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생각과의 대화 - 내 영혼에 조용한 기쁨을 선사해준
이하준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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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것들은 생성과 소멸을 겪는다. 책도 마찬가지다. 어떤 책은 소멸의 시간을 아주 오래 연장한다. 영원히 소멸하지 않는 책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책은 직사각형 모양의 종이로 만든 책이 아닌 글로 표현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가의 생각이다.

 

고전은 오랜 시간 독자들이 찾아 읽는 책이다. 변화가 많은 세상에서 오랜 시간 살아남았다는 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뭉클한 무언가가 있었다는 뜻이다. 사실 고전 읽기는 어렵다. 작가가 살았던 시대와 삶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충실한 번역도 중요하다. 같은 책이라도 번역자에 따라 어떤 책은 쉽게, 어떤 책은 난해하게 읽힌다. 그나마 쉽게 고전을 접하는 방법으론 인문학자들이 고전을 읽고 해석한 책들을 읽는 방법이 있다. 이하준 교수의 『오래된 생각과의 대화』도 그런 책 중 하나다.   

 

저자는 고전 읽기는 ‘언제나 내게 멈춤과 긴 호흡, 그리고 다시 보기라는 훌륭한 처방책을 내려주었다(7쪽, 프롤로그)’라고 했다. 내게도 다르지 않다. 계획을 잘 짜도 실행까지는 시간이 걸려 힘이 드는데 예상 못 한 삶의 간계들이 툭툭 튀어나와 괴롭힌다. 그럴 때 다 던져 버리고 도망가고 싶다. 고전을 읽는다고 삶의 정답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하준은 고전 읽기에 대해 ‘오래된 생각과 나의 생각 사이의 대화’(12쪽, 프롤로그)라고 했다. 고전 읽기는 생각을 확장해 해답을 찾아가도록 이끌어준다 러셀은 ‘자신의 상태와 상황을 즐기면서 해야 할 일을 하라’(198쪽)고 했다. 어차피 겪어야 할 삶의 간계들이라면 마음을 편히 먹고 겪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타인은 불편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삶의 중심은 나이지 그들이 아니라는 말한다. 좀 미안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번 보고 말 사람이면 내 의견을 분명히 피력하겠지만 가까운 사이인 경우엔 쉽지 않다. 곧장 서운하다는 말이 돌아올 테니까. 침묵의 시간이 길어진다. 어둠에 숨는 시간이 길어진다. 나는 자율적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에 실린 타인 지향형 인간의 심리적 특성 설문(178~179쪽)을 표시해 보니 나는 타인 지향형 삶에 가까웠다. 그러니까 나는 자율적 인간이고 싶은(어처면 자율적 인간인 척 하는)타인 지향형 인간이었다. 쇼펜하우어의 고독은 외로움이 아니다. 인간은 관계를 통해 살아가는 존재지만 가끔은 관계를 정지하고 자신만의 시간으로 들어가 오롯한 자신을 만나야 한다. 외로움이 시간이 아니라 고독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른은 과거를 사랑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 스스로 새로워지기를 멈춘 사람이며, 형이상학적 이념과 기독교적 세계관에 지배받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위버멘쉬의 관점에서는 자신이 가르치고자 하는 자들은 잠들어 있는 어른 전체, 그러니까 인류 전체를 의미한다. 즉 ‘사람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개별적 인간 전체이다. 결국 초인은 기존의 모든 가치를 전복시킴으로써 잠에서 깨어난 사람, 자기 자신을 극복한 사람, 자기 삶을 신이나 종교 이념의 도움 없이 오직 스스로 새롭게 창조한 사람인 셈이다. 니체는 누구나 그렇게 되어야 하며, 그렇게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나와 당신도 초인이 될 수 있으며, 그 과정은 삶의 연속적인 과정처럼 ‘과정의 연속’이다.(34-35쪽)

 

20대의 나는 새로운 일에 시도를 잘하는 사람이었다. 지금의 나는 그때만큼 용기가 없다. 하기도 전부터 실패를 생각하기도 한다. 직접 겪은 경험, 옆에서 본 타인의 경험은 시도하지 않고 미리 실패를 재단하는, 시간 낭비라고 판단하는 안 좋은 능력을 주었다. 니체는 니체의 ‘초인’을 꿈꿨던 나는 ‘최후의 인간’이 되어 있었다. 니체의 초인을 만나며 다시는 정체된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옆길에 샜던 걸음을 돌려 다시 걸을 준비를 한다. 여전히 앞은 안개로 뒤덮여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걸어보리라 다짐한다. 걸으면서 필요한 것은 데카르트가 말한 방법론적 의심일 것이다.

 

한때 나는 먹고사는 것보다 어떻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먹고사는 일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철없을 때 얘기다. 생존은 어떤 문제들보다 우선한다. 그렇지만 삶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행동하지 않는다면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삶에 대한 고민은 인간의 특권이다. 이하준은 프로이트가 우리에게 던진 말은 “당신 생이 끝나는 날까지 당신 자신의 행복을 위해 분투해야 한다.”(269쪽)는 것이라고 했다. 세상엔 공짜는 없다. 행운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에게 뚝 떨어지지 않는다. 행복도 행복해지고 싶고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만 돌아온다.

 

관계를 맺으며 사는 일은 피곤하지만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삶에 관계 유지는 중요하지만 때론 고독(孤獨)의 시간이 필요하다. 웃는 얼굴이라는 가면에 가려진, 두꺼운 화장에 가려진 진정한 나를 만나기 위해선 그렇다. 또한 고독(孤讀), 홀로 책 읽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일은 미혹되는 삶에 균형을 잡아준다. 『오래된 생각과의 대화』를 읽는 동안 책에 대한 생각 말고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아서 좋았다. 다른 고전들도 좋지만 니체의 책들은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 오래된 생각과 대화할 시간을 늘여가고 싶다. 그것은 결국 좀 더 성숙한 내가 되는 길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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