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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냉정과 열정사이>의 리뷰이나 다시 고쳐 쓰다보니 <내 맘대로 에쿠니 가오리평>이 되었다. 그런 줄 알고 그냥 읽어주시길..^^;


 

 

 

 

[냉정과 열정사이]는 영화를 먼저 보았다..영화의 여운이 너무 좋아서 책으로 읽어보고 싶지가 않았다..책과 영화가 대결하면 항상 책이 우선이었는데 나름대로 괜찮았던 영화의 이미지가 책을 읽는 순간 깨져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쿠니 가오리]때문에 읽어보고 말았다.

 내가 처음 에쿠니 가오리를 알게 된 책은 [웨하스 의자]였다. 그 전에도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었지만 일본 작가에 대한 나의 편견이 심한 편이라 하루키 아니면 류(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바나나정도였다. [냉정과 열정사이] 영화를 본 후에 나름대로 그녀의 책 중에서 가장 최근인 [웨하스 의자]를 골라 읽었는데 꽤 실망하여 더 이상 그녀의 책은 읽고 싶지 않았다. 제목처럼 여리고 여린 주인공도 맘에 안 들었고 (그 후에 그녀의 책들을 다 읽어보니 그게 트레이드마크이긴 하더라마는) 사랑이라는데...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짜증스러웠다. 그런 내게 우연히 읽게 된 그녀의 오래된 소설[선인장 호텔]은 에쿠니 가오리, 그녀를 다시 보게 해 준 책이었다. 아..그녀의 초창기 작품은 웨하스스러운게 아니었구나! 를 깨달았다고나 할까? 책에 관한한 작가에 따라 편식이 무척 심한 나로서는 그렇게 에쿠니 가오리를 알게 되면서 그녀의 책을 모두 섭렵하게 되었다. 처음부터...하지만,

 그녀의 책이 감명 깊었다거나 내 스타일이라서는 아니다. [선인장 호텔]같은 책을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하자. 아니, 그 책이 좋았기에 에쿠니 가오리를 알고 싶었다는 게 더 정확하겠다. 그러나 그녀의 주인공 여자들은 너무 여리고 남자들은 하나같이 꽤나 멋지다.[웨하스의자]도 그랬고, [낙하하는 저녁]에서의 리카, [반짝반짝 빛나는]의 씩씩해보이는 쇼코도 사실은 여리다. 또 그녀들 곁엔 다케오, 무츠키,곤마저 멋지다. [냉정과 열정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오이는 조용하고 여리다. 쥰세이는 어떤가? 멋지지 않은가? 로맨스 소설처럼..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사이rosso]는 아오이의 일상이 적혀있다. 특별한 일도 없고, 눈에 띄게 큰일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무덤덤하다. 그냥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목욕을 하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가끔 보석집에 일하러 나가고 친구 이야기, 마빈이야기 등등등..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면서 지나간 추억의 보따리를 풀어 놓고 있다. 아름답지만...역시 이해는 하기가 힘들다. 오해 속에 떠났든 떠났으나 잊지 않았든 간에 십 년이란 세월이 짧은 시간인가? 강산이 변할 시간인데...그렇다면 쥰세이는?

 츠지 히토나리의 [냉정과 열정사이blu] 역시 아오이를 기억하며 지난 세월을 기억하고 현재의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아오이를 오해하고 나름 괴로운 삶을 보냈지만 그를 사랑하는 메미가 있음에도 그 역시 아오이를 잊지 못한다. 집착인가? 아님 미련인가? 뭐 어쨌든...먼저 rosso를 읽고 blu를 읽는 것이 순서인 것 같고..이야기는 해피엔딩?

 사랑을 하는.. 사랑을 했던 사람들이 읽어보면 아련하고 짜릿한 감동을 느낄 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은 후에 영화를 다시 보았는데 희한하게도 책보다 영화가 훨씬 더 좋았던 느낌이다. 이런 경우는 드문 일인데 말이다. 영화를 본 후에 책을 읽은 덕에 쥰세이와 아오이를 작가들이 아닌 배우들로 클로즈 업하여 읽게 되어..그 또한 나로서는 다행.^^;(난 책 속의 주인공이 항상 작가하고 겹쳐져서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웃긴다.ㅋ) 아오이 역은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지만 말이다. 아마도 영화가 더 좋은 이유는 소설에서는 보이지 않는 피렌체 밀라노의 풍경과 그 풍경들을 배경삼아 나오는 음악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영화 덕분에 책을 읽는동안에도 그 풍경들이 머릿속에 떠 올랐고 그 음악이...

