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미리의 에세이가 또 나온다. 제목도 참하다. 『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 (제목 때문에 내 친구들은 마스다 미리, 드디어 연애하는 거야?? 했다) 『여자라는 생물』 (이건 여자 탐구한 책인가?ㅎ)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출간 기념으로 한국에 오는데 '사인회'를 한단다. 대~박! 이라고 외쳤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가 나온 이후로 3~40대 여성들은 모두 마스다 미리에게 빠졌다. 나도 그 중 한명. 마스다 미리의 만화를 처음 봤을 때, 어찌나 공감을 해댔는지, 주변 친구들에게 모두 소개하고 사주면서 팬이 되었다. 만화가인 마스다 미리가 에세이를 냈을 때는 약간의 의심을 품고, 읽었는데, 만화에서와 같은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젠 책이 나왔다, 하면 무조건 믿고 사는 그녀의 작품! 이번 사인회 때, 제일 좋아하는 책 두 권 들고 가서 사인을 받아야겠다. 근데 어떤 책이든 다 해주겠지? 사인 ㅋ (와, 근데 마스다 미리의 책을 모아 보니 정말, 많다!! 이렇게 인기가 많은 만화가(작가)였다니..대단대단!)

 

 

       

 

엘릭시르에서 <십이국기>를 출간한단다. 근데 <십이국기>가 뭐지? 뭐기에 서평단을 무려 50명이나 뽑는 건지. 트윗에 올라간 <십이국기> 관련 글이 엄청나게 리트윗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해서 나도 가제본을 읽기로 했다. 한데 가제본이 가제본이 아니라 완벽한 책이었다. 대박!(요즘 책 때문에 대박이라는 소릴 많이 하게 되는데;;) 이번에 나온 책은 제목이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라는 시적인 제목이다. 앞으로 <십이국기>의 시리즈가 다 나올 예정인 듯하다. 엄청난 스케일에 전설적인 작품이란다. 그리고 알고 보니 이 작품을 쓴 오노 후유미의 남편이 아야츠지 유키토인데 그는 『십각관의 살인』을 쓴 작가란다. 와우, 읽어보진 못했지만, 추리 소설 좋아하는 친구가 엄청 재미있었다고 했는데. 부부가 함께 대단하다는 생각. 가제본으로 받은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는 어젯밤부터 읽기 시작했다. 미리 읽어본 친구들이 재밌다더니 추리나 판타지 소설을 잘 안 읽는 나로서도 처음부터 확,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나 어쨌다나. 아무튼 기대를 하며 읽고 있는 중이다.

 

 

 

  

 

신형철 평론가가 추천했던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를 읽고 있다. 며칠 후에 김연수 작가의 인터뷰 동영상을 봤는데 그 동영상에서 김연수 작가도 이 책을 추천했더라. 그래서 믿고 읽는 중(^^). 함께 읽고 있는 책은 『악몽』이다.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의 표제작을 읽으면서 『악몽』이 떠올랐는데, 그건 아마도 '죽음'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 '인간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두 권 모두 단편이어서 이 책에서 한 편 저 책에서 한 편 오락가락하면서 읽는 중.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고, 인간의 심연에 자리잡은 근원적 공포를 보여주면서 삶의 잔혹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다른 듯 닮았다. 걱정은 두 작품이 다른 작품임에도 나중에 내 기억 속에 뒤죽박죽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 더구나 두 작가 모두 여성이며 미국 작가라는 사실. 플래너리 오코너가 조이스 캐럴 오츠보다 10년이나 넘게 연상이긴 하지만 헷갈릴 것 같은 예감이랄까;; 벌써 헷갈리긴 한다. 강에 빠져죽은 애가 나오는 이야기와 불에 타죽은 쌍둥이 이야기나. 오코너보다 오츠의 이야기가 좀 더 쎄긴 하지만.

