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시인의 시집이 나왔습니다. 12년 만에 나온 시집이라고 하네요.
다친 가슴으로
가을 산길을 걷다가
다친 새 한 마리 살려 보낸다고
손을 다쳤다
산은 다친 사람들을 품고
말없이 치유해 보내느라
숲을 많이 다쳤다
나는 누구 하나 제대로
품어 살리지도 못하고
가슴만 크게 다쳤다
가을 서리는 내리는데
나는 몸이 시린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 하나 보내지도 못하고
깊이 다친 가슴을 문지르며
고개 숙여 가을 길을 걷는다
지난 주 그가 찍은 사진으로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광화문에 갈 시간이 있으면 꼭 가야지 하고 맘먹고 있었는데 그만 놓치고 말았어요.
그 전시회가 오늘까지인데, 지금이라도 갈 수 있는 분들은 가셔서 보시면 좋겠습니다.
살짝, 그 사진들을 두 장만 공개^^
새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는
10여 년의 침묵정진 속에서 육필로 새겨온 5천여 편의 시 중에서
304편을 묶어낸 것이라고 합니다.
시인이자 노동자, 혁명가이기도 한 그의 이번 시집에는
시공간이 넓고 깊습니다.
사진 전시회에서의 사진들을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많은 세계사의 현장을 돌아다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참혹한 분쟁의 현장에서, 죽어가는 생명을 끌어안고,
약자에겐 한없는 위안과 희망을 주면서 써 온 시.
"박노해의 시는 지구시대 유랑의 시이고, 순례의 시이고, 목숨 건 희망찾기의 시"임에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21세기 '노동의 새벽'이라 부를 수 있는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그대 심장을 찌르는 詩'의 세계로 들어가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