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라면, 별이라면, 하늘이라면, 정신을 못 차리는 내게 알라딘은 이런 걸 내놓았다. '특별 제작 태양계 마그넷' 난 요즘 책을 사러 알라딘에 오는 것이 아니라, 굿즈를 사러 알라딘에 온다. 장바구니를 채워놓고 신중하게 생각 중이다. 나에게 태양계 마그넷이 꼭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오늘 온 메일 중에 하루키 여행서를 주는(!) 선물이 있었는데 책상용 빗자루라고나 할까? 그걸 사면 하루키 여행서를 준다고 한다. 근데 이건 왜 하필 빗자루와 하루키일까? 쓸데없는 생각을 하느라 5분 정도 시간을 허비했다. 다들 난리구나, 싶은 생각. 그에 나도 동참하고 있다는 생각.

 

그 동참에 나는 꼭 잊지 않고 참여를 하는 편이다. 그동안 낸시 스탠드도 샀고, 연필과 노트를 샀더니『AXT』도 주더라. 그리고 대리석 문진과 그리스 동전 안에는 『로마의 일인자』세트가 있었으며 시계를 샀더니 소설책을 주기도 하던데 지금 장바구니엔 컵받침과 북스탠드가 들어 있다.

 

이제 굿즈는 그만 사고 책을 좀 사야 할 터인데 이런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언 매큐언의 새 책『칠더런 액트』, 다니구치 지로의 새 작품 『사냥개 탐정』(전2권) 그리고 나를 이곳으로 달려오게 만들고 로그인을 하게 만든 스티븐 킹의 새 작품『미스터 메르세데스』, 가네하라 히토미의『하이드라』나 미셸 우엘벡의 『복종』은 이미 읽어버렸고 아, 주말에도 읽고 평일에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데도 자꾸만 쏟아져나오는 책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번 생에 사모은 책들 못 읽고 죽지 싶다.(-.-);; 아니, 다 읽기 전에는 절대로 죽지 말아야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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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07-20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양계 마그넷은 또 뭐죠? 대리석 문진이랑 틀린가 보다...ㅋ

readersu 2015-07-20 18:06   좋아요 0 | URL
혼자 사면 약오르니까 보물선님 델꼬 갈까요? 흐흣..
보시면 바로 사실 것 같은뎅...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detail_book.aspx?pn=150716_science&start=pbanner

보물선 2015-07-21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히 따라온다는 과학책에 제가 큰 흥미가 없답니다 ㅋㅋ

302moon 2015-07-22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태양계 마그네틱에 꽂혀서 주문하려고요. ㅎㅎ 그간 미뤄둔 과학도서 몇 권 집어넣었습니다.:)
 

그의 절친인 김연수 작가의 책제목을 패러디하자면, "사랑이라니, 중혁아"가 될 것 같다. 그의 소설엔 여자가 안 나오기로 유명했는데, 언젠가부터 한명씩 등장하더니 이젠...사랑을? 그러니 내가 저런 패러디를 안 할 수가 없다. 물론 그라고 연애 소설 쓰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왠지 색달라보이는 것은 왜 그런 걸까? 아무튼, 『가짜 팔로 하는 포옹』은 벌써 네번째 소설집. 한데 첫번째 연애소설집이란다. 기대만발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김중혁 작가의 '작가의 말'은 정말이지,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그만의 매력이 풀풀 넘쳐흐른다. (앗, 초판발행일이『미스터 모노레일』을 읽고(초딩시절) 중혁아저씨 책, 재밌어! 라고 했던 울 조카의 생일. 선물해줘야겠네ㅋ)

 

더군다나 예판 선물로 주는 "중혁보틀" 이것, 넘 좋으당. 보틀이라면 차고 넘치는데도 갖고 싶은 맘이라뉘..(-.-)  그의 사인도 기대가 되지만, 이 보틀에 무엇이 들어갈지, 예상으론 그의 그림이 들어갈 것 같은 예감이로세. 거꾸로 사인도 좋을 듯하고. 움, 표지도 맘에 들고. 아아 중혁작가의 팬들은 얼른 예판을... (쿨럭) 

 

