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개미니? - 풀밭에서 만나요 8 풀밭에서 만나요 8
튜더 험프리스 그림, 주디 앨런 글, 신혜정 옮김 / 다섯수레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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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개미의 일생을 쉽게 설명하고, 나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책, 현준이네 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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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 걷는 길 담쟁이 문고
이순원 지음, 한수임 그림 / 실천문학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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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도 그런 굽이 같은 것인지 몰라. 긴 굽이가 있으면 짧은 굽이가 있고, 걷기 쉬운 굽이가 있으면 걷기 어려운 굽이가 있고 말이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고, 쉬운 일이 있으면 힘든 일도 있고, 힘든 일이 있으면 즐거운 일도 있고, 그런 이야기지요?"

"그래. 처음부터 끝까지 다 좋은 건 없으니까. 또 그런 굽이들을 살면서 세상을 배우는 거고. 그런데 너 아무래도 벌써 힘이 드는구나."

"힘이 들긴 하지만 끝까지 걸을 수는 있어요."

"그래, 어디 한번 힘들어도 끝까지 걸어보자." (p58)

 

아빠와 아들이 대관령에서 강릉까지 걸어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 산과 같아서 한 굽이 한굽이가 저마다 다르 듯 세상도 그러하다는 것을 산을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친정 아버지와 오빠는 관계가 서먹하다.

장손으로 자란 오빠는 부모님보다는 할아버지, 할머니 품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버지는 늘 일로 바쁘고, 늦게 귀가하셨다. 집에 일찍 들어 오시는 날이라도 아들과 함께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신 걸 본 적이 없다. 주로 막내인 내가 아버지의 다리를 주물러 드렸고, 주로 방안에서 혼자 쉬시는 걸 좋아하셨다.

요새는 아들을 키우는데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아버지와 오빠는 늘 대화가 없었고, 엄마를 통해 두 사람의 의사가 전해졌다. 지금도 오빠와 아버지는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있지만 터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법이 없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 사실 좀 답답하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그렇게 보낸 두 사람의 관계는 안타깝다.

반면, 시아버지와 남편의 관계는 친숙하다.

아버지와 대화하는 것을 어려워하지도 않고 같이 앉아 술도 한잔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밤이 새는 줄도 모른다. 친정에서 보았던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와는 전혀 다른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이었다. 보기 좋을뿐만아니라, 분위기 자체가 흐뭇하다. 아버지는 아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아들의 아버지의 말을 따르는 모습은 정겹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어떤 부모가 될까? 우리 아들은 어떤 사람으로 자라날까를 생각했다. 세상에 대해 산길을 에둘러 내려오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부모와 자식이라면 그 어떤 사이라도 좋을 것만 같다.

 

한 굽이 한 굽이 내려오면서 아버지와 아들은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평소 집에서 나누기 어려웠던 이야기들도 나누고,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고 한 굽이를 내려오기도 한다.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를 통해 아버지도 배우고, 아들도 배운다. 그렇게 우리도 아이들을 통해 배워야할 것 같다.

 

"여자는 결혼을 하면서 참으로 많은 준비를 한다고, 장롱도 사고, 냉장고도 사고, 세탁기도 사고, 식탁도 사고, 전자레인지 가스레인지도 새것으로 사고, 텔레비전도 사고, 비디오 오디오도 사고, 거실에 놓을 커다란 장식장도 사고, 침대도 큰 것으로 새로 사고...... 그런데 그렇게 많은 것을 새로 장만하면서 결혼하는데는 결혼하기 전에 쓰던 아주 귀한 물건 하나를 너무도 쉽게 잃어버리고 마는데 그게 바로 책상이거든. 처녀 때 쓰던 책상을 결혼하면서는 짐이 된다고, 놓을데가 없다고, 또 앞으로 쓸 일이 없다고 조카에게 주고 오거나 동생에게 주고 시집을 가는 거야. 전에 어떤 집에 갔는데 엄마가 학교 선생님인데도 그 집에 엄마 책상이 없더구나. 다른 물건들은 다 있는데 말이지. 아빠 눈엔 그게 참 이상하게 보였단다." (p96)

