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하는 작가의 신간이 나오면 재빠르게 알려주는 알라딘 알람, 사랑합니다~

 

 

 

드디어 올라온 한창훈 쌤의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완전완전완전 좋으다. 사진도 글도 예술이라며 ㅋ 에로틱함과 철학적인 사유까지, 여태 본 한쌤의 글 중에 젤 재밌고, 젤 야하고, 젤 쓸쓸했던. 빨리 책으로 만나보고 싶다.

 

더불어 함께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이 책은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의 부제로 붙어 있던 제목을 새 제목으로 썼는데, '밥상'과 '술상' 한창훈 쌤과 정말 잘 어울리는 제목이 아닌가, 싶다. 사진도 몇 장 교체했다고 하더라. '인허바'가 있지만, 세트로 구매해주겠노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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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8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08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08-08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완전 반가운 소식이네요. '한창훈'에 '술상' 이라뇨. 맙소사. 환상적인 궁합이잖아요!! >.<

readersu 2014-08-08 16:26   좋아요 0 | URL
에로틱과 유머와 쓸쓸함과 외로움까지.....
그기에 사진이 완전 환상적이에요!!!!

프레이야 2014-08-09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으래요? 마음이 확 가는 소식입니다. 이참에 두귄 다 담아가요. 땡스투유~

readersu 2014-08-12 17:11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의 마음에 쏙 들길 바랍니다^^
 

 

     

    

(왼쪽 위에서부터 출간 순서임)

 

어제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에 선풍기를 켜놓고 종일 책상에 앉아 있었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공기는 끈적거리며 내 몸에 달라 붙었지만, 줄리 델피의 Waltz For A Night 와 캐리 멀리건의 New york, New york 그리고 탕웨이가 부른 만추의 음악들이 그 끈적거림과 잘 어울렸...다(좋았다는 말이다 ㅎㅎ) 이 노래들은 신형철 평론가가 추천해준 음악들이다. 이 세 곡 외에도 한석규가 부른 8월의 크리스마스,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가 있었다. 좋았다. 다 좋았다.

 

어제 신형철 평론가의 팟캐스트를 들었는데 하루키의 단편들을 낭독해주었다. 위 곡들은 낭독 전에 그가 추천해준 음악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문학이야기 팟캐스트가 (다들 말하는) 삼사 출판사의 팟캐스트 중에 가장 내 취향에 맞다고 생각한다(내 성격이 워낙 조용하고, 조신하고,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쿨럭) 근데 이것들이 무슨 상관이겠냐마는, 나와 잘 맞는다는 소리다ㅋ) 좋아하는 출판사라거나 애정하는 진행자라서와 같은, 것과 상관없이 말이다. 물론 웃거나 떠들지(!) 않아 가끔은 졸리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런 진행 방식이 맘에 든다.

 

특히 어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에 대해 알려주었는데, 솔직히 그동안 하두 많이 나와서, 이 책 저 책 뒤죽박죽 책 사기도 두려웠다. 이 책에 있는 단편이 저 책에 또 있을까봐. 그것 은근 헷갈리니까. 그런데 신형철 평론가가 이번에 싹, 정리를 해주었다. 출간된 순서로, 설명을 덧붙이면서. 총 10권이다.

 

중국행 슬로보트

캥거루 날씨(사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반딧불이

회전목마의 데드히트

빵가게 재습격

TV피플

렉싱턴의 유령

신의 아이들은 춤춘다

도쿄기담집

여자 없는 남자들

 

그러니까, 위 제목의 책 외에는 모두 베스트 단편집인셈. 음반으로 말하면 컴필레이션 앨범이라고나 할까. 이 제목의 책들을 사면 중복이 될 경우가 없다는 사실, 나는 이번에야 알았다. 알고 나니 소장의 욕구가 마구 생기고, 장바구니에 막막 넣게 되고, 결국엔 결제를 하고 말겠...지...만(그만 사! 라는 친구의 외침이 들리고;;) 

 

