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 제133회 나오키상 수상작
슈카와 미나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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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꽃밥'은 6편의 애절하고 기이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기이한 이야기와 그 이야기에 무서워하면서도 매료되었던 순간의 묘한 마음을 잘 담아 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줄곧 기이하고 신비한 이야기에 매료되어 왔던 나에게 작가 슈카와 미나토의 소설은 달콤하면도 쓴 맛을 간직한 묘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처음 읽었던 '도시 전설 세피아'에서 느꼈던 애잔한 슬픔과 켜켜이 쌓여 있던 추억들을 들쳐보는 듯한 느낌은 '꽃밥'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며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마음이 스며든다. 

'꽃밥' 은 1960대~70년대 오사카의 뒷골목 허름한 주택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주인공들의 회상으로 시작되고 그 속에서 경험했던 기이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다. 전생을 기억하고 자신의 불행했던 죽음으로 지금까지도 고통을 당하는 아버지에게 꽃밥을 전해드리는 소녀이야기부터 외롭고 고달픈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던 소녀에게 나타난 미지의 생물이야기, 이승에 대한 미련으로 저승으로 떠나지 못하는 삼촌 이야기, 병든 동생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도시로 나와 험한 일을 해야만 했던 누나에게 나타난 동생의 혼령 이야기들은 작은 울림이 되어 마음을 친다. 지난 날들에 대한 향수와 애잔함, 기이함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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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과 유진 푸른도서관 9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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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구나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는 갖고 살 것이라 생각한다. 그 상처가 때론 한없이 나약하게 하고 끈질기게 따라 와 일상생활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더욱이 그 상처가 어린 시절 나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생긴 정신적, 육체적 상처라면 더 말할나위도 없다. 하지만 그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에 따라 어떻게 삶이 달라지고 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전에 그 상처에만 치중하여 당사자를 때론 주위 가족들까지 편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중 잣대를 들이대게 된다. 악의 없는 친절한 과도한 관심은 당사자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여기 이금이 작가의 '유진과 유진'은 똑같은 일을 겪고도 가족들의 치유방법에 따라 얼마나 삶이 달라지고 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큰 유진과 작은 유진은 6살 유치원 원장에게 성추행을 당했었던 기억을 큰 유진은 치유할 수 있는 상처로 가족들이 받아들였고 열심히 큰 유진을 사랑해주고 상처를 보듬어 주었다. 그러나 작은 유진의 가족들은 그 일을 치욕적으로 받아들이고 작은 유진의 기억과 상처를 없애버리고 잊기를 강요했다. 중2가 되어 한 반에서 다시 만나게 된 그들은 자신들에게 생겼던 사건에 대해 생각해보고 주변 사람들의 편견어린 시선도 알게 된다. 하지만 큰 유진과 작은 유진은 과거의 사건에 대해 당당히 맞서고 자신들의 삶을 자신들의 의지와 희망으로 새롭게 쓰기로 결심한다.   

