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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은 엄마가 잠시라도 안 보이면 금새 울음을 터뜨린다. 장난삼아 작은방 문 뒤에 숨었는데 현수가 "엄마"하고 부르며 돌아다닌다. 여기저기 기웃거려도 엄마가 보이지 않자, 오빠에게'엄마'를 같이 찾자고 한다. 현준이도 함께 찾지만 엄마가 없어졌다는 사실에 자세히 찾아보지 않고 울려고 하는 순간 "엄마, 여기 있지"하며 나갔다. 두 녀석 감정이 폭발해서 엉엉 울었었다. 

그런 녀석 둘을 어제는 집에 두고 남편을 데리러 갔었다. 아이 데리고 치과를 다녀와야해서 차를 두고 간 남편, 집에서 왕복 30분 걸린다. 치과에 가서 이도 뽑고 어금니에 실란트를 했다. 그리고 태권도까지 다녀왔으니 피곤했는지 그냥 집에 있고 싶단다. 현수는 따라가겠다고 했지만 현준이 혼자 두는 것보단 둘이 있는게 나을 것 같아 살살 달래 둘을 집에 두고 나왔다. 처음 있는 일이었지만 30분동안 잘 있길 바라는 마음에 얼른 다녀오겠다고 얘기하고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라고 일러두고, 아무에게도 문 열어주지 말라고 하고는 남편을 데리러 갔었다. 

뒷좌석에 아이들이 없는 것을 본 남편, 너무 놀란다. 이미 날은 어두워졌고 번개가 번쩍거리며 비가 막 쏟아지는 그 시간에 아이들까지 태우고 나오는 것보다는 혼자 움직이는게 더 나을거라고 판단했다. 남편이 바로 집으로 전화를 하고 금새 집으로 가겠다고 하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아이들이 너무도 잘 있는 것이다. 어느새 우리 아이들이 다 자랐구나하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작년에 이 책을 사서 열심히 읽어준 보람이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집에 혼자 있게 되는 경우가 언제든 생길테고 미리 책으로 읽어주면 좋겠단 생각을 했었다. 안전 예방은 미리 미리해야하는 것이니 말이다. 

<집에 있을때 꼭꼭 약속해>는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주기 때문에 엄마가 아이에게 꼭 얘기해야하는 것들이 모두 담겨 있다. 

아이들에게 위험한 순간을 미리 알려주고 예방할 수 있게 도와주는 교육은 꼭 해야만 하는 것이란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 세권의 책도 필수다. 

아이들의 성폭력을 예방하는 그림책을 많이 읽은 우리 아이들은 낯선 어른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현수의 경우엔 어린이집에 일주일에 한번 오는 체육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때 경계했었단다. 물론 지금은 선생님을 잘 따르긴 한다. 하지만 남자 어른들에 대한 경계심을 잊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슨 일이 생기면 엄마에게 꼭 말해야 하다고 말해두었다. 4살인 현수가 어린이집에서 야무지게 행동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 책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 수 있다. 

아이들이 완전한 성인이 될때까지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부디 큰 사고없이, 상처없이 잘 자랐으면 좋겠다. 

오늘 현준이 같은 반 엄마와 잠깐 커피를 마셨는데 아이 장래에 대한 걱정을 얘기했다. 어린 시절 꿈이 없는 아이들이 범죄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얘기를 듣고는 섬찟했다. 다행이 현준이는 야구 선수, 발명왕......꿈을 꾸고 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무엇을 하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다만 건강하기만 했으면 좋겠단 얘기를 했다. 

너무 빨리 학습되어지는 것도 바라지 않고 다른 아이들보다 특별하게 자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갖기만을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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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1-12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컸네요,현준이 현수 의젖한 걸요~^^

조금 더 지나면 말이죠,엄마와 같이 안 다니려고 하죠.

꿈꾸는섬 2010-11-15 14:40   좋아요 0 | URL
그래도 아직 너무 어린 아이들이죠.ㅎㅎ 그래도 어느새 많이 자랐어요.ㅎㅎ

水巖 2010-11-12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집에 있는 이야기를 읽으며 가슴이 다 떨리는군요.

꿈꾸는섬 2010-11-15 14:41   좋아요 0 | URL
불안하셨죠? 저도 30분이란 시간이 참 길게 느껴지더라구요. 하지만 집에 잘 있어주었네요.^^

아이리시스 2010-11-13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기들은 이렇게 커가는거군요. 많이 배웁니다.^^
너무 예뻐요.

꿈꾸는섬 2010-11-15 14:43   좋아요 0 | URL
제가 너무 막나가죠? 아직 너무 어린 아이들인데 좀 믿는 구석이 있었어요. 그날따라 비도 너무 많이 내리고 번개도 치고 날도 이미 어두워서 사실 함께 나가는게 더 위험할 것 같았거든요. 여하튼 무사히 집을 지켰으니 칭찬해줄만하긴 했죠.^^
아이들 예쁘다 소리는 늘 좋아요.^^

마녀고양이 2010-11-15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섬님. 대견하셨겠어요.
둘이만 집에 잘 있었다는거죠? 많이 컸네요. ^^

치과도 다녀오셨다니... 치과는 정말 싫어요. 그죠.

