글도 적어보고 싶었지요.
그런데 이미 나왔군요.
가슴 찡하고 멋진 책이네요.

꿈꾸는섬 2009-09-18 22:20   좋아요 0 | URL
멋진 아빠와 예쁜 딸이 이야기죠. 태은이네 가족 얘기처럼 들렸을 수도 있었겠어요. 우리 아들은 이 책은 아빠가 읽어주는게 좋대요.^^

같은하늘 2009-09-18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보니 지난 여름 아이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주던 일이 생각나는군요.
아빠가 해주겠다고 하더니 낮잠만 자고 결국 저는 아이들과 나가서 자전거 연습을 하고
열받아서 밥까지 먹고 늦게 들어왔다지요.ㅎㅎㅎ

꿈꾸는섬 2009-09-18 22:21   좋아요 0 | URL
저희도 자전거 타기는 보통 엄마랑 더 많이 해요. 그래도 저흰 아직 두발자전거는 아니거든요. 내년에 아빠와 현준이가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에 이 책을 샀는데 글도 그림도 너무 따뜻하더라구요.^^

같은하늘 2009-09-19 08:39   좋아요 0 | URL
전 그날 작은넘 방치한채 큰넘 두발자전거 잡아주느라 팔이 뻐근했어요.
남자아이들만 있는 집인데 아빠가 함께 해주는 모습을 많이 보고싶어요.ㅜㅜ

치유 2009-09-18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빠의 말이 너무 멋져요..감동적이구요..

꿈꾸는섬 2009-09-19 00:25   좋아요 0 | URL
그쵸? 아빠의 눈물 찔끔거리는 얼굴도 너무 감동적이죠.

hnine 2009-09-19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도 좋고 그림도 좋고요. 저 이렇게 그려진 그림(가는 선에 투명한 색채) 참 좋아하거든요.

꿈꾸는섬 2009-09-21 00:32   좋아요 0 | URL
맞아요.^^ 너무 좋아요.^^
 
복면 쓴 개 맹앤앵 그림책 4
박정연 옮김, 아르노 부탱 그림, 마티스 글 / 맹앤앵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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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몽이'에요. 꿈을 꾸는 아이죠. 몽이는 성격이 명랑해서 늘 기분이 좋대요. 항상 웃어요. 하지만 웃을 때면 심통 난 것처럼 입 꼬리가 아래로 쳐져서 심술궂게 보인대요. 정말 특이하죠? 그래서 사람들은 몽이를 피해다닌데요. 심지어 성질이 장난 아니겠다고 악담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군요.

몽이는 꿈을 꾸기위해 일찍 잠을 잔대요. 롤러스케이트 세계 챔피언이 되는 꿈이래요. 그래서 매일 롤러를 타고 달리고 또 달리며, 매일같이 연습한대요.

그런데 왜 갑자기 복면을 쓰고 나왔냐구요? 사람들은 몽이의 인상이 하도 험악해서 롤러스케이트를 잘 타긴 하지만 챔피언이 될 순 없다고 했대요. 챔피언이 되려면 활짝 미소지어야한다나요. 몽이는 억울했어요. 태어날 때부터 그런 걸 어떻게 바꿀 수 있겠어요? 하지만 몽이는 그런 건 상관하지 않았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롤러를 즐겁게 타는 것만 생각했죠. 그래서 몇 주 뒤 롤러 세계 챔피언 대회에 복면을 쓰고 나타났어요. 아무도 몽이라는 걸 알아채지 못했어요.

대회의 규칙엔 복면을 쓰면 안된다는 말이 없었기에 몽이는 이전 챔피언들의 기록을 깨뜨리며 우승을 했어요. 지구력 테스트에서도 이겼고 장애물 뛰어 넘기에서도 승리했대요. 하지만 몽이는 결과가 나오기 전에 사라져 버렸대요. 그저 롤러 타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었던가봐요.

하지만 길을 가던 아이가 롤러를 타면서 신문을 읽는 몽이를 발견하고 세계 챔피언 대회에 나왔던 복면 쓴 개라는 걸 알게 되었죠. 이렇게 온 나라에 소식이 전해지고 몽이는 커다란 메달을 걸고 큰 박수를 받았어요. 몽이는 꿈을 이룬 것은 꿈꿨던 것보다 훨씬 좋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순이라는 스케이트보드 챔피언을 만나 결혼하고 강아지들을 많이 낳았대요. 강아지들 역시 운동을 잘했고 모두 웃을때면 입 꼬리가 아래로 내렸갔대요.

살면서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일들이 많이 일어나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들 때문에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지 못할 때도 있고요. 하지만 몽이는 그걸 극복하고 자신이 꿈꿔오던 것을 이루어내지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우리는 모두 꿈을 이룰 수 있을거에요.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상관없는 나의 외모때문에 주눅들거나 포기할 필요없어요. 꿈은 우리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이루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노력해서 이루는 것이니까요.

몽이 캐릭터도 너무 예쁘고 색감도 너무 밝고 화사하니 예뻐요. 우리 아이들은 어느새 몽이가 귀엽다네요. 아이들에게 친근한 강아지가 주인공인 것 또한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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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우북 2009-09-18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최'신간인데 무척 빨리 보셨네요!^ㅁ^

2009-09-18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필로우북 2009-09-19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그러시구나~ㅎㅎ 어린이책 만들던 분들이 나름의 마인드를 가지고 차린 곳 같던데^^ 좋은 책 많이 받아 보시겠네요~^^
 
가을이네 장 담그기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6
이규희 글, 신민재 그림 / 책읽는곰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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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콩꼬투리가 누렇게 어물었어요. 가을이네가 봄에 심은 콩이 익은거에요. 이제 콩을 베어야겠대요.