'유진과 유진'은 10대 소녀들의 순수하고 장난스런 행동과 마음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가족들,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방황도 하고 사랑도 느끼면서 자신을 자신답게 만들어가는 장면들은 가슴이 뭉클할 정도로 감동적이다. 작은 유진이 춤을 통해 억눌려 있던 자신을 표현하던 장면도 좋았고 큰 유진의 첫 사랑이 무너질 때도 가슴이 아팠다. 특히 큰 유진이 자신의 어린 시절 상처가 현재의 첫 사랑에 편견으로 인해 또 다른 상처를 만들었을 때는 속이 상해 화가 났었다. 하지만 큰 유진과 작은 유진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우정과 가족들의 사랑을 통해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삶을 선택할 수 있는 현재와 미래가 있기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을 열려 있음을 깨닫게 되고 배우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읽으면서 많이 웃기도 했고 또 많이 가슴 아팠던 책이었지만 읽고나서 참 좋았었다. 상처는 상처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어 많은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부모님, 선생님들께서 많이 읽고 생각해보고 알게 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 앞에 놓인 밝은 미래를 그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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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내 말 좀 들어 주세요 - 어느 날 갑자기 가십의 주인공이 돼 버린 한 소녀의 이야기
세라 자르 지음, 김경숙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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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십은 가볍게 즐길 수 있을 때 멈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가십을 말하는 나의 모습에서 상대방 모습에서 알 수 없는 집요함이 엿볼일 때는 가십의 도를 넘어 한 사람의 인생을 뒤흔드는 일이 되고 만다. 마치 바로 앞에서 그 일을 보고 겪은 듯이 가십을 이야기하고 또 동조하다보면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던 일이 마치 큰 사건 속으로 휘말린 것 같은 불쾌감이 생긴다. 좀 더 과장하자면 다른 이의 가십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이야기는 나의 모습에서 상대방 모습에서 어쩌면  좋지 않은 상황에 내가, 그가 놓인다면 바로 이러한 모습으로 나를 향해, 그를 향해 공격(?)해올 수 있게구나하는 공포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슬쩍 빠져나오고 싶고 듣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더구나 가십이 한 사람이 인생을 뒤흔들고 망칠 수 있는 여러 사건들이 실제로 일어났으니 말이다. 

작은 마을 피시피카에 살고 있는 디에나는 이 작은 마을이 숨 막혀 죽을 것만 같다. 서로서로가 너무나 잘 알고 지내는 마을에서 3년 전 오빠 친구 토미랑 차 안에 있다가 아빠에게 끌려나온 사건은 너무나 유명하고 치욕스럽게 디에나를 쫒아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든 헤픈 아이로 낙인찍힌 디에나는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더구나 가십에 가속도를 붙인 사람이 함께 있었던 오빠 친구 토미의 입을 통해서라는 사실은 디에나를 비참하게 만들었고 가장 디에나를 감싸 안아 줘야 했던 아빠의 냉담함과 무시는 디에나를 더욱  외롭게 만들고 자신감을 잃게 만든다. 그나마 디에나가 숨을 쉴 수 있는 것은 어린 시절 친구 제이슨과 전학생 리와 오빠 대런 뿐이다. 그래서 디에나는 언젠가 돈을 모아서 대런 오빠네 가족과 집을 떠나는 것을 소망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런 디에나에게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피자가게에서 토미를 다시 만나게 되고 그들 사이에 풀어야만 하는 이야기를 통해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또한 사랑과 관심을 갈망했던 디에나는 제이슨과 리에게 실수를 하게 되지만 그 또한 성장의 한 단계로 이어지게 되면서 비로소 디에나는 가십의 주인공이 아닌 진정한 디에나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제발 내 말 좀 들어주세요'는 청소년 성장소설에 그치지 않고 한 소녀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음에 감동하게 된다. 13살 어린 소녀 디에나는 난생 처음으로 오빠 친구 토미에게 이성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이끌려가게 되고 한 순간의 실수로 너무 이른 나이에 굴레를 쓰게 되면서 디에나의 삶은 온통 회색 빛이 되어 버린다. 가십은 남자 당사자의 입에서 나온 다소 허풍스런 버전으로 번져나가게 되고 디에나는 완전 낙인찍힌 채 동료 친구들에게 몹쓸 말과 행동을 불합리하게 겪어야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진짜 화가 나고 속이 상했었는데, 그것은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가십의 두 당사자의 위치가 너무나 달랐고 그것이 사회적 관습처럼 묵인되고 인정되었다는 사실이다. 남자아이는 무용담처럼 친구들에게 떠들어대고 주변 사람들은 묵인하면서 듣고 여자아이는 죄인이 되어 주홍글씨를 새긴 아이처럼 주변 사람들으로부터 격리되고 말할 권리를 빼앗아 가버린 것이다. 이러한 일들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 두려웠던 부분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중 잣대를 들이대며 사건자체를 우스꽝스럽게 만들어버린다. 그 가십 속에 상처입을 그 누군가는 기억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다행히 책 속의 디에나는 약한 아이가 아니었고 진정 디에나를 아끼는 사람들이 곁에 있음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싶어 숨을 내 쉴 수 있었다. 작가는 상처입은 소녀의 마음을 어둡고 우울하게만 그리지않고 그 나이 때 소녀답게 때론 경쾌하게 때론 아픔을 간직한 소녀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잘 다독거리며 그려주고 있어 디에나의 모습을 충분히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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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반양장) 펭귄클래식 31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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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박사와 하이드'는 정말 오랜만에 다시 읽게 된 책이었다. 어린시절 지킬박사가 또 다른 인물 하이드로 변신한다는 그 자체만으로 놀랍고 기괴해서 읽었던 적이 있었다. 그 후 너무 많은 매체를 통해서 알려진 작품이라 다 안다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원작을 제대로 읽기는 이번이 처음이었고 그동안 내가 제대로 알지 못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약을 먹고 변신한다는 그 자체에만 집중했기에 지킬박사가 느꼈을 지나친 욕망으로 빚은 고뇌와 고통을 이해하지 못했었고 그러한 지킬박사를 지켜봐야만 했던 지인들의 놀라움과 공포를 알지 못했었다. 또한 하이드로 변신했을 때 하이드가 행하는 모든 행위가 인간의 어두운 면인 '악'에 대한 욕망이었음을 깨닫지 못했었다. 