 내용은 워낙 유명한 소설이라 내가 이야기 하지 않아도 다 알 것 같으니 생략하련다. 이런 류의 기획을 했다는 것이 돋보인다. 

기억에 남는 문장..

 '과거 밖에 없는 인생도 있다. 잊을 수 없는 시간만을 소중히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것이 서글픈 일이라고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뒤쫓는 인생이라고 쓸데없는 인생은 아니다. 다들 미래만을 소리높여 외치지만, 나는 과거를 그냥 물처럼 흘려 보낼 수 없다.'

그녀 책은 갈수록 별로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생각이 든 것은 내가 <도쿄타워>를 읽다가 생각한 것 같다. <냉정과 열정사이>의 영화에 만족하여 <도쿄타워> 역시 그 영화처럼 아름다울 거야 기대하며 보았는데...대 실망!!! <도쿄타워>를 반쯤 읽다가 영화를 본 탓에 책 읽을 기분마저 달아나 버렸다. 역시 대부분 영화와 책은 거의 책이 승리다. 그런 점에서 나에게<냉정과 열정사이>는 책보다 영화이니...특별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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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1-11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좋아했는데, 이제는 찾지 않아요..;;;

readersu 2007-01-12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첫 댓글!!!! 땡큐입니다.^^
아직 읽지 않은 가오리의 책이 한 권 남았는데..
새로 나오는 책들은 그다지 당기지 않지만..그래도 궁금은 합니다.
이게 아마 가오리에 중독되었거나..책이라는 것에 중독되었거나..그런 게 아닐까?
싶은데..소설이라면 무조건 읽어야 한다..뭐 그런..ㅎㅎ
맛난 점심 드세요. 창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정말 멋집니다.^^
 

아주 오래 전에, 그러니까 <미국의 송어낚시>가 무슨 낚시 잡지인 줄 알고 대충 훑어 본 기억이 난다..봤다고 해서 읽었다고 할 수는 없다. 특이한 제목에 잡지사의 부록으로 나왔는데다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글들로 가득했기에 나로서는 읽기에 무리였던 것. 그 후로 <송어낚시>나 <리처드 브라우티건>이란 이름을 들으면 부록으로 나온 그 책이 생각난다.그리고 이 부분에서 나는 잠시 착각을 하고 있었는데 난 부록을 내 준 책이 여성잡지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 난 여성잡지에 심취해 있었고 잡지의 부록이었다면 당연히 여성잡지밖에 없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기억력 좋은 동생의 말로는 <문예중앙>의 부록이었다고 한다.(뒷 부분에 보면 1984년에 리처드 브라우티건과 인터뷰한 내용이 있다. 그러나 그는 이 책의 한국어 판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뭐 어쨌든 부록은 부록이니 얘기는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송어낚시>하면 괜히 아는 척은 하고 있었다지. 이번에 이 책을 새로 출간하여 결국 읽고 말았다. 문체는 간결하고 쉬우며 읽어내려가는데 문제가 없다. 그 간결한 문장에 환경문제와 미국의 진보주의에 대해 많은 말을 하지만 여전히 내겐 어렵다. 해설을 읽고 각주를 읽으면서 그 시대를 이해한다지만 말이다.- -;;

작가인 리처드 브라우티건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배불리 먹기 위해 일부러 경찰서에 돌을 던지던 사람이었다. 그 바람에 정신병원으로 들어가긴 했지만 말이다. 그는 미국의 반문화 운동을 주도하며 1960년대 초반까지 세 권의 시집을 냈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그의 글들은 시적이다. 시구詩句 속에 들어 있는 많은 은유법들이 그의 글들에 들어 있다. 어쩌면 그래서 그의 글엔 해석이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내 생각이지만... 암튼, 그런 그가 1967년에 <미국의 송어낚시>라는 특이한 형태의 소설을 출간했는데 당시 대학생들에게 이 소설에 담긴 강렬한 반 체제 정신, 기계주의와 물질주의 비판 등에 매료되어 마치 성서처럼 이 책을 들고 다녔다고 하니 대단한 작가가 아닐 수 없다. 그런 그는 그 후에 몇 권의 책을 더 발표하여 미국 문단에 큰 영향을 끼쳤다. <월든 호수에서 낚시질하는 소로우, 페허의 호수에서 재생을 기구하며 송어낚시를 드리우는 헤밍웨이의 닉 애덤스,자살하기 전 찰스 강 속의 거대한 송어를 바라보는 포크어의 퀘틴 캄스, 밤마다 제방 건너 녹색의 불빛을 바라보다 죽어간 피츠제럴드의 개츠비 이들은 모두 궁극적으로 <미국의 송어낚시>를 추구했던 미국문학의 주인공들이다.> 미국문학에 심취해 있던 하루키도 그를 좋아했다고 하니 미국 문단 뿐 아니라 어쩌면 문학을 좋아하는 세계의 모든 문학도들에게 영향을 끼쳤는 지도 모르겠다. 리처드드 브라우티건은 이제 이 세상에 없다. 1984년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루키는 갑자기 주목받는 사람이 되었을 때 자신도 브라우티건처럼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될까봐 굉장히 조심했다고 한다.

