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친구가 카톡으로 링크를 보내왔다. 링크 주소에 aladin이 보여 짐작은 했다. 분명 굿즈일 것이다. 역시 그랬다. 새로운 굿즈. 에세이 3만원 이상이면 메모패드와 포스트잇 그리고 마우스패드였나? 뭐 암튼 그런 것을 세트로 준단다. 근데 예뻤다. 올라온 에세이들을 봤다. 다행하게도 사려고 했다가 안 산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장바구니에 넣었다. 이왕, 5만원 넘기는 것, 그래 보틀도 하나 더 받자 싶어 골랐다. 다행히 안 샀던 책이 한 권 보였다. 넣었다. 오만원 조금 넘기고, 적립금해서 결제완료. 몇시간 지나지 않아 집에 책이 도착했다는 문자. 빠르네!

 

     

 그렇게 고른 책과, 내 장바구니에서 또 다른 굿즈를 기다리는 책들 몇 권!

 

이젠 정말, 굿즈 땜에 책을 사는 것 같다. 이런 습관 나쁜데, 나의 구매 전략(나름 책 한 권을 사도 이것저것 다 찾아보고 사는, 절대 손해 안 보려는 이 노력)을 들은 이가 전략이 아니라 너가 호갱이라며, 아니 굿즈 땜에 책을 사다니 말이 돼? 하고 말했으나, 그러거나 말거나, 이렇게든 저렇게든 요즘 책 안 나가서 다들 죽을 판이라는데 책을 사는 게 어디냐며(아, 이게 옳은 걸까? 모르겠지만!)

 

구매한 것 중에 정말 뜬금없이 구매한 것은(이것이야말로 충동구매랄까)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이다. 살 생각이 없었는데 샀다. 이 책 재미있으면 정말 성공한 것.

 

<아내를 닮은 도시>는 >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 네번째 책이다. 첫책부터 맘에 들더니 점점 더 맘에 든다. 이 책을 보니 걷는 것 좋아하는 어느 분을 추천해주고 싶다. 또 무조건 사게 되는 시리즈에 들어간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작가는 이번에 문학동네 소설상도 받았다지. 손홍규 작가의 <다정한 편견>은 짧은 글이지만 임팩트 강한 문장들이 눈길을 끌고 <불안의 글>은 살까말까 망설이다가 샀다. 그리고 알라딘 서재에서 자꾸 눈에 들어와 나도 모르게 클릭한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한다>, 오늘 점심 먹으며 난 날 가르쳐주는 남자가 좋은데... 내가 궁금한 것 물었는데(그게 무엇이든) 대답 못하는 남자가 젤 싫은데, 했더니 "그 말이 아니잖아요!" 소리를 빽! 지른 사람이 있었다. 안다, 안다고! 내가 생각하는 그런 남자가 아니란 걸. 아무튼 이 책을 번역하신 분에 대한 칭찬을 어디에선가 들었다. 그래서 믿음이 더 갔다. 하여 샀다.

 

     

 

마루야마 겐지의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는 페북에서 백영옥 작가의 글을 읽고 관심이 생겼다. <발원>(2권) 예전에 김선우 시인의 소설 <나는 춤이다>를 재밌게 읽고 시보다 소설을 먼저 만났더랬다. 그 뒤로 그녀의 소설 다 사서 읽었는데 처음만큼 맘에 들어오진 않았는데, 역사소설이라고 해서 관심이 훅! <신비한 결속> 새 책이 나오면 생각도 안 하고 그냥 장바구니에 넣게 되는 작가가 있다. 파스칼 키냐르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책 정보가 자세히 안 나와 있지만 일단 찜. 필립 로스의 마지막 소설 <네메시스> 두 말이 필요 없다. 이번에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한은형 작가의 <어느 긴 여름의 너구리>는 표지갑! 이라고 요즘 내가 추천하고 다닌다. 빨간색의 강렬함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보는 순간, 확, 끌린다. 마지막으로 검색에 걸린 <한화이글스 때문에 산다> 난 굳이 어느 팬이냐고 물으면 기아 팬이라고 한다. 젤 많이 보니까. 한데 요즘은 한화이글스로 넘어가고 싶다. 이미 팬인 아이들이 넘어오라고 손짓을 한다. 요즘 한화이글스 때문에 산다는 사람 많다. 그래도 난 그냥 기아팬 하련다. 응원은 항상 지고 있는 팀을 해야 힘이 난다..(ㅋ이건 무슨 억지인지 모르겠으나...)

