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들은 길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자주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서 과거의 어떤 날들-영원히 서로를 사랑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거나 언제나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으리라 여겼던-을 응시하고 그곳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그러나 앤드루 포터는 과거의 그날들에 이미 파국의 징조가 새겨져 있었다고, 돌아갈 곳은 없다고 매정하게 말한다. 삶은 아주 연약해서 순식간에 망가져버리고, 우리는 그 사실을 아주 나중에 깨닫는다. 그때에는 망가진 부분을 고칠 수조차 없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소설을 다 읽고 났을 때 우리가 알게 되는 것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바로 그 사실이 우리가 그 자리에 멈춰 서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되며 그 망가진 삶을 끌어안고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는, 단순하고도 심오한 진실이다. - 손보미 (소설가)

 

앤드루 포터의 첫 장편소설이 나왔단다. SNS에 올라온 걸 보고 깜놀라며 들어왔다. 가디언의 "마음을 움직이면서도 결코 감정적이지 않다."라는 추천평이 맘에 든다. "그의 데뷔는 놀랄 만큼 강렬했지만 『어떤 날들』은 더욱 강력하다고 추천한 리브로 에브도의 평도 맘에 든다.

 

가을이니까, 왠지... 더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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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그렇게 카레를 좋아했어. 카레를 한 솥 끓여놓으면 지겨워하지도 않고 연속으로 몇 끼나 먹었어. -137쪽

(…)

아까 카레 있잖아요. 남자가 불쑥 입을 열었다. 영훈이는 카레 싫어했어요.
영훈이가 카레를 싫어했다고? 그걸 네가 어떻게 아니?
학교에서 점심으로 카레가 나왔을 때 그걸 바닥에 버리고 저더러 핥아먹으라고 했어요. 자기는 집에서 카레를 너무 많이 먹어서, 카레만 보면 토가 나온다고. 이제 기억이 나네요. -138쪽


 

_매일 점심 먹으러 가는 식판집에 카레가 나왔다.
카레를 먹는 동안 아침에 읽었던 이 문장이 생각났다.

무엇이 진실일까?

책을 읽는 동안 '아주머니'의 아픔이 전해져왔다. 아이를 잃은 엄마의 심정.

누가 뭐래도 그 아이는 한 엄마의 소중한 아이였으니까.
또 한 사람, '남자'의 사연도 이해가 되었다. 살아 있으나, 그 역시 죽은 존재나 다름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누구의 잘못이 더 큰 걸까?
누가 피해자이고 가해자일까?

'아주머니'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그 아픔을 진짜로 알 수는 없을 것이다.
'남자'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도 그 고통을 다 안다고 할 수도 없겠지.

하지만 그 결과는 그것이 최선이었을까?​ 어쩐지 그렇다, 라는 쪽으로 자꾸만 생각이 기울어지는데...

그 기울어지는 마음은 '아주머니'가 경찰서에서 질러대는 소리 때문이었다.

그 전에는 이상하게도 '아주머니'보다 '남자'의 삶이 더 억울하다, 는 쪽이었는데...​

아무튼 그럼에도 '남자'의 삶이 너무 안 됐다, 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사람 마음을 이랬다저랬다, 하게 만드는, 묘한 작품이었다.

진실은,

아마도,

모두의,

마음속에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안 좋게 끝나? 여자가 물었다.

너는 어떤 게 좋아? A, 약간 짧지만 완벽하게 기승전결이 되고 아련한 마음으로 헤어지는 인연. B, A하고 똑같은 기간을 보낸 다음에 조금 더 시간이 추가되는데 끝날 때 굉장히 안 좋게 끝나는 관계.

시간이 얼마나 추가되는데?

글쎄, 하루 정도라면?

그렇다면 A지. 하루 차이가 뭐 중요한가. 다 끝나더라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 게 중요하지.-87쪽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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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라면, 별이라면, 하늘이라면, 정신을 못 차리는 내게 알라딘은 이런 걸 내놓았다. '특별 제작 태양계 마그넷' 난 요즘 책을 사러 알라딘에 오는 것이 아니라, 굿즈를 사러 알라딘에 온다. 장바구니를 채워놓고 신중하게 생각 중이다. 나에게 태양계 마그넷이 꼭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오늘 온 메일 중에 하루키 여행서를 주는(!) 선물이 있었는데 책상용 빗자루라고나 할까? 그걸 사면 하루키 여행서를 준다고 한다. 근데 이건 왜 하필 빗자루와 하루키일까? 쓸데없는 생각을 하느라 5분 정도 시간을 허비했다. 다들 난리구나, 싶은 생각. 그에 나도 동참하고 있다는 생각.