브라우티건은 가고 없지만 그의 책은 이렇게 남았다. 시대를 초월해서. 이 책은 시를 읽듯이 음미하며 글 속에 담긴 메세지를 이해하면서 읽는 것이 좋겠다. 그래서 내겐 어렵다. 다른 소설들처럼 쉽게 읽고 쉽게 생각하는 그런 소설이 아니라 뭔가 깨달아야 하고 뭔가 느껴야 하는 소설이었기에 더더욱 내게 어렵게 다가온 지도. 소설을 읽는 데도 다 때가 있는 듯하다. 내가 비록 오래 전에 그 책을 못 읽어 지금 다시 읽었는데도 이해를 못한다면 아직 그 '때'를 못 만난 것이다. 그래도 아쉬워하지 않는 것은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책이라면 십 년 후에 아니 몇 십 년이 지난 후에도 다시 읽을 수 있는 책이기에 그럴 것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책이라 리뷰도 많다. 그래서 난 리뷰 생략. 좋은 책이니 다들 읽어보시라고 강력히 주장. ^^*

앗! 그러고보니 그 오래 전에 부록으로 나온 야마다 에이미의 책도 있었다. <배드타임아이즈>라고..그 책을 부록으로 내 준 잡지 역시 문학지였는지 여성지였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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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readersu > 《칼과 황홀》성석제 작가와 만남 - 북촌방향의 그곳, '소설'

성석제 작가를 처음 본 것은 몇 년 전 강남 교보에서 있었던 강연회였다. 신간 《참말로 좋은 날》 행사였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작가와 만남 행사는 많지 않았고 그다지 관심도 없었던 때라 호기심을 가지고 들었던 강연이었다. 이후로 한국 작가들의 강연이나 만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으니 개인적으로 뜻깊은(!) 강연회였던 셈이다.  
성석제 작가와는 고향이 가깝다. 그게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가 된다는 것은 좀 웃기는 일이지만 작품 속에 나오는 사투리가 주는 익숙함과 그 익숙함에서 오는 그리움을 무시하지 못하므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후 성석제 작가는 여러 권의 책을 펴냈고 몇 번이나 독자와 만남을 가졌다. 강연회 이후로 그런 만남에 한번도 간 적이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검색하다 보니 한 번 더 있었다.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인 셈. 신간 《칼과 황홀》 출간 기념, 독자와 만남의 행사였다.

문학동네 온라인 카페(http://cafe.naver.com/mhdn)에 2011년 3월부터 7월까지 일일연재 하던 작품, 《칼과 황홀》은 성석제 작가가 나고 자란 고향 상주에서부터 전국은 물론 세계 곳곳을 유람하며 맛본 궁극의 음식들과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총 3부로 구성되어 밥상에 관한 이야기를 1부에 실었고, 술상에 관한 이야길 2부에, 3부에선 속을 편안하게 달래주는 찻상과 후식에 관한 이야길 들려준다. 이보다 앞서 이미 《소풍》이란 책으로 음식에 관한 흥겨운 입담과 함께 맛깔스런 글에 맛을 본 터라 연재 때부터 기대했던 책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책을 읽고 나니 작가와 대화가 그리워졌다. 작가에게 직접 듣는 맛은 어떨까, 흥미로울 것이다. 당연, 그랬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북촌방향」에 나온 곳이었다. 그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꼭 한번 가보고 싶어 했을 듯. 오늘 초대받은 행운의 독자는 10명이었다. 아주 귀한 자리인 셈. 테이블 세 개를 붙여놓았다. 각자 편한 자리로 가서 앉아 있으니 성석제 작가가 들어왔다. 오자마자 급하다는 듯이 “화장실부터”.. 만남부터 웃음을 주시는구나!^^