 

결혼을 하면서 내 책상을 꼭 가져가겠다고 하도 고집을 피운 탓에 남편이 자신의 책상을 두고 왔었다. 17평 좁은 집에 책상이 두개라면 너무 좁을 것이라며 자신의 책상을 두고 왔다. 그땐 책상 하나라도 함께 한다는 것이 좋아서 깊은 생각을 못했는데, 지금와서 생각하니 각자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지금 내 책상은 아들 방에 놓여져 있고, 난 식탁을 책상 삼아 가계부를 쓰고, 다이어리를 끄적이고, 노트북을 사용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엄마의 책상"이 가정내에서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부모를 통해 아이들은 자란다. 책을 읽고, 생각하는 부모에게서 책을 읽고, 생각하는 아이가 자랄 것이다. 다시 책상 하나 마련해야할 것 같다.

 

"힘들어질 거라는 건 알았지만 넘어질 것까지 안 건 아니지. 그리고 이젠 그런 것도 네 스스로 알아야 할 일이니까. 아빠가 그랬지? 삶이 이 길 같다고. 너는 네 스스로 다 자랐다고 생각하지만 어른이 되는 것도 그렇게 쉬운 게 아니야. 생각은 어른처럼 해도 아직 아이처럼 행동할 때가 있고, 또 행동은 어른처럼 해도 생각이 못 미칠 때도 있는 거고."

......

"처음 뛸 때엔 더 오래도 뛸 것 같았는데."

"아빠도 그랬지만 무엇이 빨리 되고 싶다거나, 무엇을 빨리 이루고 싶다는 건 욕심이야. 암만 뛰어도 우리는 고작 두 굽이만 빨리 온 거야. 걸어야 할 땐 걸어야 하는 게 우리 삶이야. 아빠도 할아버지도, 그리고 증조할아버지, 고조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들도 수없이 이 고개를 넘나들어도 너처럼 한 번 뛰어서 이 고개를 넘지는 않았을 거다. 그분들은 오래 가야 하고 또 오래 걸어야 할 길을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를 알았으니까. 이런 고개를 넘을 땐 천천히, 그리고 뚜벅뚜벅 걷는 게 가장 확실하다는 걸 말이지. 뛰고 싶은 걸 참는 것도 지혜인 거야."

"정말 그런가 봐요."

"뛰어오면서 우리는 우리가 온 길 옆에 무엇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왔잖니?"

"그거야 다른 굽이에도 있는 나무와 풀인데요. 뭐."

"그렇지만 모든 나무가 다 같지는 않고, 모든 풀이 다 같지는 않지. 같은 종류의 풀도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다를 수가 있는 거고. 일부러 그것을 살피며 걷는 게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는 빨리 온 두 굽이를 힘은 몇 배로 힘들게 쓰며 마음속에선 잃어버리고 온 것인지 몰라."(p182~184)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나에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만으로 어른이 되는 건 아니었다. 욕심을 부려서 무엇이든 빨리 이루려고 해서도 안된다는 건 세상을 살아봐야 아는 일이었다. 세상은 내 마음, 내 욕심으로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것에는 순서가 있고, 그 순서를 차례차례 지켜나가며 하나씩 이루어 나갈때에야 완숙해질 수 있는 것이다.

