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베 얀손, 일과 사랑
툴라 카르얄라이넨 지음, 허형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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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온전히 알려고 한다는 것은 명백한 욕심이고 불가능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전, 전기문, 자서전을 통해서 동경하는 사람의 인생을 알고자 한다.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고 현재도 앞으로 미래에도 사랑받을 무민 동화의 창작자인 핀란드 예술가 토베 얀손의 삶과 그의 예술세계를 핀란드의 미술비평가 툴라 카르얄라이넨을 통해 토베 얀손 생전에 수년에 걸친 대화와 인터뷰, 수많은 편지와 작품, 메모 등으로 생생하게 살려내고 있다.

 

아마도 무민 동화를 미처 읽지 못한 분들도 무민 캐릭터의 상품들을 익히 알고 있는 경우가 많고 그만큼 대중적으로 친숙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오히려 원작자 토베 얀손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어린 시절에 읽고 좋아했던 무민 동화 시리즈를 후에 성인이 되어서도 다시 한 번 읽고도 무민 동화가 주는 혹은 캐릭터가 주는 귀여운 모습과 평화롭고 안락해 보였던 무민 마을, 가족들과 친구들이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는 동화를 읽으면서 이 책이 어떠한 배경을 갖고 어떤 마음으로 창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무지했고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토베 얀손, 일과 사랑'을 읽게 되면서 무민이 탄생하기까지의 창작배경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1차 대전부터 2차대전, 핀란드 내전으로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전쟁의 시대에 무민 시리즈를 탄생시키고 현실의 참혹함과 불안감에 잠시나마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세계를 만들어 숨을 한 번 쉴 수 있는 공간이기도 던 것이다. 작가 토베 얀손에게 무민의 세계는.

 

생전 인터뷰에서도 토베 얀손은 아이들을 위한 만든 동화라기보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만든 이유가 더 크다고 했을 정도로 현실의 세계는 고통스러웠고 녹록하지 않았다. 토베 얀손 역시 전쟁으로 가족, 친구들의 부재를 겪어야 했고 생계를 위해서 원하지 않은 일들도 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토베 얀손은 사랑도 예술 활동도 결코 멈추지 않고 자신만의 작품세계, 사랑을 열정적으로 인생을 살아왔다. 현재보다 모든 상황이 더 열약했던 시대에 살았던 그녀의 모습은 수많은 사진과 편지를 통해서 엿볼 수 있었고 그녀가 겪었을 심경들도 짐작할 수 있어 조금 더 알게 된 기분이 든다. 그래서인지 어려운 시대를 잘 살아온 한 사람으로, 뛰어난 예술가로서 그녀의 삶은 빛났고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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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내가 제일 어렵다 - 마음의 민낯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우르술라 누버 지음, 손희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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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내가 제일 어렵다'라는 제목만큼 공감 가는 말이 있을까 싶다. 사실 좀 더 솔직하자면 나는 '아직도' 내가 제일 이상하다 이겠지만 말이다. 자신을 가장 잘 안다는 게 말만큼 쉬운 일이 아님을 나이가 들어가면서 알게 되는 것 같다. 어린 시절에는 '자신'에 대해 잘 안다고 자신만만했지만 점점 더 모호해진다. 과연 내가 알고 있다고 느끼는 내가 '진짜' 나일까 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든다.

 

그러한 시기에 이 책은 굳이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다 말할 필요도 비밀을 공개할 이유도 없다고 이야기한다.(이쯤에서 숨이 조금 쉬어진다) 다른 이에게, 큰 피해를 주는 비밀과 거짓말이 아니라 철저히 개인적인 일에 대해서는 개인의 판단하에, 심리상태에 따라, 상황에 따라 비밀을 끝까지 지키기도, 거짓말로 스스로를 보호할 수도 있음을 이야기한다. '비밀'은 국가적인 비밀이 아닌 이상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고 '거짓말' 역시 그러하기 때문에 타인이 쉽게 판단해서도 강요해서도 안된다. 다른 이가 보기에는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이 사소한 '비밀'일지라도 당사자에게는 크나큰 '비밀'이고 '거짓말'이고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하기를 강요하는, 비밀을 털어놓기를 바라는 주위 상황 속에서 꿋꿋하게 비밀스럽게 나의 '비밀'을 지킬 수 있다면, 그래서 불필요한 관심과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더 좋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꼭 수행해야 할 신성한 의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자는 말한다. 나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비밀'과 '거짓말'은 필요하다고. 굳이 다 공개해서 더 큰 고통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말이다. 더불어 비밀을 응원하고 비밀로 인해서 파생되는 고독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고. 조금은 안심하게 된다. 오늘도 역시 크고 작은 비밀과 거짓말을 스스로에게 하면서 살아가는 나에게, 우리에게 숨 쉴 공간을 주는 것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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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 비밀 - 미각은 어떻게 인간 진화를 이끌어왔나
존 매퀘이드 지음, 이충호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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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 비밀'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우리 인류가 현재의 '미각'을 완성해나가기 위한 생존의 투쟁은 실로 놀라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고대의 유적지에서 발견한 현생 인류의 먼 조상의 식생활을 엿보고 그들의 추구했던 '맛'을 통해 현생 인류로 발전해나가는 '미각'의 행로를 다각도에서 보여준다. 고고학 부문에서는 고대 인류의 음식물 섭취와 식생활을 알아보고 현재의 현생 인류가 되기까지의 여러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세계 식품회사에서 대중들의 입맛을 잡기 위한 과학적인 노력도 알아보고 각지에서 새로운 맛을 실험하고 있는 셰프들의 이야기들도 들려준다. 그저 단순히 '맛'이 없다, 있다를 넘어서는 인류 생활 전반을 둘러보게 한다는 점이 놀랍고 흥미로웠다.

