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의 첫날이었다. 친구의 생일 턱으로 맛있는 고기를 사준다는 또 다른 친구의 유혹에 넘어가 백만년만에 강남이라는 곳엘 갔다. 우리 집에서 그곳까지의 거리는 장장 한 시간하고도 삼십 분은 더 가야 하는 거리. 필히 책 한 권은 읽어야하는 거리였다. 하여 챙겨간 책, 『눈먼 자들의 국가』이미 계간지를 통해 읽었으나 차분하게(!) 다시 읽어보겠노라, 챙겼던 책. 그러나 읽을 수가 없었다.

 

앞으로 '바다'를 볼 때 이제 우리 눈에는 바다 외에 다른 것도 담길 것이다. '가만히 있어라'는 말 속엔 영원히 그늘이 질 거다. 특정 단어를 쓸 때마다 그 말 아래 깔리는 어둠을 의식하게 될 거다. 어떤 이는 노트에 세월이란 단어를 쓰려다 말고 시간이나 인생이란 낱말로 바꿀 것이다.(…)세월호 참사는 상像으로 맺혔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 콘택트렌즈마냥 그대로 두 눈에 들러붙어 세상을 보는 시각, 눈目 자체로 변할 것이다. 그러니 '바다'가 그냥 바다가 되고 '선장'이 그냥 선장이 될 때까지, '믿으라'는 말이 '믿을 만한 말'로, '옳은 말'이 '맞는 말'로 바로 설 때까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 걸까. 지금으로서는 감도 오지 않는다.

 

예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아니, 충분히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의연하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한데 아니었다. 아닌 게 당연했다. 어찌 이런 글을 읽고 침착하고 차분하게 의연해질 수 있겠느냐 말이다. 기사 아저씨 뒤에 앉아 연신 훌쩍거리며 눈물 뚝뚝 흘리다가 안 우는 척 차창밖을 쳐다보기를 몇 번. 다행이라면 옆 자리에 아무도 앉질 않았다는 것이었지만 결국은 건너 자리의 여자가 날 쳐다보는 바람에 책을 덮고 말았다. 그들은 잊으라, 잊으라 하겠지만 아무도 잊지 않았다. 아무것도 결론난 게 없는데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집에 돌아와 맘껏 훌쩍거리며 읽었다. 『눈먼 자들의 국가』가 출간하자마자 2쇄에 들어갔단 소식을 들었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던 약속', 많은 이들이 지키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출퇴근길에 팟캐스트를 자주 듣는 편인데 요즘 듣고 있는 것은 신형철의 팟캐스트이다. (아, 그의 방송이 이번이 마지막이라니 OTL 슬프다. 난 졸음을 유발하는 그의 방송이 좋았는데) 출퇴근길이 길지 않아 '신형철의 알파벳' 을 하나, 둘씩밖에 못 듣는데 오늘 아침에 들었던 것은 'F'였다. 물론 이전에 나왔던 'E' 에 관한 그의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궁금하시면 들어보시라.ㅎ) 이미 수차례 이야기한 것 같아서 이젠 말하기도 죄송한데, 단편집 좋아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단편을 요즘 선호하고 읽고 있는데 신형철 평론가의 'F'에 관한 이야기의 주인공 '플래너리 오코너'를 듣자마자 이 책을 안 살 수가 없었다.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그동안 플래너리 오코너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은 그의 이름으로 정한 상이 있다는 정도. 그래서 이름을 말했을 때, 내가 아는 작가일세, 하다가 그의 작품은 생각나지 않아서 추리스릴러 작가인 줄 알았더랬다. 한데 알고 보니 헤밍웨이 이래 가장 독창적인 작가이며 내가 그의 이름이 익숙했던 것은 그의 이름으로 지정된 문학상이 있어서였던 것. 아무튼 신형철 평론가의 강추에 의해 읽어보기로 했다. 기대중.

 

 

아침에 출근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문자가 띠로리~왔다. 아침부터 누군가, 궁금하여 열어보았다. "오늘 구매하시면 2,000원 신간적립금 응모권 증정" 헉! 이 책은 어제 친구가 1,000원 준다고 했던 책이었는데! 오늘 사면 2,000원 준다고? 오예! 친구에게 염장을 질러야겠다. 하며 룰루랄라 출근했다. (얼마 전에 신간 나오자마자 사고 적립금 못 받았는데 이 친구는 기다렸다가 다 챙기고선 내게 염장을 질렀더랬다. 하여 복수!)

