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의 서양미술사 : 고전예술 편 (반양장) - 미학의 눈으로 보는 고전예술의 세계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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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서양미술사의 구성 및 서술체계를 과감히 탈피하고 미술사학의 대가들의 논문을 토대로 풀어내었다는 점이 돋보인다. 길고 긴 미술사를 서술하는 것보다 주요한 몇가지 양식과 그 양식이 생긴 배경과 화가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어 새로운 느낌을 전해준다. 다만 대가의 논문과 진중권 저자의 객관적인 설명이 나처럼 평범한 독자가 다 수용하기에는 벅찬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무심히 보고 지나쳤던 그림들의 비례와 시대마다 새로운 양식이 나타나고 또 재탄생되는 배경을 설명한 부분에서는 새로움을 알게 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많이 접했다고 할 수 있는 그리스 미술과 이집트의 도형화된 미술을 비교해서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왜 그리스 , 로마 미술에는 신을 닮고 싶어 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많이 등장하는지, 이집트 그림에는 몸은 정면을 향하고 있고 얼굴은 옆모습을 하고 있으면서 실제로는 절대 보이지 않는 눈을 강조해서 한 그림들이 이상했었다. 그런데 그점이 그 시대가 요구했던 아름다운 비례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미술사는 화가나 조각만의 것이 아니고 위대한 예술운동을 이끄는 또 한 중요한 집단인 비평가들의 활약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는 고전주의에서 벗어나 바로크가 발흥하던 시절에도 고집스럽게 프랑스 아카데미에서는 고전주의를 끝까지 붙들고 있었지만 그러한 아성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양식의 도래를 불러온 사람들은 로제드 필과 같은 아마추어 비평가들이었다고 한다. 그 후 비평가들의 역할은 커지고 화가와 대중들 사이를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밖에도 다양한 시대의 양식과 미술사 이야기를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간결하게 설명해주고 있어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미술사의 무지를 조금 헤쳐나올 수 있었다고는 말할 수 있다.

미학의 눈으로 읽는 고전의 예술의 세계를 다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책 읽기였고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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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를 사랑한 남자 - 인간 존재의 수수께끼를 푸는 심리학 탐험 16장면
조프 롤스 지음, 박윤정 옮김, 이은경 감수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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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존재는 알면 알수록 복잡하고 다양한 모습을 갖추고 있는 알 수 없는 존재인 것 같다. 내 안의 나를 어찌할 수 없어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치졸한 질투의 감정에 휩싸여 몸과 마음을 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보통 사람들도 이러한 과정을 살면서 수없이 걸치고 때론 이겨내기도 하고 또 때론 아픈 마음에 지기도 한다. 여기에 소개된 16가지의 심리사례는 인간의 존재는 무엇일까? 인간은 어디서부터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럼 16가지의 사례중 몇가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첫 장에 소개되는 유년의 순수를 잃어버린 소녀 열세 살 지니는 13년 동안 부모에 의해 방치와 고립과 학대 끝에 세상에 발견된 지니를 소개한다. 햇빛도 들지 않은 방 안 의자에 묶어 놓고 학대를 해온 끝에 지니는 열세 살임에도 예닐곱 살쯤 되는 체구에 한쪽  다리는 절고 사람들과 시선을 못 맞추며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세상은 경악했고 많은 심리학자들이 다투어 지니를 돌보면서 연구하고자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지니는 또 한 번 상처를 받게 된다. 지니를 통해 심리학자들은 언어는 타고나는 것인가, 학습되어지는 것인가에 대한 상반된 주장을 펼치게 되고 그 와중에 지니는 혼란을 겪게 된다. 심리학자 커티스에 의해 수없이 반복을 하여 간단한 단어와 짧은 문장을 말할 수 있었지만 결코 응용하지는 못한 지니는 결국 요양소에서 또 다시 쓸쓸하게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살게 된다. 