 

 

  

 

그리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파트릭 모디아노의 작품과 노벨평화상을 받은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책을 함께 읽고 있다. 파트릭 모디아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읽은 책이지만, 이번에 읽으면서 다른 느낌을 받았다. 무척 흥미진진했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고, 잃어버린 나를 내가 찾아가는 과정이. 파트릭 모디아노의 작품은 모두 비슷하게 자신의 존재, 혹은 과거의 누군가를 찾아가는 주제가 많단다. 나는 그 중에서 이 작품과 『도라 브루더』를 읽었다. 예전의 나는, 결말이 두루뭉실하게 넘어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딱 부러지게 결론이 나는 것들을 좋아했더랬다. 그래서 (대표적으로)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면 짜증이 났었다. 또 열린 결말의 책에 대해선 어쩌라고, 하는 생각들을 많이 했다. 그런 생각들이 언젠가부터 사라졌는데 무엇이 계기가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어느 날, 그런 이야기들이 딱 부러지는 이야기들보다 조금 더 재미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이후부터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이해했고 (요즘은 그런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추석 때마다 나오면 꼭 찾아본다) 열린 결말이 나오는 책들에대해선 책을 덮고 한참 내 나름으로 곰곰 생각하고 상상해보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런 까닭에 파트릭 모디아노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다시 읽게 되자 예전에 모호했던 (『도라 브루더』를 읽으면서도 느꼈던, 도대체 왜 찾아다니는 거지?) 기억 속의 누군가 (혹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이해되었던 것.

 

 

   

 

노벨평화상을 받은 말랄라 유사프자이, 그 소녀의 살아온 이야기라고나 할까? 다들 그 소녀가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은 알지만, 그 소녀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는 것엔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다. 『나는 말랄라』, 이 책에는 어린 시절부터 세상 바꾸기를 꿈꾸었고 마침내 바꾸어 낸 말랄라, 라는 한 소녀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것은 부모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녀가 어린 시절부터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던 부모. 진실이, 믿음이 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할 수 있는 가정이 있다는 것이 핵심이 아닐까. 싶은.

 

읽어도 읽어도 읽고 싶은 책은 쏟아지고,

사고 또 사고 또 사는 데도 사고 싶은 책도 쏟아지고,

뭐, 즐겁고 행복하다는 뜻이다! 또 내 주머니를 털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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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이 나왔습니다. 표지의 문장이 저의 흥미를 확 끌어당겼습니다. "집에 불이 난다면 무엇을 구해내겠습니까?" 그리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저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강아지. 얜 그러니까 구함을 받은 것이로군요.

『지금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저는 이 책 때문에 주말 내내 고민을 했습니다. 지금 내 집에 불이 난다면 난 과연 무엇을 가지고 나갈 것인가? 곰곰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지금 제 집에서 제일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입니다. 한데 불이 났는데, 책을 어찌 들고 나가겠어요. 정말 고민이 많았는데, 막상 작정을 하고 고르고 보니 겨우 여섯 가지 정도이더군요. 그때서야 깨달았죠. 아, 책이고 옷이고 가전제품들이고 다 부질 없는 것이로구나!! 뭐, 이런 깨달음을 받았다고 다시는 책 같은 것은 안 살 거야! 지금 가지고 있는 책만 읽어야겠어! 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추석이 지날 때까지는 절대 책을 사지 않겠노라, 다짐을 했더랬습니다.

 

한데 방금 무너지고 말았어요. 메일을 열어보지 말았어야 합니다. 저 책에 대해 모르고 있었어야 했습니다. 한데, 주말에 서점가서 저 책을 보고 말았더랬습니다. 보고선 비웃었더랬습니다. 스트레스 풀려다가 손 굳은(!) 나는 색칠하다가 더 스트레스 받겠다, 라고 말입니다. 한데, 그걸 알기라도 하듯(이럴 때, 하루키의「우연 여행자」라는 단편이 생각납니다.) 이래도 안 살래? 하며 내가 들춰본 그 책이 (아, 물론 이 책만 구입하는 거라면 제가 이 글을 쓰지도 않겠지요) 글쎄 +해서 팔고 있지 뭡니까! (알라딘 이런 메일 나에게 보내지 마란 말이닷!)  바보처럼 이런 것에 뿅! 가다뉘(ㅠ.ㅠ) 아무리 책을 사고 보니 선물이 있네, 가 아니라 우와, 색연필을 사면 책을 준대! 하는 세상이 되긴 했지만서도. 이렇게 또 무너지고 말다뉘!

 

   

 

그리고 날아든 또 하나의 메일 속엔 마스다 미리(『최초의 한입』) 의 새 책을 예판한다며. 이제 마스다 미리, 그만 읽어야지 했는데 주제가 좋아하는 주제. 먹는 거. 참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결국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에라, 이왕 이렇게 된 것 한번 채워보자, 며 온라인 책쇼핑을 시작.