 

끝! 알라딘 굿즈에 넘어가 책을 산 기념으로 간만에 포스팅. 요즘은 SNS에 길들여져 긴 글 쓰기가 쉽지 않다. 이런 글을 쓰려면 야근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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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 - 7 - 변혁과 미완의 출발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 7
황석영 엮음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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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은 생각날 때마다 한 편씩 읽어내는 재미가 있다. 읽었거나, 혹은 전혀 몰랐던 작품들도 많은데 그래서 문득 떠오를 때마다 읽는다. 이 달에는 이 작품을 읽어본다. 6월이고, 6월엔 어찌 되었든 잊을 수 없는 일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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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06-02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거 읽을건데요?

readersu 2015-06-02 18:16   좋아요 1 | URL
7권이요. 변혁과 미완의 출발을 6월에 읽으려고요^^
한번에 다 못 읽어......서^^;;
단편 하나씩~!

보물선 2015-06-02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편이라도 봐야겠어요!

readersu 2015-06-02 19:13   좋아요 0 | URL
옳아요!^__^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한창훈 지음 / 교유서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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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지난 금요일 강연을 들었다. 한창훈 쌤의 글쓰기에 관한 강연은 처음. 참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로서, 글을 쓰며 삶을 대하는 자세가 훌륭하다고 느꼈는데, 그 느낌이 그대로 강연에서도 전해졌다. 가르치려 하지 않고 보여주는 글쓰기란, 이런 것이었다. 오래 두고 읽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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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장바구니를 채우고 채우고 채운다. 트위터에 이어 페북으로 이젠 인스타그램에서 책 추천을 받고 보니 내 장바구니만 무거워질 뿐이다. 어찌하여 트위터로 무시한 책들이 페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는 색다르게 느껴지고 인스타그램에서 시큰둥했던 책들은 블로그나 서재에 오면 또 다르게 보이니 이게 무슨 조화인가? 이래 저래 결국은 다 사서 읽어야 (소장해야) 한다는 것?

 

 

 

 

한창훈 쌤의 신간이 나왔다.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개정판이니 신간이기보다는 새 책이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예전에 나왔던 첫 산문집 『향연』이 옷을 갈아 입었다. 2편이 빠지고 7편이 재수록되고 제목도 바꼈다. 바뀐 제목이 어쩜 그리 잘 어울리는지, 왜 예전엔 이렇게 제목을 짓지 못했을까, 아쉬웠다. 그랬다면 좀더 많은 독자들이 책을 찾아 읽었을 터인데. 어쨌거나 개정판이든 뭐든 애정하는 작가의 새 책이 나오면 무조건 좋아할 일이니 나는 좋구나! 

희한한 것은 『향연』을 적어도 세 번은 읽은 것 같은데 이번에 읽다 보니 새로운 글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새 옷을 입어 그런 건지, 그때의 상황과는 또 다른 상황이어서 그런 건지. 책이란 읽을 때마다, 그때의 감정과 주변에 따라 느끼는 것들이 달라지기도 하니까. 좋다.

 

 

 

인생은 요리와 비슷하다. 한 가지라도 빠지면 맛이 안 난다. 신체와도 같다. 오장육부 수백 개 뼈마디가 다 괜찮다 하더라도 이빨 하나 썩거나 발톱 갈라지면 통증 때문에 잠을 못 잔다. 국가를 하나의 생명체로 본다면 아침에 우는 사람들의 존재가 왜 중요할 수밖에 없는지 이해된다. 중심과 권력과 도시의 고독한 자아 외에도 저 먼 곳의 거친 삶도 하나의 뚜렷한 형태로서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해놓고 보니 문득 떠오른다. 사실 구구절절 떠드는 것보다 이게 가장 좋은 답이 될 것이다. 브레히트의 시(詩) 「책 읽는 어느 노동자의 질문」이다.