글씨를 막 배우기 시작했던 아들은 단숨에 책을 읽어내려가고 싶어했지만 모르는 글자가 많았고, 단어의 뜻조차도 쉽지 않은 것들은 글자만 읽을 뿐이었다. 그러다보니 책 읽기에 겁을 냈다. 단문으로 이루어진 책, 그림이 많은 책 외에는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점점 장문의 글들도 읽기 시작하고, 점점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아이와 함께 하는 모든 것들을 조바심에 빠르게 하려고 했던 것들을 반성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조금 느리지만 세심하게, 차분하게, 침착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세상의 모든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읽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함께 걸으며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부모가 세상을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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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3-02-01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의 책상' 이라는 말이 참 좋아요. 정말 그래요. 엄마도 책상이 필요한데 말이죠!!! 따로 책상 쓰는 엄마, 완전 멋져브러요~^^

꿈꾸는섬 2013-02-01 09:27   좋아요 0 | URL
책상이 있는 엄마와 책상이 없는 엄마, 정말 느낌이 많이 다르네요.^^

blanca 2013-02-01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섬님 리뷰로 보니 더욱 좋아요. 이 책은 아마도 현준이가 조금 더 커서 한 오학년 정도가 되었을 때 아버지와 함께 읽고 여행을 가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아버지와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이야기하고 말벗이 되는 연습을 쌓아야 성인이 되어 강력한 애착이 생기는 것 같아요. 예전 영어학원 다닐 때 같은 반이었던 분이 아들 둘이 한 명도 자신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고 슬퍼하던 모습이 떠올라요. 아버지도 아들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을 텐데. 가만히 보면 저희도 아버지와 딸 사이가 더 돈독한 것 같아요. 비가 추적추적 내려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꿈꾸는섬 2013-02-03 22:32   좋아요 0 | URL
현준이가 커서 아버지와 함께 책을 읽고 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면 그냥 흐뭇해져요. 어릴때부터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애착관계가 형성되어야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엄마 사용법 - 제1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작 신나는 책읽기 33
김성진 지음, 김중석 그림 / 창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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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바라는 엄마는 밥, 청소, 빨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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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슐 마녀의 수리수리 약국 - 제1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난 책읽기가 좋아
김소민 지음, 소윤경 그림 / 비룡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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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슐 하나로 영혼이 뒤바뀐다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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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널 사랑할 거란다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 4
미야니시 타츠야 글.그림, 허경실 옮김 / 달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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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널 사랑할 거란다>는 엄마의 마음이 담긴 책이다. 고녀석 맛있겠다 시리즈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유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엄마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낳은 알과 주워 온 알을 똑같이 예뻐하며 매일 정성을 다하는 엄마 마이아사우라, 주워 온 알에서 태어난 것은 무시무시한 티라노사우루스였다. 하지만 엄마는 둘을 똑같이 사랑으로 키운다.

거친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티라노사우르스를 위해 빨간열매를 따와서 먹인다. 그렇게 초식동물로 키워진 티라노사우르스는 자신도 마이아사우라라고 생각하며 자라난다.

몸이 훌쩍 큰 티라노사우르스, 하트는 어느 날 같은 종족을 만나고, 자신이 마이아사우라가 아닌 걸 알게되고, 자신은 초식공룡을 잡아 먹는 육식공룡임을 알게 된다. 얼마나 큰 충격이었을까? 그래도 자신을 키워준 엄마를 원망하지 않는 하트, 그리고 여전히 엄마의 소중한 아들이라고 말하는 엄마.

엄마를 위해 자신과 같은 티라노사우루스를 공격하는 하트,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일도, 키워준 엄마에 대한 고마움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자신을 키우기 위해 매일 빨간 열매를 따오던 엄마를 위해 하트는 엄마와 자신이 처음 만났던 장소에 빨간 열매를 가득 따다 놓았다. 사라진 아들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던 엄마는 빨간 열매를 보고 얼마나 가슴 아파했을까?
모습은 다르지만, 먹는 것도 다르지만,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은 것이 아닌가를 생각한다. 아이가 잘 자라주는 것, 아이가 위험에 처하지 않는 것, 아이를 위해서라면 엄마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걸 다시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엄마마도 널 영원히 사랑할 거란다. 하고 속삭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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