 

바쁜 일을 하는 와중에 날아온 친구의 메시지는 건성으로 보고 염장 메시지부터 날렸다. "『마담 뺑덕』, 적립금 2,000원 준대. 메~롱" 돌아온 답, "나도 받았다. 2,000원!" "뭐? 1,000원이라고 했지 않아?" "2,000원이라 했다." "우~씨, 이것들은(죄송합니다. 알라딘) 그냥 주는 걸 왜 문자를 주고 어쩌고~ 염장 질러야지, 하는 못된 생각을 하게 만들고 저쩌고~" 했더니 친구 왈, "나 염장 질러 죽여서 뭐할라구? 젓가락으로 까만콩 집는 거나 해라. 치매 예방에 좋다드라. 글고 일주일동안 준다니까, 절대 잊어버리지 마라." 아아, 이런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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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구매를 좀 줄여보려고 무던 애를 쓰며 장바구니를 살며시 채우다가, 이번 책베개 증정 뜨자마자 그래, 내가 이걸 받으려고 기다렸던가봉가, 운운하며 장바구니를 비웠다. 책베개의 퀄리티가 어느 정도일지 몰랐지만 그간 알라딘의 증정품을 봐서는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결론은 아주 좋았다는 사실.

 

책베개 받자마자 카톡방에 자랑질을 하니 냄새는 안 나는지, 크기는 얼마인지, 물어보기 시작하더니 다들 그럼 사야겠다고... 나도 다시 사야겠다고.(=.=) 하여 두 개의 책베개를 받고선 좋아서 인증샷 찍고 난리부르스를 쳤다. 아무리 생각해도 책을 사기 위한 것인지, 증정품을 사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는데, 뭘 모르는 분께서는 그냥 베개를 사던지, 그 돈으로 직접 만들어! 하더라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바구니에 남아 있는 책들은 어쩔거나. 이 참에 책베개 네 개를 다 모아볼까,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잠시 했다. 이러다가, 진짜로 그럴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장바구니에 얌전히 앉아서 날 기다리는 책들을 그냥 한번 불러본다. 얘들아~!

 

 

조이스 캐럴 오츠의 새 책이다. 기다리고 있었다. <대디 러브>와 <좀비>를 너무 재밌게 읽었다. 난 조이스 캐럴 오츠를 사랑한다. 그녀의 글은 정신을 바짝 차리게 만든다. 세상에 뭐 이런 미친 놈이 다 있어? 욕을 하면서도 정신 없이 빠져들게 만든다. 세상에 이런 악한 놈이 하면서도 그놈 편에 서서 그놈을 이해해보려고 한다. 새로나온 <악몽>은 단편집이다. 얼씨구나, 좋다! 요즘 안 그래도 단편집에 맛들였는데 부담없이 한 편씩 읽게 되겠구나, 혼자 신났다. 아아, 조이스 캐럴 오츠가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영화 예고편을 봤더랬다. 정우성이 나오고, 뭔가 애증의 스토리가 흥미를 끌었다. 알서점에 들어와 새로나온 책 검색하다가 <마담 뺑덕>을 보았다. 또 영화 소설이군 했다. 한데 작가 이름이 익숙하다. 내가 아는 그 작가, 백가흠이다. 친구들에게 물었다. 이거, 봤냐고?! 다들 영화로만 알고 있었다. 아니야, 백가흠 작가가 썼대. 책정보가 없어서 어떻게 된 건지 몰랐다. 내가 모르고 있는 단편이기라도 한 걸까? 검색의 천재께서 알아오셨다. 아하.. 새 책이래. 새로 썼대. 그럼. 사야쥐! 당일 배송이 되지 않아, 일단 장바구니에 두었다. 영화부터 보고 읽어보겠다. 으흣.

