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은 숲요일
김수나 지음 / 북노마드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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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은 숲요일'을 읽다보면 이런 느낌이 든다. 일상의 평범 속에서 특별함을 찾을 줄 알고, 볼 줄 아는 이야기에 새삼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알고 소박함 속에서도 이렇게 정성스럽게 하루,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또 동시에 드는 생각은 왠지 모르게, 이상하게도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루 시간을 내어 산에서 진달래 꽃을 꺽어 와서 정성 가득한 화전을 만들어 먹고 생일 케잌을 직접 떡을 만드는 법을 배워서 만들어 지인들과 나누어 먹고, 계절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생각하며 산행을 하고 자연친화적으로 보내는 삶이 마냥 부러우면서도 왜, 살짝 삐딱한 마음이 드는 지 모르겠다. 이것 완전 심보일 것이다. 나도 안다. 일상의 소소한 기쁨과 나누는 마음, 자연을 아름답게 볼 줄 알고 느낄 줄 알아야 하는 감성이 부족해서라는 것을.

 

도대체 언제부터 숲에 가서 계절이 변화에 따라 변해가는 나뭇잎을, 열매들을 세심하게 바라보고 그 속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을 오히려 '사치스럽다'고 느끼게 되었을까? 정성껏 손수 만든 도시락을 만들어 지인들과 숲에서 도시락을 나누어 먹는 모습들이 마냥 부러우면서도 뭘, 그렇게까지 하는 생각이 슬쩍 드는 것일까. 그냥 좀 더 자연스러우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어머니와의 담양으로의 여행은 참으로 부러워서 나중에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들도 있고 숲에서 작은 상자에 계절의 느낌을 지니는 낙엽들을 각자 모아서 함께 보는 장면 등은 오글오글 해지기도 하다. 그래서 반은 공감이 되고 반은 뻘쭘, 어색하게 느껴진다. 저자가 전하는 도심 속의 '힐링'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도 알겠는데 전달 받는 이가 부족해서인지 반밖에 힐링이 안되었다. 하지만 자연을, 숲을 그대로 바라보고 세심하게 바라볼 줄 알고 느낄 줄 아는 마음만은 그대로 전해 받고 이어가고 싶다. 어쩌면 이 마음만으로도 '힐링’은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새벽 산책길에 숲을, 나무를, 들꽃을, 한 여름의 하늘을 마음껏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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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여행 끝에서 자유를 얻다 - 마음으로 몸을 살린 어느 탐식가의 여정
데이나 메이시 지음, 이유미 옮김 / 북돋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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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느 시기인가부터 살이 찌고, 빼고 하는 것을 스스로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기 시작했고 겉잡을 수없이 찌고 빼고를 반복하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좋았다, 비참했다를 반복하게 되면서 점점 더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고 마치, 내가 나의 몸의 주인이 아닌것 마냥 느껴지기도 했다. 이렇게 그냥 방치해도 되나 싶다가도 그냥 이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살자 싶기도 하다. 암튼 제어와 방치를 수없이 오가며  음식과의 전쟁, 뭔가를 갈망하는 욕망의 제어불능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라는 사실을 이미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음식여행 끝에서 자유를 얻다'를 읽으면서 새삼, 재차 확인하게 되었다.

 

사실 더 기가 막히는 부분은 내가 음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어릴 때는 먹는 것이 고역이었고 어떻게 하면 먹지 않을까 궁리를 하던 마른 아이였고 난 살하고는 거리가 먼 타입인 줄 심하게 착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중학생이 되면서 식욕은 커져갔고 먹기 시작하자마자 찌기 시작한 살은 지금까지도 더 이상 어릴 때의 마른 몸으로 결코 돌아가지를 않게 되었다. (한 두 번인가 죽기 살기로 운동선수처럼 헬스를 해서 뺐던 시기를 빼고는..) 그런데 나의 문제는 여기에 있다. 지금도 음식을 만드는 것도 먹는 것도 별 관심이 없으면서 마구 '먹는 다'에 있다. 이 책의 작가처럼 음식을 너무 사랑하고 그 음식의 원천인 식재료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서 비롯되고 음식을 만들고 먹는 재미를 아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저 뭔가 허전한데, 뭔가 답답한데, 뭔가 스트레스 쌓이는데 과자나 빵을 먹으면 채워질까 하는 생각에 먹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건강을 해치고 체중은 늘어나고 그 점 때문에 속상하고 우울해지는 상황을 주기적으로 반복하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내가 이렇게 불균형적으로 음식을 먹는 것은,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화장품을 구입하는 것은, 신간이 나오자마자 구입해놓고는 읽지 않고 놔두는 책들이 여섯 개의 책장에 빽빽하게 쌓여 있는 것을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 본 순간에 깨달았다. 이건 단순히 음식, 다이어트 문제도, 책, 화장품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더 큰 문제인 뭔가를 갈망하는 욕망의 위기이고 집착의 문제였다는 것을 말이다. 삶에서 쓸 수 있는 좋은 에너지를 욕망, 욕구에 집착하면서 건강하지 않는 삶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었고 끊임없이 뭔가를 먹지 않으면, 뭔가를 구입하지 않고는 벗어날 수 없었다.

