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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세우는 옛 그림 - 조선의 옛 그림에서 내 마음의 경영을 배우다
손태호 지음 / 아트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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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을 좋아하다 보니 관련 책들을 자주 찾게 된다. 손태호는 ‘들어가는 말’에서 신용복의 “과거를 체험하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재구성하는 일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정면으로 대면하는 일”이라는 글을 인용하며 옛 그림을 통해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길 바란다고 했다. 『나를 세우는 옛 그림』에는 옛 그림을 읽으므로 알게 된 저자의 마음공부(또는 마음경영) 내용이 실려 있다.

 

 

 

 

『나를 세우는 옛 그림』에서 처음 내 시선을 사로잡은 그림은 <달마도>로 유명한 김명국의 <설경산수도>였다. 옛 그림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희로애락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설경산수도>는 말도 아닌 당나귀를 타고 길 떠나는 남자와 집 문 앞에 서서 배웅하는 여자가 있는 그림으로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선비가 당나귀를 타고 가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라 <설경기려도>로도 불리는데 저자는 <설경별리도>라 부르고 싶다고 했다. 나 역시 <설경별리도>가 가장 어울려 보였다.  

 

 

 

 

 

손철주의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에서 심사정의 <양귀비와 벌나비>란 옛 그림을 만난 적이 있다. 저자는 그림에서 ‘짧지만 황홀한 사랑’을 읽었다. 나는 그때 심사정은 왜 짧지만 황홀한 사랑에 사로잡혔는지 궁금했었다. 『나를 세우는 옛 그림』에서 심사정의 <딱따구리>를 만났다. 글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 그림을 봤을 때 별 느낌이 없었다. 저자는 이 그림에서 ‘세상에 쫓겨난 자의 자화상’을 보았다. 역적의 자손이었던 심사정은 세상에 나서기 전부터 밀려났던 사람이었다. 살아가는 이유도, 세상과 통하는 창구도 모두 그림이었던 심사정은 그럼에도 절망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는, 그럼에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 딱따구리는 힘든 세상이라도 결코 생을 포기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천 원짜리에 실린 그림은 <계상정거도>로 71세의 정선이 퇴계의 58세 때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임금의 요청에 관직에 나갔다가 버리기를 반복하며 후학 양성에 힘썼던 퇴계, 그는 계상서당을 짓고 제자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현재는 부와 명예가 권력인 시대, 더 많이 가지려고 더 높이 올라가려고 기를 쓰는 시대지만 퇴계의 시대도 다르지 않았다. <계상정거도>는 삶에 있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 그림이었다.

  

 

 

정선의 <시화상간도> 역시 심사정의 <딱따구리>처럼 그냥 지나쳤던 그림이다. 그림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읽지 못한 까닭이다. 저자에 의하면 그림 속 두 노인은 막역한 사이인 겸재와 사천으로 병으로 죽음을 앞둔 사천이 인왕산처럼 굳건한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책을 읽고 그림을 보니 오랜 삶의 인연을 이어온 두 노인의 깊은 우정이 보였다.

 

『나를 세우는 옛 그림』에 실린 옛 그림 중엔 안견의 <몽유도원도>, 윤두서의 <자화상>, 김홍도의 <황묘농접도>, 정선의 <인왕재색도>, 신윤복의 <월하정인>, 김두량의 <삽살개>처럼 이미 다른 옛 그림 관련 책들에서 만난 작품들이 많았다. 몇 권의 옛 그림 관련 도서를 갖고 있고 읽기도 했기에 좀 아쉬웠다. 처음 옛 그림 읽기를 시작한다면 옛날이야기를 듣듯 옛 그림을 편하게 접하면서 마음공부까지 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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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탄생]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음악의 탄생 - 왜 인간은 음악을 필요로 하게 되었나
크리스티안 레만 지음, 김희상 옮김 / 마고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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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도 음악을 듣지 않는 날이 없다. 당신도 그러할 것이다. 음악을 듣고 싶지 않아도 TV, 버스 안, 거리, 휴대폰 등등의 일상에서 음악을 만난다. 스스로 혹은 타의로 음악을 듣지만, 음악의 탄생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인간이 언어를 주고받으며 의사소통을 하던 그때부터 음악도 생겨났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다.