꿈꾸는섬 2010-11-19 19:22   좋아요 0 | URL
댓글이 너무 늦었죠? ㅎㅎ 죄송^^

ㅎㅎ너무 대견해요. 치과는 가기가 정말 싫지만 안 가면 더 괴롭잖아요.ㅎㅎ

감은빛 2010-11-16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너무 귀엽고 예쁜 것 같아요.
울 첫째는 이제 제법 커서,
혼자 잠깐 기다리라고 하면, 꼼짝않고 잘 있는 편인데,
둘째 아가는 아직 한참 멀었죠.

'꼭꼭 약속해' 시리즈는 참 좋은 것 같아요.
다 모아놓고 자주 보여줘야 겠어요!

꿈꾸는섬 2010-11-19 19:22   좋아요 0 | URL
ㅎㅎ꼭꼭 약속해 시리즈 저도 모아야겠어요.^^

순오기 2010-11-16 0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으로 안전을 학습해야 되는 세상이 되었다는 게 슬프지만, 거기에 맞춰 아이를 키워내야 하는 부모들의 지혜가 요구되지요. 무탈하게 자라는 아이들~ 감사하지요.
현준이 현수~ 둘이니까 두고 가지 혼자라면 생각도 못하지요, 그래서 꼭 둘은 돼야죠!!^^

꿈꾸는섬 2010-11-19 19:23   좋아요 0 | URL
책으로라도 안전 학습을 할 수 있으니 다행스러워요.
맞아요. 현준이 현수 둘이라 가능했던 일이에요.^^

후애(厚愛) 2010-11-16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 현수 보고싶어요~ ^^

꿈꾸는섬 2010-11-19 19:23   좋아요 0 | URL
ㅎㅎ다음에 뵐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잘 지내고 계신거죠?

2010-11-17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11-19 19:24   좋아요 0 | URL
아프진 않았고, 늦가을을 만끽하지도 않았고, 그냥 산티아고에 빠져서 살았어요.ㅎㅎ

같은하늘 2010-11-18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랑 현수가 이쁘게 커가고 있군요.^^
우리집은 더 큰 넘들임에도 둘이 두고 나갈수가 없어요.
머슴아들이라 싸움이 나거든요.ㅜㅜ

꿈꾸는섬 2010-11-19 19:25   좋아요 0 | URL
ㅎㅎ머슴아들이라도 부모님 안계시면 덜 싸우지 않을까요? 보통 믿는 구석이 있어야 둘째들도 덤비더라구요.ㅎㅎ(우리 현수의 경우지만요.)

희망찬샘 2010-11-21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싫다고 말해요
이 달의 우리 반 권장 도서입니다.
이 달의 주제가 '자기 몸을 자기 스스로 지키자!' 거든요.
저도 아이들을 집에 두고 둘이 나갔던 날 가슴 두근거리던 것이 생각이 납니다. 우리 애들도 이제 제법 컸다는 생각에 가슴 뿌듯했는데... 공감백배 글이에요.

꿈꾸는섬 2010-11-24 00:44   좋아요 0 | URL
난 싫다고 말해요..권장 도서군요. 자기 몸을 스스로 지킬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우리들의 몫인 것 같아요.^^
아이들 집에 두고 나갔던 날 가슴 두근거리던 것은 모든 엄마들이 똑같이 느끼는 일이군요.^^
 

수요일엔 현준이가 소풍을 다녀왔다. 포천에 있는 아프리카 문화원. 

오늘은 현수가 소풍을 간다. 자라섬 이화원. 

수요일 현준이의 소풍 준비를 하는데 현수가 질투가 심했다. 오빠만 김밥, 과일, 음료, 과자를 넣어 주었더니 입을 삐죽거린다. 금요일에 현수 소풍갈때 싸준다고하는데 아직 어려서 막무가내다. 하지만 오늘, 자기가 소풍가는 날이라며 일어나자마자 내게 와서는 "엄마, 얼른 김밥 싸." 그런다. 밥하고 김밥 재료 준비하는데도 계속와서 나불나불 할 말이 많다. "엄마, 나도 음료수 싸줄거지? 엄마, 나도 과자 싸줘. 또 포도도 싸주고." 그런다.  

현준이는 현수의 그런 모습을 보고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심지어 현수가 "오빠는 오늘 김밥 안 싸준대."하고 놀리는 말투로 말해도 신경도 안 쓴다. 확실히 녀석이 많이 큰 느낌이다. 

어제 어린 아이가 연못에 빠져 죽었다는 기사만 보지 않았더라도 이렇게 걱정이 되진 않을텐데, 현준이 때와 다르게 현수의 가을 소풍은 걱정이 많다. 조심 또 조심하라고 당부를 하는데 "알았어."하고 소리를 빽 지른다. 내가 너무 강조했나...... 