가을이 아빠는 도리깨로 내리쳐서 콩꼬투리에서 노란콩이 나오도록 해요. 그럼 엄마는 차락차락 키를 까불구요. 그럼 콩깍지랑 티끌은 날아가고 노란 콩이 남는대요. 장 담글 콩이라 벌레 먹고 찌그러진 건 안된대요. 반들반들 잘 여문 콩만 쏙쏙 골라야한대요. 가을볕에 잘 말려야 한대요.

아주 쌀쌀한 날이래요. 아침부터 온 집안이 북적북적했대요. 메주를 쑤는 날이래요. 마당가에 걸린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물에 불린 콩을 가득 넣었대요. 콩 비린내가 나지 않게 잘 삶아야한다고 할머니가 단단히 일러요. 가을인 옆에서 탱글탱글 삶은 콩을 후후 불며 먹고 있네요. 맛있겠죠? 저도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어요. 대신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요.

아빠가 삶은 콩을 절구에 넣고 찧고 할머니랑 엄마는 대청마루에 앉아 메주를 만들어요. 반듯반듯 네모난 메주를 만들어 대청마루에 줄줄이 늘어서서 해바라기를 한대요. 꾸덕꾸덕 마르면 건넌방으로 올기고 뜨끈뜨끈 군불 지핀 방에서 속속들이 잘 띄워야 한대요.
저 어릴때도 이렇게 만들었던 게 기억나요.

건넌방 메주가 궁금한 가을이가 코를 꼭 싸쥐고 있어요. 곰팡이가 피고 썩었다고 생각했는데 할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꽃이 핀거래요. 제 기억에도 냄새가 지독했어요.

어느새 하얗고 노란 곰팡이가 메주를 소복이 덮으면 메주를 볏짚으로 잘 묶어 건넌방에 조롱조롱 매달아 놓는대요. 날이 풀리면 메주를 꺼내 처마끝에 매달고 햇볕이랑 바람을 쐬어주구요. 메주는 점점 노르스름하고 불그스름해져요. 거죽은 딱딱하고 속은 말랑말랑하지요.

장은 정월 말날 담그신대요. 음력 정월 말날 담가야 가장 맛있다지요. 저도 그렇게 들었어요.
아침부터 온 식구가 바빠요. 메주는 솔로 박박 씻어 햇볕에 말려 놓고 함지박 가득 소금물도 만들어 놓구요. 아빠는 볏짚에 불을 붙이고 그 위에 항아리를 엎어 실금이 간 건 아니가 알아보신대요. 나쁜 벌레도 잡아내구요. 항아리 바닥에 숯불을 피우고 꿀도 한 종지 부어 태웠대요. 항아리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지 말라구요.
가을이도 열심히 돕고 있네요. 꼭 저 어릴때 같아요.

장 담그는 날, 아침 일찍 목욕부터 깨끗이 하고 메주 한 덩이랑 소금이랑 볶은 고추를 소반에 올려놓고 정성껏 빌어요.

할머니랑 엄마는 메주를 차곡차곡 항아리에 담고, 소금물을 주르르 부어요. 잘 말린 고추랑 대추도 넣고 벌겋게 달군 참숯도 넣구요. 매콤한 고추는 나쁜 균이 생기지 않게 하고 달콤한 대추는 장맛을 좋게 한대요. 참숯은 잡내를 없애주구요. 또 항아리에 새끼줄로 금줄도 치고 하얀 버선본도 거꾸로 붙여 귀신을 막고 찬대요.

날이 점점 따뜻해지면 햇볕을 자주 쬐어줘야 장이 맛있게 익는대요. 항아리에 귀를 갖다대면 뽀글뽀글 공기 방울 터지는 소리도 들리구요. 그렇게 장이 익으면 항아리에서 메주를 전져내고 남은 찌꺼기는 베 보자기에 받쳐서 거른대요. 까만물이 줄줄 나오는데 이건 간강이래요. 날간장을 가마솥에 붓고 뭉근한 불에 오래오래 달인대요. 항아리에서 건져 낸 메주는 커다란 함지박에 넣고 잘 치애서 다시 항아리에 꾹꾹 눌러 담고 하얀 소금을 술술 뿌려 익히면 구수한 된장이 된대요.

어릴때 해마다 보아왔던 풍경이 이제는 생각도 잘 나질 않는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마치 내가 가을이가 된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장 담그기에 대한 세세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 우리 문화를 잘 모르는 아이들이 보면 정말 좋을 듯한 책이다. 잊혀져가는 우리것들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일깨워주는 소중한 책을 만났다. 아이들에겐 학습으로 나에겐 어린시절 추억을 일깨워주는 책으로 너무 좋구나.
현준이가 유치원에서 장담그기를 체험하고 왔었기에 책으로도 만날 기회를 주고 싶어서 구입했던 책이라 좀 어렵고 벅찰 수 있는 책인데도 재미있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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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09-17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울아이는 초등학교 입학해서 학교에서 빌려왔었는데...
현준이 너무 똑똑해지겠는데요.^^

꿈꾸는섬 2009-09-17 23:26   좋아요 0 | URL
생태유치원이라 우리 문화나 전통과 관련된 것들 위주로 수업진행하더라구요. 오히려 학습적인 것과 멀다고 엄마들이 싫어해요. 영어도 주2회, 한글 수학 이런건 거의 안하고 놀이나 체험 위주거든요. 유치원에서 경험한 것 책으로도 보면 좋을 것 같아서 구입했죠. 아마 같은하늘님 서재 갔다가 보고 샀을걸요.^^물론 땡스투도 날렸구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