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스님의 행복 - 행복해지고 싶지만 길을 몰라 헤매는 당신에게
법륜 지음, 최승미 그림 / 나무의마음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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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니?”

그것은 선배의 인사말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안녕!”이나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했을 때 선배는 “행복하니?”라고 인사했었다. 언제 봐도 평온한 얼굴인 선배를 보며 전직이 신부님이 아닐까 싶었다. 훗날, 선배가 어둠의 세계에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쪽 다리를 저는 건 그곳을 나오면서 두들겨 맞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때 알았다. 다른 사람에겐 시시한 삶이 누군가에게 죽음을 각오해야 가질 수 있는 삶이라는 걸. 그것은 내가 스무 살에 만난 삶의 비밀이었다. 잊고 있었다. 행복하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그 용기는 내 마음에서 나온다는 걸.

 

삶이 만만했던 시간이 지나고 지금은 ‘일말의 가능성’과 ‘회복 불가능성’ 사이에 발 하나씩 올려놓은 채 어제는 왼쪽, 오늘은 오른쪽으로 흔들리며 살고 있다. 법륜스님은 말씀하셨다. 마음의 습관을 고치고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선을 다하라고. 무심결에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누가 그걸 모르나”였다. 최선을 다했으면 결과는 상관없다고 위로하지만 허무한 결과는 삶의 의욕을 떨어뜨린다.

 

횡단보도에서 파란 불이 조금 남으면 뛰어 건너지 않고 다음 파란 불을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어느 날, 파란 불이 조금 남아 평소처럼 건너지 않고 다시 파란 불이 켜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빨간 불 그대로였다. 서둘러 가야 하는 길이 아님에도 조바심이 일었다. 실제 빨간 불의 시간은 내 생각만큼 길지 않았을 것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살아갈 시간이 살아온 시간보다 짧다는 것이다. 조급했던 청춘엔 나이를 먹으면 삶의 여유가 있을 줄 알았다. 막상 어른이 되니 청춘의 조급함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 세상 모든 존재는 부족한 것도 아니고 넘치는 것도 아니에요. 존재는 다만 존재일 뿐이에요.

자신을 너무 위대하게 생각하니까 자기 자신이 초라하게 보여 위축되는 거예요. 사람이나 동물이나 풀이나 그냥 한 존재일 뿐입니다. 인간도 산에 사는 다람쥐나 토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하나의 동물입니다. 동물 중에서 의식 작용이 조금 낫다 하는 정도예요.

산에 사는 다람쥐나 토끼도 괴로워하지 않는데, 사람이 사는 게 힘들다고 괴로워하는 건 분명 잘못된 겁니다. 사람이 얼마나 속박을 받고 살고 있으면 날아가는 새를 부러워하겠어요.

우리는 모두 풀 같고 개미 같은 존재입니다. 미미하지만 사실은 소중한 존재입니다. 이것을 탁 깨달아버리면 남이 나를 어떻게 보든 신경 안 쓰고 편안히 살 수 있으며, 남의 인생에도 간섭하지 않게 됩니다.(35쪽)

 

산에 사는 다람쥐나 토끼도 괴로워하지 않는데, 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도 삶의 고단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괴롭지 않다는 건 인간의 시선일 뿐이다. 인간이 새를 부러워하는 건 일시적인 기분이지 지속적인 마음이 아니다. '이 세상 모든 존재는 부족한 것도 아니고 넘치는 것도 아니에요. 존재는 다만 존재일 뿐이에요.'라는 말은 부족한 능력으로 위축된 나를 위로해주었다. 삶이 고통스러운 건 나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법륜 스님은 욕심과 원은 다르다고 하셨다. ‘바라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괴로운 마음에 시달리면 그것은 욕심’이라고 하셨다. 바라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태평하기는 어렵다. 괴로움이란 녀석은 내 머릿속에 터를 잡고 나갈 내색을 하지 않는다. 내 마음은 너무 약해 그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다.

 

마음을 바꿔도 불행한 상황이 확 달라지진 않는다. 영화에는 주인공 외에 또 다른 주인공과 조연, 엑스트라가 있다. 그들의 부딪힘은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한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의 삶은 자신과 타인의 부딪힘으로 만들어진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법륜 스님의 말씀처럼 마음을 내려놓은 일은 필요하다. 뉴스를 보면 세상엔 나쁜 사람들만 있는 것 같지만, 실제는 선한 사람이 훨씬 많다. 나부터 마음을 내려놓다 보면 불행한 상황은 나아질 것이다.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어떤 일을 이루려면 온 힘과 정성을 다해야 한다. 중요한 건 누군가의 눈물을 발판으로 이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1월은 새해가 시작하는 달이지만 3월은 새로운 일상이 시작하는 달이다. 『법륜 스님의 행복』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흔들리는 마음을 잡고 다시 꿈을 꾸기에 적당한 책이 아닐까 싶다. ‘일말의 가능성’과 ‘회복 불가능성’ 사이에서 전자에 몸의 무게를 옮긴다.

 

“행복하니?”

이제 선배는 묻지 않지만, 답한다. “조금은요. 내일은 더 행복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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