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뱀파이어, 끝나지 않는 이야기
요아힘 나겔 지음, 정지인 옮김 / 예경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피가 나오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공포영화를 안 보는 건 전쟁영화를 보지 않는 이유와 같다. 전에는 의학드라마도 보지 않았었다. 뱀파이어 영화를 잘 보지 않는 이유도 피 때문이다. 그래도 뱀파이어 영화가 나왔다는 소릴 들으면 귀가 솔깃한다. 뱀파이어가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 모습을 보면, 누군가의 희생으로 살아가는 건 인간이나 뱀파이어나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올바로 살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뱀파이어와 인간의 서늘한 사랑이 이번엔 해피엔딩이길 바라는 마음도 갖고 있다.

 

『뱀파이어, 끝나지 않는 이야기』는 문학과 예술에 등장하는 뱀파이어(혹은 흡혈귀)를 이야기를 통해 뱀파이어의 기원을 비롯한 뱀파이어의 문화사를 파헤친 책이다. 여성 뱀파이어가 존재함을 알면서도 브램 스토커의 소설『드라큘라』의 영향 때문에 뱀파이어하면 여성보단 남성이 떠오른다. 이 책에 의하면 고대 흡혈귀 선조는 두려움과 숭배의 대상이었던 릴리트처럼 대부분 여성이며 신의 영역에 속하는 존재들이었다고 한다. 고대 페르시아와 아랍 문화권의 악령이었던 굴이나 그리스 신화의 복수의 여신 에리니에스, 고대 로마의 인쿠부스도 흡혈귀의 선조였다고 한다. 시대 탓에 감추고 억누르고 살아야 했던 여성의 분노가 흡혈귀의 모습으로 부활했을지도 모르겠다.

 

뱀파이어 미신이 발칸반도 국가들과 남쪽의 도나우 강에 활개를 친 데는 고립된 지역이라는 지리적인 특성도 작용했다고 한다. 이유도 없이 백성이 죽었다면 능력자(혹은 통치자)들은 가짜 원인을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백성이 죽은 이유를 모른다는 건 자신의 무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통치자들은 원망의 화살을 돌릴 대상으로서 뱀파이어라는 가 필요했을 것이다. 실제로 뱀파이어 사례가 보고되던 시기는 결핵이나 페스트·콜레라 같은 전염병이 발생하던 시기였다고 한다. 뱀파이어는 의학이 발달하지 않아 질병의 원인을 알 수 없던 시기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의 산물이었다.

 

이 책에 의하면 고대의 전설에서 영향을 받은 듯 보이는 괴테의 「코린트의 신부」는 소설『드라큘라』보다 20년 앞서 발표되었고 뱀파이어 문학 장르의 시초로 간주한다고 한다. 이 책은 드라큘라를 소재로 한 많은 소설의 줄거리와 작품들이 서로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화가들의 그림과 더불어 소개하고 있다. 작가들은 이전 뱀파이어 문학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테오필 고티에의 「죽은 연인』은 괴테의 「코린트의 신부」등에서 얻은 영감에서 탄생했다. 뱀파이어의 이야기는 이처럼 작가들에 의해 생명력을 유지했다.

 

고대 흡혈귀의 선조는 대부분 여성이었다고 했지만 19세기 말에도 여성 뱀파이어가 유행이었다. 여성들과 부정적인 경험을 겪은 뭉크 같은 화가들은 여성 뱀파이어 그림을 수차례 그렸다고 한다. 그녀들이 정말 나쁜 여자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화가들은 사랑에 대한 상처와 원망을 여성 뱀파이어를 그림으로써 복수(?)했다.

 

작년 이맘때 뒤늦게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를 읽었었다. 이미 많은 드라큘라 이야기들을 접한 탓에 시시했던 기억이 있다.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 감독의 <노스페라투>를 비롯하여 많은 영화는 이 소설에 빚지고 있다.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뱀파이어 특징들이 추가되거나 삭제되었다. 영화적 특성, 영상미를 살리는 쪽으로 소설『드라큘라』를 기발하게 재해석하기도 했다.

 

공포영화를 보지 않는 이유 중 또 하나는 잠시 놀라긴 하지만 서늘함이나 무서움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어떤 공포영화도 현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인간이 같은 인간을 죽이는 이야기보다 무섭지 않다. 뱀파이어들은 자신의 생명 연장을 위해 타자의 생명은 경시하는 왜곡된 생존방식을 갖고 있었다. 그럼 인간들은......

 

실제로 피를 빨아먹는 건 아니지만 인간들도 뱀파이어와 다르지 않은 생을 살고 있다. 내 이익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삶이 망가지는 건 상관하지 않는다. 짧지 않은 생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얻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것도 있다는 것이다. 다 가진 것처럼 보였던 사람들도 한순간 추락하지 않던가. 뱀파이어들은 영원한 삶을 사는 대신 사랑하는 사람을 죽여야 하는 고통을 겪지 않던가.

 

저자는 머리말에서 프란시스코 고야의 판화집《미치광이들》의 모토 “우리는 그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으니”를 인용했다. 뱀파이어 영화를 잘 보지 않으면서 뱀파이어 영화에 관심을 간 건 그들의 욕망이 인간의 욕망 즉, 나의 욕망을 닮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우린 드라큘라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삶을 살고있는 것이다. 드라큘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얻고자 한다면 이 책을 통해 도움을 받으면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