 

  

 

김경미(『밤의 입국 심사』) 시인의 새 시집도 담았습니다. 친구에게 선물해줄(이번 추석에 한번 잘, 읽어보라며) 므흣하고 야한 책(『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도 담고, 김영하(『보다』) 작가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새 에세이 예판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내친 김에 새 책 리스트를 보다가 그만(-.-) 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 경주편(『이 고도古都를 사랑한다』)이 나온 걸 보고 말았고, 스티븐 킹이 이 책(『힐하우스의 유령』)을 읽고 『샤이닝』을 썼다는 엘릭시르의 책도 보았습니다. 김중혁(『메이드 인 공장』) 작가의 새 에세이집 산다는 걸 깜빡, 했다는 걸 알았고, 엘릭시르의 예쁜 책, 고전부(『멀리 돌아가는 히나』)가 새로 나온 것도 보고 말았지요. 일단 눈에 띄는 대로 장바구니에 다 넣고 보니, 털썩! 구제불능, 책 수집가. 불조심이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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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온 집 근처 공립중학교 앞을 산책하던 '나'는 중학생들이 체조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장난치는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깨닫는다. 십사오년 전, 그 중학생들의 나이보다 조금 더 많았던 그때, '내'가 잔디를 깎던 그 무렵. 

 

'나'는 열아홉살 쯤이었고 애인이 있었지만 먼 도시에 살고 있었다. 그녀를 정말로 좋아했는지, 잘 모르지만 그녀와 식사하는 것을 좋아했고 섹스 뒤에 '내' 가슴에 얼굴을 대고 재잘거리거나 잠드는 그녀를 바라보는 것도 좋아했다. 

 

하지만 어느 날 그녀는 긴 편지를 '나'에게 보내왔고 그 편지엔 헤어지고 싶다고 적혀 있었다. "너를 항상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고 앞으로도……" 새 남자친구가 생긴 것이다. 그녀의 편지에 딱히 화가 난 것은 아니었고 다만 한동안 주위 사람들에게 요즘 아주 명랑해졌다는 말을 들었다. 

 

그해 '나'는 잔디를 깎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일이 힘들었지만 보수는 나쁘지 않았고 남들과 말을 나눌 필요가 별로 없는 일이었다. '내'게 딱이었다. 상당한 목돈을 마련했고 여름에 애인과 어딘가로 여행을 갈 수 있었지만 그녀와 헤어져버린 지금은 여행이고 뭐고 없었다.

 

돈을 벌어도 쓸 데가 없다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잔디 깎기를 그만두기로 했다. 사장의 부탁으로 일주일만 더하기로 했고 마침내 마지막 일을 하는 날이었다. (…) _「오후의 마지막 잔디」

 

오래 전에 읽었던 단편을 다시 읽었습니다. 분명 읽었을 텐데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하루키의 소설은 몇 페이지만 넘기면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요. 왜냐, 하루키니까요.^^ 

이 소설도 그랬어요. 제목부터 하루키, 느낌이 바로 오지요~! 

읽어보니 역시, 짐 모리슨과 폴 매카트니, 일본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미국의 작은 도시에서나 일어날 법한 이야기. 더구나 같은 동양권인데, 잔디깎기라니. 낯설면서도 묘하게 흥미가 있었습니다. 

주인공의 성격도 딱, 제 취향이네요. 책을 읽으면서 내내 그 여름의 풍경이 눈앞에 떠올랐습니다. 

꼭 데쟈뷰를 느끼듯이, 소설 속으로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모든 것이 낯설지가 않았지요. 

기억이라는 건 소설과 비슷하다고 하루키는 말했는데, 어쩌면 그래서인지도 모르겠어요. 

내가 느끼는 데쟈뷰와 같은 감정이 소설인지 기억인지... 