성석제 작가의 자리는 정중앙이었다. 그리고 이날 온 독자는 단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여자였다. 보통 경상도 사나이는 여자들이 많으면 좀 부끄러워할 터인데(아 연륜이 있으시지;;) 전혀 그런 기색도 없이 앉으시고선 좌중을 보며 이야기 시작!(사실, 첫 만남에서의 기억은 몹시 수줍어하시던 게 생각나서 여전히 그러신가, 했기 때문;)

먼저 인사를 시작하셨고, 소규모로 모인 만남에서 늘 그렇듯이 독자들 모두 돌아가며 자기 소개가 있었다. 내 소개에서 고향이 가깝다는 말과, 사투리를 못 고쳐 친구들이 놀린다는 이야기도 했던 것 같고, 나중에 모두의 소개가 끝난 뒤 성석제 작가가 들려준 '서울 메이트'에 관한 이야기.

이야기인즉슨, 개콘의 그 코너를 서울 사람들은 이해를 못한단다. 또 경상도 사람들은 그게 왜 재미있냐고 한단다. 그런데 왜 인기가 좋으냐? 그건 바로 서울에 사는 경상도 사람들 때문이다. 나도 그렇고 경상도가 고향인 사람들은 그 코너를 보며 뒤집어진다. 왜? 진짜 그 상황이 웃기기 때문(-.-). 그러면서 들려주던 이야기 하나 더, 대구에 가면 대구백화점이라고 큰 백화점이 있는데 그곳 엘리베이터에서 있었던 일이란다. 위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명품을 온 몸에 걸친 여인 두 사람이 오더니 나누는 대화, "몇 청이라고?" "9청이라 카더라."(-.-)

조금 있으니 저녁 겸 안주로 "샐러드 파스타"가 나왔다. 저녁을 먹지 않고 가서 배가 너무나 고팠던 나는, 정신없이 먹었다. 너무 맛있었다. 환상적이었다. 이런 파스타는 처음이야!!! 피클은 또 어떻고. 굉장한 '포스'가 엿보이는 주인 언니 님의 눈치를 보다가 그곳에 있는 피클을 아마 거덜 지 싶다. 파스타 먹느라 맥주도 덜 마시고 성석제 작가의 말도 대충 듣고(-.-) 하였으나, 귀에 들어온 재미있는 이야긴 놓치지 않았다.

그 에피소드의 제목을 정하자면 '시인 킬러', 성석제 작가가 젊었을 때의 일이란다.... 주~욱, 얘기하고 싶지만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라서 그냥 통과. 이 에피소드가 나온 이유는 좋다고 쫓아다니는 여성 독자가 없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답변은 좋아하는 게 지나쳐서 거의 스토커에 가까운~ 이라며 이야길 시작했고, 알고 보니 그 여성분은 시인들에게 접근을 하던...

 시인? 맞아, 성석제 작가는 시인이었다. 원래는... 정보력 단단하지 못한 나는 시집 낼 생각은 없으세요? 라고 했다가 한 권 냈었다는 말에 얼굴 빨개져버렸다. 절판된 시집이지만 낸 적이 있었단다. 하지만 개정판으로 다시 내고 싶지 않으시단다. 하긴 이제 시인이라기보다는 소설가이시니까. 아, 성석제 작가가 시인에서 소설가로 데뷔하게 된 데에 큰 공을 세우신 분은 바로 그 당시 모 출판사 편집장이던 분. 편집자는 남다르다. 시인이던, 긴 글 한번 안 써본 성석제 작가에게 소설을 써보라고 권했다니. 그 제의로 한번 써볼까 하며 썼던 소설이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라는 산문소설집이란다. 그날 온 독자 중에 그 책을 감명 깊게 읽고 애독자가 되었다고 했던 사람이 있었다.