 

워낙 '미각'이 뛰어나지 못한 편이기에 정확한 레시피가 필수조건인 나이기에 '미각'이 뛰어나 어떤 재료와 재료가 만났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내는 분들을 보면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이야 여러 번 반복한 레시피인 경우는 어림짐작을 하지만 여전히 경험으로 짐작하는 것이지 과학적으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고대 인류부터 현생인류가 추구하고 욕망하는 '미각'에 대해 과학적으로도 풀어내고 있으며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미각'의 역사를 흥미롭게 다방면에서 보여준다. 예를 들어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는 '단맛'에 열광했고 과도한 섭취는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알고서도 끊기가 쉽지가 않은 '단맛'을 여러 시각으로 보여주고 '쓴맛', '매운맛'은 호불호가 단맛보다는 갈리는 편이지만 여전히 다수의 사람들이 일부러 즐기기 위해 커피의 '쓴맛'을 애호하고 화끈한 '매운맛'에 열광하는 점을 과학적으로 심리적으로 설명한다. 나 역시 건강한 식재료에 향미가 가득한 향신료를 첨가한 음식물을 사랑하고 되도록이면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려고 한다. 하지만 인류는, 나는 뇌가 행복해지는 단계에 다다를 수 있는 참을 수 없는 세 가지 맛을 극한(?)까지의 맛을 맛보기를 주저하기 않는데, 이러한 점들은 인류가 음식물을 섭취한다는 것을 단순히 생존을 위해서만이 아닌 심리적인 감정들과 연관하여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현상들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식품회사와 과학자들이 인류가 선호하는 다양한 맛을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들과 미래의 음식물의 변화 미각의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과연 인류의 '미각'은 어떻게 진화되고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게 될까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점점 더 간편해는 간편식이 식생활의 중심이 될지, 여전히 예전 전통의 레시피를 고수하며 손수 음식재료들을 키우고 만들어 내는 가정식이 우세하게 될지 궁금하다. 현재는 이 두가지 방식이 공존하고 있지만 미래는 어떤 방식으로 바뀔지, 그래서 미래의 인류의 미각은 어떤 식으로 진화되고 퇴화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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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의 나르시시스트 - 집, 사무실, 침실, 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괴물 이해하기
제프리 클루거 지음, 구계원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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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자기애를 갖고 있고 잘난 척을 하고 싶어 한다. 사소한 작은 일에서부터 대단한 큰일까지 이루었을 때 인정받고 싶고 자랑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  그러한 일들은 주위에서도 수긍하고 인정해주고 칭찬을 해준다. 하지만 그러한 점들이 어느 선을 넘어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주위 사람들은 피곤해지기 시작하고 사태는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말의 시작부터 말의 끝마무리까지 자기 자랑을 하는 사람을 상대하고 있다면, 그 상대가 하필이면 직장 상사이거나 애인, 친구라면 어떨까? 그 상대방이 자신의 자랑하는 말만 하고는 정작 내가 말을 시작했을 때 들어주지 않고 딴청을 한다면, 배려라고는 전혀 없다면, 잘못을 저지르고도 죄책감이 없다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들게 된다.