겨울 오기 전에 아이들이 가을을 만끽하는 것은 좋은데 조심성없이 까불다가 사고날까 그게 좀 걱정스럽긴 하다. 

나도 어릴적 친구들이랑 돗자리 가지고 김밥싸서 소풍가고 싶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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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10-22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을 소풍 가고 싶어요~ ㅎㅎ
저 현수따라 소풍 갈래요~ ㅋㅋ
행복한 주말 되세요.^^

꿈꾸는섬 2010-10-22 10:21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 소풍가고 싶으시군요.ㅎㅎ
건강하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0-10-22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릴적 친구'들이랑 소풍가고 싶어요.
전 가끔 아주 가끔 성묘갈때...저런 비슷한 느낌이 들어요~^^

꿈꾸는섬 2010-10-22 15:41   좋아요 0 | URL
성묘가는 길, 그런 느낌 저 알 것 같아요. 저 어릴때 추석 성묘가는 것 참 좋아했는데 저희 친정은 산소가 다 없어지고 납골당에 모시게 되어 그런 기분을 이제는 느껴볼 수 없네요.
어릴적 친구들, 가끔 보고는 싶지만 다 큰 어른이 되어서 보는 건 어릴적 그 감정이 안 살아나서 실제로 만나는 건 그냥 그래요.

전호인 2010-10-22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이들도 유별나서 김밥속을 따로따로 준비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해람이는 참치김밥을 좋아하는 데 깻잎을 싫어하고 범석이는 일반김밥에 깻잎넣은 것을 좋아하다보니 옆지기가 두가지의 김밥을 말던 때가 있었습니다. ㅎㅎ

아, 가을!
소풍가기 좋은 계절이지요.
옆지기가 주말에 일이 몰리다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토요일 미루어오던 혼자만의 가을여행(?)나들이(?)를 생각하고 있답니다.
어디가 좋을지는 아직. 자동차가 아니라 버스나 기차 등으로 인근이 좋을 것 같은데
마땅한 곳을 찾고 있습니다. 이러다 또 집에만 있게되는 것은 아닌지 원. ㅎㅎ

꿈꾸는섬 2010-10-22 15:43   좋아요 0 | URL
ㅎㅎ아이들 취향따라 김밥 재료 만드는 엄마, 너무 좋은 엄마세요. 전 그냥 주는대로 먹으라고 해요.ㅎㅎ

옆지기님 주말에 바쁘시군요. 저도 한때 아이들 데리고 체험학습하러 다녀봤어요.ㅎㅎ 전호인님 혼자 가을을 만끽하시는 것도 좋겠네요. 아니면 아이들이랑 다녀오셔도 좋겠어요.^^

프레이야 2010-10-22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랑 좋았겠네요^^

2010-10-22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적 친구들이랑' 소풍가고 싶다고 하시니 왠지 꿈속 같은 환상의 소풍이 그려져요. 그런 소풍 좋아요.^^

실비 2010-10-24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풍갈때 새벽부터 엄마가 김밥 싸주시던게 생각나네요..
정말 소풍가고싶은날이에욤~

감은빛 2010-10-25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소풍간다고 김밥, 과일, 쥬스 이런것들 챙기는 거 참 힘들어요!
아침부터 고생이 많으셨겠군요. ^^

순오기 2010-10-25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는 많이 의젓한 오빠가 됐네요. 현수의 자랑질이 눈에 보여요~ 사랑스런 딸!!

나도 어제 현준이랑 현수처럼 가을 소풍가서 노란 은행나무 옆의 정자에서 김밥을 먹었어요. 문학기행 10년에 김밥으로 점심 먹은 건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아주 좋았다고 자랑해요.^^

2010-10-27 1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끔 동네 앞동산에 데려가면 아이들이 엄청 좋아한다. 낮지만 아이들에게는 숲속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아파트, 자동차 이런 것들만 보던 아이들을 데리고 앞동산을 올라가며 나무도 보고 풀들도 보고 꽃들도 본다.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체력 단련장이 있고 우리는 그곳에서 잠깐 쉬었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토요일에는 운이 좋게 청솔모 한마리가 나무에 걸어둔 물을 먹으러 오는 것을 목격했다. 아이들도 신이 나서 재잘대고 청솔모는 나무를 타 넘고 열심히 오르락 내리락하며 분주했다. 역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현수는 다람쥐도 보고 싶다고 졸라댔다. 다람쥐는 사람들이 무서워 나무 속에 숨어 있다고하니 겁내지 말고 한번 나와 보란다. 