성석제 작가는 저녁을 먹고 왔다며 우리가 계속 요리를 탐하고 있을 때 이런저런 이야길 마구 들려주셨다. 그 사이사이 누군가와 술에 관한 대화를 나누다가 통닭과 생맥주에 관한 이야길 해주었고, 진심 애독자인 한 분과 작품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고, 다음날 있을 수능(아들이 시험을 친다고 했다)에 대해 잠깐 이야길 했고... 또(아 역시 메모하지 않으면 기억을 하지 못하는 나이가 되었구나! 흑;) 우리 중 유일한 남자였던 분이 2차로 막걸리 집으로 가야지 않겠냐고, 했고 그럼, 각자 회비를 내야한다며 성석제 작가가 말했고, 당연히 그러죠. 답을 한 것 같았고... 그리고 다들 일어서기 전에 가지고 간 책에 사인을 받았다. 그렇게 두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뭔가 아쉬운... 그러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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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readersu > 책으로 아이들에게 말 걸기 - 『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고정원 선생님 강연

  

책으로 아이들에게 말 걸기 - 『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고정원 선생님 강연 
 

지난 2월 18일 마포 카톨릭청년회관에서 『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의 저자이신  고정원 선생님의 강연회가 있었습니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우리교육, 그리고 리더스가이드가 주최가 되어 열린 강연회인데 전날인 2월 17일에는 『부끄럽지 않은 밥상』의 서정홍 선생님의 강연이 있었죠. 18일 고정원 선생님의 강연회에는 현직 선생님들이 많이 오셨더랍니다. 같은 '교실' 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처지이지만 '교실 안'과 '교실 밖'은 많이 다르겠죠? 선생님들 모두 고정원 선생님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끄덕하시는 모습을 뒤에서 많이 지켜봤습니다.^^

이번 강연의 주제는 <책으로 아이들에게 말 걸기>였어요. 고정원 선생님이 늘 주장하시는 게 책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는 거죠. 만약 책을 싫어한다는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인 책을 가지고 놀 줄을 모르는 아이일 뿐이지 책을 싫어하는 건 아니라구요. 곰곰 생각해보시면 고개가 끄덕여지실 거예요. 저도 그랬거든요. 

   

그럼, 사진을 보면서 그날의 강연을 간단하게 올려볼게요^^ 나름 열심히 트윗에 올린다고 올리기도 했는데, 많은 분들이 봤을지 모르겠어요. 좋은 책과 좋은 강연은 매번 욕심을 부리게 되어 여기저기 소개하게 되거든요. 아직도 이 책을, 강연을 못 들으신 분들이 있다는 게 미안해서 강연 내용 열심히 적으려고 했는데 제대로 기억할지 모르겠어요^^;;;  

 

 처음 책을 내보자는 청탁을 받았을 때 선생님은 망설였다고 해요. 선생님이 만나는 아이들은 대부분 '교실 안'의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야기가 아니라 '교실 밖'에서 노는, 이른바 왕따이거나 문제학생이라 불리는 아이들이었기 때문이죠. 그런 아이들을 사례로 책을 낸다는 것은 그 아이들을 또 한번 아프게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기 이야길 꼭 써달라는 아이도 있었고, 괜찮다며 선생님이 꼭 글을 쓰셔야 한다고 오히려 위로하고 힘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정원 선생님은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해요. 대견한 아이들이죠?^^  

 

  

근데 그 아이들도 처음엔 사진 속에 나오는 말처럼 말을 걸면 저런 말을 했다네요. 죽~ 훑어보니 저도 어릴 때, 저런 말들을 한 기억이-.-;;; 그럼, 저도 문제아??(그랬다면 정말 잘 컸다!ㅎㅎ) 읽어보니 참 공감이 가는 말들이에요. 문제아와 모범생을 떠나서 제 주변의 반항하는 십대들에게서 잘 듣는 말들인 듯도 하고요. 보통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보자고, 책과 친해져보자고 말을 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저렇게 대답을 한대요.  

"못해요" - 움, 누구라도 처음엔 그럴 거예요. 해 본 적이 없으니 못한다고 하겠죠?
"안해요" - 당연, 안 하려고 하겠죠. 공부도 하기 싫은데 ㅎㅎㅎ
"몰라요" - 아는 게 없으니 당연히 모르는 게 정답!
"짜증나요" "왜 저만 해요" 등등 읽다 보니 아이들만 그런 것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만약 어른인 나에게도 누군가 접근을 해서 생전 처음보는 일을 하자고 하면 저런 말부터 나올...것...어어, 비유가 어째 쫌;; 

 

 