책을 눈으로 읽지 않고 귀로 듣는 것. 어색하고 이상할 줄 알았는데 신형철 평론가가 읽어주던 어제의 하루키 단편들은 정말, 참 좋았다. 어쩌면 끈적거리는 날씨 탓에 차분하게 읽어주는 목소리가 더 좋았을 수도 있겠다. 물론 그가 추천한 음악들도 한몫하고. 아무튼 안 들어본 사람들은 꼭 들어보길 바란다. 나처럼, 졸리거나 지루함을 잘 견디는 사람이라면. 꼭!^^

 

 

 

그리고(뜬금없이 ㅋ)

 

어제 읽은 애정하는 알랭 드 보통의 『뉴스의 시대』. 좀 딱딱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술술 읽힌다. 가끔 무슨 소리인지 한참 들여다보는 문장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보통의 문체가 느껴져서 읽는 내내 좋았다. 지금 SNS와 쏟아지는 뉴스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이 책,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흥미진진한 뉴스 사용설명서' 정말,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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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4-08-04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보통씨 책도 간만에 읽어야 하는데 좋은 책이 넘 많네요 ㅋㅋㅋ

readersu 2014-08-08 09:38   좋아요 0 | URL
히힛, 이제 답글 달아요.
책 사러 들어왔어요. 이 충동구매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좋은 책은 왜 자꾸 나오는지 몰라요(-.-)
아니, 왜 반값에 자꾸 팔아서....나를 충동질하는지....ㅋ
 

 

애정하는 시인의 시집이 나왔다. 눈에 들어온 시집이 몇 권 있다. 그리고 곧 있을 또 다른 애정 시인의 낭독회에서 받을 시집을 몇 권 골랐다. 친구들에게 선물해줄 시집들.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_안상학

그때 나는 그 사람을 기다렸어야 했네
노루가 고개를 넘어갈 때 잠시 돌아보듯
꼭 그만큼이라도 거기 서서 기다렸어야 했네
그 때가 밤이었다면 새벽을 기다렸어야 했네
그 시절이 겨울이었다면 봄을 기다렸어야 했네
연어를 기다리는 곰처럼
낙엽이 다 지길 기다려 둥지를 트는 까치처럼
그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어야 했네

해가 진다고 서쪽 벌판 너머로 달려가지 말았어야 했네
새벽이 멀다고 동쪽 강을 건너가지 말았어야 했네
밤을 기다려 향기를 머금는 연꽃처럼
봄을 기다려 자리를 펴는 민들레처럼
그 때 그 곳에서 뿌리 내린 듯 기다렸어야 했네
어둠 속을 쏘다니지 말았어야 했네
그 사람을 찾아 눈 내리는 들판을
헤매 다니지 말았어야 했네

그 사람이 아침처럼 왔을 때 나는 거기 없었네
그 사람이 봄처럼 돌아왔을 때 나는 거기 없었네
아무리 급해도 내일로 갈 수 없고
아무리 미련이 남아도 어제로 돌아갈 수 없네
시간이 가고 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네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네
그때 나는 거기 서서 그 사람을 기다렸어야 했네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현기증

      _김정기

 

눈을 감으면 보입니다.
이별이 아깝던 날 청춘의 눈물이
눈을 뜨면 안개망에 걸려온 저녁빛
숨지는 햇살에 당신이 가고 다시 오는
질긴 동아줄을 보았습니다.

세상의 산들이 기우뚱하고 흔들릴 때
부서지는 뿌리에 매달린 나무들의 애달픈 사랑
때로는 속을 드러내서 빛나는 최후를 보았습니다.

오랜만에 풋풋했던 기억의 방에 들어가
드디어 당신을 놓아주었지요.
만지면 모두 하늘이 되는 땅 위의 형체도
이제 놓아버립니다.

막막한 길을 걷는 맑은 피가 균형 잃은 몸을
그래도 좋아하며 받쳐줍니다.
아득해서 더욱 가까운 시간의 눈빛을 마주 보며
이 자리가 황홀합니다.
나는 완벽한 흰빛이 되어 있습니다.

