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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기 바이블 - 건축주, 건축가, 시공자가 털어놓는 모든 것, 2017-18 개정증보3판 ㅣ 좋은집 시리즈
조남호 외 지음 / 마티 / 201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솔직히 말하면 난 단독주택에 살고 싶은 꿈도 없었고, 집을 짓고 싶은 생각도 없었는데 몇달전에 엘리베이트때문에 큰일을 당한 딸램이 주택에 이사가자고 노래를 불러서 요즘 갑자기 집을 지어서 살아보고 싶은 생각을 좀 하게 됐다. 물론, 아직까지도 나는 아파트의 편리함이 좋고, 그 따듯함이 좋아서 쉽게 마음을 정하진 못하고 있고 진짜 집을 짓자고 마음 먹지도 못하지만 어쨌거나 아이의 상황을 보면 단독주택이 어쩌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일단은 고층이라 아이들이 조금만 뛰어도 아래층에 피해갈까봐 마음 졸이는 건 정말 힘들고 불편하긴 하다. 아이들도 나름의 스트레스고, 나 역시도 뛰지 말라고해야하는 상황이 안쓰럽기도 해서 그건 정말 아파트의 폐해.
그리고, 엘리베이트의 두려움. 언제 고장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아이를 위해서 어찌 해주긴 해야하는데......
근데, 결혼전까지 주택에 살아온 난 정말 아파트에 대한 로망이 컸었고 아이들의 불편함과 층간소음만 아니면 지금의 아파트생활에 만족하는 편이다. 하지만, 엄마가 돼서 또 아이의 부탁을 무시할 수 없어 다시금 단독주택에 대한 호기심을 가져보기로 했다.
게다가, 요즘은 예전처럼 웃풍이 세다거나 하는 그런부분이 많이 완화됐다고 하니 말이다.

이 책은 2012년에 출간되고, 한번의 개정판을 거쳐 두번째로 개정증보판으로 나온 정말 그야말로 집짓기의 바이블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는 책이다. 건축사, 건축주, 시공사 각각의 마음을 대변하듯 그들이 서로의 입장에서 집짓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집을 지음에 있어 필요하고 체크해야할 일 들과 단독주택에 살게되면서 겪게되는 실질적인 불편함 혹은 정말 긍정적인 변화들까지 얘기하고 있어서 아파트의 지금 생활과 비교하며 읽기 좋았다.

몇년전 <지어도 돼?> 라는 일본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집을 짓는다는 게 단순한 일이 아님을 알았고, 엄두가 나지 않아 시작도 못하지만 얼마전 아는 지인이 이층집을 새로 지었다는 소리를 듣고, 또 이 책을 읽다보니 뭔가 도전을 해봐도 괜찮치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긴 했다. 특히나 아이들이 단독주택이라는 공간으로 이사가서 아파트의 그 갇힌 생활보다 좀 더 밝아지고 다른이들과 허물없이 지내게 됐다는 이야기는 나 혼자만의 단순한 욕심으로 아파트를 고집할 게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주택에 대한 접근을 해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미 지어진 집에 이사를 갈까하는 마음이 강했는데, 그러다보면 내가 원하는 책방에 대한 위치나, 집안의 보온문제, 그리고 내가 원하던 그림이 되지 않을거 같아 어렵지만, 그리고 생각만큼 쉽지는 않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마음이 굳어진달까. 물론, 나의 귀차니즘으로 어쩌면 난 집을 혹여 짓더라도 그냥 건축사에게 모두 맡겨버리고 간단하게 내가 원하는 방 두어개나 부엌의 배치쯤만 말하고 알아서 해달라고 해 버릴지 모른다. 꼼꼼한듯 하면서도 귀찮은 걸 또 무지 싫어하는 성격이다 보니......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뭔가 단독주택에 대한 로망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건 사실이다. 불편하다고 싫다 싫다 했으면서 이 책 읽고나니 뭔가 지을 수도 있지 않나? 뭐 이런 느낌이랄까나....... 특히나 아이들을 위해서.......
그나저나 이사한지 이제 겨우 1년이라는 또 마땅찮은 이유를 갖다대며 못 지을꺼라고 이미 마음을 굳히고 있으면서도 단독주택 갑자기 욕심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