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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바뀌는 곳에서의 3일
안드레아 데 카를로 지음, 이혜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하루라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거나 휴대폰, 전화가 되지 않는 곳은 이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세상에 익숙한 나는 3일 동안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들이 처음에는 끔찍하게 느껴졌다.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젼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듯한 라우로 일행들과의 만남은 그들이 겪게 되는 인생 전체를 뒤흔드는 3일이 시작됨을 예고하면서 내 마음도 덩달아 불편함과 평온함을 오가며 겪게 된다.
이탈리아의 대도시 밀라노에서 3시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곳 윈드 시프트에 전원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네 명의 옛 친구들은 계약 성사에 목숨을 걸었지만 준비는 허술했던 부동산 중개인의 허풍만 믿고 떠났다가 뜻하지 않는 사고를 당해 자동차는 멈추었고 오갈 데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고 원시 공동체 마을 '윈드 시프트'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 된다. 문명 생활을 거부한 채 원시적으로 집을 짓고 옷을 만들어 입고 음식을 직접 해서 먹는 그들에게 우호적으로 마음을 열고자하는 루이자와 아르트로, 이러한 상황에 놓이게 된 모든 것의 원인 인 것처럼 심한 거부감을 보이며 경멸하는 엔리코, 마르게리타, 알레시오는 3일 동안의 멈추어진 삶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각자의 선택과 마음의 자세로 인해 큰 변화를 겪게 된다.
너무 바쁘고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부부 엔리코와 루이자는 더 이상 서로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는다. 아르트로는 부인과의 이혼 문제로 모든 것이 뒤엉켜 버린 삶을 살고 있고 방송 일을 하고 있는 마르게리타는 허울 좋은 스타의 삶을 살고 있지만 속은 마음을 줄 데 없는 외롭고 짜증나는 삶을 살고 있다. 또한 이들을 윈드 시프트로 이끌고 온 부동산 중개인 알레시오는 계약 성사에만 자신의 모든 성공의 길이 달려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러한 네 사람이 원시 공동체 마을에서 라우로를 비롯한 일행들과 끊임없이 의견에 마찰을 겪게 되고 자신들 조차도 믿을 수 없을리 만큼 추악한 폭로전이 이어지고 서로를 경멸하면서 감정의 골은 깊어만 가게 되면서 서로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익숙해진 삶에서 더 이상 되돌아갈 수 없다고 느끼는 루이자와 삶에서 더 이상 행복하지 못하다면 또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하는 라우로의 모습에서 나 역시 3일 동안 바람이 바뀌는 곳에서 머물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하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아무런 제약도 없고 몸과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사는 삶을 동경하면서도 결코 실천하기란 쉽지 않음을 느끼는 한계를 스스로 갖게 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그만큼 문명세계에 길들여져 있고 그 세상만이 전부라고 알고 있었기에 그들 각자의 3일은 각기 다른 형태의 선택을 하게끔 이끈다.
원시 공동체 삶을 이해하게 된 아르트로, 루이자는 어쩌면 또 다른 삶을 선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갈등하게 된다. 책을 읽고 있는 나 역시 원시 공동체 '윈드 시프트'에서의 삶은 어떨까 하는 마음과 향수를 느낀다. 그러나 그 삶을 선택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고 생각되는 마음 또한 커서 엔리코, 마르게리타, 알레시오가 느끼는 불편함과 문명세계로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 인터넷을 하고 휴대폰을 할 수 있는 삶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동조하게 된다.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자신을 위해서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3일간의 경험은 모두의 삶을 뒤바뀌어 놓았을 것이다. 또한 바람이 바뀌는 곳에서의 3일을 꿈꾸는 나에게도 지금의 삶이 더 이상 행복하지 못하다면 또 다른 삶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한껏 매력을 느끼며 바람 가득히 마음 속에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