 

음악을 업으로 하지 않는 이상, 음악 없이 사는 일은 가능하다. 그런데도 음악 없는 생은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건 지친 일상이라도 아름다운 음악 한 곡 들으면 삶의 피로가 풀린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일시적인 위안일지라도.

 

『음악의 탄생』은 자연과학, 심리학, 진화생물학, 음악학, 역사학 등의 관점에서 음악의 기원을 폭넓게 고찰한 책이다. 인간과 동물의 특성을 통해 본 비교 연구, 인간의 본성의 일부인 음악성 연구, 인간의 가진 후천적 노력의 결과물(상상력과 미화 감각 등) 연구를 통해 인간과 음악(성)의 관계를 살피고 있다. 음악의 탄생을 아는 일은 음악이 가진 힘을 아는 것이고 그것은 사회 속에서 음악의 역할을 더 많이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저자는 인간에겐 동물과는 달리 음악 활동에만 쓰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유전자로 물려받은 음악성에 창의적 발명과 표현능력이 결부되어 음악이 생겨났다고 보았다. 인간의 리듬감각은 공동체 속에서 함께 음악을 만들도록 이끌었다. 또한, 아기를 위해 부르는 엄마의 노래 부르는 것 같은 말투 역시 음악의 진화를 이끈 행동이라고 보았다. 더불어 악기의 발명과 함께 음악 이론이 시작되면서 음악은 발전을 시작했다. 음악은 어느 순간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훨씬 복잡했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 문명의 음악은 다양했다. 교육, 운동, 축제, 결투 등 일상 속에 음악이 있었다. 따라서 음악은 그리스 문명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음악의 탄생』은 고대 그리스의 개인과 공동체의 일상을 아우르는 음악을 시작으로 고급예술과 민중음악이 따로 활동했던 중세의 음악, 독일의 낭만주의 음악, 오늘날의 팝 음악과 음악 비즈니스 등의 연구를 통해 음악은 무엇인가, 음악은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 개인은 음악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담긴 책이다.

 

저자에게 음악은 개인의 정체성을 창조하고 공동체를 유지하는, 즉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것이었다. 음악은 콘디치오 후마나,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 소통의 수단인 음악이 지금보다 더 깊숙이 일상 속으로 들어온다면 인간의 삶은 훨씬 풍요로워질 것이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음악을 가르치거나 음악치료 등의 일을 한다면, 기타 음악 관련 일을 한다면 이 책을 통해 음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답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전체적인 내용이 새롭진 않았지만, 부분적으로 알고 있던 내용을 전체적으로 개괄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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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하:세기말의보헤미안]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무하 : 세기말의 보헤미안 - 새롭게 만나는 아르누보의 정수
장우진 지음 / 미술문화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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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보았지만,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화가,

매혹적인 곡선으로 세기말을 사로잡은 보헤미안.

알폰스 무하의 생과 작품 세계 속으로

 

책에 실린 『무하 세기말의 보헤미안』에 대한 소개 글이다. 화가의 이름을 이번에 처음 들었다. 저자는 무하에 대해 우연히 펼친 책의 삽화에서, 혹은 이국에서 보내온 친구의 엽서에서 한 번쯤은 보았을 아름다운 여인을 창조했다고 했다. 화가의 그림에서 익숙함이 느껴지는 걸 보면 나 역시 작가처럼 어느 곳에서 화가의 그림을 만났을 것이다.

 

『무하 세기말의 보헤미안』은 불안과 희망이 공존했던 세기말의 파리에서 예술가로 살았던 무하의 삶과 그림이 담겨 있는 책이다. ‘새로운 예술’을 뜻하는 아르누보는 유럽의 전통적 예술에 반발하여 나타난 일종의 예술운동인데 무하는 아르누보, 특히 프랑스 아르누보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다. 화가는 지리적 특성으로 수많은 전쟁의 무대가 되었던 체코의 모라비아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그가 성직자로 자라길 바랐지만 그의 운명은 성직자의 삶을 허락하지 않았다.