 지킬박사는 명망있는 가문에 훌륭한 직업을 가진 명예를 중시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항상 너그럽고 존경받는 위치에 있어 자신에게도 엄격하고 다른 이에게도 엄격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마음 속 또 다른 자아는 비천함에 이끌리고 어두운 욕망에 시달리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선은 최대의 '선'을 악은 극도의 '악'으로 분리되면 마음 속 갈등에 오는 혼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약을 만들게 되고 철저하게 이중적 자아로 분리시키게 된다. 선을 행하고 존경받는 지킬박사와 악행을 일삼으면서도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사이코패스 하이드를 통해서 표출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내면의 싸움에서 순위가 바뀌면서 비극은 시작되고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사람은 선과 악이 혼재되어 있는 존재이다. 아무리 선한 사람일지라도 마음속 깊은 곳에 악은 존재하고 있고 천하의 악한 사람일지라도 선한 마음은 갖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성품, 교육, 사회관습에 따라 각기 다르게 정도의 차이를 보이며 표현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어느 장소, 상황에서 때론 평소의 내가 아닌 모습을 보게 되어 스스로 놀랄 때도 있고 지인들을 깜짝 놀라게 할 때도 있다. 그런 경우 이러한 모습이 또 다른 나의 모습인 것인가 하는 생각에 놀랍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게 된다. 공포영화를 보거나 어떤 사건을 접했을 때 마음 속에서 느끼는 잔인성을 새삼 알게 되어 놀라고 조금만 슬픈 장면을 봐도 눈물이 뚝뚝 떨어지면서 가슴이 아픔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 것이다. 인간이 가진 이중성을 인정하고 그 쌓인 마음들을 적절히 풀어낼 수 있다면 내 안의 또 다른 자아 하이드를 잠잠하게 할 수 있을 것이고 남들에게 보여지는 평판만을 생각하며 행복하지 못했던 지킬박사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 안의 또 다른 자아가 선하든, 악하든 그것을 인정하고 적절히 조화를 이룰 수 있다면 평판과 위신만을 생각하며 행복하지 못한 사회에 너무 많은 지킬박사도 모든 일을 악행으로만 일삼는 하이드도 감소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때론 나를 혼란스럽고 방황하게 하는 내 안의 하이드도 잠잠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말이다.  

