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의 시절 문지 푸른 문학
다치아 마라이니 지음, 천지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방황의 시절』은 1960년대에 나온 소설이다. 우리로선 아주 보수적인 사회에 살고 있던 때였다. 내용을 놓고 본다면 그 시기를 차치하고라도 현재의 우리 생활에서도 도통 이해가 불가능한 행동들을 통해 어떻게든 자신의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한 소녀의 삶이 느껴진다.  

가난한 집, 무능력한 아버지와 미래가 뻔히 내다보이는 그녀의 인생. 나라고 했어도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삶에 진행은 없었고 그저 성관계를 통해서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을 뿐이다. 그것만이 엔리카 그녀에게 삶의 위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나 한번쯤 "방황의 시절"이 있듯이 그녀 역시 그 시절은 기억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꽤 공감을 했는데  제목이 말해주듯 "방황의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자기 삶에 대해 고민하고 진로에 대해 캄캄하지만 희망을 가졌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는 가출을 하기도 하고, 누구는 부모에게 대들기도 한다. 또 누구는 신경질과 무관심으로, 또 누구는 공부와는 상관없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기도 하며 그 "방황의 시절"을 보낸다. 그것처럼 엔리카는 자신의 방식으로 그 시절을 견디어 낸다.   

그런 과정을 다치아 마라이나는 매우 독특하면서 한국의 독자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들로 풀어냈지만 결국은 열일곱 살 먹은 소녀의 한 시절을 통해 누구나 겪었을 사춘기의 한 부분을 통과하고, 결국 그녀가 어떤 삶을 선택하는 가를 보여준다.   

다소 지루한 감이 없진 않았지만 색다른 시각으로 열일곱의 방황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비가 오기 시작했다. 훈훈한 기운과 함께 빗방울은 듬성듬성 인도 위로 떨어졌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곧 나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우선은 저택으로 돌아가야 한다. 내일은 새벽에 일어나 새로운 일을 찾아 떠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노희경을 알게 된 것은 아마도 <거짓말>을 통해서일 거다. 그 드라마가 방송될 때 그녀의 대사들을 마음에 들어 했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그녀의 드라마는 쉼없이 나왔지만 아쉽게도 난 그다지 본 것이 없다. 다만 기사를 통해서 노희경이라는 작가의 명성만 듣고 있었다. 

이 책이 나온다고 예판까지 하는 걸 보며 읽고 싶다는 생각을 조금 하긴 했다. 원래 에세이에는 관심이 없지만 노희경이니까 뭔가 근사한 것을 기대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 기회가 생겼다. 속으로 오호! 잘 되었구나 했다. 하지만. 

역시 난 에세이하고는 그다지 친하지 않은가 보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이런 에세이에 공감을 하지 못할 때마다 나이를 운운하며 난 늙은 거야, 뭐 그런 생각을 가지면서, 왜 다들 공감하는데 나는 공감하지 못하고 툴툴거리는걸까?에 대해 고민하는지. 아무튼. 

이 책은 노희경의 따뜻한 감성이 담긴 책이다. 인터넷 상에서 10여년 간 연재하던 짧은 글들을 모았다. 그 글들은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치유와 위로를 준다. 하지만 소설은 10년이 아니라 100년이 지나도 읽을 만하지만 에세이를 묶었는데 그 기간이 10년이라면 좀 구닥다리 같은 느낌을 받는다. 특히 10년 전의 글에 나오는 개봉 영화나 그때의 감동은 현실이었을 때에만 공감하지 않았을까? 아쉬웠다. 에세이라고 해서 100년이 지나도 읽히지 말란 법은 없지만 어쩐지 <그사세>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기 전에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바짝 들었다. 좀더 노희경 답게, 드라마에서 느꼈던 그런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정말 노희경스러운 글이길 바랐는데 드라마에선 뭔가 찐한 감동을 준 대사조차도 글로 읽으니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책 사이사이에 껴있는 트레이싱 페이퍼는 정말이지..ㅠㅠ  

그럼에도 나는 이 책 수익금의 일부가 북한의 어린이 돕기에 쓰인다고 하니 그것 하나는 그동안 보아온 그녀의 드라마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는 드라마에서 보이는 그녀의 '대사발'을 좋아할 것이다. 그녀의 인간에 대한 탐구, 삶에 대한 독특한 그녀만의 시선과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고 싶어하는 그녀의 마음에 공감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자놀기 -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강미영 지음, 천혜정 사진 / 비아북 / 200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혼자논지 너무나 오래 되어 이젠 혼자놀기가 조금은 지겨워진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대부분의 글에 공감을 했다. 혼자서 놀기란 굉장히 어려워보이지만  막상 시작을 하고 보면 그만큼 편안한 게 없다. 혼자 쇼핑하기, 혼자 밥먹기, 혼자 영화보기, 혼자 산책하기. 그런 걸 어떻게 혼자서! 할 수가 있지?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막상 해보면 그 재미에 푹 빠진다.

그동안 나도 혼자놀기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혼자놀기를 보니 나의 그것은 비교도 안 된다. 특히 '여관'으로 놀러가기의 경우 나는 나만의 공간이 있기에 혼자서 '여관'으로 놀러가는 일 따위는 할 필요도 없지만 저자의 이 '톡톡' 튄 아이디어는 나만의 공간을 하루쯤 가지고 싶은 '혼자놀기주의자'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어디 그 뿐인가? 새벽 6시에 아이스크림 사 먹기, 혼자서 동물원 가기, 퇴근길 한 정거장 전에 내리기, 집에서 뒹굴던 옷차림으로 동네 여행하기 등등 한 수 배우는 혼자놀기가 ㅡ의외로 많다.