 

 

 

 

 

필연은 우연의 결과물이다. 낯선 거리를 배회하다 우연히 들린 교회에서 천장화를 본 이후 무하는 화가의 꿈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아카데미 거부라는 참담함과 우머니와 두 누이의 죽음이라는 상실감을 겪었지만 예술에 대한 그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빈에서 두 번의 특별한 만남, 무대 공방의 가장 큰 고객이었던 링 극장과 당대 최고의 여배우이자 화가였던 한스 마카르트의 만남이 있었으나 운명은 아직 그의 편이 아니었다.

 

그의 삶의 키워드는 ‘만남’이었다. 그는 쿠엔 백작의 재정적 지원을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쿠엔 백작은 명확한 이유 없이 재정적 지원을 끊었다. 절망의 상황에서도 그는 그림을 포기하지 않았다. 어머니 같은 존재였던 샤를로트 부인과 그녀가 운영하던 카페에서 만난 고갱은 무하의 삶에 또 다른 인연이었다.

 

무하는 매력적인 여배우이자 예술가였던 사라 베르나르를 신비로운 여인의 이미지로 화폭에 담았다. 그렇게 무하의 세기말 이상적 여인이 탄생됐다. 사람들은 무하의 여인을 사랑했고 또 소비했다. 그는 엄청난 포스터를 그렸고 그것은 곧 수입으로 이어졌다. 의뢰받는 그림이 신념과 배치되는 경우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는 사실적 묘사보다는 분위기와 뉘앙스를 통해 사실이 지닌 본질을 담음으로써 헤쳐 나갔다. 무하는 포스터 화가, 삽화가 뿐 아니라 보석디자이너, 조각가, 실내장식가로서 파리의 유행을 선도했고 아르누보 ‘총체 예술’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이방인으로 유럽을 떠돌았고, 조국에선 프랑스의 유명 장식화가의 한 사람으로 대하며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그는 조국에 대한 자긍심과 그리움을 갖고 있었다. 저자는 무하의 그림에 대해 ‘상업성과 예술이 성공적으로 결합하고 명랑과 외설이 교묘하게 만나며, 세속적인 동시에 영혼의 한 지점을 울린다’고 했다. 익숙함으로 인해 그림의 특별함이 많이 와 닿지 않아 저자만큼의 찬사를 하진 못하지만 그의 그림에서, 아득한 그리움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그림 속 여인들을 보면 동화 속 아름다운 여왕이 떠오른다. 어린 무하는 할머니가 가져다주시던 동화책의 삽화나, 크리스마스 트리의 꼭대기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던 크고 노란 별을 가슴에 간직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이 갔다. 떠나온 고향과 고향에서 보낸 추억이 그의 가슴에 박혔고 무의식적으로 그림 속에 표현되었을지도 모른다.

 

 

 

상업적 용도가 아닌 개인적으로 그린 그림들은 우울과 불안이 주조를 이룬다. 그의 꿈은 슬라브 민족이 현재 겪고 있는 고통과 억압에서 벗어나 이상적인 화합을 이루는 것이었다. <슬라브 서사시> 연작은 그런 그의 이상을 만날 수 있는 그림들이다. 고령의 나이에, 죽음의 위협에도 조국애와 인류애를 가슴에 품었던 그는 나치로부터 심문을 받고 생을 마감했다. 그는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통해 자신의 스타일을 창조한 화가였다. 무하는 절망의 상황에서도 그림을 포기하지 않았던, 죽는 날까지 조국을 사랑했던 화가로 나의 기억 속에 저장될 것이다.

 

“자네의 계획은 무엇인가?”