 

 

이언 매큐언의 새 책이 나왔다. <이노센트>, 제목을 하도 낯익어서 개정판인가 했는데 그건 아닌 듯하다. 책 나오면 무조건 사서 읽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인 이언 매큐언의 작품은 알라딘 책소개에 이렇게 나와 있다. 완전 흥미진진입니다! "<속죄>의 치밀하고도 독특한 구성과 <체실 비치에서>의 애틋한 사랑, <첫사랑, 마지막 의식>, <시멘트 가든> 등 초기작에서 선보인 충격적인 소재를 능란하게 다루는 특유의 대담함과 영리함을 모두 엿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장르적 측면에서도 '스파이 서사, 비극적 러브스토리, 통렬한 블랙코미디의 요소가 공존하는, 매큐언의 가장 다성적인 작품'이다. 1993년 매큐언이 직접 각색한 시나리오로 이사벨라 로셀리니, 앤서니 홉킨스 주연의 동명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언급된 이언 매큐언의 책을 다 읽었다!! 흐흐

 

 

그리고 순전히 소설리스트의 추천도서들 때문에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들. 나는 귀가 썩 얇은 편이긴하나, 그렇다고 무조건 다 사는 것은 아닌데, 내가 잘 모르는 소설들을 그들이 찍어주니까, 자꾸 참고를 하게 된다. 그 바람에 산 책이 그동안 제법 된다. 이번에 찍은 소설은 <호텔 로열> 일본 소설엔 편견이 많은 편이라, 아무 책이나 잘 안 읽는데, 이 책은 좀 땡겼다.  어쩌면 연작단편집이라서 그랬는지도 몰라. 난 이런 류의 소설을 좋아하니까. 기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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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4-10-02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악몽과 이노센트는 무조건 사야겠고! 그런데 전왜 조이스 캐럴 오츠가 여자인걸 몰랐을까요 그녀였군요!!!

readersu 2014-10-07 13:34   좋아요 0 | URL
넵! 조이스 캐럴 오츠는 연약해보이기만 하는 여자!
하지만, 작품은 강렬해요,. 이번 <악몽>도 장난 아니심^^
잘 지내죠??

그렇게혜윰 2014-10-02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오늘받고결정해야겠어욥ㅎㅎ 대상도서를 분산해서 살걸 후회하는건 아닐런지요ㅎㅎ

readersu 2014-10-07 13:35   좋아요 0 | URL
저는 두 개만 사고 말았는데, 장바구니 비워야할 때가 된 걸보니 하나 더 생기게 되었어요 ㅎ

2014-10-02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07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설 읽기가 지겹거나 인문서 읽기가 무거워지면 찾는 책이 에세이다. 달달하고 감성적인 산문에서부터 딱딱해보이지만 통찰력이 엿보이는 에세이. 인간에겐 역시 인간의 현실적인 이야기가 감동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 에세이 골랐다. 읽었거나, 읽기 위해, 혹은 읽을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는 책들. 꽤 많네~

 

 

 

두어 달 전, 홍대에 있는 네타스 키친에서 행사가 있던 날, 살짝 엿들었었다. 곧 하루키 작품 속의 요리들을 묶은 책이 나올 거라고. 요리책을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하루키'라는 이름에 귀가 쫑긋 세워졌다. 와, 대박! 하루키 작품 속 요리라니!! 그러고선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드디어 나왔다. 제목하여 『하루키 레시피』. 마침 하루키의『여자 없는 남자들』을 읽고, 이전에 신형철 평론가 덕분에 하루키의 단편에 빠져 있던 차인지라 우연처럼 맞아떨어진 하루키와 관련된 책에 바로 빠져들었던 것.

『하루키 레시피』를 쓴 차유진 요리사(난 작가나 푸드 칼럼니스트보다 요리사라고 부르고 싶다!)는 이미 하루키의 작품 속에 나오는 인물(『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 나오는 '손녀딸')로 닉네임을 정해 '하루키빠'임을 입증하고 다녔더랬다.『손녀딸의 부엌에서 글쓰기』란 책도 일찌기 사 읽었다. 요리에 관한 책이니까! (진짜, 나도 한 때는 친구들에게 요리집(ㅋ) 내라는 소릴 많이 듣던 사람이었다. 진짜!) 하물며 하루키 작품 속 요리라니. 난 요즘 하루키하고 같이 사는 것 같다. 나쁘지 않다.