 

'세상에 굶주림의 위기가 존재하듯이, 뭔가를 갈망하는 욕망의 위기도 존재한다는 것을. 그 뭔가는 음식, 물건, 관심, 숭배 등 무엇이라도 될 수 있다. 더 원하는 데에는 끝이 없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차고 넘친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는다면.(중략) 내가 집착하는 모든 것과 내가 소비하는 모든 것으로까지 뻗어나갔다.(중략) 소비를 하겠다는 모든 결정은 내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관심을 투입하겠다는 선택이다. 어쩌면 더 많이 갖는 게 아니라 필요한 걸 줄이는 것이야말로 더 행복해지는 비결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291쪽-

 

그렇다. 난 지금 이미 감지하고 있었지만 무시하고 있었던 점을 알아가는 중이고 이 책을 통해서 새삼 더 확인하였고 용기를 가져보는 중이다. 음식은 적당히, 적절히 즐기면서 먹을 줄 알아야 하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고 하지 말고 필요한 걸 줄이는 것을 배워야 한다는 점을 말이다. 그렇다고 갑자기 소식을 하고 소비욕구를 당장 잠재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알지 못하고 지냈던 시기보다는 알기 시작한 시기는 분명 다르게 변화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스스로에게 해본다. 음식여행 끝에서 자유를 얻고 삶의 소소한 변화가 큰 변화를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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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 - 몸에 관한 詩적 몽상
김경주 지음, 전소연 사진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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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밀어'를 읽기 전까지는 몸을 전체적인 모습으로만 관심이 있었지 개별적으로 몸의 일부분을 따로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었음을 고백한다. 그나마 얼굴은 어찌되었든 매일 보게 되니까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했지만 그것조차도 거의 전체적인 모습을 본 것이지, 개별적으로 눈동자, 눈망울, 코, 입술, 귀, 귓불, 인중 등등으로 자세히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 예로 나의 눈 색깔이 밝은 갈색이라는 사실도 20대 중반에 모임에서 만난 한 여자 분이 알려 주어서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되어 깜작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때까지 당연히, 막연하게 검은 색일거라고 생각했지 다른 색은 생각도 못해봤던 것 같다. 그냥 전체적인 내 얼굴, 몸을 바라보았지 개별적인 존재로 생각해본 적도 심지어 사색을 해본적도 없음을 고백한다. 그렇기에 이 책 '밀어'는 상당히 충격적으로 도발적, 난해함으로 다가왔다. 특히 난해함은 '밀어'를 읽어나감에 있어 순간, 순간 멈추게도 하고 생각의 줄을 이어 나가게도 했다.

 

시인이 써내려간 몸의 관한 시는 아름답고 섬세한 언어로 짠 가느다란 실처럼 아련하게 다가온다. 그 가느다란 실을 섬세하지 못한 손으로 끊어뜨릴까봐 조심조심 망설이면 잡으면서 따라가게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작가가 풀어낸 매혹적이고 현학적인 시어 앞에서 주춤하게 되고 난해함으로 받아들이고 머리를 쥐어박게 된다. 아, 그의 현학적이고 난해한 시어들의 의미들은 무엇이었을까, 제대로 이해하고 읽는 것일까 하는 마음의 조급함을 온 몸으로 느끼며 마지막까지 의심스러워하며 읽어 내려갔다. 꼭 작가의 의도와 똑같이 부합되는 것은 아닐지언정 비슷하게 가고 싶은 소심한 독자의 마음을 부여잡으며 마음을 다스리고 몸의 은밀한 언어 '밀어'를 생각해본다. '밀어'는 처음부터 읽어나가도 되고 관심 있는 몸의 부분을 개별적으로 찾아 읽어나가도 된다. 나 역시 다음에 읽을 때는 알듯, 말듯했던 몸의 언어들을 개별적으로 찾아 다시금 읽어볼 생각이다. 매혹적인 시어가 이야기하고 있는 비밀스럽고 은밀한 이야기들을 '몸'을 생각하며 미처 알지 못했고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 몸의 언어를 생각해보련다. 절절하게.......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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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올레는 어디인가 - 길.사람.자연.역사에서 찾다
서승범 지음 / 자연과생태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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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는 걷기 길을 상징하지만, 휴식, 위로, 꿈, 성찰, 떠남, 만남도 상징한다.