제가 그렇게 말해줬습니다. 고통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절대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그 얘길 해줬습니다. (…) 경찰관님, 고통 같은 것은 말입니다, 절대 얼굴에 드러나지 않습니다. 아십니까? 그게 다 어디 붙는지 아십니까? 알코올에 달라붙어서 말입니다, 살에도 붙고, 조각조각 나서 뇌에도 붙고, 또 내보내려고 해도 손톱 발톱 그렇게 안 보이는 데 숨어살면서요, 조용히 있다가 중요한 순간이 되면요, 제 뒤통수를 후려치고요, 그러는 겁니다. _「가짜 팔로 하는 포옹」(116~117쪽)

 

어제 친구의 트윗을 보다가 눈에 쏙 들어온 책, 『일은 소설에 맡기고 휴가를 떠나요』 '일'을 테마로 한 소설집이란다. 작가군이 장난 아니네. 앨리스 먼로부터 시작하여 제임스 설터, 존 치버, 주노 디아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스, 줌파 라히리, 제프리 유제니디스, 조이스 캐럴 오츠 등등 안 읽어볼 수가 없잖아. 한데 합본판이네. (-.-);; (이 책은 『Blue Collar, White Collar, No Collar』(2011)의 한국어판이다. 2012년 『판타스틱한 세상의 개 같은 나의 일』과 『직업의 광채』 두 권의 책으로 나누어 출간된 바 있다.) 아, 이 두 권의 책이 읽히지도 못한 채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안 샀을 리가 없...;;; 움, 집에 가면 꼭 찾아봐야겠다. 그렇다면 미안하다 친구야! (친구만 아는 내용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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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7-13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중혁 아저씨 저도 좋아합니다.
오랜만에 그 아저씨 책이 읽고 싶어지는군요.
근데 <일은 소설가에 맡기고...>는 중혁 아저씨 책과 디자인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긴한데 대따 두껍군요.
전 왠지 소설가가 뭐 했다는 책에 관심이 가긴 하는데 이 책
잼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잘 지내시죠, 리더수님?^^

readersu 2015-07-13 13:07   좋아요 0 | URL
어쩐지 이번 책은 더더 기대가 되어요.
스텔라님도 잘 지내시죠? 전 늘 언제나 여전히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저 합본책은 합본했다는 말을 맨 뒤에 적어두어, 깜빡 넘어갔습니다 ㅠ
그러니까 책은 사면 읽어야한다는 걸 다시긐 깨닫고;;;

무해한모리군 2015-07-13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중혁 작가가 연애! 소설을 썼다구요!! 0.0

readersu 2015-07-13 18:30   좋아요 0 | URL
글쎄, 그렇다고 하는데, 그래서 궁금하고^^;;
 

 뒷부분 30쪽 정도를 남겨두고 오늘에서야 마저 읽었다. 어떤 긴장감도 없이 그냥 술술 읽히던 책이었다. 아버지의 삶처럼 보이기도 했고, 내 형제들의 삶을 보는 듯도 했고 주변에서 흔히 보는 그런 한 사람의 삶 같기도 했다. 인생이 이렇지. 맞아. 누구나 다 비슷할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읽었던 책이었다.

 

오늘... 남겨두었던 페이지를 펼치며 읽는데 조금씩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떻게 표현할 사이도 없이 387쪽부터는 그냥 눈물이 주르륵...근데도 멈추질 못했다. 읽으면서 계속 눈물을 줄줄 흘렸다. 그리고 책을 덮고서도 한참을 흑흑거렸다. 이 감정이 뭔지. 이 책이 내게 왜 이러는 건지. 생각할 틈도 없이, 뭐든 적어둬야 한다는 생각에 적는다. 한데 이 글을 쓰는데도 눈물이 멈추어지질 않는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렇게 울어본 적이 없었다. 더구나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운 적은... 그저 잠시 훌쩍거린 적은 있었어도 책을 덮고서도 흑흑거린 적은...없다,. 멈추려고 해도 자꾸만 멈춰지질 않는다. 왜 이러는지,

 

뭐 이런 책이 다 있는지....뭐야, 이 책,.. 