 

 

 

프롤로그에서 그가 말한다. "공장은 나를 가로막는 높은 벽이었고, 넘어야 할 장애물이었다. 아버지는 내가 조금이라도 삐뚤어진다 싶으면, 반 등수가 조금이라도 내려간다 싶으면 '공부 당장 때려치우고, 공장에 들어가서 기술을 배우라'는 말을 하셨다. 이상하게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무서웠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무표정한 얼굴로 나사를 조이고 있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이 문장을 읽는데 공감이 되었다. 맞아, 나도 그런 적이 있었어. 공장이 많은 도시가 옆에 있던 내 고향은 고등학교를 다니지 못하거나 대학에 가지 못하면 그 도시의 공장으로 갔다. 공장이 나쁜 것은 아니었는데 어린 마음 속엔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공장에 가야 한다는 사실이 무섭기도 했었다. 

김중혁 작가의 새 산문집 『메이드 인 공장』은 내가 어렸을 때 기억하는 그런 공장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이젠 다 자라 공장이라는 말에 떨거나 하진 않지만 그래도 익숙하지 않은 공장이라는 것에 대해 수다스러운 글과 그림으로 들려준다. 책소개에 나오듯이 '김중혁의 느긋하고 수다스러운 공장 탐방 산책기' 산책, 어쩐지 김중혁과 참 잘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공장이 그렇다기보다는 그가 다닌 공장들이 다 그런 듯. 흥미롭다. 소설보다 산문이 더 끌리는 작가. 미안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을 것이라는 걸 안다. 그에게 붙은 수식이 소설가, 만은 아니니까.

 

 

여기 소설가이지만 산문이 더 좋아요, 라는 소릴 듣기도 하는 작가가 한 사람 더 있다. 그런 소릴 듣는 작가는 아마도 품성이 따뜻한 사람일 것이다. 거짓말을 지어내는 것보다 솔직한 이야기들을 좋아하니까. 거문도엘 다녀왔다. 책에서만 보던 그곳의 바다를 보며 감탄을 한 며칠이었다. 등대를 보았고, 낚시를 했다. 해질 무렵의 바다가 얼마나 붉은지 확인을 했고, 보로봉에서의 일출을 경험했다. 한창훈 작가의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내 밥상의 자산어보』가 아니었으면 거문도라는 섬은 누구처럼 내게도 거제도일 뿐이었으리라.

『내 밥상의 자산어보』가 바다의 먹거리를 위주로 글을 썼다면 『내 술상의 자산어보』는 바다와 작가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거문도에서의 며칠은 먹거리보다, 고독과 쓸쓸함을 느낀 날들이었다. 홀로 새소리를 들으며 아침 산책을 하거나 인적 없는 갯바위를 때리는 세찬 파도를 바라보거나 보로봉에서 등대로 가는 길을 걸으며 섬에서의 생활이 어떤 것일지 상상해보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아, 새로나온 책에서 세 권의 이 책을 보는 순간, 눈이 휙~ 돌아갔다. 한데 출판사를 보고 다시 한번. 돌아간 눈. 이럴 수가. 열화당이라니! 이 출판사는 이벤트도 없고 할인율도 낮다. 얼마 전에 존 버거의 책을 사러 들어갔다가 5%라는 할인율을 보고 뭐지, 이건? 괜히 툴툴거렸다. 마치 그들이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한데 그 출판사이니, 이벤트는 없을 테고, 기다려도 5%이상으로는 내려가지도 않겠지. 심지어는 정가대로 받는 책도 수두룩하니. 10%할 때 얼른 사야 한다며(-.-)

딴 소리로 샜는데, 아무튼 열화당에서 나왔다. 『고백의 형식들』 『끝나지 않는 대화』 『어둠 속의 시』, 3권 세트로. (존 버거의 책들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만화 세트 아아, 사고 싶다! 이러다가 언젠가는 사고 말겠지만, 아직은 참는다ㅠ.ㅠ)  대담은 두고서라도 산문과 시집은 몹시 땡겨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 내가 찜을 했으면 분명 '이성복'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살 친구들도 찜했을 거라는 걸 안다. 하지만 일단 실제로 본 후에 구입하겠노라, 미루고 있었는데 궁금해서 더는 참을 수가 없..다. 하여. 