 

 

 

그녀는 열여덟, 고등학교 3학년. 가족이 함께 여행을 왔다. 엄마는 말한다. "여기서만은 네가 고3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려도 좋아." 하지만 그녀는 재미가 없다. 마치 정략결혼이라도 시키겠다는 듯이 두 집안은 그녀와 현을 묶었지만 그녀는 모든 게 싫다. 자신의 몸을 탐하는 현도, 한 번도 그녀에게 착한 딸이 되라고 말한 적도 없는 엄마가 거짓말을 하는 것도. 엄마의 유난스런 가정 교육은 숨이 막힐 지경이다. 엄마는 착한 여자였기 때문에 인생에 실패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녀는 엄마가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인생에 실패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고통이었다. 그녀는 감미로운 고통에 점점 매혹을 느끼며 언젠가는 자신의 인생도 엄마처럼 실패했다고 여기게 될지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한 남자가 들려주는 자기 대신 '바다를 바라본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 찾아나선 고통. 그 이유에는 가족들의 세계가 싫다거나, 새로운 세계를 꿈꾼다거나 하는 것이 있진 않다. 그저 '모든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간절히 원하는 게 하나씩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단순한 욕정에서든 사회적인 분노에서든 간에.

 
그렇게 그녀의 한 세계는 끝이 났고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었다._「기억할 만한 지나침」
  
이 단편은 한 소녀의 성장담입니다. 자신이 속해 있는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녀가 결국 그 세계를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들어선다는 이야기이죠. 누구에게나 한 세계의 끝이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누군가에겐 소녀 시절에 오고, 또 다른 이에겐 나이가 들어서 오거나 결코 한번도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죠. 어쩌면 이 소녀는 더 늦거나 한번도 오지 않을까봐, 그게 겁이 났던 것 같습니다. 그 휴양지의 벨보이처럼 따분하고 놀랄 일이 없는 삶이나 현과 결혼해서 고통 같은 것은 조금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인생이 될까봐. 당찬 소녀라고나 할까요? 마치 남의 나라 소설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러고 보니 어제 읽은 하루키의 단편도 그랬지만 이 작품 역시(신형철 평론가의 말처럼) '번역투'의 글들 같습니다. 음, 이게 우리나라 이야기야? 할 정도로 조금은 낯설지만 소녀의 마음만큼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이국적인 소설?! 해설을 맡은 신형철 평론가는 이렇게 말을 했어요. "프랑수와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이나 에릭 로메르의 영화들을 연상케 하는 이국적인 분위기와 유려한 번역투(표현이 이상하지만 사실이 그렇다)를 우선 즐길 만한 작품이지만, 무엇보다도 한 세계의 붕괴를 시적으로 표착해낸 아름다운 마지막 단락만으로도 이 소설은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요.
문득, 나의 첫 세계는 언제였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여러분의 첫 세계는 언제 끝이 났나요?

 

슈타인은 헤어진 지 2년 만에 뜬금없는 전화를 해서는 말한다. "그거 찾았다. 집! 그 집을 찾았다고" 그를 만나지 않게 되면서 그를 잊었던 것처럼 그가 했던 말도 잊은 '나'에게. 이미 지나간 과거의 사랑이다. 그 집을 찾았다고 해서 되돌아갈 수는 없는 사랑이다. 폐가가 되어 언제 무너질 지도 모르는 그 집을 보고 나서도 '나'는 관심이 없다. 그저 아무일 없다는 듯이 내 생활을 할 뿐이다. 그리고 실제로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슈타인의 엽서가 날아온다. "네가 온다면……." 유디트 헤르만의 문장은 무심하다. 뭔가 어긋나 있고, 애정 결핍이다. 제대로 된 결론은 없지만 그래서 읽고나면 안개속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지만 그 여운이 오래 남는다. 슬프면 슬프다고, 쓸쓸하면 쓸쓸하다고 말해야 하는데 헤르만 그러지 않는다. 그저 보여줄 뿐이다. 그 상황을. 그러곤 독자에게 맡겨버린다. 생각을 해 봐! 너라면? '나'는 마지막에 슈타인의 편지를 받는다. 그러고선 잠시 생각했다. "나중에……." (오래 전에 쓴 리뷰를 가져옴) _「여름 별장, 그 후」

 

 

하루키의 단편 「오후의 마지막 잔디」를 시작으로, 김연수의 『기억할 만한 지나침을 거쳐 문득 생각이 났던 유디트 헤르만의 「여름 별장, 그 후」 이런 식의 이어지는 독서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다시 읽은 유디트 헤르만의 글은 여전히 무심하다. 

이 책을 읽은 지 5년이 지났음에도 그랬다. 쉽지 않다.

다만 나이가 들어서일까, 이해가 된다. 모든 상황이. 슈타인이, '나'의 행동들이.

