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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아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욱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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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보는 것은 자기 마음의 내면뿐이다.

좋은 것도, 좋지 않은 것도, 아름다운 것도, 추한 것도.

- 「돌베개」, 123쪽

 

4월은 분명 눈의 계절이 아니다. 그럼에도 강원도 어디쯤에선 폭설이 내렸다. 그들에게 눈은 달갑지 않은 손님일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집 제목은 『눈의 아이』다. ‘눈’과 ‘아이’ 하면 공통으로 ‘순수’라는 단어가 떠오르지만 ‘눈의 아이’ 하니 쓸쓸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사는 삶이 아닌 견디는 삶 속에서 더는 존재하지 않는 순수에 관한 이야기일까, 상상해 본다.

 

시간이 흐르면 삶이 많이 달라질 거라 믿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더 추락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책 제목이기도 한 단편「눈의 아이」의 ‘나’는 지루하게 반복되는 삶을 살았다. 초등학교가 폐교를 앞두고 있다는 말과 함께 술 한잔하자는 야마노 야스시의 연락을 받는다. 20여 년의 시간은 친구들의 삶을 바꾸어 놓았지만 ‘나’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십 년 전 친구 히시다 유키코는 누군가에게 목에 졸려 눈 속에서 죽었다. 그 시절, 눈 속에서 죽은 건 히시다 유키코뿐이 아니었다. 「눈의 아이」엔 자신이 본 것만 믿고 자신이 행한 일은 정당하다고 생각하며 죄악감을 감추고 사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이 담겨 있었다.

 

「장난감」은 쉽게 단절되는 현대 가족의 연약한 속성과 사람의 죽음조차 장난감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의 이기적 심리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사람들은 누군가의 죽음 앞에 애도보단 흥밋거리를 찾고 변명거리를 만드는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눈의 아이」와 「장난감」의 유령은 순수함 혹은 본성을 잃지 않은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존재였다.

 

전망 없는 삶을 살기는 「눈의 아이」의 ‘나’나 「지요코」의 ‘나’나 다르지 않다. 인형탈을 쓰고 풍선을 나눠주는 아르바이트를 했던 ‘나’는 일종의 유령 혹은 환상을 본다. 「지요코」는 바쁜 현대를 살아간다는 이유로 잊고 살았던 그 시절의 ‘친구’를 떠올리게 한 작품이었다.

 

「돌베개」에 따르면 ‘돌베개’ 이야기는 에도 시대의 민간전승으로 인과응보, 나쁜 짓을 하면 돌고 돌아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교훈의 구비전승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이 나쁜 일을 당하면 우리는 마땅히 그 사람을 위로해야 하지만 위로보단 잘못된 행동을 했기 때문에 그런 일을 당했다고 수군댄다. 피해자가 피해를 보는 아이러니 앞에 피해자는 침묵할 수밖에 없다. 불안한 사회는 우리로 하여금 타인을 위로하지도 애도하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장난감」엔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들의 심리가 담겨 있었는데 「돌베개」는 소문의 진실을 밝혀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소녀 아사코의 선의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 아사코가 밝혀낸 진실은 아사코의 처음 생각과는 달랐지만 소녀의 선의는 억울한 피해자 한 사람을 구제했다.

 

「장난감」처럼 「성흔」 역시 더 이상 끈끈하지 않은 현대 가족의 연약한 속성이 드러난 작품이다. 소년A가 ‘정상’적인 부모 아래 자랐다면 참혹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성흔」의 조사원 ‘나’는 가해자가 제재받지 않고 구원받아야 할 사람들이 구원받지 못하는 현실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신 혹은 신의 예언자가 되어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향해 정의를 실천하도록 이끌었다. 정의의 실천이 누군가의 제대로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박탈한다면 그것은 정당한 것일까?

 

『눈의 아이』의 사람들은 모두 유령을 봤다. 유령은 죄악감을 잃어버린 자신, 순수함을 잃어버린 자신이자 우리가 살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대변하는 상징이었다. 『눈의 아이』는 바쁜 현대를 살아가느라 추억에 멀어진, 가족에게 멀어진, 선한 마음을 잃어버린 우리 이야기였다. 생각해 본다. 나는 ‘눈’의 시절에서 얼마나 멀리 왔을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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