 

특히 '옆집의 나르시시스트'를 읽다 보면 수많은 나르시시스트들과 상상 이상의 사례들이 나오는데 황당하기도 하고 이렇게나 우리 주위에 많은 나르시시스트들이 존재해있다는 사실에 경악하게 되고  앞으로도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에 놀라게 된다. 아마도 저자의 말처럼 세상이, 환경이 나르시시스트를 부추기는 환경이 되었기 때문에 크게 드러나지 않았던 나르시시스트들이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찬사를 받기도 하면서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어 전문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일수록 나르시시스트인 경우가 많은데 그러한 점은 주위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그들이 가진 특정 분야에서의 비범함을 동경하여 이기적인 행동들을 묵인해주고 인정(?)해주면서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 때론 그들 스스로 지나친 나르시시스트적인 행동으로 인해 파멸에 빠져 평생을 해 온 일에서 물러나기도 하고 이기적인 나르시시스트라는 명명된 채 사라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위험하고 공포스러워지는 것은 세상의 중심은 '나'여야 하며 '나'로 인해 세상이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존재라고 추호도 의심 없이 믿고 살고 있는 나르시시스트에게 거절이나 거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나르시시스트들과 어떠한 상황으로 연관이 되어 있다면 그 피해를 볼 수도 있고 극한 상황에서는 위험한 상황이 처하기도 하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저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잠재적 불안요소를 줄 수 있는 인물로 봐야 하며 경계를 늦추면 안된다고 한다. 결국 우리부터, 나 자신부터 돌아보고 행동에 대해 되짚어 봐야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주위에 있는 사람들한테 한 진상을 하고 있지 않은지. 그리고 나르시시스트들의 말할 때의 특징 중 하나가 자신을 지칭을 할 때 3인칭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자, 주위를 슬쩍 둘러보기를 바란다. 장난이 아닌 상황에서 자신을 3인칭으로 부르는 공주, 왕자가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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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투 런 Born to Run - 신비의 원시부족이 가르쳐준 행복의 비밀
크리스토퍼 맥두걸 지음, 민영진 옮김 / 페이퍼로드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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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간은 달리기에 적합한 신체 조건과 발의 모양을 갖고 태었나기에 '달린다' 자체는 힘든 노동이 아니라 가장 자연스러운 행위이고 타고난 것이라고 말한다. 단지 우리가, 내가 잊고 있었던 것뿐이라고.

나 역시 믿고 싶고 달리고 싶다. 가볍게 타라우마라족처럼 자연과 동화되며 진정 행복하게 달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생각만, 마음만으로.......
그런데 난 왜 달리지 못하는 걸까?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으로는 간혹 달리면서 야외에서는 차마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일까? 무거워진 체중과 약한 왼쪽 발목을 핑계삼아 '달린다' 자체를 이미 포기한 것일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하게 된다. '본 투 런'을 읽으면서.

 

'본 투 런'은 AP통신 종군기자로 전 세계 전장과 오지를 누볐던 저자 크리스토퍼 맥두걸이 오래달리기를 시작하면서부터 끊임없이 부상에 시달리며 커다란 의문에 사로잡히면서 시작된다. 왜 발이 아픈 것일까? 하는 기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하여 취재차 멕시코로 가던 중 우연히 잡지에서 보게 된 긴 원피스를 입고 샌들을 신은 남자가 험난한 산길을 가뿐하게 달리고 있는 사진을 보게 되면서 저자의 길고 긴 흥미진진한 달리기 여정이 시작된다. 최고급 맞춤형 운동화를 신어도 전문가의 치료를 받아도 부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저자가 험준한 협곡에 숨어사는 타라우마라족을 만나게 되고 달리기를 진정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전과는 전혀 다른 새롭게 '달리기'를 배우게 된다.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제대로 달릴 수 있게 되면서 그의 달리기의 '질'이 바뀌는 여정은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상쾌, 유쾌, 통쾌한 간접경험을 하게 해준다. 아, 물론 수많은 인간군상 속에서 빠질 수 없는 이기적인 인간들에 의해 순수한 달리기가, 행복했던 경주가 상업적으로 변질되어 가는 과정 또한 알려주어 한숨이 저절로 나오게 만들기도 한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인간은 달리도록 태어났다(born to run)." 혹은 달리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명의 발달함에 따라 달리기를 멈추면서 우리는 땅과의 진정한 접촉을 상실하고, 생존을 위해 달리던 시절에는 없었던 질병들에 시달리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진화생물학과 생리학, 스포츠의학 연구자들이 제시하는 과학적 증거들과 풍부한 실제 사례를 통해서 매우 설득력 있게 주장하며 더불어 인간의 신체에 오히려 방해가 될수도 있는 부드럽고 폭신한 운동화를 권유하는 세계적인 대기업 스포츠 마게팅의 양면성에 대해서도 들려준다. 결국 우리 몸을, 나의 몸을 위해서 무엇을 선택할지는 고스란히 개인의 선택의 문제로 남게 된다. 자칫 심각하게 빠질 수도 있는 문제들을, 과정들을 저자는 이보다 더 유쾌하고 솔직할 수 없다고 생각하리만큼 흥미롭게 펼쳐낸다. 그렇기 때문인지 책을 읽기 전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행복한 책읽기를 할 수 있었다. 더불어 조만간 애초에 오래달릴 수 있게 만들어진 내 몸을 잘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제발 더 늦기 전에, 핑계를 생각해내기 전에 달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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