하지만 처음엔 거부반응을 보이던 아이들이 점점 마음을 열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 급속도로 친해지기 시작한답니다. 고정원 선생님을 만나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선생님이 참 맑습니다. 제가 '교실 밖' 아이라도 분명 친해지고 말 선생님이셔요. 한데 선생님은 걱정이 있었대요. 선생님 나름의 교육 방법으로 아이들과 책을 연결은 하지만 체계화된 것도 아니고 선생님이 하시는 방법이 과연, 옳은 것인지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는 거죠. 선생님의 교육 방법을 다른 선생님이 보시면 그렇게 말씀하신대요. "아이들에게 그렇게 대하지 마세요"-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충 이런 말이었던 것 같아요-.-;; 이건 '교실 안 선생님'들이 바라봤을 때는 아이들을 더 버릇없게 만든다고 볼 수 있는 일이었던 거죠. 하지만 고정원 선생님은 '교실 밖 선생님'인데 고지식한 선생님들처럼 똑같이 할 필요는 없는 거겠죠. 하지만 그게 걱정이셨대요. 나름의 교육방침이지만 다른 선생님에겐 그렇게 보일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공부를 하셨다네요. 자신의 교육방침이 정당하다는 것을 보여주시기 위해! 그렇게 공부를 해보니 선생님의 교육 방법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대요.   

 

 

고정원 선생님은 방학 때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자원봉사를 간답니다. 초등학교나 유치원이죠. 처음엔 아이들이 그런 곳에 간들, 자기들이 뭘 가르칠 수 있겠냐며 싫어한대요. 하지만 유치원생이나 초등생들과 어울리며 책도 읽어주고 만들기도 같이 하다 보면 다들 너무너무 열심히 가르치고, 어울리고 한다네요. 얘네들이 정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맞아?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요. 그리고 그곳에 가면 다들 얌전하고 말 잘듣는 영락없는 '착한' 학생들로 보이므로 자신들이 자원봉사하여 그곳에 있는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좋아하는 걸 보면, 문제아라고 소외받던 아이들 역시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뿌듯해한답니다. 더구나 그곳 선생님께서 정말 착한 학생들이라고 칭찬을 하면 입이 귀에 걸린다고 하네요. 하긴 학교에선 만날 구박(!)만 받다가 칭찬을 받으니 그 아이들은 얼마나 좋았겠어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이런 이야길 들어보면 정말 세상에 문제아는 없는 거 같아요. 어른들이 방법을 잘 몰라서 아이들을 문제아로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답니다. 왜냐, 똑같은 문제아인데, 왜 고정원 선생님에게 와서는 저토록 착한 아이들이 되는냐 말이죠.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도록 할 수 있는 방법 중에는 아이들이 흥미를 끌만한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답니다.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처음부터 책을 들고 와서 읽어보라는 둥 한다면 어떤 아이들도 네, 하고 순순하게 대답을 하진 않을 거라는 거죠. 그래서 선생님은 처음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유모어나 만화 같은 것으로 일단 흥미를 끌은 다음 선생님이 읽었던 좋은 책들에 관한 이야길 들려준대요.(역시 처음엔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주제의 책들을!)  아주 재미있게...그러면 아이들이 반응을 보인답니다. 궁금하니까, 선생님 그 책 좀 가져다 주세요! 한다네요. 그렇게 시작하다 보면 어느 새 아이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다는! 맞아요. 무슨 일이든지 흥미가 있어야 진지해질 수 있고 시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또 방학 때면 고정원 선생님은 아이들과 산으로 들로 바다로 나간답니다. 요즘 아이들은 놀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보니집에 있으면 게임이나 하고 그러다 보니 동네에서 아이들 돈이나 뺏고(-.-). 저 위에서 아이들이 하는 말 중에 "심심해요"가 어쩌면 포함되는 곳이 도시일지도 몰라요. 사실, 우리 어렸을 때는 동네에서 온갖 재미있는 놀이를 다 하며 놀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당췌, 집 밖으로 안 나가니(나간다 한들, 놀만한 공간도 없을 테고) 그러니 딴 생각만 하게 되고... 그런 아이들을 데리고 자연으로 나가면 정말 잘 논답니다. 문자를 안 보내도, 게임을 하지 않아도, 돈이 없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논 후에 그런대요. 정말 재미있다고! 벌써 집에 가냐고. 자연은 인간에게 정말 많은 것을 주는데 우리 인간은 자연에게 많은 것을 빼앗네욤. 생각해보니;;  

 

 

고정원 선생님은 어른들에게 당부의 말을 했는데, 부모님도 그렇고 선생님도 그렇고 자신의 일에 긍지를 가지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더러 나중에 자라 저도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하는데 "어이구, 선생님이 뭐가 좋아서"라고 말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거죠. 어른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해 올바르고 건강한 생각을 가져야 아이들도 어떤 직업이든 잘 살고 못 살고를 떠나서 존중하게 된다는 거죠. 소외되고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부모를 만나면 모든 부모님들이 직업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대요. 돈을 못 버니까 나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게 나쁘다는 거죠. 즐겁게 자기 일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거야말로 산교육이라는 사실. 건강한 부모 밑에서 건강한 아이가 자랄 수 있다는 것. 그러니까, 지난 번에도 깨달았지만...아니, 늘 깨닫는 거지만 아이들이 잘못 되는 것은 그 아이들 책임이 아니라 1차적으론 어른들의 잘못이라는 사실!! 또 한번 깨달았습니다.  