누구에게나 혼자 있고 싶은 욕망은 있다. 그리고 그  욕망을 즐기느냐 아니냐는 마음 먹기에 달렸다. 혼자라고 해서 집에만 있고 혼자라고 해서 즐기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생산적이고 건강한 혼자놀기의 모든 것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길 바란다. 그러나 혼자놀기에 맛들이면 헤어나오기 힘들다는 것만은 알아주길.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3-07-24 0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우선, 이 책을 선택하는 사람은 30대 미만이면 좋겠다. 나처럼 나이 든 자가 읽는다면 분명 이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리야? 할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나도 그런 말을 했을까? 물론 아니다. 난 잘 읽었다. 하지만 다 아는 소리라는 것만 밝혀두겠다. 나에겐 별 소용이 없는 책이었다. 고로 나는 늙었다는 말이다. 단, 다른 책에선 볼 수 없었던 막말(!) 답변에 대해선 차별성이 있었으므로 그 독특함을 인정한다.

이 책을 읽을 생각은 없었다. 김어준이라는 이름은 어디에선가 듣기만 했지 그의 글을 읽어본 적도 없다. 그래서 뜬금없이 날아온 이 책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래, 한번 읽어보자! 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무슨 내용을 담았는지 책을 펼치고 본론에 들어가서야 알았다.

이 책의 장르는 자기계발서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장르다. 하지만 내가 20대에 한 권의 자기계발서에 정신이 뿅! 갔듯이 이 책을 읽고 그 옛날의 나처럼 내 맘대로 살 거야! 라고 외치는 20대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엔 살아가는데 있어 꼭 있어야 하는 다섯 가지 인간관계, 나와 가족, 친구, 직장과 연인에 얽힌 꼬이고, 고민되고, 짜증나며, 풀기 힘든 일들에 대해 상담을 하는 그들에게 막말을 해가며 답변을 한다. 읽다 보면 뭐 이런 카운슬러를 다 봤나 싶다. 근데 그게 이 사람 김어준의 어법인가 보다. 남들처럼 상냥하게 말하지 않는다. 좋은 소리도 안 해준다. 근데도 읽어보면 해답이 보인다. 시원해진다.

그러니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이 많은 젊은이들, 그대들의 행복한  인간관계에 대해서 그대들다운 답변을 원한다면 김어준에게 상담을 권한다. 해결이 되든말든 시원하긴 할 것이다. 그럼, 건투를 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은 기적들] 서평단 설문 & 리뷰를 올려주세요
작은 기적들 1 -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특별한 이야기
이타 핼버스탬, 주디스 레벤탈 지음, 김명렬 옮김 / 바움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다보니 예전에 읽었던 <리더스 다이제스트>라는 작은(?) 월간지가 기억난다. 순수한 우리나라 식의 작은 월간지가 나오기 전이었다. 요즘 나오는 <좋은 생각>이나 비매품으로 나오는 <생활 속의 이야기> 비슷한 책이었던 걸로 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도 요즘은 읽어보질 않아 어떤지 잘 모르겠으나 그때는 독자들의 이야기 중에 외국인들의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다.  소설처럼, 놀라운 일들이 하나씩 소개되었는데 난 그게 재미있었다. 내가 가보지 못한 미국의 뉴욕이나 보스턴, 혹은 지명조차 모르는 시골에 사는 독자들의 수기 형식 글을 실었는데 미지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늘 호기심을 당기었던 것 같다.

비슷하다. 작년에 읽었던 폴 오스터가 엮은  『아버지가 하느님인 줄 알았다』와도 거의 흡사하다. 제목처럼 헤어진 가족들의 만남이 작은 기적처럼 이루어지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우연 같은 운명적인 이야기들이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입양된 줄 모르고 살던 남자가 형제처럼 지내던 친구와 알고 보니 어렸을 때 헤어진 친형제였으며, 이혼으로 헤어진 엄마를 찾기 위해 알아본 전화번호를 숫자 하나 잘못 적는 바람에 엄마를 만나게 된 정말 기적같은 이야기, 어느날 집에 든 도둑 덕분에(?) 오래전에 헤어졌던 딸과 재회한 엄마, 항상 지나다니던 길에서 떨어지는 아이를 잡아 영웅이 된 한 남자가 1년 뒤 똑같은 그 길에서 1년 전에 떨어지던 그 아이가 다시 떨어지는 것을 잡았다는 놀라운 일 등등 하나같이 '세상에 이런 일이'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다.

책에 나오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세상이 정말 넓으면서도 좁다는 것을 알게 된다. 놀라운 일, 운명 같은 이야기, 인연의 연속, 인간의 삶이 이토록 경이로운 일들로 가득핬다는 것을 아는 순간 세상 살아가는 맛이 나기도 한다. 그러니 요즘처럼 한숨만 나오고 사는 게 힘들다고 느껴질 때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하겠다.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싶을 때,  세상에 이런 인연, 우연들이 있구나! 그렇다면 나도? 하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책, 따스함이 느껴지는 그런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