또 다른 사례는 손 씻기를 멈출 수 없었던 강박충동장애아 찰스 이야기이다. 평범한 삶을 살고 화학에 소질 있던 찰스는 어느 순간부터 손 씻기를 멈출 수 없었고 최소한 욕실에서 세 시간은 씻어야만 했다. 당연히 찰스의 행동은 그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되고 일상적인 삶을 살 수 없게 되었고 처음에는 아들의 이 이상한 씻기 의식을 뜯어 말리던 엄마도 집안에서 아들을 '오염'시킬 만한 물건들을 강박적으로 닦아내기 시작했고 '병원균'을 옮길지 모르는 다른 사람들의 출입을 금하기 시작했다. 반면에 찰스의 아버지는 이러한 모든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외면하기 시작했다. 심리학자 래포포트는 강박충동장애아 찰스를 치료하기 시작했고 다행히 찰스는 치료에 적극적이고 낫고 싶어 하는 의지가 큰 아이였고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를 겸해서 점차 좋아지기 시작했다. 레포포트의 사례연구 발표로 자신들의 병이 무엇인지 몰랐던 많은 강박충동장애자들이 전처럼 병을 숨기지 않고 적극적인 치료를 찾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 사례로 소개된 이브의 세 얼굴 크리스이야기는 수많은 영화와 소설 속 소재로 사용되고 있는 해리성정정체장애라고 불리는 다중인격장애를 다루고 있다. 정신과의사인 코벳 식펜은 당시 '정신을 잃게 만들 정도의 심각한 두통'으로 찾아 온 스물다섯 살의 기혼여성 이브는 식펜에게 당혹스런 편지를 보낸 후 상담을 시작한 후 가상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그녀는 소심하고 조심스러웠던 이브 화이트와는 전혀 다른 생기 넘치는 여인으로 변해서 자신을 '이브 블랙'이라고 소개했다. 이브 블랙이라고 소개한 그녀는 자신은 이브화이트를 다 알고 있지만 이브 화이트는 자신을 모른다고 하면서 자신이 행했던 수많은 기행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후 약 8개월동안 정신과를 치료를 받으면서 이브 화이트는 두통도 없어지고 의식도 잃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곧 두통은 시작되었고 두통과 의식 상실이 재발되었고 이브 블랙은 자신이 그에 대해 일절 모른다고 잡아뗐다.  그러던 어느 날 치료 시간에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던 그녀는 두 눈을 감고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가 전혀 새로운 여성으로  심리학자들을 놀라게 만든다. 세번째 인격이 등장한 것이다. 그녀는 자신을 제인이라고 불렀고 앞의 두 인격 이브와 블랙보다는 이성적이고 차분한 성격을 가진 여성이었다. 두 심리학자 식펜과 클레클리는 다른 두 인격을 희생시키고 이성적인 제인의 인격을 증진시키고자 고심을 했다. 그런데 모성애가 없던 제인은 딸을 생각하는 마음에 자신을 희생시키고자하는 이브의 마음을 알고 이브 화이트가 남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후 오랜 세월동안 치료를 받은 이브의 실제인물인 크리스 시이즈모어는 '나는 이브'를 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식펜과 클레클리의 사례연구를 보고 영화로 만들어져 세상 사람들에게 해리성정체장애(혹은 다중인격장애)가 알려지게 되었고 많은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해리성정체장애가 진짜인지, 심리학자들에 의해 심어진 암시에 의해 행동인지에 대해서는 상반된 주장과 의견이 많고 앞으로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밖에 38명의 이웃들에 앞에서 죽어간 여자, 시력을 얻고 행복을 잃은 사람, 유모차를 사랑한 남자 등 다양한 흥미로운 사례가 가득하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인간만이 가지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알게 된 것 같아 마음이 흡족하기도 하고 살짝 두렵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도대체 인간의 본 모습은 무엇일까, 인간의 정신세계는 어디까지 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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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보다 소중한 우리미술가 33 - 오늘의 한국미술대가와 중진작가 33인을 찾아서
임두빈 지음 / 가람기획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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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고흐보다 소중하지만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우리미술가 33인을 소개하고 있다. 여전히 미술하면 나에게는 아직까지는 여러모로 거리감이 있는 분야인 것은 사실이고 회화보다는 디자인 쪽이 그나마 가깝게 느껴졌다. 그러기에 우리나라에서 작품 활동을 하시는 화가분들이 작품이 이리 멋있고 다양할 줄은 몰랐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그나마 대중매체에서 자주 모습을 보였던 몇몇 화가, 평론가들만 대충 알고 있었고, 그나마 어떤 부분에서는 실망스런 모습까지 보여주어서 나름 못된 편견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 소개된 33인이 화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꾸준히 발전시켜왔고 지금도 노력하시는 분들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