 

그 동참에 나는 꼭 잊지 않고 참여를 하는 편이다. 그동안 낸시 스탠드도 샀고, 연필과 노트를 샀더니『AXT』도 주더라. 그리고 대리석 문진과 그리스 동전 안에는 『로마의 일인자』세트가 있었으며 시계를 샀더니 소설책을 주기도 하던데 지금 장바구니엔 컵받침과 북스탠드가 들어 있다.

 

이제 굿즈는 그만 사고 책을 좀 사야 할 터인데 이런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언 매큐언의 새 책『칠더런 액트』, 다니구치 지로의 새 작품 『사냥개 탐정』(전2권) 그리고 나를 이곳으로 달려오게 만들고 로그인을 하게 만든 스티븐 킹의 새 작품『미스터 메르세데스』, 가네하라 히토미의『하이드라』나 미셸 우엘벡의 『복종』은 이미 읽어버렸고 아, 주말에도 읽고 평일에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데도 자꾸만 쏟아져나오는 책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번 생에 사모은 책들 못 읽고 죽지 싶다.(-.-);; 아니, 다 읽기 전에는 절대로 죽지 말아야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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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07-20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양계 마그넷은 또 뭐죠? 대리석 문진이랑 틀린가 보다...ㅋ

readersu 2015-07-20 18:06   좋아요 0 | URL
혼자 사면 약오르니까 보물선님 델꼬 갈까요? 흐흣..
보시면 바로 사실 것 같은뎅...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detail_book.aspx?pn=150716_science&start=pbanner

보물선 2015-07-21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히 따라온다는 과학책에 제가 큰 흥미가 없답니다 ㅋㅋ

302moon 2015-07-22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태양계 마그네틱에 꽂혀서 주문하려고요. ㅎㅎ 그간 미뤄둔 과학도서 몇 권 집어넣었습니다.:)
 

 뒷부분 30쪽 정도를 남겨두고 오늘에서야 마저 읽었다. 어떤 긴장감도 없이 그냥 술술 읽히던 책이었다. 아버지의 삶처럼 보이기도 했고, 내 형제들의 삶을 보는 듯도 했고 주변에서 흔히 보는 그런 한 사람의 삶 같기도 했다. 인생이 이렇지. 맞아. 누구나 다 비슷할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읽었던 책이었다.

 

오늘... 남겨두었던 페이지를 펼치며 읽는데 조금씩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떻게 표현할 사이도 없이 387쪽부터는 그냥 눈물이 주르륵...근데도 멈추질 못했다. 읽으면서 계속 눈물을 줄줄 흘렸다. 그리고 책을 덮고서도 한참을 흑흑거렸다. 이 감정이 뭔지. 이 책이 내게 왜 이러는 건지. 생각할 틈도 없이, 뭐든 적어둬야 한다는 생각에 적는다. 한데 이 글을 쓰는데도 눈물이 멈추어지질 않는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렇게 울어본 적이 없었다. 더구나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운 적은... 그저 잠시 훌쩍거린 적은 있었어도 책을 덮고서도 흑흑거린 적은...없다,. 멈추려고 해도 자꾸만 멈춰지질 않는다. 왜 이러는지,

 

뭐 이런 책이 다 있는지....뭐야, 이 책,.. 

 

'넌 무엇을 기대했나?' 당신은 무엇을 기대했었나요? 또 앞을 가린다.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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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5-06-18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

blanca 2015-06-18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더라고요. 그냥 주르륵... 이 작가는 정말 끝까지 가본 것 같아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쓸 수 있을까요.
 

 

이 잡지 그러니까, 미스테리아 라고 불리는 이 책은
미스터리(mystery) + 히스테리아(hystera) = 미스테리아(mysteria) 가 된 것이다.
"미스터리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구성어란다.

지금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면 미스터리를 둘러싼 '타블로이드' 이미지로 만든 엽서를 준다. 무려 100장이다. (내 사진의 배경으로 깔린 것임. 퀄리티 장난 아님)

 

좀더 자세히 알아보면 이렇다.