 

아, 마지막으로 복지실에서 가장 인기가 좋았던 책은 <엄마 마중>이었대요. 그 책은 없어질 때마다 산 게 스무 권도 넘었을 거라고 하네요. 아이들은 읽은 책을 재밌게 이야기 해주면 80% 이상이 그 책에 대해 궁금해한다고 해요. <난 말이야> <첫사랑> 그리고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같은 책들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았다고 합니다.


아무튼 우리 어른들, 아이들에게 조금만 관심을 가져준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문제아, 비행청소년, 왕따 같은 단어들은 서서히 사라지지 않을까 싶어요. 세상에 책을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는 사실!!! 우리 꼭 기억하자구요!^^ 




 

이어 밑에 사진은 열심히 사인하고 계시는 선생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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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readersu > 나의 가슴이 요정도로만 떨려서는 아무것도 흔들 수 없지만,

9월 15일 수요일,  상수 <이리카페>에서 장석남 시인의 낭독회가 있었다. 요즘 시심이 발동했는지 줄기차게 시들을 읽고 있는데, 우연히 집에 있던 그의 시집 『젖은 눈』을 읽으며 감동을 먹었더랬다. '아니, 이 시집의 시들을 왜 이제서야 읽은 거야?' 물론 그 전에도 나는 이 시집을 읽으며 '아, 좋구나!' 생각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땐 그 뿐이었다.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지도 않았을 뿐더러 언제나처럼 시를 읽을 때 그때 뿐이었으니까. 한데 정말, 요즘은 시를 읽으면 마치 습자지에 물이 스며들듯 시들이 내 가슴에 스며들고 잉크가 번지듯 마음 속으로 그 시들이 번져 들어온다. 그런 것 같다. 시든 뭐든 다 때가 있나보다.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일에 있어서는.  

그러던 차에 얼마 전 장석남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뺨에 서쪽을 빛내다』를 출간했다는 소식과 낭독회 소식이 들렸다. 여럿 시인의 낭독회를 가보긴 했으나 시인의 단독 낭독회라곤 올 봄에 있었던 이병률 시인의 낭독회가 처음이었기에 시심이 충만한(!) 이때 낭독회를 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렇게, 낭독회를 가게 되었는데 좋더라. 시인의 목소리로 시낭송을 듣는 일은. 

장석남 시인과는 아주 오래 전부터 알던 사이였다. 둘이서 말을 나눠본 적은 거의 없었지만 얼굴을 보면 아는, 그런 사이?(이건 어떤 관계인지 나도 모르겠다^^) 작년에 봤을 때보다 살이 쏙 빠져 있었던 것 같고(우연한 자리에서 너무나 오랜만에 인사를 나누었다), 교수님이면서도 조금 어색해했던 것 같고, 하지만 낭독은 멋지게 해주었던 것 같다. 그가 새 시집의 제목을 『뺨에 서쪽을 빛내다』라고 한 이유는 저녁 노을의 부끄러움을 표현하고자 했던 거란다. 고향이 서쪽인 그는(인천 덕적도) 떨어지는 해를 보며 자랐는데 살아온 정서가 그 방향인지라 이 세상 살아가는 일이 부끄럽기도 하고 서쪽을 빛내야 하기도 하다는 것??(이런 제대로 듣지 않은 티가 나신다) 암튼, 난 그런 말보다 기억에 남는 말이 해질 녘의 붉은 빛이 서쪽을 향한 뺨을 빛나게 해준다는 말. 그런 의미. 그런 게 훨씬 좋다. 그래서 나도 가끔 해질녘에 공원을 돌며 뺨을 서쪽으로 비춰봐야지. 그런 엉뚱한 생각을 했으니까(그딴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시인의 말이 남아 있지 않는 거-.-;) 