 

존 버거의 책을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다. 인스타에서 『킹』을 읽은 분의 글을 읽은 후였다. 『킹』이 나온 후부터 존 버거의 책을 읽을 테다, 맘을 계속 먹었는데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었던 터라 자극제가 된 거다.. 그러다가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며 존 버거 얘길 하다가 다른 책보다 『G』를 읽으라는 추천에 다른 책은 다 내려놓고『G』부터 읽어볼 생각이었다. 한데 내가 읽은 줄로만 알았던 『A가 X에게』도 안 읽었더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뭐지? 내가 왜 그 책을 아직도 안 읽은 거지? 설마, 말도 안 돼! 하며 오래 전에 쓴 리뷰를 다 뒤져보았지만, 정말 읽지 못했다. 하여, 『G』를 잠시 두고 『A가 X에게』를 먼저 읽어보기로 한 것.

 

 

 

이제 와 생각해 보면, <G>는 손으로 그린 지도들을 묶은 책처럼 보인다. 산이나 계곡, 강어귀를 표시한 지도가 아니라, 역사의 전환점들을 그린 지도, 그리고 인간의 몸, 여성성과 남성성을 표시한 지도 말이다. …어쩌면 이 책은 욕망의 대상이 되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그 무엇 속으로 떠나는 여행의 기록일지도 모른다._존 버거의 한마디

 

 

 

줄리언 반스의 새 책이 나왔다. 『용감한 친구들』 새 책이 나온 줄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발견. 요즘 이 책 저 책 장바구니에 책 서너 권 채우면 5만원이 훌쩍 넘어서 한꺼번에 지르지도 못하고 찔끔찔끔이다. 일찍 사려는 마음을 최대한 억누르며 가급적이면 일주일에 한번만 사자고 나를 달래고 있는 중이다. 1권도 아니고 2권짜리라서 아마도 읽으려면 날을 잡아야 할 터. 소설가 한유주 작가가 번역을 했다니, 더욱 기대가 된다.

 

 

 

잘 짜여진 퍼즐처럼 정교하게 구성된 줄리언 반스의 문장들을 접하면서, 힘에 부치기도 했고 기쁨을 느끼기도 했다. 대부분의 문장들은 단서처럼 느껴졌고, 후에, 때로는 한참 뒤에 앞의 문장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문장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았다. 같은 사건을 두고 아서와 조지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시선이 교차되면서 이러한 ‘차이’를 보게 되는 즐거움이 컸다. 한편 번역자이기 전에 한 사람의 독자로서, 역사 속에서 잊히거나 묻힌 인물이 생생히 되살아나 또 하나의 생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에서 희열을 만끽할 수 있었다. 시대가 낳은 가장 근사한 인물이었던 아서 코난 도일과 부침이 많은 생을 살았으나 끝까지 어떤 고결함을 보여주었던 조지 에들지의 이 이야기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선물처럼 다가온다. 독자 여러분도 아서와 조지의 ‘모험’에 즐겁게 동참하시기를 바란다._한유주의 한마디

 

 

 

『수전 손택의 말』, 수전 손택의 새 책도 한참 뜸을 들였다. 동생의 밑줄을 보지 않았다면 아마 장바구니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었을 것이다. 한데 밑줄 열심히 그어놓은 걸 보고 구매를 했다. 동생의 추천은 간혹 나와 다르기도 하지만 89%는 동의하므로 나도 얼른 읽어보자 했다.

 

 

 

당신은 지금의 우리가 존재하는 양상의 전부와 과거의 우리 모습 모두가 문학 덕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책들이 사라진다면 역사도 사라질 것이고, 인간 역시 사라질 것이라고요. 나는 당신의 말이 옳다고 확신합니다. 책들은 우리 꿈 그리고 우리 기억의 자의적인 총합에 불과한 게 아닙니다. 책들은 또한 우리에게 자기 초월의 모델을 제공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독서를 일종의 도피로 생각할 뿐입니다. ‘현실’의 일상적 세계에서 탈피해 상상의 세계, 책들의 세계로 도망가는 출구라고요. 책들은 단연 그 이상입니다. 온전히 인간이 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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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환장할 봄날에 내 감성을 자극한 두 권의 시집.