오늘은 남편과 함께 천마산을 다녀왔다. 마석에 3년을 살면서 처음 가봤다. 이곳에 왔을때 현수가 막 100일을 넘겼으니 산에 다녀올 여력이 없었다. 아이들이 산에 가고 싶다고 재잘대어 동네 언니의 얘기를 듣고 약수터까지만 다녀오기로 하고 간단한 먹을거리를 챙겨 천마산을 올랐다. 앞동산에 오를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 역시 산은 산이었다. 가파른 길을 잘 오르던 현수 꾀를 부렸지만 약수터까지 잘 올라갔다. 그곳에 도착해서 사발면에 물을 부어 주었더니 후루룩 잘도 먹는다. 바나나, 포도, 과자, 오징어 구이를 쉬지 않고 먹는다. 열심히 먹는 모습을 보면서 남편과 얼마나 흐뭇하게 웃었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근처에서 놀이를 했고 남편과 나는 돗자리에서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가져갔던 물병 하나에는 약수 물도 받아 오고, 산에서 물을 받는 재미도 좋았던가보다. 

가을 산 향기가 너무 좋았다. 소나무 향기라 폐속까지 전해지면서 몸도 마음도 모두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산 속에 앉아 이 책을 펼쳐 들었다. 스텔라님이 쓰신 부분부터 읽기 시작했다. 아무 쪽이나 마음에 드는 곳부터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일기와 편지 쓰기에 대한 스텔라님의 생각을 읽으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던 친구를 떠올렸다. 고등학교 3년내내 편지를 주고 받았던 친구가 몇명 있었다. 그중 졸업후에도 편지를 주고 받던 친구가 있었는데 어떤 일이 계기가 되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편지가 끊겼고 더 이상 연락이 되질 않는다. 잘려진 기억들 속에는 분명 나의 잘못이 떠오르고 산 속에서 그 친구를 생각하니 조금은 쓸쓸해지기도 했다. 그 당시 나를 살찌우던 친구였는데 말이다. 간호사가 되고 싶어 했던 친구, 간호대학을 다녔으니 어느 병원에서 아픈 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사가 되었을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 어릴때 주고 받았던 편지함을 꺼내어 그 친구의 편지들을 읽어 보았다. 그 당시 우리를 울렸던 이승환의 노래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감동 깊게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매일 새벽 6시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 하고 싶은 일, 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우리가 어느 시점에서 연락이 끊어졌던 것일까를 생각해보니 다시 떠오른다. 사람들에 대한 나의 무책임함. 소홀함. 아, 이런 것들 때문이었겠구나 생각하니 미안해진다. 

대인관계에 늘 서툰 나는 사람들을 잘 챙기지 못하는 성격이다.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참 잘하는데, 어느 순간 그 소중함을 잊게 된다. 나는 나에게 너무 몰두하는 사람인 것 같다.  

예전에 1년을 넘게 봉산탈춤을 배운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 사람들이 전부였는데, 지금은 그 누구와도 연락을 하지 않는다. 나란 사람은 그런 무심한 사람인 것 같다. 그들과 함께했던 소중한 시간들을 추억조차하지 않으니 말이다. 

기억이란 참 이상하다. 서로 연관도 없는 것들이 불쑥 서로 연관을 맺은 듯 튀어나오니 말이다. <100인의 책마을>을 읽으며 오래된 일기장과 편지들을 찾아보고 친구를 떠올리고 그 친구와의 소원함을 생각하다보니 봉산탈춤 배우던 그때가 생각나다니 말이다. 

감은빛님의 글도 읽어 보았다. 환경운동가였다는 감은빛님의 글을 읽으며 우리 동네 앞동산이 없어질 거란 생각을 하며 조금 씁쓸했다. 그 동산을 허물어 그곳에 체육시설을 들여 놓는단다. 이 동네는 값싸고 질 좋은 체육시설이 없다. 심지어 비싸지만 이용할 수 있던 곳은 몇달전에 문을 닫았다. 그러니 체육시설이 들어오면 좋긴 하지만 아이들과 잠깐 휴식하며 찾을 수 있던 공간이 사라진다니 너무 안타깝다. 나무를 타고 날아와 물을 마시고 가는 청솔모의 모습에 열광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한데 말이다. 이제는 그런 곳을 일부러 찾아 다녀야만 하는 시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 나는 어느 쪽일까? 체육시설이 들어오면 분명 유용하게 이용할 것인데, 그곳에 체육시설이 들어오는 걸 반대해야하는걸까? 왜 하필, 그곳이냐고 말하지만 이 곳에 그럴 장소가 그곳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란 생각을 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편의시설을 환영하지만 조금이라도 남은 자연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다른 사람들의 책 읽기를 엿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우선 두분의 글을 읽고 책 소개를 받았다. 앞으로 어떤 책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기대된다. 