그밖에 두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실제 런던에서 일어났던 시체 도둑을 소설화한 작품 '시체 도둑'과 흡협귀로 변해버린 저주받은 가문의 이야기 '오랄라'가 있다. 그중 오랄라는 묘한 소름돋는 분위기가 있어 매력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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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바뀌는 곳에서의 3일
안드레아 데 카를로 지음, 이혜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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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거나 휴대폰, 전화가 되지 않는 곳은 이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세상에 익숙한 나는 3일 동안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들이 처음에는 끔찍하게 느껴졌다.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젼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듯한 라우로 일행들과의 만남은 그들이 겪게 되는 인생 전체를 뒤흔드는 3일이 시작됨을 예고하면서 내 마음도 덩달아 불편함과 평온함을 오가며 겪게 된다.

이탈리아의 대도시 밀라노에서 3시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곳 윈드 시프트에 전원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네 명의 옛 친구들은 계약 성사에 목숨을 걸었지만 준비는 허술했던 부동산 중개인의 허풍만 믿고 떠났다가 뜻하지 않는 사고를 당해 자동차는 멈추었고 오갈 데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고 원시 공동체 마을 '윈드 시프트'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 된다. 문명 생활을 거부한 채 원시적으로 집을 짓고 옷을 만들어 입고 음식을 직접 해서 먹는 그들에게 우호적으로 마음을 열고자하는 루이자와 아르트로, 이러한 상황에 놓이게 된 모든 것의 원인 인 것처럼 심한 거부감을 보이며 경멸하는 엔리코, 마르게리타, 알레시오는 3일 동안의 멈추어진 삶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각자의 선택과 마음의 자세로 인해 큰 변화를 겪게 된다. 

너무 바쁘고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부부 엔리코와 루이자는 더 이상 서로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는다. 아르트로는 부인과의 이혼 문제로 모든 것이 뒤엉켜 버린 삶을 살고 있고 방송 일을 하고 있는 마르게리타는 허울 좋은 스타의 삶을 살고 있지만 속은 마음을 줄 데 없는 외롭고 짜증나는 삶을 살고 있다. 또한 이들을 윈드 시프트로 이끌고 온 부동산 중개인 알레시오는 계약 성사에만 자신의 모든 성공의 길이 달려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러한 네 사람이 원시 공동체 마을에서 라우로를 비롯한 일행들과 끊임없이 의견에 마찰을 겪게 되고 자신들 조차도 믿을 수 없을리 만큼 추악한 폭로전이 이어지고 서로를 경멸하면서 감정의 골은 깊어만 가게 되면서 서로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익숙해진 삶에서 더 이상 되돌아갈 수 없다고 느끼는 루이자와 삶에서 더 이상 행복하지 못하다면 또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하는 라우로의 모습에서 나 역시 3일 동안 바람이 바뀌는 곳에서 머물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하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아무런 제약도 없고 몸과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사는 삶을 동경하면서도 결코 실천하기란 쉽지 않음을 느끼는 한계를 스스로 갖게 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그만큼 문명세계에 길들여져 있고 그 세상만이 전부라고 알고 있었기에 그들 각자의 3일은 각기 다른 형태의 선택을 하게끔 이끈다.

원시 공동체 삶을 이해하게 된 아르트로, 루이자는 어쩌면 또 다른 삶을 선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갈등하게 된다. 책을 읽고 있는 나 역시 원시 공동체 '윈드 시프트'에서의 삶은 어떨까 하는 마음과 향수를 느낀다. 그러나 그 삶을 선택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고 생각되는 마음 또한 커서 엔리코, 마르게리타, 알레시오가 느끼는 불편함과 문명세계로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 인터넷을 하고 휴대폰을 할 수 있는 삶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동조하게 된다.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자신을 위해서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3일간의 경험은 모두의 삶을 뒤바뀌어 놓았을 것이다. 또한 바람이 바뀌는 곳에서의 3일을 꿈꾸는 나에게도 지금의 삶이 더 이상 행복하지 못하다면 또 다른 삶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한껏 매력을 느끼며 바람 가득히 마음 속에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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