 

 

 

 

청명

     _전동균

 

오동꽃이 피었다 마당에

가슴뼈 같은 줄을 내걸고 이불을 펼쳐 널었다

 

먹고살 생각, 여자 생각에 뒤척이던 밤들이 놀라 두리번대다가 이내 공손해진다

 

모든 빛을 삼키고 내뿜는 자줏빛 불이 타오른다는 건

흙들이 술렁인다는 뜻,

이름 부를 신조차 없는 사람들 많아지고

살아서는 차마 못 잊힐 일들이

자꾸만 생겨난다는 건데

 

헐렁한 슬리퍼를 끌고 나와 먼지를 터는

나 같은 놈도 손님이라고

타닥타닥 반갑게 튀어오르는 햇볕들

 

무슨 부끄러운 질문을 받은 양 마당은 일어섰다 누웠다 서성거린다

세상은 괜히 하늘 저켠에 닿을 듯 높아지고 높아져서

 

이사를 할까? 새장가를 들까?

망설이는 바람의 이파리들 사이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별 보는 사람이 되고 싶은

조용한 웃음이 몇

번져오고

 

 

 

어떤 경우

       _이문재

 

어떤 경우에는

내가 이 세상 앞에서

그저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내가 어느 한 사람에게

세상 전부가 될 때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다

 

 

 

 

내간체

     _안현미

 

결혼 후 한 계절이 지났습니다. 입덧이 시작되었고 제가 믿고 싶었던 행복을 얼음처럼 입에 물고 있습니다 너무 서둘러 시집왔나 생각해봅니다 입안이 얼얼하고 간혹 어린 엄마였던 언니가 너무 사무칩니다

 

 

 

삶의 비애를 적확하게 바라본다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닐 테지만 나를 보아 너무 서둘지 않아도 나쁘진 않았을 텐데 어리고 영민한 여자가 현모양처가 되기란 동서남북 이 천지간에서 얼마나 얼얼해야 하는 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믿고 싶었던 행복을 얼음처럼 입에 물고 너도 곧 엄마가 되겠구나 무구하게 당도할 누군가의 기원이 되겠구나 여러 계절이 흘렀으나 나는 오늘도 여러개의 얼음을 사용했고 아무도 몰래 여러개의 울음을 얼렸지만 그 안에 국화 꽃잎을 넣었더니 하루 종일 이마 위에 국화향이 가득하였다 그 향을 써 보낸다 그저 얼얼하다 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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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 좋아합니다. 그래서 신간 소식만 보이면 일단 다 사고...보지는 않지만, 가급적 사보도록 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새로운 그래픽 노블이 눈에 들어와 올려봅니다. 근래 읽었던, 혹은 맘에 든 그래픽 노블 몇 권과 함께.

 

 

올해가 제1차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이라고 합니다. 역사 공부 제대로 안 한 티가 나는데, 아, 그렇구나! 정도가 저의 관심 사항입니다. 그때, 왜, 무슨 일로, 무엇때문에... 같은 것은 지금 제 삶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때문인데, 이 책, 『가브릴로 프린치프』의 책소개를 읽으니 아, 그래서는 안 돼! 하고 반성하게 되네요(-.-)

 

지은이 헨리크 레르는 "무엇이 한 청년으로 하여금 이토록 자살 행위에 가까운 일을 저지르게 했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세계대전을 야기한 살인자들이라 할지라도 그들 또한 저마다 마음속에는 한 인간이 살고 있었음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는군요. 하긴, 그 당시의 상황은 누구든 건드리기만 해라, 였을 테니. 어찌 보면 가브릴로 프린치프는 희생양??

 

일단 이 책은 읽어봐야겠습니다. "진실은 물에 쓴 글과 같다"라는 말이 제 맘을 건드리는 걸 보니 공감할 부분이 많은 듯합니다.