아이들 데리고 종종 산을 찾아와야겠단 생각을 했다. 자연 속에 있어야 자연의 소중함을 더 많이 느낄테니까 말이다. 우리가 가져갔던 쓰레기는 모두 집으로 가져와 분리수거를 했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맘껏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다. 그래야 더 소중한 것을 알게 될테니 말이다. 산에 오르는 걸 좋아하는 아들이 있어서 참 좋은 하루를 보냈다. 아이들이 크면 우리도 언젠가는 정상까지 다녀오게 되겠구나 싶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남편과 아이들 자라면 지리산 가자고 했더니 열심히 걸어다니며 체력을 비축해두란다. 언젠가 아이들과 지리산 산행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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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8 0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8 0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을사랑하는현맘 2010-10-18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산을 무척 좋아하긴 하는데 움직이는걸 안 좋아하다보니
(아이러니한 이 현실..)
산속의 그 정취를 맡을 기회가 별로 없답니다ㅠ.ㅠ
아이들을 데리고 종종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저 역시 평소때 열심히 걸으며 체력을 먼저 만들어야겠어요.
산 입구에서부터 헥헥거리는 엄마가 되지 않으려면요!!

꿈꾸는섬 2010-10-18 00:51   좋아요 0 | URL
저희도 참 오랜만에 산을 갔어요. 아이들 어리다는 핑계로 참 멀리했었는데 막상 다녀오니 정말 좋더라구요. 혼자 오신분도 많고 가족과 온 분도 많고 산악회에서 오신분들도 많구요.
오랜만에 산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참 좋았답니다. 이 가을 가기 전에 산행 한번 계획해보심 좋을 것 같아요.^^

양철나무꾼 2010-10-18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집 바로 뒤가 작은 동산인데...저얼때 안 올라갑니다.
나중에 어떻게 얼마나 고생할려고 이러는지 원~
제가 현준이,현수보다 등산을 못할 것 같습니다~ㅠ.ㅠ

꿈꾸는섬 2010-10-18 01:16   좋아요 0 | URL
제가 사는 곳은 원래 산이었을거에요. 산을 깍아 아파트 단지가 들어왔지요. 그중 일부가 동산으로 남은거죠. 여기 사는 사람들의 일부는 그곳을 즐겨 다녀요. 운동삼아, 아이들과 놀이 삼아 말이죠. 근데 그곳이 없어진다니 좀 안타까워요. 집 바로 뒤에 좋은 곳이 있는데 왜 멀리하세요. 책만 읽지 마시고 아들이랑 가끔 데이트 삼아 올라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후애(厚愛) 2010-10-18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에 산에 가면 참 좋을텐데...
역시 가을은 아름다운 계절인 것 같아요.^^
전 가을을 제일 좋아한답니다.

꿈꾸는섬 2010-10-18 17:16   좋아요 0 | URL
가을 산 정말 좋아요.^^
후애님도 옆지기님이랑 산책 많이 하시잖아요. 두분이 오붓하게 다니시는 것도 좋아보이더라구요.^^

마녀고양이 2010-10-18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 향기라는 단어가 제게 훅 들어오네요.
꿈섬님 페이퍼로 다시 한번 가을을 느낍니다.

즐거운 산행이었네요. 그리고 탈춤도 배우셨어요? 우아, 저는 사물놀이 꼭 배우고 싶어요. 그 신명나는 꽹과리와 북소리가 제 심장 소리와 같이 뛰놀거 같아서요.
가슴이 펄럭 뛰는 페이페예여~

꿈꾸는섬 2010-10-18 17:17   좋아요 0 | URL
가을 산 너무 좋아요.^^
탈춤을 배웠더랬죠. 지금은 뭐 기억도 가물가물...
사물놀이는 정말 신명나죠.^^

마노아 2010-10-18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최고로 소중한 사람이 앞으로도 계속 소중한 사람일 것 같은데, 막상 그 적을 떠나고 나면 연이 잘 이어지지 않을 때가 많아요.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지 않게 지금의 인연에게 최선을 다해야 하나봐요. 그 인연들이 나중에라도 어떻게든 영향을 또 주면서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가 되기도 하고요.

꿈꾸는섬 2010-10-18 17:18   좋아요 0 | URL
소중한 사람들과의 인연에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마노아님 말씀 맞아요.^^
나중에 또 어떻게 만나게 될지 인생은 알 수가 없어요.^^

전호인 2010-10-18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의 향기.
글이 참 예뻐요.
가을산과 어울리는 풍경도 새롭고요.
인연이라는 것이 참~~~, 모두가 소중함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꿈꾸는섬 2010-10-21 00:45   좋아요 0 | URL
산을 다녀오니 산의 향기를 알겠더라구요.^^

소중한 인연을 귀히 여겨야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살았네요. 후회돼요. 그래서 지금부터 만드는 인연들은 좀 더 소중하게 최선을 다해야겠단 생각을 해요.^^

blanca 2010-10-19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봉산탈춤을 배우셨군요. 우아...저는 그 감은빛님이 여기의 감은빛님인 것도 제대로 매치 못시켰더랬어요. 저도 떠올려 보니 참 그 때는 절절했는데 연락이 끊긴 사람이 너무 많네요....사람을 챙긴다는 것도 참 큰 일인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0-10-21 00:46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이 환경운동을 하셨더라구요.^^ 멋지세요.^^
결혼 이후 사람 챙기는게 더 힘들어진 것 같아요.