 

 

나는 이제 만인에게 사랑받는 연인을 원하지 않는다. 상처만이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한 방식이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큰 사랑을 품은 사람은 점차 작은 사랑이 아닌 곳에, 그리고 사랑의 일부는 더더욱 아닌 곳에 살게 되며, 이것이 나로선 매우 견디기 어렵고…… 그러함으로 너무 큰 것 안에는 정작 사소하고 작은 사랑의 일이 설자리가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_시인의 말

 

 

단번에 내 세상을 흔들고도 유리창은 물끄러미 바라만 보네

그가 몹시 좋아, 나로 하여금 일생이 거두어지기만을 갈망하라고

멸하여지는 눈이 내 사랑만 같아서

외듯 내 입술에서 건져올리는 혼잣말 하나씩은 네 입술, 하나씩은 네 콧망울, 사랑의 넝마주의, 한데 포갠 둘씩은 눈빛 묻은 이 미치광이 눈발들아…… _사랑에 대한 변론 -연인

 

 

봄 날은 지척이면서 천리만리 못 가볼 뒤안길이어서

그저 지난날에게 안부 전하고 싶었습니다

휘청거리는 하오

짧은 절망과도 같은 뇌성이 치고 하우중(夏雨中)이었습니다 _유하

 

 

바로 들키면 병신같이-부끄러워할, 무슨 향수향을 맡은 듯 사랑

눈물 짜봤자 필 꽃이 핀 것뿐이었어 그렇지 않고서야

볼썽사납게 청승맞을 수가, 누가 볼세라

무성한 이파리 오물처럼 온 머리 덮어쓴 채 훔쳐보진 않았을 게 아니냐고- _피다, 질투의 향기

 

 

필경 다른 도리 없다지만 그렇더라도 마음놓고 머물진 마요 _실화

 

 

그간 당신과 함께이고픈 개화꽃 한 송이 없이 계절의 꽃이 졌습니다

손가락 득 득 문질러도 깨질 빙화의 심정

내 반그늘 자리가 안락할, 제풀에 꺾여 살아지는 형벌이 되고 말았습니다

워낙 태생적으로 덜떨어진 사람인지 제가 좋아 죽어서 하는 사랑

견딜힘조차 없게 만든 형벌도 좋았습니다 _설화

 

 

사랑이라면 좀체 널 떠날 수 없는 거고 사랑과 싸운다면 설자리가 없는 나였다 _새의 몸짓

 

 

여자는, 일상 그 자체가 비상사태인 걸 몰랐던 거지 _여럿 그리고 하루의 실낙원

 

 

평생 뚫어지게 쳐다봐도 비에 젖어 걷는 여자의 알 수 없는 마음이 있다. 젖은 자는 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격언. 바벨탑의 형해(形骸)처럼 넓고 판판한 말을 쌓아올린다.

나는 못된 애인일 소지가 있다 _바벨의 애인

 

 

사랑이 상상이라면 상상… 할 수 있겠어?

고정되어 수신만 하는 소통이란 없는 거야 _그래, 그래, 그때가 성하였어

 

 

내 오랜 서적에서 내처 잤던가, 속알 창시 적는 노릇도 그만했음 좋겠네 아아, 당신 야박스레 예삿일로 넘긴 일 그러나 난 한때 식음을 전폐한 일 그러고서도 결별 못 한 나와 내 이별 일 _그때 내가 당신을 더이상 꿈꿀 수 없을 때

 

 

 

 

 

 

확신할수록 멀어지는 게 있었다 과거에 대한 일인지 내가 아닌 것들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무 생각이라도 하자며 걷는 동안 그런 궁금증을 뭐라 불러야 좋을지 _우상들

 

 

들킨 게 없었지만 들리던 것은 있었다 _비밀

 

 

마주치지 말아야 할 허점이 되어버린 여기를 나만 알아서 모르는 척하고 싶은데, 역학을 확신하는 누군가가 차가운 눈길로 먼저 나를 증명하고 있다 _ 상대가 있다

 

 

답답해서가 아니라 익숙한 게 두려워

누군가는 계속 연못에 돌을 던지며

수심보다 물 밖의 깊이를 들여다본다

오래갈 거란 약속이 흔들리고

상대 또한 그걸 쉽게 기억하지 못하듯

많은 모의들이 가끔 진실로 비춰진다

나는 거울에 대고 여기는 지겹다고 말한다

며칠 전부터 했던 생각이었으며

지금까지 이어왔지만 언제 끝낼지는 모른다 _ 당분간

 