 

 

      

 

친구랑 미메시스 카페에 갔었습니다. 맘에 두었던 책을 사고 계산대에서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던 『센티멘털 포르노그래피』가 눈에 들어오기에 얼릉 샀습니다. 온라인보다 조금 더 할인이 된 가격으로. 집에 오자마자 읽었는데, 스토리가 정신 없이 왔다갔다 했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젊은 그들의 솔직한 성 이야기와 블루톤의 시원한 컬러. 호기심 돋는 그림들. 그리고 친구의 선물로 받은 『파란색은 따뜻하다』가 있습니다. 영화로 보지 못하고 그래픽 노블로 읽겠다고 선물받았는데 아직도 비닐에 싸인 채 책꽂이에 꽂혀 있어요. 먼저 읽어본 친구는 좋다! 고 했습니다. 영화도 좋았으니 아마 원작인 그래픽 노블은 더 좋겠지요. 미메시스의 그래픽 노블을 좋아하는데 타인들의 드라마 시리즈도 참, 좋아요 ㅎ 핫, 그레이그 톰슨의 새 책도 나왔네요!! 『청키, 라이스』 미리보기를 보니 제 스탈은 아니지만, 움움.. 일단 고민 해봐야겠어요. 나중에 미메시스 카페에 가면 왕창!물론 쉽지 않아요. 자주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

 

 

지난 번에 품절되어 못 샀다가 풀리자마자 사두고선 아직도 읽지 못한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앞부분을 집중 몰입하며 읽고 있는 중이에요.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니까. 천천히 생각을 하며 읽어야겠더라고요. 그래서 친구에게 먼저 읽어보라 줬더니,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더군요. 훌륭하다고 했어요. 그런 말을 들으니 이 책은 더더 아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떤 사람들은 그래픽 노블을 만화라고 생각하고 쉽게 보는 경향이 많은데 제가 어느 정도 읽어본 사람으로서,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요. 짧은 글과 그림으로 독자를 감동시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저는 고전을 그래픽 노블로 만들어 읽게 해주는 책들도 참 좋아합니다. 문학동네에서 나온 <만화로 읽는 불멸의 고전> 시리즈 같은 것. 고전을 쉽게 읽어내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고전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기도 하거든요. 암튼. 저의 그래픽 노블에 대한 사랑은 앞으로 주~욱 이어갈 것이라며. 그러니 여러 출판사에서 더 다양한 그래픽 노블이 나오면 좋겠다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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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망 2014-06-25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명작이 학습서로 나온 듯..
좋으다~

readersu 2014-06-30 16:20   좋아요 0 | URL
학습서는 아니지만, 누구나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이라서 좋습니다!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에 수록된 「기차」는

레이먼드 카버가 존 치버의 단편 「다섯시 사십팔분」을 이어 쓴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존 치버의 단편을 먼저 읽어봐야겠지.

 

 

존 치버의 「다섯시 사십팔분」은 존 치버 단편선집 중 하나인

 『돼지가 우물에 빠졌던 날』에 수록되어 있다.

 

내용은 이러하다.

 