단편의 재미는 이런 데 있다. 길지 않은 글, 친절하지 않은 스토리, 이해가 되지 않는 끝마침.
이야기의 끝은 독자의 상상에. 그대들이 원하는 대로. 그렇게. 둔다.
나는 상상하지. 어느 날 우연히 '나'는 서랍 속에 넣어둔 편지를 발견할 테고 그때를 떠올리겠지.
잠시 슈타인을 생각할 테고, 어쩌면 그곳으로 그 잔해를 찾아갈지도 몰라. 갔는데 실종된 슈타인을 보게 되는 거야. 그리고…….

 

늦은 휴가로 케이프 코드로 떠난 리처드는 그곳에서 예쁘진 않지만 쾌활해보이는 수전을 만난다. 플루트를 불며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를 하고 있는 리처드와 유산으로 받은 집이 케이프 코드에 있는 수전. 리처드는 그녀가 자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고 믿었고 부자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그랬다면 수전에게 말도 걸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서로 너무나 다른 삶, 다른 세계. 어울릴 수 있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잠시 고민을 했지만 그뿐. 

 

둘은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며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수전의 제안으로 그 곳의 집을 둘만의 집으로 꾸민다. 하지만 이별의 시간은 다가오고,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수전과 뉴욕에 사는 리처드. 둘의 삶의 극과 극에 있었다. 마지막 날, 수전과 리처드는 서로서로 자신의 삶으로 상대를 유도 하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진다. 그리고 집 동네로 돌아온 리처드는 집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고민에 빠진다. 케이프 코드에서의 짧았지만 강렬했던 삶과 뉴욕에서의 현실적인 삶이 부딪힌 것. 그는 수전을 사랑했다.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 수전과의 삶은 사라질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녀에게로 당장 날아가야 하는 걸까? 아니, 그녀에게 이곳으로 와 달라고 같이 집으로 들어가자고 말을 해야 하는 걸까? _「성수기가 끝나고」

 

순전히 제목 때문에, 사고선 읽지 않은 『여름, 거짓말』의 첫 단편을 읽었습니다.
여름, 사랑, 거짓과 진실, 행복.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의 주제는 이러했고, 연이어 읽고 있는 책들과 잘 맞았지요.
누구나 한번쯤은 여행지에서 우연히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는 꿈을 꿉니다. 
저도 그렇고 아마 다들 그럴 거예요.
아니, 한번이 아니라 어쩌면 여행을 떠날 때마다 그런 만남을 기대할 지도 모르죠..
여기 그렇게 만난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미래도 계획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휴가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 이제 이곳에서의 일은 꿈속의 일이 되어 버릴 테니까요.
같은 도시, 가까운 곳에 둘의 '현실의 삶'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휴가지에서의 일은, 
그렇게 되고 마는 것이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한사람은 자신의 삶을 포기해야만 할 거예요.
아님, 둘 다 포기하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할까요?

여러분은 어때요?
이런 사랑에 빠진다면, 과감하게 자신의 삶을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은가요?
전, 저는... 아마도...

 

 

 

친구의 생각이었던 단편 이어 읽기.

하다보니 재미 있어서 매일 열심히 읽었다.

원래는 하나씩, 올려야 하는 포스팅이나, 밑줄 긋기 빼고 이렇게 묶어봤다.

나름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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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작가의 신간이 나오면 재빠르게 알려주는 알라딘 알람, 사랑합니다~

 

 

 

드디어 올라온 한창훈 쌤의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완전완전완전 좋으다. 사진도 글도 예술이라며 ㅋ 에로틱함과 철학적인 사유까지, 여태 본 한쌤의 글 중에 젤 재밌고, 젤 야하고, 젤 쓸쓸했던. 빨리 책으로 만나보고 싶다.

 

더불어 함께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이 책은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의 부제로 붙어 있던 제목을 새 제목으로 썼는데, '밥상'과 '술상' 한창훈 쌤과 정말 잘 어울리는 제목이 아닌가, 싶다. 사진도 몇 장 교체했다고 하더라. '인허바'가 있지만, 세트로 구매해주겠노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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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8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08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08-08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완전 반가운 소식이네요. '한창훈'에 '술상' 이라뇨. 맙소사. 환상적인 궁합이잖아요!! >.<

readersu 2014-08-08 16:26   좋아요 0 | URL
에로틱과 유머와 쓸쓸함과 외로움까지.....
그기에 사진이 완전 환상적이에요!!!!

