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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 피터 버거의 지적 모험담
피터 L. 버거 지음, 노상미 옮김 / 책세상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그저 달리기만 하기에는 우리의 삶도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인생의 숙제는 따로 있었다. 나는 비로소 그 숙제가 어떤 것인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고, 남아 있는 내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지를 희미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것은 어떤 공을 치고 던질 것인가와도 같은 문제였고, 어떤 야구를 할 것인가와도 같은 문제였다.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하고, 필요 이상으로 크고, 필요 이상으로 빠르고, 필요 이상으로 모으고, 필요 이상으로 몰려 있는 세계에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
- 박민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278~279쪽, 2003년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라는 제목을 만났을 때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나온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어린 나이에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달리고 결국엔 그것을 이룬 사람들을 보면 존경심이 절로 난다. 세상엔 미혹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던가. 그들의 생에 한눈팔기는 없었을 것이다.
목표를 세우지 않고 그저 흐르는 대로 사는 생은,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향해 달리다가도 자꾸 걸음을 멈추는 생은 그들과 다른 생이지 잘못 산 생은 아니다. 달리면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볼 수 있지 않던가. 내가 이 책에 관심이 간 것은 사회학에 관한 관심도, ‘피터 L. 버거’라는 사회학자에 관한 관심도 아닌 ‘어쩌다’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중학생이 되어 가장 신기했던 것은 과목마다 교사가 따로 있다는 것이었다. 담임은 사회 담당이었다. 다른 학년에선 국어와 한문 선생님으로 불리었다. 사회는 특별히 전공하지 않아도 가르칠 수 있는 과목이라는 생각은 사회학은 특별히 배우지 않아도 되는 학문이라는 생각으로 연결되었다.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의 원제는 Adventures of an Accidental Sociologist이며 부제는 피터 버거의 지적 모험담이다. 피터 버거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사회학자로 현존하는 20세기 사회 사상가 중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사람이라고 한다. 루터파 목사가 되고 싶었던 피터 버거는 미국 사회에 정착하면서 사회 실상에 관한 관심을 두게 되었고 그것은 사회학 공부로 이어졌다. 초기엔 미국 사회보단 19세기 프랑스 사회에 대해 배웠지만, 그 과정을 통해 세상을 사회학적으로 바라보는 데서 오는 흥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군대에 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도 다르지 않았다. 군대 가는 것은 싫었지만, 군대에서 경험은 사회학자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그에게 군대는 미국의 다양한 현실을 적합하기 좋은 공간이었다. 그의 가족이 뉴욕에 정착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군대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는 사회학자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피터 버거는 연대순으로 사회학과 관련한 삶의 지적 이력을 펼친다. 책을 내게 된 과정과 자신이 어떤 관점으로 사회를 바라봤으며 어떤 주장이 실려 있는지 들려준다.《사회학에의 초대》에선 ‘우리가 갖는 사회적 역할 바깥에 설 수 있게 해줌으로써 우리가 자유임을 깨닫게 해 우리를 해방한다.’라는 사회학의 의미를, 《이단의 시대》에선 ‘근대성이 반드시 세속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반드시 다원화한다.’라는 현대의 종교적 상황에 대한 견해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피터 버거가 출간했던 책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회학자는 사회 현상을 분석하고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이론을 정립한다. 사회 현상을 분석할 때 필요한 것은 균형적인 시각이지만 사회마다 전통적인 가치를 배제할 순 없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프로젝트들을 이끌며 그 사회의 정치경제 상황과 종교, 문화를 접하며 사회적 이론들을 발전시켜 나갔다.
사회학이란, 사실상 사회질서에 대한 ‘불완전한 비전’에 이르는 것이다. 바로 그래서 사회학은 모든 제도가 깨지기 쉽다는 것을, 그리고 제도가 급격히 해체되면 독재나 무질서라는 이중의 위험에 봉착한다는 것을 알려준다.(342쪽)
이 책은 사회학과 인문 에세이 카테고리에 담겨 있다. 에세이는 남의 실제 이야기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회학을 다루고 있지만 쉬운 독서가 될 거라 예상했다. 곳곳에 등장하는 피터 버거식 유머들은 재미있었지만 내가 직면한, 혹은 겪었던 우리 시대의 이야기가 아닌 포괄적인 이야기라서 그런지 잘 와 닿지가 않았다. 다만 그가 책에서도 인용한 괴테의 말 ‘모든 이론은 회색이지만 생명의 황금나무는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말처럼 사회학은 세상이 조금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을 주리란 사실은 믿는다. 리뷰의 제목은 저자의 책 제목 중 하나를 삼았다. 이 책을 발판으로 관련 독서를 확장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