비서를 구하던 남자는 날씬하고 수줍음을 타는 살빛이 가무잡잡한 여자를 구했다. 그녀는 수수한 옷차림에 그저그런 외모와 줄이 나간 스타킹을 신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녀를 채용하고 며칠이 지난 뒤 그녀는 그에게 '자기는 여덟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 그 뒤로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었다면서 자기에게 기회를 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고 했단다. 그는 그녀를 좀 더 알게 되자 그녀가 너무 예민한 탓에 외로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언젠가 그녀가 자신의 상상으로 그의 삶에 대해 말할 때, 그녀가 갖고 있는 묘한 박탈감을 남자는 느꼈다. 그녀는 유능했지만, 한 가지 흠이 있었다. 그건 필체가 그녀의 외모와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필적을 보고 그는 그녀가 어떤 내면적-어떤 정서적-갈등의 희생자였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그의 비서로 일한 지 삼 주쯤 되던 날, 그들은 술을 마셨다. 그녀의 집에서. 그가 그녀의 집에까지 간 것은 결국 하나의 목적을 위한 것이었고 서로 합의를 한 셈이다. 그는 '그녀의 망설임, 그녀의 관점에서 본다면 박탈감이 그에게는 어떤 결과도 생기지 않도록 해주겠다는 약속인 셈'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관계를 가졌던 많은 여성들 중 대부분이 자부심이 부족했으므로 그에게 선택이 되었으니까. 일이 끝난 후 그녀는 울었고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화장대 위에 놓인 쪽지에서 청소하는 여자에게 써놓은 글을 우연히 읽었고 다음날 점심 때 그는 인사과에 말해서 그녀를 해고해달라고 전하고 조퇴했다. 이유를 알 수 없던 그녀는 회사로 몇 번 찾아와 그를 만나보려 했지만 그는 만나주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그는 그녀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평생 원한 건 약간의 사랑뿐이었"다고.  그러니까 그는 그녀를 잘 몰랐던 것이다. "그녀가 처음에 몇 달 동안 입원해 있었다는 말을 했을 때 의심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는 것과도 같았다. 그녀의 소심하고 주저하는 태도, 그리고 얼간이가 끼적여놓은 부호들처럼 보였던 그녀의 필적을 경계하지 않았던 불찰을 후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실수를 돌이킬 길이라고는 없었"다는 것을 뒤늦게서야 알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해준다. 무릎을 꿇었고, 쓰레기 더미 속에 고꾸라져 울기까지 했다. 그제서야 그녀는 말한다.  "이제야 좀 속이 풀리네" 이야기는 그녀가 그곳을  떠나 역으로 가고, 남자는 그녀가 자기를 잊었다는 것, 그녀는 원했던 바를 성취했고 자기는 안전하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걸로 끝난다.

 

이후 그녀, 미스 덴트는 사람 없는 대합실로 간다고 레이먼드 카버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기차」가 시작된다.

 

 

대합실에 들어간 미스 덴트는 뒤이어 들어온 남녀와 인사를 나눈다. 그들은 그들만의 대화를 시작하고 그들의 대화를 미스 덴트는 듣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방해가 된다는 듯이 여자는 미스 덴트를 의식하지만 그녀 역시 그 자리가 불편하지만 막상 피할 곳도 없다. 여자는 미스 덴트에게 말수가 적다고 말을 하며 비아냥거리지만 그들은 그녀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말을 하기도 했고 둘만이 아는 대화를 하는 지라 무슨 말이라도 하며 끼어들어보려 했지만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망설이던 순간 기차는 도착하고 셋은 기차에 오르기 위해 걸어간다. 그 모습을 기차 안 승객들은  바라본다. 그들은 그들이 바라보는 대로 그 셋을 유추한다. 동반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테고, 이 늦은 시간에 왜 이 역에서 기차를 타는지 상상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내 기차 안 승객들은 그 셋이 자리를 잡아 앉자마자 셋에 대한 생각을 접어버린다. 그리고 그들을 보기 전에 했던 저마다의 생각으로 빠져든다. 옮긴이 김연수는 이 단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 소설은 존 치버가 쓴 「다섯시 사십팔분」이라는 단편을 이어서 쓴 작품이다. 그 단편에 나오는 두 인물 중 미스 덴트를 따라가면서 소설이 끝난 뒤에 일어난 일들을 카버가 다시 쓴 셈인데, 흥미로운 것은 시점의 변화다. 처음에는 미스 덴트가 시점인물이다. 화자는 미스 덴트의 생각까지도 읽는다. 그녀 앞에 등장하는 두 남녀는 차림새도 이상한데다가 외국어까지 쓰기 때문에 미스 덴트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 철저하게 미스 덴트를 시점인물로 하기 때문에 독자들도 그 두 남녀가 나누는 이야기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시점이 미스 덴트에서 기차에 탄 승객들로 느닷없이 옮겨지면서 미스 덴트 역시 이해받지 못하는 존재가 된다." 

 

다른 듯 비슷한 두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누군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을 이어 가면 재미있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이번엔 기차를 탄 미스 덴트가 우연히 예전에 입원했던 병원의 간호사나 의사를 만나는 거다.

그렇게 해서 미스 덴트가 병원에 들어가게 된 사연을 알게 되는 거지.(-.-);;

너무 진부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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