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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배신 -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워킹 푸어 생존기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시리즈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최희봉 옮김 / 부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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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명예스럽게도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이다. 어제 뉴스에서 자살률의 증가만큼 흉악범죄 사건도 증가했다는 보도를 봤다. 영국 런던 대학은 세계 32개 도시의 자살률과 타살률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 자살률이 높은 사회는 타살률도 높았다고 한다. 자살의 원인 중 70~80%를 실직과 빚 등 경제문제이고, 자신의 절망적 상황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타살을 저지른다고 한다.

 

노동(勞動)이란 움직여 일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정신을, 누군가는 육체를 움직여 일한다. 노동하면 보통은 육체, 몸을 움직여 일하는 것을 말한다.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면 적어도 굶지 않던 시대가 있었다. 내 부모님은 그렇게 살아오신 분들이다.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지금은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면 굶는 시대다. 간신히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밖의 다른 것들, 아이들의 교육, 자기 발전을 위한 투자, 문화생활, 미래의 삶을 위한 예금은 포기해야 한다. 그것은 개인의 게으름과는 무관한 문제다.

 

『노동의 배신』은 『긍정의 배신』의 저자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저임금 노동자로 살면서 몸소 겪었던 ‘워킹 푸어((Working poor) 생존기’이자 노동자들의 빈곤문제를 비판한 책이다. 바버라는 ‘비숙련 노동자들이 받은 임금만으로 실제 생활이 가능할까?’하는 의문을 품고 웨이트리스, 청소부, 판매원 등 실제 저임금 노동현장에 끼어들었다. 끼어들었다는 말을 썼지만, 그녀의 표현대로 그 일은 실제 수백만 명 미국인이 매일 사는 일, 일상이었다. 그녀는 쉬지 않고 일하고 먹을 것을 아끼고 집세를 아껴 트레일러에 살았지만, 빈곤은 해결되지 않았다. 그녀는 알게 되었다, 가난할수록 더 많은 돈이 든다는 것을. 부양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도 그녀의 삶은 빈곤했다. 하나의 직장으론 해결할 수 없는 가난이었다. 적어도 급여는 최소한 한 사람이 의식주는 해결될 만큼은 지급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비정규직으로 대기업 부품공장에서 일하는 E는 소주 한 잔 마실 친한 동료가 없다고 했다. 그는 관리자들은 직원들이 모여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퇴근 후엔 몸도 피곤하고 관리자들에게 말이 새어 들어갈까 봐 별도의 만남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바버라는 돌아갈 곳이 있었지만, 나이가 많은 E는 그곳에서 해고되면 돌아갈 곳이 없었다. 공장도 힘들게 들어간 자리였다. 청소부의 삶을 살았던 바버라는 삶의 모든 순간 중 그때가 가장 암울했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열심히 일해도 먹고살기 어려운 이유는 급여는 너무 낮고 집세는 너무 높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임금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고용주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임금상승 막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소위 부하직원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었던 나의 상사는, 좋은 고용주가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나의 상사는 정작 자신이 사업주가 되니 우리 고용주였던 대표의 장점은 버리고 나쁜 점만 그대로 답습했다. 신규 업체였으니 회사 사정이 어려웠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상사의 태도는 나에게 큰 실망을 주었다. 나는 다른 고용주들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저임금으로 더 많이 일을 시켜 많은 돈을 벌까 일 것이다.

 

『노동의 배신』은 2001년 출간 당시 미국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현대의 고전’이라고 한다. 출간 이후 10여 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책이 유효한 이유는 그때 이후 노동자들의 삶이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체감으론 더 나빠진 것 같다.

 

워킹 푸어는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지만 저임금에 무시를 받으며 일하는 사람들이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많기에 워킹 푸어에게 무작정 복지혜택을 늘릴 수도 없다. 길을 가다 주민센터 등 공공기관에서 하는 프로그램들을 보면 한결같이 단기간에 배우면 할 수 있는 일들이다. 그 과정을 수료해도 취직이 다 되는 것도 아니고 설사 취직을 했다 해도 저임금을 받는 노동일이나 유료봉사 관련 복지일 뿐이다. 공공 일자리도 생색내기용이 많다. 예산 문제가 있겠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 프로그램과 일자리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용주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책이 출간된 지 10여 년이 지났고 노동자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절망 너머의 희망을 꿈꿔본다. 10여 년이 흐른 후에 이 책이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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