순오기 2010-10-20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 나도 어제 무등산 증심사에 가봤어요.
광주에 둥지를 틀고 22년만에 가봤는데 다람쥐가 여기저기 쪼르르 달려다녀서 귀여웠어요. 현준이 현수도 좋았겠네요.^^

꿈꾸는섬 2010-10-21 00:47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가을산 정말 좋죠?
저희도 천마산에서 다람쥐 보았어요.^^
아이들 너무 좋아했어요.ㅎㅎ
매주는 힘들더라도 분기별로 한번씩 다녀오면 좋겠더라구요.^^
 

어제 현준이네 유치원에서 가족운동회를 했다. 근처의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많은 가족들이 모여 신나게 놀았다. 아침부터 준비한 선생님들의 노력이 곳곳에서 보였다. 

아이들은 넓은 운동장을 신나게 뛰어다녔고, 현수도 자신의 운동회처럼 신나게 참여했다. 

운동에 영 소질이 없지만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하는 운동회에 즐겁게 참여했다. 여러가지 이벤트와 함께 하는 달리기도 재미있었고, 아이 보트 태워 반환점 돌아오는 게임도 재미있었다. 운동회를 시작하며 몸 풀기 댄스도 하고, 아이, 부모, 선생님 대표가 나와 선서도 하였다. '넘어져도 울지 않는다', 아이들의 경우에만 해당될 줄 알았는데 40여 가족이 넘어져서 다쳤었단다. 내가 아는 엄마는 바지에 구멍나고 팔꿈치 상처나고 얼굴도 바닥에 살짝 밀었다. 화장실에 찔끔거리고 있더라.  

현준이는 원래는 계주 선수가 아닌데 보충 선수로 나갔다. 처음 하는 것인데 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처음 뒤쳐져 뛰던 아이의 바통을 받고 역전해서 들어와 바통을 넘겨 주었다. 어찌나 대견하던지, 스스로도 자신이 대견스러웠던 것 같다. "나, 아빠 닮아 잘 뛰나봐." 엄마 계주 한다는데 현준이가 엄마도 하란다. 하지만 절대 폐 끼칠 수 없어 솔직히 잘 못 달린다고 고백했다. 대신 남편이 달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비가 내려 인원수가 확 줄어 내년에 뛰란다.ㅎㅎ 

청팀과 홍팀으로 나누어 경기를 했는데 한팀이 더 많은 홍팀이 매번 유리했다. 하지만 청팀 엄마들은 큰공 배구 게임을 무승부로 (바람이 우리쪽으로 불어왔지만 끝까지 버텨냈다), 줄다리기는 완전승을 했다. 그렇게 이기고나서 남자들 경기를 보면 남자들은 꼭 지는 것이다. ㅜㅜ 남편 말이 양쪽 다 기가 셀 순 없는 것 같단다. 아무래도 청팀은 엄마들 기가 세고, 홍팀음 아빠들 기가 센 것 같단다.ㅎㅎㅎ 

신나게 율동도 하고, 큰소리로 고함도 지르면서 그동안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마구 날려버리고 돌아왔다. 다시 에너지가 넘친다. 

타이타닉, 부부게임에도 도전했다. 모든 미션을 수행하고 마지막 끝까지 살아남긴 했는데 안은채로 선물 받으러 가라니까 그 자리에 내려 놓는다. (어째 선물 욕심이 없냐구) 사실 여러번 내려 놓고 싶었단다. 그럴때마다 현준이네 선생님이 오셔서 양엄지손가락을 펴 올리며 아빠 힘내시라고 응원을 했단다. 선생님의 칭찬에 끝까지 버텨 주었다는 것이다. 역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인상 깊었던 것은 조부모님이 함께 하셨던 경기였다. 어르신과 함께 나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엄마나 아빠는 풍선을 불어 다리 사이에 끼운다. 어르신은 그 풍선을 터뜨린다. 그리고 어르신께 큰절 올리고 업고 돌아오면 되는데 상당한 조부모님이 흥겹게 참여하셨다. 너무 보기 좋았다. 우리도 부모님들과 함께 왔다면 더 좋았겠다 싶었다. 

갑자기 쏟아진 비때문에 마무리가 흐지부지 되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했던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가족 운동회를 통해서 아이도 우리 부부도 가족에게 더 많은 애정이 생겨나고 서로에 대한 믿음도 굳건해진 것 같다. 아이가 의젓하게 운동회에 참여하는 것만 보아도 어찌나 대견하던지 살짝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오던 차에서 잠들었던 아이들을 깨워 따뜻한 물로 씻겨 맛있는 저녁을 먹고 재웠다. 오늘 아침 현수는 늦은 시간까지 잠들어 있었다. 나도 안 쓰던 근육들이 놀랐는지 어찌나 쑤시던지...현준이때문에 새롭게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즐겁고 행복하고 감사하다. 우리 부모님들도 우리가 자라던 모습에 이렇게 감동하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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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0-04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잼났겠는걸요,왕 부러움~!!!
님의 맛깔스런 글이 재미를 부추겼겠지만요~^^
몸살 안 났어요?
뜨듯한 아랫목에서 책이나 읽었으면 좋겠는 날씨예요.