 

20세기 초 그야말로 정격적인 수수께끼 풀이 미스터리와 하드보일드 미스터리를 아우르는 영미권 미스터리의 황금시대를 열었던 주역, 펄프 잡지들의 이미지를 죽 일별하는 게 처음의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지들을 고르다 보니, 점점 더 범위가 넓어지며 미스터리 펄프 잡지와 나란히 어깨를 겨누었던 SF 펄프 잡지와 에로 펄프 잡지의 표지, 추리소설의 시초라 불리는 에드거 앨런 포에게 바쳐진 오브리 비어즐리의 삽화, 혹은 더 거슬러 올라가 범죄라는 심각한 현상을 뻔뻔한 엔터테인먼트이자 스펙터클로 변환시킨 19세기 중후반의 범죄 기사 이미지까지 아우르게 되었습니다. 조잡하고 색정적이며 그만큼 활력이 넘치는 이 이미지들이 지금 우리가 읽는 미스터리 소설들의 한 축을 담당했다는 걸 떠올리면서 즐겁게 마구 사용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_담당 편집자의 말.

 

근데, 지금 거의 종료직전. 알서점은 이미 마감.
예스, 인팍, 교보 순으로 끝날 것으로 보임. 그러니 지금 당장 달려가시길!!

 

책을 살펴보겠다.


이 글은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가 법의학적 관점에서 본 각종 사건들에 관한 기록을 연재하는 것인데
창간호에 실린 이야기는 진짜, 그 어떤 소설보다 흥미롭다.


 

 

이 글은 일본에서 2011년 출간된 『밀실 입문』에 연재된 것이란다. 독점 연재를 할 계획이라고 함.

미스터리 작가인 아리스가와 아리스(월광게임/ 말레이 철도의 비밀)와 건축가 야스이 도시오가 미스터리의 중요한 소재인 밀실 살인을 두고 그 구체적 가능성과 성립 여부에 대해 샅샅이 따져본다는데, 매우 흥미로움!!


 

창간호 스폐셜은 추리소설 평론가, 추리 관련 출판사 편집자, 미스터리 사이트 운영자와 한국 미스터리 소설 시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들이 모여 미스터리 창작 현황과 현실 진단, 시장의 실제 규모 및 전망 등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역시 흥미로움!!^^


 

어느 잡지에나 있는 리뷰란에는 <두 사람의 거리 추정>을 포함하여 <그림자 밟기> <마약밀매인> <가족의 탄생> <뱀이 깨어나는 마을> <십자관의 살인> <서루조당 파효> 등등 다양한 리뷰가 있다.


 

또 한국에서 추리 미스터리로 이름이 알려진 배명훈, 도진기, 송시우, 김서진로렌스 블록의 단편이 실려 있다. 다른 것은 다 읽고 단편들만 남겨두었으므로 한번에 다 읽으면 아까우니 하루에 한 편씩 읽기로!(-.-)

 


이번 창간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터뷰. 비록 서면 인터뷰이긴 하지만,
어디에서 이런 인터뷰 기사를 볼 것인가? 미스터리 추리에 관심이 없어도 이 작가들만은 알 것이니
바로 데니스 루헤인미쓰다 신조이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을 산 것에 후회는 없을지니!!

 

아, 그리고 목차를 보고 페이지를 넘기면 추리시장의 새소식과 이렇게 추리소설 목록이 나오는데
2015년 3월 15일부터 5월 15일까지 출간된 도서 목록이다.

이 또한 추리소설을 좋아하나, 놓친 독자를 위한 대단한 배려?!!

 

멋짐. 좋음. 그러니까 놓치지 마셔요들..

 

 

 

출판사 책소개:

 

미스터리 전문 격월간 잡지 《미스테리아》가 창간되었다. 미스터리(mystery)와 히스테리아(hysteria)라는 단어가 결합되어 ‘미스터리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구어를 제호로 사용한 잡지답게, 한국 미스터리 장르의 토대를 단단히 다지면서 미스터리 창작과 독서의 저변을 확장시킴으로써, 미스터리라는 장르로서만 가능한 방식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지면이 될 것이다.


‘단군 이래로 올해 출판 시장이 제일 어렵다’는 말을 매해 들어왔지만, 요즘 들어 정말 피부에 와닿는 독서 인구의 현저한 감소에도 불구하고 이런 잡지를 창간하게 된 데에는, 오히려 ‘이야기의 힘과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미스터리 소설의 확장이야말로 출판 시장에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정답이 아닌가 하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한동안 잊고 있던 ‘재미있는 독서’의 경험을 쌓아가는 여정에 기여할 수 있는 디딤돌로서, 미스터리 전문 잡지 《미스테리아》의 역할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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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5-06-18 1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혹..... 받지 않....으...윽....

바람향 2015-06-19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에도 미스터리에 대한 잡지가 나와서 반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