 

'넌 무엇을 기대했나?' 당신은 무엇을 기대했었나요? 또 앞을 가린다.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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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5-06-18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

blanca 2015-06-18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더라고요. 그냥 주르륵... 이 작가는 정말 끝까지 가본 것 같아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쓸 수 있을까요.
 

 

이 잡지 그러니까, 미스테리아 라고 불리는 이 책은
미스터리(mystery) + 히스테리아(hystera) = 미스테리아(mysteria) 가 된 것이다.
"미스터리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구성어란다.

지금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면 미스터리를 둘러싼 '타블로이드' 이미지로 만든 엽서를 준다. 무려 100장이다. (내 사진의 배경으로 깔린 것임. 퀄리티 장난 아님)

 

좀더 자세히 알아보면 이렇다.

 

20세기 초 그야말로 정격적인 수수께끼 풀이 미스터리와 하드보일드 미스터리를 아우르는 영미권 미스터리의 황금시대를 열었던 주역, 펄프 잡지들의 이미지를 죽 일별하는 게 처음의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지들을 고르다 보니, 점점 더 범위가 넓어지며 미스터리 펄프 잡지와 나란히 어깨를 겨누었던 SF 펄프 잡지와 에로 펄프 잡지의 표지, 추리소설의 시초라 불리는 에드거 앨런 포에게 바쳐진 오브리 비어즐리의 삽화, 혹은 더 거슬러 올라가 범죄라는 심각한 현상을 뻔뻔한 엔터테인먼트이자 스펙터클로 변환시킨 19세기 중후반의 범죄 기사 이미지까지 아우르게 되었습니다. 조잡하고 색정적이며 그만큼 활력이 넘치는 이 이미지들이 지금 우리가 읽는 미스터리 소설들의 한 축을 담당했다는 걸 떠올리면서 즐겁게 마구 사용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_담당 편집자의 말.

 

근데, 지금 거의 종료직전. 알서점은 이미 마감.
예스, 인팍, 교보 순으로 끝날 것으로 보임. 그러니 지금 당장 달려가시길!!

 

책을 살펴보겠다.


이 글은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가 법의학적 관점에서 본 각종 사건들에 관한 기록을 연재하는 것인데
창간호에 실린 이야기는 진짜, 그 어떤 소설보다 흥미롭다.


 

 

이 글은 일본에서 2011년 출간된 『밀실 입문』에 연재된 것이란다. 독점 연재를 할 계획이라고 함.

미스터리 작가인 아리스가와 아리스(월광게임/ 말레이 철도의 비밀)와 건축가 야스이 도시오가 미스터리의 중요한 소재인 밀실 살인을 두고 그 구체적 가능성과 성립 여부에 대해 샅샅이 따져본다는데, 매우 흥미로움!!


 

창간호 스폐셜은 추리소설 평론가, 추리 관련 출판사 편집자, 미스터리 사이트 운영자와 한국 미스터리 소설 시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들이 모여 미스터리 창작 현황과 현실 진단, 시장의 실제 규모 및 전망 등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역시 흥미로움!!^^


 

어느 잡지에나 있는 리뷰란에는 <두 사람의 거리 추정>을 포함하여 <그림자 밟기> <마약밀매인> <가족의 탄생> <뱀이 깨어나는 마을> <십자관의 살인> <서루조당 파효> 등등 다양한 리뷰가 있다.


 

또 한국에서 추리 미스터리로 이름이 알려진 배명훈, 도진기, 송시우, 김서진로렌스 블록의 단편이 실려 있다. 다른 것은 다 읽고 단편들만 남겨두었으므로 한번에 다 읽으면 아까우니 하루에 한 편씩 읽기로!(-.-)

 


이번 창간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터뷰. 비록 서면 인터뷰이긴 하지만,
어디에서 이런 인터뷰 기사를 볼 것인가? 미스터리 추리에 관심이 없어도 이 작가들만은 알 것이니
바로 데니스 루헤인미쓰다 신조이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을 산 것에 후회는 없을지니!!

 

아, 그리고 목차를 보고 페이지를 넘기면 추리시장의 새소식과 이렇게 추리소설 목록이 나오는데
2015년 3월 15일부터 5월 15일까지 출간된 도서 목록이다.

이 또한 추리소설을 좋아하나, 놓친 독자를 위한 대단한 배려?!!