 

어딘가를 걷는다는 것은 어린 시절에는 그저 별 의미가 없었고 목적지에 가기 위한 행위였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른이 되고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걷기'의 의미는 어린 시절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했고 그야말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 내지 '생각을 하지 않는 시간(무상무념)'들이 되었다. 그저 걷기 위한 '걷기'로부터 시작해서 걸으면서 주위를 둘러보고 '걷기'의 즐거움을 알기 시작하면서야 '길'이 보였고 그 길에 애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비록 유명한 명소가 아닐지라도 그저 동네의 산길이고 공원길일지라도 내가 걷는 그 길은 나의 올레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오늘도 동네 산을 걸어본다.

 

'나의 올레는 어디인가'는 우리가,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길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저자의 장소에 얽힌 추억과 생각을 들을 수 있고 실제적인 정보도 제공하고 있어 새로운 올레를 찾아 떠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최근에 지인들과 다녀온 독특한 모양의 소나무가 그득했던 '개심사'를 책 속에서 만나 반가웠고 다시 한 번 더 조용하고 단아했던 개심사의 아름다움이 생각이 나서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재작년쯤에 가족들과 다녀 온 전주의 한옥마을과 전동성당에 대한 추억이 기억이 났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한 이 년 정도 잠시 살았던 행복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기억이 나서 찾았던 길이었는데 전동성당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았었다. 성당 밖의 길이 복잡하고 소음이 컸음에도 성당 안은 고요하고 저절로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 길을 따라 한옥 마을에 들어섰을 때는 사실 조금 아쉬움이 생겼었는데, 책 속의 저자의 글을 읽어보니 그랬구나 하는 다소 씁쓸한 공감을 하게 된다. 그밖에 광화문, 혜화동, 종로의 거리들은 또 다른 추억들을 떠올리게 하고 그 외의 가보지 못한 수많은 길들은 우리나라에도 미처 가보지 못한 곳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저 막연하게 멋진 곳이라 생각하는 해외로만 가고 싶었던 철없던 마음을 다독거릴 수 있었다.

 

'올레'는 걷기 길을 상징하지만 나를 위한 치유와 사유의 시간을 제공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마음에 와 닿는다. 아직까지도 길을 걸으면서 주위를 둘러보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는 마음이 조급함을 느낄 때도 있지만 차차 좋아지리라 기대한다. 그저 걷기에만 집중하지 말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고마움을 느끼는 것과 더불어 사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고 나만의 올레를 찾는 진정한 시간들이 되는 날까지 걸어보리라 한다. 걷다보면 진정한 올레의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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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사막
김영희 지음 / 알마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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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소금 사막'은 한 권의 아름다운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 같은 느낌을 준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해가면서 누구나 조금씩 혹은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고 그러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가볍게 또는 무겁게 짊어지며 헤쳐 나아갈 수밖에 없다. 저자 김영희 피디 역시 고심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 또 하나의 커다란 반향과 상처가 되어 돌아와 그의 어깨를, 마음을 짓누르게 되는 경우를 맞게 되고 남미로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느낀 감정과 이야기들을 이 한 권의 책으로 치유를 시작했다고 생각되어진다. '소금 사막'에는 가진 것이 부족하여도 상황이 어려워도 항상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가지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아름답지만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풍경, 인물들을 사진 속에서 만나게 된다.  

사람 사는 게, 세상 어디나 비슷하다는 것에 왠지 자그만한 위로가 되면서도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세상 어딘가에는 막연하게나마 꿈꾸던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그 누군가들이 있었으면 하는 어린애 같은 상상을 해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저자는 이야기한다. 미리 실망할 필요가 없다고,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과 시선은 각자 마음 속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이다. 세상을, 사회를, 사람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살면서 조금씩 더 노력한다면 세상은, 나는 더 행복해지지 않겠냐고 말이다. 저자가 마지막 장에 남긴 글은 여러 생각들을 하게끔 한다. 마음에 작은 파문이 일렁이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놓치고 사는 것이 많은 게 아닐까 하는 작은 불안감을 주기도 한다. 

<지금하세요! 

NOW or NEVER!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영원히 못할지도 모릅니다.  

-소금 사막 중-> 

'소금 사막'은 김영희 피디가 들고 간 스케치북 한 권에 그린 70컷의 그림들과 짧은 글, 27만 원짜리 디지털 카메라로 남미의 풍광들과 사람들을 찍은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고 저자의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자세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에서 조금 더 발전된, 긴 호흡의 이야기를 기대했었던 독자로서는 아쉽게 느껴진다. 조금 더 진한 진솔한 이야기를 기대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고 독자의 끝없는 욕심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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