꿈꾸는섬 2010-10-04 23:59   좋아요 0 | URL
온 몸이 쑤셔요. 어찌나 방방거리고 뛰어다녔는지 몰라요.ㅎㅎㅎ
남편은 저의 그런 모습을 처음 보니 신기했던가봐요.ㅎㅎㅎ
그래도 너무 즐거웠어요.^^

라로 2010-10-04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의 첫 운동회의 감회는 남다르죠??^^
아빠들이 가장 고생이었을까요???ㅎㅎ
담엔 조부모님 모시고 가시면 더 즐거울것 같아요~.
현준이 현수도 더 으쓱 할거고,,부모님도 즐거우시고!! 일석이조!!

꿈꾸는섬 2010-10-05 00:0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첫 운동회...
아빠도 엄마도 고생했답니다. 현수가 낮잠을 못 자 자꾸 짜증을 냈거든요.ㅜㅜ
다음엔 부모님 모시고 가야겠어요.ㅎㅎ

마녀고양이 2010-10-04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 운동회 생각보다 좋더라구여.
그런데 끝나고 나니, 아이보다 제가 더 지치더라는... ^^

꿈섬님은 어때여? 글구 사진...... 오옷 쵝오!

꿈꾸는섬 2010-10-05 00:00   좋아요 0 | URL
너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오늘 대청소하려고 했는데 못했어요.ㅋㅋ
더 추워지기전에 대청소해야하는데 말이죠.ㅋㅋ

순오기 2010-10-05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운동회 사진 있으니까 사계절출판사 이벤트에 응모해보세요.
상품이 빵빵해요~ 가을운동회 출간 이벤트!^^
http://cafe.naver.com/sakyejul.cafe

꿈꾸는섬 2010-10-05 23:15   좋아요 0 | URL
정보의 여왕이세요.^^
한번 참여해볼게요.^^

세실 2010-10-05 0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 현수의 저 당당하고 행복한 표정이라니~~~~
즐거워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운동회가면 은근히 경쟁심도 생기더라구요~~

꿈꾸는섬 2010-10-05 23:16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지요. 아빠 어깨 위로 올라타 세상을 바라보니 얼마나 더 넓어 보일까요?
ㅎㅎ정말 이기고 싶더라구요.ㅎㅎ
 
산너머 산~~

같은하늘님 시어머님 얘기 듣다보니 우리 시어머님 생각이 나서 몇자 적으려구요. 

이번 추석에 유난히 몸이 좋지 않았어요. 시부모님 계시는데 한번도 낮잠 자본적이 없던 제가 맥주 한잔 마시고 낮잠을 잤지요. 그래도 몸이 개운치가 않아 밤에도 일찍 잠을 잤어요. 다음날 아침에 엉덩이가 엄청 아프더라구요. 한참 앉아 전 부치느라 힘들었던가봐요. (저흰 차례를 안지내서 음식은 많이 안했어요. 제가 고기만 재워갔거든요. 그리고 시댁에선 전만 부쳤어요.) 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드리며  

"어머니, 저 엉덩이 아파요." 그랬더니 우리 시아버님 

"며느리를 얼마나 일을 많이 시켰으면 애가 병이 났어." (농담조로) 그러시는거에요. 

그랬더니 우리 어머니 

"야, 그럼 시댁에 일하러 오지 놀러 오냐?" 그러시는거에요. 물론 이것도 웃으며 농담하신거에요. 

그래서 제가 

"네, 어머니, 저 놀러 왔어요." 그러면서 한바탕 웃었던 게 생각나네요. 

좀 속상하게 하실때도 있지만 성심은 맑고 고우신 분이세요. 게다가 우리 시부모님 겉치레는 절대 사양이에요. 편한게 편한거고, 좋은게 좋은거래요. 늘 허허허 웃으실때가 많죠. 그래서 손해도 잘 보시면서 살아요. 가끔 속태우시는 거 외에는 며느리라고 일 많이 시키시고, 힘들게 하시거나 하질 않으시니 그런 건 참 좋더라구요. 