“그저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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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디자인 산책]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런던 디자인 산책 디자인 산책 시리즈 2
김지원 지음 / 나무수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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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20대 청춘들의 인터뷰가 실린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을 읽기 전까지 런던은 내게 셜록 홈즈의 도시, 여왕의 도시, 박물관의 도시, 안개의 도시였다. 세계의 많은 도시들을 여행하고 난 후 시간이 남으면 한번쯤 들려 볼까 생각한 도시였지 애써 찾아가고 싶은 도시는 아니었다. 인터뷰이들 중엔 패션과 디자인, 일러스트, 전시 기획 등을 전공한 이들이 있었다. 그들의 인터뷰를 통해 영국은 셜록 홈즈의 도시 뿐 아니라 디자인의 도시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개발지상주의로 인해 과거와 자연은 사라지고, 서구지상주의로 인해 전통적인 것은 세련되지 않은 것으로 인식된다. 도시마다 디자인 도시를 만들었다고 하고, 또는 만들겠다고 하지만 실상을 보면 화려한 외관의 건물을 개성 없이 획일적으로 세우거나 세울 계획뿐이다. 그 속에 자연과 역사와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는 우리는 없다. 작년 8월에 있었던 영국폭동으로 런던은 불안한 도시라는 인식이 추가되었지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런던의 디자인이 궁금했다. 『런던 디자인 산책』은 저자 김지원이 런던에 있는 동안 곳곳에서 만난 디자인과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공원에 산책 가듯 편하게 보고 읽으며 디자인과 접할 수 있게 쓴 책이다.

 

우산의 용도는 비를 피하는 것이다. 다양한 우산의 디자인은 많이 봤지만 우산의 손잡이에서 특별한 디자인을 본 적이 없다. 그들의 우산 손잡이엔 동물모양이 있었다. 이메일의 일반화로 많은 우체통들이 사라졌다. 런던엔 문화재로 모셔야 할 100년 이상 된 우체통들이 곳곳에 있었다. 런던은 아직도 사사로운 우편물들이 오간다고 한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근대적인 우편 제도가 시작되어 우체통은 영국의 상징이라고 하지만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사람들의 일상을 지켜보며 사랑하는 이들에게 전해질 편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150년 전통의 수공예로 만든 고가의 우산도 인상적이었지만 대량생산으로 획일화된 인형이 아닌 값싼 재료를 활용해 수공예로 만든 다양한 표정의 인형들도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인형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천진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컵의 디자인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했다. 저자의 말처럼 컵 속에 물이 있다고 상상하니 호수와 새의 모습이 어우러지며 아름다운 정경이 만들어졌다. 컵은 물을 마시는 용도에서 나아가 뛰어난 예술 작품이었다. 그 예술작품은 마음을 여유롭게 만들었다. 그들에겐 정원에 버려진 굵은 나뭇가지도 근사한 의자가 되었고 재활용 수거함도 작품이었다. 그들의 디자인은 화려하지 않지만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친근함과 여유가 느껴졌다.

 

“박물관을 간다고? 그냥 길거리로 내보내. 그 자체가 런던의 디자인 역사야. 봐, 지금 밟고 서 있는 이 건물! 건립시기가 언제인지 아니? 런던이 한 해에 문화유산을 복원하고 보존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유산을 쓰고 있는지 아냐고. 거리만 걸으면 몇 백 년 된 집들과 건축물들은 흔히 볼 수 있어. 런던의 디자인을 이러쿵저러쿵 설명하는 게 다 무슨 소용이야?”(129쪽)

 

도시를 걸을 때마다 목적지가 맞는지 수시로 확인하곤 한다. 같은 디자인의 건물을 자주 다른 곳에서 만나기 때문이다. 문화유산을 복원하고 보존하기는커녕 국익이라는 명분하에 자행되는 난개발로 문화유산을 없애는 현실 앞에 한 인용문처럼 말할 수 있는 런더너가 부러웠다.