프레이야 2014-08-09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으래요? 마음이 확 가는 소식입니다. 이참에 두귄 다 담아가요. 땡스투유~

readersu 2014-08-12 17:11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의 마음에 쏙 들길 바랍니다^^
 

 

     

    

(왼쪽 위에서부터 출간 순서임)

 

어제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에 선풍기를 켜놓고 종일 책상에 앉아 있었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공기는 끈적거리며 내 몸에 달라 붙었지만, 줄리 델피의 Waltz For A Night 와 캐리 멀리건의 New york, New york 그리고 탕웨이가 부른 만추의 음악들이 그 끈적거림과 잘 어울렸...다(좋았다는 말이다 ㅎㅎ) 이 노래들은 신형철 평론가가 추천해준 음악들이다. 이 세 곡 외에도 한석규가 부른 8월의 크리스마스,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가 있었다. 좋았다. 다 좋았다.

 

어제 신형철 평론가의 팟캐스트를 들었는데 하루키의 단편들을 낭독해주었다. 위 곡들은 낭독 전에 그가 추천해준 음악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문학이야기 팟캐스트가 (다들 말하는) 삼사 출판사의 팟캐스트 중에 가장 내 취향에 맞다고 생각한다(내 성격이 워낙 조용하고, 조신하고,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쿨럭) 근데 이것들이 무슨 상관이겠냐마는, 나와 잘 맞는다는 소리다ㅋ) 좋아하는 출판사라거나 애정하는 진행자라서와 같은, 것과 상관없이 말이다. 물론 웃거나 떠들지(!) 않아 가끔은 졸리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런 진행 방식이 맘에 든다.

 

특히 어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에 대해 알려주었는데, 솔직히 그동안 하두 많이 나와서, 이 책 저 책 뒤죽박죽 책 사기도 두려웠다. 이 책에 있는 단편이 저 책에 또 있을까봐. 그것 은근 헷갈리니까. 그런데 신형철 평론가가 이번에 싹, 정리를 해주었다. 출간된 순서로, 설명을 덧붙이면서. 총 10권이다.

 

중국행 슬로보트

캥거루 날씨(사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반딧불이

회전목마의 데드히트

빵가게 재습격

TV피플

렉싱턴의 유령

신의 아이들은 춤춘다

도쿄기담집

여자 없는 남자들

 

그러니까, 위 제목의 책 외에는 모두 베스트 단편집인셈. 음반으로 말하면 컴필레이션 앨범이라고나 할까. 이 제목의 책들을 사면 중복이 될 경우가 없다는 사실, 나는 이번에야 알았다. 알고 나니 소장의 욕구가 마구 생기고, 장바구니에 막막 넣게 되고, 결국엔 결제를 하고 말겠...지...만(그만 사! 라는 친구의 외침이 들리고;;) 

 

책을 눈으로 읽지 않고 귀로 듣는 것. 어색하고 이상할 줄 알았는데 신형철 평론가가 읽어주던 어제의 하루키 단편들은 정말, 참 좋았다. 어쩌면 끈적거리는 날씨 탓에 차분하게 읽어주는 목소리가 더 좋았을 수도 있겠다. 물론 그가 추천한 음악들도 한몫하고. 아무튼 안 들어본 사람들은 꼭 들어보길 바란다. 나처럼, 졸리거나 지루함을 잘 견디는 사람이라면. 꼭!^^

 

 

 

그리고(뜬금없이 ㅋ)

 

어제 읽은 애정하는 알랭 드 보통의 『뉴스의 시대』. 좀 딱딱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술술 읽힌다. 가끔 무슨 소리인지 한참 들여다보는 문장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보통의 문체가 느껴져서 읽는 내내 좋았다. 지금 SNS와 쏟아지는 뉴스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이 책,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흥미진진한 뉴스 사용설명서' 정말,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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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4-08-04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보통씨 책도 간만에 읽어야 하는데 좋은 책이 넘 많네요 ㅋㅋㅋ

readersu 2014-08-08 09:38   좋아요 0 | URL
히힛, 이제 답글 달아요.
책 사러 들어왔어요. 이 충동구매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좋은 책은 왜 자꾸 나오는지 몰라요(-.-)
아니, 왜 반값에 자꾸 팔아서....나를 충동질하는지....ㅋ