서로가 부담없이 격식 차리지 않고 큰 소리로 얘기하고 농담하고 그럴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할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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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이 들어 대접받는 7가지 비결
    from Oh~ Beautiful Love 2010-10-01 10:54 
    나이 들어 대접받는 7가지 비결 1. Clean up: 나이 들수록 집과 주위 환경은 모두 깨끗이 해야 한다 2. Dress up: 항상 용모를 단정히 해 구질구질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는다 3. Shut up: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많이 하라 4. Show up: 회의나 모임에 부지런히 참석하라 5. Cheer up: 언제나 밝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6. Pay up: 돈이든 일이든 자기 몫을
 
 
양철나무꾼 2010-10-01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사에 긍정적인 꿈섬님께 한수 배우고 갑니다,감사~^^

꿈꾸는섬 2010-10-01 01:06   좋아요 0 | URL
제가 늘 양철나무꾼님께 배워요.
근데 요샌 야심한 시간에 자주 뵈어요.^^
마고님 말씀대로 건강 해칠까 걱정이어요. 몸 조심하셔요.^^

순오기 2010-10-01 0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농담이 통하는 사이가 좋은건데~ 농담은 함께한 세월이 좀 쌓여야 가능한 얘기죠.
좋아 보이네요.^^

꿈꾸는섬 2010-10-01 10:09   좋아요 0 | URL
너그럽게 봐주시는 시부모님 덕에 가능한 것 같아요.^^

2010-10-01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10-01 10:09   좋아요 0 | URL
ㅎㅎ고맙습니다.^^

책을사랑하는현맘 2010-10-01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 다른 남이었다가 남자 하나로(!!!) 가족이 된다는게 참 신기하죠?^^
서로 애쓴 만큼 편하고 좋은 사이가 되는 것 같아요.
좋아보이고~부러워요^^

꿈꾸는섬 2010-10-01 10:10   좋아요 0 | URL
이런 건 좋지만 골치 아픈 일이 너무 많아요.

2010-10-01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1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가방 2010-10-01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친정에선 올케가 그렇게 진담같은 농담을 잘한답니다.
원래 성격이 그런줄은 모르고 처음엔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지금은 서로 농담같은 진담, 진담같은 농담을 주고 받는답니다..^^

꿈꾸는섬 2010-10-01 11:15   좋아요 0 | URL
ㅎㅎㅎ당황스러울만하죠. 어려운 분들이 바로 시부모님이실테니까요. 하지만 농담같은 진담, 진담같은 농담으로 허허허 웃을 수 있으면 좋은게 아니겠어요.^^

무스탕 2010-10-01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그릇을 잘 깨거든요;;; 시댁에서도 그릇을 몇 번 깨먹은적이있어요;;;
설겆이하다 그릇을 떨어뜨리면 울 시어머니 '부화나도 참어~~~' 하고 소리치세요 ^^
음식 해 먹고 가족들이 맛있다 그러면 '내가 마늘도 까고 파도 다듬고 양파도 썰어 넣어서 맛있는거야' 말하죠. 그러면 시어머니는 '어이구~ 그려~' 그러시죠.
저도 제 시부모님이 어려운 분들이 아니셔서 참 다행이에요 :)

꿈꾸는섬 2010-10-01 11:16   좋아요 0 | URL
ㅎㅎ무스탕님 그릇 잘 깨시는구나....ㅎㅎㅎ
무스탕님 시어머니도 참 좋으신 것 같아요. 가족이 너무 어려워만 하면 정 붙이기가 쉽지 않잖아요. 우린 참 복도 많아요.ㅎㅎ

stella.K 2010-10-01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어머니 정말 좋으신 분이시네요.
저는 저의 엄마가 시집살이를 좀 심하게 하셨고,
우리나라 시어머니에게 갖는 고정관념이 있잖아요.
그게 참 안 바뀌더라구요.ㅜ

꿈꾸는섬 2010-10-01 21:12   좋아요 0 | URL
저희 친정엄마도 시집살이 참 고되게 하셨어요. 그래서 그런가 며느리한테 크게 바라는게 없으시더라구요. 오히려 며느리 편의를 많이 봐주시는 편이세요.
저희 시어머닌 좀 스스럼 없으신거구요.

세실 2010-10-01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 농담도 하고, 웃고 하면서 지내면 좋지요^*^
정겨운 모습이 눈에 그려집니다.

꿈꾸는섬 2010-10-02 13:53   좋아요 0 | URL
네, 정겹게 지내야죠.
서로 얼굴 붉히며 살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소나무집 2010-10-02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어머니랑 관계가 좋은 며느리 중 한 사람.
요즘은 어머니께 감히 훈수까지 두네요. "어머니 그렇게 살지 마세요." 하면서...

꿈꾸는섬 2010-10-02 13:54   좋아요 0 | URL
ㅎㅎㅎ아직 전 그 단계까지는 아니에요.ㅎㅎㅎ
어머님들이 좀 답답하게 사시긴 해요. 자신들을 위해서 사실 필요가 있는데 말이죠. 소나무집님 어머님 뭐라고 답하실까 궁금해요.

같은하늘 2010-10-14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고부간의 모습 보기 좋아요.
저희 시어머니는 기가 너무 세고 고집도 강해서 많이 힘들어요.ㅜㅜ

2010-10-14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