저자 임두빈은 33인의 화가분들을 찾아가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화가의 작품세계에 대해서 알아보는 과정은 막연하게 어렵게 또는 멀게만 느껴졌던 화가들과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화가들의 작품이 변해가는 과정을 볼 수 있게 초기 작품부터 현재 작품까지를 사진으로 보여주어 더 좋았다. 특히 정적 속에 빛나는 도시풍경을 멋진 작품으로 보여주신 김승연 화가의 작품이 좋았다. 판화로 도시의 밤 풍경을 근사하게 때론 아련한 마음이 들게끔 표현하신 작품들이 마음에 들고 한참을 들여다보게 하였다. 김승연 화가는 도시의 밤풍경을 그린 동판화로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계신 분이라고 한다. 또한 제주도에서 활동하고 계신 이왈종 화가의 자연과 조화를 이룬 사람들의 모습을 민화로 가깝게 느껴지게 해주신 작품들도 좋았다. 그밖에도 설치미술에서 민화, 조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화가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저자는 미술계에서 만연한 모방과 작품으로 말하지 않고 대중의 인기만으로 버티는 몇몇 화가, 화상들에 대해 쓴 소리를 거침없이 하고 있어 감싸기에 급급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기에 그의 쓴 소리는 곧은 소리가 되어 돌아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저자가 선별한 33인의 화가들은 모두 훌륭하신 분들이지만 이러한 선별작업 또한 또 다른 감싸기를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지면이 부족하여 더 많은 화가분들을 소개하지 못한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들어간 것은 아닌지 하는 아쉬움과 화가의 작품세계보다는 저자의 글과 생각을 토로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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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속 동물 인간을 말하다 - 이야기 동물원
심우장, 김경희, 정숙영, 이홍우, 조선영 지음, 문찬 그림 / 책과함께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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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속 동물들을 통한 인간의 희노애락을 볼 수 있는 이야기 동물원이다.  6개의 동물원을  이야기를 가이드인 '비루'의 소개로 펼쳐진다. 우리가 옛이야기 속에서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동물들의 이야기도 있고 옛 선조들의 음담패설적인 야한 이야기도 있고 상상 속 동물에 얽힌 생소한 이야기들도 정말 가득하다. 이 한권이면 설화 속 동물들 이야기는 모두 만날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동물들 외모와 생김새에 얽힌 재미난 유래와 육.해. 공을 동물들을 생태적인 습성을 눈여겨 보았던 우리 선조들의 혜안이 돋보이는 이야기가 끊임 없이 나오는 마술 자루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현실에서는 절대로 가능하지 않을 광어와 개미를 만나게 해 우스운 광어의 생김새를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를 한 토막하자면, 옛날 옛적에 바닷가에 멸치 한 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그 나이가 삼천 살이라고 한다. 그의 꿈은 용이 되어 승천하는 것이 소원이었다. 이 대목에서 황당하다 못해 웃음이 나온다. 한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는 멸치가 용이 되는 모습을 말이다. 아무튼 멸치는 올해 팔백 살로 한참 어린 광어에게 꿈 해몽을 해달라고 했고, 광어는 꿈이 불길했지만 어른인 멸치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좋은 해몽을 해주게 된다. 하지만 곧 그 꿈이 새우에 의해 불기한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멸치한테 죽도록 맞아서 광어의 잘생긴 얼굴이 지금의 못생긴 얼굴이 되었고 그 모습을 보고 허리가 끊어질 정도로 웃었던 새우는 지금의 구부러진 허리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 얼마나 우습고 재미난 이야기인지, 선조들의 재치어린 상상력에 또 한 번 웃게 된다.

이밖에도 여름 납량 특집으로 꼭 등장하는 인간이 되고 싶어 몸부림치던 천년묵은 여우, 선비이야기가 이어진다. 그 재주와 미모가 뛰어나지만 간교해 보이는 사람들 특히, 여성에게 '여우' 같다는 말을 하곤 한다. 이러한 말도 다 설화 속에 등장하는 여우의 생태적인 속성을 선조들이 유심히 보고 만들어낸 이야기이다. 여우는 원래 굴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습성때문에 새로 생긴 무덤을 파헤치기를 잘했다고 한다. 이에 선조들은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는 천 년 묵은 여우를 생각했고 인간이 될 수 있는 마지막 날 결국 인간이 될 수 없는 한을 씌우게 된다. 또한 지네는 닭과 천적으로 인해 생긴 설화가 있는데 천 년 묵은 닭과 천 년 묵은 지네가 사람이 되기 위한 대결을 펼치는 부분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자가 승리한다는 이야기이지만 둘의 천적 관계를 잘 묘사했다.

