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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아이들에게 말 걸기 - 『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고정원 선생님 강연
지난 2월 18일 마포 카톨릭청년회관에서 『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의 저자이신 고정원 선생님의 강연회가 있었습니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과 우리교육, 그리고 리더스가이드가 주최가 되어 열린 강연회인데 전날인 2월 17일에는 『부끄럽지 않은 밥상』의 서정홍 선생님의 강연이 있었죠. 18일 고정원 선생님의 강연회에는 현직 선생님들이 많이 오셨더랍니다. 같은 '교실' 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처지이지만 '교실 안'과 '교실 밖'은 많이 다르겠죠? 선생님들 모두 고정원 선생님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끄덕하시는 모습을 뒤에서 많이 지켜봤습니다.^^
이번 강연의 주제는 <책으로 아이들에게 말 걸기>였어요. 고정원 선생님이 늘 주장하시는 게 책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는 거죠. 만약 책을 싫어한다는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인 책을 가지고 놀 줄을 모르는 아이일 뿐이지 책을 싫어하는 건 아니라구요. 곰곰 생각해보시면 고개가 끄덕여지실 거예요. 저도 그랬거든요.
그럼, 사진을 보면서 그날의 강연을 간단하게 올려볼게요^^ 나름 열심히 트윗에 올린다고 올리기도 했는데, 많은 분들이 봤을지 모르겠어요. 좋은 책과 좋은 강연은 매번 욕심을 부리게 되어 여기저기 소개하게 되거든요. 아직도 이 책을, 강연을 못 들으신 분들이 있다는 게 미안해서 강연 내용 열심히 적으려고 했는데 제대로 기억할지 모르겠어요^^;;;
처음 책을 내보자는 청탁을 받았을 때 선생님은 망설였다고 해요. 선생님이 만나는 아이들은 대부분 '교실 안'의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야기가 아니라 '교실 밖'에서 노는, 이른바 왕따이거나 문제학생이라 불리는 아이들이었기 때문이죠. 그런 아이들을 사례로 책을 낸다는 것은 그 아이들을 또 한번 아프게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기 이야길 꼭 써달라는 아이도 있었고, 괜찮다며 선생님이 꼭 글을 쓰셔야 한다고 오히려 위로하고 힘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정원 선생님은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해요. 대견한 아이들이죠?^^
근데 그 아이들도 처음엔 사진 속에 나오는 말처럼 말을 걸면 저런 말을 했다네요. 죽~ 훑어보니 저도 어릴 때, 저런 말들을 한 기억이-.-;;; 그럼, 저도 문제아??(그랬다면 정말 잘 컸다!ㅎㅎ) 읽어보니 참 공감이 가는 말들이에요. 문제아와 모범생을 떠나서 제 주변의 반항하는 십대들에게서 잘 듣는 말들인 듯도 하고요. 보통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보자고, 책과 친해져보자고 말을 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저렇게 대답을 한대요.
"못해요" - 움, 누구라도 처음엔 그럴 거예요. 해 본 적이 없으니 못한다고 하겠죠?
"안해요" - 당연, 안 하려고 하겠죠. 공부도 하기 싫은데 ㅎㅎㅎ
"몰라요" - 아는 게 없으니 당연히 모르는 게 정답!
"짜증나요" "왜 저만 해요" 등등 읽다 보니 아이들만 그런 것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만약 어른인 나에게도 누군가 접근을 해서 생전 처음보는 일을 하자고 하면 저런 말부터 나올...것...어어, 비유가 어째 쫌;;
하지만 처음엔 거부반응을 보이던 아이들이 점점 마음을 열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 급속도로 친해지기 시작한답니다. 고정원 선생님을 만나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선생님이 참 맑습니다. 제가 '교실 밖' 아이라도 분명 친해지고 말 선생님이셔요. 한데 선생님은 걱정이 있었대요. 선생님 나름의 교육 방법으로 아이들과 책을 연결은 하지만 체계화된 것도 아니고 선생님이 하시는 방법이 과연, 옳은 것인지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는 거죠. 선생님의 교육 방법을 다른 선생님이 보시면 그렇게 말씀하신대요. "아이들에게 그렇게 대하지 마세요"-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충 이런 말이었던 것 같아요-.-;; 이건 '교실 안 선생님'들이 바라봤을 때는 아이들을 더 버릇없게 만든다고 볼 수 있는 일이었던 거죠. 하지만 고정원 선생님은 '교실 밖 선생님'인데 고지식한 선생님들처럼 똑같이 할 필요는 없는 거겠죠. 하지만 그게 걱정이셨대요. 나름의 교육방침이지만 다른 선생님에겐 그렇게 보일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공부를 하셨다네요. 자신의 교육방침이 정당하다는 것을 보여주시기 위해! 그렇게 공부를 해보니 선생님의 교육 방법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대요.