 

 

'소설가의 눈에 비친 인간이라는 작은 지옥' 예판을 할 때부터 나는 이 문장에 꽂혔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의미심장했다. 책이 왔고, 책을 읽었다. 감성적인 문장은 없다. 소설가로서 그는 사람을, 세상을, 우리를 보고 있었다. 나와는 다르게, 소설가답게. 그래서 한 꼭지 읽을 때마다 그의 깊은 통찰과 사유에 대해 고개를 끄덕였다.

『보다』, 김영하 산문집. 그의 산문을 읽은 기억은 있지만 기억이 나는 글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산문을 다시 쓰기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산문집을 낸 것도 아주 오래 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소설이 아닌 산문을 읽는 재미가 색달랐다.

 

 

그리고 예판 중에 있는 또 한 권의 에세이. 허지웅의 『버티는 삶에 관하여』, 이전에 쓴 소설은 솔직히 내 취향이 아니어서 허지웅의 글을 좋아한다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바라보았더랬다. 내가 소설은 내 취향이 아니던데? 하면 그들은 소설 말고! 라는 말을 해주었다. 그는 블로그에 글을 꼬박꼬박 올리던 사람이고 기자로서 써내던 글을 읽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의 글에 대해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에세이가 나온다는 얘길 듣자마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버티는 삶에 관하여』에는 어머니와 가족에 대한 기억, 20대 시절 그가 맨몸으로 세상에 나와 버틴 경험들이 들어 있다고 한다. '글쓰는 허지웅'이란 말이 잘 어울리는, 혹은 '글쓰는'이라는 수식어에 자신감이 붙어 있는 걸로 보니. 괜찮은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래서 기다리고 있는 중.

 

아침에 페북을 통해 신형철 평론가의 새 책 표지 감리하는 사진을 봤다. 평론을 써서 이렇게 인기를 얻은 평론가는 아마 몇 안 될 것이다. 그만큼 그의 글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평론이 어렵지 않게 읽힌다면 이번에 내는 에세이는 얼마나 말랑거릴 것인가? 몹시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더불어 기다리고 있는 책은 출판사 카페에서 연재했던 김연수 작가의 '소설가의 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얼른 나와주었으면 좋겠다.

 

어쨌거나,

 

가을에 이들의 에세이를 다 읽을 수 있다면,

정말이지. 가는 세월.. 빠르다고 탓하지 않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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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이 나왔습니다. 표지의 문장이 저의 흥미를 확 끌어당겼습니다. "집에 불이 난다면 무엇을 구해내겠습니까?" 그리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저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강아지. 얜 그러니까 구함을 받은 것이로군요.

『지금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저는 이 책 때문에 주말 내내 고민을 했습니다. 지금 내 집에 불이 난다면 난 과연 무엇을 가지고 나갈 것인가? 곰곰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지금 제 집에서 제일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입니다. 한데 불이 났는데, 책을 어찌 들고 나가겠어요. 정말 고민이 많았는데, 막상 작정을 하고 고르고 보니 겨우 여섯 가지 정도이더군요. 그때서야 깨달았죠. 아, 책이고 옷이고 가전제품들이고 다 부질 없는 것이로구나!! 뭐, 이런 깨달음을 받았다고 다시는 책 같은 것은 안 살 거야! 지금 가지고 있는 책만 읽어야겠어! 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추석이 지날 때까지는 절대 책을 사지 않겠노라, 다짐을 했더랬습니다.

 

한데 방금 무너지고 말았어요. 메일을 열어보지 말았어야 합니다. 저 책에 대해 모르고 있었어야 했습니다. 한데, 주말에 서점가서 저 책을 보고 말았더랬습니다. 보고선 비웃었더랬습니다. 스트레스 풀려다가 손 굳은(!) 나는 색칠하다가 더 스트레스 받겠다, 라고 말입니다. 한데, 그걸 알기라도 하듯(이럴 때, 하루키의「우연 여행자」라는 단편이 생각납니다.) 이래도 안 살래? 하며 내가 들춰본 그 책이 (아, 물론 이 책만 구입하는 거라면 제가 이 글을 쓰지도 않겠지요) 글쎄 +해서 팔고 있지 뭡니까! (알라딘 이런 메일 나에게 보내지 마란 말이닷!)  바보처럼 이런 것에 뿅! 가다뉘(ㅠ.ㅠ) 아무리 책을 사고 보니 선물이 있네, 가 아니라 우와, 색연필을 사면 책을 준대! 하는 세상이 되긴 했지만서도. 이렇게 또 무너지고 말다뉘!