 

멋짐. 좋음. 그러니까 놓치지 마셔요들..

 

 

 

출판사 책소개:

 

미스터리 전문 격월간 잡지 《미스테리아》가 창간되었다. 미스터리(mystery)와 히스테리아(hysteria)라는 단어가 결합되어 ‘미스터리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구어를 제호로 사용한 잡지답게, 한국 미스터리 장르의 토대를 단단히 다지면서 미스터리 창작과 독서의 저변을 확장시킴으로써, 미스터리라는 장르로서만 가능한 방식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지면이 될 것이다.


‘단군 이래로 올해 출판 시장이 제일 어렵다’는 말을 매해 들어왔지만, 요즘 들어 정말 피부에 와닿는 독서 인구의 현저한 감소에도 불구하고 이런 잡지를 창간하게 된 데에는, 오히려 ‘이야기의 힘과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미스터리 소설의 확장이야말로 출판 시장에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정답이 아닌가 하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한동안 잊고 있던 ‘재미있는 독서’의 경험을 쌓아가는 여정에 기여할 수 있는 디딤돌로서, 미스터리 전문 잡지 《미스테리아》의 역할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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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5-06-18 1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혹..... 받지 않....으...윽....

바람향 2015-06-19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에도 미스터리에 대한 잡지가 나와서 반갑네요^^
 

 

최근에 나온 세 권의 산문집이 있습니다. 공통점은 그 세 권의 책 저자가 소설가라는 점입니다.

한창훈, 전성태, 손홍규. 세 작가님의 또 다른 공통점은 아는 독자들은 잘 알지만, 모르는 독자들은 전혀 모를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네, 우리나라 독자들은 베스트셀러 작가들에게 길들여져 있으니,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면 기억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다들 한국 문학에서 나름의 자리들을 하나씩 가지고 계시는 작가님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아, 이 세 작가님의 또 다른 공통점을 찾는다면 이제는 사라진 모 소설상을 받으신 분들이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요. 소설가의 산문집을 읽다 보면 한창훈 선생님의 산문집 제목처럼 왜 글을 쓰는지 혹은 작가는 어떻게 된 것인지, 소소한 일들을 알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세 작가님은 학교 다닐 때부터 작가가 되려고 했을까요?

세 작가님이 생각하는 문학은 무엇일까요?

세 작가님은 정말 왜 쓰려고 하는 걸까요?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을 나는 고향집 근처 절에서 지냈다. 그때도 방학은 명목뿐 학생들은 등교해서 보충수업을 받아야 했다. 고3을 코앞에 둔 겨울방학을 자율적으로 보내겠다는 계획을 어른들에게 납득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부진한 입시 준비를 나름대로 메워보려고 절에 하숙을 구했지만 당시 나는 학교생활이 숨막혀서 어디로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낙오자로 끝없이 추락해가는 듯한 소외감과 열패감, 매 순간 자기 합리화에 빠져 산다는 자괴감. 하다못해 옆자리 친구들에게는 적의마저 치밀었다. 그들 역시 자의식 없이 현실에 순응하는 속물들처럼 여겨졌다. 그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해준 것은 일기 쓰기와 소설 쓰기였다. 나는 고1때부터 자취방에서 밤을 새워 소설을 쓰고 있었는데, 이 년간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고 홀로 끼적거린 소설이 30편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내 꿈이 작가였던 것은 아니었다. 일종의 보상 심리였다. 성적에 대한 중압감을 벗어날 방도를 못 찾은 나는 탈선할 용기도 없었던 것이다. 소설을 쓰고 있는 동안에는 값진 일을 하고 있다는 충만감이 들곤 하였다. 그 방학을 앞두고 나는 그 짓도 그만두자고 마음을 먹었다. 초조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절로 향한 내 발걸음은 도피에 다름아니었다.