6개의 동물원을 가이드 '비루'의 안내로 다 돌고나면 설화 속에 등장한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동물에 빗대어 보여지는 인간의 선함과 추악함을 볼 수 있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과연 지금의 '나' 는 어떤 설화 속 동물의 얼굴을 하고 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질문을 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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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아이라 재판소동
데브라 하멜 지음, 류가미 옮김 / 북북서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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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세기 코린스의 고급 창녀 네아이라 재판을 중심으로 그 주변인물들과 실제 이 재판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재판에 얽힌 사람들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다루고 있다. 아폴로도르스의 연설기록문이 남아 네아이라의 파란만장한 삶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폴로도르스의 기록만으는 전체를 볼 수 없지만 미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재판이 진행되던 기원전 4세기는 소송중독증에 걸렸다고 하리만큼 수많은 고소와 재판이 난무하던 시기였다고 한다.

그럼 아폴로도로스가 네아이라를 상대로 길고 긴 재판을 시작하게 된 동기를 들어보자. 아폴로도로스는 고급 창녀였던 네아이라가 자유인이 되어 나중에 아테네 인 연설가 스테파노스와 결혼. 스테파노스와 짜고 자신의 자식들을 아테네 시민으로 대우했으며, 특히 자신의 딸을 두 번이나 아테네 시민과 결혼시켰다는 이유로 고발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폴로도로스는 네아이라의 어린 시절 과거부터 끄집어내어 지금 읽어도 치졸하기 짝이 없는 연설을 시작한다. 어린 시절에 유곽에 팔리고 사춘기 전부터 몸을 팔기 시작했고 스무 살이 넘어 창녀로서 가치가 떨어지자 유곽주인은 그녀를 다른 남자에게 팔아넘겼다. 그러나 네아이라는 단골손님들의 도움으로 몸값을 치르고 자유인이 되었다. 그녀는 그후 고소사건의 원인과 발단이 되는 스테파노스와 만나 정착하게 된다. 둘의 관계는 30년 동안 지속되면서 아폴로도로스의 말에 의하면 둘은 실제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그녀와의 사이에 낳은 자식들을 아테네 시민으로 만들고 그 딸 파노를 두번이나 아테네 시민하고 결혼시켰으니 중죄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재판이 정말 어이가 없는 것은 정작 네아이라를 과거를 집요하게 캐내고 어쩌면 없는 소문까지 만들어 연설을 했던 아폴로도로스가 고소가 하고 싶었던 인물은 바로 스테파노스라는 것이다. 숙적인 스테파노스에게 정치적 타격을 입히기 위해서 고급 창녀였던 네아이라를 쉰 살에 고소하게 된 것이다. 더구나 그 당시 여자들은 재판에 참여할 수 없었으므로 고스란히 그 수모를 아테네 모든 시민 앞에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아폴로도로스가 주장하듯이 그녀의 자녀들이 정말 스테파노스와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인지, 아닌지는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만약에 정말 네아이라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이라면 아테네 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스테파노스는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사건이라고 한다. 결국 재판의 결과는 네아이라가 스테파노스 곁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해결된 된 것 같은 기록이 동시대 사람들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이 늙은 고급창녀의 재판소동은 기원전 4세기의 향락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한다. 그 당시 귀족 여인들은 남자들과의 거리를 두어야 했고 생활공간도 따로 사용해야 했으며 파티나 식사 등에도 함께 참여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한 상황이니 당연히 고급 창녀들의 역할은 음악 연주자 역할 겸 대화를 이끌어 가며 남자들과 향연과 축제를 즐기는 문화생활의 중심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점은 조선시대 양반집 아녀자들은 남자들과의 대화에 전혀 참여를 못하게 히고 고급 기생들과 향연을 베풀었던 것과 같다. 가장 민주주의가 먼저 꽃피웠던 아테네에서조차 이러하였으니 여성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네아이라 재판 소동을 통해서 고급 창녀와 남자들의 삶, 지참금문제, 결혼과 이혼 등 기원전 4세기의 아테네 사회 전반을 알 수 있게 해주어 그 시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기원전 4세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과 세월이 변했건만 사람들의 인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알게 되어 씁쓸한 마음도 생긴다. 정적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그 주변 가족을 참담할 정도로 발가벗기는 행태나 자신의 입장을 나서서 강력히 변호하기에는 약자의 목소리가 여전히  작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대로 네아이라를 아폴로도로스가 공격한 덕분에 톡톡히 재미를 볼 수 있었고 2500년 전의 재판과정을 알 수 있었던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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