대충 기억나는 말들은 이런 것, 청춘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막막하다. 영향 받은 시인은 모두인 것 같고 한때는 김수영의 흉내를 노골적으로 낸 적이 있다. 내 인생의 시는 없는데, 그렇다면 그 시를 '내'가 써 봐야야겠다. 사실 그는 자기가 쓴 시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바뀌기도 했기 때문이란다. 시 속의 '나'는 '내'가 지향하는 '나'라고 했다. 30대로 돌아간다면 그는 스님이 되고 싶다고 했고(문득 심정적으론 불교에 관심이 있다는 또 다른 시인이 생각났다) 집필 습관 따위는 없으며, 시란, 무언가를 주는 것이라기 보다는 자신을 비춰 보는 거울인 것 같다고 했다.  

역시 시인의 시 낭송은 듣기에 참 좋다. 소설 낭독도 나름 나쁘지 않은데 짧은 시를 읽어주는 그 강렬함! ㅎㅎ 좋았다는 얘기다. 아참, 이번 낭독회에는 '하이 미스터 메모리즈'가 나와 노래를 불렀다. 언젠가 북콘서트에서 그를 본 적이 있었는데 꽤 웃겼고 불러준 노래는 좋았다. 이날도 그는 열정적으로 노래를 불렀다. 기억에 남는 노래는 역시 그때나 지금이나 '숙취' 풀어야 할 숙취는 없지만 이 노래는 재미있다.   

이날 낭송한 시들은 「서쪽1」, 「부뚜막」, 「오막살이 집 한 채」였다. 새 시집을 읽지 않고 간 상황이어서 처음 들은 시들, 좋더라. 특히 마지막 「오막살이 집 한 채」는 정말 좋았는데, 낭독하는 모습 녹음하려다 그만 놓쳐버리고 말아 아쉬웠다. 그 시는 이런 내용! 

나의 가슴이 요정도로만 떨려서는 아무것도 흔들 수 없지만 저렇게 멀리 있는, 저녁빛 받는 연(蓮)잎이라든가 어둠에 박혀오는 별이라든가 하는 건 떨게 할 수 있으니 내려가는 물소리를 붙잡고서 같이 집이나 한 채 짓자고 앉아 있는 밤입니다 떨림 속에 집이 한 채 앉으면 시라고 해야 할지 사원이라 해야 할지 꽃이라 해야 할지 아님 당신이라 해야 할지 여전히 앉아 있을 뿐입니다 
나의 가슴이 이렇게 떨리지만 떨게 할 수 있는 것은 멀고 멀군요 이 떨림이 멈추기 전에 그 속에 집을 한 채 앉히는 일이 내 평생의 일인 줄 누가 알까요
  

 낭독회가 끝나고 사인을 받았다. 먼저 인사를 하니 알아보더라. 역시 말은 제대로 나눠본 적 없는 사이지만 얼굴은 아는 사이?!^^; 자신의 이름만 사인을 해주려는 시인에게  「맨발로 걷기」에 나온 "생각"과 관련한 문장을 써달라고 하니 급 당황해하는 모습이라닛! ㅎㅎ 그도 그럴 것이 앞에 있는 분들은 모두 이름과 날짜, 시인의 사인만 받았기 때문. 나는, 당황하거나 말거나(ㅋㅋ) 적어온 문장을 들이밀며 적어달라 했다. 사실은 가져간 다른 시집에도 적을, 다른 문장이 더 있었는데 너무!! 당황해하셔서 더 이상 받지 못했다는. 억지로라도 받을 걸 그랬나? 좀 아.깝.다.  

사인회가 끝나고 어쩌다가 뒷풀이에 남아 드문드문 대화를 하다가 왔다. 그도 나도 얼굴만 알던 사이라(^^) 대화의 도마 위엔 엉뚱한 녀석들 셋! -.- 조만간 김중혁 작가와 같이 북콘서트를 한다고 하든데, 그것도 재미있겠다! 

 

 불을 끄면 

불을 끄면 모두 눈을 달고 살아나서 무서웠지 

눈 감았지 

철이 들면서 불을 끄면 

다 보이지 않으니 좋다, 

웃음이 솟아도 

눈물이 불쑥 와도 

좋다, 

그렇다가도 

끝내 다시 불을 켜서 

한꺼번에 서른도 마흔도 또 쉰도 먹는 날이 있었지 

불을 끄면 

그대로 새벽 포구와도 같아져서 

미끄러지는 미명들을 받아안고 

맥박을 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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