고정원 선생님은 방학 때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자원봉사를 간답니다. 초등학교나 유치원이죠. 처음엔 아이들이 그런 곳에 간들, 자기들이 뭘 가르칠 수 있겠냐며 싫어한대요. 하지만 유치원생이나 초등생들과 어울리며 책도 읽어주고 만들기도 같이 하다 보면 다들 너무너무 열심히 가르치고, 어울리고 한다네요. 얘네들이 정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맞아?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요. 그리고 그곳에 가면 다들 얌전하고 말 잘듣는 영락없는 '착한' 학생들로 보이므로 자신들이 자원봉사하여 그곳에 있는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좋아하는 걸 보면, 문제아라고 소외받던 아이들 역시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뿌듯해한답니다. 더구나 그곳 선생님께서 정말 착한 학생들이라고 칭찬을 하면 입이 귀에 걸린다고 하네요. 하긴 학교에선 만날 구박(!)만 받다가 칭찬을 받으니 그 아이들은 얼마나 좋았겠어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이런 이야길 들어보면 정말 세상에 문제아는 없는 거 같아요. 어른들이 방법을 잘 몰라서 아이들을 문제아로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답니다. 왜냐, 똑같은 문제아인데, 왜 고정원 선생님에게 와서는 저토록 착한 아이들이 되는냐 말이죠.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도록 할 수 있는 방법 중에는 아이들이 흥미를 끌만한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답니다.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처음부터 책을 들고 와서 읽어보라는 둥 한다면 어떤 아이들도 네, 하고 순순하게 대답을 하진 않을 거라는 거죠. 그래서 선생님은 처음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유모어나 만화 같은 것으로 일단 흥미를 끌은 다음 선생님이 읽었던 좋은 책들에 관한 이야길 들려준대요.(역시 처음엔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주제의 책들을!) 아주 재미있게...그러면 아이들이 반응을 보인답니다. 궁금하니까, 선생님 그 책 좀 가져다 주세요! 한다네요. 그렇게 시작하다 보면 어느 새 아이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다는! 맞아요. 무슨 일이든지 흥미가 있어야 진지해질 수 있고 시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또 방학 때면 고정원 선생님은 아이들과 산으로 들로 바다로 나간답니다. 요즘 아이들은 놀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보니집에 있으면 게임이나 하고 그러다 보니 동네에서 아이들 돈이나 뺏고(-.-). 저 위에서 아이들이 하는 말 중에 "심심해요"가 어쩌면 포함되는 곳이 도시일지도 몰라요. 사실, 우리 어렸을 때는 동네에서 온갖 재미있는 놀이를 다 하며 놀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당췌, 집 밖으로 안 나가니(나간다 한들, 놀만한 공간도 없을 테고) 그러니 딴 생각만 하게 되고... 그런 아이들을 데리고 자연으로 나가면 정말 잘 논답니다. 문자를 안 보내도, 게임을 하지 않아도, 돈이 없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논 후에 그런대요. 정말 재미있다고! 벌써 집에 가냐고. 자연은 인간에게 정말 많은 것을 주는데 우리 인간은 자연에게 많은 것을 빼앗네욤. 생각해보니;;
고정원 선생님은 어른들에게 당부의 말을 했는데, 부모님도 그렇고 선생님도 그렇고 자신의 일에 긍지를 가지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더러 나중에 자라 저도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하는데 "어이구, 선생님이 뭐가 좋아서"라고 말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거죠. 어른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해 올바르고 건강한 생각을 가져야 아이들도 어떤 직업이든 잘 살고 못 살고를 떠나서 존중하게 된다는 거죠. 소외되고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부모를 만나면 모든 부모님들이 직업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대요. 돈을 못 버니까 나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게 나쁘다는 거죠. 즐겁게 자기 일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거야말로 산교육이라는 사실. 건강한 부모 밑에서 건강한 아이가 자랄 수 있다는 것. 그러니까, 지난 번에도 깨달았지만...아니, 늘 깨닫는 거지만 아이들이 잘못 되는 것은 그 아이들 책임이 아니라 1차적으론 어른들의 잘못이라는 사실!! 또 한번 깨달았습니다.
아, 마지막으로 복지실에서 가장 인기가 좋았던 책은 <엄마 마중>이었대요. 그 책은 없어질 때마다 산 게 스무 권도 넘었을 거라고 하네요. 아이들은 읽은 책을 재밌게 이야기 해주면 80% 이상이 그 책에 대해 궁금해한다고 해요. <난 말이야> <첫사랑> 그리고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같은 책들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았다고 합니다.
아무튼 우리 어른들, 아이들에게 조금만 관심을 가져준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문제아, 비행청소년, 왕따 같은 단어들은 서서히 사라지지 않을까 싶어요. 세상에 책을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는 사실!!! 우리 꼭 기억하자구요!^^
이어 밑에 사진은 열심히 사인하고 계시는 선생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