 

서로를 바라보는 동안만 우리는 조금 더 짙어졌다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했으므로 어디가 끝인지 중요하지 않았다 낮게 엎드려 지나가는 것들을 응시하는 길목으로 조용히 고백하는 것, 그게 너에 대한 내 유일한 다짐이었다 _회로

 

 

계속되는 끝이 있다면 그것이었다 닿기 전과 닫은 흔적이 만나서 뚫리게 되는, 이를테면 조금만 어긋나도 달아나버리는 것 그래서 모든 게 드러나는 순간 _단절

 

 

조금씩 더듬는 곳이 나를 알기 위해 끼어든다 행동이 자주 사람을 잊어버린 채 사실을 만든다 문으로 들어왔으므로, 문만 빼면 아무것도 없는 구조가 나를 안내하고 _관리인

 

 

결론은 없으나 결단을 해야 하는

기침이 나오는 순간, 그 짧은 외도에 _기침

 

 

우리는 자주 발각되었다

적당히 지나왔을 때 돌아봐야 했었다

열까지 세다 모두 접어버린 손가락들에서

최초의 진실을 숨기는 최후의 거짓말에서

미래가 나타나자 불안이 싹트기 시작했다 _당사자들

 

 

모든 자리는 호의적이어야 한다 들키기 싫으면 공손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시작은 정확히 거기에 멈춰 있다는 뜻 _공모

 

 

우리는 극장에서, 극장보다 더 어두운 곳에서 많은 사람들에 섞여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한쪽으로 바라보면 남의 말에 재빨리 수긍하면서 처음 보는 사람을 따라 혼자서는 사건이 되지 못하면서, 광장 같은 함성이 들리는 쪽으로 이미 무서워진 응대와 찬성에 묻힌 채 모르는 사람들끼리 서로의 이름을 도와주고 있었다 _관람

 

 

뺏기기 싫은 마음은 침묵이다 모조리 비워진 곳이 방밥이다, 혼자 중얼거렸지만 결정한 게 없어서 _지켜보는 눈

 

 

정영효의 시에는 습관처럼 쓰이는 몇 개의 단어들이 있다. 자주 등자하는 것 중 하나는 '생각하다'라는 동사다. 생각을 하다. 이 말은 동사이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움직임을 지시하지 않고, 내면의 부단히 변동하는 자의 태도를 드러낸다. 다급하게 판단하고 그 판단에 따라 성급하게 말하거나 행동하는 일의 정반대에 이 태도가 있다. 그러니 생각한다는 말은 다급한 판단과성급한 말을 경계하겠다는 모종의 의지와 그로써 예비된 결단으로도 읽을 수 있다. _해설 김나영 문학 평론가

 

두 권의 시집, 『독한 연애』『계속 열리는 믿음』

정말 어느 시 하나,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저의 감성을 자극했어요.

사랑의 기쁨보다는 사랑의 아픔, 이별 그런 시들이 더 많음에도

왜 이토록 공감이 가고 좋은지.

이 좋은 봄날에 아픈 사랑의 시를 읽어라고 말하기는 싫지만

그래도 자꾸만 들춰보고 소리 내어 읽어보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다시 읽어보는 시집.

내 맘을 흔드는 시들로 인해 봄앓이 단단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제 나들이 하기에 좋은 계절.

햇볕 내리쬐는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아스라한 사랑의 아픔, 이별의 느낌을 맛보아요.

 

어느 해, 잊지 못할 그 날의 일들을...

세월은 그렇게, 지나가버렸습니다.

 

두 권의 시집에서 발췌한 부분입니다.

겨우 하나의 시구로 시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라도 내 맘에 들어온 시들을 알려주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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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망 2015-03-16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리지아 꽃과 아주 잘 어울리는 시집입니다.
시집 컬러도 맘에 들고.....
독한 시 잘 읽고 갑니다.
곧 내게로 올 시집을 기다리며..

readersu 2015-03-26 10:21   좋아요 0 | URL
어때요? 좋았나요?

rhanseok 2015-03-16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시작인 봄, 흐드러질 꽃하고라도 독한 연애에 빠지고 싶네...내게도 오고 있을 시집을 기다리며~

readersu 2015-03-26 10:21   좋아요 0 | URL
빠지셨는지 궁금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