(…)

   방에 들었을 때 그는 노트에 뭔가를 쓰다가 덮었다. 소설 원고는 내 책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나는 궁금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뭔 얘기가 그래? 꼭 『선데이 서울』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구만.” 그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등지고 돌아앉았다. 그게 무슨 말인지 나는 금방 알아차렸다. 이야기가 황당하고 엽기적이고 선정적인데다가 어쩌면 개연성도 없다는 뜻이었다. 그런 모욕을 받고 나니 나는 참을 수 없었다. “선생님이 소설이 뭔지나 아세요?” 그가 몸을 돌리고 앉았다. “글쎄, 그냥 내 느낌을 말했을 뿐이야. 난 정말 아무 감동도 받지 못했다.” 나는 원고를 들고 나와 아궁이에 집어넣어버렸다. 그리고 부지깽이를 쑤석거리며 울었다.

(…)

   산을 내려오다가 나는 양지바른 무덤가에서 쉬면서 그의 편지 묶음을 풀었다. 애초부터 부칠 마음은 없었던지 주소도 없는 종투는 봉해지지 않은 채였다. 이미 나는 그의 편지를 하찮게 여기고 있었으므로 그중 하나를 꺼내 읽으며선 죄책감 따위는 들지 않았다. '숙!' 하고 불러놓고 시작되는 편지는 구구절절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정인에게 보내는 그의 편지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여자는 비록 떠났지만 이 편지를 받고 나면 분명 돌아오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적어도 글이 이쯤은 돼야지, 나는 뭉클한 마음으로 중얼거렸다.

(…)

   내 사명은 그렇게 쓸쓸하게 끝났지만 나는 새로운 각오로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나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_「『선데이 서울』과 연애편지」 중에서

 

 

   그리 오래된 시절도 아니지만 내가 대학에 다닐 무렵 소설가 혹은 시인을 꿈꾸던 문청들은 얼굴만 봐도 그렇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한마디로 얼굴에서 다 드러났다. 문학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이런 문장을 얼굴에서 읽을 수 있었다. 그때는 문학을 한다는 생각마저도 조심스러웠다. 대체로 가난했고 앞으로도 기꺼이 가난하게 살 각오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시절 이미 대중문학과 순수문학의 경계는 희미해졌으며 누구도 그런 변화를 막을 수 없어 보였다. 문학에 목숨을 걸었던 많은 사람들이 속절없이 그 자리를 떠났다. 이 변화를 수용할 수 없는 사람들은 분개하며 떠났고 이 변화를 용납했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 역시 자신의 작품에 반영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며 떠났다. 아직 문청에 불과했던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며 혼란스러웠다. 같은 일에 종사하던 동료가 이 일에는 희망이 없다며 미련 없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시간들이라니. 세월이 흐른 뒤에야 나는 그 시절이 어떤 의미였는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다. 자신의 마음속에 법정을 세웠던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 뒤에야 한 시대의 의미를 알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 이 순간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가 없다. 세월이 지난 뒤에야 나는 알게 될 것이다. 매번 깨달음은 한 걸음씩 늦게 찾아오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뿐이다. 내가 사는 시대의 증인이 되는 것뿐이다. 그런 뒤에야 나는 문학에 한 가지 증거를 부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주노 디아스의 소설에서 발견한 이 문장처럼.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아이. 너는 하느님이 도미니카 사람이라는 증거야.” _「나는 왜 쓰는가
 

 

   가난과 외곽을 그리는 소설이 의미를 잃는 시대에 나는 소설가로 살고 있다. 변방의 삶을 그들의 언어로 쓴 소설이 나오면 으레 고색스러운 방 하나에 한꺼번에 모아놓고 체크인 해버리는 게 요즘 풍토이다. 토속적이다. 질펀하다. 한마디 내뱉어주면 된다고 여긴다. 평론가들이 모국어 기피, 근친 혐오, 그 배경 속에서 쓰고 있다.

   도시에서 살기 때문에 욕망과 만나고, 그렇기 때문에 우울하고, 우울하기 때문에 웬만한 책임은 피할 수 있는 소설이 대부분이다. 대중 속의 고독도 사람의 일이라 작가가 그곳으로 손을 뻗지 않으면 안 되지만, 너무 많이들 어두운 카페로 걸어들어가버렸다. 개인의 우울이 사회의 비참보다 더 크고 강렬해져버린 것. 이른바 문학적이다. 그러나, 문학을 키우는 것은 비문학적인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_「사람이 떠난 빈 곳으로 바람이 분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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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망 2015-06-03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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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6-03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쵝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