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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목가 1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7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평점 :
그 사람을 안다, 는 문장은 그 사람을 아주 조금 안다, 의 문장에서 ‘아주 조금’이 생략된 것이다. 또는 내가 본 그 사람의 모습을 안다, 의 문장을 함축한 문장이다. 그 사람에 대해 전부 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만이다.
필립 로스의 소설은 『휴먼 스테인1·2』, 『울분』, 『포트노이의 불평』을 읽었다. 출간 시기론 『포트노이의 불평』이 첫 번째지만 읽은 순으로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미국의 목가1·2』를 읽었다.
그는 뉴저지 주 뉴어크에서 유대계 미국인 1세대의 차남으로 출생했다. 『미국의 목가1·2』는 작가 네이선 주커먼이 1960년대 뉴저지 주 올드림록에서 사는 동안 삶의 예측 불가능성을 겪은 시모어 레보브의 삶의 진실을 알아가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산다는 것은 사람들을 오해하는 것이고 오해하고 또 오해하다가,신중하게 생각해 본 뒤에 다시 오해하는 것이다.(1권, 62쪽)
네이선 주커먼이 기억하는 시모어 레보브는 전설이자 숭배의 대상이었다. 그는 시모어 레보브의 인생은 실타래처럼 술술 풀렸다고 생각했다. 시모어 레보브는 미국계 유대인이 아닌 미국인으로의 삶을 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예기치 않은 ‘폭탄’을 만났다. 네이선 주커먼은 시모어 레보브를 잘못 알고 있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유명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시모어 레보브의 가정은 불행했고 불행의 원인은 그의 딸 메리였다. 네이선 주커먼의 영웅이었던 시모어 레보브는 메리 때문에 ‘비극적 추락’을 경험했다. 딸을 폭탄을 설치했고 사람들을 죽였다.
이곳은 워싱턴의 군대가 모리스타운 근처의 고지대에서 두 번 겨울을 난 이래로 역사가 주목할 만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시골이었다. 미국 독립전쟁 이후로 현지 주민의 일상적 삶을 한 번도 침범한 적이 없는 역사가 이 은둔한 듯한 구릉지에까지 구불구불 기어들어와, 믿을 수 없게도, 그 모든 예측 가능한 예측 불가능성으로 시모어 레보브의 질서정연한 가족 안에 무질서하게 난입했다. 그리고 그곳을 유혈이 낭자한 곳으로 만들어놓았다. 사람들은 역사를 장기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역사는 사실 아주 갑작스러운 것이다.(1권, 141-142쪽)
1960대의 미국은 풍요 속 빈곤이었다. 항의와 폭동이 사회 곳곳에서 퍼져 나왔다.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개입하면서 학생 운동은 격렬해졌다. 이 역사가 메리의 삶을, 그리고 시모어 레보브의 삶을, 평생의 삶을 흔들었다.
예측 불가능성의 삶은 시모어 레보브의 삶만은 아니다. 우연히 케이블에서 〈시리어스 맨〉이란 영화를 봤다. 코엔 형제가 감독한 영화로, 물리학 교수인 래리가 악재들이 겹쳐 인생이 꼬여버리자 세 명의 랍비를 찾아가 인생의 답을 구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인생에 답은 없었다. 문제만 있었을 뿐.
메리는 미국의 목가로부터 시모어 레보브를 끌어내렸다. 메리가 폭탄을 설치해 사람들을 죽이지 않았더라면, 베트남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메리가 폭탄을 설치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미국의 미래를 누릴 수 있었을까. 코엔 형제의 답으로 말한다면 아마도 아닐 것이다. 다른 문제들이 터졌을 것이다.
레리는 메리와 손을 잡고 걸으며 “이게 삶이야! 이게 우리 삶이야!”(2권, 10쪽)라고 말했다. 삶의 예측 불가능성은 숙명일지도 모른다.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로 들려 숙명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지만 말이다.
켜켜이 쌓인 오해들. 또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그림. 쓸모없어. 주제넘고. 완전히 엉망이고. 그래도 우리는 계속 앞으로 그 그림들을 기준으로 사는 거야.(1권, 105쪽)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라 생각한다. 아마도 ‘현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삶에 불만과 원한이 유예되는 목가의 시간은 지극히 적다, 그들의 추수감사절처럼. 그렇다고 해서 진지한(serious) 삶은 살아도 심각한(serious) 삶을 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시리어스(Sirius)라는 별이 있다(국어사전에는 ‘시리우스’로 기록되어 있다.). 하늘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밝은 별이라고 한다. serious와 Sirius는 단어는 다른데 같은 발음을 낸다. 인생은 예측 불가능성 앞에 속수무책이지만 그것을 견뎌낸 인생이라면 찬란한 별일 것이다.
더위와 예측 가능하지만 어쩔 수 없(그렇게 믿고 싶)은 일들,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일들로 무기력한 날들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부지런한 삶을 다짐해 본다. 삶에 문제가 없다는 건 삶 자체가 없다는 말과 같으므로.
(*) [미국의 목가] 1,2권 통합 리뷰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