 

저자는 영국의 디자인을 빌어 디자인은 ‘이미 알고 있던 것을 재확인하고 그 사물과 지속해온 관계를 생각해보는 것(187쪽)’이며 ‘그것은 평범함에 대한 예찬이며 사물이 지닌 혼에 대한 이야기(187쪽)’라고 했다. 위대한 예술작품은 만질 수 없다. 몇 걸음 물러나 감상하고 감탄만 해야 한다. 저자의 ‘디자인은 생활향상의 수단으로서 진정한 의미를 지닌다(335쪽)’는 말에 동의한다. 디자인은 나 홀로 빛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 자유롭게 상상하고 함께 어울리며 디자인 체험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런 체험을 통해 아름다움과 편리함을 동시에 가진,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이 탄생하는 것이리라. 런던 디자인 산책을 끝내고 나니 런던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도시로 인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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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 - 다큐멘터리 만화 시즌 1 다큐멘터리 만화 1
최규석.최호철.이경석.박인하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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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은 결말을 예측하게 하고 용기를 내어 앞장서는 일은 어리석다고 가르친다. 비겁함을 알면서도 침묵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시류와 타협하거나 휩쓸릴 생각은 없다. 그러다보니 마음은 늘 방황한다. 무던해지면 좋으련만. 사람에 대한 실망, 삶에 대한 피로는 나로 하여금 사람이야기에 무관심하게 했다. 사람이야기보단 소설(드라마 혹은 영화) 속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 어떤 절망도 현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럭저럭 견딜 만 했다. 허구의 이야기가 현실을 바탕으로 함을 알면서도 애써 무시했다. 사람으로 인해 기뻤던 적도 많았지만 그저 과거의 일로 추억할 뿐이었다. 어렸을 적엔 일부러 관계를 맺기도 했지만 지금은 일부러 관계를 맺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렇다. 나는 상처받고 싶지 않다. 물론 나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사람 사는 이야기』는 14인의 만화가들의 다큐멘터리 만화가 담긴 책이다. 시즌1이고, 책에 실린 만화들도 대부분 다음호를 이어짐을 암시하고 있으니 별일이 없는 한 앞으로도 계속 출간될 것이다. 정말 별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지금, 여기, 우리’와 ‘아, 청춘’의 두 개의 특집과 역사 속 인물 이야기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개인적으론 ‘지금, 여기, 우리’에 실린 「24일차」, 「철망 바닥」, 「단돈 5만원」들이 좋았다. 세 작품 모두 씁쓸한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 청춘’에 실린 작품들도 씁쓸함에선 결코 빠지지 않는다. 씁쓸함에 시선이 멎었으나 간간히 따뜻함을 주기도 했다.

 

 

 

 

「24일차」는 실제 사건의 인물들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작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만이 희망이다, 라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었고 「철망 바닥」은 병이 있는 것도 아닌데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었다. 「단돈 5만원」은 사람으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음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모든 일이 사람의 일은 아닌 것이다. 두 개의 특집에 다뤄진 만화들은 우리 시대의 씁쓸한 단면을 다루고 있지만 그러기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야기들이었다. 이 책에선 ‘역사 속 인물 이야기’를 통해 우리 역사의 인물(신인선과 허초희)과 현대사 속 이승만, 타인의 역사 인물(체 게바라)까지 다루고 있다. 시간과 장소가 다른 그들의 이야기를 외면할 수 없는 건, 그들은 비록 지금 여기 없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지금 여기 우리에게 여전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 사는 이야기』는 너와 나, 우리의 외면해선 안 되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또다시 빗장을 걸어 잠그지만, 그리고 이렇게 또 만화, 라는 이야기 속에 빠졌지만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들의 이야기는 나를 아프게 했지만 여전히 사람만이 희망임을 느꼈다. 다양한 독자층을 배려한 출판사의 의도일 수도, 앞으로 계속 연재될 이야기 중 고작 1회라 그럴 수도 있지만 만화마다의 편차는 좀 아쉬웠다. 이 책에 실린 씁쓸한 이야기들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사람 사는 이야기』는 그날이 오기까지는 계속 출간되어야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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