 

   

 

그리고 날아든 또 하나의 메일 속엔 마스다 미리(『최초의 한입』) 의 새 책을 예판한다며. 이제 마스다 미리, 그만 읽어야지 했는데 주제가 좋아하는 주제. 먹는 거. 참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결국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에라, 이왕 이렇게 된 것 한번 채워보자, 며 온라인 책쇼핑을 시작.

 

  

 

김경미(『밤의 입국 심사』) 시인의 새 시집도 담았습니다. 친구에게 선물해줄(이번 추석에 한번 잘, 읽어보라며) 므흣하고 야한 책(『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도 담고, 김영하(『보다』) 작가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새 에세이 예판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내친 김에 새 책 리스트를 보다가 그만(-.-) 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 경주편(『이 고도古都를 사랑한다』)이 나온 걸 보고 말았고, 스티븐 킹이 이 책(『힐하우스의 유령』)을 읽고 『샤이닝』을 썼다는 엘릭시르의 책도 보았습니다. 김중혁(『메이드 인 공장』) 작가의 새 에세이집 산다는 걸 깜빡, 했다는 걸 알았고, 엘릭시르의 예쁜 책, 고전부(『멀리 돌아가는 히나』)가 새로 나온 것도 보고 말았지요. 일단 눈에 띄는 대로 장바구니에 다 넣고 보니, 털썩! 구제불능, 책 수집가. 불조심이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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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단편을 읽고 있는 요즘, 어제는 『도쿄 기담집』에 수록된 단편「하나레이 해변」을 읽었다. 같은 단편집 첫번째 이야기인「우연 여행자」도 매우 재미있게 읽었는데 나 역시 그런 '우연'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대공감했다. 오늘 서재 메인에 들어오니 하루키의 새 신간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의 표지가 바뀌었다. 이전에 투표했던 표지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 그때의 표지들은 뭐랄까, 너무 일본스러웠....물론 하루키도 일본 사람이지만..ㅎㅎ(따끈따끈 소식. <월간 윤종신>에서 음원을 발표했는데 하루키 신작 『여자 없는 남자들』과 콜라보레이션한 음원을 발표했다네..와우~)

 

 

어제 장바구니 비우러 들어왔다가(보틀 파우치 획득! ㅋ) 도서 검색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소설리스트(다들 아시죠? 김연수, 김중혁, 금정연 등등 만든 소설만을 위한 사이트)에 올라온 리스트를 보며 장바구니를 채우는 나를 보았다(클났다!). 소설리스트를 보며 나는 내가 모르고 있던 소설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에 놀랐고, 세상엔 정말 읽어보고 싶은 소설이 엄청나게 많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으며 그들 덕분에 내 주머니는 더 자주 털리겠구나 알게 되었다는 사실. 하지만 두 주먹 불끈 쥐고 『행복해서 행복한 사람들』 한 권만 구매했다. 스스로 장하다고, 칭찬해주었음(그러나 이 참음이 며칠이나 갈지 모름-.-;).

 

 

   

 

북극물 때문에, 어디 북극물 뿐이랴. 보틀을 모으려고, 미니북알사탕을 받기 위해, 노트를 (사용하기 위함이 아니라) 모으기 위해 혹은 어제처럼 보틀 파우치를 받기 위해 책을 사는 요즘. 북극물이 담긴 작은 유리병 하나로는 뭔가 부족하여 최소 3개는 모아야 폼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친구에게는 북극물 따윈 없는 것으로 말하고 책만 선물하고 (ㅋㅋ) 나만 북극물을 차지하기 위해 책을 샀다. (문장 이상하다 ㅋ) 책을 읽기 위해 책을 사는 것이 아니라, 덤(!)으로 주는 선물 때문에 책을 사는 상황. 물론 그 아무리 이벤트 선물이 좋아도 그 작품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거들떠보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하고 싶은 말은 북극물, 정말 참신하고 예쁘다는 말.

 

제대로 찍은 사진이 없..오늘 도착한 북극물과 함께 찍어올릴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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